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 겨우 10월 10일에 댔다. (털푸덕) 아 홈 방치하는 거 순식간일세. 먼 눈.
이하, 여기에서 실례해 온 <문장수련을 위한 40개의 단문제(文章修行家さんに40の短文描写お題)>에 의한 긴상 생일축하용 SSS입니다. 원칙적으로는 한 개 당 65자 이내여야 하지만 S의 문재가 부족한 관계로 과감하게 무시했다. (야!) 긴상에 대한 나의 로망을 최대한 투여하긴 했는데 이상하게 긴히지 테이스트가 유난히 많은 건 쓰는 인간 성향이 그래서 어쩔 수 없고, 통상 버전과 하코다테 버전과 S의 독자적 설정이 뒤죽박죽이고 막판에는 본인도 얼레리꼴레리한 정신 상태로 마구 갈겨댔으므로 그냥 알아서들 대강 봐 주시면 기뻐합니다. 본디부터 없는 문재를 분위기로 때워보려고 하는 여자가 별 수 있냔 말이지;
어쨌든 시작합니다.
결과물이 이런 거라서 그저 미안합니다;
01. 고백(告白)
이 칼이 닿는 범위는 내 나라다.
그리고 내 것에 손대는 놈은 막부건 천인이건 사정없이 베어버릴 뿐이야.
어, 무슨 상관이냐고?
되게 미안한데, 저기서 날뛰고 있는 동공 풀린 오빠 말야, 쟨 내 거거든.
02. 거짓말(嘘)
"에- 또, 뭐더라? 진선조 명예 부장 히지카타 토시ㄹ....토시조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한다고요 요녀석들아."
날구라를 치려거든 그 썩은 동태눈깔부터 어떻게 좀 수습한 다음에 해라 이 새끼야!
그리고 그 이름은 또 뭐야, 니놈은 내 형이냐!?
03. 졸업(卒業)
몸 하나만 달랑 들고 전장을 이탈한 날은 울긋불긋한 단풍이 온 산을 물들이고 있었다.
졸업 시기를 한참 놓친 못난 제자는 은사에게 늦은 작별인사를 고했다.
04. 여행(旅)
마사무네 파르페를 찾아 떠나는 혼자 예정의 여행에 꼬맹이 둘에다 개 한 마리까지 붙어 버렸다.
해결사 3인조 플러스 알파, 크고 작은 소동에 일일이 휘말리며 서서히 북상 중.
05. 배우다(学ぶ)
침대 옆에 난삽하게 내팽개쳐진 옷가지를 보자니 한숨만이 나왔다.
빌어처먹을 꼬불머리가 얽히면 안 그래도 없는 학습능력이 바닥을 뚫고 곤두박질치는 자신을 멍석말아 패주고만 싶었다.
06. 전차(電車)
처음엔 분명히 센다이를 향해 출발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어느 틈엔가 전차는커녕 길도 제대로 안 뚫린 깡촌까지 꾸기적꾸기적 와 있었다.
어이어이, 이쪽이 맞긴 맞아?
지금은 수십 년 묵은 비녀의 임자도 단박에 찾아낸 이누가미(犬神)의 경이로운 후각을 믿는 수밖에.
07. 애완동물(ペット)
0.3mm 내외의 일정한 두께로 얇디 얇게 썰린 오이 앞에서 스스로에게 박수갈채.
오늘도 애교라곤 눈씻고 봐도 없는 검은 고양이의 피부 건강을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08. 버릇(癖)
가다 옷깃만 스쳐도 성별과 나이와 미추와 종족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제 오지랖에 쑤셔박고 보는 것. 그 남자의 가장 못된 버릇.
09. 어른(おとな)
뒤끝 없고 집착 없고 미련도 없는 어른의 드라이한 관계도 좋다만, 이젠 그만 다음 단계로 넘어가 보지 않으실랍니까 요녀석아.
10. 식사(食事)
하루에 식어빠진 감자 한 개라도 입에 들어가면 감지덕지하던 게 불과 몇 년 전 일이다.
그에 비하면야 지금은 지상천국이지 뭔가.
"그딴 말은 애들한테 하루 세 끼 꼬박꼬박 챙겨먹인 다음에 지껄여라 그러고도 보호자가 맞냐아아아아아아아아아!!!!!"
11. 책(本)
평생을 두고 간직할 가치를 지닌 책은 오로지 단 하나.
그 한 권이 라면 국물에 푹 절었을 때 그저 막연하게, 무언가가 완전히 끝나고 말았음을 깨달았다.
12. 꿈(夢)
칼 한 자루로 어디까지라도 갈 수 있으리라 믿었던 시절도 있었다.
13. 여자와 여자(女と女)
모가지를 비틀 기세로 어깨에 매달려 부비적대는 핑크빛 머리를 쓰다듬으며 문득 생각했다.
푸르뎅뎅하게 썩고 벌레에 파먹혀 형체도 알아볼 수 없었던 그 애가 살았다면, 지금 이 소녀의 나이.
