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깔고 누워서 마치카 님의 동인지를 읽으니 몸 먼저 가고 마음이 한참 후에 따라온 멍청이들의 커플이 사랑스러워 참을 수가 없다. 그간 좀 신나게 게을렀으므로 겸사겸사해서, 사나다테의 여신님 중 한 분이신 <샤랄라(シャランラ)>의 사이트 마스터 마치카(まちか) 님의 난행기(乱行記) 시리즈 중 하나이고 동인지에도 재록된 난행기・蜜을 가져왔음. 이 시점에서 유키유키와 도노는 이미 현재진행형으로 러브러브 중.
언제나 그렇듯이 배 째고 등 딸 각오는 되어 있으므로 무단으로 퍼 가실 분은 쿄고쿠도의 저주 7대분을 각오하시길. 문제 되면 싹싹 지워버릴 예정이다.
...and less.
◇ 난행기・蜜
만나지 못하는 동안의 일이었다.
단골 과자 직인이 유키무라의 사저를 방문했다.
여름맞이 신작이 회심의 성과를 거두었으므로 부디 맛보아주십사 요청드린다고 했다.
감사하게 받은 문제의 작품은 대합껍질에 채운 갈과자로, 연하디 연한 호박색 속에 파란 들꽃잎이 한 장 잠들어 있었다.
입속에서 속절없이 푸슬푸슬 무너지고 마는, 산뜻하고도 달콤한 감촉을 마음껏 감상하면서 유키무라는 과자의 이름을 물었다.
"아직 짓지 못하였삽고,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사나다 님께서 부디 이름을."
며칠 후, 카이에서 오슈 방면으로 출발한 과자상자는 황공하게도 모 필두와 같은 이름을 부여받고 있었다.
만나지 못하는 이 시기에, 유키무라의 뇌리에 떠오르는 이름이라고는 그것 하나뿐이었으므로.
***
여전히 만나지 못하는 동안의 일이었다.
과자를 보내고 며칠 후, 오슈에서 답장이 왔다.
두근대는 가슴으로 서장의 봉함을 뜯었다.
- 달지 않아.
그뿐이었다.
유키무라는 몇 차례나 되풀이해 읽고, 곤혹스러워 한 후, 결국엔 죄스러워졌다.
유키무라가 맛보았을 때는 틀림없이 달았지만, 실수로 단 맛이 덜한 과자를 보냈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마사무네가 의외로 단 것을 무척 좋아하여 기대치에 훨씬 못 미쳤던가. 듣고 보니 북쪽 지방은 강한 맛을 선호한다고 하였다.
즉시 과자 직인에게 부탁하여 더욱 달게 한 과자를 새로 보냈다.
며칠 후에 회신이 왔다.
- 전혀 달지 않아.
달지 않아서, 좋았는지 나빴는지도 가타부타 말이 없다. 난관이었다.
무언가 수수께끼일까 싶어 머리를 썩히면서, 일단은 더더더더더더욱 달게 한 과자를 직인에게 주문하였다. 직인은 모처럼 공들인 과자의 청량한 풍미가 엉망이 되었다고 탄식했다.
유키무라마저 좀 괴로울 정도로 들척찌근한 과자를 오슈로 또다시 보내고, 답장을 기다렸다.
세 번째 편지는 다음과 같았다.
- 써.
"우왓, 저기, 유키무라 님 어디 가요!?" 사스케의 외침도 듣는 둥 마는 둥, 앞뒤도 돌아봄 없이 애마에 박차를 가해 오슈로 내달렸다.
만날 수 없는 시기고 나발이고, 진의를 듣지 않으면 밤잠도 이룰 수 없다.
"마사무네 님! 대체 무슨 의중으로 그러한 서간을 보내시었소!!!?"
"Ha, 이제야 행차하셨냐."
늦다고 운을 떼면서, 반주술을 기울이던 마사무네는 주발 그득 담긴 삶은 콩꼬투리를 한 개 집어 유키무라의 입속을 겨냥해 퉁겼다.
