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망상의 보고.

무한번뇌의 소용돌이 | 2006/12/22 13:22

삼국지로 이런저런 무엄한(...) 짓을 한다거나 전국시대에서 아잉~마사무네 사마~를 외치며 꺄아꺄아 굴러다니는 사이 문득 한 가지에 생각이 미쳤다.
'어이, 난 한국인이라고? 한국인이 정작 한국 역사는 파지 않고 남의 나라에서 뭐하는겨?'

그런 의미에서 모에를 공유하는 동지와의 대화 한 토막을 인용하겠다. 사생활의 보호를 위해 이름은 가리겠음. (...그래봤자지)

[H*] (...원균*이순신 좀 마음 놓고 보고 싶은 이 내 마음<)
[K*] (.........그것 참 땡기는군)
[K*] (애증이라니 너무 좋잖아 허니. 자네는 모에의 화신이오)
[H*] (거기 선조가 끼면 삼각이오. 젠장, 이렇게 훌륭한 소스가 널려있는데 우리 역사에도...!)
[K*] 그 전에 난 김춘추*김유신이 보고 싶소!!!! (불끈)
[H*] 거 좋지!!! (불끈)
[H*] 사실 내가 제일 보고 싶은건!
[H*] 양녕*충녕의 세종대왕 형제근친물...!!!!!!!!! (맞아죽기)
[K*] 자기만 보고 있다는 걸 빤히 알면서 여동생이랑 결혼 안 하면 그년 태워죽인다고 협박하는 남자랑 결국 결혼해 버리는 남자의 귀축 受의 攻 조교하기도 좋지 않소?!
[H*] 한지붕 밑에 살고 싶다는 그 의지가 눈물겹지! (응?)
[K*]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훌륭한 건덕지가 많다구!
[K*] ....태조와 태종의 근친애증물이라던가....!!!!! (맞아죽는다)
[K*] 가운데 정몽주가 끼여 있으면 더 좋다거나 (얌마)
[H*] 매우 좋지!
[K*] 우리나란 정말로 역사동인의 불모지요 (툴툴툴툴)
[H*] 그 훌륭한 소스들을 말야 (투덜투덜)

곰곰이 생각해 보면 실은 한국 역사란 게 우리가 인식을 못해서 그렇지 실은 보고의 별천지인 거라. 한국역사 들추는 동인녀라면 누구나 다 한 번쯤은 생각해 봤을 계백×관창(옵션으로 SM), 성인여자의 썩은 눈으로 다시 보면 으흐흐아하하우하하하하인 이덕형×이항복(순서는 절대 양보 못한다), 매우 뜨겁게 바람직한 사제인 이퇴계와 이율곡, 대놓고 우리 금슬(...)은 최고에염 떠들어대는 박제가와 이덕무, 이름만 라이벌 실은 친우인 정도전과 정몽주(옵션 앵스트), 드렁칡이 얽히듯 촘촘히 얽혀보세(..) 벌건 대낮부터 18금 발언을 남발하며 부하의 남자를 유혹하는 이방원(...)에 한민족이 무려 미소년을 숭배했던 엄하고도 멋진 시절의 산물인 화랑이라던가 한 번만 훑어도 이렇듯 많거늘 어째서 한국은 역사동인의 불모지란 말인가!?

사실 이유야 뻔하다. 이미 H짱과 손 붙들고 울면서 투덜댄 거지만 첫째로 한국은 사료가 압도적으로 부족하다. 불과 몇백 년 전의 인물로 한국역사에서 가장 내 식지를 자극하는 태종 이방원조차도 조선왕조실록을 거꾸로 들고 탈탈 털어야 뭐가 좀 나올락말락하는데 하물며 삼국시대에 이르러선 일반인이 접할 수 있는 물건은 삼국사기와 삼국유사가 고작이다. 아니 겨우 이걸 갖고 대체 뭘 하라고?
그야 뭐 사료가 없으면 없는대로 망상으로 보충하고 왜곡으로 뒷받침하는 게 동인녀 일이고 특기이긴 하지만, 마사무네 님의 갖은 지랄스런 행적이야 말할 것도 없고 신겐 공이 애벌레만 봐도 벌벌 떨었다느니 남자에게 '오우 베이비 미안해 나 바람 안 폈어' 라며 변명하는 편지를 보냈다느니 별별 시시콜콜한 자료에 푸우우욱 파묻혀 꺄아 네타가 넘쳐난다고 행복하게 허우적대는 바로 저 바다 건너 이웃나라 왜녀들을 보노라면 젠장, 질투심으로 눈이 돌지 않고 배기겠는가 말이다. 더구나 나같이 행간을 읽다 읽다 지구 반대편으로 나와버리는 게 특기인 텍스트 동인녀는... 아예 말을 맙시다 (한숨) 대체 그 사료는 다 어딜 갔어어어어어어!!

