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1년 이상을 게으름을 떨다 결국 쓰고 만, 싱겁기 짝이 없는 세이야 코미디 제 2편. 썼냐! 써 버린 거냐!!
"대체 뭘 잘못 드신 거예요!?"
"몰라! 나도 내가 영원히 안 쓸 줄 알았어!!!"
지난 번이 사가 특집이었다면 (그랬나? ;;;) 이번엔 로스 형님 특집. 가능하면 제 1편부터 읽고 와 주십시오. 아니 제발.
* 여전히 관리인의 사감과 독자적 설정이 무지막지하게 섞인 ALTERNATIVE UNIVERSE.
* 시온 님이 깡패입니다.
* 노사가 자유자재로 탈피합니다.
* 사가가 울증 환자입니다.
* 로스 형님이 심하게 이상합니다.
* 싱겁습니다.
* 여성향의 그림자는 ㅇ의 끄트머리도 보이지 않습니다.
* 다 바보입니다.
* 헉, 그래도 괜찮으세요!? ;;;
18시 52분에 몇 줄 추가.
용감하신 당신에게 경의를.
if와 then~어쨌든 역사는 흐른다~
* Part 1 *
"부르셨습니까, 교황 예하."
한밤중의 난데없는 시끌시끌한 호출에 가타부타 불평없이 - 7살 때부터 시도때도 없이 새벽 2시에 호출을 당하고 살면 싫어도 익숙해진다 - 크로스를 갖춰입고 요즘 왠지 점점 커지고 있는 듯한 날개를 추스르며 교황궁의 완강한 문 안으로 들어선 사지타리우스의 아이올로스를 맞은 사람은, 교황 대신 놀랍지만 그다지 의외는 아닌 인물이었다.
"아이올로스, 이거 오랜만이구먼. 자네는 물만 먹어도 쑥쑥 크는 모양일세, 허허허."
"정말 오랜만에 뵙네요~그간 건강하셨습니까, 노사."
봉제인형만한 앙증맞은 몸집과 쪼글쪼글 주름진 괴이한 보라색 피부, 곰실곰실 움직이는 뾰족한 귀가 스타워즈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마스터 요다?" 를 의심한다는, 취미는 허물벗고 열 여덟로 회귀하기인 라이브라의 도코- 일명 노사였다. (1980년 <제국의 역습>이 개봉되었을 때 시온이 조지 루카스와 각본가 프랭크 오즈를 비롯한 스타워즈 제작진의 제거를 심각하게 검토했다는 것은 사관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물론 암살 운운은 한때의 해프닝으로 끝나긴 했지만, 루카스 아츠는 여전히 장미십자단 및 프리메이슨과의 유착 관계로 인해 성역의 감시를 받고 있다)
하여간 오로봉에서 하데스 백팔마성의 봉인을 진중히 감시하고 있어야 할 그가 왜 예서 노닥거리고 있는진 사실 빤한 일이었다. 보나마나 시온이 머나먼 오로봉의 친우에게 코스모 통신으로 육아 히스테리를 단단히 부렸을 테고, 노사는 친우를 염려했다기보다는 전파를 이리저리 바꿔가며 일본 아이돌 방송을 엿보는 것으로 무료함을 달래기도 지겹던 와중에 얼씨구나 잘됐다고 달려왔을 테고, 그럼 오로봉은 어쨌느냐 하면, 처녀궁에서 익숙한 코스모가 느껴지지 않는 걸로 보아 필경 이번에도 주위의 확신대로 조는 건지 본인의 우김대로 좌선인지 참으로 헷갈리는 폐안부동(閉眼不動)의 샤카를 덜렁 집어다 폭포 앞에 앉혀놓고 튀었겠거니. 여기서 사가였다면 벌써 교황궁 벽에 머리를 열세 번쯤 박으며 햄릿의 주구장창 독백과도 맞먹을 신세한탄으로 시작해 우주와 신의 섭리의 부조리함에까지 미치는 웅대한 연설을 좔좔좔좔좔좔 읊어댔겠지만,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당사자는 아이올로스였고 사지타리우스의 세인트는 그런 걸 일일이 꼬집기에는 너무나 어벙하고 지나치게 대범했다.
태평스런 노인과 어벙한 소년이 어제는 누가 빵 54인분을 우겨넣고 체했다는 둥 그저께는 누가 교황궁에서 발을 삐끗해 백양궁까지 계단을 데굴데굴 굴러갔다는 둥 빨래터를 둘러싼 부인네들 모양 느긋한 환담이나 나누고 있는 사이, 무언가 묵직한 물체를 질질 잡아끌며 드디어 시온이 등장했다.
"늦느니라!! 언제부터 황금성투사 아닌 황금거북이가 됐더냐!!"
"어라, 웬일로 가면을 벗으셨네요?"
이쪽을 보자마자 시온이 대뜸 성질부터 내건 말건, 아이올로스는 교황의 얼굴을 유심히 보다가 딴소리를 했다. 혹자는 멀쩡한 얼굴로 강인하게 저 할 말만 해 버리는 이 스킬이야말로 파시스트 독재자 시온이 현 황금들 중에서 유독 아이올로스만은 무진장 껄끄러워하는 이유라고도 한다.
시온은 주름 하나 없는 팽팽한 얼굴을 인간 안면 근육의 한계까지 일그러뜨렸다.