눈을 희번덕거리며 꿀떡 삼키는 유키무라를 코끝으로 웃어주고, 마사무네는 몸을 불쑥 내밀었다.
가볍게 눌러대기만 하는 입맞춤을 끝내고 오슈 필두 왈,
"OK, 이제 달아졌어."
***
시간을 조금만 거슬러올라가 보자.
아직 두 사람이 만나지 못하는 동안, 오슈 모처에서의 일이었다.
주군의 사실(私室)에 찾아든 가타쿠라 코쥬로는 의외의 광경을 목격하고 그만 목청을 높였다.
"주군, 어인 일이십니까?"
오슈 필두 독안룡 다테 마사무네, 방 한가운데서 책상다리로 과자와 치열한 눈싸움의 그림.
마사무네는 그날 아침 도착한 과자상자에 눈을 붙박은 채로, 바닥을 기는 듯한 목소리로 내뱉었다.
"이걸, 어떻게 생각해?"
"풍류로군요."
과자에 정인(情人)의 이름을 붙여서 보내다니, 웬만한 풍류인이 아니고서야 꿈도 못 꿀 일이다.
상대가 상대고 보면 무언가 의도가 있을 리는 추호도 없다고, 당사자를 아는 코쥬로는 생각했다.
이름과는 별개로 앙증맞기만 한 달콤한 과자, 담긴 것은 순수한 호의다.
사나다 모씨와 주군의 관계를 결코 전면적으로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이쯤 되고 보면 미소가 감돌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정작 마사무네는 심각하게 저기압이었다.
과자상자를 하나뿐인 눈으로 뚫어져라 노려보고 있다.
코쥬로의 기억이 맞다면 마사무네는 특별히 단 것을 꺼리지는 않았을 터였다. 유독 좋아하지는 않는다 쳐도.
마사무네는 코웃음을 쳤다.
"Ha, 풍류? 내가 보기엔 이건,"
그제서야 과자 하나를 골라, 숟가락을 푸악 찔러박으며 말했다.
"태만이다."
".......마음에 흡족하지 못하신 모양이군요. 사람을 불러 치우겠습니다."
"No fuckin' way!!"
일갈대성하고, 코쥬로가 반문할 틈도 없이 과자 전부를 게눈 감추듯 해치워 버렸다.
어이를 상실한 코쥬로를 내팽개치고 차를 홀짝이며(달긴 달았던 모양이다), 다테 마사무네 가라사대, 서한을 쓰시겠단다.
쓰겠다더니, 서탁을 끼고 앉아 붓을 들고 종이를 접기까지 소요된 시간 거짓말 안 보태고 5초.
먹이 마를 때까지 기다리지도 못하겠는 모양이다. 과연 어떤 내용일지, 짐작도 가지 않으려니와 상상하기 싫기도 한 코쥬로였다.
심복의 복잡한 심경을 아는지 모르는지, 마사무네는 어깨를 으쓱하고 명했다.
"과자의 답례다. 이걸 카이로 보내. 차도 한 잔 더 시켜."
"옛."
서한을 받아들고, 한층 진한 차를 끓이도록 지시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방에서 물러나왔다.
몇 발짝 떼기도 전에, "망할 놈의 아둔패기!!" 라는 욕설과 함께 대합껍질이 석양을 향해 힘차게 날아간다.
정말이지 미소를 자아내는 광경이라고 생각하며, 주군의 명을 한시라도 빨리 실행코자 코쥬로는 걸음을 재촉했다.
전면적으로 인정하지는 않았으되, 어차피 그에게 주군의 안녕보다 가치 있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주종 각자의 마음을 담고, 석양은 태평스럽게 붉기만 했다.
만나는 날이 오기까지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어느 날의 정경이었다.
만나지 못하는 동안의 일이었다.
단골 과자 직인이 유키무라의 사저를 방문했다.
여름맞이 신작이 회심의 성과를 거두었으므로 부디 맛보아주십사 요청드린다고 했다.
