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전국에 소홀했던 걸 반성하는 겸사겸사 전부터 내심 번역하고 싶어 죽을 지경이었던 히노에(火兄) 님(사이트명 아비전국あびせんごく)의 <작전회의(軍評定)>에 결국 손을 대고 말았다. 으하하하하하!!! (....)
들어가기 전에 예비 지식을 잠시 깔자면, 이 단편은 아는 사람은 알 비스코의 아케이드 슈팅 게임 VASARA(婆裟羅) 1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BASARA 아니다, VASARA다. 쉽게 말하자면 이런 데선 곧 죽어도 안 빠지는 사나다 유키무라(대략 난감한 쇼킹 핑크의 머리와 멀끔한 면상을 지닌 스물 여덟의 총각), 사이카 마고이치(우리가 아는 마고이치의 손녀란 설정의 열 다섯 먹은 이쁘장한 여자애), 시마 사콘(쉰 다섯의 듬직한 중년...인데 목소리는 하야미 쇼[꽤액]) 중 하나를 골라 전차를 몰고 진정한 평화;를 세운다는 명분으로 에도와 도쿠가와 진영을 깨부수는, 나름 너구리 할아부지 팬인 S로서는 심하게 열받는 게임이지만 실 적측이 더 유쾌하고 재밌으니까 냅두도록 하자.
전체적으로 등장인물의 평균 연령이 경악스럽게 높은 점도 오지콤 입장에선 꽤 포인트임. 후후후후.
참고로 말하자면 비스코 도노는 스물 여덟(우효~좋은 나이♡)의 VASARA 제일 가는 고져스한 미인이다. 하아하아(...)
늘 그렇듯 배째고 등딸 각오는 되어 있음. 번역 질을 문제삼으면 밉습니다.
...and less.
작전회의
천하를 움켜쥔 이에야스에게 역심(逆心)을 품는 자가 있다. 반군의 궐기가 명백한 실체로 부상했을 무렵, 이를 저지하고자 도쿠가와 진영의 이름높은 무장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사카키바라 야스마사(榊原康政), 이이 나오마사(井伊直政), 토도 다카토라(藤堂高虎), 다테 마사무네, 야규 무네노리(柳生宗矩)의 얼굴을 순서대로 확인한 후, 도쿠가와 삼인중(三人衆)의 필두 혼다 타다카츠가 입을 열었다.
「오늘 그대들을 소집한 것은 다름이 아니오. 이미 숙지하고 있을 줄로 믿으나 나이후(内府=이에야스) 님께 반기를 들고자 하는 무도한 자들이 있소. 그대들이 있는 한 무엇을 두려워하겠소만……유비무환이라 하였으니 돌다리를 두드려서 해 될 일은 없다오. 나이후 님 아래 모든 분이 하나로 뭉쳐 적습에 대비하여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리는 바요」
나머지 두 사람이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고, 나오마사가 뒤를 이어받았다.
「금년 오월의 합전에서는 도요토미 측의 일부 인사가 나이후 님의 인덕에 이끌려 조력하여 주신 덕택에 대승리를 거두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적측의 입장에서 보자면 더러운 배신이 아니겠는지요. 나이후 님께서 일본을 평정하셨으나 세정(世情)은 여즉 안정되지 않고 있는즉, 허황된 꿈을 품는 자가 나오지 않는다고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외다」
나오마사의 말과 쏘는 듯한 시선은, 노골적으로 다카토라와 마사무네에게 쏟아지고 있었다. 뻔히 다 알면서 뉘 일인겨 나는 모르겠수로 시침 딱 떼고 앉은 사람은 다카토라고, 눈을 돌리기는커녕 고의가 듬뿍 실린 도발적인 미소로 응하는 쪽은 마사무네다.
나오마사는 한순간 눈썹을 치켜올렸지만, 야스마사의 눈짓에 어렵사리 자제심을 발휘하여 헛기침을 하고 말을 이었다.
