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ear Sly Rabbit.

무한번뇌의 소용돌이 | 2007/08/05 23:34

벅스 버니(Bugs Bunny). 두 말하면 입만 아픈 워너브라더스 루니툰즈의 간판 스타이자 미국 애니메이션의 대표적 캐릭터.
이 친구에 대한 어른들의 광적인 열광은 거의 대략 정신이 멍해질 수준이다. S가 교보에서 룰루랄라 뒤적였던 헐리우드의 역사를 다룬, 맞으면 댑다 아플 것 같은 두께 8센티미터짜리 책에 등장한 유일한 애니 캐릭터는 놀랄 일이지만, 우리가 제일 먼저 떠올릴 미키 마우스가 아닌 벅스 버니였다. 미국의 모 마케팅 평가 회사가 실시한 리서치에서 벅스의 점수는 50점으로 미키의 43점을 상회했고, 1997년 32센트짜리 우표에 등장한 최초의 만화 캐릭터 역시 벅스 버니였음을 아시는지? 2002년 잡지 TV Guide가 창간 50주년 기념으로 게재한 50대 카툰 캐릭터 리스트에서 당당히 톱을 차지한 것도 벅스 버니였다. 국내에서 벅스 버니 대소동이란 제목으로 출시된 The Best of Bugs Bunny의 특전 영상에서 웬만큼 다 알 만한 유명인들이 총출동하여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벅스 버니야말로 나의 우상이었다고 입에 거품 물고 떠드는 광경까지 보면 슬슬 기분이 아햏햏해진다. 심지어 이 불량 회색 토끼는 미국에선 영웅 대접까지 받고 있다. (하여간 양키들이란;)

벌써 옛날에 커밍 아웃한 마당에 뭘 감추랴? 나 역시 벅스 버니를 사랑하고 있다.
위대한 지휘자 벅스폴트 스토코프스키(Long-Haired Hare)/변호사(From Hare to Heir)/마타도르(Bully For Bugs)/1인 9역의 만능 메이저리거(Baseball Bugs)/피아니스트(Rhapsody Rabbit)/칩 반쪽으로 시작해 단숨에 상대의 주머니를 탈탈 털고 재산을 거덜내는 프로급의 도박사(Mississippi Hare) 그 외 기타 등등등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천의 얼굴과 끝없는 재능의 소유자, 골프가 18홀을 밟는지 18홀을 도는지도 깜깜 무식이던 주제에 눈이 핑핑 도는 사기술과 현란한 말빨로 골프의 원조인 스코틀랜드인을 찜쪄먹을(My Bunny Over Lise The Sea) 정도의 노련한 천재적 사기꾼, 감독 말로는 언제나 당한 걸 갚아줄 뿐이라지만 10배 이하로 돌려주는 꼴은 본 기억이 없는 - 심지어 Wabbit Twouble에선 그저 휴가 나온 죄밖에 없는 엘머를 순전히 재미로 작살내놓는다; - 성질 더럽고 못돼처먹고 악랄하고 인정도 사정도 없는 7대 죄악의 제왕, 걸핏하면 아무 남자나 붙들고 마우스 투 마우스로 뜨거운 키스를 퍼붓고 여장 한 번 했다 할라치면 모든 남자를 순식간에 매료하며 (정말 징그러울 정도로 예뻤던 What's Opera, Doc? 의 브륀힐데 벅스도 그렇지만 Hillbilly Hare의 벅스는 환장하게 요염하다. 직접 확인해 보시라) 노골적으로 게이-드랙퀸 성향을 보이는 염치없고 뻔뻔하기 짝이 없는 생물, 지하에서 참으로 근사한 문화적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브루클린 출신의 능글맞고 우아한 뉴요커 잡것인 이 토끼는 정말로 보고 보고 또 봐도 미칠듯이 사랑스럽다. 오죽하면 내가 영원한 동지 휠스 양을 달달 볶아대 무려 이런 일러스트마저 그리도록 만들었겠는가. 훗.