"내가 가면을 벗어서 네놈에게 해 될 일이라도 있나?"
"아뇨, 기왕 젊으신데 평소에도 좀 벗고 다니시면 좋지 않을까 했을 뿐입니다."
"그러다 내가 바깥의 수뇌부라는 자들에게 얕보이면 책임질 테냐──!!!"
아리에스의 시온 최대최강 필살기밥상뒤집기 '까불지 마라 애송이들아'가 작렬하였지만, 허공으로 날려올라가 2층 건물 높이만한 천장에 꽤 아프게 박치기를 하고 나선형 추락을 한 것은 엉뚱하게도 그가 방금 전에 힘들여 끌고 온 원통형의 물체였다. 정작 표적인 사지타리우스의 세인트는 본능적으로 감잡고 노사 뒤편으로 냅다 토꼈던 것이다.
여신 강림을 전후해서야 비로소 출현하는 까닭에 일각에서는 희귀종 취급까지 당하는 황금성투사가 내버려두면 씽씽한 체력을 유지하며 120살까지 사는 건 드문 일이 아니다. 좀 더 노력하면 150년까지도 거뜬하다. 그러나 전쟁이다 뭐다 하여 인간 세상이 하 어수선하여 신들이 설칠 공간이 비좁아진 나머지 성전과 성전 사이의 텀이 늘어지는 통에 상당 부분 별 수 없이 황금성투사로서도 경이로운 경지인 230년을 자력과 근성으로 버텨낸 시온은, 한층 더 경이롭게도 약 26세의 육체 연령을 용케 유지하고 있었다. 비결은 특급기밀이다. 이만으로도 충분했거늘 시온 본인은 납득을 못했는지 그나마도 18세까지 낮추려고 애를 뽀득뽀득 쓰는 중이지만 말이다.
시온의 주장에 의하면 인간이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절정의 시기는 열 여덟이요 그 후로는 계속 내리막길 일직선이기 때문이라지만, 실은 다 핑계고 신들의 가사법인지 뭔지 하는 MISOMETHA-MENOS의 농간으로 허물만 벗으면 2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파릇파릇 열 여덟인 노사와 같고 싶을 뿐이라는 게 눈치만 특급으로 발달한 므우의 귀뜸이었다.
그러나 '여신의 지상 대리인'인 교황의 직무 관계상 자주는 아니어도 세계 각국의 수뇌들과 회담을 가져야 할 일이 제법 있고, 세상사가 지저분해짐에 따라 관여해야 할 일은 점점 늘어나기만 하는데 그 상황에서 젊은 얼굴은 그다지 메리트라고 할 수 없다. 한 스물 여섯쯤 된 면상으로 나는 200살이 넘었다고 주장해봤자 일반인이 잘도 믿어줄 일이었다. 혼자 늙기는 싫지만 얕보이기는 더더욱 싫었던 시온은, 통박을 굴린 끝에 일석이조로 미스터리어스한 분위기까지 창출해 주는 가면을 쓴다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된다. 실제로는 12대 교황인 타우루스의 알데바란('알데바란'은 피스케스의 '아프로디테'와 매한가지로 황소자리의 골드 세인트에게 대대로 전수되는 이름이다. 그 이유는 분명하지 않은데, 십에 팔구는 초대 황금들의 변덕으로 여겨진다)이 성전에서 망가진 얼굴 반쪽을 가리기 위해 가면을 썼던 것을 들춰내어 전통의 부활이라고 대대적으로 우겨댔지만, 뭐 살다보면 정보 조작도 필요한 법이다. 므우의 빨래터 한담에 의하면 가면을 쓴 동안은 슬그머니 노인으로 돌아와 에너지의 소모도 줄이고 있다니까 이게 바로 꿩 먹고 알 먹고 둥지 틀어 불 때는 일이라 하겠다.
이야기가 옆길로 샜으므로 좀 강인하게 요약하자면, 교황 예하 사랑의 매를 스리슬쩍 피한 새시까만 후배놈의 발칙한 행위에 분노하여 거품 물고 날뛰는 시온을 노사가 구슬리고 아이올로스가 '또' 생각난 바를 생각난 김에 툭 던지고 시온이 '또' 고지식하게 그에 반응하고 애먼 물체가 '또' 피해를 입고 노사가 추임새를 넣고 어쩐다 저쩐다 하는 사이 시간이 후딱 지나가버려, 360도 돌고 겨우 제자리로 돌아온 아이올로스가 "그나저나 대체 무슨 일로 호출하신 겁니까?" 라고 애초의 화제를 질문했을 때는 이미 새벽 3시가 되어 있었다. (긴 여정이었다)
그리고 아직도 혈기왕성한 시온은 이미 만신창이가 된 문제의 물체를 쿠악 짓밟으며 박력 있게 외쳤다.
"바로 이거다!!!"
아이올로스는 까마득한 선진의 발치를 꼬박 3분간 잠자코 응시한 후, 머리를 멋쩍게 긁적였다.
"에~에- 또, 저 수면 부족인 걸까요. 멍석에 말려서 밧줄 열두 겹으로 꽁꽁 묶이고 재갈도 물리고 시커먼 머리카락을 곤두세우고 핏발 선 눈을 번들거리고 이마에 생긴 커다란 삼층짜리 혹에서 김을 뿜으며 온몸으로 다 죽여버리겠으! 라고 절규하는 걸 제외하면 사가와 지극히 흡사한 물체가 보입니다만."
