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세상을 사는 나날 ⑤ : 개폭의 오오시마 탈환 작전

너희가 막말을 아느냐 | 2007/07/14 19:21

이번에 낄낄대며 이케미야 쇼이치로의 <다카스기 신사쿠>를 읽는 와중에 뼈저리게 느낀 게 있다면 딱 하나, 역시 빠돌질에는 급수가 있다는 것이었다. 신사쿠를 더럽게 이뻐하고 띄워주느라 정신없으신 건 이놈이나 저놈이나 마찬가지지만 무식하리만치 노골적으로 제 속내를 다 드러내보이는 이케미야는, 뭐 재미없다는 건 아니어도, 안 그런 척 시침 딱 떼고 공평한 척하면서 실은 절라 교묘하게 편애하는 시바탱이나 배 확 째고 지 하고 싶은 개폭스런 짓'만' 하는 소하치의 공력이랄까 뽀오쓰에는 저어어어어얼대로 미치지 못하더란 말이지.
실상 부장님도 시바탱과 정서적인 부분을 차고 넘치게 보충해주는 아키야마 여사만 있으면 충분했듯이 - 히로세의 <산화 히지카타 토시조>가 기대만 못했음; - 신사쿠도 시바탱과 소하치 둘만 있으면 될 것 같더란 얘기. 하기사 괜히 시바 료타로와 야마오카 소하치가 아니지라 (먼 눈)
그런 의미에서 그간 좀 미뤄놨던 발췌 번역 들어갑니다. 이런 걸 혼자 읽다 죽을 수야 없지. 난 물귀신이다!


시바 료타로 作 <세상을 사는 나날> 신장판 제 4권 277page~278page, 279page~289page

이어서 10일, 막부의 함대가 총집결하여, 육전병은 모두 상륙했다. 오오시마(大島)에는, 죠슈번의 정규군이 배치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다이칸(代官)들은 민간에서 지원병을 모집하여 응전했으나, 전력차는 어쩔 수 없어 결국에는 해협을 건너 본토로 도주해, 번에 구원을 요청했다. 오오시마는, 점령당했다.
야마구치의 정사당(政事堂)은 급보를 받고 이를 알았으나, 수상격인 야마다 우에몬(山田宇右衛門) 노인을 비롯한 중역들은,
다카스기에게는 결코 알리지 말게
라고, 전령원들부터 단속하였다. 번의 전략 방침은 이미 확립되어, 병력의 분산을 막기 위해서는 오오시마가 설령 점령당해도 눈을 감을 도리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와 있었다. 그러나 이 패전의 소식이 만일 신사쿠의 귀에 들어가는 날에는 그가 도대체 어떻게 나올지 모를 노릇이어서, 중역들은 이를 몹시 경계하였다.
그러나, 문제의 소식은 야마구치 번청보다도 반나절 빨리 신사쿠에게 전해졌다. 신사쿠는 항상 시모노세키에 있었다. 시모노세키는 항구다. 내륙의 야마구치보다 해상의 사건이 신속하게 전달되는 것이 당연했다.
(즉각 출동한다)
신사쿠는 단 1초도 망설이지 않고 결단했다.

(중략)

시라이시 가에 도착하니, 사전에 신사쿠가 긁어모아둔 무리가 핏발 선 눈으로 줄줄이 모여 있었다. 좌중에 해군국(海軍局) 소속이 한 명 있는 게 고작이고, 나머지는 해군에 대해서는 일자무식인 장사(壮士)들뿐이었다. 신사쿠는 이 문외한들을 군함에 밀어넣고, 오오시마를 점거한 막부 함대와 해전을 벌일 작정이었다. 이쯤 되면 무모하다는 말조차 나오지 않는다. 더구나 기관사가 없었다. 신사쿠는, 어린아이 같은 얼굴의 토사 낭인 다나카 켄스케(田中顕助, 훗날의 미쯔아키光顕, 백작)를 지명했다. 켄스케는 타번 출신이었지만, 신사쿠에게,
──제자로 삼아주십시오.
