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드리안 골즈워디의 로마전쟁영웅사를 뒤적이던 중 좀 개기는 척하다 '시민 여러분' 한 마디에 퇴역이 뭐냐 승급이 웬말이냐 장군 밑에 돌아가게만 해달라고 울고 불고 애원하는 제 10군단 애들과 그 앞에서 어쩔끄나 시침 딱 떼고 딴전 피우시는 카이사르가 어찌나 쳐웃기는지 간만에 불이 붙어 주말을 이용, 배 깔고 드러누워 시오노의 로마인 이야기를 펼쳤다.
물론 율리우스 카이사르 편이다.
예전 정신없이 읽을 때는 영 몰랐는데 나이 쬐금 더 먹고 다시 보니 에? ....에엣? 응? 어이 여보세요? ;;; 싶은 대목이 한두 개가 아니었지만 - 이러니까 이 여자가 사상에 문제 있단 소릴 듣지;;; - 나의 영원한 마음의 아이돌 카이사르 님에 대한 S의 맹목적인 헌신은 변함이 없다는 사실을 재확인했다. 어쩜 머리털 끝부터 성격적 결함까지 몽조리 내 취향이삼. 그러니 카이사르에 대해 무언가 비판을 하시려 마음 잡수신 분은 부디 나 없는 데서 해주오. L.O.V.E. 카이사르─!!!
하여간 이제 좀 시오노의 성향이 보일락말락 한다. 시오노가 원래 좀 뱃심 두둑하고, 성격 절라 나쁘고, 청렴결백하지도 않고, 빚을 지고도 태연하고, 정치를 해도 전쟁을 해도 항상 이기고, 속은 시커먼데 지지자들은 발길에 채여 넘어질 지경으로 쌓였고, 모든 걸 거침없이 추진해 버리는 카이사르 계열의 남자들과 현실적 합리주의자들의 열렬한 파슨희라는 건 알고 있었으되 내 몸과 마음이 속속들이 썩은 지금 행간에서 콸콸콸콸콸콸콸콸콸콸콸(곱하기 무한대) 흘러넘치는 불타는 정념과 사모의 념이 빤히 보이는지라 아주 쪽팔려서 살질 못하겠다. 천 페이지가 훌쩍 넘는 빠순질. 그렇게 좋냐!? 그렇게 좋아!!!?
솔직히 불어라. 당신, 율리우스 카이사르 편 쓰고 싶어서 로마인 이야기 시작한 거지? (타레메)
(농담이 아니라 카이사르 편을 넘기고 나면 차츰 책의 포스가 떨어짐.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 백과 결투해서 이길 자신도 있으니 반박할 자 전부 앞으로 나와라!!!)
(....해본 소립니다;;;)
그리고 또 확실히 알겠는 것이, 이 여자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는 엄청 싫어하고 - 후자는 쬐금 질투도 섞인 것 같다. 아닛 감히 나의 카이사르와 러브러브를 하다닛!! ...이라던가; 이거 연예인 결혼기사에 바르르 떠는 팬도 아니고; - 소 카토도 좋게 생각하지 않고 마르쿠스 브루투스는 아예 논외임. 특히 사정없이 까내리기에 여념없는 브루투스에 이르러선 ('그런 브루투스가 높은 평가를 받게 된 것은' 이란 문장을 보라! 그녀는 숫제 셰익스피어까지 싸잡아 투덜대고 있다!) 좀 불쌍해지기까지 한다. 아니 나도 미워하지만. 절망에 빠져서 우왕좌왕하는 꼬락서닐 보면 속이 씨원하지만. 폼페이우스와 키케로는 좀 맹한 구석이 있어서 밉지까지는 않은 모양이다.
한 마디로 위대하시고 고명하시고 훌륭하신 카이사르 님께 개긴 자들을 곱게 봐 줄 생각은 벼룩 간의 반절만큼도 없다는 얘기임. 우리 오빠가 최고예염 딴놈들 다 꺼져 >_< 하는 빠순이들과 근본적으로 뭐가 달라...?!
...뭐 도노 찬양질이 하고 싶어서 8권이나 써제껴댄 야마오카 선생이라던가 조조 님 찬양으로 36권을 지샌 창천항로에서도 알겠거니와 언제나 빠순질보다 빠돌질이 무서운 법이고 팬질 스케일도 이쯤 되면 감탄밖에 나오지 않으니까 상관 없...을라나? ;;;; 어쨌든 L.O.V.E. 카이사르--!!! (결국 너도 빠순이면서 뭘;;;)
덤 1. 딱 카이사르 편까지만 갖춰놓은 문고판과 (하드커버는 너무 비싸다;) 쌍방 비교를 하며 읽은 결과 민음사판의 번역이 매우 훌륭한 수준이었다는 걸 확인했다. 다만 알레시아 공방전 당시 로마군이 세운 일곱 겹 방벽 구조에서 물 끌어들인 참호의 위치가 틀렸다!! ;;; 아니 혹시 문고판에서 가필/수정된 부분인가?
덤 2. 브레히트가 쓴 미완 소설 <율리우스 카이사르 씨의 사업(Die Geschäfte des Herrn Julius Cäsar)>이 땡겨 아마존을 이리리 뒤져본 S, 단지 좌절만을 맛보았다. 설마 이걸 읽으려거든 독일어를 공부해야 하는 거냐...!? orz
혹시나 해서 아마존 저팬으로 갔다.
....있다! 일본놈들이란!! ;;;;
ユリウス・カエサル氏の商売라는 제목으로 1973년 출간. 1973녀언!?
물론 재고는 오래 전에 동이 났다. 이걸 대체 어디 가서 구하지...?
덤 3. 땡길 뻔했다가 번역이 너무 황이라 - 아부지 스키피오인지 아들 스키피오인지는 확실하게 해 달란 말이야!! - 포기한 <임페리움>(인지 어딘지)에서 최근 과학적인 수사로 옥타비아누스가 카이사르 님의 유언장을 저한테 유리하게 위조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는 구절을 발견. 뭣이 어드래!!! 그럼 '역사에 남을 후계자 선정의 걸작'으로 만고에 칭송받은 카이사르-옥타비아누스 노선이 모두 황이었다는 거냣!!!?
근데 유언장은 옥타비아누스가 귀국하기 '전'에 안토니우스가 증인들 '앞'에서 개봉하지 않았던가...? 언제 위조했다는 거야? ;;;
...몰라. 난 그냥 카이사르 님이 반딱반딱 어린 것의 재질을 알아보고 찍은 셈 칠래. 나의 영원한 아이돌은 사람 보는 눈도 뛰어나시다고 믿을 거다!!
(그러고 보니 어느 대학 어느 연구소의 누가 조사해서 알아냈다는 말도 없었던 것 같다. 보통 학술서적이라면 2005년 하버드 대학 고고학과의 린스윈드 교수가 면밀한 검토를 거쳐 카이사르의 유언장은 위조되었다는 사실을 발견해냈다, 라던가 하지 않나? 뭐냐 너. 설마 네시의 시체가 인양됐대요 식의 '카더라 통신'을 학술서적에서 써먹는 거냐!!!? 니가 한국 인터넷 바닥이냐!!!?)
C. ILIUS CAESAR.
읽거나 혹은 죽거나 | 2006/11/06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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