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이런 걸로 머리를 썩이느라 블로그에도 안 오고 있었음. (한편으로 다테 마사무네에게 무네큥했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그렇게 바보 같이 귀여울 줄 몰랐단 말야!) 요즘 삼국지 SS가 쓰고 싶어서 손이 근질근질한 나머지 정리 좀 해봤다. 캬악 무모.
하여간, 늘 그렇듯 너무 길어서 가린다.
■ 손책/백부(孫策/伯符) (토역장군討逆将軍)
일명 강동(江東)의 소패왕(小覇王)으로 유명한 손오의 2대 군주. 20세에 거병하여 단 6년 만에 강동을 전부 깔고 앉아버린 군략의 천재이자 질풍노도의 패자. 특히 부친이 사망한 이후 기반을 완전히 잃고 제로그라운드의 밑바닥에서 혼자 힘으로 악착같이 기어올라왔다는 게 S의 모에 포인트를 미친듯이 자극함. 거병도 제패도 남들의 배로 빠르더니 향년 26세의 새파란 나이로 요절, 이후 손오는 마치 그의 마가 낀 것처럼 고위층들이 아직 창창한 나이에 줄줄이 죽어나가기 시작한다;
어머니가 달이 품에 들어오는 태몽을 꾸었다더니 짙은 청회색을 띤 눈동자에 거창한 진짜 은발(!)의, 마치 밤하늘의 달을 연상시키는 색채의 청년이다. 손질이 귀찮아 자라는 대로 내팽개쳤다 바닥에 질질 끌리기 일보 직전에 썩둑 잘라내는 짓을 반복하고 있어 머리카락의 길이는 어깨에 겨우 닿는 정도에서 무릎까지 오는 치렁치렁 타래까지 천차만별. 무심코 백발이라 칭하면 당장에 주먹부터 날아오므로 주의를 요함.
정사(正史)에서 인정받은 미인으로, 그를 처음 본 자들은 먼저 소패왕이라는 역발산의 별명에 걸맞지 않는 하늘하늘 여리여리한 미모에 기겁하고 최대 15분 이내로 그 끝장나게 강렬한 성격에 질려 얼굴을 까먹고 최대 30분 내로 카리스마 빔에 당해 성격을 망각하고 추종자가 된다고 한다. 키는 172~3cm 정도로 (본인은 원술 막하 당시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 키가 못 자란 것이라 주장한다) 비교적 작은 편이고 체격도 마른 축에 속하지만 완력과 신체능력은 진성 패왕 항우급. 한 손으로 건장한 남자의 목을 비틀고 뇌천 내려찍기로 식인 호랑이를 단방에 때려눕히고 가파른 절벽 위를 펄펄 날아다니며 적을 걷어차 날려버리는 그야말로 일기당천. 전쟁터에서 피가 절절 끓기로는 죽은 부친 손견과 한판에 박았으므로 총대장 주제에 전선에서 아싸 좋다고 미치광이처럼 날뛰는 광경을 종종 볼 수 있다.
아마도 비본 삼국지(秘本三国志)와 진삼 때문에 세간에선 열혈 체육계 바보로 낙인찍혔지만 실은 열혈 바보도 아니거니와 저얼대 알기 쉬운 성격도 아님. 소년처럼 명랑하고 천진난만하고 낙천적인가 하면 느닷없이 음울해지고, 사람을 좋아하고 어울리기를 좋아한다 싶으면 갑자기 고독벽이 불끈 일어나 흔적도 없이 자취를 감추고, 파괴적인 천연 보케인가 하면 터무니없이 예리하고, 기발한가 하면 신중하고, 상냥하고 서글서글한가 싶으면 잔인하고 제멋대로고, 피에 굶주린 광견(조조 님 공인)처럼 날뛰는가 싶으면 보기보다 한 백만 배쯤 음흉한 두뇌파이기도 해서, 그 점에선 조조 님 계열 간웅의 냄새가 풀풀 풍긴다. 태양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벽력이자 일진광풍. 좀 더 오래 살아서 능구렁이 같은 유연성이 붙었으면 대체 어떤 거물이 되었을지 참으로 아까운 일이다.
집적거린 남자의 수는 세 자리 이상, 넘어온 남자의 수도 그에 맞먹는 내추럴 본 남자 킬러. 현재의 가신들은 90퍼센트가 그의 카리스마 빔의 희생자. 웃으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사랑한다는 말을 입에 담을 수 있는 볼 거 없이 나쁜 남자 겸 초일류의 코케트. 너무 멀리 나가서 법적으로 인간도 아닌 것들, 이를테면 말이나 개나 토끼나 사슴을 헌팅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심지어는 물가에서 개구리를 헌팅하고 있는(....) 소패왕을 목격했다는 여몽의 귀띔도 있음. (전부 넘어오니까 문제다;) 방사는 남녀를 안 가리고 입맛만 맞으면 장땡. 침대 위에서의 박애를 군주의 의무로 착각하고 있으므로 가신들 중 절반과 일을 쳤다고 한다. 최근의 수청 단골은 2년에 걸쳐 꼬드긴 끝에 '나는 마치 사랑에 빠진 소녀 같았다' 라는 필살 헌팅 문구로 함락시킨 태사자 자의.
밑으로 동생만 일곱이 있는 완벽 장남 체질. 실은 지독한 파더콤에 브라콤.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건 피를 나눈 가족,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아버지와 동생 손권이다. 부친이 돌아가신 지금은 손권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애지중지 귀애하고 있음. 반대로 정작 자기 자신에게는 지나치리만큼 무심한 구석이 있어 전장에서 부상을 입는지 마는지 등뒤에서 자객이 덤벼드는지 마는지 내 알 바 아니라는 식이라 가신들만 심장이 덜렁거림. 워낙 편력이 화려해 이미 딸이 셋이지만 별로 피를 남겨야 한다는 의무감도 없어 보인다. 주유는 태어날 때부터 자기 걸로 정해져 있었으므로 그닥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여긴다(...).
만나는 관상가에 점술가들마다 입을 모아 '파멸형의 요절상'이라 떠들어대는 통에 본디부터 미신에 의존하기를 유쾌히 여기지 않는 사고방식이 더해 이제는 근 종교 혐오증이 되어 있다.
※ 말할 필요도 없는 손오 내 S의 최애 캐릭터. 어느 정도 S의 취향과 기타 창작물이 섞여 있지만 설정 자체는 거의 정사 베이스. 아니 진짜로. (대다수의 문헌에서 체격이 작고 마른 편이었다고 나와 있대나 어쨌대나. 그래서 진삼에서도 순수 무장들의 평균 신장이 189[...]인 가운데 혼자 180을 못 넘었던 것[176cm;]이라는 설이 있다... 쿨럭!!) 쉽게 설명해서 에노키즈 레이지로 계열.
은발이란 설정은 삼국지대전 SR(일러스트레이터 시시자루)의 영향. 중국인에게 있을 수 없는 조합인 줄이야 나도 알지만 손견 파파가 금발이었다는 설이 있다기에 예라이 아무렴 어떠냐 싶어졌음.
■ 주유/공근(周瑜/公瑾)
미주랑(美周郞)이란 애칭이 심히 잘 어울리는 등 중간까지 오는 긴 흑발에 새까만 눈동자의 단아한 미인으로, 그밖에도 훌륭한 풍채와 빵빵한 집안과 재력과 뛰어난 두뇌와 운동신경과 지성과 음악적 군사적 재능과 착하고 아름다운 아내까지 모든 걸 다 갖춘, 가히 존재 자체가 세상의 소시민들에게 싸움을 거는 듯한 청년. 그러나 역시 하늘은 공평하여 어린 시절 남자 하나 잘못 만난 죄로 남은 인생을 완전히 물 말아 비벼먹었다(...).
