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오서견문 출처 주유전 해설, Part 1 (Written by 손포코)

삼국남자킬러연의 | 2006/10/12 01:32

카운터가 여전히 맛이 간 가운데(치킨의 가슴을 가진 S에겐 참으로 견디기 힘든 사태다;), 리퍼러 통계를 대강 훑어본 결과 내가 삐-나 삐-나 삐--- 등등의 문란한 단어를 쓸데없이 많이 써먹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당분간 말을 삼가고 조신하게 살아야겠군 (후덜덜덜덜덜)

그리하여 내일 우주가 멸망하여도 오늘 한 개의 하찮은 포스팅을 하고 있는 S입니다 꾸벅.
DEATH NOTE 2화에서 드디어 L이 등장. 불행히도 대사의 80퍼센트 이상이 합성음이었지만(털푸덕) 군데군데 캇짱이 진짜 목소리로 음침하게 L의 대사를 읊어주어서 일단은 대대대대대대...만족! 목소리는 어땠느냐고? 캇짱이 첫사랑인 내게 대체 무슨 불만이 있사오리까? 1인칭 私의 키자키자키자키자키자(*무한대)한 대사도 가뿐히 소화하는 그이는 역시 키드 님의 성우. 자 어서 대학생이 되어라 라이토! 류자키와 데굴데굴거리며 놀아라!! L의 진가는 그때부터가 본편 돌입이란 말이다! >_< (어차피 결말이 그 모양일 거 중간의 모에에나 충실하는 것이 올바른 동인녀의 자세... 푸헉!!!)

얘기를 원래의 방향으로 되돌려서 (흠흠;)
존경하고 존경하옵는 니시이 케이트 氏의 삼국지 단편을 한 개는 건드려보고 주유전으로 넘어가려 했는데 장중한 문장의 맛을 한국어로 고대로 살리기가 빌어먹게 어려워 꾸물대는 사이 날은 지나고 달은 가는지라 마침내는 훨씬 슬렁슬렁 해석되는 주유전 해설부터 어떻게 좀 해 보기로 마음먹고 눈물을 머금고 방향을 선회하였다. 거기, 치킨이라고 하지 마라. 나도 안다.
이미 대략 삼백 번은 떠들어댔지만 나는 단금(斷金)의 골수 팬이다. 에, 단금이 뭐냐고? 여기서 우리의 친절한 이웃 네이버 백과사전의 해설을 빌자면 일본어로는 DUNKIN과 발음이 같아지는(어 도넛 땡긴다) 이 고사성어는 본디 역경(易經) 계사전(繫辭傳) 상(上)이 그 출처. 二人同心其利斷金同心之言其臭如蘭, 즉 '두 사람의 마음이 같으니 그 예리함이 금석을 자를 수 있고, 같은 마음에서 나오는 말은 그 향기가 난초와 같다' 라는 말에서 유래한 표현이다. 굳이 삼국지에 한정할 거 없이 중국 쪽에서 피치보이즈 도원삼형제라 하면 무조건 유비/관우/장비고, 수어(水魚)라 하면 유비와 제갈량이듯 단금이라 하면 한 99퍼센트는 필경 평생 살 떨리는 우정을 만천하에 과시한 손책과 주유를 가리키는 말임. (조조 님만 아무도 없다... 쓸쓸하다... T.T) 정사 삼국지의 주석자 배송지가 인용한 강표전(江表傳)에서 '그들의 우정은 금속마저도 끊을 만큼 강고하였다' 며 기술하고 있는 데서 단금 이퀄 손오의 요요철철 동갑내기 콤비라는 공식이 성립하였다.

여기서 현시연의 명언을 다시 한 번 도둑질하자. "단금을 싫어하는 여자란 없어요!!!"

