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MP 팬이었다는 사실 하나 까발리기가 거의 흑역사 들춰내는 수준의 두툼한 낯짝을 필요로 하는 요즘이나 - 난 치킨이다 - 여전히 사쿠라/샤오란 커플은 대놓고 총애하는 몸으로써 내심 츠바사가 참으로 탐탁하다는 사실은... 도저히 말 못하지;;
하여간 사쿠라/샤오란 열이 모처럼 대폭발한 김에 과거 사모해 마지 않았던 JeGiRal님의 CC사쿠라 S/X 팬픽을 홀딱 뒤집어엎고 있는 S. (마스터는 일본인 맞다. 그렇지만 리포트를 보면 10부제가 어떻다는둥 주민등록증이 저랬다는 둥 십에 십 한국에서 거주 중. 아 역시 외국어는 욕부터 배우는 법인가;) 조만간 몇 개 번역할 것 같아 나 몹시 두렵다! 어디 가니 이년아!!
小狼, 즉 Xiao-lang이므로 샤오랑이 맞지만 걍 옛날 버릇대로 샤오란이라 하겠음. 알 게 뭐냐 중국발음.
하여튼 본디 CC사쿠라에서부터 열라 귀엽게 노는 초딩 둘에게 껄떡댔던 몸으로써 문득 애니판이 어떻게 끝났는지 라스트 신 외에는 홀라당 까먹고 있음을 깨닫고; (얌마) 봉인된 카드부터 꺼내 돌렸다.
한 줄 감상 : い…いたたまれない…! この初々しい小学生恋愛がいたたまれないよお母さん…! (데굴데굴)
아 젠장 귀엽다니까 이 초딩들... (덜덜덜덜)
관람차 액션 신은 몇 번 봐도 호쾌하다. 과연 역대 CLAMP 남자 캐릭터 중 가장 장래가 유망하고 쓸만한 소년 리 샤오란.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 백 명과 난투해도 이길 자신 있다. 다 덤벼!
생각해 보니 내가 츠바사를 처음 봤을 때의 감상이 딱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거였다. 정말 이쁘게 잘 컸구나 샤오란 군...! 누님은 기쁘다! (感淚) 스토리? 에 그게 뭐예요 맛있는 거야?
쩌비, CLAMP 물건을 언제는 내용 보고 봤던가. 전부 눈보신이지. 이 여편네들이 감성에 문제는 많아도 캐릭터 하나는 잘 뽑기로 유명하고. 중간 중간 절라 짜증날 때마다 사르륵 넘길 수 있는 마법의 주문이 있다. 이건 미녀삼총사다 미녀삼총사다 미녀삼총사다... (= 스토리를 따지면 너만 손해다;)
실은 츠바사에서 사쿠라가 완전히 샤오란 군의 여신님 되어버리면서 커플 모에는 세 배가 됐다. 내가 그렇지 뭐. 공주님이 급격 여왕님으로 진화하면서부턴 군침이 좔좔 흐르고 있다. 내가 항상 그렇지 뭐. 다만 그 천연 쯘쯘쯘쯘데레데레가 증발하고 똘똘하고 얌전하고 예의바르고 어른스런 순딩이 머슴 하나 남은 게 쬐끔 아쉽더니 (아니 뭐 건 그거대로 좋았지만) 어린 것이 인생 열라 우울한 진 샤오란의 등장으로 갈증이 상당 부분 해소되었음. 여튼.. 여편네들 눈치만 특급으로 발달해서...
커밍아웃도 했으니 수다쟁이 입이 근질근질한 김에 찜찜한 사항을 넘버링으로 정리해 버리는 S. 날 말리지 마~라!!
일단 미리니름과 천기누설 천지이므로 슬쩍 가린다.
1. 그 남자의 이유?
성전에서부터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는 캐릭터들의 정말 어이가 실종되다 못해 상쾌하리만치 초초초초 개인적인 행동 원리를 감안하면 - 뭐 나름대로 사실적이긴 하다. 내 가족보다 인류의 존속 먼저 챙기는 인간이 과연 몇이나 될꼬; - 필시 페이왕 리드가
세계를 혁명할 힘 세계를 바꿀 힘을 손에 넣겠다고 설쳐대는 것도 천이면 구백구십구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에서라는 데 과감히 오천원 걸겠다.
