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와 미친 놈은 종이 한 장 차이라니까?

무한번뇌의 소용돌이 | 2007/04/27 06:20


이게 바로 일본 동인계를 뒤흔든 전설의 은혼 162훈 중 문제의 한 장면. 쳐웃다 죽는 줄 알았다.
더블 부장이 동인들의 영원한 꿈인 줄 알면서 저지른 짓이냐 소라치. 아니 이 작가 성향으로 봐서 걍 한 번 그려보고 싶어서 해치웠을 가능성이 더 농후해! 일본 만화 바닥이 넓고 물건이 많다 한들 원작자가 나서서 패러렐을 조장하는 물건은 이 바닥 들어온 이후로 은혼밖에 본 적이 없단 말이다. 아 정말 뿜겨서... (데굴데굴)

위의 장면은 심히 바람직하게 훈훈하기 짝이 없는 162훈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으므로 (실제로는 더 가관임;) 관심이 있으면 당장 보러 가시길!

정말이지 보고 보고 또 봐도 은혼 같은 뼛속까지 하드코어에 성인향('남성향'이 아니라 '성인향'이다) 시모네타로 점철된 만화가 - 일단은 - 중딩 남자애들을 주 타겟으로 하는 점프에 연재되는 게 신기해 죽을 지경이다. 듣자하니 10화쯤에서 거의 우치키리가 될 뻔했던 걸 유희왕 연재 종료로 구제받았다던가 어쨌다던가; 아, 요즘 점프의 절반 이상을 지탱하고 있는 건 20대 이상의 여성들이지 참.
그러고 보니 소라치는 1979년 생이랬다. 역시 천재는 연륜 따위와는 상관없는 길을 가는 법이다. 키익.

하여간 소라치가 동인의 망상 따위 가볍게 초월해 아득히 달려나가고 그 뒤에 당신이 짱드셈을 중얼거리며 행복하게 죽어나자빠진 동인녀들의 시체가 무더기로 줄줄이 쌓여 있는 김에 지벨 님과 제창한 "머리를 쪼개 속을 들여다보고 싶은 미친 만화가 십이사도"를 들먹여 보는 S.


조건 ① 작품은 일반적으로 어떤 의미로든 양작 이상으로 받아들여지며, 충분히 메이저의 대열에 올라 있을 것. (따라서 개인적으론 좀 아쉽지만 노나카 에이지와 리쿠도 코우시 등은 제외된다)
조건 ② 센스가 끝장일 것. 동인 따위는 감히 따라가지도 못할 수준이어야 함. 다만 최근 범람하는 서비스 수준이 아니라 '걍 해보고 싶었다'는 삘이 행간에서 풀풀 나야 한다.
조건 ③ 독자를 매저키스트로 타락시키는 재능이 있을 것.
조건 ④ 틀림없이 약간 미쳐 있을 것. 한 마디로 애먼 독자가 머리를 쥐어뜯으며 당신 뭔 정신으로 이딴 걸 그렸어어어어어어!!!? 라고 절규해야 한다. (따라서 다카하시 루미코 등의 '정상적인' 거장은 후보에서 탈락했다)

이에 따라 선발된 면면들은 다음과 같음.


나가이 고 (데빌맨 이하 몽땅 다;)
토리야마 아키라 (드래곤볼)
쿠루마다 마사미 (세인트 세이야 이하 전부;)
다카하시 요이치 (캡틴 쯔바사)
마야 미네오 (파타리로!)
아오야마 고쇼 (명탐정 코난/매직 카이토)
토가시 요시히로 (유유백서)
아라키 히로히코 (죠죠의 기묘한 모험)
시바타 아미 (남국소년 파푸와 이하 전 작품;)
아라카와 히로무 (강철의 연금술사)
다카하시 카즈키 (유☆희☆왕)
소라치 히데아키 (은혼)

하느님의 독생자 데즈카 오사무 (블랙잭 이하 저어어어어어언부;;)
유일신 에드워드 고리 (굳이 말할 필요가 있남?)



이제 한 명만 더 찾으면 저주받은 13인이 됩니다만 추천해 주실 분~? 13사도 채워졌습니다. 아멘.