그리고 둘째, 이게 결정적인데 (먼 눈) 한국은 역사에 대한 인식이 너무 경직되어 있다. 언젠가 뉴스에서 학생들이 국사를 외면한다며 근심스럽게 떠들어대던 걸 기억하는데, 애들이 국사라면 진절머리를 내는 이유야 아주 뻔하다. 연대만 죽어라 외우도록 강요하는 지루하고 재미없는 학교 수업에 학을 뗐기 때문인 거라. 딱딱한 숫자 뒤에서 살아숨쉬고 피가 끓는 진짜 사람 사는 모양을 살펴볼 여유 없이 무조건 암기주입식으로 머리에다 쑤셔박으니 국사에 관심이 있을 리가 없고, 관심이 없는데 무슨 수로 그게 성행을 하겠수?
하긴 일본 수업이라고 뭐 그리 재미있겠느냐 싶겠지만 그 대신 일본은 말이 좋아 역사소설가고 실은 찬양질(...)이 목적인 막강한 빠돌동인남들(....)이 줄줄이 포진해 있다. (그야 사료가 많아서 가능한 곡예기도 하겠으나) 시바 료타로? 요시카와 에이지? 일본 신선조 동인녀의 태반이 시바 료타로로 입문하고 삼국지 동인녀의 태반은 요시카와 삼국지로 시작한다; 야마오카 소하치? 이케나미 쇼타로? 이 인간들은 이미 빠돌이도 아니다, 파슨희다;; 기타카타 겐조? 내 최근 본 가장 막강한 본좌 동인남이다;;; 그에 비하면 한국 역사소설이랍시고 나오는 것들은... 말을 말자 말을 말어;;; 사극도 최근까지 저언혀 동인녀에게 프렌들리하지 못했다는 건 세상이 다 안다. (칼의 노래는 매우 모에스러웠지만)
게다가 한국인은 기는 기고 아니면 아니라는 칼로 그은 듯한 구분을 하는 경향이 막강해서 (우리 편 아니면 적이라는 식의;) 위인이라고 하면 아주 때 한 톨도 안 묻고 인격적으로 아주아주 완벽하고 섹스도 안 하고 화장실도 안 가는; 고결한 인물이어야 한다고 믿는 바보들이 부지기수다. 그건 어디의 플레전트빌 주민? 여담이지만 위대한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이 실은 하반신 간수를 제대로 못해서 유부녀랑 여러 번 사고치고 대세를 그르칠 뻔했다는 걸 아시는지. 당연히 위인도 사람이다. 실수도 하고 성질도 뭣 같을 수 있고 물론 화장실도 간다. 굳은 의지로 소시민이 못하는 위대한 일을 하나라도 해냈으면 그래도 그 사람은 위인이다. 그런데 사실은 얘도 인간이더라고 뻔히 있는 그림자까지 다 보여주려 하면 한국에선 이거 뭐 쏟아지는 오만 쌍욕부터 감당을 해야 하는 거라. 이런 토양에서 하물며 역사로 아직 언더그라운드 문화인 동인질...? 난 치킨이라서 무리요 (외면)
이러니 동인녀들이 역사로 이래도 되나, 즈이간지에 가면 머리 박고 석고대죄부터 해야 한다고 아우성치면서도 절라 야한 18금을 줄줄이 양산해내고, 쿠와바라모불이 전국시대 소재로 40권(플러스 알파)에 이르는 대하호모로망스를 써갈겨대고 일본 역사에서 굴지의 스타로 꼽히는 사나다 유키무라가 바보 변태요 다테 마사무네가 폭주족 날라리(...)로 나오는 전국 BASARA 같은 바보 게임이 판을 치고 심지어 전국무장 남성향 18금 게임(...)까지 태연하게 나와버리는 일본이 부럽겠냐 안 부럽겠냐. 젠장 왜놈들이란!!!

에, 역사는 성역이니까 잘 보존해야 하며 함부로 나대면 아니된다고? 원 세상에, 다자이 오사무가 신약을 소재로 세상에서 가장 화끈한 유다×예수를 써갈기고 - 직소(直訴)를 읽고도 불 나는 얼굴을 쓸어안고 쓰러지지 않을 수 있는 당신은 동인의 생물이 아니다 - 웨버/라이스 콤비가 만만찮게 화끈한 유다-예수의 애증극을 만방에 퍼뜨리고 있는 판국에 대체 성역이 어딨냐 성역이. 그런 의미에서 누군가 이 노다지 광맥을 캐주실 선구자 아니 계십니까 악악악악악.
(結局は他人任せかよこら)


