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된 이야기지만 본편에서 쿠로바 토이치 씨가 등장하여 쿠도 부처와 꺄아꺄아 잘 놀고(...) 초등학교 1학년 카이짱이 토이치 씨의 무릎 위에 앉아 발을 동동 구르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청산 대인... OTL), 세상이 다 아는 키드 님의 팬으로서 이 사태는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신짱과 카이짱은 부모세대부터 이미 아는 사이였다! 라는 건 카이신-신카이 동인녀들 사이에선 이미 확정된 거나 마찬가지인 망상이었건만 원작에서 여기까지 해주면 우린 대체 뭐하라는 거냐아아아아아악!!!
하여간 그래서 예전부터 붙들고 질질 끌던 토마토 마치(苫戸マーチ) 님의 사이트 THE GREEN BANANA에서 은근슬쩍 집어온 제 3탄, 「미지와의 뭐시기(未知とのナントカ)」를 드디어 공개하기에 이르렀음. (번역할 게 지금 산처럼 쌓였으므로 워밍업도 하는 차원에서) 오늘도 배 째고 등 따고 장 꺼내 줄넘기하고 이단뛰기도 하고 기왕이면 단체뛰기도 하는 심정임은 변함없다. 짧은 글로 사람 죽이는 이 분의 스킬은 여전히 건재.
문제가 되면 깨끗이 지울 예정. 이런 퀄리티를 퍼 갈 기특한 사람은 없으리라 믿지만 그래도 불상사가 일어나면 쿄고쿠도의 저주가 7대 내내 따라붙을진저. 협박 맞다.
...and less.
미지와의 뭐시기
야요이(3월)도 다 끝나가는 어느 봄날. 봄방학 중이라지만 때는 평일, 점심 시간도 한 시간을 훌쩍 넘긴 고급주택가에는 아이들과 주부들이 웃고 떠드는 밝은 목소리가 조곤조곤 울려퍼질 뿐이었다.
쿠도 저택의 정원 한구석, 스프라우트와 파를 비롯한 흔해빠진 채소들만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채마밭에 웅크리고 앉은 청년이 하나. 흙으로 더러워진 두툼한 면 장갑을 낀 손에는 부삽이 들렸다. 그리고 그 뒤쪽 대각선 방향에 조금 떨어져 우뚝 선 청년이 또 하나. 쪼그리고 정신없이 흙을 파고 있는 상대의 등에 겨우 말을 붙인 것은, 애마를 차고에 넣고도 10분은 족히 지난 후였다.
핫토리는 꼼짝 않고 선 채로 곤란해 하고 있었다.
「……쿠도, 어젯밤에 어디 있었어」
「응? 글쎄, 옆집에서 저녁 얻어먹고 거기서 대충 시간 때웠지」
「계속?」
「그래. 왜, 어젯밤부터 여기 있었냐?」
「아니, 도쿄에 온 건 오늘 아침이지만」
분명치 않은 대답을 우물거리고, 헤이지는 들고 온 페트병에 담긴 보리차로 목을 축였다. 적당히 한눈으로 그 광경을 흘긋거리며 역시 적당히 대응하고 있는 쿠도 신이치. 로 변장한 쿠로바 카이토.
그야 머리카락을 다소 차분히 정돈했을 뿐, 이미지를 바꿔보았다고 우기면 열 명 중 두 명 정도는 납득해주지 못할 일도 없을 듯한 게, 변장이라 표현할 만큼 거창한 행위도 못 되지만.
「바이크 몰고 왔어?」
「오우, 바이크로」
「힘도 좋다」
「쿠도, 정~말로 줄곧 박사님네 집에 있었어?」
「음, 아마도」
「아마도는 뭐냐 아마도는」
『쿠도』가 아닌데 자세한 사정을 뭔 수로 알까. 카이토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스프라우트의 묘종을 바꿔 심는 작업에 필사적으로 몰두했다. 헤이지는 여전히 하는 일 없이 멍하니 서 있기만 한다.
「어제 오사카에 그거, 그거 있잖아, 에, 저기, 괴도 키드? 그게 나와서, 어쩌다 수사에 협조도 했는데」
「괴도 키드는 물건이냐. 이제 그만 기억 좀 하시지?」
「그러는 쿠도도 처음엔 이름 모르긴 매한가지였으면서」
「……젊은 날의 과오. 그래서?」
「키드의 생김새가 쿠도랑 꼭 닮았구나……싶어서」
「혹여 괴도 키드의 정체가 쿠도 신이치라 짚은 거냐? 지금 알리바이 조사 중?」
「설마. 그렇다는 게 아니라, 혹시나 해서」
「대자연의 신비. 좀 닮았을진 몰라도, 혈연 관계는 없어. 엄마한테 확인 완료」
「갑자기 웬 혈연 관계야. 키드가 쿠도로 변장했더란 얘기지」
「변장? 그런 귀찮은 짓을 왜 하냐. ……좋았어, 오늘 할 일은 끝~」
「하지만 쿠도가 채소를 다 키우고, 의외네」
야요이도 다 끝나가는 어느 봄날. 봄방학 중이라지만 때는 평일, 점심 시간도 한 시간을 훌쩍 넘긴 고급주택가에는 아이들과 주부들이 웃고 떠드는 밝은 목소리가 조곤조곤 울려퍼질 뿐이었다.