덤 하나. 하는 김에 "머리를 쪼개 속을 들여다보고 싶은 애니 감독 오로치"도 제창하려고 했는데,

후보에 오른 첫 세 명─즉 토미노 요시유키(대인의 뽀오쓰), 와타나베 신이치(변태의 뽀오쓰), 후쿠다 미쯔오(미친 놈의 뽀오쓰)가 너무나도 강력하야 더 이상은 단 한 명도 생각나지 않더라는 슬픔이 있다. 크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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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lls 2007/04/27 10:42
조건 ① 양작+메이저, 조건 ② 센스 끝장, 조건 ③ 독자를 매저키스트로 타락(뒷 편 내놔아아아아악), 조건 ④ 틀림없이 약간 미쳐있을 것(들이파는 거 보면 변태급) ...조건에 이노우에 다케히코 대선생은 제법 어울리지 않을까?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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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ARA 2007/04/27 11:55
내가 설마 이노다케를 생각 안 해봤겠냐 (웃음) 물론 맨 처음부터 고려해 봤는데, 이노다케는 그림에선 거의 변태적인 집념의 뽀오쓰가 물씬물씬 풍겨오를지언정 위에서 열거된 인간들처럼 작품 자체에서 '아, 이놈 미쳤구나' 라던가 '뭔 생각하고 사는겨?' 라던가 '성장과정에 문제 있어?' 라던가 '...오늘 뭐 잘못 먹었슈?' 라는 삘은 안 나지 않아? 뭐랄까 이건 단지 한 예에 불과하지만, 슬램 동인은 엄청 좋아해도 정작 슬램덩크를 보면서 속성 동인녀로써 졌다...! 역시 정신나간 원작자 따위 이길 수 없어...! 라는 패배감을 느껴본 적은 한 번도 없거든.
이노다케는 오히려 루미코 여사 계열의 정상적인 거장이라 생각하는데, 어떻수?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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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lls 2007/04/28 16:50
...아, 난 그림 자체로 ...이 사람 미친거야!!!! OTL 라는 생각을 하며 살았기 때문에 말이지. (...이노우에 대선생의 작품은 스토리 전개 자체로는 내 취향이 아니라... -ㅂ-)
하긴, 전개나 캐릭터 상으로는 강렬하고 매력적일 지언정 ...이거 뭔 생각으로 만든 애유?; 라던가 어쩌려고 이야기가 이렇게 안드로메다 저편으로 향해가!?; 라던가를 느끼게 하는 타입이 아니긴 하군 -ㅂ-)

......그럼 저주의 13인 마지막 한명은 누가 좋을까 (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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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ARA 2007/04/28 19:13
뭐 그 그림이 미친 놈 뽀오쓰가 줄줄 풍기는 블랙홀인 줄은 옛날부터 유명했지만 말야 (웃음) 대신 슬램은 노멀하게 재미있고 매력적인 작품이지 어떤 의미로든 정신면에서 미친듯이 후달리는 물건은 아니지 않소. 그래서 아쉽지만 땡이야요.

정말 한 명만 더 찾으면 에드워드 고리 옹을 메시아로 모시고 12사도 결성할 수 있는데 그 최후의 유다 될 자 당최 어드메에 짱 박혀 있는 것일꼬. 생각나면 꼭 말해주라 (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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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코라 2007/04/28 17:02
이번주 점프인가요? 이번주 점프인가요오!!!!!!!!! (당장 사러가야...)
신기하다면 그 '제목'이 편집부에서 통과된 것 부터가 신기한걸요.

추가>
13명째에 코노미는 어떨까요?
2번과 3번 조건이 좀 부족하긴 하지만, 테니프리도 인기 있으면서 '미친' 만화임에는 틀림없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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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ARA 2007/04/28 19:03
이번 주 월요일서부터 난리가 나기 시작했으니까 아마도 이번 주 점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제목이야 점 두 개 더 찍혀 있는 긴타마니까 일단 모양은 어떻건 의미상으로는 문제가 없을 테지만 이 만화 사실 내용이 더 문제 아닙니까. 세상에 명색이 점프 만화가 히로인 중 하나는 호스티스고 서브 히로인은 대놓고 매저키스트이며 태연자약하게 소프걸이 등장하고 게이 바가 무대가 되고 SM 클럽이 어쩌고 저쩌고 하면 어쩌잔 말입니까. 그런 의미에서 이 만화 사실 데스노트보다 천만 배는 위험해요.