"보이는 그대로이니라."
이미 노사 상대로 한 번 실전했지만, 이 배은망덕한 놈의 행위를 그 새 파워업한 근사한 퍼포먼스를 섞어가며 구구절절한 독백으로 만방에 피로하려 딱 폼을 잡던 시온은, 너무나 당연하지만 긴장감이라고는 없는 아이올로스의 다음 말에 대한 방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누가 그를 비난할 수 있으랴.
"어, 그럼 사가의 이중인격이 결국 드러났나 보죠. 생각보다 빨랐네."
시간이 정지했다. (더 월드는 아니다)
시온은 굳었고, 노사는 귀를 쫑긋하며 허어 감탄하였고, 흑사가마저 경악으로 눈을 흡떴다.
"....아이올로스여."
"예?"
"알고 있었느냐?"
"뭘 말입니까?"
"맹한 얼굴로 시치미떼지 마라!! 이놈이 이중인격이란 걸 말이다!!!"
"아, 그거요? 예."
"어떻게!!!"
"에... 어떻게냐고 물으셔도... 보면 아는 거 아닙니까? 가령 사가에게 실은 쌍둥이 동생이 있다는 거라던가,"
"뭣이, 그것마저도!!!!?"
"예."
그게 뭐 대수냐는 듯 대책없이 선량한 미소를 첨부하여 태평스런 어조로 줄줄이 폭탄 선언을 터뜨리는 사지타리우스의 세인트 앞에서, 그때 처음으로 시온은 아이올로스를 찍은 게 교황으로 사가를 밀기보다 천만 배쯤 위험한 인선(人選)이 아니었는지를 심각하게 회의하였지만, 사태는 엎질러진 물이었고 지금 급한 화두는 다른 쪽에 있었으므로 헛기침을 하며 교황의 위엄을 회복하였다.
"그런데 사가의 이중인격과 풀 크로스 장착으로 출두하라시던 명령 사이의 상관관계는 뭡니까?"
때마침 아이올로스가 드물게 알맞은 방향으로 화제를 전환하였으므로, 어느 틈엔가 제자에게서 어거지로 강탈해 온 아리에스의 크로스를 장착한 시온은 주먹을 부르쥐며 장엄하고 우렁차게 선언하였다.
"뻔하지 않느냐. 정신과는 멀고 주먹은 가깝다!!!!"
즉, 충격요법이다.
"오오 시온! 그 의기가 훌륭하이. 나도 기꺼이 가세하겠네!"
허물을 벗어던지고 천칭궁에서 득달같이 날아온 라이브라의 크로스를 두른 노사, 아니 도코가 얼마나 넘쳐흐르는 의욕으로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던지, 오로지 이 순간을 위해서 친우의 히스테리를 끈기 있게 받아주었다는 뒷담화가 먹힐 지경이었다.
"#$#$**^&#@#$##$$#@@@##$*#&@((^($)#$($*%(#$*($%*$(!!!!!!!!!!!!!!!"
분개한 흑사가의 항의는 황금 최연장조의 이글지글 끓어오르는 코스모에 묻혀 허무히 스러졌다.
기껏 불러다 놓고 후배가 낄 틈도 없이 살판났다고 무저항의 상대를 신나게 밟고 찍고 두들겨패는 까마득한 선배님들의 그다지 존경스럽지 못한 등짝을 주시하면서, 아이올로스는 저건 2대 1의 명백한 규칙 위반이라던가 (그 이전에 린치임) 굳이 힘들여 폭행할 거 없이 아이기스를 잠시 빌려와 악한 인격을 제령하면 해결된다는 사실 등등을 떠올렸지만, 흑사가에게는 불행히도 바로 그때 시온이 직접 제작한 - 골드 크로스와 같은 재질의 - 요람 속에 누운 생후 5일의 솜사탕처럼 달콤하고 천사처럼 사랑스런 토실토실보들보들 아테나가 사지를 버둥거리며 옹알이를 하였으므로, 사지타리우스의 아이올로스 육아 경력 7년, 마른자리 진자리 갈아뉘며 애지중지장중보옥금지옥엽으로 키워낸 동생이 유아반항기를 맞아 현재 두 달째 형님의 스킨십을 거부하고 있어 다소 프러스트레이션 중의 14세는 기꺼이 유혹에 굴복하였다.
아기 아테나는 아이올로스가 어르는 대로 잠이 들었다. 구타의 음향을 자장가 삼아.
".....생각해 보면 그런 일도 있었지. 어라, 사가? 사가~?"
막 회상을 종료한 성역의 제 40대 교황이 옆자리에서 바람과 함께 사라진 보좌관을 찾고 보니, 문제의 보좌관은 웃는 얼굴로 해묵은 상처를 칼로 난도질한 후 소금까지 뿌려대는 (악의는 없다) 친우의 횡포를 이겨내지 못하고 폭포수 같은 눈물을 쏟으며 방구석에서 의자를 딛고 올가미에 막 목을 집어넣으려 하는 중이었다. 어느 틈에 썼는지 발치에는 곱게 접힌 유언장이 처연하게 놓여져 있다.
태평하기가 만년 장수하는 거북이보다 더한 교황이라도 여기에는 기겁을 하고 보좌관의 등에 황급히 들러붙었다.