「그러한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도, 반군을 맞이하여 상호간의 결속은 필수불가결하다 보겠습니다. 하여」
나오마사는 잠시 말을 끊었다. 그리고.
「이곳에 모인 자들로 <대 에도전대 도쿠가와 파이브>의 결성을 입안합니다!!」
・
・
・
「바보냐」
「마사무네 공, 방금 뭐라 하시었소」
아연하게 내뱉은 마사무네의 혼잣말을 잘도 알아들은 나오마사가 추궁하듯 캐물었다. 물론 그쯤에 기죽을 마사무네는 아니었지만.
「가다 가다 삼천포까지 가시지는 않았는가. 도쿠가와의 병법은 알다가도 모르겠군요」
「흥, 촌구석의 다이묘에게 우리의 작전은 수준이 너무도 높았던가 봅니다」
나오마사가 코끝으로 비웃었다. 발끈한 마사무네가 반격하고자 입을 열려는 찰나에,
「마사무네」
다카토라가 막고 나섰다. 사시사철 변함없는 칠렐레팔렐레한 표정 그대로, 타다카츠와 야스마사를 눈짓한다.
묵묵히 앉은 타다카츠는 언제나 그렇듯이 관록으로 무장하고 내면을 내보이지 않는다. 한편 야스마사는 눈가에 슬쩍 주름을 잡고는 있지만, 과연 나오마사의 제창에 불만을 표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여하튼 두 사람의 태도를 볼 때, 나오마사의 의견은 삼인중 내에서 이미 가결된 안건이라 판단해도 틀림없으리라. 즉 마사무네나 다카토라가 이의를 제기해도 시간 낭비란 뜻이다.
다카토라의 의중을 단번에 파악하고, 마사무네는 한숨을 한 번 토한 후 깨끗이 물러났다.
「그래, 구체적으로 무얼 할 의향이신가?」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다음을 재촉한다.
「고래부터의 병법전술 또한 귀중하오나, 단지 그에만 의존하여서는 흡족한 결과를 얻지 못하는 법. 그런즉 작금의 전대술을 채용, 연대하여 적을 분쇄함도 하나의 유용한 방편이올시다. 이에는 무엇보다 우선하여 공통의 호칭을 결정지어 연대감을 고양하는 한편 전장에서 스스로의 위치와 역할을 명확히 함이 간요(肝要)하외다. 충성심을 보이는 의미에서 황송하옵게도 주군의 성함 <도쿠가와>를 빌고, 그 뒤에 색채를 말하는 홍모인(紅毛人)의 단어를 부가(附加)하여 전장에서의 명칭으로 삼겠습니다」
여기서 몸가짐을 단정히 하고, 나오마사는 일동을 둘러보았다.
「외람되오나 이 나오마사, <도쿠가와 레드>를 자인하고자 하옵니다」
그렇게 말하고, 머리를 깊이 숙여 예를 표했다.
「호오」
다음 타자는 마사무네였다. 바로 좀 전의 험악한 표정은 어디로 가고, 심지어 눈매는 슬그머니 웃기까지 하고 있다.
「그렇다면 나는 <블랙>을 칭하겠소이다」
「난 <옐로우>로 하죠. 눈에 안 띄는 데서 적당히 할 테니까」가볍게 손을 들고 다카토라가 말했다.
들었던 손을 내리고 다카토라는 마사무네를 곁눈질하며 입안으로 웅얼거렸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즐거워 뵌다?」
「아아, 재밌고 말고. 이딴 짓으로 충성심이 높아질 거라 진지하게 믿는 얘네들이 재밌어 죽겠다」
마사무네는 입끝을 비틀어 씨익 웃어보였다.
두 사람의 주거니받거니는 미처 눈치채지 못한 나오마사의 눈길이 머물자,
「나는 <그린>으로 하리다」
이건 야스마사.
