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짱과 키드 님과 애욕과 세쿠하라(...)로 충만한 사흘을 보내고 귀환한 S입니다. (= 꺄악꺄악대다가 기력을 다 소모했음)
TV판 76화, 123화, 219화, 356화, 극장판 3기, 10기, 스페셜 프레젠트 비디오까지 돌려보며 키드 니이이이이이임을 밤하늘에 구성지게 울부짖는 늑대가 두 마리. 역시 사랑이 어디로 튄다 한들 키드 님은 우리의 영원한 마음의 고향. 화조풍월 편과 4권을 어서 내놔라 제작진, 선데이 이놈들아아아아아아아아아
하여간 한 달 앞으로 다가온 12년 만의 매직 카이토 4권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최고로 모에스럽고 이상적이고 사랑스러운 카이신카이를 수도 없이 선사해 주시는 S의 여신님 토마토 마치(苫戸マーチ) 님의 사이트 THE GREEN BANANA에서 목하 네 번째로 <태풍 17호가 지나갈 때까지(台風17号が去るまで)>를 집어왔습니다. 여기 주인장이야 언제나 배 째고 등 따고 장으로 이단뜀뛰기 정도는 할 각오가 있으므로, 무단으로 가져가실 분도 (없겠지만) 쿄고쿠도의 저주 7대분을 각오해 주십시오. 이상.
어디까지나 모에에 의한 뻘짓인 관계로 문제가 되면 싹싹 문질러 지워버릴 예정이다. 질에 대한 태클은 슬프므로 받지 않겠음.
...and less.
태풍 17호가 지나갈 때까지
태풍이 오고 있었다.
내일 아침 무렵 칸사이에 상륙한다는 대형 태풍은, 그러나 중심에서 수백 km도 떨어지지 않은 도쿄도에는 딱 기분 좋을 정도의 바람만을 일으키고 있다.
숨을 잘못 불어넣은 트럼펫이 공기만을 토해내듯 공허한 바람 소리만이 끝없이 멀리서 울려퍼지는 가운데, 때때로 지면과 건물을 한숨에 허공으로 날려버릴 듯한 굉음이 쿠도 저택의 거실까지 침범하였다. 집주인이 몇년 전에 해외에서 발주한 거창하기 짝이 없는 자수 커튼은 바람을 맞고 비스듬히 부풀었다가 망창(網窓)에 들러붙고, 다시 부풀기를 반복하며 펄럭펄럭 소란스럽게 날리기 바쁘다.
서늘한 바람이 거실을 뚫고 달리며 탁자 위의 신문과 광고지와 잡지를 기세좋게 펄럭펄럭 넘기고, 신문은 한 장 한 장 넘어가다 마침내 탁자에서 미끄러 떨어졌다. 털썩.
켜진 채로 방치된 거대 액정 화면 TV 속에서는, 남녀 사회자 두 사람과 초청된 평론가 몇 명이 줄지어 앉아 뉴스 VTR의 사이사이에 진지한 표정으로, 때로는 웃는 얼굴로, 때로는 비통한 얼굴로 담화를 이어나가고 있다. TV는 보는 사람 하나 없음을 전혀 알지 못하고, 단지 스스로의 책무를 이행하고자 평소와 별반 다를 것도 없는 뉴스를 계속 방영하였다.
쿠도 저택, 거실은 무인지대.
――현재 태풍의 영향으로, 각 항공사에서는 결항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항공편은 다음에 보시는 바와 같으며, 이후로도 계속 확대될 전망입니다.
톱 뉴스까지는 아니어도, 태풍 정보는 오늘밤 뉴스에서 중요한 화제로 취급되기는 하는 모양이다.
신이치와 카이토는 소식을 전하는 라디오의 담담한 음성에 나란히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신이치의 옆에서, 카이토는 껴안은 쿠션을 머리 위로 높이 높이 던졌다가 다시 받기를 반복하며 침대 위에 풀썩 쓰러졌다.
"해도 해도 너무하지 않냐. 이 타이밍에 태풍이라니."