"왓, 안돼 사가! 자살은 안돼! 어서 올가미에서 목을 빼내!!"
"큭... 날 내버려 둬 아이올로스!! 나는... 나는 살아 있을 가치가 없는 인간이다!! 어흐흐흐흐흑!!!!!"
"우와 큰일났다, 이 녀석 울증이 재발했어! 하여튼 안-된-다-니-까──!! 설령 그때 시온 님이 백열잡기를 못하셨다면 심장에 단박에 구멍이 났을 테고, 그럼 넌 교황궁으로 내려와 황금 단도로 아테나의 목숨을 노렸을 테고, 우연히 지나가던 내가 얼결에 아테나를 모시고 탈출했다 오히려 역적으로 몰리거나 속아서 추적해 온 슈라에게 반죽음을 당하거나 아테나가 웬 노인장과 함께 머나먼 이국으로 도피하시거나 리아가 13년 동안 역적의 동생이라는 오명을 쓰고 삽질하거나 성역이 둘로 분열해 동족상잔을 하거나 하는 일이 벌어졌을지도 모르지만 전부 해결된 지금은 전혀 상관없는 문제라고!!!!" (누차 말하지만 그에게 악의는 없다)
"차라리, 차라리 제발 죽게 해줘────────!!!!!!!!!!!!!!!!!!!"
어찌저찌 성투사로서의 사명감을 자극하여 목하 241번째의 자살을 저지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트라우마가 도진 듯 면벽하고 주저앉아 넋나간 얼굴로 뼈가 부스러지는 고통에 대해서 뭐라뭐라 중얼대는 사가의 어깨를 아이올로스는 위로의 의미를 담아 부드럽게 토닥였다.
"천일구타(원 사우전드 스트라이크)가 안 된 게 어디야. 좋게 생각해 사가."
다행스럽게도 노인네들은 천분구타에서 흥미를 잃고 아이기스를 가져왔지만, 그렇다 해도 17시간이다.
실은 아이기스를 가져온 시점에서 이미 사가의 머리가 본래의 청금색으로 돌아온 걸 고려하면 불합리한 폭력으로 정신에 깊은 상처를 입은 흑사가가 마음의 방문을 걸어잠그고 도주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구타와 아이기스 세례에 이어 만약을 대비한 '사흘 밤낮으로 바닷물에 절이기' 요법이 효과를 보아 사가는 더 이상의 발작 없이 무사히 일상으로 복귀하였다. 다만 울증이 심해졌을 뿐이었다.
(사가에게만) 악몽 같았던 그날 밤으로부터 이미 6년의 세월이 흘렀다.
무사히 교황직을 인계받은 아이올로스는 기대 이상으로 유능하게, 그러나 보좌관 역에 무난히 갈무리된 사가에게 다방면으로 스트레스를 팍팍 끼치면서 성역을 잘 이끌고 있었다. 이-렇게 작았던 다른 황금들도 쑥쑥 자라 더욱 역사에 남을 심각한 문제아들이 되었고, 가냘픈 아기였던 아테나는 성역의 무지막지한 과보호 아래 최연장조를 할아버지 할머니 삼아, 연장조를 엄마 아빠 삼아, 중견조를 삼촌 삼아, 그리고 연소조는 오빠 삼아 발랄하고 명랑하고, 가끔 황금들의 어깨에 올라타 므우가 만들어준 - 골드 크로스와 같은 재질의 - 장난감 채찍을 휘두르며 "내 말이 되세요!" 라고 명령하는 사랑스러운 꼬마 숙녀로 성장하였다.
시온은 인수식이 끝나자마자 그 길로 날쌔게 오로봉으로 도주해 230년 동안 꿈꾸던 대로 친우와 노세노세 젊어서 노세 청춘을 마음껏 구가하고 있다. 가끔씩 조는 건지 부처와 교신 중인지 모를 샤카를 슬그머니 집어다 오로봉에 앉혀두고 둘이서 룰루랄라 놀러다니거나 성역으로 부지불식 간에 쳐들어와 사소한 문제를 일일이 꼬투리 잡으며 잔소리질을 하거나 사가를 끝도 없이 갈궈대거나 하는 것 이외에는 별달리 피해도 없었다. 없는 건가 이거.
언젠가는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은 하데스와의 성전을 치러야만 하겠지만, 지금의 성역은 평화롭고 유쾌하였다. 나름대로는.
"....그...그렇지만 뭐지, 이 불안감은....! 심히 중요한 사실을 깨끗이 망각한 것만 같은 이 느낌은 대체....!?"
"사가, 자꾸 머리 쥐어뜯으면 언젠간 대머리 된다~? 그만 삽질하고 업무로 돌아가자고-"
그러나 무언가 생각날 듯 생각날 듯 아련하게 잡히지 않는 사가의 초조함과 함께, 성역에는 다시금 먹구름이 다가들고 있었다.
과연 사가의 잃어버린 기억이란 무엇인가? 성역을 위협하는 암운이란 대체!?
황금성투사는, 아테나는 위기를 맞아 시련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강대한 적 앞에서 무릎을 꿇고 말 것인가!
그리고 아이올로스는 당최 언제까지 어벙을 떨 것인가!
다음 회, <머나먼 바다에서 사랑의 코스모를 담아>! 기대하십시오!
덤 하나.