이제 남은 사람은,
「타다카츠 공」
막상 불러놓고 말이 뚝 끊겼다. 적당한 색이 떠오르지 않는 것이다.
당사자인 타다카츠도 조용하다.
어색한 침묵을 영 견디지 못한 듯 야스마사가 중얼거렸다.
「……타다카츠 공께는, 흑색이 어울리지 않겠소이까?」
「오, 오오! 옳은 말씀이오. 무게 있는 흑색이야말로 타다카츠 공께 걸맞는 색이외다」
「아? 하지만 블랙은」다카토라가 끼여들 필요도 없었다.
「마사무네 공!」
「싫소」
몸을 튼 나오마사가 채 말을 꺼내기도 전에 마사무네는 산뜻이 밟아버렸다.
「뭣……!? 마사무네 공, 그대는 연장자에 대한 예의도 없는 것인가. 분수를 아시오!!」
「해괴한 말씀을 하시는구려. 듣자하니 이러한 경우, 레드는 전대를 통솔하는 대장의 색이라 하였소. 정녕 연장자를 공경하고 받들고자 한다면, 그 직을 최장로이신 타다카츠 공 혹은 야스마사 공에게 양보하는 일이 도리가 아닐런지?」
「무슨 말씀이신가! 소관의 갑주는 아군은 물론 적마저도 비색(緋色)으로 인식하고 있소이다! 새삼스레 다른 색으로 변경해 보시오, 휘하에게 혼란만 초래할 일일진저」
「말 한 번 잘하셨소. 이쪽은 본인의 갑주부터 부장과 시노비에 이르기까지 모든 장비를 흑색으로 통일한 몸이외다! 블랙을 칭함은 곧 다테 일문의 총의라 여기시게」
「무엇이!!」
「언동을 삼가게, 나오마사!」
야스마사가 제지해도 격앙한 나오마사는 듣는 둥 마는 둥이다. 말 한 마디 잘못했다 논쟁에 불을 지핀 결과가 된 야스마사는 속이 쓰린지 안색이 어두웠다.
「애초에 우리가 결속 운운으로 노심초사하는 건 바로 그대 같은 무리 때문이 아닌가! 자중하시게!」
「다테 일문의 면목이 달린 일이오. 죽으면 죽었지 물러날까 보냐!」
쌍방은 한쪽 무릎을 세우고 상대를 사납게 노려보았다. 허리에 칼을 차고 있었더라면 진작에 피를 봤을지도 모른다.
살기등등한 공기가 충만하여, 이젠 손쓸 도리가 없다고 모두가 체념하려던 찰나, 턱을 괴고 줄곧 싱글대고 있던 다카토라가 지나가는 말하듯 (그러나 다분히 고의적으로) 툭 내뱉었다.
「그러고 보면 아직 <핑크>가 없습니다그려」
분위기와 따로 노는 태평한 목소리로 모두의 의욕이 한숨에 뚝 꺾였다.
「다, 다카토라 공……?」
「헤에, 듣고 보니 그렇군」
「그지, 분홍도 필요하지?」
예상치 못한 말에 나오마사가 쩔쩔매는 사이, 적응 속도가 무섭게 빠른 마사무네는 평소의 장단을 재빨리 되찾았다. 삼인중을 마주한 얼굴은 방금 전과는 정반대로 화사하기 짝이 없다.
「타다카츠 공, 차라리 <도쿠가와 핑크>는 어떠신가요?」
「마, 말씀이 지나치시오!!」
「무례한지고!!」
이번엔 나오마사는 물론 야스마사까지 반발했다. 그러나 정중하게 정면으로 치고받으면 모를까 살랑대며 약올리는 짓은 당연히 이쪽 2인조의 압승이었다.