감사하게 받은 문제의 작품은 대합껍질에 채운 갈과자로, 연하디 연한 호박색 속에 파란 들꽃잎이 한 장 잠들어 있었다.
입속에서 속절없이 푸슬푸슬 무너지고 마는, 산뜻하고도 달콤한 감촉을 마음껏 감상하면서 유키무라는 과자의 이름을 물었다.
"아직 짓지 못하였삽고,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사나다 님께서 부디 이름을."
며칠 후, 카이에서 오슈 방면으로 출발한 과자상자는 황공하게도 모 필두와 같은 이름을 부여받고 있었다.
만나지 못하는 이 시기에, 유키무라의 뇌리에 떠오르는 이름이라고는 그것 하나뿐이었으므로.
***
여전히 만나지 못하는 동안의 일이었다.
과자를 보내고 며칠 후, 오슈에서 답장이 왔다.
두근대는 가슴으로 서장의 봉함을 뜯었다.
- 달지 않아.
그뿐이었다.
유키무라는 몇 차례나 되풀이해 읽고, 곤혹스러워 한 후, 결국엔 죄스러워졌다.
유키무라가 맛보았을 때는 틀림없이 달았지만, 실수로 단 맛이 덜한 과자를 보냈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마사무네가 의외로 단 것을 무척 좋아하여 기대치에 훨씬 못 미쳤던가. 듣고 보니 북쪽 지방은 강한 맛을 선호한다고 하였다.
즉시 과자 직인에게 부탁하여 더욱 달게 한 과자를 새로 보냈다.
며칠 후에 회신이 왔다.
- 전혀 달지 않아.
달지 않아서, 좋았는지 나빴는지도 가타부타 말이 없다. 난관이었다.
무언가 수수께끼일까 싶어 머리를 썩히면서, 일단은 더더더더더더욱 달게 한 과자를 직인에게 주문하였다. 직인은 모처럼 공들인 과자의 청량한 풍미가 엉망이 되었다고 탄식했다.
유키무라마저 좀 괴로울 정도로 들척찌근한 과자를 오슈로 또다시 보내고, 답장을 기다렸다.
세 번째 편지는 다음과 같았다.
- 써.
"우왓, 저기, 유키무라 님 어디 가요!?" 사스케의 외침도 듣는 둥 마는 둥, 앞뒤도 돌아봄 없이 애마에 박차를 가해 오슈로 내달렸다.
만날 수 없는 시기고 나발이고, 진의를 듣지 않으면 밤잠도 이룰 수 없다.
"마사무네 님! 대체 무슨 의중으로 그러한 서간을 보내시었소!!!?"
"Ha, 이제야 행차하셨냐."
늦다고 운을 떼면서, 반주술을 기울이던 마사무네는 주발 그득 담긴 삶은 콩꼬투리를 한 개 집어 유키무라의 입속을 겨냥해 퉁겼다.
눈을 희번덕거리며 꿀떡 삼키는 유키무라를 코끝으로 웃어주고, 마사무네는 몸을 불쑥 내밀었다.
가볍게 눌러대기만 하는 입맞춤을 끝내고 오슈 필두 왈,
"OK, 이제 달아졌어."
***
시간을 조금만 거슬러올라가 보자.
아직 두 사람이 만나지 못하는 동안, 오슈 모처에서의 일이었다.
주군의 사실(私室)에 찾아든 가타쿠라 코쥬로는 의외의 광경을 목격하고 그만 목청을 높였다.
"주군, 어인 일이십니까?"
오슈 필두 독안룡 다테 마사무네, 방 한가운데서 책상다리로 과자와 치열한 눈싸움의 그림.
마사무네는 그날 아침 도착한 과자상자에 눈을 붙박은 채로, 바닥을 기는 듯한 목소리로 내뱉었다.
"이걸, 어떻게 생각해?"
"풍류로군요."
과자에 정인(情人)의 이름을 붙여서 보내다니, 웬만한 풍류인이 아니고서야 꿈도 못 꿀 일이다.
상대가 상대고 보면 무언가 의도가 있을 리는 추호도 없다고, 당사자를 아는 코쥬로는 생각했다.