"이날을... 이날을 애타게 기다렸다! 목 뒤를 씻고 기다려라 사가! 그리고 성역! 네놈들에게 내가 본 지옥을 그대로 맛보여주마...!! 으음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푸헉!"
부끄러움도 없이 악역의 전형적인 대사를 목소리만 끝발나게 읊은 그림자 A는 실컷 웃다가 파도에 휩쓸려갔다.
루카스 아츠와 장미십자단의 유착 관계 운운은 언제나 몰래 스토킹하고 있는 실로넨 님의 매우 설득력 있는 이론임. 너무나 즐겁게 본 나머지 인용하고 말았다. 자세한 게 궁금하신 분은 실로넨 님의 블로그를 참조해 주세요. 3편은 한 1년 후쯤에 나옵니다. (뭣)
* Part 1 *
"부르셨습니까, 교황 예하."
한밤중의 난데없는 시끌시끌한 호출에 가타부타 불평없이 - 7살 때부터 시도때도 없이 새벽 2시에 호출을 당하고 살면 싫어도 익숙해진다 - 크로스를 갖춰입고 요즘 왠지 점점 커지고 있는 듯한 날개를 추스르며 교황궁의 완강한 문 안으로 들어선 사지타리우스의 아이올로스를 맞은 사람은, 교황 대신 놀랍지만 그다지 의외는 아닌 인물이었다.
"아이올로스, 이거 오랜만이구먼. 자네는 물만 먹어도 쑥쑥 크는 모양일세, 허허허."
"정말 오랜만에 뵙네요~그간 건강하셨습니까, 노사."
봉제인형만한 앙증맞은 몸집과 쪼글쪼글 주름진 괴이한 보라색 피부, 곰실곰실 움직이는 뾰족한 귀가 스타워즈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마스터 요다?" 를 의심한다는, 취미는 허물벗고 열 여덟로 회귀하기인 라이브라의 도코- 일명 노사였다. (1980년 <제국의 역습>이 개봉되었을 때 시온이 조지 루카스와 각본가 프랭크 오즈를 비롯한 스타워즈 제작진의 제거를 심각하게 검토했다는 것은 사관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물론 암살 운운은 한때의 해프닝으로 끝나긴 했지만, 루카스 아츠는 여전히 장미십자단 및 프리메이슨과의 유착 관계로 인해 성역의 감시를 받고 있다)
하여간 오로봉에서 하데스 백팔마성의 봉인을 진중히 감시하고 있어야 할 그가 왜 예서 노닥거리고 있는진 사실 빤한 일이었다. 보나마나 시온이 머나먼 오로봉의 친우에게 코스모 통신으로 육아 히스테리를 단단히 부렸을 테고, 노사는 친우를 염려했다기보다는 전파를 이리저리 바꿔가며 일본 아이돌 방송을 엿보는 것으로 무료함을 달래기도 지겹던 와중에 얼씨구나 잘됐다고 달려왔을 테고, 그럼 오로봉은 어쨌느냐 하면, 처녀궁에서 익숙한 코스모가 느껴지지 않는 걸로 보아 필경 이번에도 주위의 확신대로 조는 건지 본인의 우김대로 좌선인지 참으로 헷갈리는 폐안부동(閉眼不動)의 샤카를 덜렁 집어다 폭포 앞에 앉혀놓고 튀었겠거니. 여기서 사가였다면 벌써 교황궁 벽에 머리를 열세 번쯤 박으며 햄릿의 주구장창 독백과도 맞먹을 신세한탄으로 시작해 우주와 신의 섭리의 부조리함에까지 미치는 웅대한 연설을 좔좔좔좔좔좔 읊어댔겠지만,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당사자는 아이올로스였고 사지타리우스의 세인트는 그런 걸 일일이 꼬집기에는 너무나 어벙하고 지나치게 대범했다.
태평스런 노인과 어벙한 소년이 어제는 누가 빵 54인분을 우겨넣고 체했다는 둥 그저께는 누가 교황궁에서 발을 삐끗해 백양궁까지 계단을 데굴데굴 굴러갔다는 둥 빨래터를 둘러싼 부인네들 모양 느긋한 환담이나 나누고 있는 사이, 무언가 묵직한 물체를 질질 잡아끌며 드디어 시온이 등장했다.
"늦느니라!! 언제부터 황금성투사 아닌 황금거북이가 됐더냐!!"
"어라, 웬일로 가면을 벗으셨네요?"
이쪽을 보자마자 시온이 대뜸 성질부터 내건 말건, 아이올로스는 교황의 얼굴을 유심히 보다가 딴소리를 했다. 혹자는 멀쩡한 얼굴로 강인하게 저 할 말만 해 버리는 이 스킬이야말로 파시스트 독재자 시온이 현 황금들 중에서 유독 아이올로스만은 무진장 껄끄러워하는 이유라고도 한다.
시온은 주름 하나 없는 팽팽한 얼굴을 인간 안면 근육의 한계까지 일그러뜨렸다.
"내가 가면을 벗어서 네놈에게 해 될 일이라도 있나?"
"아뇨, 기왕 젊으신데 평소에도 좀 벗고 다니시면 좋지 않을까 했을 뿐입니다."
"그러다 내가 바깥의 수뇌부라는 자들에게 얕보이면 책임질 테냐──!!!"