1년 이상을 득득득 긁어댄 끝에 휠스 양에게서 작년(...) 생일 선물로 울궈낸 벅스 버니 의인화도.
(실은 이걸 자랑하고 싶어 포스팅했다는 말은... 절대로 못하지)
(하단의 대사는 불멸의 걸작 What's Opera, Doc? 의 벅스의 유명한 펀치라인이다)

인간이라면 절대로 30대 이상. 키는 중간 정도의 헤비 스모커(당근 대신 담배)로, 안경은 내키면 끼고, 당근 주스를 즐기고 항상 불사조 버금가는 괴상망측한 책을 읽고 있고, 학구파인지 뭔지 알 수는 없지만 쓰잘데없는 잡다한 지식은 끝발나게 많고, 말발은 죽여주게 현란하고, 어디서 어딜 봐도 틀림없는 남자인데도 어째선지 여장은 기막히게 어울리고, 아무한테나 마우스 투 마우스로 딥키스해대고, 사기치기와 스커트 팔랑거리며 나타나 순진한 남자 꼬시기가 취미인 천하의 옴므파탈. 오옷 취향이다! (어이)
하여간 본 일러스트 및 인간 설정까지 봐 주신 분들께 과감하게 한 번 더 커밍아웃하겠다.

Under the Violet Moon은 대피×벅스를 지지합니다.
(저 미묘한 시선 처리 이퀄 이 둘의 역학 관계. 어 눈물 난다)

결국 거기까지 갔느냐고 흰눈으로 바라보는 당신, 내가 아무리 동인녀라고는 하나 결코 자력으로는 가지 않았습니다. 정말이라니까! 원래 양키 센스가 좀 강하긴 하지만 이건 순전히 루니툰즈 얼티밋(...) 비주얼 가이드 탓이다. 거기 옷상, 제발 부탁인데 '대피 VS 벅스'에 한 장 다 할애하지 말란 말이지!

'친구를 가까이 두되, 적을 더욱 가까이 두어라'. 대부 2에서 마이클 콜레오네가 던진 충고는 대피 덕을 설명하기에 가장 적합한 관점이라 할 수 있다. 한때 벅스 버니의 열렬한 찬미자였던 오리는 좌절한 라이벌로 발전하였다. 그와 벅스가 팀을 짤 때마다─대개는 사냥 시즌, 쇼 비지니스, 그리고 오지로 모험을 떠날 때이다─어떻게든 벅스를 능가하고 싶어하는 대피의 광적인 갈망은 끝간 데를 모르고 치솟기만 한다.

대피가 자신의 다크사이드(...)를 백일하에 드러내놓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의심할 여지 없이 이 토끼이다. 지옥의 저주도 멸시당한(scroned) 오리의 저주만은 못하리. 아니 그슬린(scorched) 오리였나? 에이 모르겠다. 아무렴 어떤가. 그는 토끼의 열성적인 팬들을 질투한다. 그는 토끼의 쿨하고 우아한 몸가짐을 질투한다. 그는 심지어 토끼의 귀마저도 질투한다.

- Written by 제리 벡(Jerry Beck), From Looney Tunes The Ultimate Visual Guide

맹세컨대 원문에서 그대로 옮겼다. 제, 제리 벡... 내가 모짜르트-살리에리 관계라면 껌뻑 죽는 줄 알면서 저지른 짓이냐 이건!!? 더구나 지옥의 분노~ 운운은 무려 윌리엄 콩그리브가 1697년에 <애도하는 신부>에서 쓴 이후 영어의 관용어구가 된 <하늘의 분노도 미움으로 변한 사랑처럼 무섭지 않고/지옥의 저주도 멸시당한 여성의 저주만은 못하다>의 패러디. 이봐이봐이봐이봐! 이걸 어떻게 해석하라는 거요!! ;;;;
이래서야 태초의 이브 8명 중에서 혼자 엇나간 여자의 DNA를 이어받은 썩은 자매의 멤버로서 닥치고 버로우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내가 잘못된 게 아냐. 세상이 썩었어... OTL

