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오늘도 나는 가고(어디로?) - 상담 by 에나미 하루카

불타는 전국의 밤 | 2006/09/27 14:18

예상 이상으로 엄청나게 반응이 좋았던 <예측>의 주인공, 에나미 하루카(榎並遙) 상의 Grand Marnier에서 또다시 슬그머니 꿍쳐온 단편 <상담(相談)>. 자아 모두 함께 즐깁시다 Let's party ya-ha!!!!
배쨀 각오와 쿄고쿠도의 저주 7대는 언제나 비축 완료 중이다.


상담에 응하여 주실 수 없겠소, 라고 말씀하고 계십니다.
노부유키의 말에 유키무라는 물론이요 사나다가 자랑하는 뱃속 검은 군사, 마사유키도 콰직 굳었다.
거대한 덩치를 옹송그리고, 우에다 성에 뚜시쿵~앉은 것은 그들의 친척.

「...................저.... 저기.......... 형님..........?」

「....................사, 상담............?」

유키무라와 마사유키의 시선 앞에는, 푸슉─이라 배기음인지 뭔지를 뿜을 듯한 전국최강의 무장
도쿠가와의 수호(기)신이자, 사나다 노부유키의 장인 어른

혼다 헤이하치로 타다카츠(本多平八郎忠勝)가 있었다.


「......혼다 공, 그, 뭐냐.... 설령 우리가 노부유키를 통하여 사돈 관계를 맺고 있다 할지언정, 이 마사유키와 유키무라는 다케다를, 노부유키는 도쿠가와 공을 섬기는 몸이올시다.... 그다지, 깊은 이야기는 삼가심이 어떠할는지....」

힘내라 아버님 지지 마라 아버님!!!
아버지의 용기를 마음속으로 절찬하면서, 그러나 왠지 침울해 보이는 (분위기가) 타다카츠도 마음에 걸린다면 마음에 걸리는 유키무라였다.

「이것은 전쟁의 이야기가 아니온즉, 안심하소서 아버님」

분연히 단정하는 노부유키에게, 지금 막, 안심 못하게 됐다고 쏘아주고픈 충동을 마사유키는 가까스로 억제했다.

「그... 그래서, 타다카츠 공, 상담이란 무엇이시온지....?」

너도 뭔가 말하거라! 라며 찌릿 노려보는 마사유키의 압박에 기가 질린 유키무라가 말을 받았다.
고개를 끄덕끄덕한 타다카츠가 노부유키에게 시선을 주었다.

「으음, 들어다오 겐지로. 빙장 어르신께서 상담하고 싶어하시는 문제는」

아뇨 저기, 형님은 어떻게 아십니까?
같은 피를 받고 같은 태내에서 고작 1년 차로 세상 빛을 봤는데, 이 차이는 뭘까? 울고 싶어지는 유키무라였지만, 이렇게 된 거 어떻게든 조언을 한둘 쥐어짜내 후딱 돌려보낼 수밖에 없다.
유키무라가 결심을 굳혔을 때, 노부유키는 부친과 동생을 향해 조용히 말했다.

「최근, 우리 주군께서 불량배와 사귀고 계시느니라」

도쿠가와 공은 몇 살이십니까? 라던가, 어째서 중신이 일부러 여기까지 상담을 오는데요? 라던가, 그런 소박한 의문이 군사 가계 출신인 마사유키와 유키무라의 뇌리를 일단 스치고는 지나갔지만, 단어의 격심한 충격이 좀처럼 사그러지지 않아 결국엔 잠자코 고개를 끄덕끄덕할 수밖에 없었다.

「요전에도 돈을 빌려달라는 부탁을 받으신 모양이더만, 이야말로 이지메의 상투 수단, 아니 오히려 공갈협박갈취의 상투 수단이 아니더냐!?」

「..............하아...........?」

「얼마 전엔 가출 소년의 숙식마저 제공하셨단다. 이미 너도 알다시피 주군께서는 천진하고 사람 좋으신 분, 필경 차마 거절을 못하시는 것이겠으나... 지켜보는 우리 모두는 괴롭고 괴로워서.....」

타다카츠가 무서운 속도로 머리를 위아래로 붕붕붕붕 휘둘렀다.