라고, 간원한 사내였다. 신사쿠는 내 무슨 재주가 있어 제자를 두겠느냐고 일소에 부쳤지만, 그 후로도 켄스케는 신사쿠의 뒤를 시종일관 충실히 따라다녔으므로, 마침내는 수족처럼 부리게 되었다. 이 켄스케를 선저로 내려보내 기관(汽罐)에 불을 때도록 지시하였다.
켄스케는 평생을 통해 이때만큼 경악한 일이 없었다고 훗날 종종 회상하였으나, 기실 그는 기관은 고사하고 증기선에 타 본 적도 없었다. 사정을 말하고 사양하자, 신사쿠는 일갈했다.
「목욕탕의 허드렛일꾼도 때는 불을 못하긴 왜 못해!」
군함은, 신사쿠가 나가사키에서 구입한 오텐토사마마루(オテントサマ丸)였다. 죠슈번의 소유가 된 후, 헤이인마루(丙寅丸)로 개명했다. 불과 200톤의 소형선으로, 그에 반해 막부의 미제 군함 후지야마함은 1000톤으로 포 12문을 장비하고 있었다. 헤이인마루의 포는 고작 4문, 열 일곱 척은 고사하고 한 척에도 도저히 맞서 싸울 수 없다.
「대포는, 이치노죠가 맡도록」
라고 신사쿠는 명령했다. 야마다 이치노죠(山田市之允)는 열 넷의 나이로 쇼인의 문하에 들어가, 얼마 못 가 쇼인이 세상을 떴으므로 사사한 것은 매우 짧은 기간뿐이었지만, 쇼인은 이 소년을 사랑했으며 야마다 또한 일생토록 쇼인을 마음 깊이 추모하였다. 쇼인이 그에게 선사한 시에,
「백년 또한 일순간이니, 군자는 헛되이 녹을 받지 말지어다」
라는 구절이 있었다. 당시에는 소년이었던 그도 지금은 스물 둘이 되어, 다소나마 양식의 육군에 대해서 배웠으나, 해군은 생무지였다.
그러나 이 남자는,
──하면 어떻게든 되겠지요.
라고 말하고, 선선히 응낙하였다. 야마다 이치노죠는 훗날의 아키요시(顕義)다. 메이지 원년에 육군소장이 되었으나, 메이지 육군을 좌지우지한 야마가타 아리토모와 죽이 맞지 않아 전직하였고, 후에 백작이 되었다.
신사쿠는 야마다를 포대장으로 삼고, 4명의 포수를 딸려주었다.
시라이시 저(邸)의 뒷마당은 바로 해협이다. 정확히는, 상당히 기묘한 구조로, 바다에서 배로 직접 저택에 들어올 수 있도록, 바다를 향해 현관이 나 있었다. 그 현관 건너편에, 헤이인마루가 닻을 내리고 정박하였다. 하얀 페인트로 도장한 선체가 눈부셨다.
「전원, 승선해라」
일동을 내보내고, 신사쿠는 홀로 남아 시라이시 세이이치로를 마주하고, 이미 몇 번이고 숙였던 머리를 이번에도 숙였다. 자존심이 하늘을 찌르는 이 청년이 머리를 숙인 상대는, 일생을 통틀어 번주 부자와 이 시라이시 세이이치로뿐이었으리라.
오우노를 부탁합니다」
라고 신사쿠는 말했다.
시라이시 세이이치로는, 신사쿠가 오우노를 데려왔을 때부터, 이미 사정을 짐작하고 있었다.
기실 시라이시 세이이치로로서는, 그보다도 신사쿠의 복장에 더욱 마음이 쓰였다. 바다로 향한 자들을 모두 소맷자락이 없는 기병대복을 입었으나, 신사쿠만은 평복이었다.