가능한 한 아는 사실만 밋밋하게 기술하려 기를 쓰는 정사에서조차 사이가 좋은 걸 숨기지 못하고, 손오에 대해서는 참으로 인색하기 짝이 없는 삼국지연의마저도 읽고 나면 희한하게스리 아 걔네들... 사이 참 좋았지? 라는 인상은 남으며(손오에 관심없던 아득한 옛날에도 손책과 주유가 얼마나 뜨거웠는지만은 기억하고 있었음;), 위로는 기타카타 삼국지에서부터 아래로는 진삼에 이르기까지 삼국지 창작물이란 창작물의 어디를 들춰봐도 눈에서 땀이 나게스리 부비부비이챠이챠논실난실닭짓난무인 게 단금 콤비란 놈들임. 한 마디로 '남자는 그것을 우정이라 주장하고, 여자는 그것을 사랑이라 우겨대는'(....) 종류의 닭살 풀풀 이는 친우 관계다. 여기서부터 웬만한 동인녀는 눈에 불을 켜고 덤벼들지 않곤 못 배긴다.
그런데 거기다 군신=주종이다. 모에도가 (당사비) 35만 배로 뛰었다.
결정타. 여기에 근친이 더해진다. 의형제이고 동서간이고 일부 자료에 의하면 정말로 혈연 관계이므로. 모에는 무한대의 속도로 시야 바깥으로 튀어나갔다.

그야말로 동인녀의 모에 삼종 신기 친우/주종/근친이 한 자리에 사이좋게도 모였음. 아 이런 멋진 관계를 다 보겠나!

헌데 이것만으로도 배가 빵빵하게 부를 판에 내 경우에는 덤이 하나 더 있음. 모짜르트-살리에리 관계의 또다른 변형인 로스-사가 관계, 좀 더 세간이 알기 쉽게 표현하자면 마야-아유미 관계다. 엄밀히 말해 천재와 (천재가 길거리의 돌멩이처럼 여기는) 범재의 짝사랑 삽질 관계인 모짜르트-살리에리와 천재와 (무지무지한 노력으로 천재에 무한 접근하여 천재도 그 재능을 인정하고 경쟁 의식을 불태우는) 수재의 라이벌 관계인 마야-아유미 관계는 변형이고 나발이고 처음부터 구성 자체가 다른 듯한 느낌이 강력하게 들지만 대충 좀 넘어가자. 잡글에 많은 걸 바라면 벌받는다.
최근 손책전 해설 번역을 위해 나름대로 힘들여 삽질하면서 확실히 깨달은 건데, 강동의 소패왕은 진짜로 천재다. 내 눈에 콩깍지 끼여서가 아님. 비본 삼국지와 진삼에서 열혈 체육계로 못박혔는지 어쨌는지 몰라도 난 단호히 모른 척하겠삼. 자세한 건 직접 읽어봐 주시면 기쁘겠고(어이;) 하여간 굳이 머리를 쥐어짜서 적당한 표현을 찾아낸다면 거의 동물적인 감각으로 남들이 십수 년 걸려 쌓는 숙성한 노련함에 맞짱뜨는 본능적인 유형의 천재임. 뭐랄까, 천의무봉? 이런 종류의 인간이 개화하는 데는 교육도 필요없고 단련도 필요없다. 스위치 한 번만 잘못 들어가면 주변을 모조리 휩쓸다가 몽땅 초토화시키는 그야말로 국지적 재해 겸 일진광풍. 마야잖아 -_-;
