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사포 카테고리만 채우기가 하도 속보여서 최후의 자존심으로 개기다가 예전에 이미 쿄고쿠도와 시데에서 연속으로 포크레인질을 해댔던 전적이 있음을 깨닫고 - 아니, 사실은 DB 때도; - 기냥 앗쌀하게 포기했다. 인간은 자기가 제일 잘하는 짓이나 해야 하는 법이다.
내가 제일 잘하는 거? 그야 숨도 안 쉬고 주절주절주절주절주절주절주절(* 무한대) 지껄이는 거지. -_-;;;
밑에서 RAINY NIGHT SCENE III를 인용하며 이게 웬 신혼 부부 모드냐고 불을 뿜었는데, 실은 퇴근하는 길에 다시 들으며 비죽비죽 웃다 정작 진짜 결정타를 홀랑 빼먹었다는 걸 뒤늦게 발견하고 남들은 벌벌 떠는 이 추운 겨울밤에 때아닌 진땀을 삐질삐질 흘렸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손바닥에 얼굴을 파묻고 어깨를 떨며 크하하하하하하 폭소하는 여인네를 행인들은 웬 미친 X 보듯 하였으리라 -_-;;;
하지만!! 표정 관리가 불가능했단 말이다!!!
자, 용기 있는 자, 내게 동참할지어다.
를 보는 듯한 이 기분은 도대체 -_-;;;; (특히 에이, 카가 씨도 참~~~은 들어보지 않고서야 그 스위트★함을 결코 느낄 수 없다;) 하야토 너 이 자식 아스카랑도 이런 짓한 적 없잖느냔 말이다!
그럭저럭 기력이 보충되었으니 본편으로 들어간다. 사실은 이제부터 좀 우울한 얘기임. 적어도 S는 생각하다 오방 좌절했으므로 그래도 괜찮으시다는 분만 클릭해 주세요. 게다가 사감 100퍼센트입니다. -_-;;;
아 나 미치겠네...
SIN이 처음 발매되었을 당시 카가 씨가 주인공에 등극했다며 기뻐하던 팬들이 뒤로 가면 갈수록 얼굴이 일그러지며 어이어이어이어이어이어이어이;;;; 모드가 된 건 대략 70%쯤은 이제까지의 흐름에선 결코 상상도 못 해 본 <오지게 삽질하는 블리드 카가>에 기인한다 봐도 무리는 아니라 본다. 당장 나만 해도 진짜 저 사람이 어서 뭘 잘못 먹고 왔나 싶었으니까;
하지만 이건 보기에 따라서는 그렇게까지 큰 문제는 아니다. 아니 사람이 삽질 좀 할 수도 있지 뭐. 살면서 어떻게 OTL 한 번도 안 할 수 있겠느냐고. 평생 토목공사질과는 인연 없을 것 같던 유들유들여윳스한 사람이 느닷없이 좌절좌절좌절좌절좌절좌절좌절좌절....모드로 180도 방향을 홱 틀었으니 기도 막히고 코도 막히는 심정은 이해하고 나도 그랬지만 그 정도는 사랑으로 어떻게든 극복할 수 있다. 난 SAGA 초반의 반항기 하야토;도 참은 사람이다. 동생처럼 여기던 애가 어느 틈엔가 구름 위의 초월자;가 되어 버리는 통에 심정이 더럽게 복잡하신 카가 씨의 젊은 날의 과오쯤 관대하게 봐줄 수.... 있.....을까나? ;;; (왜 의문형이냐;)
실은, 팬들이 하나같이 저 사람 시즌 내내 오우가에 죽어라고 시달리더니 후유증이 아직 안 나았나 보다;고 생각했다는(어라;) 진정한 대형사고이자 곧 죽어도 용서가 안 되는 건 바로 그의 마지막 대사이다.
"난 블리드 카가가 아니야, 카가 죠타로다!"
..........이봐요 아저씨, 당신 정말 미쳤나.