아리에스의 시온 최대최강 필살기
여신 강림을 전후해서야 비로소 출현하는 까닭에 일각에서는 희귀종 취급까지 당하는 황금성투사가 내버려두면 씽씽한 체력을 유지하며 120살까지 사는 건 드문 일이 아니다. 좀 더 노력하면 150년까지도 거뜬하다. 그러나 전쟁이다 뭐다 하여 인간 세상이 하 어수선하여 신들이 설칠 공간이 비좁아진 나머지 성전과 성전 사이의 텀이 늘어지는 통에 상당 부분 별 수 없이 황금성투사로서도 경이로운 경지인 230년을 자력과 근성으로 버텨낸 시온은, 한층 더 경이롭게도 약 26세의 육체 연령을 용케 유지하고 있었다. 비결은 특급기밀이다. 이만으로도 충분했거늘 시온 본인은 납득을 못했는지 그나마도 18세까지 낮추려고 애를 뽀득뽀득 쓰는 중이지만 말이다.
시온의 주장에 의하면 인간이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절정의 시기는 열 여덟이요 그 후로는 계속 내리막길 일직선이기 때문이라지만, 실은 다 핑계고 신들의 가사법인지 뭔지 하는 MISOMETHA-MENOS의 농간으로 허물만 벗으면 2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파릇파릇 열 여덟인 노사와 같고 싶을 뿐이라는 게 눈치만 특급으로 발달한 므우의 귀뜸이었다.
그러나 '여신의 지상 대리인'인 교황의 직무 관계상 자주는 아니어도 세계 각국의 수뇌들과 회담을 가져야 할 일이 제법 있고, 세상사가 지저분해짐에 따라 관여해야 할 일은 점점 늘어나기만 하는데 그 상황에서 젊은 얼굴은 그다지 메리트라고 할 수 없다. 한 스물 여섯쯤 된 면상으로 나는 200살이 넘었다고 주장해봤자 일반인이 잘도 믿어줄 일이었다. 혼자 늙기는 싫지만 얕보이기는 더더욱 싫었던 시온은, 통박을 굴린 끝에 일석이조로 미스터리어스한 분위기까지 창출해 주는 가면을 쓴다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된다. 실제로는 12대 교황인 타우루스의 알데바란('알데바란'은 피스케스의 '아프로디테'와 매한가지로 황소자리의 골드 세인트에게 대대로 전수되는 이름이다. 그 이유는 분명하지 않은데, 십에 팔구는 초대 황금들의 변덕으로 여겨진다)이 성전에서 망가진 얼굴 반쪽을 가리기 위해 가면을 썼던 것을 들춰내어 전통의 부활이라고 대대적으로 우겨댔지만, 뭐 살다보면 정보 조작도 필요한 법이다. 므우의 빨래터 한담에 의하면 가면을 쓴 동안은 슬그머니 노인으로 돌아와 에너지의 소모도 줄이고 있다니까 이게 바로 꿩 먹고 알 먹고 둥지 틀어 불 때는 일이라 하겠다.
이야기가 옆길로 샜으므로 좀 강인하게 요약하자면, 교황 예하 사랑의 매를 스리슬쩍 피한 새시까만 후배놈의 발칙한 행위에 분노하여 거품 물고 날뛰는 시온을 노사가 구슬리고 아이올로스가 '또' 생각난 바를 생각난 김에 툭 던지고 시온이 '또' 고지식하게 그에 반응하고 애먼 물체가 '또' 피해를 입고 노사가 추임새를 넣고 어쩐다 저쩐다 하는 사이 시간이 후딱 지나가버려, 360도 돌고 겨우 제자리로 돌아온 아이올로스가 "그나저나 대체 무슨 일로 호출하신 겁니까?" 라고 애초의 화제를 질문했을 때는 이미 새벽 3시가 되어 있었다. (긴 여정이었다)
그리고 아직도 혈기왕성한 시온은 이미 만신창이가 된 문제의 물체를 쿠악 짓밟으며 박력 있게 외쳤다.
"바로 이거다!!!"
아이올로스는 까마득한 선진의 발치를 꼬박 3분간 잠자코 응시한 후, 머리를 멋쩍게 긁적였다.
"에~에- 또, 저 수면 부족인 걸까요. 멍석에 말려서 밧줄 열두 겹으로 꽁꽁 묶이고 재갈도 물리고 시커먼 머리카락을 곤두세우고 핏발 선 눈을 번들거리고 이마에 생긴 커다란 삼층짜리 혹에서 김을 뿜으며 온몸으로 다 죽여버리겠으! 라고 절규하는 걸 제외하면 사가와 지극히 흡사한 물체가 보입니다만."
"보이는 그대로이니라."
이미 노사 상대로 한 번 실전했지만, 이 배은망덕한 놈의 행위를 그 새 파워업한 근사한 퍼포먼스를 섞어가며 구구절절한 독백으로 만방에 피로하려 딱 폼을 잡던 시온은, 너무나 당연하지만 긴장감이라고는 없는 아이올로스의 다음 말에 대한 방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누가 그를 비난할 수 있으랴.
"어, 그럼 사가의 이중인격이 결국 드러났나 보죠. 생각보다 빨랐네."
시간이 정지했다. (더 월드는 아니다)
시온은 굳었고, 노사는 귀를 쫑긋하며 허어 감탄하였고, 흑사가마저 경악으로 눈을 흡떴다.