신사쿠는 몸을 일으켜, 즉시 현관으로 향했다. 그대로 바다로 나갔다. 거룻배는 시라이시 가의 하인이 저었다.
헤이인마루에 오르자, 다나카 켄스케가,
「다카스기 씨, 그 차림은」
이라 질문하였다.
이때의 신사쿠의 답변을, 다나카는 쇼와 14년에 병사하는 그날까지 세간에 전하였다.
무얼, 막부의 군함이 대여섯 척쯤 온다고 해봤자, 결국엔 좀도둑일 뿐이야. 내 부채 하나로 충분하네
──다카스기는, 부채 하나를 들고 군함에 올랐다.
다나카 미쯔아키는 그렇게 회상했다.
마침내 헤이인마루는 연기를 뿜고, 증기압을 높여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출항은 했지만, 그렇다고 신사쿠에게 뾰족한 수가 있지도 않았다.
(전쟁은 하루가 이르면 하루만큼 이익이 된다. 일단은 뛰어들고, 생각은 그 뒤에 해도 늦지 않아
라는 것이, 신사쿠의 지론이었다.
계획이 잡히지 않은 채로, 도중, 미타지리항에 기항하였다. 좁다란 만으로 들어가 나카노세키(中ノ関)의 도매상거리 근처에 닻을 던졌다. 이유는, 생각을 계속하기 위해서였다.


지금은 호후(防府)라는 시의 일부가 된 미타지리항은 죠슈번에서 두 번째로 큰 상업항구로, 300년간 번의 수군 기지였으며, 무카이지마(向島)라는 섬이 입구를 가로막고 있어, 내항에는 바닷물이 고여 냄새가 지독하다.
<도매상거리>라고 불리는 일대는, 바닷가를 따라, 거무튀튀한 판자를 댄 회조(回漕)도매상의 큰 점포가 줄줄이 잇대어 있다. 한 채는 사다나가 히사에몬(貞永久右衛門)이라는 상가(商家)로, 회조업 외에도 염전을 경영하였다. 덧붙이자면 당시 일본 전역의 염전은 해마다 약 5백만 석을 생산하였고, 그 중 죠슈번이 백만 석이며, 백만 석의 대부분이 미타지리 부근에 몰려 있었다. 사다나가 가의 염전은 개중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였으니, 그들이 축적한 부의 규모는 능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으리라. 사다나가 히사에몬은 상인의 몸으로 교양을 쌓아, 시모노세키의 시라이시 세이이치로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사방의 지사들에게 활동자금을 제공하였다. 당연히 신사쿠도 자별한 사이였다.
「다카스기 님은 평소와 분위기가 다르셨습니다」
유신 후, 히사에몬 부부는 그렇게 회고했다. 스윽 들어와서는,
──2층을 빌리겠습니다.
정중하게 말하고, 즉시 계단을 올라가 버렸다. 그 뒤로는,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다.
히사에몬의 처가, 차든 술이든 대접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히사에몬에게 조용히 상담하였으나, 히사에몬은 주저했다. 혼자 있도록 해주는 게 온당하리라고도 생각했지만, 결국에는,
──잠시 상황을 보고 오게.
라고 속삭여, 처를 2층으로 보냈다. 처가 발소리를 죽이고 올라가보니, 신사쿠의 몸이 거꾸로 서 있었다. 양다리가 천장을 향하고, 머리가 다다미 위에 놓였다. 양손으로 머리 뒤에 깍지를 꼈다.
「마치 에치고 사자(越後獅子)와 같은 모습으로, 양다리를 기둥에 걸치고 계셨답니다. 숨쉬는 일도 잊고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시는 모양이어서, 말없이 그대로 물러났지요」
신사쿠는 그런 식으로 한 시간 가량을 보냈다.
이윽고 내려와 조리(草履)를 신고,
──실례가 많았습니다. 다음에 또 찾아뵙지요.
