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터가 끼여도 정도가 있다.

너희가 막말을 아느냐 | 2007/08/23 01:46

은혼 13권 110훈에서 부장이 타에 언니에게 말했다.

"헌데 곤도 씨는 어때? 9시 월요 드라마 얼굴이지 않아? 몇 번째 프로포즈 얼굴이지 않아?"

이 대목이 하도 마음에 걸려 나름대로 조사해 봤다. 위 대목의 9시 월요 드라마(원문에서는 月9)는 후지 테레비의 월요일 9시 연속 드라마를 가리키는 말이다. 1987년 이후 젊은층을 주된 타겟으로 하는 도회적이고 자유분방한 러브 스토리를 줄줄이 히트시킨 소위 '트렌디 드라마' 붐의 주역으로, 유명한 작품으로는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도쿄 러브스토리(東京ラブストーリー)>, <야마토나데시코(やまとなでしこ)>, <러브 제너레이션(ラブジェネレーション)>, 그리고 <백한 번째 프로포즈(101回目のプロポーズ)> 외 기타 등등. 한 마디로 기무라 타쿠야(이 시간대 최다 레귤러 출연자 중 하나다) 같은 뺀들뺀들한 면상의 선남선녀들이 무더기로 나와 사랑타령을 하는 물건이 주된 상품인 시간대란 거다.

...그러니까... 부장에겐 국장이 ↑저런 드라마에 나올 법한 사내답고 당당하고 잘생긴 얼굴로 보인단 얘기...?
당신 눈엔 그 텁수룩한 고릴라가 기무라 타쿠야라던가 미카미 히로시 같은 멀끔한 미남으로 비치는 거야...?

──야 이 바보야 정신 좀 챙겨어어어어어어!! 당신이 무슨 지 새끼 밍크털이라 우겨대는 고슴도치 엄마야!? 곰보도 째보도 마냥 이쁘게만 보이는 불치병에 걸렸냐!? 대체 콩깍지가 안구에 몇 겹으로 낀 거냐!? 그 눈은 썩어빠진 옹잇구멍이냐!!!

혹여 부장은 자기 미모에 자각도 전혀 없고 국장 같은 얼굴이 아닌 게 내심 콤플렉스이진 않은가 하는 무우우우우우진장 불길한 예감이 들어버렸다. 그래 당신, 뮤즈 님 말씀마따나 왜 주변에서 남자들이 설탕에 개미 꾀듯 줄줄이 덤벼드는지 절대 이해 못하지? 자기가 동성에게 성적 대상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사실 따윈 저어기 안드로메다 너머의 개념이지? 관료들이 국장 제쳐놓고 혼자 오라고 호출해도 무슨 일인지 전혀 짐작도 못하고 졸랑졸랑 가 버릴 거지? 아이고 두야 어디까지 불모한 거야 이 남자!!
긴상 제발 부탁인데 이 인간 얼른 건져가서 기절할 때까지만 토야코로 후드려패줘요 당신 어차피 스팽킹 플레이가 취미였잖아 OTL


덤. 욕지거리는 실컷 했지만 부장의 명예를 위해서 좀 더 부연하자면, '몇 번째 프로포즈'의 네타일 <백한 번째 프로포즈>는 당초 '트렌디 드라마에서 가장 동떨어진 남자' 다케다 테츠야(武田鉄矢)를 주연으로 기용해 시청자들을 모조리 힉겁하게 만들었던 물건이다. (확실히 연애 드라마에서 보통 기대할 관상은 아니었다;) 다케다는 여기서 99번이나 선을 봤지만 줄줄이 실패한(...) 별볼일 없는 마흔 둘의 중년 호시노 타츠로(星野達郎)를 연기했는데, 무려 12살 연하의 첼리스트에게 홀랑 반해 앞만 보고 폭주하는 그야말로 '연애 터미네이터(恋愛ターミネーター)' 같은 역이라고 한다. ...뭐야 이거 완전히 곤도 국장이잖아? ;
그러니까 호시노=곤도라는 관점에서 백한 번째 프로포즈 얼굴이라 한 거라면 부장의 미적 감각에는 별 이상이 없다고 봐도... 될 리가 없지. 운을 뗄 때 월9 얼굴이라 말하고 들어가 버린 이상 당신한테 구원은 존재하지 않는다. Thumbs Down.

