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쟈미의 물방울 완독 및 발췌 번역.

잡귀는 물러가라 | 2007/04/19 19:29

멋지지도 사랑스럽지도 아름답지도 귀엽지도 유쾌하지도 않은 뱃속 불편한 화제를 계속 위에 둬서 뭐하냐는 생각이 들었다. (먼 눈)
얼른 밑으로 끌어내리자는 음모 쬐끔과 죽을 만큼 궁금하니 몽땅 읽고야 말겠다는 오기가 겹쳐 이틀만에 북오프에서 운좋게 나꿔채 온 반딱반딱한 <쟈미의 물방울(邪魅の雫)>(일반판 주제에 809페이지;)을 완독하는 데 성공했다. 고국에 계시는 어머니...! 전 해냈어요...!


한 줄 감상 : 기대한다고 했더니 진짜로 누리보토케의 연회급의 염장. 에노쿄 파라면 닥치고 필독(....)


어째 이번엔 세키구치가 그럭저럭 정상인의 범주로 보일 만큼(그건 YOU의 착각) 짜증나는 놈들이 드글드글하지 모든 게 억측/추측/상상/넘겨짚기의 범주를 벗어나질 못해 진행이 답답하기 짝이 없지 더구나 이 부석부석한 사막의 한 줄기 오아시스 탐정님께선 627페이지(...), 잘못된 방향으로 덱데굴덱데굴 굴러가는 사건을 스톱시켜 줄 유일한 구세주 서점 주인은 679페이지(....) 되어서야 가까스로 본 줄기 합류해주시지 심지어 등장인물 전부가 반 울증에 걸리는 통에 정말이지 힘들어서 죽는 줄 알았다 orz
(이하 치명적인 천기누설. 피해가든지 긁든지 알아서 해주십[후략])
사전에 막연하게나마 주워들은 정보가 있어서 대충의 전개는 짐작하고 있었더니 아니나다를까. 오리사쿠 아카네에 이어 칸자키 히로미까지, 이 중년부부(...)와 상관하는 여자들은 왜 다 점거 위치가 이 모양이람;
하여간 '연쇄 살인'의 발단자라는 점에선 비슷하긴 하지만 - 거기까지 비슷하지 마라; - 오리사쿠 아카네가 냉철하고 교묘하고 심지어는 무려 추젠지와 맞짱을 다 뜨는 수준의 책사였던 데 반해 칸자키 히로미는 문제의 상황에 처한 사람이 저지를 수 있는 온갖 찌질찌질한 행동 패턴의 대놓고 집대성이 되어놔서 현실적이긴 하되 죠로구모 편보다 당사비 열 배로 괴로웠음. 뭐 그런 류의 시커먼 감정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다 갖는 거고 대형사고 앞에서 하는 짓 지리멸렬해지는 건 흔한 일이긴 한데 그 때문에 안 일어나도 될 지저분한 일이 너무 많이 터졌고 가뜩이나 지 해야 할 일을 남한테 떠넘기고 잽싸게 도피하는 인간을 혐오하는 터라 납득은 갔지만 공감은 죽어도 해줄 수 없다. 이럴 바엔 암만 이유가 개차반이어도 최소한 의도나 명확했던 아카네 씨 쪽이 백만 배 나았지라.
뭐 결국 결론은 탐정님은 죄많은 남자(....). 실은 그보다 왜 추젠지가 당신 연애사정을 속속들이 꿰고 있는 것이며 어째서 사진이 거기 가 있는지가 더 궁금해. (누구 님 말마따나 본인에게 맡기면 되잖어;)



그래도 역시 쿄고쿠 나쯔히코라 하아하아 요소는 이번에도 충분했음. 아니 차고 넘쳤음.

① 추젠지의 세례를 한 번 받은 자는 인간이 환골탈태를 하더라.
텟소에서 그리 찌질하게 놀던 야마시타 경부보가 쟈미에선 얼마나 빠릿빠릿하고 조신하게 구는지 눈이 튀어나올 뻔했음. 아저씨 무진장 귀엽잖아....! >_< 생각해 보면 이시이 경부도 마스오카 변호사도 그렇고 무려 나이토조차도 훨씬 쓸만한 놈이 되어 귀환하였으니 인간이 되고 싶은 남자여 나카노의 고서점 쿄고쿠도의 문을 두드리라! 그래도 안 열릴 테지만(....)
그리고 에노키즈의 종복 리스트와 더불어 은근슬쩍 늘어가고만 있는 추젠지의 잠재적 빠돌이 명단. 아니 왜 나가노 경찰이 같은 공권력은 무시까고 우선 추젠지한테 매달리는겨. 물론 나야 좋지만.