「하오나 분홍도 전대의 조화에는 필수불가결한 요소입니다. 타다카츠 공이 핑크로 임하시면, 감히 우리의 결속의 힘을 의심하는 자도 없을 테지요」
「옳소 옳소- 이 김에 미쯔히데 공을 본받아 토끼귀라도 달아보지 그러십니까? 멋대가리 없는 뿔은 떼내고」
잠자코 침묵을 지켰던 타다카츠도 이쯤 되면 가만 있을 수 없었던 모양이다.
「정히 그렇다면 그대들 중 누군가가 임하지 그러신가」
「그럴 수야 없죠. 타다카츠 공이 남아돌았지 우리가 남았습니까」
「사람을 우롱하자는 겐가!」
「저어……」
정반대 방향에서 목소리가 났다.
일동의 눈이 일제히 그쪽으로 쏠렸다. 기껏 들었던 손을 우물쭈물 내리는 무네노리가 거기 있었다.
「저는, 어찌하면……」
「생뚱맞게 뭔 소리냐」
마사무네가 어이없다는 듯 쏘아붙이자, 무네노리는 당황한 얼굴이 되었다.
일동이 결심을 굳힌 표정으로 무네노리에게 시선을 집중한 가운데, 타다카츠가 한 마디.
「그대야 합체 로봇이지 무엇이겠는고」
결국, 작전회의의 보람도 없이 결속은 조금도 강화되지 않았고 더구나 반 도쿠가와군이 각개격파를 노리고 내습하여 5월 당시와 같은 전체집결형의 전투로 발전하지 못한 까닭에, 상기 전술이 햇빛을 보기도 전에 제장(諸將)은 괴멸의 불운을 당하고 말았다.
유키무라 일행이 오오가키 성(大垣城)에 당도했을 때, 천수각 쪽에서 무네노리의 미친듯한 홍소(哄笑)만이 울려퍼졌다고 한다.
멍청한 얘길 써서 죄송합니다. 문장도 엄청 바보 같지만, 이미 관리인으로선 손 쓸 도리가... (진땀)
<도요토미 전대 고타이로(豊臣戦隊ゴタイロー)>는 꽤 근사하다고 생각지 않으세요? 생각 안 하시겠군요. 예, 잘못했습니다.
◆ 하나 더 ◆
나오마사「도쿠가와의 장수 10명으로 <모닝 무장>을 결성할 것을 제안합니다!」
마사무네「죽어도 안 해!」
이에야스「총지휘(라고 쓰고 '프로듀스'라 읽음)는 내가 하겠네」
다카토라「옛, 어르신! 홍백에 꼭 나가자 마사무네!」
마사무네「……」
나카자와(中澤) → 모토타다(元忠) (최연장이므로)
고토(後藤) → 마사무네 (후발주자. 좋은 장면 독차지)
낫치(なっち) → 나오마사 (고토가 귀여움을 받는 게 내심 속상하므로)
카오리(かおり) → 타다카츠 (몸집이 크니까)
야구치(矢口) → 다카토라 (중도 참전 & 매우 유쾌한 사람 같으므로)
츠지(辻)・카고(かご) → 나가마사(長政)・무네노리 (어리니까. 누가 어느 쪽이든 알 게 뭐냐 [대충대충])
잘못했어요. 관리인이 모닝 무스메의 구성을 잘 모르는 관계로 다른 캐릭터는 적당히 상상해 주십시오. 물론 쯩쿠(つんく) → 이에야스
VASARA 설정으로 타다카츠・야스마사 47세, 나오마사 34세, 다카토라 39세, 마사무네 28세, 무네노리 27세, 덤으로 모토마사 53세 나가마사 24세. 오오 경이적으로 높은 이 평균 연령을 보라!!