괜시리 덤. 현재로선 친우-주종-근친을 한 방에 클리어하고 그냥 척 봐도 성질머리가 이뭐병인 귀축 受라는 옵션도 붙는 김춘추×김유신이 제일로 땡김. 이항복 대감도 성질머리가 장난이 아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찾아보면 성질 나쁘고 유능한 남자들 꽤 많은데 말야 (투덜투덜)

덤 2. 최근까지 오성과 한음으로는 전혀 음심이 동하지 아니했던 건 역시 아동시절의 애독서(...) 때문이었다. 이건 H짱도 마찬가지였음. 아니 설마, 건전을 가장함으로써 미리부터 자라날지도 모르는 동인의 싹을 발본색원하려는 수작이었던가! 큭...! 비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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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b" 2006/12/22 13:37
얼마 전에 포스팅하긴 했는데 박제가가 이덕무에 대해 '마치 신표를 맞춘 것 같고 금슬처럼 잘 어울렸다'고 서술했다고 하죠... 정말 소스는 썩어 넘치게 많은데(무려 본인까지 인정한 것들도 넘쳐나는데!!) 써 주는 사람이 없다니 참 통탄할 만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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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ARA 2006/12/28 12:37
그러니까 파이오니어가 되심이... 쿨럭쿨럭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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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lls 2006/12/22 14:07
열심히 토론했지만 나의 삼종신기는 역시 친우(이덕형X이항복), 근친(양녕X충녕), 주종(선조X이순신[+원균+권율])의 삼신기요 친구. 김춘추X김유신은 매우 땡기지만 그대가 해주리라 굳게 믿어 의심치않고.
...그러니까 솔선수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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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ARA 2006/12/28 12:38
다시 보고 세 번 봐도 역시 좋군 그 삼종신기.
...선구자에는 나보다 자네가 더 어울려!!! (단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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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코라 2006/12/22 17:23
한국 사극들도, 최근엔 점점 친절해지고 있는 듯 합니다만...

그러고보니, 시바 료타로선생이 어딘가의 인터뷰기사 였던가에서 '히지카타와 오키타가 사이가 좋았다는건 내 창작인데, 다들 사실인 줄 알고있어 곤란하다.'라는 소릴 했다는걸 읽고 '원흉은 당신이었냐!!'라며 자지러진 적이 있었더랬죠.
(일본사 지식이 전무한 인간이 이런 소설 읽으면 쉽게 믿어버리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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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ARA 2007/01/01 09:12
어차피 한국 드라마 안 보니까 아무래도 상관없습니다만 (와하하하하하)

일본 역사소설가(라고 쓰고 빠돌동인남이라고 읽는다)들의 위력은 실로 막강하지요. 원 진지하게 한다고 하는데 결과물은 어쩜 그렇게 쪽팔리는지...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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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kasiel 2006/12/31 23:13
처음 뵙겠습니다. akrasiel이라 합니다.^^ 며칠 전부터 눈팅하다가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난입합니다. 사실 저도 덕형X항복을 좋아하는 터라..(아하하) 정말 우리 역사 속에도 옆집나라 못지않게 불탈 요소가 많은데 쉽게 접할 수 있는 사료가 절실하게 부족하더군요. 한번 써보려고 했다가 자료 찾는데에 시간을 다 허비하고 포기한 적도 있습니다. 그래도 아직 포기하지는 않았습니다만.. 반가워서 떠오릅니다. 그리고, 계백관창 sm과 정몽주 정도전 칡뿌리 말씀하시는것 보고 뒤집어졌습니다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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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ARA 2007/01/03 09:27
아이고 어서 오십시오. 인사가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이런 변경 블로그나마 찾아주시는 분들이 있어 관리인 인생이 즐겁습니다.
한국 역사 동인은 여러 가지로 가시밭길이지요. 특히 사료의 절대적인 부족이라는 거대한 장벽에 부딪히면 저같은 치킨은 그냥 두손 들고 벌렁 누워버리고 싶어집니다. arkasiel님은 아직 포기하지 않으셨다니 그늘에서 열렬하게 응원하겠습니다. 무언가 즐거운 것을 찾으시면 한 번 귀띔이라도... (날로 먹겠다는 거냣;)
하여간 갑자기 떠오르는 헛소리를 휘갈겨놓은 걸 즐겁게 봐주셨으면 기쁩니다. 괜찮으시다면 앞으로도 자주 들러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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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28 14:11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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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ARA 2007/01/30 09:56
에에에엣!! 저, 정말 그래도 됩니까!!!! (물론 **님의 성함은 분명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 제 블로그를 은근히 여러 번 찾아주신 분을 어찌 잊겠습니까)
무진장 흥분해서 어떻게 해야할지 갈피를 못 잡았었습니다. 전 거지 근성(...)인지라 그런 좋은 걸 주신다면 절대, 절대, 저어어어어얼대 거부하지 않습니다만,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그럼 지금 구애 메일을 날리러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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