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반쯤 번역하고 내팽개쳐 두었던(...얼마나 게으른 거냐 너;) 개그와 호노보노의 여신님 테니프리계의 여제 그리고 S가 영원히 숭앙해 마지 않는 야마자키(山崎) 님(사이트명 소년 쥬스少年ジュース)의 단편 <동반(道連れ)~One After Another~>을 - 삼국지 일색이 되는 것도 방지할 겸; - 발심하여 오늘 번역 완료. 읽으면 읽을수록 즐거웠던 게 나빴다.
여전히 S는 배짱'만'으로 살고 있음. 쿄고쿠도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저주 7대분도 몸을 다해 받겠다는 분만 무단 도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쓸데없는 걱정인 줄 나도 안대도!?) 문제가 생기면 슥슥슥슥 지워버릴 예정입니다.
...and less.
동반~One After Another~
『……부장』
「무슨 일이냐」
『저, 있잖아요, 그러니까……』
「음. 무슨 일이 있는 거냐?」
『……중요한 얘기가 있어』
「뭐」
『아주, 아주 중요한 얘기야. 부탁이에요』
「에치젠」
『역 앞에 있는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와 줘요』
「에치젠」
『기다릴게』
「아, 에치젠, 잠――」
딸깍.
이러한 통화가 5분 전.
데즈카는 경보에 매진하고 있었다. 물론 특별히 포장된 트랙이 아니라, 골목길을. 무심하게 발을 놀리기에만 매진하는 대신, 있는 일 없는 일 오만 예상을 다 떠올리며 새빨개졌다 새파래졌다 바쁘기도 하다.
중요한 얘기?
――우리 헤어져요, 부장.
싫어!!!
희미하게 입술을 일그러뜨리고 고개를 살풋이 숙여, 길다란 속눈썹을 애처롭게 떨면서 낮게 속삭이는 에치젠. 그건 그거대로 미소년의 색향이라 부를 만한 기이한 두근거림을 불러일으킴은 차마 부정하지 않겠으나, 제발, 그것만은 싫었다. (덤으로 하필이면 그 예상을 제일 먼저 떠올린 자기 자신이 너무나 암담하여 슬퍼졌다)
――나, 이번에 미국으로 돌아가요.
싫어!!!
프로 데뷔가 걸린 문제라면야 충분한 각오는 되어 있으나(에치젠 료마라는 존재는 사랑스럽고 멋지고 가슴이 꽉 막힐 만큼 훌륭한 테니스 선수라는 자부), 부모님의 사정으로 어쩔 수 없이 미국으로 돌아가는 건 죽어도 싫다. 차라리 내가 데려가고 만다. 데려간다고 해도, 역시, 14살 미성년자로는 자기 한 몸 건사하기도 어렵고, 부양 가족까지 하나 얹히면 현실적으로 모든 게 불가능하므로, 목숨을 걸고 부모님께 엎디어 빌기도 마다하지 않으리라. 평생 소원을 다 쓸 바에는 여기서다. 써도 좋다. 에치젠을 위해서라면.
아, 아니지. 꼭 암울하게만 생각할 필요도 없다. 어째서 네거티브한 방향으로만 내달리는 거냐 내 머리! (근본적으로 울병이니까!)
――부장, 나…….
안 돼 떠오르지 않아!!
힘내라 나의 포지티브한 어딘가!!!
――매일 아침 부장의 미소시루를 먹고 싶어.
아아 결혼하자 에치젠.
그런데 에치젠이 할 말이 아니잖아 이거. (할진 몰라도 로맨틱한 뜻은 보나마나 없다)
――세이가쿠를 전국으로 이끌면, 우승 기념으로 여행가지 않을래요? 둘이서.
아타미(熱海)로 떠나자 에치젠!
세이가쿠의 기둥으로서 노고를 위로하는 여행길에 오른다. 좋아하는 온천에 푹 잠겨 둘이서 느긋한 시간을 보내자꾸나. 틀림없이 무전여행이겠지만 마음만은 풍요롭다. 추억은 가치를 따질 수 없는 것이라고 키쿠마루도 말했다. (불쌍한 아이를 보는 듯한 미소를 띄운 얼굴은 잊어버리자)
――그래서, 부부 놀이도 하고, 돌아오면
돌아오면…….