② 여전히 화끈화끈한 중년부부. 보기만 해도 체하겠소!!
누리보토케에서 추젠지가 '이건 내 사건'이라 깔고 뭉개자마자 에노키즈가 호쾌하게 쳐들어와 니 생각도 좀 하고 살라고 달달달달달 볶아대더니 원 세상에 쟈미에선 에노키즈가 '이건 내 일'이라 주장하며 어울리지도 않게 구석에 머리 처박자마자 - 기대한 대로 - 추젠지가 문 콰당 열어젖히고 화려히 등장해 신나게 긁어준다. 득득득득득. 대체 남 앞에서 뭐하자는 짓거리냐고 이 아저씨들(....). 서로 <그거>라는 대명사;로 호칭하는 것도 웃겨 죽겠는데 아주 날 잡아라 잡아 이 잡것들아.
이하, 함께 중년부부의 파렴치함을 침튀겨가며 성토해 주신 뮤즈 지벨 님에게 바칩니다.
천기누설은 최소한으로 억제했으므로 아마도... 괜찮겠지...?

「에노키즈의 뒷치닥꺼리는 사양하겠네」
「저어, 그런 게 아니라」
「에노키즈를 대신해 의뢰인을 도와달라고 요청해도 안 돼. 에노키즈와 놀아주라는 둥 에노키즈에게 설교해 달라는 둥 에노키즈에게 철퇴를 내려달라는 둥 유사한 화제도 전부 거절일세. 에노키즈가 얽힌 이야기는 철저히 거부하겠어. 이 집에서 에노키즈 관련으로 허용되는 발언은 에노키즈에 대한 불평을 들어달라는 부탁이 아니면 에노키즈 매도폭언대회에 참가해 달라는 요청뿐이야 마스다 군」


범인이 존재하는 사건──범죄──으로 한정했을 때, 추젠지가 변질시킨 후의 사건은 중심을 상실할 위험이 있다고, 마스다는 생각한다.
그의 방식을 일관되게 지킨다면 범인 역시 관계자 중 한 명으로 격이 떨어져 버리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범인은 쫓겨나는 것이 아니라 사건에서 자연적으로 소실하고 만다.
그럴 경우에 에노키즈의 존재는 유효하다.
만일 에노키즈가 없다면, 추젠지가 아무리 개개의 사건을 수습한다 한들──범인이 검거되어 사회적으로 사건이 종결을 맞는다 한들──세간에서의 사건만은 끝을 보지 못하는 케이스도 결코 적지는 않으리라.
부조리하고 복잡다단한 개개의 진상을 첫째로 세간에 알리기란 어떻게 하여도 불가능한 까닭이다.
그래서──.
기도사는 탐정을 이용한다. 추젠지는, 범죄가 얽힌 안건을 다룰 때마다 에노키즈가 해결한 사건이라는 새로운 사건을 만들어냄으로써 쯔키모노오토시의 완성을 보는지도 모른다.
마스다는 줄곧, 추젠지의 일에서 에노키즈는 걸리적거리는 장애물에 불과하지는 않은지 의심하고 있었다. 또한, 에노키즈에게도 추젠지의 일은 반갑잖은 간섭이진 않을까──그렇게도 생각했다.
아니었다.
두 사람은 상호보완관계로 맺어져 있다.


경찰서의 묵직한 문이 삐걱이며 열렸다.
땅거미가 내려앉기에는 아직 조금이나마 이른, 어정쩡한 빛에 둘러싸인 가을의 경치가 미적지근한 바람과 함께 경찰서 내를 물들이며 침투해왔다.
그 부연 경치 속에.
칠흑의 그림자가 떠올라 있었다.
검은 하오리. 검은 키나가시(着流し). 검은 수갑(手甲). 검은 버선과 검은 게다.
끈만이 빨갛다. 하오리에 선명히 박힌──.
세이메이키쿄의 문양.
「쿄고쿠도──」
계단 근처에서 넋을 놓았던 세키구치가, 신음소리를 쥐어짰다.
추젠지 아키히코가──그 자리에 있었다.
흑의(黑衣)의 남자는 사토지마를 일별하고,
「좋아보이는군요」
그렇게 말했다. 사토지마는 어련하겠어 당신이었군, 이라 중얼거리고 아오키를 곁눈질로 응시했다.
자세를 흐트러트리지 않는 사토지마를 지나쳐, 흑의의 남자는 칙칙한 공기를 두쪽으로 가르는 듯한 발걸음으로 곧바로 에노키즈에게 향했다.
에노키즈는 오오니타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추젠지 쪽으로 몸을 돌렸다.
「여긴 왜 왔어」
「따지고 보면 이런 식의 등장은 당신의 전매 특허였지요. 당신도──어쩐지 격에도 맞지 않은 일을 하려는 모양이기에」
「불필요한 간섭이다. 상관없어」
「요전에 날 선동한 답례입니다」
에노키즈는 얼굴을 옆으로 돌리고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어쩌려는 거냐. 기도사가 나올 자리가 아니다」
「그렇지도 않습니다」