내가 원래 천재에 무진장 약한 치사한 인간인 줄은 세상이 다 아는 바 커트라인은 벌써 훌쩍 넘은 판에 더더욱 내 식지를 동하게 하는 게, 내 장담도 하겠지만 손책은 분명 약간 미쳤다(....). 까놓고 말해 당최 미치지 않고서야 세상의 어느 군주가 적측 무장의 일기토 요청에 대뜸 응하며 최전선에서 단 2기로 적측 포위망을 돌파한단 말인가. 이건 이미 혈기가 끓어 넘친다는 선에서 수습할 문제가 아니심. 글쎄 화살 좀 맞았다고 얼싸 좋구나 당장에 죽은 시늉해 버리는 인간이 제정신일 수는 없다니까! (버럭)
한편 희대의 걸작인 만한전석의 삼국지 다이제스트에선 주유를 '천재미형군사'라 하지만 솔직히 내 경우 주유가 천재라는 느낌은 그다지 들지 않는다. 에잇 거기 미주랑 팬 여러분, 돌 던지지 마시오. 나도 미주랑 팬이라구. 어쩌다 그런 인상을 받게 되었는지는 사실 나도 잘 모르겠으나(어이;) 반 이상은 창천항로와 니시이 상의 영향이 아닐까 싶다. 그건 뭐 나중에 기회 되면 그때 얘기하고.
하지만 삼국시대 최고의 천재의 명성을 거머쥐고 계신 우리의 조조 님을 결국 적벽에서 격파한 건 바로 주유다. 나중에 조조 님이 역병 때문에 그렇게 됐다며 주유에게 진 건 패배가 아니니 나 창피하지 않셈 어쩌고 입을 삐죽이면서 툴툴대셨지만(아이구 귀여우셔라 >_<) 어쨌든 위의 천하통일이 물거품으로 돌아가고 본격적으로 삼국시대의 막이 오른, 말 그대로 이름값을 한 '대전'이 바로 적벽대전이었다. 그 적벽대전의 최고 공로자는 나관중이 뭐라 떠들어대건 주유 공근이다. 그리고 난 그게 피를 토하고 뼈를 깎는 노력의 결과였다고 생각함. 그리고 그때의 스트레스로 안 그래도 과부단명상인 남자 수명이 더 줄었다고 생각함.
집안 빵빵하고 미모에다 머리 좋고 주위에서 막 떠받들어지지만 자신의 한계를 알고 잠 안 자고 밥 먹을 시간도 아껴가면서 부단히 갈고 닦고 갈고 닦고 갈고 닦고 또 갈고 닦은 천재 무한근접의 수재, 그게 주유 공근이라고 본다. 어라 진짜 아유미 공주님일세. (괜히 덧붙이자면 S는 아유미 공주님 팬이다. 흡혈귀 카르밀라는 나의 영원한 바이블임. 실은 마야×아유미를 몰래 마음속으로 지지하고 있다. 근데 삼천포로 그만 빠지련?)
대충 헛소리 접고 여기서 정리하자면 살짝 정신이 나간 천재와 건실하고 상식적이고 모범생인 수재의 불꽃 튀는 경쟁 관계가 따라붙었다는 얘기다. 어어 로망일세.