흘러간 시간과 동등한 가치를 지닌 것은 아무것도 없다(하가렌이냐;), 죽은 사람은 설령 신이라 해도 되살릴 수 없다. 이 말이 은근히 끈질기게 되풀이되는 걸 보면 페이왕의 꿈도 죽은 이의 부활 혹은 시간의 역전일 가능성이 대략 90퍼센트. 거의 확신 중이다. 여기에 CLAMP의 법칙 제 24조 '키 퍼슨의 <소중한 사람>이 스토리에 얽히지 않는 경우는 절대로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에 의거하여 사쿠라의 꿈에서 크로우가 언급했던 <소중한 사람>과 유코 씨의 '크로우 리드 자신이 직접 입증했다' 는 말을 얽어보면...
...그 <소중한 사람>이란 건 크로우 리드의 아내고 본디 처녀 시절 그녀를 가운데 두고 크로우와 페이왕이 경쟁했는데 더 멀끔하게 생긴 크로우가 승기를 잡아 토야와 사쿠라를 얻었으나 그 와중에 아내는 무슨 이유론가 죽고 상심한 크로우는 아내를 살리려 이것 저것 시도해보다 결국 섭리에 거스름을 깨닫고 포기했고 그러나 그녀의 마음을 못 얻은 것도 속 쓰린데 이젠 죽기까지 해서 열받은 페이왕은 포기하지 못하고 사랑했던 여인의 딸을 이용해 세계를 바꿀 힘을 얻으려 한다... 설마 이런 류의 찌질한 뒷사연인 거냐?
...가능해! CLAMP라면!
이 바닥에서 좀 놀아본 사람은 다들 알겠지만 반전은 있어도 CLAMP의 복선이 비비 꼬이거나 알아먹기 힘든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하늘을 멸하는 자라면 말 그대로 하늘을 멸하는 자인 거다. 그걸 자의적으로 제석천이라 해석한 야차왕이 바보 멍텅구리였지... (먼 눈)
2. 그 외 몇 가지 신경 쓰이는 사소한 문제들.
① 사쿠라의 날개를 '빼앗는' 게 아니라 '돌려주는' 게 페이왕의 목적이라면 제이드국에서의 카일
맥라클란 선생의 행동은 대체 뭐였나? 드래곤플라이 레이스에서도 그렇고 그 선생 꽤나 진심으로 사쿠라의 날개를 강탈하려 하지 않았어?
깜짝 반전에 너무 치중하다 때때로 도쿄대 출신의 오오카와도 수습이 안되게 스토리가 흩어지는 일이야 옛날부터 빈번했다 하면 그뿐이지만... 그 여자 대충 땜빵해서 끼워맞추기 신공만은 장난이 아닌데. 혹여 날개 그 자체보다 날개를 회수할 때의 갖은 경험이 관건이기 때문에 카일 선생에겐 사실을 슬쩍 감추고 파견해서 사쿠라 일행의 여정에 적당히 스파이스를 가해주고 있는 건가 그 너구리 아저씨. 어차피 돌려줄 거라면 '강탈당하는' 체험 겸사겸사 페이왕이 몇 개 보관하고 있어도 문제될 일은 없기도 하고.
생각해 보면 커튼 뒤에서 나온 그림자 인간이 카일 선생이라는 보장도 없긴 하다. (현재로선 제일 유력한 후보긴 하지만 의외로 제 3세력일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얼굴 안 보여주기와 대사에서 결정적인 대목 은근슬쩍 가리기는 CLAMP의 단골 트릭인 것을. 한두 번 당했냐?
② 페이왕은 왜 <원본>을 파기하지 않고 봉인만 한 건가? 중지미수인가 장애미수인가 불능미수인가?
뭐 진 샤오란이 봉인에서 풀려나면 페이왕의 의사대로 움직이지 않을 것은 뻔할 뻔자이니 당사자로선 그걸 감안한 선에서 애를 저한테 유리하게 이용해 먹을 작정이었던 것 같은데... 뭘 어떻게 하려 그런 거유? ;;;
정황을 봐서는 싱후오(星火)가 진 샤오란을 유코 씨에게 보낸 일은 예측 밖의 사태였던 것 같은데 말이지. 아니면 죽인 건 걍 홧김;이고 실은 그것도 신의 한 수였수? (어이... 홧김에 죽은 여자는 뭐가 되냐...)
③ 페이왕 리드는 크로우 리드의 혈연. 샤오란도 크로우 리드의 혈연. 그리고 같은 중국계 이름.
...설마, 아들이냐...?
(가능해! CLAMP라면! I'M YOUR FATHER!)