――우리, 여기서 끝내요.
싫어─!!!
안 되겠다, 어째서 나쁜 쪽으로만 나쁜 쪽으로만 생각이 흐르는 거냐. 그래,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아닐지 몰라. 에치젠이 무려 중요한 얘기라고 했다. 에치젠은 정말 중요한 문제는 지나가는 말처럼 입에 슥 올릴 녀석이므로(왠지 슬프다), 나쁜 일조차 되지 못할 게 틀림없다. 좋을대로 망상하고 멋대로 침울해져서야 볼 것 없이 변태다.
――부장, 나 동생이 생긴대.
나, 나, 난지로 씨……! 힘내셨나요! 평범하게 경악.
그렇지만, 에치젠에게 동생……에치젠을 닮은, 에치젠보다 작은 생물.
조금, 두근두근, 할지도…….
헉. 잠깐, 혹시 동생에게 에치젠을 뺏기는 건 아닐까? 동생을 돌봐줘야 하거든, 오늘은 부장이랑 못 놀아줘. 내일 봐. 매일 매일 그런 말을 들어야만 한다면……치사하게스리 유아를 상대로 발끈해 버릴지도 모른다. 아니, 진짜로 열받는데! 생각만 해도 속에서 불이 홧홧 치미는걸! 관두자.
그럼, 조금 방향을 바꿔서.
――부장, 곧 동생이 생긴다며. 축하해.
그런 얘긴 우선 아들에게 들려주셔야 하지 않습니까 어머님. 어째서 아들을 제치고 에치젠에게 보고하시나요 어머님. 여러 가지로 많은 것이 잘못되지 않았습니까 어머님.
아예 한 발 더!
――부장, 애가 생겼어.
아아 결혼하자 에치젠.
「아, 부장 왔다. 여기여기─」
「죄송합니다아─수고하십니다아─」
「느렷!!」
숨을 헐떡거리며 패밀리 레스토랑의 문을 열어젖힌 (조금은 행복한 표정의) 데즈카를 맞이한 것은, 손을 휘두르며 큰 소리로 부르는 에치젠과, 무슨 이유인지 모모시로, 그리고 키쿠마루였다. 다가오려던 웨이터가 교묘히 방향을 틀어 자연스럽게 주방으로 사라지고 카운터의 바로 옆에서, 세 사람을 확인한 데즈카, 단숨에 이해불능의 혼란으로 빠져들었다.
셋이 앉은 테이블에는, 신나게 먹어치운 무언가의 세트로 여겨지는 접시와, 샐러드 바와, 드링크 바의 잔해가 어지러이 흩어졌고, 에치젠은 무언가 거창한 파르페, 모모시로는 층층이 쌓인 거대한 프렌치 프라이 더미, 키쿠마루는 데코레이션도 아름다운 케이크를 각자 앞에 두고 일제히 데즈카를 주시하고 있다.
그리고, 각자의 디저트 옆에는, 역시 각각의 지갑이, 맥없이, 꼴사나운 모습으로 널브러졌다.
데즈카는 냉철한 남자다.
현재의 상황이 의미하는 저너머의 결론을 나름대로 추측하기란 어렵지 않았다.
즉 격노하였고, 낙담하였고, 체념하였다.
느릿한 발걸음으로 셋이 차지한 자리로 다가갔다. 미간이 절로 좁혀지는 걸 느꼈다.
세 사람을 내려다보자, 비슷비슷한 웃음을 짓고 데즈카를 올려다보았다.
애원으로도, 기대로도, 외포로도 해석할 수 있는 웃음이었다.
「너희들……설마, 무전취식이냐!?」
정답이었다.