노부유키 역시 마치 벌레를 정통으로 씹은 침통한 얼굴을 하고 있어, 이래서야 도쿠가와의 가신 중 타다카츠를 제외하고는 그 시종조차 오지 않은 건 모두 이에야스를 심려한 나머지 머리 싸매고 드러누워 버렸기 때문은 아닐까... 그렇게 유키무라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예상해 보았다. 부디 빗나가기만을 마음 깊이 바라는 바, 그러나 적중했을 자신이 만만했다.

「더구나!!!!」

덥석 유키무라의 손을 움켜쥐는 노부유키의 악력에 경악하기 앞서, 꼭같은 동작으로 타다카츠에게 손을 와락 잡힌 부친의 안부가 염려된다.
부친은 일단 카와나카지마로 첫 출전을 장식, 충격파가 우습게 보일 용호대격돌의 현장에서 츠치야 마사쯔구(土屋昌次)와 함께 끝까지 개겨낸 사나이다.
처음으로 직접 체험했을 때, 유키무라는 새삼 부친의 위대함을 깨닫고 우러러 보았던 것이다.

(..........힘내라 아버님!!!!)

형님이라서 다행이라고 조금 안도하는 한편, 유키무라는 각오할 수밖에 없겠거니 마음을 다잡고, 노부유키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요즘은 폭주족과 흡사한 요란한 무리와도 교분을 맺고 계시는 모양이니라!! 혹여 짚이는 데가 없느냐!!? 푸른 옷을 맞춰 입고, 이국의 말을 지껄여대는 놈들이다!!!」

.......................................독안룡??????!!!!!!!!!!!!!!!!!!!

더할 나위 없이 짚이는 데가 있는 유키무라는 마음속으로 무지막지하게 동요했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마사무네 님이 미카와(三河) 쪽에 친구가 생겼다고 했던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가타쿠라 님이 주군께.... 주군께 드디어 친구가!!! 라며 기쁨의 눈물을 한 바가지 쏟았던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아니, 설마.... 설마 그럴 리가, 다테 일문은 오슈 필두, 거슬러 올라가면 오슈 후지와라 일문에 미치는 유서 깊은 무가(武家)의 고참인데.......그치만.... 마사무네 님이고.....

유키무라가 혼란에 빠지건 말건 이야기는 앞으로 쭉쭉 나가고 있었다.

「그뿐이면 차라리 나을 것을!! 교토의 유흥가에 놀러가자며 쑤석대는 몹쓸 놈마저.... 아아악!!! 그 자가 바로 주공을 갈취하는 악당일진저!!!!」

....................쿄..........? ............유흥가..........? .......도쿠가와 공과 지인...........?

.............................마에다 케이지...........?

이전에, 가출행의 자금원은 미카와에 있는 친구라던가 하지 않았던가...?
근처에 출몰하는 도적 퇴치를 대신 떠맡는 대가랬던가 뭐랬던가.....

「겐지로! 주공의 섬세한 마음이 상처를 입는 날에는 장인 어른도 나도 도저히 살지 못한다!! 어디 우리 둘뿐이겠느냐! 마사노부 님도 야스마사 님도 타다쯔구 님도 한조 님도 모토타다 님도 나오마사 님도 심려를 이기지 못하와 줄줄이 쓰러지셨느니!!!」

형님, 형님의 친부와 동생은 작금 절망의 피안을 떠돌고 있습니다.

옆에서 쩌렁쩌렁 울리는 "혼다 공!!! 진정하시오!! 성이 무너지겠소!! 이보시오 방열판을 당장 거두시게───!!!" 라는 아버지의 비명에, 정말로 방열판입니까 아버님? 이라던가 소관에게 맡기신 성이 육아상담으로 괴멸했다고 어르신께 어떻게 말씀드리지? 등등의 문장이 이리저리 머릿속을 날뛴 후, 유키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런 고민............ 박살내 버리자, 만악의 근원 도쿠가와를



「윽!! 겐지로 아니된다!!! 멈추거라! 겐자부로!! 겐지로가 끊겼다!!」

「아닛!! 무슨 일이냐 겐지로!!!」

유키무라가 흔들흔들하며 휘이청 몸을 일으키자 두 사람은 당황해 날뛰고 타다카츠는 어안이벙벙하였다(아마도).

