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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0 은혼을 이 작가들이 쓴다면 번외 - 에드가 앨런 포우편.


은혼을 이 작가들이 쓴다면 번외 - 에드가 앨런 포우편.

너희가 막말을 아느냐 | 2010/08/10 22:23

원조 유안 님의 허락도 받지 않은 야매 무단도용이지만 뭐 설마 죽이지야 않으시겠죠.

카츠라는 크게 놀라 퉁기듯이 벌떡 일어났지만, 긴토키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은 채 앞만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얼핏 보기에 얼굴은 언제나 그렇듯 속내를 알 수 없는 무표정을 가면처럼 뒤집어쓴 채였으나, 곧 카츠라는 그뿐만이 아님을 깨달았다. 미동조차 없는 붉은 눈은 희미한 불빛 밑에서 짐승같은 흥분으로 번들거리고, 심지어 입가는 희미한 웃음기마저 띠고 발작적으로 경련하였다. 참지 못하고 한 발 다가서려는 카츠라를 한 손으로 제지하고, 긴토키는 반쯤 흥얼거리는 듯 흥겹기까지 한 어조로 누구에게 하는지도 모를 말을 나지막하게 종알거렸다. 신경을 바싹 곤두세워 집중하고서야 카츠라는 가까스로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씨발 즈라야, 저 소리 안 들리냐? 난 들려. 아직도 들린다구. 여러 분, 여러 시간, 여러 날, 계속─계속─계속해서─저 엿같은 소리가 멎질 않는단 말야. 무슨 소리냐고? 아 세상에, 무슨 소리냐고? 빌어먹을, 정말 몰라서 묻냐. 그래, 내가 그 녀석을 묻어버렸어! 너도 알잖냐 즈라야. 걘 미쳤었어. 완전히 갔다구. 이딴 놈의 세상 꼴보기 싫으니 온 세상 상대로 싸움을 걸겠다는 놈이 미치지 않았으면 뭐란 말야? 미친 놈은 하루빨리 죽어주는 게 제일이지. 냉큼 선생님 곁에나 가 버리라고, 하다 못해 내 손으로 보내주려고 칼로 찔렀어. 내가 몇 번을 찔렀지? 여덟 번? 열두 번? 젠장 모르겠다. 하하, 근데 걘 죽지도 않더라. 관에 쳐넣을 때까지 그 잘나빠진 심장은 무겁고도 끈덕지게 뛰고 있었지. 하지만 아무래도 좋았어. 이제 알겠냐. 내가 그놈을 생매장해 버렸단 말야. 내 감각이 예민한 건 즈라 너도 알 테지. 관 속에서 그 자식이 발버둥치는 희미한 소리가 하루, 이틀, 사흘, 나흘, 닷새, 엿새, 이드레──빌어먹을, 꼬박 일주일을 들려왔어. 난 단지 숨을 죽이고 귀를 기울이고 있었지. 그걸 누구한테 얘기해? 누구한테 얘기하라고? 그래도 고동은 점점 잦아들었어. 씨발, 이제야 멎었거니 했는데, 겨우 발 뻗고 잘 수 있으려니 생각했더니! 뭐, 스사노오의 함성이라고? 칼이 부러지는 소리라고? 이무기가 죽어가는 단말마의 소리라고! 하하하, 좆까라 그래. 오히려 그놈이 꿈틀거리는 소리, 관이 터지는 소리, 납골당 철문의 돌쩌귀가 삐걱거리는 소리겠지! 알겠냐, 임마. 나왔어. 걔가 나와버렸다고. 지금 여기로 오고 있단 말이야. 복도를 걸어오는 걔 발소리가 안 들려? 더 이상 뛰지 않는 심장이 덜걱거리는 소리가 아직도 안 들리냔 말이다, 이 자식아!!"

순간, 긴토키는 갑자기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무시무시한 목소리로 포효했다.

"멍청아! 다카스기가 바로 문 밖까지 와 있어!!!"

마치 그 악다구니에 호응이라도 한 것처럼 갑작스런 광포한 바람에 떠밀려 문이 서서히, 그러나 활짝 열어젖혀졌다. 어둠을 등지고 희게 도드라진 마르고 작은 형체가 문 밖에 서 있었다.
시커먼 피가 눌고 말라붙어 본래의 색을 잃고 만 수의를 휘감은 몸 여기저기에는 격렬한 발버둥의 자취가 역력하였고, 달콤하게 짓무른 시체의 황홀하도록 역한 냄새가 코를 사정없이 찔러왔다. 군데군데 흰 뼈가 드러난 가느다란 양팔이 머리에 쓴 베일을 완만한 동작으로 걷어올렸다.

왼쪽 절반이 썩어 문드러져 살점이 떨어져나간 다카스기 신스케의 창백한 얼굴이 드러났다.

이미 인간이 아닌, 하나밖에 남지 않은 녹색 눈이 배시시 웃었다.

긴상이 뭔가 대형사고 치고 토꼈으면 더 열을 바쳐 사랑하리라는 사심이 잔뜩 섞여 있지만 뭐 그딴 욕망은 무시까도 좋고 어쨌든 이래봬도 Birthday Present for 신짱입니다 (뭐 임마!?)
내 두 번째 은혼 라이프를 솔선수범해서 아주 조지고 만 신짱의 삐-번째 생일에 건배. 사랑한다 이 지대로 미친 망할 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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