「켁!! 데즈카 이 바보! 다 들리겠다!!」
「아니 저기요, 충분한 줄 알았더니, 생각보다 모자라서요─」
「돈 빌려줘요 부장」
「이것 참 죄송합니다. 처음엔 에이지 선배에게 SOS를 쳤는데」
「돈도 없으면서 재밌겠다고 쫓아오잖아. 쓸모없긴」
「넘한다 꼬맹이─! 좀 빌리려구 했더니 말도 다 꺼내기 전에 형이고 누나고 전부 꽁지빠지게 내빼잖겠어. 내 탓이 아냐」
「안 그래도 돈이 딸랑대는데 에이지 선배가 케이크를 시켜서」
「그치마안. 나만 암것도 못 먹어선 불공평하잖아─」
「인생에 도움이 안 돼」
「요 꼬맹이가아……이놈의 딸기 확 먹어뿌릴라!」
「앗! 키쿠마루 이 자식!!」
「키쿠마루라니……키쿠마루라니 꼬맹아……」
「얜 원래 이런 놈이잖아요……에이지 선배……」
「부장도 앉지 그래요? 원한다면 이 반창고 치워버려도 돼」
「누가 요런 안경잽이한테 당할까 봐서!」
헌데, 데즈카는 전화를 받은 후 바로 직전까지, 에치젠에게 무슨 일 안 났을까 마음을 잘잘 졸이고 있었다.
즉 뭣줄이 빠지게 내달렸다.
이상의 조건에서 한 가지 결론이 도출된다.
또한, 에치젠, 모모시로, 키쿠마루 3명은 현재 무전취식범으로 붙잡힐 위기에 몰려 있다.
이 사태를 미연에 저지하기 위해 데즈카가 호출되었다.
이상의 조건에서 또 하나의 결론이 도출된다.
그리고 위의 두 가지 결론을 통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추론할 수 있다.
모든 것은 데즈카의 지갑의 부피에 달려 있다.
그러나, 데즈카가 현재 가진 것은 움켜쥔 휴대폰 달랑 하나.
따라서.
「……실례합니다, 여기 주문 받아주세요」
「하아?」
「에엣?」
「으응?」
「햄버그 스테이크 세트로 하나 부탁합니다」
「햄버그 스테이크 세트 하나입니까. 주문 받았습니다」
「에에에에─?!」
「부장……?」
「……여보슈」
「앉는다. 비켜. 키쿠마루」
「아아? 데즈카가 거기 앉음 되잖아」
「비켜!」
「악쓰지 마! 어이구 알았다 알았어. 자 옛다」
「어라, 부장이 운다」
「헉! 왜 그러세요!!」
「한심하고 무능한 자신이 불쌍해서 우는 거 아냐? 모모짱, 그보다 내 케이크」
「옙. 여기요」
「나도 공범이다, 에치젠」
「예에예에」
「확 결혼해 버리자 에치젠……」
「예에예에예에예에」
「이젠 정말, 자신이 싫어」
「예─에예에예에예에예에」
「대체 무슨 얘기인지, 걱정하고, 걱정해서」
「중요한 얘기였지, 응응」
「나는 어쩌면 좋지?」
「우선은, 꼬옥 움켜쥐고 있는 그 휴대폰으로, 누구든 불러주면 기쁘겠어」
「그러냐……」
몇 분 후, 중언부언하는 데즈카의 설명 탓에 뭐가 뭔지도 모르고 달려온 오오이시가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시켰고, 이럴 때만이라도 세상에 공헌 좀 하라는 이유로 호명당한 이누이는 석고대죄 직후 파스타를 시켰다. 키쿠마루는 의미도 없이 후지를 호출, 후지는 의미도 없이 카와무라를 불렀다. 카와무라는 무언가를 착각해 카이도를 불렀으며, 이럭저럭하는 사이 시선이 따가운 쪽수의 압박에 기가 질린 이누이가 울며 겨자먹기로 부른 사람은 야나기였다. 야나기는 의미도 없이 키리하라를 호출했고, 키리하라는 의미도 없이 쿠와바라를 불러왔고, 이유도 없이 따라온 마루이는 쿠와바라가 일본에서 곤경에 처해 있다는 희한한 구실로 전화를 걸었다. 야규가 달려왔고, 그 즉시 또 하나의 야규가 굴러들어와, 이런저런 죄업에 대해 진짜가 발을 구르며 스팀을 받는 사이, 머리를 감싸쥔 쿠와바라가 유키무라에게 도움을 구했다. 유키무라는 쉬폰 케이크 하나를 통째로 작살낸 후 우아하게 휴대폰을 들었다.
그날, 사나다는 영문도 모른 채 지갑을 털었다.
....귀여운 것들 같으니. (부들부들부들)
그나저나 요즘 전국에서 구르다 왔더니 사나다와 유키무라만 봐도 웃겨서 당최 참을 수가 없음. 젠장 이 빌어먹을 코노밍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