저 상큼한 대사의 뭐가 문제냐고?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작중에서 흐른 7년의 시간 동안, 그리고 우리가 실타임으로도 7년 동안 (TV판 1991년, SIN 1998년) 지켜봐 온 남자는 <블리드 카가>지 <카가 죠타로>가 아니란 것이 문제다.
카가 씨가 멀쩡하다 못해 아주 심심하기까지 한 본명을 걷어차고 블리드라는 차암 독특한 이름을 달고 다니게 된 계기가 레이스 걷어치우라 떽떽거리는 아버지에 대한 반항심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건 확실하지만 오로지 그거 ONLY였는지 아닌지는 내가 지금 심각하게 아리까리하다; 친우인 에이지의 비극적인 죽음이야말로 그가 카가 죠타로에서 블리드 카가로 전향하게 된 터닝 포인트가 거의 틀림없으리라 보지만, 이게 SIN에서 나오는지 안 나오는지도 아리송하고 나온다 해도 나 혼자 SIN을 감당할 자신 따위는 죽어도 없으므로 대-_-충 패스하자. (이런 무책임한;)
SBS판 사포의 아아주 바람직한; 번역을 인용하자면 카가 씨는 '녀석의 죽음과 함께 나는 내 마음도 여기에 두고 와 버렸다'고 하야토에게 고백하고 있다. 다시 말해 에이지가 죽었을 때, 그는 카가 죠타로로서의 자신도 버렸던 셈이 된다. 그러니까 바로 위의 주장을 관철하더라도 아마 크게 틀리진 않을 것이다.
따라서 저 위의 대사는 그간 에이지의 문제를 질질 끌어왔던 그가 두 번째의 반신인 카자미 하야토와의 목숨 건 승부를 통해 마음의 빚을 청산하고 이제까지 죽어라 외면해온 아픈 과거에 보내는 화해의 제스처─라는 초초초 감동적인 대목이 되었어야 할 터였다. 그러나 팬들은 이봐요!!! ;;;;;;; 를 외쳤다. 어째서?
그가 그간 블리드 카가로써 쌓아온 게 너무나도 많았으니까.
이 사람은 그 이름으로 어지간히도 사방팔방 설치고 다녔다. 생각해 보라. 그레이부터가 그를 '블리드'라고 부른다. 하야토가, 그리고 우리가 아는 7년(플러스 알파) 동안 블리드 카가로서 보낸 시간은 분명 그렇게 말 한 마디로 간단히 끊어낼 수 있을 만큼 가벼운 것이 결코 아니었다. 헌데도 그는 자신의 레이서 인생을 오히려 카가 죠타로보다도 더 크고 넓게 차지하고 있을 <블리드 카가>를 마치 아무런 가치도 없다는 듯 한 칼에 부정해 버렸다. H양의 말을 빌자면 '사장님이 파라오 성불 후 이제까지의 노정을 한순간의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고 배 두들기며 잘 사는' 말같지도 않은 후일담과 흡사한 꼴이니 이런 젠장; 팬들이 펄펄 뛴 것도 무리가 아니다. 나도 지금 쓰면서 새삼 배신감 느끼고 있는걸;;;
오늘 오후까지는 분명 그랬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멍하니 그 문제를 굴려보다가 갑자기 이제야 가닥이 잡힐 듯한 느낌이 들기 전까지는. 계시라도 받았던가, 그놈의 대박 당황스런 결말을 몇 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가까스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카가 씨는 <블리드 카가>를 부정한 게 아니라 '버릴 수밖에 없었던 거'라고.