헌데 나이 먹을 만큼쳐드신 인간들이 우글우글 모여서 하는 짓이 도쿠가와 파이브에 모닝 무장이라아.... (먼 눈) 실제로 빨갛고 검고 하얗고 퍼렇고 싯누런 오색부대라는 해괴한 물건이 존재한 줄 뻔히 아는 자로서 도저히 웃을 수가 없다구...! (전국무장은 하나같이 바보라는 믿음만 점점 굳어져가는 요즘)
그나저나 블루는 뒀다 엿팔아먹었나 도쿠가와 무장들은; 파란색으로 했으면 분쟁이고 나발이고 없...하긴 그러면 얘기가 안 되는군.
나오마사가 레드레드 타령을 해대는 건 야마가타・사나다와 더불어 전국에 용명을 떨친 이이의 아카조나에(赤備え) 때문. 게임에선 머리까지 시뻘겋다. 금년 오월의 합전은 물론 오사카 성 공방전 여름의 진. 아케치 미쯔히데는 VASARA 2(노부땅;이 최종 보스)의 PC 중 하나로, 토끼귀는.. 이 게임이 원래 디자인 좀 심하게 난감하다;; 오오가키 성은 본래 세키가하라 전투 당시 밋치... 아니 이시다 미쯔나리의 본거지로, VASARA에서는 무네노리의 스테이지다. 라스트 보스인 이에야스 바로 앞의 앞 관문.
천하를 움켜쥔 이에야스에게 역심(逆心)을 품는 자가 있다. 반군의 궐기가 명백한 실체로 부상했을 무렵, 이를 저지하고자 도쿠가와 진영의 이름높은 무장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사카키바라 야스마사(榊原康政), 이이 나오마사(井伊直政), 토도 다카토라(藤堂高虎), 다테 마사무네, 야규 무네노리(柳生宗矩)의 얼굴을 순서대로 확인한 후, 도쿠가와 삼인중(三人衆)의 필두 혼다 타다카츠가 입을 열었다.
「오늘 그대들을 소집한 것은 다름이 아니오. 이미 숙지하고 있을 줄로 믿으나 나이후(内府=이에야스) 님께 반기를 들고자 하는 무도한 자들이 있소. 그대들이 있는 한 무엇을 두려워하겠소만……유비무환이라 하였으니 돌다리를 두드려서 해 될 일은 없다오. 나이후 님 아래 모든 분이 하나로 뭉쳐 적습에 대비하여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리는 바요」
나머지 두 사람이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고, 나오마사가 뒤를 이어받았다.
「금년 오월의 합전에서는 도요토미 측의 일부 인사가 나이후 님의 인덕에 이끌려 조력하여 주신 덕택에 대승리를 거두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적측의 입장에서 보자면 더러운 배신이 아니겠는지요. 나이후 님께서 일본을 평정하셨으나 세정(世情)은 여즉 안정되지 않고 있는즉, 허황된 꿈을 품는 자가 나오지 않는다고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외다」
나오마사의 말과 쏘는 듯한 시선은, 노골적으로 다카토라와 마사무네에게 쏟아지고 있었다. 뻔히 다 알면서 뉘 일인겨 나는 모르겠수로 시침 딱 떼고 앉은 사람은 다카토라고, 눈을 돌리기는커녕 고의가 듬뿍 실린 도발적인 미소로 응하는 쪽은 마사무네다.
나오마사는 한순간 눈썹을 치켜올렸지만, 야스마사의 눈짓에 어렵사리 자제심을 발휘하여 헛기침을 하고 말을 이었다.
「그러한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도, 반군을 맞이하여 상호간의 결속은 필수불가결하다 보겠습니다. 하여」
나오마사는 잠시 말을 끊었다. 그리고.
「이곳에 모인 자들로 <대 에도전대 도쿠가와 파이브>의 결성을 입안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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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냐」
「마사무네 공, 방금 뭐라 하시었소」
아연하게 내뱉은 마사무네의 혼잣말을 잘도 알아들은 나오마사가 추궁하듯 캐물었다. 물론 그쯤에 기죽을 마사무네는 아니었지만.