이름과는 별개로 앙증맞기만 한 달콤한 과자, 담긴 것은 순수한 호의다.
사나다 모씨와 주군의 관계를 결코 전면적으로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이쯤 되고 보면 미소가 감돌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정작 마사무네는 심각하게 저기압이었다.
과자상자를 하나뿐인 눈으로 뚫어져라 노려보고 있다.
코쥬로의 기억이 맞다면 마사무네는 특별히 단 것을 꺼리지는 않았을 터였다. 유독 좋아하지는 않는다 쳐도.
마사무네는 코웃음을 쳤다.
"Ha, 풍류? 내가 보기엔 이건,"
그제서야 과자 하나를 골라, 숟가락을 푸악 찔러박으며 말했다.
"태만이다."
".......마음에 흡족하지 못하신 모양이군요. 사람을 불러 치우겠습니다."
"No fuckin' way!!"
일갈대성하고, 코쥬로가 반문할 틈도 없이 과자 전부를 게눈 감추듯 해치워 버렸다.
어이를 상실한 코쥬로를 내팽개치고 차를 홀짝이며(달긴 달았던 모양이다), 다테 마사무네 가라사대, 서한을 쓰시겠단다.
쓰겠다더니, 서탁을 끼고 앉아 붓을 들고 종이를 접기까지 소요된 시간 거짓말 안 보태고 5초.
먹이 마를 때까지 기다리지도 못하겠는 모양이다. 과연 어떤 내용일지, 짐작도 가지 않으려니와 상상하기 싫기도 한 코쥬로였다.
심복의 복잡한 심경을 아는지 모르는지, 마사무네는 어깨를 으쓱하고 명했다.
"과자의 답례다. 이걸 카이로 보내. 차도 한 잔 더 시켜."
"옛."
서한을 받아들고, 한층 진한 차를 끓이도록 지시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방에서 물러나왔다.
몇 발짝 떼기도 전에, "망할 놈의 아둔패기!!" 라는 욕설과 함께 대합껍질이 석양을 향해 힘차게 날아간다.
정말이지 미소를 자아내는 광경이라고 생각하며, 주군의 명을 한시라도 빨리 실행코자 코쥬로는 걸음을 재촉했다.
전면적으로 인정하지는 않았으되, 어차피 그에게 주군의 안녕보다 가치 있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주종 각자의 마음을 담고, 석양은 태평스럽게 붉기만 했다.
만나는 날이 오기까지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어느 날의 정경이었다.
이건 덤.
한여름의 아침 나절부터 밀고 들어온 사람이 사람이니만치, 과자 직인의 집은 긴장으로 바짝 얼어붙어 있었다.
벌벌 떠는 시종에게 떠밀리다시피 하여 객실로 향하는 직인.
한 걸음 뗄 때마다 주위의 온도가 상승하는 것은 이 경우 착각이 아니다.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객실의 장지문에는 붉게 활활 타오르는 그림자가 선연히 비쳤다.
직인은 과거를 회고했다.
어제 사 간 도라야끼가 덜 구워졌던가.
사흘 전의 경단이 색이 시원찮았던가.
한 주 전의 양갱에 설마하니 모래가.
품질에는 항시 각별한 배려를 쏟고 있으나, 불운한 사고가 없다고는 단언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직인은 고뇌에 고뇌를 거듭하며 장지문 안쪽에 말을 걸었다.
상대가 아들보다도 열 살이나 어린 새파란 소년이라고 해서, 무작정 기다리게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사나다 님, 불초 소인 대령했사옵,"
"오오!! 기다리고 있었소이다!!!!"
부숴먹을 기세로 장지문을 열어젖히고, 위풍당당하게 선 사나다 유키무라.
성하(城下) 마을 과자가게의 주요 고객이자, 다케다 군에서도 손꼽히는 맹장의 눈동자는 이글이글 불타고 있었다.
직인의 다리는 옛날에 풀렸다.
"직인!!!"
"예, 예에에에에에엣!!!!?"