12살 때 처음 만나고 불과 5분 만에 손책에게 미친듯이 휘둘리기 시작하여 종래에는 단금지교라는 핑계 좋은 표현 하에 손책에게 순정을 포함해서 모든 것을 들어바치고야 만 카리스마 빔의 희생자 제 1호이고 타고난 청승생과부(오타 아님). 그 팔자가 어찌나 DNA에 콱 박혀 있었던지 마침내는 훗날 딸내미에게까지 유전되고 말았다. 앞으로 약 1800년 동안 손책에게 줄창 뜯어먹힐 운명이라는 설이 있음. 정작 본인은 그것을 숙명이자 의무이자 인생 최대의 축복이자 보람(...)으로 생각하고 있으니 진짜로 구원이 전무. 손책이 손가락만 한 번 까닥하면 만사 제쳐놓고 쏜살같이 달려가는 시점에서 이미 글러먹었음.
하여간 손책의 소꿉친구 겸 친우 겸 의형제 겸 동서 겸 가신 겸 참모 겸 오른팔 겸 보호자 겸 조강지처. 그들의 관계는 너무나도 복잡하고 오묘하여 차마 한 마디로 다 표현할 수 없다. 굳이 찾자면 '혼의 반신'과 같은 존재. 그런 것치고는 손책의 애정 표현을 빙자한 파상공세의 지독한 이지메에 허구헌날 시달리고 있음. 걸핏하면 감시를 돌파해 교묘하게 탈출해 버리는 주군을 찾으러 헤매는 것도 그의 임무다. 치명적 천연 바이러스 보균자인 주군을 중심으로 파멸적인 천연병이 만연하는 손오 유일의 상식인이자 쯧코미 역이므로 언제나 두통과 위염이 끊이지 않음. 수명 게이지가 하루가 다르게 줄어드는 소리가 들리므로 그가 서른 여섯에 요절한 건 필시 스트레스성 위암이었을 거라 대놓고 주장할 수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내가 왜 여기서 위통을 앓고 있는가 하는 회의에 시달리지만 백부 앞에서는 그 모든 회의가 허공 너머로 날아가 버린다. 그의 진정한 비극은 손책이 에노키즈라면 그는 쿄고쿠도였어야 했는데 본질이 잔소리쟁이 마스터 오비완이었다는 것(....).
어찌 됐건 워낙 사이좋고 땀나게 뜨거운 나머지 단금(断金)이 아니라 단수(断袖)의 사이라는 소문이 자자하지만 실은 15살 때 딱 한 번, 레슬링의 연장선상에서 얼결에 올라타 버린(....) 것이 심각한 트라우마가 되어 종래엔 아무 짓도 못하게 되고 말았다. 대놓고 먹어달라고 들덤벼도 안 됨. 더구나 친우가 원술 막하에 있는 동안 대체 무슨 꼴을 당했는지 알게 된 후로는 가장 힘들 때 옆에 있어주지 못했다는 죄책감까지 겹쳐 현재는 초절 과보호와 과도한 집착의 화신으로 변해 있음. 최소한의 접촉과 말만으로도 통하기 때문에 그만큼 손책의 내부에 도사리고 있는 음울한 암흑이 그대로 보여버리는 정말이지 골치아프고 미묘한 사이.
정보와는 최악으로 사이가 나쁨. 키는 손책보다 약간 크며, 실상 성격도 온화하고 조용한 척만 하면서 친우보다 백만 배쯤 열혈에 격정가. 그의 앞에서 '여자 얼굴'이라는 말은 절대 엄금. 주먹이 아니라 칼이 날아온다.
※ 역시 말할 필요도 없는 S의 손오 최애 캐릭터 No. 2. 주종과 친우와 근친이라는 동인녀의 모에 삼종신기를 한 방에 클리어하는 손책과의 관계는 그저 모에모에임. 그리고 나는 단호하게 유책파. 자고로 주종물이라면 신하 공과 여왕 수가 기본이요 사내 자식 예쁘장한 것과 청순가련은 아무 상관도 읎따 -_-;;;
(그리고 사실 정말 여자 얼굴이었는지도 의심스러움; 그쪽이 네타로선 재미있으니까 상관없지만)
■ 손권/중모(孫堅/仲謀)
형님이 타고난 천재라면 이쪽은 건실한 대기만성형인 손오의 3대 군주. 붉은 머리에 새파란 눈이라는, 마치 창공의 태양(알다시피 손권의 태몽은 태양이었다)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외모의 소유자라는 것은 이미 정사에서 입증 완료. 중국인 맞수?
손책이 눈에 넣고 부벼도 안 아파할 만큼 귀애하고 예뻐하고 따뜻한 애정을 온 몸으로 표현하는 유일한 존재로, 아니다를까 이쪽도 수퍼와 초절과 폭렬과 만성이 머리께에 쩔꺽 붙는 브라콤. 어릴 때부터 7살 위의 형에게 딱 붙어서 자란 데다 도중 부친이 비명에 간 후로는 손책이 아버지 노릇까지 도맡아 한 관계로 브라콤에 파더콤이 겹쳤다. 언제나 형님의 도움이 되려고 열심히 학문을 닦고 있으며, 존경하고 경애하고 사랑하는 형님이 하는 일이라면 아무리 깨는 일이라도 옳다고 굳게 믿고 있다. 진심으로. 이 집안, 장남이 악랄천연이라면 차남은 악성천연. 아무런 악의도 사심도 없이 뱉는 무수한 천연 대사에 죄없는 주유의 위궤양만 더해가는 나날. 물론 자각 같은 건 전혀 없다.
독서를 좋아하고 무예에는 그다지 소질이 없는 따뜻한 성품이나, 일단 억병으로 취했다 하면 웬만한 무장은 손도 못 대는 인간 호랑이로 일대변신.
※ 기타카타 삼국지에서 따땃-하게 피로되는 손책 & 손권의 형제애에 코피 뿜었던 S. 창천에서도 절라 귀여웠다 >_< 손책이 타계했을 때 손권이 미친듯이 울부짖으며 시신에서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는 말을 들으면 코끝이 시큰해짐. 정사에 그리 기록됐을 정도니 실제로는 오죽했을까.
■ 故 손견/문대(孫堅/文台) (파로장군破虜将軍)
손백부와 손중모를 세상에 내놓은 것만으로도 이미 차고 넘치게 공헌한 손오의 1대 군주. 마치 사자의 갈기 같은 화려한 금발이 한눈에 뜨이는, '강동의 호랑이'란 별명으로 유명한 용장. 대체 어떻게 돼먹은 집안이냐 손일문.
말이 좋아 1대 군주지 사실 그의 세대는 야쿠자 집단이라고 보는 게 더 적합할 지경으로, 무모하고 저돌맹진형이고 깡패 기질에 총대장이 전선에서 날뛰기 좋아하는 건 장남 손책에 한 판이라 얼굴이 별로 안 닮았을지언정 그 누구도 그들이 부자임을 의심하지 않았다고 한다. 살아 생전 자신을 그대로 빼닮은 장남을 몹시 귀애하여, 욕지거리와 주먹질(...)로 정을 공고히 다지는 손견・손책 부자가 자주 목격되었다는 이야기. 전선에서 돌진하다 서른 일곱의 한창 나이에 화살비를 맞고 비명에 가는 걸로 스타트를 끊음으로써, 이후 손오에 단명 천국의 그림자를 드리운 장본인.
※ 손견・손책 부자의 기본 스테이터스는 "지랄맞은 애새끼!" "빌어먹을 늙다리!" (퍽퍽쿵쾅퍼버버벅푸악콰당퍽쿵쾅퍽)
■ 태사자/자의(太史慈/子義)
소패왕의 남자들 No. 1. 뒤늦게 나타나 폭주기관차처럼 돌진하여 랭킹을 일거에 뒤흔들어 놓은 다크호스. 심지어 때로는 주유의 위치마저 위협하기도 한다. 동래(東萊) 출신의 이름을 사해에 떨치는 무장으로, 활의 명수이기도 함. 크고 탄탄한 체격에 남성미와 성인 남성의 색기와 여유가 철철 넘쳐흐르는 타입이다. 그에 걸맞게 목소리 역시 허리를 직격하는 바리톤.
