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를 위한 변명.

듣거나 혹은 죽거나 | 2006/09/13 12:36

MP3 파일의 총 갯수 약 1800개. (많이도 모았다;)
그 중 왜놈들과 양놈들의 음악이 약 95퍼센트라는 현실에 일순 아연해져 천장을 바라보는 S.

나... 나도 한국 성우는 일본 성우보다 질이 낮아! 한국 가수는 일본 가수보다 노래 못해! 라고 주장하는 근성 썩은 일빠인 것인가? 시, 싫어어어어어────!!!

잠시 숨 좀 돌리고. 이 불쌍한 중생을 위해서 변명 좀 하겠다. 그대 양심에 거리낌이 없는 자 이 여인에게 돌을 던지라... (돌무더기에 파묻힘)


뭐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난 한국어에 무진장 까다로운 축에 속한다. 어이, 어이, 거기 도끼 내려놔! 내 한국어가 완벽하다 헛소리 지껄일 생각은 추호도 없음. 언어 구사가 끽해봤자 삼급수인 줄 나도 알아요─! 능력이 안 되어서 그렇지(....) 난 한국어 잘 하고 싶다.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도록 멋지게 하고 싶다. 나름대로 노력도 하고 있다. 능력이 안 돼서 그렇지. (자폭하면 속이 시원하냐;)
어쨌건 한국어는 내 모국어이고 본능적으로 알아듣는 언어고 또 세상에서 제일 멋진 언어라고 파슨희(...)의 근성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 바, 이왕 향유하는 물건은 좀 올바르고 맛깔나고 귀에 쫀득쫀득 달라붙고 무엇보다 '맞춤법이 맞기를' 바라는 게 인지상정 아냐? 에? 너만 그렇다고? 그래 나만 그렇다 어쩔래.
게다가 '거기에 글이 있으면 읽어야 하는' 텍스트 중독증까지 겹치다 보니 얼마나 심각한가 하면 특히 문면에선 암만 좋은 얘길 해도 한국어 구사를 그르치면 시작부터 정나미가 뚝 떨어짐. 문장 하나에 이모티콘을 몇 개 남발하는 거냐! 말줄임표 적당히 써!! 흐리지 마! 끌지 마! 아 문장 좀 길게 써 봐! 앞뒤 호응이 안 맞잖아─! 넌 그게 맞는 맞춤법이라고 생각하는 거냐아아아아!!! 악악악악악!!

...죄송. 그간 좀 쌓인 게 많았습니다.

난 한국땅에서 태어난 토종 100% 한국인이고 한국어를 말하고 한국어를 듣고 한국어를 쓰며 자랐다. 정신 놓고 있어도 웬만하면 알아들을 수 있는 게 한국어다. 그러니까, 빙빙 돌리고 있지만 결론이 뭐냐 하면, 한국 노래의 경우 무엇보다 정통으로 들릴 수밖에 없는 가사에 대해 마구마구 쪼잔하고 까다로워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얼마나 버닝을 위해 한 몸 불싸질렀으면 이젠 일본어로 잠꼬대를 지껄이고(....) 한국어보다 일본어가 먼저 튀어나오기가 부지기수인 S이나 (리비도로 인생을 살면 이렇게 된다;) 그래도 일본어는 어디까지나 '제 2외국어'다. 저어기 어디 모에의 왕국을 헤매고 있으면 안 들리고 발음이 뭉개지면 안 들린다.
내가 고마쯔 미호의 '바라는 것 단 하나뿐(願い事ひとつだけ)'과 '얼음 위에 선 것처럼(氷の上に立つように)'을 얼마나 살인적으로 미워하는지 휠스 양은 알던가... 모르던가? 얘기한 적 없었나? ;;; 헛갈린다. 하여간 진짜로 눈에 불 켜고 미워함. 이유는 단 하나, 가사의 나약해빠진 근성이 열라 마음에 안 들어서다. 같은 코난 계열에 하필 S의 뮤즈이신 GARNET CROW가 있어 미움은 백만 배다. 블로그에서도 한 서너 번쯤 침 튀겨가며 성토하고픈 유혹에 사로잡혔다 떠들기도 귀찮아서 관뒀을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P3는 안 지우고 여태껏 내비두고 있다. 곡조는 나쁘지 않으니까. 뇌의 번역기 스위치 끄고 음만 들으면 되니까.