「가다 가다 삼천포까지 가시지는 않았는가. 도쿠가와의 병법은 알다가도 모르겠군요」
「흥, 촌구석의 다이묘에게 우리의 작전은 수준이 너무도 높았던가 봅니다」
나오마사가 코끝으로 비웃었다. 발끈한 마사무네가 반격하고자 입을 열려는 찰나에,
「마사무네」
다카토라가 막고 나섰다. 사시사철 변함없는 칠렐레팔렐레한 표정 그대로, 타다카츠와 야스마사를 눈짓한다.
묵묵히 앉은 타다카츠는 언제나 그렇듯이 관록으로 무장하고 내면을 내보이지 않는다. 한편 야스마사는 눈가에 슬쩍 주름을 잡고는 있지만, 과연 나오마사의 제창에 불만을 표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여하튼 두 사람의 태도를 볼 때, 나오마사의 의견은 삼인중 내에서 이미 가결된 안건이라 판단해도 틀림없으리라. 즉 마사무네나 다카토라가 이의를 제기해도 시간 낭비란 뜻이다.
다카토라의 의중을 단번에 파악하고, 마사무네는 한숨을 한 번 토한 후 깨끗이 물러났다.
「그래, 구체적으로 무얼 할 의향이신가?」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다음을 재촉한다.
「고래부터의 병법전술 또한 귀중하오나, 단지 그에만 의존하여서는 흡족한 결과를 얻지 못하는 법. 그런즉 작금의 전대술을 채용, 연대하여 적을 분쇄함도 하나의 유용한 방편이올시다. 이에는 무엇보다 우선하여 공통의 호칭을 결정지어 연대감을 고양하는 한편 전장에서 스스로의 위치와 역할을 명확히 함이 간요(肝要)하외다. 충성심을 보이는 의미에서 황송하옵게도 주군의 성함 <도쿠가와>를 빌고, 그 뒤에 색채를 말하는 홍모인(紅毛人)의 단어를 부가(附加)하여 전장에서의 명칭으로 삼겠습니다」
여기서 몸가짐을 단정히 하고, 나오마사는 일동을 둘러보았다.
「외람되오나 이 나오마사, <도쿠가와 레드>를 자인하고자 하옵니다」
그렇게 말하고, 머리를 깊이 숙여 예를 표했다.
「호오」
다음 타자는 마사무네였다. 바로 좀 전의 험악한 표정은 어디로 가고, 심지어 눈매는 슬그머니 웃기까지 하고 있다.
「그렇다면 나는 <블랙>을 칭하겠소이다」
「난 <옐로우>로 하죠. 눈에 안 띄는 데서 적당히 할 테니까」가볍게 손을 들고 다카토라가 말했다.
들었던 손을 내리고 다카토라는 마사무네를 곁눈질하며 입안으로 웅얼거렸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즐거워 뵌다?」
「아아, 재밌고 말고. 이딴 짓으로 충성심이 높아질 거라 진지하게 믿는 얘네들이 재밌어 죽겠다」
마사무네는 입끝을 비틀어 씨익 웃어보였다.
두 사람의 주거니받거니는 미처 눈치채지 못한 나오마사의 눈길이 머물자,
「나는 <그린>으로 하리다」
이건 야스마사.
이제 남은 사람은,
「타다카츠 공」
막상 불러놓고 말이 뚝 끊겼다. 적당한 색이 떠오르지 않는 것이다.
당사자인 타다카츠도 조용하다.
어색한 침묵을 영 견디지 못한 듯 야스마사가 중얼거렸다.
「……타다카츠 공께는, 흑색이 어울리지 않겠소이까?」
「오, 오오! 옳은 말씀이오. 무게 있는 흑색이야말로 타다카츠 공께 걸맞는 색이외다」
「아? 하지만 블랙은」다카토라가 끼여들 필요도 없었다.