신정(神亭)에서의 그 유명한 일기토 이후 손책과는 여러 가지로 있었던 듯. 여러 가지로. 익명을 요구한 일부의 증언에 의하면 양쪽 모두 거의 눈맞은 수준이었다고 한다. 2년간 용케도 열렬한 구애(...)를 요리조리 받아넘기며 소패왕을 안달나게 하고 손책 진영을 울화로 부글부글 끓게 했으나 내추럴 본 남자 킬러 앞에 장사 없다고 결국엔 넘어오고 말았음.
연의가 뭐라 하건 실제로는 그닥 충의의 사나이라고는 할 수 없다. 오히려 야심도 뱃심도 흑심도 두둑하게 쌓고 있어 언제든 기회만 있으면 뒤엎을 생각 만땅이었으나 어찌 된 일인지 소패왕 앞에선 그 모든 것이 흐늘흐늘 녹아내려 댄디하고 부드럽고 온화하고 주군에게 충성을 다하는 남자로 변모해 버린다. 태사자가 드디어 임자 만났다는 수군거림이 나돌지만 그저 반한 것이 죄. 현재 주군의 수청 횟수로는 손책 진영 내에서 톱을 달리고 있음.
※ 연의에서는 211년 합비전에서 장료와 싸우다 죽은 걸로 되어 있지만, 실제의 그는 적벽 대전보다 2년 전인 206년에 향년 41세로 조용히 병사했다. 마치 손책의 뒤를 따라간 것처럼. 오서견문의 마스터 - 틀림없는 스트레이트 남성; - 가 툴툴댔던 대로, 그가 평생에 패배한 것도 충성을 맹세한 것도 손책에게뿐이다.
그나저나 손책 진영의 투톱이었던 주유와 태사자가 모두 손책과 몇 년 간격으로 요절했다는 게... 거 참...;;;
■ 여범/자형(呂範/子衡)
소패왕의 남자들 No. 2. 손견이 죽고 손책이 강동을 유랑하던 시절 얻은 첫 번째 신하. 정사가 공인한 당당한 풍채로 부자 마누라를 꿰차 누구에게도 사관하지 않고 널널하게 한량으로 살고 있던 중, 문답 몇 번만에 아직 스물도 안 된 청년에게 홀랑 넘어가 식객 100명까지 이끌고 복속한 인생 일발 역전의 남자. 이상 맹세컨대 정사에서 한치의 왜곡도 없음. 이후 손책이 평생에 가장 고생했던 시기인 193~194년, 특히 성격이 칙칙한 방향으로 휘떡 구부러질 정도로 볼 꼴 못 볼 꼴 다 당한 원술 막하 시절에 옆을 든든히 지켜준 일명 쌍벽 형님즈의 하나. 손책의 가족을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키려다 도겸에게 딱 걸려 고문을 당한 전력이 있다. 그때의 상처가 눈 위에 선명하게 남아 있지만 본인은 충의의 증거라며 마음을 쓰지 않는다.
고락을 함께 한 사이의 특권으로 잔소리질은 어떤 의미 주유보다 더 지독하고 인정사정이 없지만 또 그만큼 마음을 다해 주군을 경애하고 있음. 평소의 온유하고 느긋한 태도 뒤에 팍팍한 성격과 꽤나 위험한 격정을 숨긴 남자이므로 함부로 건드리지 않는 게 신상에 이롭다. 군사면 군사 정치면 정치 뭘 시켜도 척척척 잘해내는 손책 진영의 도라에몽. 역시 주군의 수청 단골이다.
※ 모처의 막대한 영향이 엿보임; 실은 은근히 여범손책을 좋아한다. 넘어온 경위부터가 모에의 도가니가 아닌가 젠장. (저게 정사라니;) 연의에서는 원술 막하였다가 손책에게 넘어온 걸로 되어 있지만 누군가가 이 갈면서 투덜거린 대로 여범은 평생에 오로지 손책을 비롯한 손일문에만 충의를 다했음. 아아 남자 킬러의 본령.
■ 손하/백해(孫河/伯海)
소패왕의 남자들 No. 3. 손견의 족자(族子)에 해당하는 먼 친척으로, 손견군 시절부터 종군했다. 손책과는 어렸을 때부터 내롱네롱 내니네니 친분을 쌓아온 형과 동생 같은 관계. 손견이 비명에 가고 손일문이 거의 해체 위기까지 몰렸던 무렵에도 흔들림없이 손책을 따랐고 여범과 더불어 손책의 옆자리를 지켜준 쌍벽 형님즈 제 2탄. 유씨(愈氏) 가문에 양자로 들어갔기 때문에 한때는 유하(愈河)로 알려졌지만 손책의 총.애.를 받아 강동 평정 후에 다시 손씨 성을 하사받았다. 맹세하지만 이건 내 표현 아님.
시원스럽고 서글서글하고 활달하며 거리낌없고 호탕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볼 거 없는 형님(兄貴) 타입의 청년. 손견 사망 직후에 어쩌다 딱 한 번 일을 치긴 했지만 그 이후로는 좋은 형아 겸 상담자 포지션을 철저히 유지하고 있다. "자아 백부, 언제든 사양 말고 이 형아의 품에 뛰어들려무나!" 가 입버릇.
※ 모처의 막대한 영향이 (후략)
■ 우번/중상(虞翻/仲翔)
소패왕의 남자들 No. 4. 회계군 출신으로, 본디 왕랑의 휘하였지만 손책의 침공 당시 항복을 권유한 것만 봐도 이미 소패왕에게 상당히 경도되어 있던 상태여서, 이후 능력을 높이 산포켓몬 마스터 인재 컬렉터 손책의 작업에 앞뒤 볼 거 없이 홀라당 넘어감. 초 유능한 문관이자 정치가이자 일류의 학자로, 머리가 너무 좋다 보니 세상의 90퍼센트를 바보 취급하며 그 바보들을 모욕하고 은근히 뒤로 이지메하는 데 음습한 즐거움을 느끼고 있는 초 삐딱한 인간. 그런 남자가 손책 앞에만 서면 갑자기 준수한 순정 총각이 되어 버린다. 일명 당신밖에 안 보여요 날 알아주는 건 당신뿐 증상을 전신으로 앓고 있음. 역시 뒤늦게 들어온 것치고는 수청 횟수에서 상위권을 항시 유지 중.
※ 모처의 막대한 (후략)
■ 여몽/자명(呂蒙/子明)
소패왕의 남자들 No. 5. 일단은. 우발적인 살인을 저지르고 군규에 따라 사형에 처해지게 된 것을, 딱한 사연을 전해들은 손책이 흥미를 느끼고 구제해서 주워간 케이스. 이후 손책의 시종 겸 호위역으로서 옆에 항시 딱 붙어 있는 참으로 좋은 포지션을 점유하고 있음. 자기 같은 별볼일 없는 어린애에게 구제의 손길을 뻗어준 주군에게 반 맹목적으로 동경과 존경과 경애를 바치며, 언젠가 주군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일념 하에 매일매일 단련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다소 둔하고 어벙하고 천연병이 난무하는 손오에서도 손꼽히는 파괴적 천연이지만 근본이 착하고 순수한 노력파라서 모두가 귀여워한다. 그 귀여워한다는 방식이 이지메라는 게 문제지만.
※ 비오는 날 새끼고양이 주워가는 감각으로 사람 하나 구제하는 소패왕. 과연.
■ 정보/덕모(程普/徳謀)
과거 손견군 사천왕 중의 하나인 손책 진영의 최고참. 한 마디로 손가 매니아. 선군 손견을 너무나도 경애한 나머지 기질이 부친을 그대로 빼닮은 손책을 보며 파로장군께서 돌아오신 것 같다며 눈물 짓는 나날. 작은주인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나이 찬 딸을 둔 아버지의 마음으로 과보호하는 한편 근처를 졸랑대는 남자들을 험악하게 견제하고 있다. 특히 세상이 공인하는 손책의 마누라(...)인 주유와는 견원지간이 부럽잖은 최악의 사이. 그래서 손책 진영에서 은근히 나도는 별명이 '시어머니'.