④ 싱후오(星火)가 진 샤오란을 유코 씨에게 보냈을 때 누님은 말씀하셨다. '그 애
들도 꿈의 파편 같은 거니까.'
저기, 페이왕 옆에 있었던 건 싱후오뿐인뎁쇼... 왜 복수형이냐?
개인적으로 싱후오는 1번에서 언급한 <소중한 사람>의 레플리카 인형이라 넘겨짚고 있는데, 어쩌면 이 앞에도 이 뒤에도 레플리카들이 줄줄이 존재하기 때문에 복수형은 아닌지 모르겠다. 아야나미 레이들처럼 무수한 싱후오가 수조 속에 둥둥둥둥... (이미 개그야! ;)
싱후오를 무참하게 살해한 페이왕이 시체에다 대고 '넌 태생이 그래서 어쩔 수 없었겠지' 라고 한 거라던가 봉인된 진 샤오란에게 말을 걸던 그녀의 모습이라던가 기타 등등을 고려해 보면 샤오란과 모종의 관계가 있으리라 추측된다. 그래서 원본이 샤오란의 어머니일 가능성도 생각해 봤는데 그 경우 토야/사쿠라의 어머니라는 설까지 얽히면 진짜 문제가 심각해지므로 냉큼 포기했음.
아무리 CLAMP가 초딩 대상 만화에서 호모와 레즈와 소아성애와 선생 앤드 제자의 부적절한 관계까지 다룬 썩을 년들이기로서니 설마 주인공 커플을 이부남매(異父男妹)로 설정하지는...... 는.......;;;;
장담할 수 없다! CLAMP니까!
⑤ 이건 작품 외적인 문제. 쿠로가네와 파이를 보면 이 인간들 캐릭터 메이킹 능력 하난 여전하구먼 왜 주인공으로 츠바사 오리지널도 아닌 CC사쿠라의 샤오란과 사쿠라를 동원했는지 괜시리 신경 쓰인다. 뭔가 앞으로 스토리 텔링에 연관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상업감각 특급으로 발달한 여편네들이니 아마 지들 역대 작품 중 최고 인기 노멀 커플일 애들의 성장 버전을 보여준다는 명목으로 화제를 유도했을 거란 말이 필경 정답이겠지만, 오오카와 나나세가 워낙 미친 X이라 안심을 못하겠네...;;;
(이것이 신이치와 키드 님의 얼굴이 같은 건 모종의 이유가 있다는 청산 대인의 말에 두려움으로 벌벌 떠는 것과 비슷한 감각;)
3.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시발스러운 진 샤오란의 팔자.
이제까지 지켜봐온 귀여운 순딩이가 레플리카였고 물 속에 둥둥 떠다니던 무표정한 애가 원본이었다는 반전은 낚시치곤 꽤 훌륭한 낚시였다. 오우, 칭찬해주마 오오카와 나나세.
페이왕이 왜 하필이면 샤오란을 잡아다 복제를 했느냐 하면, 능력치도 능력치거니와 토야가 말했다시피 샤오란이 사쿠라의 소위 '운명의 상대'였기 때문일 것으로 짐작된다. 토야도 유키토도 알고 있었으니 페이왕이 모를 리는 (아마도) 없었을 테고 말이지.
어린 것들이 눈맞자마자 불꽃 튀는 화학 반응을 일으킬 줄 진작 알고 있었으니 가련한 소년을 잡아다 그런 몹쓸 짓을 한... 어라? 본래 레플리카에는 마음이 담기지 않을 예정이었으니 화학 반응이고 뭐고 없었을 텐데? 썩어도 '운명의 상대'이니 같은 세계에 던져두면 언젠가는 만날 테고, 날개가 흩어질 때까지 공주의 근처에만 있으면 장땡이라는 계산이었나. 에이 넘어가자.
하여간 레플리카 샤오란-사쿠라 공주-진 샤오란의 트로이카가 어떻게 해결될지가 앞으로의 관건인데, 솔직히 어떻게 굴러도 진 샤오란에게 좋은 결과는 안 나올 공산이 99퍼센트라. 공주가 마음으로 원하는 대상은 레플리카이지 원본이 아니기 때문이다.
츠바사에서 이미 진절머리나게 말했잖아. '같은 얼굴, 같은 성격, 같은 영혼을 지니고 심지어 이름까지 같아도 세계가 다르고 살아온 환경이 다르면 그건 다른 사람'이라고. 기억을 공유하고 있어도 그건 변함이 없다. 온전히 사쿠라에게 속했던 지난 몇 년간의 레플리카 샤오란과는 달리 진 샤오란은 사쿠라에게 생판 낯선 과거와 알 수 없는 배경을 지닌 완전한 타인이다. 사실 성격부터도 미묘하게 다르고.
