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 빤히 뵈는 모종의 이유로 토스카니니 전기를 읽다 그만 진짜로 마에스트로의 빠순이가 되고 만 S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자고로 천재라면 아주 손을 쓸 수 없는 괴인이던가 성질이 무진장 드럽던가 해야 한다는 게 평소 지론이므로 내 그 분을 사모하게 됨은 자연스런 귀결이었거늘 미처 예측 못한 내가 매친 년이오 내가 죽일 년이외다. 이 와중에 서방님을 한 분 더 늘려서 어쩌자는 거냣.
하여간 일이 이렇게 된 김에 전기에서 소개된 에피소드 중에서 으하하하 싶었던 걸 짜집기해 예전 한 번 지나가듯 언급했던 설정에 맞춰 한 토막 갈겨 써 보았다. 너무 오랜만에 쓴다고 썼더니 문장이 한층 엉망진창이지만 수정할 기력 따위 있을 리가 없지;
순전히 모에와 인스피레이션과 감에 의한 것이므로 정말로 클래식에 빠삭하신 분들은... 그냥 비웃어주세요 orz
번뇌의 결과치고 쓸만한 물건 없는 법이다.
'....터진다, 터진다, 터진다, 터진다....'
지휘봉을 우그러지게 움켜쥔 나머지 정맥이 불룩불룩 도드라진 손과 파르르르르르 떨리고 있는 은발에 92명 플러스 알파의 시선이 못박힌다.
손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단원들은 딱 사흘 전에 스물 다섯 번째 생일을 맞은 그들의 지휘자를 반은 두렵게 반은 우키우키한 기대감을 품고 주시했다.
손책은 일그러진 미간을 엄지로 누르고 짤막하게 심호흡을 하더니 높디 높은 천장의 조명 시설로 눈을 돌렸다. 숨을 가다듬으려는지 어깨가 규칙적으로 차분하게 오르락내리락한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은 필경 화를 가라앉히려고 애쓴다 여기겠지만 실은 세계 지휘계 삼각지대의 한 꼭지점을 당당히 차지한 이 성질 개차반 같은 청년 마에스트로가 본격적으로 폭발하기 직전의 제스처인 줄 처음 딱 일주일의 호된 경험 끝에 알만큼 알아버린 단원들의 심장은 코앞의 대파란을 대비해 열심히 펌프질을 하고 있었다.
"...어이, 감흥패(甘興覇)."
뒤로 젖혔던 고개를 원위치시킨 손책은 엉뚱하게도 닭살이 푸드득 돋을 화사하고도 화사한 미소를 온 얼굴에 한가아아아아아아아아득 띠우고 있었다.
주지하다시피 근년의 엄청난 대중적 인기는 순전히 얼굴 때문이라는 악담마저 듣는 (물론 대놓고 지껄일 뱃심을 가진 자는 없긴 하지만) '입만-닥치고-얌전히-있으면-천하의-경국지색'인 면상이므로 한 번 작정하고 웃는 날에는 배경에 알아서 자동으로 꽃이 좌라락 깔린다. 눈보신 중의 눈보신. 킹 오브 눈보신.
개중에는 얼떨떨해 하면서도 소위 레어한 미소에 취해서 어깨에서 조금 힘을 뺀 단원도 있었지만, 좌중에서 가장 그의 행동패턴을 속속들이 꿰고 있는 콘마스 주유의 등골은 빠직 얼어붙었다.
오 하느님, 감흥패를 구제하소서.
"나 여기 있습니다만. 왜 부릅니까, 마에스트로."
벌떡 일어나긴 일어났으되 잔뜩 경계한 고양이 흡사한 포즈로 반항을 때리고 있는 여기 들어온지 불과 1주일도 되지 않은 신참──제 1플루트주자 감녕(甘寧)을, 손책은 아마도 바로 아랫동생 손권 말고는 인류의 어느 구성원에게도 베푼 적 없을 자애(!)가 뚝뚝 흘러넘치는 눈길로 너그러이 바라보았다.
헌데 그 다음의 질문은 그를 좀 안다는 사람들을 포함해 세상 어느 용한 예언자도 감히 추론하지 못했을 실로 터무니없는 것이었다.
"자네, 언제 태어났어?"
얼결에 파이팅 포즈까지 취해 버린 감녕의 얼굴이 순식간에 멍청해졌다.