이문열 삼국지 4권에서 관공이 자신과 유비 큰형님의 사이를 '붕우(朋友)의 교분에 형제의 정이 겹치고 군신의 의까지 더했'다고 표현하는데 사실 이 말은 단금 콤비에 더 들어맞는다. 우정과 가족애와 충의와 보호심리와 의리와 심지어는 경쟁의식까지 아주 뒤죽박죽으로 믹스돼서 나중엔 본인들도 뭐가 뭔지 헛갈릴 것이 손책과 주유의 관계다. 복합적이라는 표현마저 그들에겐 너무 가벼움. 그야말로 파도 파도 끝이 안 보이고 삽으로 한 번 더 찍으면 또 새로운 물이 솟아나오는 우물 같은 놈들이다. 골은 때리지만 그만큼 죽여주게 재미도 있고 나같이 행간을 읽다 읽다 마리아나 해구로 빠져버리는 바보에겐 최적의 요리 대상임. 바로 그래서 나는 삼국지에 빠져 허부적댄지 근 몇 년만에 손오에 머리 박고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걸 게다. 쩌비.

그런데 예서 슬그머니 고백하자면, 불행히도 여자가 쓰는 유책/책유는 흔히 재미없기가 십상이다(....). 아 물론 <적벽의 연회>는 나름대로 죽여주게 웃겼지만 말이지. 존경하옵는 니시이 케이트 상처럼 아슬아슬한 우정 이상 에로 미만의 선에서 제동 걸고 탁 멈춰버리거나 아예 더 나아가서 아무 생각도 없는(...) 남자가 쓰는 편이 오히려 모에와 번뇌가 백만 배임. (카노 아쯔시의 <손책>이 가져다 준 공황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S)
이유는 간단하다. 그야 나도 동인녀지만; 동인녀는 많은 경우 이 정신없는 사태를 데이도록 뜨겁다는 이유로 시시하게스리 그냥 사랑이라는 닭살 돋는 이름 하에 하나로 뭉뚱그려 버리는 우를 범하기 쉽기 때문이다. 세상에 지금 아기를 목욕물과 같이 버렸어 당신!! ;;; 물론 놈들 사이에는 사랑도 있었겠으나 사랑을 제외한 나머지에서 들고 팔 건덕지가 얼마나 많은데 화수분을 쓰레기통에 처박은 거나 마찬가지라고!! 한 마디로 쉽게 말해 모에 대상에 대한 이해 부족 고찰 부족 숙고 부족이다. 암만 왜곡을 업으로 삼는 게 동인녀의 길이라지만 사랑하는 상대에 대한 충분한 숙고도 없는 건 살떨리게 싫음. 헤이 저리 가라.
한 가지 예 좀 들어보자. 고독한 인터넷의 광야를 헤매이는 슬픈 키메라 넷의 방랑자 S가 이리저리 헤매다 기어들어간 어느 책유 사이트가 있었는데, 딴 건 몰라도 손책이 허공을 죽인 게 주유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못된 소리를 했기 때문이라는 설정을 보는 순간에 아주 정나미가 똑 떨어졌음. 이딴 식으로 할 거면 삼국 동인 집어치우라는 폭언이 거의 목구멍까지 치밀어오를 정도로 열불이 터졌다. 내 눈에 필터 씌인 결과라면 뭐 기실 한 마디도 변명 못하지만 손책은 저어어어어어얼대로 그런 깃털보다 가볍고 뭐시기보다 사사로운 이유 하나로 허투루 움직일 인간이 아니다. 주유가 까짓 흰소리로 타격을 입을 만큼 허약하지도 않고 일일이 보호해 주어야 할 대상도 아니란 걸 자신하기 때문에 코웃음 한 번 쳐주고 어서 똥개가 짖냐고 허허롭게 넘겼으면 넘겼지. 애인(...) 욕 좀 했다고 순전히 사감으로 남 목에 칼 휘두를 만큼 골빈 놈이라면 절대로 일국의 군주, 하물며 제로그라운드에서 맨손으로 기어올라온 주군 같은 거 죽어도 못해먹는다. 그런 기본 중의 기본적인 사항도 이해 못하면서 뭔 놈의 책유고 유책이냔 말이지. 아 젠장, 생각하다가 또 스팀받았다; 더구나 기본적으로 주유는 뭘 어떻게 해도 결국엔 손책의 마누라기 때문에(...) 별 자상하게 마음 써주지도 않는다는데 기꺼이 한 표. 나쁜 놈은 원래 조강지처에게 무심하다. (나 정말 유책? ;;;) 손견 파파를 그런 식으로 걸고 넘어졌으면 혹시 또 모를까. 그랬으면 퓨즈가 퍽 나갔을 가능성이 약 67.89퍼센트. 이누이 왈.

하여간 그런 이유로(뭔 이유;) 어떤 여성향 책유/유책 소설보다도 나의 단금 모에에 결정적인 불을 지핀 손포코 님(틀림없는 스트레이트 남;성)의 주유전 해설 번역에 돌입하고자 하오니 느긋하게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꾸벅. 노파심에서 덧붙이지만 이런 퀄리티를 가져가실 분은 없으시겠죠~ 쿄고쿠도의 저주 7대분은 건재합니다~
잠깐, 여기까지 서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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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b" 2006/10/12 20:51
와아 드디어 시작이군요,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열심히 읽겠사와요>ㅂ<

하고 싶은 말이 무진장 많았는데 도대체 정리가 되지를 않아서 몽땅 지웠습니다.orz
수정/삭제
KISARA 2006/10/23 17:11
써 주셨어도 좋았는데... (툴툴툴툴)
전 칭찬을 먹고 사는 소심한 A형이란 말입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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