「마사무네 공!」
「싫소」
몸을 튼 나오마사가 채 말을 꺼내기도 전에 마사무네는 산뜻이 밟아버렸다.
「뭣……!? 마사무네 공, 그대는 연장자에 대한 예의도 없는 것인가. 분수를 아시오!!」
「해괴한 말씀을 하시는구려. 듣자하니 이러한 경우, 레드는 전대를 통솔하는 대장의 색이라 하였소. 정녕 연장자를 공경하고 받들고자 한다면, 그 직을 최장로이신 타다카츠 공 혹은 야스마사 공에게 양보하는 일이 도리가 아닐런지?」
「무슨 말씀이신가! 소관의 갑주는 아군은 물론 적마저도 비색(緋色)으로 인식하고 있소이다! 새삼스레 다른 색으로 변경해 보시오, 휘하에게 혼란만 초래할 일일진저」
「말 한 번 잘하셨소. 이쪽은 본인의 갑주부터 부장과 시노비에 이르기까지 모든 장비를 흑색으로 통일한 몸이외다! 블랙을 칭함은 곧 다테 일문의 총의라 여기시게」
「무엇이!!」
「언동을 삼가게, 나오마사!」
야스마사가 제지해도 격앙한 나오마사는 듣는 둥 마는 둥이다. 말 한 마디 잘못했다 논쟁에 불을 지핀 결과가 된 야스마사는 속이 쓰린지 안색이 어두웠다.
「애초에 우리가 결속 운운으로 노심초사하는 건 바로 그대 같은 무리 때문이 아닌가! 자중하시게!」
「다테 일문의 면목이 달린 일이오. 죽으면 죽었지 물러날까 보냐!」
쌍방은 한쪽 무릎을 세우고 상대를 사납게 노려보았다. 허리에 칼을 차고 있었더라면 진작에 피를 봤을지도 모른다.
살기등등한 공기가 충만하여, 이젠 손쓸 도리가 없다고 모두가 체념하려던 찰나, 턱을 괴고 줄곧 싱글대고 있던 다카토라가 지나가는 말하듯 (그러나 다분히 고의적으로) 툭 내뱉었다.
「그러고 보면 아직 <핑크>가 없습니다그려」
분위기와 따로 노는 태평한 목소리로 모두의 의욕이 한숨에 뚝 꺾였다.
「다, 다카토라 공……?」
「헤에, 듣고 보니 그렇군」
「그지, 분홍도 필요하지?」
예상치 못한 말에 나오마사가 쩔쩔매는 사이, 적응 속도가 무섭게 빠른 마사무네는 평소의 장단을 재빨리 되찾았다. 삼인중을 마주한 얼굴은 방금 전과는 정반대로 화사하기 짝이 없다.
「타다카츠 공, 차라리 <도쿠가와 핑크>는 어떠신가요?」
「마, 말씀이 지나치시오!!」
「무례한지고!!」
이번엔 나오마사는 물론 야스마사까지 반발했다. 그러나 정중하게 정면으로 치고받으면 모를까 살랑대며 약올리는 짓은 당연히 이쪽 2인조의 압승이었다.
「하오나 분홍도 전대의 조화에는 필수불가결한 요소입니다. 타다카츠 공이 핑크로 임하시면, 감히 우리의 결속의 힘을 의심하는 자도 없을 테지요」
「옳소 옳소- 이 김에 미쯔히데 공을 본받아 토끼귀라도 달아보지 그러십니까? 멋대가리 없는 뿔은 떼내고」
잠자코 침묵을 지켰던 타다카츠도 이쯤 되면 가만 있을 수 없었던 모양이다.
「정히 그렇다면 그대들 중 누군가가 임하지 그러신가」
「그럴 수야 없죠. 타다카츠 공이 남아돌았지 우리가 남았습니까」
「사람을 우롱하자는 겐가!」
「저어……」
정반대 방향에서 목소리가 났다.
