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아─물……물 좀 마시자……목 말라……」
침대에서 비슬비슬 기어나온 히지카타는 비틀거리면서도 어떻게든 바닥에 발을 디뎠다.
목 근육은 아프지, 배는 고프지, 죽을 맛이었다.
「하긴~정신없이 울고 불고 야단을 했으니 말야. 목이 마르기도 하겠지」
「……죽인다 이 새끼」
침대에 굴러다니는 벨트를 집어 사카타를 철썩 후려쳤더니, 바보같은 얼굴로 '아잉~' 이란 소리를 냈다. 맥이고 뭐고 쪽 빠져버린 히지카타는 거실로 통하는 문으로 향했다.
「아 맞다 맞다. 미안한데, 거실 좀 난장판이거든. 알아서 피해가라」
「……뭐야 이게에에에에에에!!!!!」
뒤에서 날아온 사카타의 목소리를 들으며 문을 연 히지카타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상자 상자 상자로 뒤덮인 처참한 모습의 거실이었다.
「거 되게 시끄럽네. 섹스 중이라면 몰라도 평소부터 시끌시끌한 건 딱 질색이라구~」
히지카타를 따라 침대에서 내려온 사카타가 옆에서 나른하게 머리를 긁적였다. 이어서 허리에 철썩 감겨드는 걸 엘보 블로우로 격퇴하고, 히지카타는 사카타의 정수리를 콰직 움켜쥐었다.
「니놈한테 사랑받아봤자 한 개도 안 기쁘지만, 그보다, 이 상자더미는 뭔지부터 불어」
「아야야야야야야! 머리카락 잡지 마! 아니, 농담 아니라, 진짜 아프다구! 폭력 반대! 그야 당연히 내 물건들이죠! 꺄─놓아라 이놈아!」
「내 물건 정도가 아니라, 이미 생활용품 전부잖앗!!!!」
쓰레기를 내동댕이치듯 머리를 확 밀쳐내자, 앞으로 고꾸라질 위기에 처한 사카타가 우왓,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금세 자세를 바로잡고는, 실쭉해진 얼굴로 머리를 긁적였다.
「알면서 왜 물어 묻긴. 서로 눈코뜰 새 없게 바쁜 직업이고 하니, 같이 사는 편이 여러가지로 좋겠다는 내 상냥한 배려를 이해 못하겠냐」
「남의 집에 멋대로 짱박은 주제에 배려 좋아하신다아아아!!! ……너, 설마, 진심이냐. 진짜로 여기 살려고……아니아니 잠깐, 그 전에, 여긴 정말 어떻게 들어왔어!」
「……실은 기업 비밀인데. 까짓 거 공개하지 뭐. 우선 이사업체한테 연락해서 짐을 싣고 왔지. 그리고 오는 도중에 부동산에 들렀어」
말을 이으면서 사카타는 히지카타의 옆을 통과해, 제가 만든 상자의 정글 속으로 용감하게 뛰어들었다. 불이 켜져 있지 않았기 때문에, 때때로 바닥을 구르는 물건을 걷어차는 소리가 들렸다.
「명함을 내밀면서, 이번에 히지카타 군과 동거하게 된 사람인데, 그 친구가 하도 바빠서 부동산에 연락할 틈도 없었다고 하길래 직접 찾아뵈었습니다, 라고」
여기저기에 산적한 상자를 들이받으면서 부엌에 도달한 사카타가 냉장고를 열었다.
「……그래서?」
「오늘이 이삿날인데, 히지카타 군은 재판이 있다고 먼저 가 버렸어요. 근데 요즘 연일 철야해서 좀 제정신이 아니었는지 열쇠도 안 주고 갔지 뭡니까」
맥주캔을 두 개 끄집어내고 문을 도로 닫은 다음, 사카타는 다시금 상자의 정글로 돌입했다.
「저도 까맣고 잊고 있었으니 남말할 때가 아니긴 한데요. 실은 이삿짐 트럭도 벌써 대절해 버렸습니다. 지금 눈앞에 주차해 있는 저거거든요. 난감해져서 히지카타 군한테 전화했더니, 부동산에 가서 그쪽 열쇠를 빌려 보라고 하더라고요. ……그랬더니, 선뜻 빌려주더라?」
사카타의 뒤편에서 입을 벌린 빈 상자가 털푸덕 추락했다. 그러건 말건, 히지카타의 앞까지 되돌아와선 여기, 하며 사카타가 캔 하나를 내밀었다.
「이야~변호사 검사란 직업은 이럴 때 좋다니까. 의심 한 번 안 하지 뭐요. 낙승이었어, 응」
캔을 딸깍 따면서 사카타가 명랑하게 웃었다.
꿀꺽꿀꺽 호쾌히도 맥주를 들이키는, 무방비한 목젖.
「……누가 이놈 자식 사기죄로 고소해 주라……」
그 자리에 주먹을 꽂아넣고 싶은 충동을 가까스로 억제하며, 히지카타는 지옥에서 울려퍼지는 듯한 목소리로 으르렁거렸다.
- Written by mine(사이트명 가시 뽑힌 선인장とげぬきさぼてん), <시간외 ecstasy(時間外ecstasy)> 中
언제나 그렇듯이 배째고 등딸 각오로 모에만을 바라보고 저지르고 있는 일임. 남 집무실로 무작정 쳐들어가 일에 파묻혀 죽어가던 검사님 뚝딱 따먹고(...) 2화째엔 기어코 집에까지 기들어와 짝 늘어붙어버린 뻔뻔하고 능글맞고 안면에 세라믹과 듀랄루민을 두께 10cm로 쳐바른 사카타 변호사가 무진장 취향이므로 후편을 얼른 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mine님!! (아니 그 전에, 호스트×대학생 후편부터 얼렁 내놓으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