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규어의 엠블렘.

Road to Infinity/끝없는 주절주절 | 2006/02/15 15:17

온갖 삽질은 다 하며 입수한 SIN 외전 SAGA II OTHER ROUND 5 '재규어의 엠블렘', 영구 봉인 결정.

굳이 확인하기도 귀찮은데(너 팬 맞냐;) 이거 모로사와가 각본인 게... 맞을라나. 만약 맞다면 모로사와는 그녀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전면에 노출시킨 셈이고 다른 인간이라면 작품 해석이나 손발 맞추기에서 완전히 실패했단 얘긴데 하여간 어쩌다 스쳐지나가듯 들은 ROUND 4에서부터 느낀 거지만, 이거, 본편과 외전이 따로 놀고 있다. -_-;;;;
일단 첫째로 SAGA 6편 이후를 결정짓고 SIN 전체를 관통하는 하야토 특유의 세상 다 포기하고 허공에 둥둥 뜬 것 같은 그 기묘한 초월자의 맹함이 외전에서는 저어어어어언혀 느껴지지 않는다. 까놓고 말해 SIN 1편에서 서킷 전체를 제 수중에 장악하고 있던 말 그대로의 '제왕' 카자미 하야토와 ROUND 4의 '유력한 우승 후보 중 하나'인 카자미 하야토는 그야말로 완벽하게 별개 인물. 전혀 연결이 안 됨;
그리고 SIN 직후 오프 시즌의 이야기인 ROUND 5에서는 심지어 SIN의 스산하고 황량하고 허무한 정서마저 송두리째 갉아먹고 있다. 사람부터 딴판인 저어기 어딘가의 월드 챔프는 둘째치고 그 난리에 그 유난을 떨어놓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태연자약하게 대면하고 있는 카가 씨와 하야토에서부터 떨어진 턱이 올라올 줄 몰랐으나 (이 남자가 무슨 염치로!!!!!!!!) 그건 뭐 좋다 치고 대체 에이지의 망령에서 벗어나는 것과 블리드 카가를 포기하는 것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는지 나는 통 모르겠음.
젠장, 분명히 말해서 아이자와 에이지 - 맞지? - 의 넋에 바치는 제의는 이미 ZERO에서 끝났다. 4년 전에 결판난 문제를 여태껏 질질 끌고 왔다면 카가 씨 한심해도 너무 한심하다구; (아, 한심한 남자 맞던가) (Warning! S는 카가 씨 팬이 맞습니다;) 설령 끝나지 않았다 해도 카가와 하야토의 불꽃 튀는 숙명적인 제 2차 대결에 에이지의 이야기가 들어갈 자리는 요만큼도 없다. 그래서 카가VS하야토와 에이지는 매끄럽게 하나로 통합되지 못하고 물과 기름처럼 그저 겉돌기만 한다. 이렇다 보니 ROUND 5에서 당신이 (에이지에게 묶인) 그 사람의 영혼을 해방시켜 주었느네 어쩌네 하는 모 아가씨의 주절거림은 저 지지배가 뭘 잘못 먹고 헛소리여; 싶은 공허한 울림에 지나지 않는다. 해방? 뭐가? 어디가? 어떻게?
아니 뭐 진짜 백보 양보해서 에이지를 어거지로 퍽퍽 쑤셔넣는다 해도 버리고 튀었던 카가 죠타로로서의 자신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거꾸로 거슬러 카가 죠타로로 회귀하면서 블리드 카가를 썩둑 잘라버리는 게 해방이고 성장이라 주장할 셈이라면, 한 팬으로서 적어도 난 그딴 주장 절대 인정 못한다. 성장 좋아하시네, 저건 도피다 도피 -_-;;;

필시 모로사와가 카가 씨 팬이라서 멋지게 그늘 쫙 깔고 고뇌하는 남자 만들고자 - 정말로 멋졌는지는 별개 문제임; - 벌써 하 옛날에 쫑난 에이지 문제까지 끌어다 붙인 게 아주 뻔할 뻔자 같은데 예라이 이 여자야, 굳이 외부 요소까지 끌어다 안 붙여도 카가 씨는 하야토만으로도 충분히 머리 깨지심. 여봐, 당신 세상이 다 알아주는 동인녀라며? 동인녀라면 기꺼이 남자 둘 사이에서 해결 봐야 하는 거 아냐!?