"면목 없소!!!!!!"
천장까지 쩌렁쩌렁 울리는 무지막지한 음성과 더불어, 유키무라는 다짜고짜 큰절부터 했다.
시간이 멎었다.
주인 어른을 염려해 숨어서 몰래 동정을 살피던 집안 사람들도 아연해져 말을 잃었다.
툇마루 한복판에서 한쪽은 꼴사납게 주저앉고, 한쪽은 오체투지.
숨막히는 열기 속에서 매미만이 매앰매앰 쉬지 않고 울고 있다.
"사, 사나다 님....?"
"무리한 요구인 줄은 알고 있소. 그럼에도 이 사나다 겐지로 유키무라, 한 남자로써 부탁드리고자 하오."
늠연한 기상의 목소리. 직인은 자동적으로 앉음새를 고쳤다.
아무래도 질책을 하러 오지는 않은 모양이다.
"부디 고개를 드시옵고, 불초 소인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말씀만 내려주십시오."
"황감하오! 이 세상에서 그대만이 할 수 있는 일이외다."
"소인만이?"
"그렇소. 들어만 주신다면 소관은 뭐든지 하리다."
유키무라는 필사적이었다.
사나다 일문의 혈통이 걸린 일대 사건인가, 다음 합전의 작전인가, 그런데 과자와 그게 무슨 상관일까. (그런 중대한 문제를 툇마루에서 고함지르다시피 이야기해도 되는 건가?)
새삼스럽지만 직인은 목소리를 낮추었다.
"무슨 일이시온지?"
"얼마 전의, ......그 과자 말이오만.... 소관이 이름을 지은......"
"사나다 님의 덕분으로 호평을 얻고 있는 과자 말씀이시군요."
문제의 과자는 올해 여름맞이 신작으로, 직인의 자신작이었다.
유종의 미를 거두고자 유키무라에게 작명을 의뢰했다가 참으로 별난 이름을 얻었다.
그와 관련해 여러 가지로 미묘하게 고생을 한 일은 지금도 기억에 새롭다.
다행히도 독특한 이름이 좋은 방향으로 작용해, 과자는 높은 매상을 기록하고 있었다.
유키무라 자신도 빈번히 찾을 만큼 애호했을 터이다.
그러나 호평이라는 말을 입에 올리자마자 유키무라는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불타는 갈색 눈동자가, 울듯이 젖어들었다.
"어, 어인 일이시옵니까, 사나다 님?"
"직인....!! 평생의 부탁이오! 예의 과자의 판매를 즉시 중지해 주실 수 없겠소이까!!?"
".........................예......?"
유키무라가 통절하게 호소하기를.
"길을 걷노라면 그 이름이 대중없이 들려오고."
"그, 그렇습니까."
"보아하니, 남자도 여인도 어린아이도 일제히 짠 듯이 예의 과자를 맛있다 맛있다고 먹고 있고."
"저런."
"어젯밤에도 먹었다느니, 오늘은 세 번이나 먹었다느니, 버릇 되겠다느니, 혀끝에서 살살 녹는다느니, 크윽... 파렴치한!!!!"
"과자 이야깁니다, 사나다 님."
"연병장에 이르러선 병사들이! 진짜도 먹어치울 만큼 강해지도록 이걸 먹고 소원을 빌겠다는 둥, 진짜도 핥으면 달콤할지 궁금하다는 둥, 음탕한 논의를! 크윽 네 이놈들 무슨 수로 확인할 속셈이냐?!!!"
"죄송합니다 모르겠습니다."
"애초에 확인하고 자시고도 없소이다! 훨씬, 훨씬 달콤할 게 뻔하지 않소!! 안 그러신가, 직인!!!!"
".......................그 말씀인즉슨."
"그 분을 먹어도 되는 건, 이 몸, 사나다 겐지로 유키무라뿐이다!!!!!!!!!!!!!"