손책이 참을성 있게 오른손으로 악보대를 톡톡 두드리며 기다리는 동안 그는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이며 별로 신경도 안 쓰고 살았던 출생연도를 허둥지둥 더듬었다.
"엣.....? 에...에 또....서기 169년...일까나?"
"몇 월생인데?
".....에 또, 7월인데요....?"
"며칠이고?"
"3일...이었지 아마...?"
"무슨 요일이야?"
"..............화요일...........인 것 같기도 아닌 것 같기도 하고...."
"호오."
이젠 뭐가 뭔지 종잡을 수 없게 된 감녕을 향해 한 번 더 있는 한껏 미소를 보낸 손책은 연극조로 펀치라인을 내뱉었다.
"그날이야말로 음악계에 있어 최대의 재난일이었군 그래. 아.하.하.하!!!"
팔짱을 끼고 터억 버티고 선 채로 꾸민 티가 역력한 목소리로 마구 웃어제끼는 마에스트로에 이끌려 감녕은 물론이고 시퍼렇게 질린 단원들 사이에서도 신경질적인 웃음이 간간히 새어나왔다. 히스테리컬한 웃음소리가 차츰 높아질 즈음에 돌발적으로 손책의 얼굴이 매우 다이내믹하게 콰직 일그러졌고,
"뭐가 웃기냐 이놈들아!!!"
─아까부터 벌써 반쯤 꺾여 있던 지휘봉과 덤으로 감녕 발치의 바닥이 화끈하게 박살났다.
딱 6cm 차로 플루트주자의 머리통 대신 스튜디오 바닥을 뚫고 거꾸로 박힌 악보대에 말로 다 풀자면 5년하고도 6개월 24일 3시간 11초가 소요될 갖은 감정이 농축된 시선들이 쏠리는 가운데, 10kg은 더 나갈 악보대를 한 손으로 집어들어 다짜고짜 핀포인트 겨냥으로 집어던진 괴물은 안면에 그라데이션을 죽죽 깔고 입을 딱 벌린 감녕을 야렸다.
"거기, 왜 피하나."
"....아니 그럼 인간인데 피하는 게 당연하잖아!!? 여봐요 마에스트로, 당신 날 아주 골로 보내버릴 작정이슈!!?"
내가 암만 튼튼해도 머리가 박살나면 끝이라는 둥 폭력 대신 말로 하자는 둥 감녕이 아우성치는 사이 손책의 관자놀이가 꿈틀 경련을 일으키며 새로운 십자 마크가 불룩불룩 솟아올랐다. 찔끔하는 단원들을 본 척 만 척, 그들의 마에스트로는 손가락 관절을 우드드득 꺾으며 음침하게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어쩐지... 어쩐지 말이지, 오늘 아침부터 기분이 아주 엿 같더구먼. 리허설이고 개차반이고 그냥 잠이나 더 자려다 내팽개칠 게 따로 있다고 귓전에서 빽빽대는 공근한테 져서 할 수 없이 왔더니... 플루트주자랍시고 버티고 앉은 게 말이야...? 이 피아니시모를 원하는 건 내가 아니라 베르디라고 내 몇 번을 말했더라.... 아직 적응 안 됐으려니 싶어 드물게 인내심을 보여 조곤조곤 설명까지 해줬는데 글쎄 피아니시모는커녕 고막이 터지게 삑삑대고 지랄이겠지...? 대갈통 옆자락에 달린 그 희끄무레한 덩어리는 귀가 아니면 장식품이냐? 아니면 다 들었는데 고의로 무시까는 거냐? 아아, 그런가. 니가 위대하고 위대한 베르디보다 잘났다 이거로군. 오 그래, 아주 자~알 알았어."
"저기... 마에스트로...? 그런 게 아니라.... 어~이 여보세요? 내 말 듣고 있습니까─마에스트로──?"
"─오늘 내가 몸소 니놈의 왕자병 걸린 대갈통을 재조립해 작곡가는 하느님과 동기동창생이란 진리를 뼛속까지 새겨주마. 거기 얌전히 있어!!"
지휘대에서 뛰어내려 플루트주자에게 탄환같이 덤벼드는 마에스트로를 소중한 악기를 고이 내려놓고 만반의 준비를 갖춘 채 대기하다 짠 듯이 단숨에 튀어나온 콘마스와 제 1첼로 주자가 한 사람은 앞에서, 한 사람은 등 뒤에 적시에 물고 늘어졌다. 뭐냐 너희들, 방해하지 마 공근! 자의! 말로 해서 못 알아들으면 남은 건 주먹뿐이잖아! 오늘 내가 저놈을 인간 만든다! 이거 놔! 아뇨, 죽어도 못 놓습니다 마에스트로! 안돼, 백부 제발 참아 폭력 사태만은! 꺄아꺄아캬악캬악.