라고 말한 후, 집을 나갔다. 또 찾아뵙겠다고는 했으나, 히사에몬이 신사쿠를 본 것은 이때가 마지막이었다. 문제의 한 시간 동안, 아래층에 자리한 히사에몬 가의 식솔들마저도 숨이 막힐 것 같은 무거운 공기에 짓눌렸다고 훗날 회상하였지만, 신사쿠가 그러한 분위기를 자아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 한 시간 사이에 신사쿠는 막부 함대를 격파할 전법을 매듭지었다. 이 남자의 생애가 짧았던 만큼, 신사쿠에게는 숙고하는 습관이 전혀 없어 사고의 궤적 또한 짧았다. 오히려 뛰어난 검객의 검술처럼 행동이 곧 사안이었고, 그의 때로는 비상하는 새, 때로는 잠수하는 물고기와 같은 행동의 진폭과 기복이 마치 숙려단행(熟慮斷行)한 결과라도 되는 듯 항상 정치상황에 맞아들어갔으며, 심지어는 그 다음의 상황을 촉발하는 촉매제의 역할을 하였으나, 미타지리의 사다나가 가 2층에서 보낸 한 시간은, 아마도 그의 일생에서 가장 긴 심사숙고의 시간이었으리라.
신사쿠는 헤이인마루에 뛰어올랐다.
군함은 증기를 뿜으며 출발해, 스호(周防) 연안의 다도해를 가로질렀다. 해상을 60km 가량 달리면, 남쪽으로 불쑥 튀어나온 가느다란 반도를 만난다. 반도의 끄트머리에 나가시마(長島)라는 섬이 인접했고, 반도의 곶과 섬 사이는 해협으로, 카미노세키(上ノ関)라는 오래된 항구가 있다. 그 카미노세키에 죠슈번병이 주둔했다는 사실을 신사쿠는 알고 있었다.
이 육전병은, 야마구치의 정사당을 작전본부로 하는 무라타 조로쿠(村田蔵六=오오무라 마스지로大村益次郎)가 파견한 병대로, 제 2 기병대의 이백여 명을 중심으로 하여 나머지는 현지의 지원병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대장은 하야시 한시치(林半七)라는 자였다. 신사쿠는 그를 군함까지 호출하여,
「이런 쪽배로」
라고, 자신이 타고 온 작은 군함의 뱃전을 두드려보이며, 그럴싸한 전쟁은 기대도 못하겠지만 하기에 따라선 안될 일도 없네, 라고 작전을 설명했다.
──군함으로 야습을 가한다.
작전의 골자였다.
(헤에, 그런 일도 가능한가)
하야시 한시치는 문외한 나름대로 그렇게 생각했다. 이 시대에 군함의 야습 혹은 야전이란 개념은 유럽에도 존재하지 않았으며, 항해술의 달인이라 해도 불가능한 일로 치부되고 있었다. 하물며 신사쿠는 예전에 해군을 다소 배웠다고는 하나 순 풋내기이며, 기관장인 다나카 켄스케는 오늘 처음으로 기관에 불을 때 본 토사 낭인이고, 포대장 야마다 이치노죠 역시 육군포를 좀 다루어봤을 뿐이었다.
「명심하게, 바다와 육지에서 협동해야 해」
신사쿠는 말했다.
그의 구상으로는, 하야시 한시치의 육군부대가, 야음을 틈타 오오시마에 상륙한다. 막부병대 2천은, 오오시마의 쿠가(久賀)에 주둔하였고, 막부함대 역시 쿠가 앞바다에 정박해 있었다. 신사쿠의 헤이인마루가 막부함대의 한가운데로 뛰어들어 한바탕 소동을 일으키면, 그 혼란에 편승해, 하야시 한시치가 쿠가의 산을 달려내려가, 막부병대를 습격한다는 것이었다. ……
「쉽게 말해 상대의 의표를 찌르란 말일세. 의표를 찔린 병사는, 설령 몇천이 있건 몇만이 있건 아무 짝에도 쓸모없어」
신사쿠는 하고 싶은 말만 한 후, 닻을 올리고 떠나버렸다. 하야시 한시치는 황급히 오오시마에 상륙할 준비를 했으나, 결국 신사쿠의 속도는 따라잡지 못했다.