어쨌거나 한 마디로 양쪽이 서로 궁합이 안 맞고 스텝을 엇박자로 밟고 억지로 끼워맞추는 티가 산을 이루고 강을 이루어 넘쳐흐름; 니가 지금 SIN에 대해 지독한 콩깍지가 쓰여 있어 지 해석과 아귀가 맞지 않으면 몽땅 개무시하는 거라 갈군다면 사실 할 말 없긴 한데, 아 그래도 안 맞는 건 안 맞는 거지 난들 어쩌라고? 이 터무니없는 부조화는 아마 스태프들부터가 SIN의 최대의 가능성은 앵스트 냄새가 풀풀 나는 서브텍스트, 즉 카가-하야토 관계의 처참한 붕괴라는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던 데서 기인하는 게 아닐까 싶다. 물론 모로사와라고 알았을 리가 없다는 데 페레르 로쉐 한 통도 걸겠음.
SIN의 초초초초난감하고 은근히 비극적이고 그야말로 원죄;스러운 전개는 기실 거의 무의식과 본능의 수준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러니까 오피셜 주제에 저리 삑사리가 나지. -_-;;;; (하여간 저 여자는 무의식 레벨에서는 제법 대단한 짓 하고 의식 표면에선 자기도 뭘 해냈는지 몰라 엉뚱한 방향으로 폭주하는 건 여기서도 마찬가지구먼;)

하지만 별 수 없이 동인녀인지라 옛날 얘기가 나올 것 같으니 슬쩍 피해주려는 하야토를 굳이 불러세워 에 앉혀놓고 잘 들으란 듯이 뭐시기라던가 하는 남자(과거의 남자는 아님;)와 에이지 얘길 주절주절주절주절 잘도 떠들어대는 카가 씨라던가 한 열 발짝쯤 떨어진 곳에서 그 광경을 끼, 낄 수가 없다;;; 고 진땀 삐질삐질 흘리며 지켜보는 교코 씨와 아스카라던가 오죽 온~세상에 우린 특별한 사이라고 광고하고 댕겼으면 누가 봐도 끈적질척끈적끈적한 사이인 게 확실한 모양이신 카가-하야토에 좀 불타지 않았다면 거짓말 맞음. 난 욕망에 정직하거든; 다만 내가 머리 처박은 방향성이 아닐 뿐이지.
덤으로 카가 씨의 과거 이야기도 꽤 흥미는 있었으므로 (재미가 아니다) 옛날 폭주족(...) 시절의 피가 끓어 도심 한복판에서 후배놈들 상대로 마구 폭주하는 카가 씨와 옆에서 초냉정하게 폭력 사태 일으키시면 저 인연 끊을 거예요 라며 위협하면서 정작 말리지는 않는(...) 하야토는 나름대로 즐거울 것 같기도 함. 네타로나 잘 써먹어야지.


덤 1. 사실 본편과 외전이 살짝 아귀가 안 맞는 건 이미 SAGA 때부터 그랬다. SAGA는 컨셉이 아주 대놓고 개그;;라 별 티가 안 났을 뿐이었고;;;

덤 2. 최근에 미친듯이 갈겨쓰다 갑자기 깨달은 건데, 내가 쓰는 하야토는 왕자님을 위시한 다른 캐릭터들 앞에선 나름대로 귀엽게 굴고 나이도 한 세 살쯤 퇴행한다. 그리고 정작 카가 씨 앞에선 180도 바뀐다 -_-;;;; 맹한 거야 여전하지만 이상한 데서 묘하게 냉정하고 심지어 썰렁썰렁;하기까지 함. 필시 이쪽이 한 백만 배쯤 본성에 가깝다. 왠지 요즘 점점 큐-_-;트계가 되시는 카가 씨를 보자면 난 역시 귀여운 受보다는 귀여운 攻이 한참 더 취향인 모양임.

덤 3. 2003년에 나온 사이버 포뮬러 대전의 표지에 새삼 다시 한 번 경악. 하다못해 올 캐러로 할 순 없었냐!!?
(정말이지 저놈의 띠질에 내가 지레 못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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