하기사 그나마 고마쯔 미호는 좀 버틸 만하지만 아무리 외국어라도 정말 가사가 끄악 이게 뭐냐; 싶으면 가차없이 지워버린다. (아예 유치뽕빨이 컨셉이면 모를까;) 말나온 김에 예서 고백하는데 실은 CATS의 영원한 명곡이라는 Memory, 별로 좋아하지 않음. 심지어 MP3도 없다. 예, 지금 전세계의 CATS 팬들을 적으로 돌리셨습니다. 곡조는 진짜, 진짜진짜진짜진짜 좋은데 가사를 새겨들으면 으으으으으으으음-_-;;;;인 걸 어쩌라고! 방금 전까지 너무나도 영국적인 건조하고 비틀린 블랙 유머가 두운 각운 딱딱 맞춰가며 줄줄이 흘러넘치는 걸 침 콸콸 흘려가며 듣고 있다가 갑자기 설탕과 꿀을 죄 쳐바른 딱 양키식으로 소름끼치게 열라 감상적인 노래가 무대를 장식하면 잘 오던 쾌감도 꽁지 말고 달아나 버림. 제발 부탁인데 '결코 포기하지 않을 거야' 란 말을 그런 식으로 하지 말아주삼;;;
(Memory가 유발하는 닭살의 절반은 워낙 앞이 좋은 데서 비롯하는 반사 효과일 거라고도 생각한다)

(요즘은 일본곡도 가사가 슬슬 보임에 따라 믿고 듣는 가수가 거의 고정화되어가는 중. B'z, GARNET CROW, 오니즈카 치히로, 아마노 츠키코, T.M.Revolution, Janne Da Arc, L'arc~en~ciel, BUMP OF CHICKEN, Mr.Children 등등. 우햐아~ 취향 다 뽀록난다;;;)

다시 말한다. 어디까지나 제 2외국어인 일본어와 영어도 이런데 한국어는 오죽하겠느냐고오오오오오!!!!

맘마미아를 볼까 말까 망설이다 망설이다 결국 뜻 꺾고 오리지널 캐스트 DVD 나오면 살래... 훌쩍훌쩍, 이 되어 버린 건, 순전히 ABBA의 무수한 음악들 중 S의 첫사랑이자 영원한 연인인 DANCING QUEEN의 '한국어 번안판'을 스쳐 듣고 힉겁했기 때문이다 (먼 산) 번안이란 게 원래 좀 양날의 칼이긴 하지만 듣자마자 저, 저, 저기저기저기저기저기저기!!? ;;;; 가 되어서는 실제 공연 보며 5분도 못 버틴다. 장담하건대. (먼 눈)
뭐 그건 어디까지나 귀엽고 이해도 되는 수준이고 이제 본론. 90년대 중반 이후의 노래들은 솔직히 말해서 뭔 말 하는지 못 알아먹겠단 말이다! 에? 한국어야? ;; 근데 왜 남의 나라 말로 들리지? ;;;; 저 단어를 저렇게 써도 되나? ;;; 야 맞춤법 틀리잖아! 쓰벌 쉐이야 넌 사전 한 번도 안 펴봤냐!? 알아듣게 좀 말해!! 크아아아아악!!! -이상 일련의 사고 과정. 내가 좀 샤이하고 수줍은 소녀(뻐어어어어억!!!)라서 같잖은 한국어가 자막으로 당당히 뜨는 꼬락서닐 보면 누가 옆에 없어도 얼굴에 불부터 나고 귀가 썩어들어감. 으하하하하하. 하물며 명색이 가수가 노래 아닌 오로지 몸과 얼굴과 춤 갖고 먹고 사는 것들이 드글드글한 요즘, 천편일률적으로 사랑 타령이나 하면 만사가 오케인 줄 아는 요즘에 와선 가요 순위 프로그램의 존재 자체를 망각하고프다.