"평소의 니 행실을 돌이켜봐라."
"무슨 말씀을. 쿠로바 카이토 군은 품행방정을 그림으로 그려놓은 듯한 학생이어요."
"품행방정이 다 얼어죽었지."
두 사람이 죽치고 앉은 침실의 커튼 역시 강풍을 맞고 정신없이 흔들리는 중이다. 커튼이 자꾸 시야에 들어오는 것이 짜증스러워진 신이치는 침대에서 내려와 창문을 닫았다. 순식간에 조용해진 침실에 울려퍼지는 것은 라디오에서 쏟아지는 남성 앵커의 목소리와, 꿍얼꿍얼 불평을 늘어놓으며 침대 위를 이리저리 굴러댕기는 카이토의 목소리뿐이었다, 고 했으면 좋겠는데, 실은 1층 거실에서 희미하게 TV 소리도 들려오긴 한다.
"생각해 보니 밑에 창문 닫지도 않았잖아. TV도 그냥 켜놨고."
"그리 위험할 수가. 신이치, 잘 갔다 와."
"사람을 어거지로 여기까지 끌고 온 놈 누구냐."
"태풍."
"뭐야 그게."
"할 수 없지 뭐. 내가 문단속해 줄게!"
카이토는 침대에서 굴러떨어다시피 바닥으로 내려가, 티셔츠와 반바지라는 헐렁한 차림으로 일어나 문으로 향했다. 여전히 창가에 선 신이치는 눈앞을 통과하는 카이토에게 문단속만 하면 냉큼 도로 튀어오라고 엄중하게 명령을 내렸다. "어머머, 그건 2라운드 요청인가요?" 라며 씨익 쪼개는 카이토를, 신이치는 사납게 째려보면서 전송했다.
태풍이 오고 있었다.
카이토가 탑승할 예정이었던 비행기는 태풍의 영향으로 출항을 중지하고, 현재로서는 열두 시간 연착이라는 모양이다. 수트케이트 하나만을 달랑 들고 택시로 공항에서 쿠도 저택까지 달려온 카이토는 남은 열두 시간을 여기서 소비하기로 했다고 선언했다.
태풍이 오지 않았더라면 카이토는 신이치에게 말 한 마디 없이 일본을 떠났을 것이다. 태풍이 오지 않았더라면, 신이치는 그 사실을 전혀 모른 채 더 이상 일본에 출현하지 않는 괴도 키드를 때때로 떠올리면서 얼굴을 구기고 있었으리라.
"거실이 엉망진창됐어. 신문이 온 마루에 흩어져선, 볼만하던데."
곧 카이토가 의기양양하게 침실로 되돌아왔다. 뭐가 그리 즐거운지 신이치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카이토는 웃는 얼굴이었다.
신이치는 라디오를 끄고, 문앞에 서 있는 카이토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마침내 침묵이 내려앉은 방에서는, 창틀을 덜겅덜겅 흔들어대는 폭풍만이 두 사람을 제외한 전부였다.
"돌아올 예정은 있어?"
"있을 리가."
"애초에 목적지가 있긴 해?"
"글쎄. 딱히 정한 건 없어."
물론, 단순한 여행이나 면학을 위한 도항이 아닌 줄은 신이치도 숙지하고 있다. 그런 이유에서였다면 선물 사 갖고 오겠다는 말마디쯤은 남기고 떠났으리라 신이치는 생각했다.
카이토의 오른손을 꼭 잡은 왼손에 무의식적으로 힘이 들어갔다. 카이토 역시 빈 왼손으로 신이치의 오른손을 꼬옥 잡는 것을, 신이치는 높아지는 고동과 함께 느끼고 있었다.
"그치만 신이치, 나 말야, 태풍이 와서 조금 잘됐다고 생각해."
"……정말이냐."
"꼭 물어야지 돼?"
"선물 사 와라."
"……알았어."
반쯤 쓰러지다시피 침대에 걸터앉아서, 두 사람은 마지막 몇 시간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