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그대는 어느 날엔가 함께 죽게 되리란 예감이 들어.

불타는 전국의 밤 | 2007/02/11 23:17

모종의 이-_-유로 인해 리스트의 에뛰드 모음집을 죽어라 틀어대고 있는 S. 너무나도 현금;스런 자신에게 눈물이 멈추지 않아요, 오라버니...!
그간 꾸물대느라 미뤄왔던 야마오카 소하치의 도쿠가와 이에야스-다테 마사무네 교차 비교 번역에 본격적으로 착수하기에 앞서, 워밍업을 겸해 모든 일본 소설을 통틀어 현재까지 내 위장을 가장 험악하게 쥐어뜯은 사나다 태평기(真田太平記) 문제의 대목부터 짚고 넘어가겠다. 사나다 시노비대 중 유키무라의 최고 심복인 무카이 사헤이지(向井佐平次)와 그 아들 사스케(佐助)의, 결전을 앞둔 어느 날 밤의 대화.

(...사루토비 사스케를 대놓고 쓰자니 개그;인데 또 안 쓰자니 아쉬웠던 이케나미 선생의 잔머리가 보이지 않는가. 아, 눈물이....)


이케나미 쇼타로 作 사나다 태평기 제 11권 <오사카 여름의 진>, 문고판 412page

"내가 벳쇼(別所)의 온천에서 처음으로 사에몬노스케 님을 뵈었을 때의 일이란다."
"예."
"사에몬노스케 님은 열 여섯. 나는 열 아홉이었느니라.... 그리하여 벳쇼에서 사나다의 별장으로 향할 때, 그 분이 나를 말에 태워주셨다. 나는 사에몬노스케 님의 허리를 붙잡고 있었지."
"예...."
"말을 몰면서 사에몬노스케 님은, 내게 이리 말씀하셨다. 나와 그대는, 어느 날엔가, 함께 죽게 되리란 예감이 드는구나, 라고."
아버지의 등을 쓸던 사스케의 손이 멎었다.
"정말이십니까."
"그렇느니라."
사스케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사헤이지가 말했다.
"3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오늘에 와서, 그 말씀이, 진실이 되었구나."
어지간한 무카이 사스케도, 아버지의 말에는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사에몬노스케 님과 같으신 분은, 두 번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할 게다."
기쁨에 찬, 그러나 숙연한 어조로 무카이 사헤이지는,
"너와, 너의 모친과 여동생에게는, 무엇 하나 해주지 못한 못난 애비다만... 내일은 스스로의 보잘것 없는 일생에, 만족스런 종지부를 찍을 수 있겠구나."
그렇게, 말했다.

사에몬노스케(左衛門佐) = 유키무라. 당연히 역직명이지만 자세한 건 묻지 마라. 한국 벼슬도 헷갈려 죽겠는데 일본 관직명을 알 거 같으냐!! (버럭) <-...

사나다 태평기를 전혀 찔러볼 마음이 없었던 S가 영풍문고에서 난데없이 피를 토한 이유.
실은 이케나미 선생의 문체가 되게 거슬리는 구석이 있는데다 내용이 열라 우울하고 또 BASARA와의 갭을 버텨낼 자신이 없었으므로(...) 태평기는 슬금슬금 피하고 있었는데, OVA 사나다 십용사의 건에서도 보다시피 나는 호기심은 고양이를 죽이는 성질을 갖고 있는 자학 기미의 동인녀;이므로 영풍문고에서 그 마음을 못 참고 어서 주워들은 대로 11권을 펼쳐본 게 실수였다. 아, 아니 이런 망할.... 오랑우탄보다는 못하고 긴꼬리원숭이보단 쬐금 나은 게 십대 남자애들이거늘 열 여섯에 저딴... 저딴 대사나 읊고 있다 말이냐 이 남잔.... 난 이런 데 죽어라고 약하단 말야 유키유키 주제에! OTL (그 유키무라가 아닙니다;)
갈대인 게 동인녀 마음이므로 피눈물을 흘리며 태평기 11권을 YES24의 카트에 쑤셔박는 와중에 S는 결심했던 것이다. 빌어먹을, 저딴 쉐이한테 결코 내 마음은 주지 않으리라! 난 도노하고나 평생 놀 거야 아흐흐흐흐흑(....)

俺とお前はいつの日にか一緒に死ぬような気がする。
그리고 정말 그렇게 되었다. 망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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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eN 2007/02/12 04:52
일본 역사 소설가라는 작자들이란....! 정말이지, 유키유키 주제에 저런 대사라니. 열여섯이면 무려 바사라버젼보다도 연하잖아요!(엎어져서 부들거린다) 신새벽에 심장에 통렬한 일격을 받고 갑니다. 아이고 이따가 잠 들기는 글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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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ARA 2007/02/12 13:25
그 유키무라가 아니라니까요(...)

이케나미 선생이 좀 빠순심이 강고하긴 하죠; 야마오카 선생도 만만찮게 빠돌타입이긴 하죠...;; 일본 역사소설가들은 어이하여 다 저 모양인진 제게 묻지 말아주십시오;

아닌 밤중에 영풍문고 일서부에서 피를 왈칵 토한 저의 심정을 이해해 주시겠습니까 흑흑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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