뭐랄까 쿠아아아아아아아아앙!! 이라던가 뭐라던가 하는 무지막지한 효과음을 첨부한 웅자(雄姿)와 대사는 똑 떼어보면 무사다운 의기로 넘쳐흐르는 용맹한 모습이고, 실제로 고만고만한 실력으론 이름 높은 오슈의 독안룡을 먹어치우기란 어느 의미로든 무리한 이야기고, 난이도를 고려할 때 유키무라의 기합도 납득이 안 가지는 않지만, 자신은 애시당초 일개 과자 직인에 불과하고, 유키무라는 과자에 대해 논하고 있었을 터이고, 에에또, 에에또, 오늘도 사나다 님은 불타오르고 계시는구먼.
그 날 이후로, 황공하게도 오슈 필두와 같은 이름을 얻은 과자는 가게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과자를 몹시 아쉬워하는 손님들이 이유를 캐물어도, 직인은 몹시 지친 표정으로 침묵만을 지켰다고 한다. 경사났네 경사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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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커플과 연을 맺은 그대의 불운. 나쁘게 생각마시게. (잘못했습니다) 그치만 이 유키무라가 오슈의 용을 먹어치우겠다고 드높게도 선언했으니까 딴 사람은 먹으면 안 되지 않을까 해서.
자기가 떼를 쓰고 있는 줄 똑똑히 알고 다짜고짜 큰절부터 하는 유키무라는 착한 아이라고 생각합니다. 에 또, 잘못했어요.
벌벌 떠는 시종에게 떠밀리다시피 하여 객실로 향하는 직인.
한 걸음 뗄 때마다 주위의 온도가 상승하는 것은 이 경우 착각이 아니다.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객실의 장지문에는 붉게 활활 타오르는 그림자가 선연히 비쳤다.
직인은 과거를 회고했다.
어제 사 간 도라야끼가 덜 구워졌던가.
사흘 전의 경단이 색이 시원찮았던가.
한 주 전의 양갱에 설마하니 모래가.
품질에는 항시 각별한 배려를 쏟고 있으나, 불운한 사고가 없다고는 단언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직인은 고뇌에 고뇌를 거듭하며 장지문 안쪽에 말을 걸었다.
상대가 아들보다도 열 살이나 어린 새파란 소년이라고 해서, 무작정 기다리게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사나다 님, 불초 소인 대령했사옵,"
"오오!! 기다리고 있었소이다!!!!"
부숴먹을 기세로 장지문을 열어젖히고, 위풍당당하게 선 사나다 유키무라.
성하(城下) 마을 과자가게의 주요 고객이자, 다케다 군에서도 손꼽히는 맹장의 눈동자는 이글이글 불타고 있었다.
직인의 다리는 옛날에 풀렸다.
"직인!!!"
"예, 예에에에에에엣!!!!?"
"면목 없소!!!!!!"
천장까지 쩌렁쩌렁 울리는 무지막지한 음성과 더불어, 유키무라는 다짜고짜 큰절부터 했다.
시간이 멎었다.
주인 어른을 염려해 숨어서 몰래 동정을 살피던 집안 사람들도 아연해져 말을 잃었다.
툇마루 한복판에서 한쪽은 꼴사납게 주저앉고, 한쪽은 오체투지.
숨막히는 열기 속에서 매미만이 매앰매앰 쉬지 않고 울고 있다.
"사, 사나다 님....?"
"무리한 요구인 줄은 알고 있소. 그럼에도 이 사나다 겐지로 유키무라, 한 남자로써 부탁드리고자 하오."
늠연한 기상의 목소리. 직인은 자동적으로 앉음새를 고쳤다.
아무래도 질책을 하러 오지는 않은 모양이다.
"부디 고개를 드시옵고, 불초 소인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말씀만 내려주십시오."
"황감하오! 이 세상에서 그대만이 할 수 있는 일이외다."
"소인만이?"
"그렇소. 들어만 주신다면 소관은 뭐든지 하리다."
유키무라는 필사적이었다.
사나다 일문의 혈통이 걸린 일대 사건인가, 다음 합전의 작전인가, 그런데 과자와 그게 무슨 상관일까. (그런 중대한 문제를 툇마루에서 고함지르다시피 이야기해도 되는 건가?)