뒷구멍으로 백부 님 경애 동맹을 결성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다. 가신의 70퍼센트가 회원이라는 소문도 있음.
※ 모처의 (후략) 훗날 적벽대전에서 주유의 기량을 드.디.어. 인정하고(늦엇!!) '주공근은 최고급 술과 같은 남자' 라는 유명한 명언을 남겼는데, 이게 아들 겸 남편이 비명에 간 후 담 쌓고 살던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느지막한 화해로 보이는 건 내 머리가 썩은 탓만은 아니리라. 와하하하하.
■ 장소/자포(張昭/子布) & 장굉/자강(張紘/子綱)
일명 강동의 이장(二張)으로 알려진 정치의 스페셜리스트 2인조. 어지러운 중원을 피해 강동으로 피신한 후 유력자들의 요청을 전부 거부하고 조용히 은둔하고 있었으나 아직 기반도 제대로 잡히지 않은 새파란 청년인 손책의 헌팅(..)에 넘어간 것은 너무나 유명한 이야기. (하여간 그놈의 카리스마 빔;)
장굉은 여범과 마찬가지로 손책이 강동을 떠돌던 시절(!)에 얼굴이나 좀 보자고 강도(江都)를 방문했다가 진지한 태도 하나로 겟토해 버린 인재로, 이후 손책의 가족을 보호하고 동생들의 교육계 역할을 맡는 등 거의 사제에 가까운 관계를 맺게 된다. 손책에게 대놓고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던가. 손책 사후에도 조조 님의 스카웃을 걷어차고 돌아와 손권에게 복속한다. 장소는 장굉보다 손책의 휘하에 들어오는 건 늦었지만 역시 사제의 예우를 다했다고 함. 형님의 시신에 매달려 떨어질 줄 모르는 손권을 강제로 일으켜 세워 병사들 앞에 내보낸 장본인으로, 이후로도 손오에 충성하여 평생토록, 말 그대로 평.생.토.록. 손권과 입씨름으로 날밤을 새웠다고 한다. 손권의 속을 북북 긁어대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지만 어쩐지 손책에게는 한 번도 고언을 한 적이 없다는 데서 어쩐지 일찍 요절한 주군에 대한 애정이 항간 엿보인다고 생각하는 건 내가 형님 팬이라서?
여기서는 혈기왕성한 젊은 주군을 때로는 신랄하게 때로는 엄격하게, 그러나 따뜻하게 지켜보는 잔소리 많은 할아버지 2인조. (그렇게 안 늙었어!!)
※ 손책의 카리스마 빔에 대해선 더 이상 할 말도 없다;;
■ 교정연(喬靖姸, 대교大喬)
손책의 정처이자 꽃도 부끄러워 얼굴을 감춘다는 이교(二喬)로 명성 높은 강동 제일의 미녀 중 언니. 강동은 세트를 좋아하나 보다. 손책보다 여섯 살 아래. 미모뿐만 아니라 재기 넘치고 시서화에 뛰어나기로도 유명하나 그 시대에는 노처녀 취급 당하는 스물이 다 되도록 시집을 안 갔던 이유는 단 하나, 절벽의 꽃이라 아무도 손을 못 뻗었다고 했으면 좋겠지만 실은 본디부터 빈말로도 성격이 좋다고는 할 수 없던 그녀가 그 재능을 갖고도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집안에 처박혀 살아야 하는 부당한 시대에 울화통이 뻗쳐 남자혐오증이 되는 통에 구혼자란 구혼자는 전부 웬만한 남자는 재기가 불가능할 정도의 독설로 꾸악꾸악 밟아주었기 때문이다.
이미 짐작하셨겠지만 손책과는 처음으로 대면한 순간 뱃속 깊은 곳에서 살의가 부글부글 치밀어오른 사이. 완성 함락 당시 포로로 잡혀온 앉으면 모란 서면 작약 걸으면 백합과 같은 미소녀가 당장에 팔 걷어붙이고 주군과 렛츠 독설욕설 끝말잇기를 개시한 것은 손오의 가신들에게 평생 지울 수 없는 크나큰 트라우마를 남겼다. 서로 낯짝만 봐도 속이 뒤집힌다며 으르렁컹컹대던 두 사람이었으나 도저히 보통의 여자가 감당하기 불가능한 장남에게 누구를 짝지어줘야 하나 끙끙대던 오부인과 골칫덩이인 딸내미를 어디로 치워버려야 하나 막막하기만 하던 교공과 주군에게 어울리는 정처를 찾아드려야겠는데 정작 "내 마누라는 너잖아" 따위의 태평한 발언으로 요리조리 잘도 피하는 의형(실은 귀찮을 뿐) 때문에 편두통이 일고 있던 주유의 합작 플레이로 인해 반 강제로 혼인당함. 아멘.
손책과는 지독하게 사이가 나쁘고 상성이 너무나 최악이라 오히려 금슬이 좋게도 보이는 매직. 실제로도 거의 가신들에게 떠메이다시피 하여 신방에 처넣어진 이후 손책의 여성편력은 뚝 끊겼다고 한다. 싸우는 부부 실은 속궁합이 좋더라는 원리가 아니라 - 싸우기에 바빠 무려 6개월간 아무 일도 없었음; - 정연과의 입씨름에 중독된 나머지 딴 여자와는 스파이시가 없어서 못 놀겠다나.
"어서 와요. 아직도 밤길에 등짝을 푹 찔려서 저세상으로 가지 않았다니 정말 유감이야."
"다녀왔어. 기왕 내가 없는 사이에 실수로 탁자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승천했으면 더 좋았지."
이것이 신혼부부의 대화.
※ 아마도 모든 삼국지 창작물을 통틀어 사이가 제일로 험악할 손책-대교 부부(爆). 당연히 사이가 나빴다는 말은 어디에도 없다. 그냥 이런 남녀 관계를 절라 좋아하는 S의 취향임. (으하하하하;) 이름은 구운몽을 참조해서 적당히 지었다.
■ 교영채(喬玲彩, 소교小喬)
주유의 정처이자 이교라는 별칭으로 유명한 강동 제일의 미녀 한 쌍 중 동생으로, 정연과는 한 살 터울. 짐작하다시피 언니 때문에 혼삿길 완전히 막혔던 케이스지만 원망하기는커녕 언니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존경하고 이해하는, 모든 여동생 매니아가 눈에 불을 켜고 모에할 선량한 동생. 덕분에 정연도 영채만은 장중보옥처럼 귀여워하고 있음.
죽으면 죽었지 이 자식이랑은 혼인 못한다고 발악하는 손책과 정연을 달래다가 어찌저찌 부부가 되어 버린 주유와는 그럭저럭 나름대로 잘해가고 있는 중. 정신나간 의형과 성질 더러운 언니 때문에 고생문 훤한 사람끼리 마음이 떨꺽 맞아버렸다는 이야기도 있다. 주유를 남편이라기보다는 동지 겸 오라버니처럼 존경하고 있고 언니의 혼사를 마음 깊이 기뻐하고 있으므로, 주유가 초목도 잠든 한밤중에 손책의 호출 한 통에 신혼의 아내를 내팽개치고 시속 500킬로미터로 달려가도 전혀 신경 쓰지 않음(...). 실은 상당히 심각하게 천연이다.
자연히 잘도 내 동생을 가로채가서 금이야 옥이야 떠받들어주지는 못할망정 내 남편이란 작자와 놀아나다니 뭐하자는 짓이냐 펄펄 뛰는 언니에게 부군이 음습하게 이지메당하고 있지만 조금도 눈치채지 못한다. 천연이니까.