의자와 악보가 나는 가운데 생각해 보니 슬슬 열받기 시작한, 공치사로도 인간성 좋다고는 할 수 없는 감녕이 덩달아 뚝 끊어진 것은 오전 10시 45분.
10시에 시작된 그날의 리허설은 그걸로 쫑이 나고 말았다.
'....터진다, 터진다, 터진다, 터진다....'
지휘봉을 우그러지게 움켜쥔 나머지 정맥이 불룩불룩 도드라진 손과 파르르르르르 떨리고 있는 은발에 92명 플러스 알파의 시선이 못박힌다.
손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단원들은 딱 사흘 전에 스물 다섯 번째 생일을 맞은 그들의 지휘자를 반은 두렵게 반은 우키우키한 기대감을 품고 주시했다.
손책은 일그러진 미간을 엄지로 누르고 짤막하게 심호흡을 하더니 높디 높은 천장의 조명 시설로 눈을 돌렸다. 숨을 가다듬으려는지 어깨가 규칙적으로 차분하게 오르락내리락한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은 필경 화를 가라앉히려고 애쓴다 여기겠지만 실은 세계 지휘계 삼각지대의 한 꼭지점을 당당히 차지한 이 성질 개차반 같은 청년 마에스트로가 본격적으로 폭발하기 직전의 제스처인 줄 처음 딱 일주일의 호된 경험 끝에 알만큼 알아버린 단원들의 심장은 코앞의 대파란을 대비해 열심히 펌프질을 하고 있었다.
"...어이, 감흥패(甘興覇)."
뒤로 젖혔던 고개를 원위치시킨 손책은 엉뚱하게도 닭살이 푸드득 돋을 화사하고도 화사한 미소를 온 얼굴에 한가아아아아아아아아득 띠우고 있었다.
주지하다시피 근년의 엄청난 대중적 인기는 순전히 얼굴 때문이라는 악담마저 듣는 (물론 대놓고 지껄일 뱃심을 가진 자는 없긴 하지만) '입만-닥치고-얌전히-있으면-천하의-경국지색'인 면상이므로 한 번 작정하고 웃는 날에는 배경에 알아서 자동으로 꽃이 좌라락 깔린다. 눈보신 중의 눈보신. 킹 오브 눈보신.
개중에는 얼떨떨해 하면서도 소위 레어한 미소에 취해서 어깨에서 조금 힘을 뺀 단원도 있었지만, 좌중에서 가장 그의 행동패턴을 속속들이 꿰고 있는 콘마스 주유의 등골은 빠직 얼어붙었다.
오 하느님, 감흥패를 구제하소서.
"나 여기 있습니다만. 왜 부릅니까, 마에스트로."
벌떡 일어나긴 일어났으되 잔뜩 경계한 고양이 흡사한 포즈로 반항을 때리고 있는 여기 들어온지 불과 1주일도 되지 않은 신참──제 1플루트주자 감녕(甘寧)을, 손책은 아마도 바로 아랫동생 손권 말고는 인류의 어느 구성원에게도 베푼 적 없을 자애(!)가 뚝뚝 흘러넘치는 눈길로 너그러이 바라보았다.
헌데 그 다음의 질문은 그를 좀 안다는 사람들을 포함해 세상 어느 용한 예언자도 감히 추론하지 못했을 실로 터무니없는 것이었다.
"자네, 언제 태어났어?"
얼결에 파이팅 포즈까지 취해 버린 감녕의 얼굴이 순식간에 멍청해졌다.
손책이 참을성 있게 오른손으로 악보대를 톡톡 두드리며 기다리는 동안 그는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이며 별로 신경도 안 쓰고 살았던 출생연도를 허둥지둥 더듬었다.
"엣.....? 에...에 또....서기 169년...일까나?"
"몇 월생인데?
".....에 또, 7월인데요....?"
"며칠이고?"
"3일...이었지 아마...?"
"무슨 요일이야?"
"..............화요일...........인 것 같기도 아닌 것 같기도 하고...."
"호오."
이젠 뭐가 뭔지 종잡을 수 없게 된 감녕을 향해 한 번 더 있는 한껏 미소를 보낸 손책은 연극조로 펀치라인을 내뱉었다.