「......사스케, 말을.....」

안면 경련을 일으키는 사스케에게 지시를 내린 찰나, 등뒤에서 덤벼든 부친이 유키무라를 물고 늘어진다.

「아버님, 어이하여 이러십니까.... 불행의 씨앗은 진즉에 솎아내야 하오니 말리지 마소서」

「평소의 후덥지근한 열혈은 엇다 팔아먹었느냐 겐지로!! 마음을 가라앉혀라!! 네가 도쿠가와 공에게 돌격하면 전국시대가 거기서 쫑이니라!!! 더구나 그대는 굳이 따질 경우 씨앗을 깨는 쪽이었거늘!!!」

아시다시피 그의 내용물은 모 기동전사에서 필경 제일로 씨앗을 깨고 있는 사람이다.

「아버님의 말씀대로! 겐지로!! 대체 왜 그러는 거냐!!」

니네들 탓이잖아 니네들! 도쿠가와네 바보 아빠 엄마!!!

마사유키와 사스케가 혼의 크로스로 있는 힘을 다해 태클을 날릴 제(어디까지나 마음속), 다 필요없으니 이거 놓으십시오... 라며 음침하게 중얼대는 유키무라의 눈은 이미 머나먼 미카와에 못박혀 있었다.

「사나다 대!! 죽을 각오로 유키무라 님을 저지해──!!!!!」
「유키무라 님 부디 진정을─────!!!!」
「십문자창에 붉은색까지 갖추니 이리도 완벽하여 곤란하구나!! 아니된다 겐지로────!!!!!」

결국, 우에다 성에 평온한 나날이 찾아오는 건 아직 멀고 먼 훗날인 모양이다.

 

후일담.


「........우선은 말이죠, 그 문제가 되는 애들한테 직접 잘 이야기해 보던가, 보호자한테 상담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요?」

직속 상관을 포함한 사나다 일가의 광란에서 몸을 빼 달아난 사스케의 조언을 듣고, 푸슈──라는 기동음과 함께 타다카츠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진지하단 건 보면 알겠지만... 사스케는 그만 쓰게 웃고 말았다.

「뭐, 어디서나 육아는 힘들고 어렵죠. 애들은 애들대로 헤쳐나가는 법이니까 너무 마음 쓰지 말고. 아 참, 육아 상담이라면 다테 가문네 가타쿠라 씨던가, 마에다 부부한테 물어보는 게 제일 좋을 거예요」

또다시 고개를 끄덕이고, 감사의 인사를 하려는 듯 몸을 숙이는 타다카츠를 사스케는 힘내라고 부드럽게 다독였다.

 



그 후, 평소 알고 지내던 마에다 가는 어쨌건, 다테 일문의 혼란은 우에다 성과 비등비등 오십보백보였다고 한다.






그냥 인상입니다만.
육아의 프로라 하면,

사스케 (유키무라와 카스가)
코쥬로 (마사무네)
마에다 부부 (케이지)

도쿠가와 가는 처음으로 애 가지고 어쩔 줄 모르는 경험 부족의 젊은 엄마 같은 느낌이에요.