"....아이올로스여."
"예?"
"알고 있었느냐?"
"뭘 말입니까?"
"맹한 얼굴로 시치미떼지 마라!! 이놈이 이중인격이란 걸 말이다!!!"
"아, 그거요? 예."
"어떻게!!!"
"에... 어떻게냐고 물으셔도... 보면 아는 거 아닙니까? 가령 사가에게 실은 쌍둥이 동생이 있다는 거라던가,"
"뭣이, 그것마저도!!!!?"
"예."
그게 뭐 대수냐는 듯 대책없이 선량한 미소를 첨부하여 태평스런 어조로 줄줄이 폭탄 선언을 터뜨리는 사지타리우스의 세인트 앞에서, 그때 처음으로 시온은 아이올로스를 찍은 게 교황으로 사가를 밀기보다 천만 배쯤 위험한 인선(人選)이 아니었는지를 심각하게 회의하였지만, 사태는 엎질러진 물이었고 지금 급한 화두는 다른 쪽에 있었으므로 헛기침을 하며 교황의 위엄을 회복하였다.
"그런데 사가의 이중인격과 풀 크로스 장착으로 출두하라시던 명령 사이의 상관관계는 뭡니까?"
때마침 아이올로스가 드물게 알맞은 방향으로 화제를 전환하였으므로, 어느 틈엔가 제자에게서 어거지로 강탈해 온 아리에스의 크로스를 장착한 시온은 주먹을 부르쥐며 장엄하고 우렁차게 선언하였다.
"뻔하지 않느냐. 정신과는 멀고 주먹은 가깝다!!!!"
즉, 충격요법이다.
"오오 시온! 그 의기가 훌륭하이. 나도 기꺼이 가세하겠네!"
허물을 벗어던지고 천칭궁에서 득달같이 날아온 라이브라의 크로스를 두른 노사, 아니 도코가 얼마나 넘쳐흐르는 의욕으로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던지, 오로지 이 순간을 위해서 친우의 히스테리를 끈기 있게 받아주었다는 뒷담화가 먹힐 지경이었다.
"#$#$**^&#@#$##$$#@@@##$*#&@((^($)#$($*%(#$*($%*$(!!!!!!!!!!!!!!!"
분개한 흑사가의 항의는 황금 최연장조의 이글지글 끓어오르는 코스모에 묻혀 허무히 스러졌다.
기껏 불러다 놓고 후배가 낄 틈도 없이 살판났다고 무저항의 상대를 신나게 밟고 찍고 두들겨패는 까마득한 선배님들의 그다지 존경스럽지 못한 등짝을 주시하면서, 아이올로스는 저건 2대 1의 명백한 규칙 위반이라던가 (그 이전에 린치임) 굳이 힘들여 폭행할 거 없이 아이기스를 잠시 빌려와 악한 인격을 제령하면 해결된다는 사실 등등을 떠올렸지만, 흑사가에게는 불행히도 바로 그때 시온이 직접 제작한 - 골드 크로스와 같은 재질의 - 요람 속에 누운 생후 5일의 솜사탕처럼 달콤하고 천사처럼 사랑스런 토실토실보들보들 아테나가 사지를 버둥거리며 옹알이를 하였으므로, 사지타리우스의 아이올로스 육아 경력 7년, 마른자리 진자리 갈아뉘며 애지중지장중보옥금지옥엽으로 키워낸 동생이 유아반항기를 맞아 현재 두 달째 형님의 스킨십을 거부하고 있어 다소 프러스트레이션 중의 14세는 기꺼이 유혹에 굴복하였다.
아기 아테나는 아이올로스가 어르는 대로 잠이 들었다. 구타의 음향을 자장가 삼아.
".....생각해 보면 그런 일도 있었지. 어라, 사가? 사가~?"
막 회상을 종료한 성역의 제 40대 교황이 옆자리에서 바람과 함께 사라진 보좌관을 찾고 보니, 문제의 보좌관은 웃는 얼굴로 해묵은 상처를 칼로 난도질한 후 소금까지 뿌려대는 (악의는 없다) 친우의 횡포를 이겨내지 못하고 폭포수 같은 눈물을 쏟으며 방구석에서 의자를 딛고 올가미에 막 목을 집어넣으려 하는 중이었다. 어느 틈에 썼는지 발치에는 곱게 접힌 유언장이 처연하게 놓여져 있다.
태평하기가 만년 장수하는 거북이보다 더한 교황이라도 여기에는 기겁을 하고 보좌관의 등에 황급히 들러붙었다.
"왓, 안돼 사가! 자살은 안돼! 어서 올가미에서 목을 빼내!!"
"큭... 날 내버려 둬 아이올로스!! 나는... 나는 살아 있을 가치가 없는 인간이다!! 어흐흐흐흐흑!!!!!"
"우와 큰일났다, 이 녀석 울증이 재발했어! 하여튼 안-된-다-니-까──!! 설령 그때 시온 님이 백열잡기를 못하셨다면 심장에 단박에 구멍이 났을 테고, 그럼 넌 교황궁으로 내려와 황금 단도로 아테나의 목숨을 노렸을 테고, 우연히 지나가던 내가 얼결에 아테나를 모시고 탈출했다 오히려 역적으로 몰리거나 속아서 추적해 온 슈라에게 반죽음을 당하거나 아테나가 웬 노인장과 함께 머나먼 이국으로 도피하시거나 리아가 13년 동안 역적의 동생이라는 오명을 쓰고 삽질하거나 성역이 둘로 분열해 동족상잔을 하거나 하는 일이 벌어졌을지도 모르지만 전부 해결된 지금은 전혀 상관없는 문제라고!!!!" (누차 말하지만 그에게 악의는 없다)
"차라리, 차라리 제발 죽게 해줘────────!!!!!!!!!!!!!!!!!!!"
