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forgivable Sinner.

삼국남자킬러연의 | 2007/07/25 02:47

안 그래도 진삼 때문에 잘못 박힌 이미지 불식하느라 힘겨워 죽을 판에 진삼스럽게 미소년인 육손이 미야노고 공명 선생이 코야삥이란 걸 알자마자 180도 돌아 광속으로 내뺐던 강철삼국지의 시놉시스를 엉뚱한 데서 구르던 중 우연히 주워듣고 쳐웃다 죽을 지경이 되었다. 이렇게까지 화끈하게 역사고 지랄이고 무시하고 독단깽판을 치겠다는데 웃자 웃어야지 별 수 있나.
근데, 저 말입니다만, 옥새에 씌였네 힘에 눈이 멀었네 굳이 갖다붙이지 않아도 손책은 원래가 살짝 미친 인간인뎁쇼(...).

덤으로 내가 모르는 사이에 일기당천 2기(부제가 무려 Dragon Destiny. 드래곤 데스티니!!! [개폭])가 나와 있었다. 오오, 작화니 액션이니 상당히 괜찮아졌구먼?
역시 여자애들 옷 좀 고만 벗겼으면 쓰겠고 명색 조조 님 팬으로서 이마에 힘줄 빠직 돋는 전개이기도 하지만 - 나는 창천항로 버전 이외의 조조 님을 인정할 수 없는 몸이다. 어쩔 테냐 - 관우 누;님이 흑발 스트레이트 미인이고(이년아;) 손책에게 1800년 전부터 오늘날까지 죽어라고 휘둘리는 주유가 그저 귀여워서 챙겨보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결국 조조 님에게 제일로 일편단심 품은 사람은 돈형이란 이 유쾌한 결말을 어쩌면 좋으리. 데굴데굴데굴.
기실 나는 이 문장 하나로 일기당천의 모든 바보스러움과 뻘함을 용서할 수 있는 가벼운 여편네인지라.
'──1800년 전의 주유 공근은 손책을 지키지 못했다'.

그 말 때문에 갑자기 생각난 케케묵은 옛날 고리짝 SS.

"──이대로, 아무런 생각도 못할 만큼 안아줄까?"
".........."
".........."


"야, 야, 관둬라 관둬. 무리하지 말어. 나랑 얼결에 사고치곤 울고 불고 난리쳤던 주제에."
"....누가 울었다는 거야 누가."
"바로 넙니다. 원 세상에, 다시 생각해도 어이가 없네. 당한 건 나고 하반신이 지끈지끈 쑤시는 사람도 난데 아 글쎄 이 자식 지가 먼저 눈물을 뚝뚝 떨구기 시작하잖겠어. 우는 앨 호통칠 수도 없고 한 대 갈겨주기도 뭐하고, 그뿐이면 차라리 낫겠는데 충격이 한계치를 넘었는지 심지어 유아기로 퇴행해 버렸잖아. 미안하다고 미안하다고 쉴새없이 되풀이하면서 달라붙어서 울기만 해도 골치아파 죽을 판이구만 쓸데없이 얼굴은 이뻐갖고 뭔가 내 쪽이 엄청 죽을 죄를 저지른 기분이 들겠지. 이야- 내 태어나서 그때만큼 허둥대본 적이 없었다. 필사적으로 너 껴안고 토닥이고 싹싹 빌다시피 달래줬던 이 형님한테 무릎 꿇고 감사해라."
"뭔가 그 회상, 군데군데가 격심하게 날조된 듯한 기분이..."
"이 바닥에선 먼저 말 꺼낸 놈이 이긴다. 신경 꺼."
"무슨 수로 신경을 끄라고?! 남의 추태를 멋대로 창작하지 마! 게다가 뻔뻔스럽게 제 입으로 날조를 인정하기까지! 도대체 인두겁을 얼마나 둘러썼으면!"
"아니, 그러니까 무리하지 말래도."
".........."
"이래봬도 나 말야, 널 무지무지 소중하게 여긴다고? 우리 귀여운 의동생."

".........치사한 놈."
"나 원래 치사해. 후아- 왠지 지쳤어. 나 그만 잘란다. 말해두지만 아침까지 꼭 붙어 있어라? 일어났을 때 옆에 없으면 그날로 죽음이야."
"무식하게 힘만 센 네게 한 방 맞았다간 말 그대로 뼈도 못 추릴 테니, 할 수 없군. 아침까지 있어 주마."
"우와, 귀염성이라곤 없어요. 그럼, 잘 자라."
"─좋은 꿈을."

나의 미주랑에 대한 최대 모에 포인트는 그가 궁극적으로 '실패한 남자'라는 데 있다는 걸 문득 상기했다. 모든 것을 다 갖추었으면서도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건 끝끝내 지키지 못한 남자.
손책이 그 짧은 생애 동안 가장 끔찍하게 고생했던 3년간 옆에 있어주지 못했고 손견이 비명에 가면서부터 미묘하게 엇나가기 시작한 의형을 잡아주지 못했고 마침내는 임종 자리조차 지키지 못했지. 그럼에도 백부가 어딘가에서 스텝을 잘못 디뎠다는 걸, 극히 사소하지만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걸 캐치할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주유뿐이라는 것이야말로 그가 받아야 할 형벌이다. 인력으로 어찌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으되 죄는 죄.
여기서 뭔가 연상되는 물건 없으신지요? 그렇다. 미스틱 리버.
취미가 매우 훌륭한 모 창천항로 사이트에서 S가 읽다가 모에로 거의 발광할 뻔했던 문장이 이거였다. 周瑜の咎は、ミスティックリバーの連れて行かれる親友を助けられなかった少年たちのそれと同じもの。どうしてあの手を離してしまったんだろうという後悔。孫策は変わってしまった。それでもその手を離せないし、彼がすがる相手が自分だけであるということに悔恨と同じくらい幸福を感じてもいる周瑜。헉, 이 사람 날 죽일 작정이다...! (후덜덜덜덜덜덜)

유책은 사실 잤어도 상관없고 안 잤어도 상관없지만(...) 기왕이면 한 열 다섯 때쯤 레슬링 혹은 푸드파이트의 연장선상에서 딱 한 번 일선을 넘은 적이 있기를 희망한다. 주유에게는 지금껏 심각한 트라우마. 더구나 원술 휘하에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버린 후로는 죄책감과 예전 나 역시 똑같은 짓을 한 적이 있었다는 자기 자신에 대한 어긋난 혐오감이 겹쳤다. 손책의 미묘한 울증을 제대로 꿰뚫어보고 있는 건 주유뿐이고, 허공에 뜨기 십상인 친우를 지상에 묶어두자면 사실 몸으로 위로;하는 게 제일인 줄도 잘 알지만, 절대로 손가락 하나 대지 못한다. 그에게 있어 손백부는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보호하고 지켜야 하는 대상이니까. 그리고 당연하지만 손책은 훤히 알고 있어서, 거기에 관해선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 거고. 누가 뭐라고 하건 주위에 어떻게 보이건 주유는 그의 소중한 <동생>이므로.

사실 소화하고 싶고 해야 할 네타는 산더미다... 문재가 없어서 그렇지 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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