당시, 막부 해군이 보유한 1000톤 급의 군함이라 하면, 마치 해상을 부유하는 성(城)과 같은 위용이었다. 1000톤 급의 군함 세 척, 포를 선적한 증기상선 한 척, 대형 양식범선 한 척이 쿠가 앞바다에 닻을 내리고 있었다. 그 밖에도 육전병과 물자를 운반하기 위한 화선(和船)도 무수히 정박 중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조심성 없게도, 하나같이 불을 끄고 기관을 정지시키고 있었다. 목욕탕의 물을 데우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무슨 일이 터지면 도무지 시간에 대질 못한다.
──섬그늘을 따라 모습을 숨겨가며 조심조심 접근하였다.
다나카 켄스케는 훗날 그렇게 말했으나, 한밤중에, 해도도 없이, 암초가 어디에 숨었는지도 모른 채 <조심조심 접근>하였다면 가히 천재적인 항해기술이라 하여도 과언이 아니겠지만, 신사쿠가 그런 류의 기술을 습득하고 있었을 리도 없다. 이 남자는 천부의 과 그 이상으로 천운에 기대어, 자신의 행동에 일말의 불안도 품고 있지 않았다.
후세의 우리가 진정 경탄해야 할 일은, 기회를 잡는 데 있어 희대의 천재라 칭해야 할 이 청년이, 사전에 머릿속으로 그렸던 청사진대로 실제의 상황이 전개되었다는 것이다. 막부함대가, 쿠가의 산을 배경으로 닻을 내리고, 불을 끄고, 잠들어 있었다. 더구나 어처구니없게도 선창으로는 불빛이 보란듯이 새어나왔다. 후지야마(富士山)함, 아사히(旭日)함, 야쿠모(八雲)함, 쇼카쿠(翔鶴)함에 이르는 각 전함은 모두 침묵에 휩싸여 있었다.
「딱 좋을 때 왔군」
이물에 선 신사쿠는 함포 쪽의 야마다 이치노죠를 돌아보고 말했다. 연회에 초대받아 막 술자리로 들어갔을 때와 다름없는 평온한 어조였다.
「돌입」
신사쿠는 명령했다. 헤이인마루는 전속력으로 돌격했다.
동시에 포문을 열고, 사격을 개시해, 쉴새없이 탄을 쏟아부으며 각 함의 사이를 종횡무진으로 누볐다. 마치 수면에서 춤추는 물맴이처럼 기민하게 움직였다. 눈앞의 벽을 쏘기나 마찬가지인 근거리였으므로, 포탄은 줄줄이 명중하여, 명중할 때마다 선상과 뱃전을 파괴하고 불길이 사방으로 흩날렸으며, 한편으로 헤이인마루에 승선한 패거리는 갑판 위에서 소총을 미친듯이 쏟아부었다.
막부함대의 선원들은 혼란에 빠졌다. 기관에 불을 때는 자, 갑판을 달리는 자, 함포에 달라붙는 자의 모습이, 포탄이 작렬할 때마다 보이긴 했으나, 포탄을 모두 탄약고에 보관하고 있었던지 제 1탄이 발사될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 사이, 헤이인마루는 우측으로 달리고, 좌측으로 날아 포착하기도 어려웠다. 막부함대 측도 가까스로 총포를 발사하였으나, 어둠으로 인해 작은 헤이인마루의 위치를 파악하지 못해 실수로 아군의 함을 포격하고, 피탄한 함이 보복 포격을 가해, 후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오히려 그로 인한 피해가 더욱 막심하였다.