물론 코노밍도 생각해 봤지만 그 아저씨는 안됩니다. 테니프리의 동인 서비스에는 '걍 해보고 싶었다'는 헐레헐레 마인드가 압도적으로 부족합니다. 뭐랄까, '이렇게 하면 좋아들 하겠지?' 라는 꿍꿍이가 암암리에 보여서 무진장 분하기까지 해요. (거기에 넘어갔던 주제에;) 그리고 무엇보다! 테니프리는 '양작'이 아니에요. '괴작'입니다. (먼 산)
한때 테니프리 팬이었던 몸으로 장담하겠는데 이 만화는 스토리나 연출로 승부하는 게 아니라 순전히 캐릭터빨이거든요. 최소한 전 단 한 번도 테니프리의 시합을 보면서 다음! 다음을 내놔!! 하고 울부짖어본 적이 없어요. 다 거의 대충 대충 넘기기만 했지;
뭐 그 캐릭터빨 하나로 꽤 볼만하고 동인녀 하아하아하게 하는 만화를 만드는 재능도 대단하다고는 생각합니다만 하여간 그래서 (독단적으로) 코노밍도 탈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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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트로이어 2007/04/28 11:08
...제가 히지총수에 빠지기 시작했을 때 올라온 은혼 포스팅이라니;; 저를 수면 밑에서 낚아올리셨습니다. 키사라님;;(...낚아봤자 먹지도 못하는 물고기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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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ARA 2007/04/30 07:39
뭐 이렇게 된 거 팔자려니 여기시고 은혼에 몸을 던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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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N 2007/04/30 02:28
처음 뵙겠습니다, KISARA님. 이글루 시절부터 몰라 드나들고 있는 녀석입니다만 정말이지 꼭 추천하고 싶은 대인이 한 분 계셔서.; 몇 년 전 수많은 소녀들을 어둠의 세계로 몰아넣었던 후지사키 류는 어떨까요...!
충분히 메이저에다가 메인 커플인 양태, 태양을 시작으로 이루 셀 수도 없는 서브 커플링들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이끌어냈으며 매 권이 나올 때마다 소녀들의 가슴을 찢어냈는가 하면(덕분에 엔딩은 허탈해 죽을 지경이었지만)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대체 얼마나 정성을 들였는지 궁금해질 정도의 환상의 톤질을 펼쳐내던 분 아니던가요.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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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ARA 2007/04/30 07:58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물론 후지사키 류도 고려해 봤습니다. 랄까 웬만큼 유명한 만화가들은 이미 다 고려해 봤어요. 하지만 역시 이 사람도 안 되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오해가 없으시도록 말씀드리자면 저도 한때 봉신연의 팬이었고 저와 이걸 토론해 주신 분은 양태로 책도 내셨던 분입니다.
저희 독단이라고 말씀하신다면 반박은 한 마디도 못하겠지만 후지사키 류는 저 대열에 끼이기에는 너무 냉철하고 영리하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이 사람은 독자의 반응을 철저하고 정확하게 계산하고 최종 국면을 향해 똑바로 노선을 깔아주는 티가 줄줄 흐릅니다. 다시 말해 '미친 만화가'의 전당에 오르기에는 지나치게 '차갑고' 지나치게 '깨였습니다'.
언젠가도 블로그에서 주절거렸지만 천재로 분류되는 크리에이터에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자기가 갈 길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영리하고 똑똑한 A와 지 좋을대로 굴려먹는데 끝내놓고 보면 이거 이거 장난이 아닌 B지요. 쉽게 비유하자면 전자가 히메가와 아유미고 후자가 기타지마 마야입니다. 후지사키는 아유미 공주입니다. 저 위에 열거된 사람들은 대부분이 기타지마 마야 계열이고요.
봉신연의는 틀림없는 명작이지만 저 위의 작품들처럼 괴작의 향기가 줄줄 흐르거나 광풍의 냄새가 나진 않는다고 봅니다. 마야 미네오처럼 사생활이 몹시 궁금하거나 쿠루마다 대인처럼 센스가 이미 인간의 경지가 아니라거나 청산대인처럼 동인녀 설 자리를 알아서 몽땅 뺏고 있다거나 다카하시 선생처럼 요즘은 순정만화에서도 안 써먹을 삼천년 애증주종 설정을 깔고 있다거나 소라치처럼 아주 저 하고 싶은 건 다 해본다거나 젖소 여사처럼 독자들의 피를 빨아마시고 산다거나 기타 등등(후략)
어쩌다 보니 얘기가 엄청 길어졌지만 정리하자면 후지사키 류는 비교적 정상적인 거장 축이란 얘깁니다.

그리고 한 마디 더 덧붙이자면 '미친 만화가'의 칭호는 작화에 쏟는 변태적인 집념이나 어둠의 자매들을 얼마나 양산해냈느냐로 결정되는 게 아닙니다. 그렇게 따지자면 한때 코미케의 왕좌를 휘어잡았던 슬램덩크를 빼먹었다간 천벌받습니다. 작품 자체가 얼마나 아스트랄하느냐의 문제죠.

