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더블오 세컨드 시즌 노벨라이즈 1권 천사재림, 발췌 번역 Part 3

Banishing from Heaven | 2009/04/30 01:35

여전히 자중을 포기하고 있는 S, 기다리고아기다리셨던(...) <시어머니께 졸랭 구박 먹는 새아가> 편입니다. (어폐가 있....나?)
지 처세술이 매우 뛰어나다고 믿고 있는 헛똑똑이 여우를 즐감하시길. 데헷.


1권 161page~162page

「……나, 나는……」
갑작스럽게 크루들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일었다. 모두의 시선이 스메라기를 지나쳐 등뒤의 인물에게 못박혔음을 깨닫고, 스메라기 역시 그에게로 얼굴을 돌렸다.
라일 디란디. 스메라기가 그와 처음 대면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록온을 빼다박은 모습에 크루들은 일제히 동요를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바닥을 구르던 하로가 귀를 파닥이며 카메라 아이를 부산스럽게 점멸했다.
『록온, 살아 있었어! 록온, 살아 있었어!』
일동의 반응을 지켜보던 라일이 작게 웃었다.
「열렬한 환영일세」
랏세가 스메라기에게 물었다.
「어떻게 된 거요?」
「……동생, 이래요」
간단히 대답하고, 스메라기는 펠트에게 눈길을 주었다. 4년 사이에 어엿한 처녀가 된 분홍빛 머리칼의 전황 오퍼레이터는, 두 눈을 한계까지 벌리고 라일을 응시하고 있었다. 가늘게 떨리는 어깨를 스메라기는 알아보았다.
「……록온……스트라토스……」
펠트의 입술에서 나지막한 속삭임이 새어나왔다.
그 얼굴을 보는 것은 펠트로 두 명째였다. 프톨레마이오스 2에 착함한 후, 격납고에서 라일과 마주친 티에리아도 그랬었다. 믿을 수 없다는 표정과, 경악이 지나쳐 이성도 감정도 미처 따라오지 못한 표정이 뒤죽박죽된 얼굴.
당연한 일이라고 스메라기는 생각했다. 티에리아는, 4년 전 그가 신봉해마지 않았던 양자연산형처리 시스템 <베다>를 알레한드로 코너가 장악했을 때, 록온의 격려와 위로로 훌훌 털고 일어날 수 있었다. 록온이 전사한 건 자신 때문이라고 스스로를 책망하며 괴로워하기도 했었다. 펠트 또한 4년 전, 듬직한 오빠와도 같았던 최연장 마이스터에게 어렴풋한 연심을 품었었더랬다. 소녀의 첫사랑이었음을 스메라기는 알고 있었다. 록온 스트라토스는, 그만큼 크루들에게 절대적이고도 거대한 존재감을 지닌 남자였다. 그랬던 사내를 무섭도록 닮은 사람이 불쑥 나타나면, 누구라도 경악하기 마련이었다.


