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토시조 살아서 다시 ① : 이게 웬 18금 팬픽?

너희가 막말을 아느냐 | 2007/06/06 06:46

현재 매 페이지마다 꽥 죽어가고 식은땀을 바가지로 흘리며 <토시조 살아서 다시(歳三往きてまた)>를 읽고 있는 중. 시바탱의 경우 승패의 향방에 상관없이 문체가 비교적 건조한 편이고 부장님이야 쌈질에서 좀 졌다고 풀 팍 죽는 귀여운 성격도 아니니 (어떻게 된 게 오히려 더 펄펄하다;) 뭐 그런가부다... 했는데 - 실은 어쩔 수 없이 히지카타 빠돌이인 시바탱이 고의적으로 패배 장면은 슬그머니 컷하거나 구렁이 담 넘어가듯 넘겼음. 이 영감아...;;; - <토시조 살아서 다시>는 감정 묘사도 훨씬 섬세하고 패배의 과정이 너무 면밀하고 정교해 一々生々しすぎ. 숨 넘어간다. 헉헉헉;;

그러나 사실 그 정도쯤은 본서의 진수에 비하면 전혀 아무것도 아니었음 (먼 눈) 독파할 때까지 내용은 일절 언급하지 않으려 했는데 도저히 나 혼자선 못 죽겠다!!

나, 이 책이 왜 신선조 바닥에서 '부장 총수(總受)의 레전드'인지 뼈저리게 이해하고 말았소.

어떡해요 어머니... 부장이 온 일본 남자들을 다 홀리고 다녀...!
(<- 일말의 과장도 없음. 있으면 나도 좋겠다 [먼 눈])


아키야마 카노 作 <토시조 살아서 다시> 문예춘추 문고판 191page~193page

히지카타는 다다미에 이마를 대었다. 자존심이고 뭐고 다 집어던진 히지카타의 모습은, 카츠의 마음을 다소간 사로잡았다. 천하에 드문 일을 감상할 때의 만족스러움과도 흡사한 감정이었다.
"부탁드립니다. 가능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힘을 빌려주십시오."
히지카타가 탄원했다.
"무엇이든?"
카츠의 마음이 움직였다.
히지카타는 미묘하게 변한 공기를 느끼고 고개를 들어, 거기서 불온한 빛을 띤 카츠의 눈을 보았다.
"무엇이든 하겠다고?"
카츠는 무릎을 꿇은 히지카타에게 맞추어 몸을 숙이고, 한때 귀신이라 불렸던 눈앞의 남자의 턱을 치켜들었다.
히지카타는 숨을 삼켰다.
"대신 자네의 소중한 것을 받아가겠네만?"
"……그래서, 국장을 살릴 수만 있다면."
히지카타는 앞으로 치르게 될 대가가 무엇인지 확인해 보지도 않고 대답했다. 그것이 어떤 요구이건, 곤도를 놓고 저울질하는 행위는 그에게 있어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아아, 좋은 각오구먼."
그제야 카츠의 눈이 웃었다. 카츠는 히지카타의 귓가에 중대한 일을 속삭이기 시작했다. 히지카타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렸고, 어깨는 굴욕감으로 부들부들 떨렸다. 그러나 결국에는, 카츠가 제시한 조건을 전부 받아들였다.
"호오,"
한숨을 내쉬고,
"그토록……"
그 남자가 좋은 거냐고, 카츠는 신음하듯 속삭임을 토해내었다.
'알 턱이 없지.'
히지카타는 생각했다. 곤도가 있었기 때문에 그는 교토에서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그 남자가 있었기 때문에 안심하고 비정해질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두 사람은 언제나 함께 싸워왔었다. 백성 출신인 그들이 사무라이지상주의의 사회에서 꿈을 실현하기 위해, 검 하나만을 의지하고 현실에 수없이 도전하여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어가는 싸움이었다. 태어날 때부터 사무라이였던 자들과는 인연이 없을 절망감, 바로 그 때문에 품었던 <힘>에 대한 탐욕스런 기아감을 곤도만이 알고 있다. 기쁨도 슬픔도 나눌 수 있는 유일한 사나이였다.
한동안 침묵이 흐른 끝에,
"알았네."
카츠는 단호한 어조로 승낙의 말을 내뱉고 몸을 일으켰다.
"자네들 덕에 골탕을 먹은 걸 생각하면 이가 갈리네만, 그만한 각오를 보여준 이상 관군에게 구명을 탄원하는 편지를 써 주지. 지금 당장 쓸 테니 거기서 기다리게. 다만, 편지뿐이야. 나머진 나도 모르네."
히지카타는 머리를 숙였다. 이제 편지를 이타바시(板橋) 총독부에 무사히 전달만 하면 곤도는 석방될 터였다. 카츠의 편지는 나가레야마(流山) 주둔군이 대(對) 신정부 반군이 아님을 증명해 줄 것이다. 설령 관군이라 한들 반군도 아닌 자를 처벌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살았다!'
히지카타는 믿었다.
'곤도 씨, 조금만 더 기다려 줘. 즉각 총독부로 편지를 보낼 테니까. 곧 재회할 수 있어.'