왜냐하면, 지난 7년간의 카자미 하야토와의 관계 전부는 '블리드 카가'에게 집약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미 수 차례 주절댔지만 그는 사람 잡는 17회 대회에서 오우가와 악전고투하면서 자신에게는 하야토의 소위 '신의 영역'에 들어가 그대로 피 말라 죽거나 발 빼고 영영 튀는 딱 두 가지 선택지밖에 없다는 걸 처절하게 실감했다. 이미 정신이 날아가 버려 종족부터 달라진; 하야토라면 모를까 아직 제대로 인간인 카가 씨한테는 두 번 이상은 도저히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는 냉철하게 판단해 거기서 발을 뽑고 하야토에게서 떠났다. 현명한 선택이라고는 지금도 생각한다. 하지만 세상일이 어디 이성만으로 돌아가던가. 불행히도 카자미 하야토는 '또다른 반신'이자 '영혼적 쌍둥이'이고 SOUL MATE(맹세컨대 내가 지어낸 말은 한 마디도 없다;)로서 7년 동안 그에게 있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큰 존재로 자리매김하고 있었기 때문에, '블리드 카가'로서는 결코 녀석을 떠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블리드 카가의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았던 그 뻑적지근한 머리를 자르면서 지난 7년간의 마치 불꽃 튀는 듯했던 숨막히는 고양의 시간도 함께 버렸다. 떠나려면, 버릴 수밖에 없었다.
다시 말해, 예전의 그가 죽은 에이지의 추억과 함께 <카가 죠타로>를 묻고 블리드 카가가 되었다면, 이번의 그는 고독한 불가침의 영역에 들어간 하야토의 곁에 영영 <블리드 카가>를 두고 떠나온 것이다.
(아아 세상에 어머니 저는 국민건전발랄레이스물에서 이 무슨 무서운 삽질을 보고 있는 건가요;;;)
이렇게 따지면 지금 나나 H양이나 카가 씨가 어린애 잘도 꼬셔놓고 책임도 안 지고 튀었다고 길길이 날뛰고 있지만 하야토가 막판에 입맛 버린(...)만큼 카가 씨도 인생 보기좋게 구긴 건 오십보백보에 도토리키재기라. 생각해 보니 이 사람이야말로 진짜 인복도 쓰벌하게 없다 이거지. 첫 남자(...)는 사고로 요절해, 두 번째는 갖은 사고를 쳐가며 남 속을 시커멓게 태우더니 그예 머신한테 홀려(...) 돌아올 수 없는 데로 가 버려, 이게 웬 청승과부(오타 아님)에 이은 연타 생과부 팔자냔 말이다;;; 다 뻔히 알면서 그래도 이를 바득바득 가는 것은 순전히 나쁜 놈에게 휘말려 자발적으로 인생 올인하는 멍청이들에게 야이자식아미쳤냐니앞길은구만리고남자는많다이대로청춘썩일래토껴!! 냅다 토껴!! 라고 목이 터져라 울부짖으며 사실은 내심
결코 튀지 않길 바라는 미묘한 동인녀 심리로 인함이라. 실 내 동인 경력에서 포기하고 달아난 남자는 당신이 유일하거든. 이지메당해도 팔자려니 생각하고 용서하시오.
근데 바로 그 덕분에 현재 내 마음 속에선 카가하야토가 무섭게 타오르고 있다. 버닝버닝버닝버닝버닝.
내가 이제까지 밀어온 수많은 커플 중에서 서로를 고양하거나 서로 마구 이용해 먹거나 한쪽이 한쪽을 조져놓;는 경우는 있었어도 이토록 크로스카운터로 상대의 인생을 멋지게 홀라당 말아먹아 버린 커플이 정녕 달리 존재했던가. 없었다! 무려 피해자와 가해자라는 엄청난 조합의 로스사가조차도 홀딱 물말아 먹은 건 사가뿐이거든. 샤아아무로...는 좀 삘이 다르다; 많이 다르다. (게다가 엄밀히 말하면 이건 한쪽이 일방적으로 밟아대다 보통은 끝까지 밟히기만 하는 걸 9회말 투아웃 투스트라이크에 역전극을 댑다 때린 셈이니 달리 있을 리가 없지; 거 참)
아무튼 주변 사람들 인생까지 몽땅 들고 방법하는 가히 신기에 가까운 재주의 카자미 하야토에게 무려 카운터 펀치를 날릴 수 있는 건 세상에 카가 씨뿐이라는 얘기도 되겠으니 그래 니들 천생연분이다 젠장 빌어먹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