(중략)

추젠지는 거기서 에노키즈를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있었습니까, 라고 물었다. 에노키즈는 있었어, 라고 답했다.
「있었나요. 그렇다면──어쩔 수 없군요」
「조사한 거냐」
「사전에 마스다 군과 아오키 군에게 이야기를 들었으니까요」
「흥」
에노키즈는 마스다를 노려보며 천하의 멍청이 같으니, 라고 말했다.
「그래도──당신이 결심을 완전히 굳히지 않은 이상 나도 끼여들 생각은 없었습니다. 저기 있는──사토지마 군에게 일임해도 결말은 그다지 달라지지 않는다고, 그렇게 여겼습니다. 헌데 이것이 좀처럼 끝나질 않는군요. 이미 여섯 명이나 되는 피해자의 수는──」
「숫자는 관계 없을 텐데」
「없지요」
이젠 막을 내려야만 한다고, 어쩔 수 없다고 추젠지는 조용히 말했다.
「마, 막이라고? 막이라니, 뭘 어쩔 건가?」
「더 이상의 피해자는 내지 않겠습니다, 야마시타 씨. 오늘 하룻밤으로 충분합니다. 이 사건──」
제게 맡겨주십시오. 기도사는 말했다.
그래도 되겠지요. 추젠지는 어째선지 에노키즈에게 물었다.
이제 됐어. 에노키즈는 평온하게 대답했다.
「그럼 지금부터──」
전력질주 오오이소(大磯)다. 탐정이 선언하듯이 말했다.


이상, NO COMMENT로 대응하겠습니다.

사, 사람살려.... 진짜로 체하겠어요 어머니... OTL
나 누리보토케와 백기도연대에서 이미 배가 부를 만큼 불렀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지...? ;;; 명불허전이라더니 과연 "머리를 쪼개 안을 파헤쳐보고픈 일본작가 BEST 5" 내에서 맹렬하게 세력을 다투는 쿄고쿠 나쯔히코 씨. 아니 이렇게까지 확고한 기반 알아서 다져주면 동인녀는 당최 뭐 먹고 살라는겨!?
('상호보완관계'라고 쓰고 '20년 묵은 중년 부부'라 읽....쿠헉!!!!)


최후의 끔찍한 덤. 누리보토케의 "이 에노키즈 레이지로가 네 편이다" 와 쌍을 이루는 쟈미의 물방울 최대의 염장 대사.
「내가 여기에 온 건, 에노키즈에게──가슴아픈 말을 시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어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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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b" 2007/04/19 22:56
저 시험기간인데 이번 학기에는 일본어 듣지도 않는다구요...?!
아아 어째서 시험기간에 전혀 관계없는 분야를 공부하고자 하는 의욕만 넘치는 이런 염장을 맞아 버린 것인지 저는 정말 시험운이 없군요 아하하하하;ㅂ; <-
저는 저 중년부부가 너무너무 좋습니다orz

덧: 예전에 인터넷에서 에노세키를 보고 격하게 뿜은 기억이 나는군요. 그 소설의 어디를 어떻게 보면 저 논실난실닭살좍좍중년부부 대신 에노세키가 보이는 걸까요?-_-
그런데도 한국에는 에노쿄는 없고 에노세키는 50문답까지 있는 이 현실!;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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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ARA 2007/04/24 20:30
훗, 혼자 죽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리고 에노세키라니... 뭡니까 그거? 맛있는 건가요?

(전 그런 아름답지 못한 단어는 애초에 인식을 못합니다. 와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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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벨. 2007/04/20 10:18
그 냥 저 를 죽 이 세 요
그새 다 읽으시고 이런 테러를 하시다니 OT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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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ARA 2007/04/24 20:31
오호호호, 걱정 마십쇼. 다음 턴엔 누리보토케의 연회 나갑니다. 함께 끌고 늪으로 들어가 드리겠어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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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kif 2010/09/15 22:22
그런데 교고쿠도도 참
재밌는게...
「에노키즈를 대신해 의뢰인을 도와달라고 요청해도 안 돼. 에노키즈와 놀아주라는 둥 에노키즈에게 설교해 달라는 둥 에노키즈에게 철퇴를 내려달라는 둥 유사한 화제도 전부 거절일세. 에노키즈가 얽힌 이야기는 철저히 거부하겠어. 이 집에서 에노키즈 관련으로 허용되는 발언은 에노키즈에 대한 불평을 들어달라는 부탁이 아니면 에노키즈 매도폭언대회에 참가해 달라는 요청뿐이야 마스다 군」
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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