덧붙이자면 다케다 테츠야는 가수 겸 탤런트 겸 배우 겸 작사가로 유명한 중견 연예인인데 이 사람 진짜 굉장하다. 고등학교 시절 시바탱의 <료마가 간다!>를 읽고 너무나 감명을 받은 나머지 이끄는 그룹 이름도 <해원대>라고 짓고 자신이 료마가 사망한 나이인 33살이 되었을 때(1982년) 그룹을 해산시켰대나 어쨌대나. 어이어이어이어이어이어이 중증에도 정도가 있잖아!! (1994년에 재결성해서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는 모양이지만) 그리고 이 사람이 맡은 가장 유명한 역이 뭐냐 하면 바로 <3학년 B반 킨파치 선생>의 사카모토 킨파치(坂本金八) 선생이다. ....그렇다. 3학년 Z반 긴파치 선생의 모토네타다. 소라치이이이이이이이!!!!!!
(설마 그래서 즈라는 학생인데 못상은 수학교사인 거냣!?)

top
Trackback Address :: http://kisara71.cafe24.com/blog/trackback/2314913
수정/삭제 댓글
ymir 2007/08/23 10:34
나름 타에씨한테 국장님 점수 올려주고는 싶은데, 자기 미적감각으로 봐도 곤도 놓고 미남이라고는 못 하겠고, 그래도 칭찬은 좀 해줘야겠는데 할 말이 없어서 찾아낸 칭찬거리였겠죠. '몇 번째 프로포즈' 소리에서 히겁했거든요. 그래 아무리 당신 눈에 콩깍지가 덮여서 그 인간을 인생의 최고가치로 놓고 있어도 차마 이사오땅 잘 생겼다 소리는 못하는구나 싶어서 안구에 습기가 막... ㅠㅜ
게다가 은근히 101번째 프로포즈, 순애(...)에다 해피엔딩이기까지 합니다. 99번 선봐서 99번 다 차인, 얼굴도 키도 직업도 참 봐줄 데 없는 추레한 노총각(...)이 100번째 선본 상대한테 홀라당 반해서 구혼했지만 또 차이고, 거기서 완전히 사랑에 죽고 사랑에 사는 폭주기관차로 돌변해서 끝끝내 그 여자에게 YES를 따내고 마는...... 곤도의 해피엔딩을 바라는 부하의 나름 애절한 염원일지도요.(.....)

.......근데 긴상, 묶는 취미인줄 알았는데 때리는 취미였어요?(.....)
수정/삭제
KISARA 2007/08/23 11:22
위에서 저렇게 갖은 욕은 다 해놨지만 실은 타에 씨가 월9 같은 연애를 하고 싶다고 했는데 아무리 부장 눈에 콩깍지가 꼈어도 월9에 국장을 결부시킬 수가 없으니까 급한 대로 백한 번째 프로포즈를 들고 나온 거라 생각합니다 (깔깔깔) 정말 눈물 나죠. 끌끌끌.
(하지만 역시 부장 미적 감각에는 문제가 있을 거라 봅...쿨럭)

아, 묶는 취미야 물론 디폴트고(...) 18권 변호사 에피소드에서 부교와 검사와 변호사와 피고가 모두 나란히 모여앉아 AV 볼 때 긴상이 스팽킹 플레이에 눈을 번쩍거리며 덤벼들었거든요. 뭐 작가 공인의 새디스트 아닙니까. 묶고 때리는 건 기본 옵션입지요 와하하하하하하 (야)
Writ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