맹세컨대 원문에서 단 한 글자도 고치지 않았습니다.

나라의 미래와 현실을 보고 일신의 굴욕을 감내하는 카츠 카이슈(勝海舟)에게 상당히 호감을 느낀 찰나에 이게 웬 에로오야지에 수치플레이. (턱 치켜들지 마 이 아저씨야!!!) 이건 때려죽여도 '신선조 팬들은 물론 역사물 팬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은' 순수문학에 나올 법한 상황이 아니다. ....나 혹시 신선조계 18금 팬픽을 보고 있는 건가? 그렇겠지? <- 착란 중

작가는 카츠가 제시한 조건이 ① 머리를 자르고, ② 곤도 이사미와 히지카타 토시조를 포함한 신선조의 존재를 말소하는 것이었다고 주장하지만 거짓말! 난 믿지 않을 거야!! 단발이래봤자 부장의 미모를 더욱 살려줬을 뿐이고(내 말이 아니라 작가 본인부터가 어울린다고 좋아한다;), 본인이 고지식하게 조건 지켜 아무리 나는 나이토 하야토(内藤隼人, 코후 진격 당시 막부가 하사한 부장의 변명變名)입네 우겨봤자 마주치는 놈마다 헉, 신선조 부장 히지카타 토시조다! 라며 경악하고 있는데 그게 대가가 될 리가 있수. 암만 봐도 '헷헷헷 그 남자를 살리고 싶거든 네 몸을 바쳐라' 잖아! 아니라고 날 납득시킬 수 있는 사람 있으면 좀 나와보시라. 기꺼이 절하고 스승으로 모시겠다.

근데 이쯤에서 끝나주는 것도 아니라 정말로 페이지 하나 넘길 때마다 열라 가관임. 이래서 전설이구나. 괜히 부장 총수의 레전드인 게 아니구나아. 일본 역사소설가(라 쓰고 파돌파슨희라 읽는다) 연놈들이란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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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바우치 2007/06/06 21:38
히지카타 토시조 살아있지 않습니까. 단지 이름을 아○키 히○히코로 바꾸고 모 점프계 잡지에 모 기묘한 장편만화의 7부째를 그리고 있을 뿐...(퍽퍽...) 그래도 아라키 버전 신선조가 있다면, 궁금하긴 한데 말입니다...일본에 무관심하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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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ARA 2007/06/12 21:15
쿠루마다 마사미 버전 신선조는 있습니다(....)
가끔 히롯군;이 정말 부장님이 아닌가 정말로 의심스러워질 때가 있죠. 어 설마 그 때문에 일부러 일본 소재는 피한다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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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b" 2007/06/06 21:56
굴욕감으로 어깨가 부들부들 떨렸다고 나오는데 뭐라고 해석하든 관계 없잖습니까 아하하하하!!!!! 턱 쓱 치켜들고 '머리를 잘라 베이비'라고 말했는데 그 다음에 2번이 나오면 앞뒤가 안 맞지요 후후후후후...!!! <-
허리를 움켜쥐고 다리를 절며 곧 재회할 수 있겠군요. 기쁘시겠습니다 부장.[...] 이거 너무 재미있어요 읽어보고 싶어요ㅠㅂ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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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ARA 2007/06/12 21:15
그러게 얼른 일본어 공부하시라니까요. 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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