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국내에 소개된 렉스 스타우트의 네로 울프 시리즈는 독사(Fer-de-lance), 크리스마스 파티(Christmas Party, 국내 제목 죽음의 페르노;;), 챔피언 시저의 죽음(Some Buried Caesar), 요리사가 너무 많다(Too Many Cooks), 구인광고(Help Wanted, Male, 국내 제목 대역을 찾는 탐정), 이렇게 다섯 편뿐이라고 의기양양하게 선언한 적이 있는데, 갱신 갱신. S가 모르는 사이에 한 편이 추가되었습니다.
최근에 황금가지에서 출판된 밀리언셀러 클럽 시리즈 중 「세계 서스펜스 걸작선 2」에 「7월 4일의 야유회」라는 제목으로 Forth of July Picnic이 수록되어 있는 것입니다. 오 비바, 밀리언셀러 클럽!!
.....이라고 할 줄 알았냐아아아아아아아!!!!!! (뿌드드드드득)
죽어버려 역자. 네로 울프가 대체 언제부터 '형사'가 됐냐. Detective가 경찰의 직위 맞긴 하지만 굳이 구분할 필요 없을 땐 Private Detective(사립탐정)도 그냥 Detective라고 한다. 괜히 Detective Conan인 줄 아냐! 사전 조사도 제대로 않고 Detective래니까 그냥 습관적으로 형사라고 옮겨논 게지. 세상에 저렇게 뚱뚱하고 크고 제멋대로고 꼬봉까지 하나 달고 우아하게 레스토랑 종사자들의 모임에 연설하러 나가고 시체를 발견해놓고 관여하기가 귀찮고 집에서 밥 못 먹을까 걱정돼서 냅다 튀려는 형사가 어딨냐. 긴 말 필요없다. 그냥 죽어버려.
까놓고 말해 전체적으로 번역의 질도 상당히 못마땅하다. 특히 울프와 굿윈이 거의 숨도 안 쉬고 두다다다 주고 받는 독설난사만담의 죽여주는 유쾌함이야말로 네로 울프 시리즈의 진가인데 이 역자는 그걸 하나도 못 살려서 대화가 짜증나게 밋밋하다. 죽음의 페르노가 문법은 개판이었을지 몰라도 배 잡고 굴러댕기는 아치와 꺼져버리라 꽥꽥대는 울프가 웃기기는 절라리 웃겼다. Forth of July Picnic처럼 통통 튀는 단편을 저따구로 평평하게 바꿔놓는 것도 재주는 재주다. 그리고 에드워드 D. 호크(Edward D. Hoch)가 대체 언제부터 호치가 됐는지 누가 내게 좀 알려다오.
덤으로 밀리언셀러 클럽 17번 「벤슨 살인사건」도 저.얼.대. 안 사 보기를 강력 주장한다. '탐정사상 제일 눈꼴시게 재수없는 탐정'(S 왈) 파이로 반스가 필로 밴스로 둔갑한 것도 아닌 대낮에 까무러칠 노릇인데 주인공들 어조부터가 아주 끔찍하게 글러먹었다. 반스도 반 다인도 마크햄도 나이 먹을 만큼 먹고 점잔은 잔뜩 빼는 엘리트들이지 여드름 난 10대 고등학생이 아니란 말이다! 필로 밴스를 참고 끝까지 보려 했건만 2인칭이 '너'고 말투는 발랄천만하니 열 페이지도 못 가서 내팽개치고 나 죽었소 항복할 수밖에 없었다. 김재윤 씨, 당신 나한테 찍혔어.
황금가지는 스티븐 킹 시리즈 때부터 나한테 찍힌 출판사지만 그만큼 크고 잘 나가는 출판사가 정말 와 이러나 모르것다. 출판해 주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할 일이며 번역에 불만 있으면 영어 실력 더 쌓아서 원판 사 보라 이거냐? 에라이 인간들아.
아, 그치만 매더슨의 「나는 전설이다」는 솔직히 무지 탐난다. 원래부터 관심 있는 작가의 관심 있는 작품인데다 이건 번역도 그럭저럭 괜찮았던 것 같고. (루스 렌들의 「내 눈에 비친 악마」도 훌륭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웬만하면 그 역자로 A Judgement in Stone이나 다시 내주지? 국내 번역판은 절판된지 오래란 말이다)
밀리언셀러 클럽 시리즈에 대한 아우성.
읽거나 혹은 죽거나 | 2005/09/08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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