한국 가요의 최전성기는 80년대부터 90년대 초까지였다고 멋대로 생각 중. 그러니까, 쉽게 말해 서태지 오라버니가 있고 N.E.X.T.가 있고 김건모의 '핑계'와 미스터 투의 '하얀 겨울'과 더 클래식의 '마법의 성'과 마로니에의 '칵테일 사랑'과 푸른하늘의 '자아도취'와 이문세의 '조조할인'과 화이트의 '네모의 꿈'과 임종환의 '그냥 걸었어'와 일기예보의 '인형의 꿈'과 피노키오의 '사랑과 우정 사이'와 패닉의 '왼손잡이' 혹은 '달팽이'와 기타 등등등등이 있었던 그 시절로 돌려보내 줘!! FUCK IT!! 제기랄!!
(조용히 이선희 언니님의 '아름다운 강산'을 꺼내 돌리는 S)

현재 한국 가요계에 순 젖살도 덜 빠진 어린 것들'만' 판치게 된 건 H.O.T.의 공적(빠드득)이 매우 크나크다고 감히 주장한다. NRG인지 젝스키스인지 나로선 누가 누군지도 구분이 안 가는 놈놈놈들이 춤을 내세워 같잖은 립싱크로 가수랍시고 득시글거리기 시작한 게 H.O.T.가 대박치고 난 직후였으니 말이지. 아 S.E.S.도 빼면 슬픈가? 흥.

(오해 말라. 아이돌을 부정하자는 건 아님. 누가 이쁘고 어리고 빤딱한 것들이 싫대? 아이돌'만' 있으니까 문제지 -_-)
(그래도 옆나라 아이돌은 라이브는 하더라 -_-)

이상, '저 바다에 누워'를 흥얼거리고 코에다를 씹으며 로얄의 밀크 쇼콜라가 다시 가게에 깔릴 그날만을 기다리고 있는 S였습니다. 아 속 좀 시원하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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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lls 2006/09/13 13:17
...맞아. 들려서 곤란해. 매우 곤란해. 아주 곤란해...;
'Dragostea Din Tei'의 번역판이 그렇게 이게 뭔 말이야 싶게 흘러가도 이해할 수 있는 건 그건 그 나라의 감성이 그래서 그렇겠지- 라는 타국어의 무지에 의한 이해이며, 그나마 제일 아는 축에 속하는 일본어도 그런 감성에서 대충 넘어갈 수 있는데다, 실제로도 '들으려 하지 않으면' 안 들리니까. 안 들을 수 있으니까 온갖 초닭살 가사도 이게 말 되나 싶은 문법도 넘어갈 수 있는 거지. (여기서 그런 초간단 문법 조합 불가 언어로 어디까지 언어적 유희가 가능하겠소 싶은 파슨심리도 가세 -단어유희가 가능한 건 워낙 말조합숫자가 적으니까고 ㄱ-;)

그렇지만 '누나의 꿈'은 그렇게 못 이해해줘, 절대로. (세상에 지금 제목 타이핑하면서 얼굴에 불이 났어...!!!)

난 가사가 '시'의 일종이라고 생각하는 구닥다리 세대라, 도무지 문장만 성뚱 잘라놓고 봐도 이게 뭔 말이야 싶은 가사는 죽어도 납득을 못해, 안해!!! 옛노래만 들으며 살래! 아싸 좋구나 보수파!!! OTL.....

사실 이 모든 것은, 그저 자신이 가장 감수성이 (그나마) 깊었을 시기에 듣고 보았던 모든 것이 좋아보이는 추억의 필터링 현상이라는 것도 대충 자각하고 있지만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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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ARA 2006/09/16 17:39
이게 바로 알면 알수록 까다로워지는 이치 아니겠수. (먼 눈) 물론 감수성 풍부할(...) 시절에 들은 까닭도 있겠지만 대개 추억의 작품이 '...추억으로 묻어둘 걸 그랬지;' 가 되는 반면 그 시절 음악은 언제 들어도 참으로 좋습디다. 21세기는 한국 가요 불모 시대라고 생각할래! 흑흑!
가사는 시인 게 당연치 않소. 그대는 결코 구닥다리가 아니야. 여기 동지가 있다!

...그런데 누나의 꿈이라는 그 쪽팔리는 제목은 대체 뭐냐? ;;; 혹시 누난 내 여자니까~어쩌고 라며 당장 민증 까 새끼야! 라고 외치고프게 만드는 그 노래는... 아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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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d Soul 2006/09/25 09:03
그…제 기억으로는 아마 현영씨의 노래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_-;; 아닐 수도 있겠지만. 한 2분인가를 ‘야이야후’로 때웠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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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ARA 2006/09/25 12:29
예, 알고 있습니다. 루마니아 모 그룹의 즐거운 노래 DRAGOSTEA DIN TEI의 번안곡이라고 하더군요. 번안을 해도 어쩜 저렇게 낯팔리고 바보같이 할 수 있느냐고 H양이 들고 날뛴 관계로 저는 그냥 깔끔하게 무시하고 있습니다. 간덩이 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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