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지 마라 역사소설 활용하라 위키페디아.

불타는 전국의 밤 | 2006/12/18 00:38

야마오카 소하치 作 도쿠가와 이에야스 25권, 문고판 p358~p359

"내버려 두어라. 이걸로 되었다."
다테 아와(伊達阿波)는 짜증스럽게 내뱉고, 칼을 거두었다.
"옆은 하치스카 요시시게(蜂須賀至鎮) 공의 진영. 이쪽에서 굳이 베지 않아도 저쪽에서 베겠지."
"하오나....."
한 사람이 말을 꺼내려다 입을 다무었다.
"무언 말이 하고 싶은 겐가?"
"이상한 말을... 아니, 마음에 걸리는 말을 지껄이고 있었사옵니다."
"흥."
아와노카미(阿波守)는 입술 끝을 비틀어 웃어보였다.
"다테 마사무네씩이나 되는 인물이 남만인의 무력을 빌려 오사카 성을 편든다고. 하하하... 쯔키노우라(月の浦)에서 배를 출항시킨 것은, 골치아픈 남만인을 모조리 일본에서 추방하여 도쿠가와 가문의 천하를 평안케 하고자 함이었느니라. 그쯤은 장군께서도 오오고쇼(大御所)께서도 이미 훤히 알고 계시는 일... 모든 것은 사전에 약조된 일이었거늘, 머리가 돈 승려의 허튼 말을 어느 누가 믿을꼬."
거기서 뚜벅뚜벅 걸어나온 사람은, 시로이시 성주 대리 가타쿠라 코쥬로였다.
"무슨 일이시오. 주공과 막역한 사이라 주장했다던 기독교 신부는 어디로 갔소이까?"
코쥬로는 마사무네를 비롯한 가신들과 상담을 마치고 나온 모양이었다.
오른쪽 뺨을 스친 상처에 바른 고약을 반들반들 빛내며, 패기와 예리함이 넘치는 목소리로 아와에게 질문하였다.
"청소는 이미 끝났다오."
"청소입니까....?"
"그렇소... 주공께서 직접 대면하실 정도의 인물은 아닌 것으로 판단한 바."
"유감이올시다."
코쥬로는 씨익 웃었다.
"정중히 맞아들이라는 주공의 명을 받들었거늘. 그 자들을 소중히 보호하였더라면 혹여 필립 대왕의 대함대라는 것이 머나먼 일본까지 찾아들었을지도 모르외다. 그를 기다려 군세를 일으키는 날엔 작금의 세계는 손쉽게 우리의 수중에 떨어졌을진저... 참으로 아까운 미끼를 청소하고 말았소이다."
한쪽은 청소했다 하고, 한쪽은 정중히 맞아들이라고 한다. 다테 아와와 가타쿠라 코쥬로는 표면상으로는 정반대의 의견을 논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마주보며 호쾌하게 웃고 세워진지 얼마 되지 않은 목책 안으로 함께 사라졌다.

오사카 성 여름의 진에서 서군이 궤멸하고 히데요리 측이 자결한 직후. 오사카 성에서 다테 진영의 보호를 기대하며 구원을 청하러 나온 폴로 신부를 아와노카미가 으르렁크르렁 겁을 주어 후딱 쫓아버린 참이다. (마사무네 님... [먼 눈]) 그런데 잠깐, 여기서 꼬맹이 코쥬로와 농담 따먹기를 하고 계시는 다테 아와노카미(伊達阿波守)는 과연 누구인가?
내심 시게자네이길 (무진장) 기대하고 있었는데 검색을 해도 전혀 걸리질 않는다. 다른 친족인가 싶어 몹시 아쉬워하며 잠시 그 문제는 잊어버렸는데.

그러다 언제나처럼 BASARA 팬픽을 산성침을 뚝뚝 흘리며(....) 읽고 있던 중, 아와(阿波)라는 지명이 엉뚱하게도 모토치카네 근처에서 데굴 굴러나오는 것이 아닌가. 으잉? 싶어서 황급히 우리의 친절한 이웃 위키페디아를 뒤졌다. 결과, 아와가 어딘가 하면 현재의 도쿠시마 현(徳島県), 지도를 보면 근 시코쿠다. 시코쿠!!! ;;;;
즉 다테 일문의 근거지인 오슈와는 저언혀 아무런 상관도 없는 토지인 셈이다. 이 '아와노카미'가 모리 카츠나가처럼 성만 같고 모리 모토나리 계열과는 하등 상관없는 남남일 가능성도 있기야 하겠지만, 본문에서 자기 입으로 <다테 마사무네의 부장>이라 밝히고 있는 이상 그 가능성도 전무해졌다. 실은 위에서도 살짝 언급된 하치스카 요시시게가 진짜 아와노카미(阿波守)이자 도쿠시마번 초대 번주임.