헌데 기냥 서로 '내 장래 낭군과 비슷한 사람', '내 복제의 여자친구' 수준의 타인이기만 하면 상관없을 일을, 만악의 원흉 크로우 리드가 한눈에 알아봤듯이 레플리카 샤오란에게 사쿠라가 그야말로 여신님이었다면 그건 계속 지켜보고 있었던 진 샤오란에게도 마찬가지니 이를 어쩌면 좋냐. 맙소사 지 발로 개미지옥에 기어들어갔구나 이 멍청한 애가... orz
레플리카 샤오란이 이미 지불한 <관계성>이란 대가가 왜 원본한테도 걸리나 했더니 실은 이 거래, 진 샤오란에게 훨씬 손해다.
진 샤오란과 사쿠라 공주의 관계성은 오로지 크로우 왕국에서의 추억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게 사쿠라의 마음속에 있다면 최소한 대화꺼리라도 있을 텐데, 독자 모두가 알다시피 그 기억은 이제 영영 돌아오지 못한다. 레플리카는 어느 분 말씀마따나 '없던 관계성도 생길 것 같'던 알콩달콩한 여행의 추억을 그 위에 덧입히는 데 성공이라도 했지, 원본의 경우 레플리카가 다져놓은 기반이 하도 철벽이라 끼여들 틈이라곤 애초에 존재하질 않는 거라. 더구나 초딩 시절 약속이 평생을 가는 - 아이고 저놈의 소녀심; - CLAMP 여편네들 성향을 봐서 사쿠라의 마음과 몸에 새겨진 우선도에서 원본이 레플리카를 능가할 가능성은 만에 하나도 존재하지 않으니 이게 개미 지옥이 아니면 뭐란 말인가. 아 젠장. (게다가 사쿠라 공주는 지금 혼자 튈 궁리부터 하고 있고;)
이 애도 그걸 아니까 정말 가엾으리만치 필사적으로 레플리카와 거리를 두려고 애쓰는 거다. '사쿠라를 제일 소중히 여기는 이 마음은 내 게 아니야. 네 것이잖아!' 웃기지 마삼... 니 마음은 주위 사람이 다 알고 작가 여편네들이 알고 편집부가 알고 독자가 아는데...
모래왕국을 떠나기 전에 사쿠라는 유코 씨에게 말했다. 샤오란 군의 마음을 되찾겠다고.
헌데 그 나가버린 마음과 기억이 어디 있느냐 하면, 당신 옆에 어정쩡하게 서 있는 남자애 속에 들어 있거든요...? 걔 영혼을 다시 둘로 뜯어내지 않는 한 당신의 샤오란 군은 되찾을 수 없거든요...? ;;;;
그러니 아무리 생각해도 오오카와 나나세가 또 말도 안되는 땜빵질 신공을 발휘하지 않는 한 저 트로이카가 해결될 수 있는 가능성은 지금으로선 하나뿐이다. 진 샤오란이 죽고 그 영혼을 레플리카가 다시 흡수하는 거. 너무 가능성이 높아서 말한 내가 지레 죽겠다. 사람 즐겨 잡는 저 여편네들이 이 쉽고 간단한 길을 마다할 리가 없잖아!
KAORI의 tsubasa를 들으면서 이 대목을 썼더니 기분이 더더욱 엿같아졌다. 불쌍한 우리 애기.
난 왜 이렇게 남자 혹은 여잘 잘못 찍어 인생 말아먹는 남자들만 총애하는 거냐!? 그리고 CLAMP 여편네들은 왜 새삼 내 소싯적 무척 총애했고 지금도 장래 유망하다 하여 몹시 귀애하는 리 샤오란을 하필 요런 캐릭터로 만들어야 했던 거냐!!!? 모에 앞에 장사 없단 말이다! Fuck!!!
그래서 결론이 뭐냐 하면, 앞으로 한동안 츠바사 챙겨보느라 정신을 못 차릴 거란 얘기다... 원 이 나이에 다시 CLAMP라니 OTL
덤. 실은 진 샤오란에게서 파이에게로 넘어간 그놈의 안대가 하필 치카짱 타입에 위치도 치카짱이어서 웃다 죽는 S. 레플리카는 도노였다 크하하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