(註 1) 겐자부로(源三郎), 겐지로(源二郎) : 사나다 노부유키와 노부시게(유키무라)의 자(字). 왜 형이 3이고 동생이 2인지에 대해서는 온갖 제설이 난무하는데 심지어 실은 유키무라가 형이고 노부유키가 동생이라는 설도 있다. 유키무라의 모친이 워낙 비천한 신분이어서 장남 인정을 못 받고 어거지로 차남이 되어 버렸다는 이야기. 뭐 그렇다면 천상 유키 돌림인 사나다 일문에서 그 혼자 노부시게인 이유도 납득이 안 가지는 않는데... 아~아 모르겠다.
(註 2) 츠치야 마사쯔구(土屋昌次) : 역시 다케다의 가신 중 하나.
(註 3) 미카와(三河) : 말할 필요도 없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근거지. 아이치 현(愛知県)에 있다.
(註 4) 마사노부 님도 야스마사 님도 타다쯔구 님도 한조 님도 모토타다 님도 나오마사 님도 : 혼다 마사노부(本多正信), 사카키바라 야스마사(榊原康政), 사카이 타다쯔구(酒井忠次), 핫토리 한조(服部半蔵), 토리이 모토타다(鳥居元忠), 이이 나오마사(井伊直政). 저언부 도쿠가와의 가신들.
(註 5) 네가 도쿠가와 공에게 돌격하면 전국시대가 거기서 쫑이니라!!! : 아시다시피 오사카 성 공방전이 막판에 접어들었을 때, 구석에 몰린 동군 측에서 사나다 노부시게(유키무라) 대가 도쿠가와의 본진을 향해 필사의 돌격을 감행, 이에야스의 심장도 거의 멎을 뻔했지만 결국 사나다 대는 다테 마사무네 진영 바로 뒤의 야스이(安居) 신사에서 전멸한다. (입이 웃고 있어 나!!) 이로써 오사카 성 공방전은 종결되고 전국시대의 막도 내리게 되었다. 일본사에서 아마도 제일 재미있는 시대일 전국의 마지막 순간에 그야말로 벚꽃처럼 화려하게 져 버림으로써 사나다 유키무라는 영원한 전국의 스타가 되었지만 뭐 그건 그거고, 하여간 그런 얘기.
(註 6) 굳이 따질 경우 씨앗을 깨는 쪽이었거늘 : 말할 필요도 없는 그쪽 네타. 굳이 말하자면 골치 아프니 근원을 제거하자는 사고 방식이 우주최종병기 B형의 그 소년과 아주 안 닮았다고 하지도 못하겠다.



面白かった。
思いっきり笑ったから、返す言葉はないよ。

"...맛 들였어요? 유행 안 합니다?"
"시끄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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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벨. 2006/09/27 22:33
다른 웃긴 부분 다 놔두고 '후덥지근'에서 숨넘어가는 저. OTZ
그놈의 '暑苦しい'를 어떻게 번역하나 싶던 고민을 한방에 날려주신 키사라님 사랑해욧>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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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ARA 2006/09/27 23:59
'暑苦しい'를 '후덥지근'이라 하면 좋겠다는 발상은 작년 4월경에 세이야 팬픽을 번역하다 문득 내려온 것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아테나의 가호였나 봅니다 (웃음) 개인적으로는 좀 만족스러워 하고 있던 번역이어서 지벨 님께서 마음에 들어해주시다니 기뻐요 >_< 그리고 즐겁게 읽어주셨다면 그 이상 좋은 게 없지요 꺄아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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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27 23:11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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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ARA 2006/09/28 00:01
그럼 아니메이트 카세트 컬렉션(지난 번에 주신 미라클 아스카짱은 빼놓고요)과 LEGEND OF RACERS I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_< SAGA 이후는 비교적 구하기도 쉽고, 마스코트 걸즈 패닉 하나만 남겨놓으면 충분하다는 결론을 내린 관계로... (어이)
아뇨 사실은 1편 감상문만 얼른 써 주시면 족해요! 어서 써주세요! 2편을 드리고 싶어서 손이 근질근질하다고요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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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28 11:01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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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ARA 2006/09/30 11:19
오, 처음 뵙겠습니다. 이런 바보 사이트를 항상 찾아주고 계셨다니 기쁩니다. 그리고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자주 놀러와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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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씨 2010/01/10 23:49
역시나 보다가 미친듯이 배잡고 구르는 중입니다. 여기서 입증되는것은 도쿠가와는 봉이였다는 걸까요, 혼담씨는 초보보모라는 걸까요, 아니면 유키무라는 시드깨는 사람이라는 걸까요. 어쨌든 유쾌하게 웃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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