휠스짱이 MSN에서 그려준 대피 의인화 버전을 공개할 수 없는 게 눈물나게 유감이지만 하여간 인간이라면 이쪽은 무진장 신경질적인 20대 후반의 흑발 총각. 영리하고 똘똘하고 쿨하고 샤프하려고 노력'은' 하는데 모 토깽이에게 농락당해 다크서클은 365일 세 겹으로 지고 다크사이드의 오라가 지면을 시커멓게 물들이고 있는, 갖은 수로 반격은 하려고 애쓰지만 밟히거나 자멸하거나 둘 중의 하나인 가여운 인생. 손도 못 잡아봤어도 허구헌날 상대에게 기습 키스나 당해도 攻. (爆)

벅스와 대피의 우열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파워 게임 - 뭔 짓을 어떻게 해도 항상 벅스는 이기고 대피는 지는 - 으로는 역시 사냥 3부작(Rabbit Fire, Rabbit Seasoning, Duck! Rabbit! Duck!)이 최고봉이다. 우아한 말장난의 심리 게임을 원한다면 Rabbit Seasoning을, 좀 더 폭력적이고 난폭한 대결을 원한다면 Rabbit Fire를 보시라. 무엇보다 Rabbit Fire에는 벅스를 연기하는 대피와 대피를 연기하는 벅스가 나온다. (아무리 생각해도 멜 블랑크는 굇수다;) Duck! Rabbit! Duck! 은 앞의 두 편에 비하면 강도가 좀 약하지만 벅스의 씨잘데없이 요염한 포즈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음.
그러나 S가 가장 사모하는 척 존스-마이클 몰티즈 콤비의 대표작 중 하나이자 위대한 카툰 TOP 50에서 무려 2위를 차지한 Duck Amuck이야말로 진정한 SM 플레이(...)가 뭔지를 제대로 보여주는 걸작이다. 대피가 어떻게 쥐여사는지 궁금하신 분도 그렇지 않은 분도 필견의 가치가 있음.

덤. 소울 메이트 H짱과의 문란한(...) 대화 끝에 포키->대피->벅스가 될 위기에 처함. 나는 축생들로 대체 어디까지 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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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lls 2007/08/07 01:48
...일단 공영방송은 닥치고 저거 재방송이나 해줬으면 좋겠소.. 화질 좋게 좀 보고 싶어. (눈물) 랄까 추억의 툰 애니들은 다 어디로 사라진거지. 역시 SM 수위가 너무 높다고 다 짤리는 건가!!! ㅠㅠ

그리고 자네가 기염을 토하던 비주얼 가이드북의 정체성이 정말로 궁금하니 번역해라. 말리지 않는다. (진지) 랄까, 그 7대 마왕(틀립니다)도 불어줘. 읊어줘. 그것이 인생. 아아, 그대는 아메리카의 우상. 역시 수틀린다고 모 국에 냅다 미사일 날리던 악의 근원 답구나. 우상이 왜 저따구야. (...) 매우 훌륭한 취향인데 2차원 한정시켜줘. 마이갓.

장문의 멋진 글 매우 즐겁게 읽었소이다. 1년의 숙성기간이 있어서인지 한층 감칠맛 나는구려. (笑)
...그런데 포키->대피->벅스는 그리 문란한 것 같지 않은데... (랄까 오피셜 아닌가, 중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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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ARA 2007/08/17 11:22
DVD 사. (상큼)

공영방송 해주면 나도 좋지만 벅스와 대피는 멜 블랑크 씨가 아니면 안 된단 말이다! 아마존 가면 골든 컬렉션이라고 있어! 눈 딱 감고 그어!!
그대가 원한다면 비주얼 가이드 까짓 번역 못하려냐만은 건 그림을 봐야지 산단 말이다. 그러니까 것도 하나 사라. (...)

2차원 한정 요청 콜에 열렬하게 찬성. 저놈의 토끼가 국민적 영웅인 시점에서 미국은 역시 잡놈의 나라야. 글렀어.
오피셜... 이냐? 오피셜이겠지? 나 썩은 거 아니지? (글썽글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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