※ 역시 이름은 창작. 일설에 따르면 주유와 소교의 부부 관계는 무지하게 냉랭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주유가 밖에서 여자를 만든 것 같지도 않으니 (소교와의 사이에서 낳은 2남 1녀가 전부인 듯) 역시 과부 팔자였던 게라... (끌끌끌)
그 외, 황개/공복(黄蓋/公覆), 한당/의공(韓当/義公), 주치/군리(朱治/君理), 주태/유평(周泰/幼平), 진무/자열(陳武/子烈), 장흠/공혁(蒋欽/公奕), 동습/원대(董襲/元代), 하제/공묘(賀斉/公苗), 노숙/자경(魯粛/子敬) 등등등등등 소패왕의 남자들 목록은 끊이질 않...쿨럭쿨럭쿨럭.
■ 손책/백부(孫策/伯符) (토역장군討逆将軍)
일명 강동(江東)의 소패왕(小覇王)으로 유명한 손오의 2대 군주. 20세에 거병하여 단 6년 만에 강동을 전부 깔고 앉아버린 군략의 천재이자 질풍노도의 패자. 특히 부친이 사망한 이후 기반을 완전히 잃고 제로그라운드의 밑바닥에서 혼자 힘으로 악착같이 기어올라왔다는 게 S의 모에 포인트를 미친듯이 자극함. 거병도 제패도 남들의 배로 빠르더니 향년 26세의 새파란 나이로 요절, 이후 손오는 마치 그의 마가 낀 것처럼 고위층들이 아직 창창한 나이에 줄줄이 죽어나가기 시작한다;
어머니가 달이 품에 들어오는 태몽을 꾸었다더니 짙은 청회색을 띤 눈동자에 거창한 진짜 은발(!)의, 마치 밤하늘의 달을 연상시키는 색채의 청년이다. 손질이 귀찮아 자라는 대로 내팽개쳤다 바닥에 질질 끌리기 일보 직전에 썩둑 잘라내는 짓을 반복하고 있어 머리카락의 길이는 어깨에 겨우 닿는 정도에서 무릎까지 오는 치렁치렁 타래까지 천차만별. 무심코 백발이라 칭하면 당장에 주먹부터 날아오므로 주의를 요함.
정사(正史)에서 인정받은 미인으로, 그를 처음 본 자들은 먼저 소패왕이라는 역발산의 별명에 걸맞지 않는 하늘하늘 여리여리한 미모에 기겁하고 최대 15분 이내로 그 끝장나게 강렬한 성격에 질려 얼굴을 까먹고 최대 30분 내로 카리스마 빔에 당해 성격을 망각하고 추종자가 된다고 한다. 키는 172~3cm 정도로 (본인은 원술 막하 당시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 키가 못 자란 것이라 주장한다) 비교적 작은 편이고 체격도 마른 축에 속하지만 완력과 신체능력은 진성 패왕 항우급. 한 손으로 건장한 남자의 목을 비틀고 뇌천 내려찍기로 식인 호랑이를 단방에 때려눕히고 가파른 절벽 위를 펄펄 날아다니며 적을 걷어차 날려버리는 그야말로 일기당천. 전쟁터에서 피가 절절 끓기로는 죽은 부친 손견과 한판에 박았으므로 총대장 주제에 전선에서 아싸 좋다고 미치광이처럼 날뛰는 광경을 종종 볼 수 있다.
아마도 비본 삼국지(秘本三国志)와 진삼 때문에 세간에선 열혈 체육계 바보로 낙인찍혔지만 실은 열혈 바보도 아니거니와 저얼대 알기 쉬운 성격도 아님. 소년처럼 명랑하고 천진난만하고 낙천적인가 하면 느닷없이 음울해지고, 사람을 좋아하고 어울리기를 좋아한다 싶으면 갑자기 고독벽이 불끈 일어나 흔적도 없이 자취를 감추고, 파괴적인 천연 보케인가 하면 터무니없이 예리하고, 기발한가 하면 신중하고, 상냥하고 서글서글한가 싶으면 잔인하고 제멋대로고, 피에 굶주린 광견(조조 님 공인)처럼 날뛰는가 싶으면 보기보다 한 백만 배쯤 음흉한 두뇌파이기도 해서, 그 점에선 조조 님 계열 간웅의 냄새가 풀풀 풍긴다. 태양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벽력이자 일진광풍. 좀 더 오래 살아서 능구렁이 같은 유연성이 붙었으면 대체 어떤 거물이 되었을지 참으로 아까운 일이다.
집적거린 남자의 수는 세 자리 이상, 넘어온 남자의 수도 그에 맞먹는 내추럴 본 남자 킬러. 현재의 가신들은 90퍼센트가 그의 카리스마 빔의 희생자. 웃으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사랑한다는 말을 입에 담을 수 있는 볼 거 없이 나쁜 남자 겸 초일류의 코케트. 너무 멀리 나가서 법적으로 인간도 아닌 것들, 이를테면 말이나 개나 토끼나 사슴을 헌팅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심지어는 물가에서 개구리를 헌팅하고 있는(....) 소패왕을 목격했다는 여몽의 귀띔도 있음. (전부 넘어오니까 문제다;) 방사는 남녀를 안 가리고 입맛만 맞으면 장땡. 침대 위에서의 박애를 군주의 의무로 착각하고 있으므로 가신들 중 절반과 일을 쳤다고 한다. 최근의 수청 단골은 2년에 걸쳐 꼬드긴 끝에 '나는 마치 사랑에 빠진 소녀 같았다' 라는 필살 헌팅 문구로 함락시킨 태사자 자의.
밑으로 동생만 일곱이 있는 완벽 장남 체질. 실은 지독한 파더콤에 브라콤.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건 피를 나눈 가족,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아버지와 동생 손권이다. 부친이 돌아가신 지금은 손권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애지중지 귀애하고 있음. 반대로 정작 자기 자신에게는 지나치리만큼 무심한 구석이 있어 전장에서 부상을 입는지 마는지 등뒤에서 자객이 덤벼드는지 마는지 내 알 바 아니라는 식이라 가신들만 심장이 덜렁거림. 워낙 편력이 화려해 이미 딸이 셋이지만 별로 피를 남겨야 한다는 의무감도 없어 보인다. 주유는 태어날 때부터 자기 걸로 정해져 있었으므로 그닥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여긴다(...).
만나는 관상가에 점술가들마다 입을 모아 '파멸형의 요절상'이라 떠들어대는 통에 본디부터 미신에 의존하기를 유쾌히 여기지 않는 사고방식이 더해 이제는 근 종교 혐오증이 되어 있다.
※ 말할 필요도 없는 손오 내 S의 최애 캐릭터. 어느 정도 S의 취향과 기타 창작물이 섞여 있지만 설정 자체는 거의 정사 베이스. 아니 진짜로. (대다수의 문헌에서 체격이 작고 마른 편이었다고 나와 있대나 어쨌대나. 그래서 진삼에서도 순수 무장들의 평균 신장이 189[...]인 가운데 혼자 180을 못 넘었던 것[176cm;]이라는 설이 있다... 쿨럭!!) 쉽게 설명해서 에노키즈 레이지로 계열.
은발이란 설정은 삼국지대전 SR(일러스트레이터 시시자루)의 영향. 중국인에게 있을 수 없는 조합인 줄이야 나도 알지만 손견 파파가 금발이었다는 설이 있다기에 예라이 아무렴 어떠냐 싶어졌음.
■ 주유/공근(周瑜/公瑾)
미주랑(美周郞)이란 애칭이 심히 잘 어울리는 등 중간까지 오는 긴 흑발에 새까만 눈동자의 단아한 미인으로, 그밖에도 훌륭한 풍채와 빵빵한 집안과 재력과 뛰어난 두뇌와 운동신경과 지성과 음악적 군사적 재능과 착하고 아름다운 아내까지 모든 걸 다 갖춘, 가히 존재 자체가 세상의 소시민들에게 싸움을 거는 듯한 청년. 그러나 역시 하늘은 공평하여 어린 시절 남자 하나 잘못 만난 죄로 남은 인생을 완전히 물 말아 비벼먹었다(...).