그 사이, 신사쿠는, 칼을 짚고 줄곧 선수에 서 있었으나, 막부함대의 연돌에서 드디어 검은 연기가 쏟아지기 시작하자,
「이제 됐겠지」
라고, 조타수에게 말하여, 포문을 닫고, 모든 등화를 끄고 어둠에 녹아들어 잽싸게 도주하였다.
이 직후, 막부함대는 허둥지둥 닻을 올리고 기껏 점령한 오오시마를 버리고, 죠슈번의 해역에서 멀리 떨어진 동쪽으로 이동했다.
이틀이 지나서, 신사쿠가 지시한 대로 하야시 한시치의 육군부대가 오오시마의 각지에서 막군을 습격하여, 격전 끝에, 막군을 완전히 몰아내고 말았다.

이것이 사경전쟁, 즉 제 2차 죠슈정벌전쟁의 기치를 본격적으로 올린 오오시마 탈환 작전이다. 좀 길긴 하지만 너무 어이가 없어서(...) 전부 번역했음. 함장도 쌩초보, 기관사도 쌩초보, 포대장도 쌩초보, 쌩초보가 삼위일체로 모여 생각도 안 하고 냅다 뛰쳐나와선 일을 정말로 쳐 버리면 어쩌자는 거냐 이 인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역시 천재는 다르달까 아니 저건 걍 파천황이랄까 뭐라 표현할 수단이 없달까)
덤으로 말하자면 저 오텐토사마마루는 신사쿠가 번의 의향도 묻지 않고 독단으로 구입한 것이다. 누가 쟤 좀 말려봐요 orz

덤. 헉, [번역]자 단 100번째 글이었다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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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eN 2007/07/16 23:32
멋집니다, 신사쿠. 그야말로 전광석화네요. 남들 반밖에 안 되는 삶 동안 남들 하는 거 두배 이상을 해내려다보니 그런걸까요, 일 처리 하는 하는 속도가(그리고 사고 치는 속도도) 장난이 아니군요. 그런 주제에 모에도는 남들의 제곱(...)

그나저나 슬슬 저도 다카스기 신'사쿠'의 비쥬얼이 신'스케'로 보일락 말락 합니다. 게다가 더 파고들 수록 달라지기는 커녕 점점 더 확신을 가지게 될 것 같은 불안감이...
수정/삭제
KISARA 2007/07/27 12:44
다카스기 신사쿠의 유쾌함을 지금 반의 반도 세상에 노출 못 시키고 있습니다. <세상을 사는 나날>은 한 번 직접 읽어보심이 어떠할런지요. 후후후후.
수정/삭제 댓글
Ash 2007/07/28 15:30
세상에! 다카스기 신사쿠는 뭐라고 말할 수 없는 사람이로군요.
짧은 명줄만 빼면 하늘이 운이고, 재능이고, 인복이고 다 내준 걸까요?
......저거 소설이죠? 실제로는 초보가 아니였겠지. 설마 그렇겠어요. 하하;
그보다 저도 신사쿠의 비쥬얼이 신스케로 보이기 시작해요.
왜 제 머리속에선 기관지가 약해서 둘둘 말고 다녀야 될 사람이
(차가운 바닷바람 실컷 맞고 있을 저 작전속에선 특히)
어째서 반쯤 벗고 오른손으론 부채를 부치고
다른 손으론 담뱃대 꼬나물고 씨익 웃고 있는 거랍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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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ARA 2007/08/01 12:32
아뇨, 실제로도 쌩초보였던 거 맞습니다. 시바탱이 신사쿠를 엄청 편애하는 건 사실이지만 딱 석 달인가 항해술 좀 배우는 시늉만 하다가 뱃멀미 난다고 때려치고 튀었거든요. 저 따위로 말도 안 되고 상식으로도 믿을 수 없는 일을 해냈으니까 일본 역사에 길이길이 남은 거긴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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