쿠도 저택의 정원 한구석, 스프라우트와 파를 비롯한 흔해빠진 채소들만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채마밭에 웅크리고 앉은 카이토는, 양손의 면장갑을 벗고 일어나 굳은 몸을 풀었다. 헤이지는 손에 든 페트병을 카이토에게 휙 던져주었다. 3분의 1쯤 남은 보리차를 한 번 망설이지도 않고 홀딱 마셔버리자, 끝까지 다 마셔도 된다고 한 적은 없잖아, 라며 헤이지가 어이없다는 듯 핀잔을 준다. 고맙다고만 하고 카이토는 웃었다.
「키드가 했던 말, 가르쳐줄게. 나야 좀 분하긴 하지만」
「응? 뭐라고?」
「쿠도는 버거운 만큼 싸울 맛이 나는 라이벌이라고. 약오르면 따라잡아 보라고, 그러잖겠어」
헤이지의 말을 들은 카이토의 얼굴 반쪽이 부르륵 경련을 일으킨 그 순간.
「정말이냐?」
완벽한 타이밍으로 등뒤에서 날아온 한 마디. 헤이지는 힘차게 빙그르르 돌아섰다. 헤이지의 바로 뒤에 버티고 선, 새까만 수트를 잘 차려입은 쿠도 신이치. 물론 본인이다.
고급주택가에 조곤조곤 울려퍼지던 아이들과 주부들이 웃고 떠드는 밝은 목소리는 어디로 날아갔는지. 한 자리에서 얼굴을 마주한 세 사람의 세계가 한순간 정적에 휩싸인다. 난데없이 출현한 도플갱어로 헤이지의 뇌세포는 꽁꽁 얼어붙었고, 카이토는 얼결에 텅 빈 병을 놓치고 말았다. 병이 흙바닥에 콩 부딪치는 얼빠진 소리에 현실로 후다닥 되돌아온 사람은 카이토.
「내가 언제! 내가 언제 그랬어! 버거운 거 좋아하시네, 순 골때리는 상대지!」
「『둘도 없는 라이벌』? 핫토리, 진짜로 키드가 그러대?」
「안 했어! 안 했다니까! 꼴불견같이 으스댈 줄만 안다고 했다구. 이 자식 귀가 맛 간 거야!」
「내 이름이 들어가는 화제를 핫토리가 잘못 들을 리 없어!」
「그 근거 없는 자신감은 뭐야!!」
「어디로 종적을 감췄나 했더니 오사카에 있었냐」
「유감 있어?」
「그다지? 어젠 시끄러운 게 없어지니 조용~해서 아─주 좋더라만?」
「내가 없으면 쓸쓸하고 쓸쓸해서, 금방 아이짱네 집으로 얻어먹으러 달려가는 주제에」
「셧업!!」
그리하여 가까스로 제정신을 회복한 헤이지가 마주한 것은, 꽥꽥거리며 시덥잖은 언쟁을 벌이고 있는 한 판에 박은 얼굴의 두 청년.
「흙투성이……너……괴도 키드? ……이런 데서도 쿠도로 변장을!?」
「변장 좋아하시네. 나는 쿠로바 카이토. 내가 신이치라곤 한 마디도 안 했다?」
「핫토리, 내가 흙장난이나 칠 인간으로 보이는 게냐?」
「흙장나안!? 말 다했냐! 누군 니 입에 들어갈 먹거릴 필사적으로 키우고 있는데!」
「순무랑 파가 무슨 먹거리야?」
「호오? 점심에 내가 끓인 미소시루 드신 분 누구더라?」
야요이도 막판에 접어든, 봄날도 한창인 어느 날의 오후.
머리가 방방 들떠 냉정함을 잃기 쉬운 계절이라고는 하되, 핫토리 헤이지는 서의 명탐정으로 불리는 남자. 눈앞에서 그의 마음에 꼭 드는 얼굴을 한 인간이 둘씩이나 마주하고 벌이는 짓거리가 태평스런 치정싸움인 줄 알아보기까지 그다지 시간은 걸리지 않으리라.
이것이 핫토리 헤이지와 쿠로바 카이토의 최초의 만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