어찌저찌 성투사로서의 사명감을 자극하여 목하 241번째의 자살을 저지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트라우마가 도진 듯 면벽하고 주저앉아 넋나간 얼굴로 뼈가 부스러지는 고통에 대해서 뭐라뭐라 중얼대는 사가의 어깨를 아이올로스는 위로의 의미를 담아 부드럽게 토닥였다.
"천일구타(원 사우전드 스트라이크)가 안 된 게 어디야. 좋게 생각해 사가."
다행스럽게도 노인네들은 천분구타에서 흥미를 잃고 아이기스를 가져왔지만, 그렇다 해도 17시간이다.
실은 아이기스를 가져온 시점에서 이미 사가의 머리가 본래의 청금색으로 돌아온 걸 고려하면 불합리한 폭력으로 정신에 깊은 상처를 입은 흑사가가 마음의 방문을 걸어잠그고 도주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구타와 아이기스 세례에 이어 만약을 대비한 '사흘 밤낮으로 바닷물에 절이기' 요법이 효과를 보아 사가는 더 이상의 발작 없이 무사히 일상으로 복귀하였다. 다만 울증이 심해졌을 뿐이었다.
(사가에게만) 악몽 같았던 그날 밤으로부터 이미 6년의 세월이 흘렀다.
무사히 교황직을 인계받은 아이올로스는 기대 이상으로 유능하게, 그러나 보좌관 역에 무난히 갈무리된 사가에게 다방면으로 스트레스를 팍팍 끼치면서 성역을 잘 이끌고 있었다. 이-렇게 작았던 다른 황금들도 쑥쑥 자라 더욱 역사에 남을 심각한 문제아들이 되었고, 가냘픈 아기였던 아테나는 성역의 무지막지한 과보호 아래 최연장조를 할아버지 할머니 삼아, 연장조를 엄마 아빠 삼아, 중견조를 삼촌 삼아, 그리고 연소조는 오빠 삼아 발랄하고 명랑하고, 가끔 황금들의 어깨에 올라타 므우가 만들어준 - 골드 크로스와 같은 재질의 - 장난감 채찍을 휘두르며 "내 말이 되세요!" 라고 명령하는 사랑스러운 꼬마 숙녀로 성장하였다.
시온은 인수식이 끝나자마자 그 길로 날쌔게 오로봉으로 도주해 230년 동안 꿈꾸던 대로 친우와 노세노세 젊어서 노세 청춘을 마음껏 구가하고 있다. 가끔씩 조는 건지 부처와 교신 중인지 모를 샤카를 슬그머니 집어다 오로봉에 앉혀두고 둘이서 룰루랄라 놀러다니거나 성역으로 부지불식 간에 쳐들어와 사소한 문제를 일일이 꼬투리 잡으며 잔소리질을 하거나 사가를 끝도 없이 갈궈대거나 하는 것 이외에는 별달리 피해도 없었다. 없는 건가 이거.
언젠가는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은 하데스와의 성전을 치러야만 하겠지만, 지금의 성역은 평화롭고 유쾌하였다. 나름대로는.
"....그...그렇지만 뭐지, 이 불안감은....! 심히 중요한 사실을 깨끗이 망각한 것만 같은 이 느낌은 대체....!?"
"사가, 자꾸 머리 쥐어뜯으면 언젠간 대머리 된다~? 그만 삽질하고 업무로 돌아가자고-"
그러나 무언가 생각날 듯 생각날 듯 아련하게 잡히지 않는 사가의 초조함과 함께, 성역에는 다시금 먹구름이 다가들고 있었다.
과연 사가의 잃어버린 기억이란 무엇인가? 성역을 위협하는 암운이란 대체!?
황금성투사는, 아테나는 위기를 맞아 시련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강대한 적 앞에서 무릎을 꿇고 말 것인가!
그리고 아이올로스는 당최 언제까지 어벙을 떨 것인가!
다음 회, <머나먼 바다에서 사랑의 코스모를 담아>! 기대하십시오!
To be continue....d? (나한테 묻지 마라)
덤 하나.
"이날을... 이날을 애타게 기다렸다! 목 뒤를 씻고 기다려라 사가! 그리고 성역! 네놈들에게 내가 본 지옥을 그대로 맛보여주마...!! 으음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푸헉!"
부끄러움도 없이 악역의 전형적인 대사를 목소리만 끝발나게 읊은 그림자 A는 실컷 웃다가 파도에 휩쓸려갔다.
루카스 아츠와 장미십자단의 유착 관계 운운은 언제나 몰래 스토킹하고 있는 실로넨 님의 매우 설득력 있는 이론임. 너무나 즐겁게 본 나머지 인용하고 말았다. 자세한 게 궁금하신 분은 실로넨 님의 블로그를 참조해 주세요. 3편은 한 1년 후쯤에 나옵니다. (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