"그날이야말로 음악계에 있어 최대의 재난일이었군 그래. 아.하.하.하!!!"
팔짱을 끼고 터억 버티고 선 채로 꾸민 티가 역력한 목소리로 마구 웃어제끼는 마에스트로에 이끌려 감녕은 물론이고 시퍼렇게 질린 단원들 사이에서도 신경질적인 웃음이 간간히 새어나왔다. 히스테리컬한 웃음소리가 차츰 높아질 즈음에 돌발적으로 손책의 얼굴이 매우 다이내믹하게 콰직 일그러졌고,
"뭐가 웃기냐 이놈들아!!!"
─아까부터 벌써 반쯤 꺾여 있던 지휘봉과 덤으로 감녕 발치의 바닥이 화끈하게 박살났다.
딱 6cm 차로 플루트주자의 머리통 대신 스튜디오 바닥을 뚫고 거꾸로 박힌 악보대에 말로 다 풀자면 5년하고도 6개월 24일 3시간 11초가 소요될 갖은 감정이 농축된 시선들이 쏠리는 가운데, 10kg은 더 나갈 악보대를 한 손으로 집어들어 다짜고짜 핀포인트 겨냥으로 집어던진 괴물은 안면에 그라데이션을 죽죽 깔고 입을 딱 벌린 감녕을 야렸다.
"거기, 왜 피하나."
"....아니 그럼 인간인데 피하는 게 당연하잖아!!? 여봐요 마에스트로, 당신 날 아주 골로 보내버릴 작정이슈!!?"
내가 암만 튼튼해도 머리가 박살나면 끝이라는 둥 폭력 대신 말로 하자는 둥 감녕이 아우성치는 사이 손책의 관자놀이가 꿈틀 경련을 일으키며 새로운 십자 마크가 불룩불룩 솟아올랐다. 찔끔하는 단원들을 본 척 만 척, 그들의 마에스트로는 손가락 관절을 우드드득 꺾으며 음침하게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어쩐지... 어쩐지 말이지, 오늘 아침부터 기분이 아주 엿 같더구먼. 리허설이고 개차반이고 그냥 잠이나 더 자려다 내팽개칠 게 따로 있다고 귓전에서 빽빽대는 공근한테 져서 할 수 없이 왔더니... 플루트주자랍시고 버티고 앉은 게 말이야...? 이 피아니시모를 원하는 건 내가 아니라 베르디라고 내 몇 번을 말했더라.... 아직 적응 안 됐으려니 싶어 드물게 인내심을 보여 조곤조곤 설명까지 해줬는데 글쎄 피아니시모는커녕 고막이 터지게 삑삑대고 지랄이겠지...? 대갈통 옆자락에 달린 그 희끄무레한 덩어리는 귀가 아니면 장식품이냐? 아니면 다 들었는데 고의로 무시까는 거냐? 아아, 그런가. 니가 위대하고 위대한 베르디보다 잘났다 이거로군. 오 그래, 아주 자~알 알았어."
"저기... 마에스트로...? 그런 게 아니라.... 어~이 여보세요? 내 말 듣고 있습니까─마에스트로──?"
"─오늘 내가 몸소 니놈의 왕자병 걸린 대갈통을 재조립해 작곡가는 하느님과 동기동창생이란 진리를 뼛속까지 새겨주마. 거기 얌전히 있어!!"
지휘대에서 뛰어내려 플루트주자에게 탄환같이 덤벼드는 마에스트로를 소중한 악기를 고이 내려놓고 만반의 준비를 갖춘 채 대기하다 짠 듯이 단숨에 튀어나온 콘마스와 제 1첼로 주자가 한 사람은 앞에서, 한 사람은 등 뒤에 적시에 물고 늘어졌다. 뭐냐 너희들, 방해하지 마 공근! 자의! 말로 해서 못 알아들으면 남은 건 주먹뿐이잖아! 오늘 내가 저놈을 인간 만든다! 이거 놔! 아뇨, 죽어도 못 놓습니다 마에스트로! 안돼, 백부 제발 참아 폭력 사태만은! 꺄아꺄아캬악캬악.
의자와 악보가 나는 가운데 생각해 보니 슬슬 열받기 시작한, 공치사로도 인간성 좋다고는 할 수 없는 감녕이 덩달아 뚝 끊어진 것은 오전 10시 45분.
10시에 시작된 그날의 리허설은 그걸로 쫑이 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