12살 때 처음 만나고 불과 5분 만에 손책에게 미친듯이 휘둘리기 시작하여 종래에는 단금지교라는 핑계 좋은 표현 하에 손책에게 순정을 포함해서 모든 것을 들어바치고야 만 카리스마 빔의 희생자 제 1호이고 타고난 청승생과부(오타 아님). 그 팔자가 어찌나 DNA에 콱 박혀 있었던지 마침내는 훗날 딸내미에게까지 유전되고 말았다. 앞으로 약 1800년 동안 손책에게 줄창 뜯어먹힐 운명이라는 설이 있음. 정작 본인은 그것을 숙명이자 의무이자 인생 최대의 축복이자 보람(...)으로 생각하고 있으니 진짜로 구원이 전무. 손책이 손가락만 한 번 까닥하면 만사 제쳐놓고 쏜살같이 달려가는 시점에서 이미 글러먹었음.
하여간 손책의 소꿉친구 겸 친우 겸 의형제 겸 동서 겸 가신 겸 참모 겸 오른팔 겸 보호자 겸 조강지처. 그들의 관계는 너무나도 복잡하고 오묘하여 차마 한 마디로 다 표현할 수 없다. 굳이 찾자면 '혼의 반신'과 같은 존재. 그런 것치고는 손책의 애정 표현을 빙자한 파상공세의 지독한 이지메에 허구헌날 시달리고 있음. 걸핏하면 감시를 돌파해 교묘하게 탈출해 버리는 주군을 찾으러 헤매는 것도 그의 임무다. 치명적 천연 바이러스 보균자인 주군을 중심으로 파멸적인 천연병이 만연하는 손오 유일의 상식인이자 쯧코미 역이므로 언제나 두통과 위염이 끊이지 않음. 수명 게이지가 하루가 다르게 줄어드는 소리가 들리므로 그가 서른 여섯에 요절한 건 필시 스트레스성 위암이었을 거라 대놓고 주장할 수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내가 왜 여기서 위통을 앓고 있는가 하는 회의에 시달리지만 백부 앞에서는 그 모든 회의가 허공 너머로 날아가 버린다. 그의 진정한 비극은 손책이 에노키즈라면 그는 쿄고쿠도였어야 했는데 본질이 잔소리쟁이 마스터 오비완이었다는 것(....).
어찌 됐건 워낙 사이좋고 땀나게 뜨거운 나머지 단금(断金)이 아니라 단수(断袖)의 사이라는 소문이 자자하지만 실은 15살 때 딱 한 번, 레슬링의 연장선상에서 얼결에 올라타 버린(....) 것이 심각한 트라우마가 되어 종래엔 아무 짓도 못하게 되고 말았다. 대놓고 먹어달라고 들덤벼도 안 됨. 더구나 친우가 원술 막하에 있는 동안 대체 무슨 꼴을 당했는지 알게 된 후로는 가장 힘들 때 옆에 있어주지 못했다는 죄책감까지 겹쳐 현재는 초절 과보호와 과도한 집착의 화신으로 변해 있음. 최소한의 접촉과 말만으로도 통하기 때문에 그만큼 손책의 내부에 도사리고 있는 음울한 암흑이 그대로 보여버리는 정말이지 골치아프고 미묘한 사이.
정보와는 최악으로 사이가 나쁨. 키는 손책보다 약간 크며, 실상 성격도 온화하고 조용한 척만 하면서 친우보다 백만 배쯤 열혈에 격정가. 그의 앞에서 '여자 얼굴'이라는 말은 절대 엄금. 주먹이 아니라 칼이 날아온다.
※ 역시 말할 필요도 없는 S의 손오 최애 캐릭터 No. 2. 주종과 친우와 근친이라는 동인녀의 모에 삼종신기를 한 방에 클리어하는 손책과의 관계는 그저 모에모에임. 그리고 나는 단호하게 유책파. 자고로 주종물이라면 신하 공과 여왕 수가 기본이요 사내 자식 예쁘장한 것과 청순가련은 아무 상관도 읎따 -_-;;;
(그리고 사실 정말 여자 얼굴이었는지도 의심스러움; 그쪽이 네타로선 재미있으니까 상관없지만)
■ 손권/중모(孫堅/仲謀)
형님이 타고난 천재라면 이쪽은 건실한 대기만성형인 손오의 3대 군주. 붉은 머리에 새파란 눈이라는, 마치 창공의 태양(알다시피 손권의 태몽은 태양이었다)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외모의 소유자라는 것은 이미 정사에서 입증 완료. 중국인 맞수?
손책이 눈에 넣고 부벼도 안 아파할 만큼 귀애하고 예뻐하고 따뜻한 애정을 온 몸으로 표현하는 유일한 존재로, 아니다를까 이쪽도 수퍼와 초절과 폭렬과 만성이 머리께에 쩔꺽 붙는 브라콤. 어릴 때부터 7살 위의 형에게 딱 붙어서 자란 데다 도중 부친이 비명에 간 후로는 손책이 아버지 노릇까지 도맡아 한 관계로 브라콤에 파더콤이 겹쳤다. 언제나 형님의 도움이 되려고 열심히 학문을 닦고 있으며, 존경하고 경애하고 사랑하는 형님이 하는 일이라면 아무리 깨는 일이라도 옳다고 굳게 믿고 있다. 진심으로. 이 집안, 장남이 악랄천연이라면 차남은 악성천연. 아무런 악의도 사심도 없이 뱉는 무수한 천연 대사에 죄없는 주유의 위궤양만 더해가는 나날. 물론 자각 같은 건 전혀 없다.
독서를 좋아하고 무예에는 그다지 소질이 없는 따뜻한 성품이나, 일단 억병으로 취했다 하면 웬만한 무장은 손도 못 대는 인간 호랑이로 일대변신.
※ 기타카타 삼국지에서 따땃-하게 피로되는 손책 & 손권의 형제애에 코피 뿜었던 S. 창천에서도 절라 귀여웠다 >_< 손책이 타계했을 때 손권이 미친듯이 울부짖으며 시신에서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는 말을 들으면 코끝이 시큰해짐. 정사에 그리 기록됐을 정도니 실제로는 오죽했을까.
■ 故 손견/문대(孫堅/文台) (파로장군破虜将軍)
손백부와 손중모를 세상에 내놓은 것만으로도 이미 차고 넘치게 공헌한 손오의 1대 군주. 마치 사자의 갈기 같은 화려한 금발이 한눈에 뜨이는, '강동의 호랑이'란 별명으로 유명한 용장. 대체 어떻게 돼먹은 집안이냐 손일문.
말이 좋아 1대 군주지 사실 그의 세대는 야쿠자 집단이라고 보는 게 더 적합할 지경으로, 무모하고 저돌맹진형이고 깡패 기질에 총대장이 전선에서 날뛰기 좋아하는 건 장남 손책에 한 판이라 얼굴이 별로 안 닮았을지언정 그 누구도 그들이 부자임을 의심하지 않았다고 한다. 살아 생전 자신을 그대로 빼닮은 장남을 몹시 귀애하여, 욕지거리와 주먹질(...)로 정을 공고히 다지는 손견・손책 부자가 자주 목격되었다는 이야기. 전선에서 돌진하다 서른 일곱의 한창 나이에 화살비를 맞고 비명에 가는 걸로 스타트를 끊음으로써, 이후 손오에 단명 천국의 그림자를 드리운 장본인.
※ 손견・손책 부자의 기본 스테이터스는 "지랄맞은 애새끼!" "빌어먹을 늙다리!" (퍽퍽쿵쾅퍼버버벅푸악콰당퍽쿵쾅퍽)
■ 태사자/자의(太史慈/子義)
소패왕의 남자들 No. 1. 뒤늦게 나타나 폭주기관차처럼 돌진하여 랭킹을 일거에 뒤흔들어 놓은 다크호스. 심지어 때로는 주유의 위치마저 위협하기도 한다. 동래(東萊) 출신의 이름을 사해에 떨치는 무장으로, 활의 명수이기도 함. 크고 탄탄한 체격에 남성미와 성인 남성의 색기와 여유가 철철 넘쳐흐르는 타입이다. 그에 걸맞게 목소리 역시 허리를 직격하는 바리톤.