이게 워찌된 일이여? 머리를 싸매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와라고 읽는 지명은 한 개가 더 있었다. 기억나실지? 사나다 아와노카미 마사유키(真田安房守昌幸). 다시 말해 安房라는 행정구역이 존재하는 것이다. 조사해 봤더니 위치는 현재의 치바현(千葉県) 남단이다. 옳지, 여기라면 오슈에서 그다지 멀지 않다. 이번에는 伊達安房守로 다시 한 번 검색 사이트를 돌렸다. 쏟아진다. 다테 아와노카미 시게자네(伊達安房守成実). (갓츠 포즈)
그 와중에 우연히 발견한 시게자네 삼매(成実三昧)라는 매우 유쾌한 사이트에 따르면, 시게자네는 와타리(亘理) 성주가 된 1602년 이전에 이미 아와(安房)로 통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후로 이어지는 시게자네의 분가를 와타리 다테 일문이라고 하는데, 이 일문 당주의 통칭은 대대로 토고로(藤五郎) & 아와(安房)가 되었다나 어쨌다나. 그러니까 저 위의 阿波守는 安房守로 표기해야 옳은 셈이다. 끝끝내 틀린 표기를 고수하고 있지만. (먼 눈)

여보슈 야마오카 선생... 암만 빠돌심으로 정신이 없었다 해도 틀릴 게 따로 있잖소.... (타레메)
보통 역사소설가들 - 이라고 쓰고 빠돌동인남이라고 읽는다; - 은 사학자도 기겁하리만치 엄청나게 사료 조사하고 쌓아놓고 쓴대매!!! 캬악!!
(그러고 보니 도노가 주인공이신 다테 마사무네에서도 틀리고 있지 않던가 이 사람...? ;;;;)

뭐 틀린 표기와는 상관없이 도쿠가와 이에야스 25권의 시게자네(그리고 그 뒤에 도사린 마사무네 님)는 너무나 귀축에다 개자식이어서 죽어라고 쳐웃긴다. 오사카 성 공방전 와중에 다테군이 아군에 속하는 진보 데와노카미(神保出羽守)의 군세를 뒤에서 쏴갈긴(...) 건 아주 유명한 얘긴데, 다테 마사무네에선 은근슬쩍 구렁이 담 넘어가듯 넘어간 이걸 도쿠가와 이에야스에서는 어떻게 다루고 있는가 하면... 하면... 데굴데굴데굴데굴. 언젠가 기회 되면 감히 소개하도록 하겠음.

덤. 생각해 보니 이 선생은 다테 마사무네에서도 도쿠가와 이에야스에서도 유키무라의 장남 다이스케의 휘를 끈질기게 유키쯔나(幸綱)라고 우기고 계시는데, 유키쯔나는 사나다 1대 유키타카(幸隆)의 본명이고, 이설은 있지만 다이스케의 휘는 통상 유키마사(幸昌)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또다시 먼 눈) 유키마사 쪽이 아버님 이름을 고대로 뒤집은 거니(...) 골수 파더콤(...)으로써 아주 우수하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지. BASARA 팬으로서는 또 그쪽이 더 좋기도 하고 (하아하아하아하아) <-

그런 의미에서(?) 또다시 다크호스 유우키(幽鬼) 님의 <단풍잎의 마을(楓葉の里)>에서 슬쩍 주워온 미니네타 2.

2005년 12월 4일
【귀중한 장남인 까닭에(大事な長男のことゆえに)】

유키무라 : 사스케, 그대에게 상담할 일이 있네.
   사스케 : 무슨 일인데요, 유키무라 님?
유키무라 : 이제 슬슬 다이스케에게 이름을 지어주고자 하네만.
   사스케 : 다이스케 님도 벌써 그럴 나이가 되셨네요.
유키무라 : 사나다 일문의 돌림자인 <幸>은 빠지면 아니되겠고.
   사스케 : 예이예이.
유키무라 : 나머지 문자는 <政>이 어떻겠나? 사나다 유키마사(真田幸政).
   사스케 : 기각.
유키무라 : ...............안돼?
   사스케 : 속이 빤히 보입니다.
유키무라 : 으으음.... 내게는 네이밍 센스란 것이 부재하는 모양일세....
   사스케 : 그 이전의 문젭니다.
유키무라 : 별 수 없지. 아버님의 성함을 빌려서, 유키마사(幸昌)라고 할까.
   사스케 : 별 수 없다는 건 뭡니까, 마사유키 님께 실례예요. 게다가 미묘~하게 미련이 보인다구요.
유키무라 : ...............안돼?
   사스케 : 유키무라 님은 내가 찬성해 주지 않음 싫죠?
유키무라 : 응.
   사스케 : 어이구 못 말려. 알았어요, 타협하죠 뭐.
유키무라 : 그건 그거대로 실례일세, 사스케.

한국어로는 어쩔 수 없이 느낌이 죽었지만 유키무라의 ……ダメ?는 진짜로 귀엽다. 엄마 눈치 보는 초딩의 감각. 낄낄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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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삭제 댓글
지벨. 2006/12/19 13:30
소설 읽으면서 내내 뭔가 이상하게 겹치지 않냐 싶어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었더니 역시 나루미쨩(...)이 다테 아와였군요;; 왜그랬어요 야마오카 선생;; 죽은 사람한테 항의할 수도 없고 거 참.
그나저나 키사라님 포스팅을 읽고 있자니 도쿠가와 이에야스에까지 손을 뻗고 싶어졌어요!! 아무리 그래도 그건 너무 양이 많은데!!;;;;
수정/삭제
KISARA 2006/12/20 15:40
한국판 대망도 확인해 봤는데 거기서도 여지없이 틀렸더군요. 그건 할 수 없을지도; 그나저나 도쿠가와 이에야스도 다테 마사무네도 나온지가 언젠데 출판사는 그런 명백한 오류를 왜 수정 안 해준 거죠;;; 설마 대가의 소설은 오류마저도 그냥 두어야 한다는 완전보존파!?
우어어, 잠깐잠깐 기다리세요, 관심 가져주시는 건 좋고 실은 도노는 이에야스 쪽이 훨씬 개자식에 악동에 못돼처먹었지만 도쿠가와 이에야스 스물 여섯 권은 미라쥬 전권에 맞먹습니다요!? 무리는 하지 마십시오. 발췌 번역 해드릴게요 >_< (엣 퀄리티를 못 믿으시겠다고요... 할 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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