일동의 눈이 일제히 그쪽으로 쏠렸다. 기껏 들었던 손을 우물쭈물 내리는 무네노리가 거기 있었다.
「저는, 어찌하면……」
「생뚱맞게 뭔 소리냐」
마사무네가 어이없다는 듯 쏘아붙이자, 무네노리는 당황한 얼굴이 되었다.
일동이 결심을 굳힌 표정으로 무네노리에게 시선을 집중한 가운데, 타다카츠가 한 마디.
「그대야 합체 로봇이지 무엇이겠는고」
결국, 작전회의의 보람도 없이 결속은 조금도 강화되지 않았고 더구나 반 도쿠가와군이 각개격파를 노리고 내습하여 5월 당시와 같은 전체집결형의 전투로 발전하지 못한 까닭에, 상기 전술이 햇빛을 보기도 전에 제장(諸將)은 괴멸의 불운을 당하고 말았다.
유키무라 일행이 오오가키 성(大垣城)에 당도했을 때, 천수각 쪽에서 무네노리의 미친듯한 홍소(哄笑)만이 울려퍼졌다고 한다.
멍청한 얘길 써서 죄송합니다. 문장도 엄청 바보 같지만, 이미 관리인으로선 손 쓸 도리가... (진땀)
<도요토미 전대 고타이로(豊臣戦隊ゴタイロー)>는 꽤 근사하다고 생각지 않으세요? 생각 안 하시겠군요. 예, 잘못했습니다.
◆ 하나 더 ◆
나오마사「도쿠가와의 장수 10명으로 <모닝 무장>을 결성할 것을 제안합니다!」
마사무네「죽어도 안 해!」
이에야스「총지휘(라고 쓰고 '프로듀스'라 읽음)는 내가 하겠네」
다카토라「옛, 어르신! 홍백에 꼭 나가자 마사무네!」
마사무네「……」
나카자와(中澤) → 모토타다(元忠) (최연장이므로)
고토(後藤) → 마사무네 (후발주자. 좋은 장면 독차지)
낫치(なっち) → 나오마사 (고토가 귀여움을 받는 게 내심 속상하므로)
카오리(かおり) → 타다카츠 (몸집이 크니까)
야구치(矢口) → 다카토라 (중도 참전 & 매우 유쾌한 사람 같으므로)
츠지(辻)・카고(かご) → 나가마사(長政)・무네노리 (어리니까. 누가 어느 쪽이든 알 게 뭐냐 [대충대충])
잘못했어요. 관리인이 모닝 무스메의 구성을 잘 모르는 관계로 다른 캐릭터는 적당히 상상해 주십시오. 물론 쯩쿠(つんく) → 이에야스
VASARA 설정으로 타다카츠・야스마사 47세, 나오마사 34세, 다카토라 39세, 마사무네 28세, 무네노리 27세, 덤으로 모토마사 53세 나가마사 24세. 오오 경이적으로 높은 이 평균 연령을 보라!!
헌데 나이 먹을 만큼
그나저나 블루는 뒀다 엿팔아먹었나 도쿠가와 무장들은; 파란색으로 했으면 분쟁이고 나발이고 없...하긴 그러면 얘기가 안 되는군.
나오마사가 레드레드 타령을 해대는 건 야마가타・사나다와 더불어 전국에 용명을 떨친 이이의 아카조나에(赤備え) 때문. 게임에선 머리까지 시뻘겋다. 금년 오월의 합전은 물론 오사카 성 공방전 여름의 진. 아케치 미쯔히데는 VASARA 2(노부땅;이 최종 보스)의 PC 중 하나로, 토끼귀는.. 이 게임이 원래 디자인 좀 심하게 난감하다;; 오오가키 성은 본래 세키가하라 전투 당시 밋치... 아니 이시다 미쯔나리의 본거지로, VASARA에서는 무네노리의 스테이지다. 라스트 보스인 이에야스 바로 앞의 앞 관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