신정(神亭)에서의 그 유명한 일기토 이후 손책과는 여러 가지로 있었던 듯. 여러 가지로. 익명을 요구한 일부의 증언에 의하면 양쪽 모두 거의 눈맞은 수준이었다고 한다. 2년간 용케도 열렬한 구애(...)를 요리조리 받아넘기며 소패왕을 안달나게 하고 손책 진영을 울화로 부글부글 끓게 했으나 내추럴 본 남자 킬러 앞에 장사 없다고 결국엔 넘어오고 말았음.
연의가 뭐라 하건 실제로는 그닥 충의의 사나이라고는 할 수 없다. 오히려 야심도 뱃심도 흑심도 두둑하게 쌓고 있어 언제든 기회만 있으면 뒤엎을 생각 만땅이었으나 어찌 된 일인지 소패왕 앞에선 그 모든 것이 흐늘흐늘 녹아내려 댄디하고 부드럽고 온화하고 주군에게 충성을 다하는 남자로 변모해 버린다. 태사자가 드디어 임자 만났다는 수군거림이 나돌지만 그저 반한 것이 죄. 현재 주군의 수청 횟수로는 손책 진영 내에서 톱을 달리고 있음.
※ 연의에서는 211년 합비전에서 장료와 싸우다 죽은 걸로 되어 있지만, 실제의 그는 적벽 대전보다 2년 전인 206년에 향년 41세로 조용히 병사했다. 마치 손책의 뒤를 따라간 것처럼. 오서견문의 마스터 - 틀림없는 스트레이트 남성; - 가 툴툴댔던 대로, 그가 평생에 패배한 것도 충성을 맹세한 것도 손책에게뿐이다.
그나저나 손책 진영의 투톱이었던 주유와 태사자가 모두 손책과 몇 년 간격으로 요절했다는 게... 거 참...;;;
■ 여범/자형(呂範/子衡)
소패왕의 남자들 No. 2. 손견이 죽고 손책이 강동을 유랑하던 시절 얻은 첫 번째 신하. 정사가 공인한 당당한 풍채로 부자 마누라를 꿰차 누구에게도 사관하지 않고 널널하게 한량으로 살고 있던 중, 문답 몇 번만에 아직 스물도 안 된 청년에게 홀랑 넘어가 식객 100명까지 이끌고 복속한 인생 일발 역전의 남자. 이상 맹세컨대 정사에서 한치의 왜곡도 없음. 이후 손책이 평생에 가장 고생했던 시기인 193~194년, 특히 성격이 칙칙한 방향으로 휘떡 구부러질 정도로 볼 꼴 못 볼 꼴 다 당한 원술 막하 시절에 옆을 든든히 지켜준 일명 쌍벽 형님즈의 하나. 손책의 가족을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키려다 도겸에게 딱 걸려 고문을 당한 전력이 있다. 그때의 상처가 눈 위에 선명하게 남아 있지만 본인은 충의의 증거라며 마음을 쓰지 않는다.
고락을 함께 한 사이의 특권으로 잔소리질은 어떤 의미 주유보다 더 지독하고 인정사정이 없지만 또 그만큼 마음을 다해 주군을 경애하고 있음. 평소의 온유하고 느긋한 태도 뒤에 팍팍한 성격과 꽤나 위험한 격정을 숨긴 남자이므로 함부로 건드리지 않는 게 신상에 이롭다. 군사면 군사 정치면 정치 뭘 시켜도 척척척 잘해내는 손책 진영의 도라에몽. 역시 주군의 수청 단골이다.
※ 모처의 막대한 영향이 엿보임; 실은 은근히 여범손책을 좋아한다. 넘어온 경위부터가 모에의 도가니가 아닌가 젠장. (저게 정사라니;) 연의에서는 원술 막하였다가 손책에게 넘어온 걸로 되어 있지만 누군가가 이 갈면서 투덜거린 대로 여범은 평생에 오로지 손책을 비롯한 손일문에만 충의를 다했음. 아아 남자 킬러의 본령.
■ 손하/백해(孫河/伯海)
소패왕의 남자들 No. 3. 손견의 족자(族子)에 해당하는 먼 친척으로, 손견군 시절부터 종군했다. 손책과는 어렸을 때부터 내롱네롱 내니네니 친분을 쌓아온 형과 동생 같은 관계. 손견이 비명에 가고 손일문이 거의 해체 위기까지 몰렸던 무렵에도 흔들림없이 손책을 따랐고 여범과 더불어 손책의 옆자리를 지켜준 쌍벽 형님즈 제 2탄. 유씨(愈氏) 가문에 양자로 들어갔기 때문에 한때는 유하(愈河)로 알려졌지만 손책의 총.애.를 받아 강동 평정 후에 다시 손씨 성을 하사받았다. 맹세하지만 이건 내 표현 아님.
시원스럽고 서글서글하고 활달하며 거리낌없고 호탕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볼 거 없는 형님(兄貴) 타입의 청년. 손견 사망 직후에 어쩌다 딱 한 번 일을 치긴 했지만 그 이후로는 좋은 형아 겸 상담자 포지션을 철저히 유지하고 있다. "자아 백부, 언제든 사양 말고 이 형아의 품에 뛰어들려무나!" 가 입버릇.
※ 모처의 막대한 영향이 (후략)
■ 우번/중상(虞翻/仲翔)
소패왕의 남자들 No. 4. 회계군 출신으로, 본디 왕랑의 휘하였지만 손책의 침공 당시 항복을 권유한 것만 봐도 이미 소패왕에게 상당히 경도되어 있던 상태여서, 이후 능력을 높이 산
※ 모처의 막대한 (후략)
■ 여몽/자명(呂蒙/子明)
소패왕의 남자들 No. 5. 일단은. 우발적인 살인을 저지르고 군규에 따라 사형에 처해지게 된 것을, 딱한 사연을 전해들은 손책이 흥미를 느끼고 구제해서 주워간 케이스. 이후 손책의 시종 겸 호위역으로서 옆에 항시 딱 붙어 있는 참으로 좋은 포지션을 점유하고 있음. 자기 같은 별볼일 없는 어린애에게 구제의 손길을 뻗어준 주군에게 반 맹목적으로 동경과 존경과 경애를 바치며, 언젠가 주군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일념 하에 매일매일 단련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다소 둔하고 어벙하고 천연병이 난무하는 손오에서도 손꼽히는 파괴적 천연이지만 근본이 착하고 순수한 노력파라서 모두가 귀여워한다. 그 귀여워한다는 방식이 이지메라는 게 문제지만.
※ 비오는 날 새끼고양이 주워가는 감각으로 사람 하나 구제하는 소패왕. 과연.
■ 정보/덕모(程普/徳謀)
과거 손견군 사천왕 중의 하나인 손책 진영의 최고참. 한 마디로 손가 매니아. 선군 손견을 너무나도 경애한 나머지 기질이 부친을 그대로 빼닮은 손책을 보며 파로장군께서 돌아오신 것 같다며 눈물 짓는 나날. 작은주인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나이 찬 딸을 둔 아버지의 마음으로 과보호하는 한편 근처를 졸랑대는 남자들을 험악하게 견제하고 있다. 특히 세상이 공인하는 손책의 마누라(...)인 주유와는 견원지간이 부럽잖은 최악의 사이. 그래서 손책 진영에서 은근히 나도는 별명이 '시어머니'.
뒷구멍으로 백부 님 경애 동맹을 결성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다. 가신의 70퍼센트가 회원이라는 소문도 있음.
※ 모처의 (후략) 훗날 적벽대전에서 주유의 기량을 드.디.어. 인정하고(늦엇!!) '주공근은 최고급 술과 같은 남자' 라는 유명한 명언을 남겼는데, 이게 아들 겸 남편이 비명에 간 후 담 쌓고 살던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느지막한 화해로 보이는 건 내 머리가 썩은 탓만은 아니리라. 와하하하하.