새삼스럽지만 직인은 목소리를 낮추었다.
"무슨 일이시온지?"
"얼마 전의, ......그 과자 말이오만.... 소관이 이름을 지은......"
"사나다 님의 덕분으로 호평을 얻고 있는 과자 말씀이시군요."
문제의 과자는 올해 여름맞이 신작으로, 직인의 자신작이었다.
유종의 미를 거두고자 유키무라에게 작명을 의뢰했다가 참으로 별난 이름을 얻었다.
그와 관련해 여러 가지로 미묘하게 고생을 한 일은 지금도 기억에 새롭다.
다행히도 독특한 이름이 좋은 방향으로 작용해, 과자는 높은 매상을 기록하고 있었다.
유키무라 자신도 빈번히 찾을 만큼 애호했을 터이다.
그러나 호평이라는 말을 입에 올리자마자 유키무라는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불타는 갈색 눈동자가, 울듯이 젖어들었다.
"어, 어인 일이시옵니까, 사나다 님?"
"직인....!! 평생의 부탁이오! 예의 과자의 판매를 즉시 중지해 주실 수 없겠소이까!!?"
".........................예......?"
유키무라가 통절하게 호소하기를.
"길을 걷노라면 그 이름이 대중없이 들려오고."
"그, 그렇습니까."
"보아하니, 남자도 여인도 어린아이도 일제히 짠 듯이 예의 과자를 맛있다 맛있다고 먹고 있고."
"저런."
"어젯밤에도 먹었다느니, 오늘은 세 번이나 먹었다느니, 버릇 되겠다느니, 혀끝에서 살살 녹는다느니, 크윽... 파렴치한!!!!"
"과자 이야깁니다, 사나다 님."
"연병장에 이르러선 병사들이! 진짜도 먹어치울 만큼 강해지도록 이걸 먹고 소원을 빌겠다는 둥, 진짜도 핥으면 달콤할지 궁금하다는 둥, 음탕한 논의를! 크윽 네 이놈들 무슨 수로 확인할 속셈이냐?!!!"
"죄송합니다 모르겠습니다."
"애초에 확인하고 자시고도 없소이다! 훨씬, 훨씬 달콤할 게 뻔하지 않소!! 안 그러신가, 직인!!!!"
".......................그 말씀인즉슨."
"그 분을 먹어도 되는 건, 이 몸, 사나다 겐지로 유키무라뿐이다!!!!!!!!!!!!!"
뭐랄까 쿠아아아아아아아아앙!! 이라던가 뭐라던가 하는 무지막지한 효과음을 첨부한 웅자(雄姿)와 대사는 똑 떼어보면 무사다운 의기로 넘쳐흐르는 용맹한 모습이고, 실제로 고만고만한 실력으론 이름 높은 오슈의 독안룡을 먹어치우기란 어느 의미로든 무리한 이야기고, 난이도를 고려할 때 유키무라의 기합도 납득이 안 가지는 않지만, 자신은 애시당초 일개 과자 직인에 불과하고, 유키무라는 과자에 대해 논하고 있었을 터이고, 에에또, 에에또, 오늘도 사나다 님은 불타오르고 계시는구먼.
그 날 이후로, 황공하게도 오슈 필두와 같은 이름을 얻은 과자는 가게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과자를 몹시 아쉬워하는 손님들이 이유를 캐물어도, 직인은 몹시 지친 표정으로 침묵만을 지켰다고 한다. 경사났네 경사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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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커플과 연을 맺은 그대의 불운. 나쁘게 생각마시게. (잘못했습니다) 그치만 이 유키무라가 오슈의 용을 먹어치우겠다고 드높게도 선언했으니까 딴 사람은 먹으면 안 되지 않을까 해서.
자기가 떼를 쓰고 있는 줄 똑똑히 알고 다짜고짜 큰절부터 하는 유키무라는 착한 아이라고 생각합니다. 에 또, 잘못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