그럼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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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령 2007/05/04 16:24
음, 아는 만화가가 그리 많지는 않지만 한번 도전해보겠습니다!!<-

근육맨의 작가이신 유데씨는 어떨까요. 설정을 만들어놓고 자신이 잊어버리는 그 행각("난 몸이 망가져서 이 이상 싸울 수 없다"하던 캐릭터가 1주 후에 다시 피터지게 싸우는 센스) 외에 각종 기행들(..)이라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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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바우치 2007/05/29 21:41
옛날 포스팅이라 무척 뒷북이지만(...) 데즈카 오사무는 어떨까요? 이미지는 만화계의 거장, 꽤나 멀쩡한 작가입니다만 실제로 뜯어보면-예를 들어 최장편 작품인 [블랙잭]의 온갖 에피소드라던가, [사파이어 왕자] [철완 아톰] [정글대체] 등의 아동용 대작도 다시 보니 "님하...대체 무슨 생각이었셈..."하고 식은땀 흘리게 하는 내용과 설정과 전개가 아무렇지 않게 펼쳐집니다. 아동용 잡지에 맞지 않아 도중하차된 [뱀파이어] [돈 드라큐라] [나나이로 잉꼬] 등도 그렇고 [MW] [키리히토 찬가] [아야코]처럼 아예 성인물로 나온 것들은 진짜...막장입니다. 대체로는 그런 막장을 철저하게 자제하고 억제하는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되려 그게 더 기묘한 형태로 튀어나와서 인상적이죠. (그래서인지 일각에선 [모에의 원조]라는 호칭도 있....) 실제로 노멀계와 게이계의 에로 대가들의 어린 시절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도 했고...(퍽) 아무튼 워낙에 다작이었고, 온갖 막장과 광기도 포함하고 있으니 [신]이라고 불리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듭니다.

반면 진짜로 거침없이 막나가는 작가라면 역시 나가이 고가 아닐까 해요. 워낙 전설이 된 [파렴치 학원]도 그렇지만, 역시 [데빌맨]이나 [마왕 단테] 쪽이 무섭지요. 그림 면에서도 절제하는 편인 데즈카 선생에 비해, 굉장히 와일드하고 강렬하고...
요코야마 미쓰테루 선생은 너무나 쉬크하게 쿨한 나머지 (특히 쉬크함이 도가 지나쳐 피도 눈물도 없는, 바벨2세류 주인공들...) 좀 제외고...치바 테츠야의 다른 작품은 잘 모르지만 [내일의 죠]도 (시대적인 것도 있지만) 강렬했습니다. 사실 이현세씨도 [공포의 외인구단] 이후로 더 안 그렸으면 위의 작가 반열에 오를 수 있었을지도요...(퍼억...) 이와아키 히토시같은 경우는 분명히 광기랄까 일종의 잔혹함을 확실히 내재하고 있는 작가지만, 워낙 냉철한 이성으로 컨트롤하는 것 같으니 광기류 작가는 아닐지도요. 물론 그것이 그 작가의 매력입니다만...

미국 만화가로는 [300] [신 시티]의 프랭크 밀러가 떠오르네요. (영화보다 원작들이 훨씬 강렬, 극단적) 역시 마초든 뭐든 극단으로 치닺으면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경지랄지...하지만, 아쉽게도 [다크 나이트의 역습] 이후 많이 약해졌다는 평입니다. 정확히는 트레이드 마크이자 무의식적으로 하던 후까시 미학을 주위에서 치켜 세우자 너무 거기에 집착해 망가졌다고 할지...제정신으로 살기 힘든 세상이라고 하지만, 미쳐 있기도 마찬가지로 힘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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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ARA 2007/06/04 00:11
아!! 맞다!!! 만화의 신 데즈카 선생님을 완전히 까먹고 있었어요;;;; 생각해보면 나가이 고 선생도 정말이지 님하 뭘 잘못 드셨셈;;인 전개 투성이였겠다 넣지 않으면 만화신께 천벌 받을 것 같긴 합니다;
아무래도 근년 작가들에 집중하다 보니 원로분들까지 생각이 못 미쳤습니다. (실은 원로까지 손대면 감당이 안 되어서 무의식 중에 끊은 걸지도;) 그런데... 이러면 13사도 계획이 정원 오버가 되어버리네요. 어쩐담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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