■ 장소/자포(張昭/子布) & 장굉/자강(張紘/子綱)
일명 강동의 이장(二張)으로 알려진 정치의 스페셜리스트 2인조. 어지러운 중원을 피해 강동으로 피신한 후 유력자들의 요청을 전부 거부하고 조용히 은둔하고 있었으나 아직 기반도 제대로 잡히지 않은 새파란 청년인 손책의 헌팅(..)에 넘어간 것은 너무나 유명한 이야기. (하여간 그놈의 카리스마 빔;)
장굉은 여범과 마찬가지로 손책이 강동을 떠돌던 시절(!)에 얼굴이나 좀 보자고 강도(江都)를 방문했다가 진지한 태도 하나로 겟토해 버린 인재로, 이후 손책의 가족을 보호하고 동생들의 교육계 역할을 맡는 등 거의 사제에 가까운 관계를 맺게 된다. 손책에게 대놓고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던가. 손책 사후에도 조조 님의 스카웃을 걷어차고 돌아와 손권에게 복속한다. 장소는 장굉보다 손책의 휘하에 들어오는 건 늦었지만 역시 사제의 예우를 다했다고 함. 형님의 시신에 매달려 떨어질 줄 모르는 손권을 강제로 일으켜 세워 병사들 앞에 내보낸 장본인으로, 이후로도 손오에 충성하여 평생토록, 말 그대로 평.생.토.록. 손권과 입씨름으로 날밤을 새웠다고 한다. 손권의 속을 북북 긁어대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지만 어쩐지 손책에게는 한 번도 고언을 한 적이 없다는 데서 어쩐지 일찍 요절한 주군에 대한 애정이 항간 엿보인다고 생각하는 건 내가 형님 팬이라서?
여기서는 혈기왕성한 젊은 주군을 때로는 신랄하게 때로는 엄격하게, 그러나 따뜻하게 지켜보는 잔소리 많은 할아버지 2인조. (그렇게 안 늙었어!!)
※ 손책의 카리스마 빔에 대해선 더 이상 할 말도 없다;;
■ 교정연(喬靖姸, 대교大喬)
손책의 정처이자 꽃도 부끄러워 얼굴을 감춘다는 이교(二喬)로 명성 높은 강동 제일의 미녀 중 언니. 강동은 세트를 좋아하나 보다. 손책보다 여섯 살 아래. 미모뿐만 아니라 재기 넘치고 시서화에 뛰어나기로도 유명하나 그 시대에는 노처녀 취급 당하는 스물이 다 되도록 시집을 안 갔던 이유는 단 하나, 절벽의 꽃이라 아무도 손을 못 뻗었다고 했으면 좋겠지만 실은 본디부터 빈말로도 성격이 좋다고는 할 수 없던 그녀가 그 재능을 갖고도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집안에 처박혀 살아야 하는 부당한 시대에 울화통이 뻗쳐 남자혐오증이 되는 통에 구혼자란 구혼자는 전부 웬만한 남자는 재기가 불가능할 정도의 독설로 꾸악꾸악 밟아주었기 때문이다.
이미 짐작하셨겠지만 손책과는 처음으로 대면한 순간 뱃속 깊은 곳에서 살의가 부글부글 치밀어오른 사이. 완성 함락 당시 포로로 잡혀온 앉으면 모란 서면 작약 걸으면 백합과 같은 미소녀가 당장에 팔 걷어붙이고 주군과 렛츠 독설욕설 끝말잇기를 개시한 것은 손오의 가신들에게 평생 지울 수 없는 크나큰 트라우마를 남겼다. 서로 낯짝만 봐도 속이 뒤집힌다며 으르렁컹컹대던 두 사람이었으나 도저히 보통의 여자가 감당하기 불가능한 장남에게 누구를 짝지어줘야 하나 끙끙대던 오부인과 골칫덩이인 딸내미를 어디로 치워버려야 하나 막막하기만 하던 교공과 주군에게 어울리는 정처를 찾아드려야겠는데 정작 "내 마누라는 너잖아" 따위의 태평한 발언으로 요리조리 잘도 피하는 의형(실은 귀찮을 뿐) 때문에 편두통이 일고 있던 주유의 합작 플레이로 인해 반 강제로 혼인당함. 아멘.
손책과는 지독하게 사이가 나쁘고 상성이 너무나 최악이라 오히려 금슬이 좋게도 보이는 매직. 실제로도 거의 가신들에게 떠메이다시피 하여 신방에 처넣어진 이후 손책의 여성편력은 뚝 끊겼다고 한다. 싸우는 부부 실은 속궁합이 좋더라는 원리가 아니라 - 싸우기에 바빠 무려 6개월간 아무 일도 없었음; - 정연과의 입씨름에 중독된 나머지 딴 여자와는 스파이시가 없어서 못 놀겠다나.
"어서 와요. 아직도 밤길에 등짝을 푹 찔려서 저세상으로 가지 않았다니 정말 유감이야."
"다녀왔어. 기왕 내가 없는 사이에 실수로 탁자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승천했으면 더 좋았지."
이것이 신혼부부의 대화.
※ 아마도 모든 삼국지 창작물을 통틀어 사이가 제일로 험악할 손책-대교 부부(爆). 당연히 사이가 나빴다는 말은 어디에도 없다. 그냥 이런 남녀 관계를 절라 좋아하는 S의 취향임. (으하하하하;) 이름은 구운몽을 참조해서 적당히 지었다.
■ 교영채(喬玲彩, 소교小喬)
주유의 정처이자 이교라는 별칭으로 유명한 강동 제일의 미녀 한 쌍 중 동생으로, 정연과는 한 살 터울. 짐작하다시피 언니 때문에 혼삿길 완전히 막혔던 케이스지만 원망하기는커녕 언니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존경하고 이해하는, 모든 여동생 매니아가 눈에 불을 켜고 모에할 선량한 동생. 덕분에 정연도 영채만은 장중보옥처럼 귀여워하고 있음.
죽으면 죽었지 이 자식이랑은 혼인 못한다고 발악하는 손책과 정연을 달래다가 어찌저찌 부부가 되어 버린 주유와는 그럭저럭 나름대로 잘해가고 있는 중. 정신나간 의형과 성질 더러운 언니 때문에 고생문 훤한 사람끼리 마음이 떨꺽 맞아버렸다는 이야기도 있다. 주유를 남편이라기보다는 동지 겸 오라버니처럼 존경하고 있고 언니의 혼사를 마음 깊이 기뻐하고 있으므로, 주유가 초목도 잠든 한밤중에 손책의 호출 한 통에 신혼의 아내를 내팽개치고 시속 500킬로미터로 달려가도 전혀 신경 쓰지 않음(...). 실은 상당히 심각하게 천연이다.
자연히 잘도 내 동생을 가로채가서 금이야 옥이야 떠받들어주지는 못할망정 내 남편이란 작자와 놀아나다니 뭐하자는 짓이냐 펄펄 뛰는 언니에게 부군이 음습하게 이지메당하고 있지만 조금도 눈치채지 못한다. 천연이니까.
※ 역시 이름은 창작. 일설에 따르면 주유와 소교의 부부 관계는 무지하게 냉랭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주유가 밖에서 여자를 만든 것 같지도 않으니 (소교와의 사이에서 낳은 2남 1녀가 전부인 듯) 역시 과부 팔자였던 게라... (끌끌끌)
그 외, 황개/공복(黄蓋/公覆), 한당/의공(韓当/義公), 주치/군리(朱治/君理), 주태/유평(周泰/幼平), 진무/자열(陳武/子烈), 장흠/공혁(蒋欽/公奕), 동습/원대(董襲/元代), 하제/공묘(賀斉/公苗), 노숙/자경(魯粛/子敬) 등등등등등 소패왕의 남자들 목록은 끊이질 않...쿨럭쿨럭쿨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