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토시조 살아서 다시 ② : 보라, 저기 공주님이 가신다

너희가 막말을 아느냐 | 2007/06/09 22:56

<세상을 사는 나날>에서 한참 난감했으니 <토시조 살아서 다시>로 회귀하는 S. 정말이지 정신건강에 이롭지 못한 요즘이다.
페이지 하나 넘길 때마다 거품 물고 죽어가고 있지만 통째로 전부 올려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라 도중에 집어던지고 침몰한 대목만 물귀신의 근성으로(...) 소개해 보겠음. 죽으면 죽었지 혼자는 못 당한다 으하하하하하!!! <-


아키야마 카노 作 <토시조 살아서 다시> 문예춘추 문고판 249page~250page

앞으로 앞으로 돌진하는 히지카타를 향해,
"부장! 부장, 제발 목숨을 아껴줍쇼. 혼자 몸도 아니시잖아요!"
사와 츄스케(沢 忠助)가 비명에 가까운 목소리로 외쳤다. 최전선에서 칼을 휘어잡고 지휘하는 히지카타의 바로 옆을, 이미 몇 번이나 총알이 스쳐지나갔다. 마침내 태양이 머리 위로 떠오를 시각이 되었다.
히지카타의 어깨 아래에서 선혈이 흩어졌다. 탄환이 스친 것이다. 자세가 무너졌다. 또다시 탄환이 날아와 피가 튀었다. 히지카타는 그만 무릎을 꿇고 쓰러질 뻔하였다. 이번에는 발에 맞았다.
사와가 비명을 질렀다. 움직이지 못하게 된 히지카타에게 다시금 총알이 날아들었다. 귓전을 스쳤다.
"부장, 부장, 부장!"
사와가 미친듯이 달려와 히지카타를 부축했다.
"내버려 둬, 자네까지 당하고 싶나!"
히지카타는 사와를 밀쳐내려고 했다. 사와는 필사적으로 엉겨붙어 도리질을 쳤다.
"아이즈까지 무사히 모셔간다구 약속했단 말입니다."
"약속?"
"이걸 줄 테니 부장을 반드시 지켜달라고 했어요. 한 번 받았으면 약속을 지키는 게 도리라구요."
"뭘 받았나."
"사탕 하나요."
"목숨의 대가치곤 참 싸구려구먼."
"맛있었다우."
"그건 잘됐군."
"누군지 안 궁금하신가 봐."
"그런 짓을 할 놈은 하나밖에 없어. 사이토겠지."
"우옷, 이심전심일세."
"시마다 군에게……"
"예?"
"아냐."
'부탁했으면 좋았을걸.'
히지카타가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였다. 몸이 공중에 번쩍 들려, 정신을 수습해 보니 시마다의 굵직한 팔이 감싸안고 있었다.
"지금, 부르셨지요."
히지카타를 안아들고 시마다는 성안으로 퇴각했다.
"부르지 않았어."
"저도 사탕을 받은 몸이라서요."
"사이토 선생이 남는 녀석들 거의 전부한테 사탕을 돌렸어요."
사와가 시마다의 바로 옆을 통통 튀듯이 따라오며 덧붙였다. 히지카타는 더 이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뭐, 목숨은 건졌군.'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그는 슬쩍 얼굴을 붉혔다.

이상, 마당쇠와 삼돌이가 아씨를 보호하는 현장을 보셨습니다.

이건 대체 어디의 공주님!!!? 얼굴이 갈데없이 곱게 자란 규중규수인 히나타의 늑대 부장도 이렇게까지 공주는 아니었단 말이다 자성하라 반성하라 아키야마 카노 (캬아아아아악)
이 길지도 않은 대목에 쯧코미 넣을 데가 하도 많아 더 이상은 뭐라 할 기력도 없음. 부장을 잘 지키라고 사탕을 돌리는 사이토 땜시 반 죽다 살아났다는 말만 남겨놓겠다. 왜 본판 신선조에서 놀다 은혼 넘어온 동인의 자매들이 은근히 3번 대장을 내놓으라고 울부짖는지 뼈저리게 실감했다거나 뭐라거나(뭣) 다음 번엔 사이히지 특집이라도 저질러 볼까.... 먼 눈.

덤. 저게 뭐냐 할 것 같으면 우츠노미야성(宇都宮城)을 함락시킨 후 오오토리가 미부에서 톡톡히 깨지고 치른 방어전인데 보시다시피 부장님은 여기서 발에 피탄해 중도탈락하고 그 사이에 우츠노미야를 신정부군에게 도로 탈취당했다. 헌데 <불타라 검> 읽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시바탱은 부장이 신나게 활약한 전반부의 우츠노미야성 공방전만 자세~히 묘사하고 나머지는 패배의 연속이었던 아이즈도 은근슬쩍 건너뛰고 곧바로 센다이로 넘어가고 있다(...). 야 이 편애 영감탱이가...!! 그렇게 부장이 좋냐!? 부장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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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b" 2007/06/10 20:00
사탕은 그냥 부장님에 대한 사랑을 상기하는 구실일 뿐이면서 뭐 다들 그렇게 대단한 거 얻어먹은 것마냥 생색들을 내시고...!!!(덱데굴)
그나저나 부장님은 키 180 넘는다는 사람이 저렇게 다소곳하고 가뿐사뿐하게 안기셔도 되는 건가요? 몸무게가 몇이시길래요?;ㅂ; 너무 뿜겨요ㅠㅂ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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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ARA 2007/06/12 21:22
어, 지난 번에 미처 말씀 못 드렸는데 부장님 180 아닙니다. 기록상으로는 약 5척 5촌, 지금 단위로 말하자면 168~169 가량이셨다고 하는군요. 지금이야 평범한 수준이지만 그 시절 일본에서는 무진장 큰 키인 셈이죠.
그 당시에 무려 180을 넘었던 괴물이라면 우선 하나가 저~어기 신사쿠의 맹우로 유명한 쿠사카 겐즈이고 또 다른 하나가 저 위에서 부장님을 안아든 열라게 부러운 쉐이(...) 시마다 카이였습니다. 생각해 보니 참 보기좋은 신장 차였군요. 스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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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eln 2008/01/22 21:38
안녕하세요. 처음뵙겠습니다. 일단 저도 은혼 파슨이고, 소라친 때문에 히지카타빠가 되어버린 부녀자입니다. 은둔형 블로그 만들기전까진 인사도 제대로 못할터인지라 눈팅만 하자고 다짐하고 몇번이나 댓글의 유혹을 뿌리쳤습니다만, 이 포스팅은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만드는군요(...)
삐-년간 어떤 BL노벨을 읽어도 이토록 부끄럽진 않았습니다만, 이거 뭔가요. 이거 일단 명색이 역사소설 아니었던가요? 잘 부탁한다고 사탕돌리는 놈은 뭐고 그거 받았다고 전쟁터에 마님 모셔가는 놈은 뭐고, 아키야마씨, 얼굴을 붉히긴 뭘-!!! 댓글을 보니 그 신장이 머릿속에서 막 상상이 가서 더 부끄럽구만요(..)

저도 은혼보면서 왜 사이토는 없지...싶었는데 이 글 보니까 답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히지빠돌이 소라친이 이런저런 각종 텍스트를 접하지 못했을리가 없고, 그려졌다면 긴히지의 강력한 라이벌이 될지도 모를 3번대 대장님을, 그 사악한 소라친이 애시당초 그릴리가 없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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