1권 170page~174page
라그랑쥬 1의 비밀 독(dock)에 정박한 프톨레마이오스 2의 제 2격납고에, 2기의 건담──GN-006 <케루딤 건담>과 GN-007 <아리오스 건담>──이 새로이 수용되었다. 이들 역시, 더블오 및 세라비와 마찬가지로 트랜잠 시스템 사용을 전제하여, 트랜잠의 도중 해제가 가능하고, 사용 직후에 시스템 다운을 일으키지 않도록 설계한 기체였다.
마치 갓 출고된 신형차처럼 광택이 감도는 모스그린의 케루딤을 보고, 같은 색조의 파일럿 수트를 착용한 라일 디란디는, 무중력에 흔들리는 머리칼을 쓸어올리며 기분좋게 뇌까렸다.
「이게 내가 탈 건담이란 말이지」
『신형, 신형』
옆구리에 낀 하로가, 기계적이면서도 왠지 들뜬 듯한 밝은 음성으로 응했다.
케루딤 건담은, 건담 뒤나메스의 발전형 머신으로, 장거리사격전에 있어 특히 우수한 성능을 발휘하도록 설계되었다. 기본적인 성능은 뒤나메스보다 몇 단계 업그레이드했고, 공격력 및 명중정밀도 역시 향상했다. 한편으로는 뒤나메스의 특징이기도 했던 콕핏 내의 스코프 시스템과 두부의 건카메라 모드를 계승하였다. 건카메라를 가리는, 육각형을 변형시킨 이마의 붉은 파츠와, 파츠에서 뻗어나온 V자형 장식, 그리고 그 밑의 건담 페이스. 두부, 흉부, 허리, 무릎, 발을 모스그린의 장갑이 뒤덮고 있다. 무장은, 접으면 3연사 발컨 모드로도 활용 가능한 원거리정밀사격용 GN 스나이퍼 라이플 II와, 그립을 길게 잡아늘여 등에 장착한 GN 피스톨 II 두 자루.
「……흐응」
케루딤의 전신을 핥듯이 세세하게 뜯어본 라일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고, 양손으로 하로를 잡아 가슴 앞에 두고 기세좋게 빙글 돌렸다. 가슴팍 앞에 둥실 뜬 하로가 그 자리에서 고속으로 회전했다.
「근사한걸. 난 마음에 들었어」
『아아아아아아아아』
「──뭘하고 있나」
등뒤에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날아왔다. 몸을 돌려보니, 파일럿 수트 차림의 티에리아 아데가, 캣워크(catwalk)를 넘어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뭘하긴, 케루딤을 보고 있었지」
「하로 말이다」
하로는 여전히 라일의 가슴팍 앞에서 『아아아아아』 소리를 내며 빙글빙글 회전하는 중이었다.
「하로는 케루딤에 동승해서 널 서포트할 파트너다. 좀 더 정중하게 대접했으면 좋겠군」
「설마 이 정도로 망가질라고. 게다가 봐, 이 녀석도 즐거워 뵈잖아」
「……꼬박꼬박 말대답을 하는군」
티에리아의 얼굴이 불쾌한 듯이 일그러졌다. 라일은 탄식을 내뱉고, 하로를 세워 옆구리에 도로 끼었다.
「……저 말야」
라일은 목을 길게 늘이고 티에리아에게 물었다.
「왜 그렇게까지 까칠하게 굴어? 내가 뭐 잘못했어? ……아니면 형을 닮은 게 마음에 안 들어?」
티에리아의 안색이 핵심을 찔린 것처럼 변한 한순간을, 라일은 놓치지 않았다. 그러나 티에리아는 금세 안색을 회복하고 말짱한 얼굴로 부정했다.
「……생각이 지나치다」
「그러셔」
그렇다면 다행이라고, 라일은 웃었다.
동시에, 조금 말이 심했는지도 모른다고, 머릿속 한구석으로 반성했다.
케루딤이 반입된 직후, 라일은 티에리아에게 시뮬레이터 대신 케루딤으로 사격훈련을 실시한다는 통보를 받고, 제 2격납고로 왔다. 첫 대면에서 기묘한 벽을 감지한 라일은, 이를 기회로 티에리아와 마음을 터볼 생각이었지만, 아무래도 시작부터 성대하게 실패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뭐 괜찮겠지. 이제부터는 전장에서 서로에게 목숨을 맡길 사이다. 뭐니뭐니해도 함께 어로우즈를 박살낼 소중한 동료님이 아닌가. 굳이 사서 불화를 만들 필요도 없었다.
「모빌수트의 전투 경험은?」
가차없는 눈초리로 티에리아가 질문을 던졌다.
「있을 리가 있어. 작업용 워크로더라면 타 봤지만」
라일은 표표하게 어깨를 움츠렸다. ──거짓말이다. 실제로는 과거에 카타론의 모빌수트에 탑승해 몇 번인가 전과를 올린 경험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사실을 알리는 대신, 짐짓 거짓말로 경험치를 숨겼다. 그 편이 <신인>으로서는 여러모로 편할 뿐더러, 애써 설명하기도 귀찮았다. 무엇보다 함부로 입을 놀렸다가 꼬치꼬치 캐물을 건덕지를 주는 우행만은 범하고 싶지 않았다. 카타론의 GENE-1으로서는.
「생초보를 데려온 거냐, 세츠나 이 자식……」
티에리아가 작게 혀를 찼다.
「그러니까, 지금 할 일이 산더미잖아. 잘 부탁해, 귀여운 교관님」
라일은 그렇게 말하고 손을 내밀었지만, 문제의 교관은 한가롭게 악수 따위나 할 기분이 아닌지, 어이없다는 표정을 숨기지도 않고 내뱉었다.
「농짓거리는 그쯤 해라. 급조건 뭐건, 건담 마이스터로서의 기량은 갖추도록 만들겠어. 즉시 훈련을 개시한다」
티에리아는 바닥을 박차고 케루딤의 콕핏으로 향했고, 라일도 그 뒤를 따라 캣워크를 벗어났다.
「무서운 교관님일세. ……근데 말야, 하로」
『무슨 일, 무슨 일』
옆구리에 낀 하로가 카메라 아이를 반짝거렸다.
「저 시선은……역시 그걸까나」
라일은, 제 2격납고에서 함내로 이어지는 통로에 흘끗 눈길을 던졌다. 벽 뒤에 몸을 숨긴 분홍색의 머리카락이 언뜻 보인다. 아마 펠트 그레이스라 했던가. 브릿지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 눈과 입을 딱 벌리고 이쪽을 응시하던 그녀를 라일은 기억하고 있었다. 저 시선이 첫눈에 반한 결과, 라고 속편하게 착각할 만큼 라일의 경험은 일천하지 않았다. 아마도, 아니 오히려 틀림없이, 형과 관계가 있을 터였다. 그 눈은 날 통해서 다른 누군가를 보는 눈이었으니까. 형을 좋아했던 건지도 모른다. 다른 크루들 역시 비슷한 눈길을 보내왔지만, 그녀는 유독 절실하고 강렬했다. 아아 정말, 일이 쉬운 건지, 아닌 건지…….
문득, 분홍색 머리카락이 움직였다. 라일의 시선을 깨닫고, 머쓱해진 듯 바짝 굳은 것이다. 소녀는 그대로 구르다시피 허둥지둥 내달려 통로 저편으로 사라졌다.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까지 노골적인 태도를 보일 건 없잖아…….
조금쯤은 맥이 풀리는 기분이었다.
「……난 여성에게는 너그러운 축이라고요」
『너그러워, 너그러워』
라일이 케루딤의 콕핏까지 올라와 보니, 티에리아는 이미 해치를 열고 엄격한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훈련을 개시한다」
「예입」
라일은 가볍게 응하고, 콕핏 안으로 미끄러듯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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