14. 편지(手紙)
별의 바다를 누비는 아빠가 보낸 편지의 말미에는 언제나 그렇듯이 정해놓고 협박문 한 줄.
<우리 사랑스럽고 귀엽고 깨물어주고픈 딸내미한테 손가락 하나라도 대는 날엔 너희 두 놈을 산 채로 튀겨버리겠다>.
걱정도 팔자십니다 아버님. 마음 탁 놓으시죠.
손 대이고 있는 건 명백히 우리거든요. 랄까 오히려 폭행이지.
15. 신앙(信仰)
"나는 진선조와 함께 살고 진선조와 함께 죽을 뿐이다."
─이봐.
예까지 와서도 고릴라는 여전히 너의 신앙인 거냐.
16. 놀이(遊び)
오늘의 피와 살이 터지는 혈투의 행방은 육대 사로 백야차가 쪼매 우세하구마. 자 자, 꼬물댈 시간이 어딨노. 어서들 걸그라 걸어!
오가는 눈빛으로 일시 휴전을 약조한 백야차와 마왕은 내기를 선동하고 있는 시커먼 천연파마의 뒤통수에 조준을 맞추었다.
유혈 사태 발생까지 10초. 카운트다운 스타트.
17. 첫체험(初体験)
"어때요 오오구시 군, 신천지를 경험한 소감은?"
"죽어버려어어어어어어엇!!!"
18. 일(仕事)
격무와 수면 부족과 스트레스의 삼중고에 짓눌리다 그예 길 한복판에서 KO당한 진선조 부장을 둘러메면서 해결사는 툴툴거렸다.
아 그래 마음 넓은 내가 주워가 줘야지 어쩌겠누.
19. 화장(化粧)
스킨, 로션, 메이크업 베이스, 파우더 팩트, 아이라인, 마스카라, 아이섀도, 루쥬.
괴물딱지, 엇 실수, 마드무아젤 사이고께 먼지나게 맞아가며 몸으로 익힌 이게 의외로 재미있더라는 사실.
....이봐이봐이봐, 좀 참아주셔, 나 이래봬도 일단은 우정과 노력과 근성의 점프만화 히어로거든....!?
20. 분노(怒り)
네가 간섭을 원하지 않는 줄은 나도 진절머리나게 잘 안다.
그러니 말로 할 때 어지간히 알아쳐먹어라.
난 꼭 너 같은 얼간이들이 죽어나가는 꼬라질 너무 많이 봤단 말이다.
21. 신비(神秘)
이상적인 타입은 케츠노 아나운서. 적당히 수줍고 차분하고 부드러운 분위기의 작고 가녀린 여성.
눈앞의 현실은 마요라에 헤비스모커에 사시사철 동공오픈증에 덩치는 딱 나만하고 눈매는 뭣같이 고약한 사내.
참 세상은 오래 살고 볼 일이다.
22. 소문(噂)
거 사람 입소문은 75일을 간다 하잖아. 끽해야 두 달하고 보름이야. 하물며 요즘 같은 인스턴트 세상에선 두 달 보름이 다 뭐냐, 한 주만 끌어도 길다고 칭찬해야지.
소문이란 고작해야 그 정도의 물건이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후딱 흘려버리는 하찮은 입담이라구.
그러니, 메가폰을 움켜쥐고 동네 사람들 여기 보소를 외치며 달려나간 새디스트별의 왕자님은 잊고 재개하자고요, 응?
23. 그와 그녀(彼と彼女)
저도 데려가달라 하면, 그리 해주시겠나요.
일년 열두달 가식처럼 붙은 미소가 흔적도 없는 얼굴에서 그녀의 진심을 읽었다.
단정히 정좌한 그녀를 앞에 둔 채 그는 말을 잃었다.
24. 슬픔(悲しみ)
소식을 들은 것은 초겨울에도 매서운 강풍이 몰아닥치는 북쪽의 대지에서였다.
식물인간 신세가 되느니 차라리 혀 깨물고 죽겠다 빽빽대던 녀석의 의사마저 무시하고 집중치료실에 처박았어도 결국엔 단 하루도 늦추지 못했던 모양이었다.
오열을 삼키고 있을 또다른 옛 악우를 생각하며 코를 훌쩍였다. 이놈의 젠장맞을 추위.
25. 생(生)
손바닥에 쥐어진 익숙한 무게. 코를 찌르는 피냄새. 옷을 적시는 가을비의 싸늘함. 가라앉지 않은 호흡. 거세게 맥동하는 심장.
아직 살아 있다.
26. 사(死)
모두 가족이 있고 동지가 있고 친구가 있고 연인이 있고 고향이 있고 살아온 나날이 있는 이들이었다.
사신의 가차없는 손길은 그 모든 걸 한순간에 지워버렸다.
27. 연극(芝居)
노련한 늑대에게 엄마 염소의 상냥한 목소릴 흉내내기란 누워서 떡먹기요 어린애 손목 비틀기. 그러니 부디 주의하시길.
인생 선배의 충고는 꼭꼭 새겨들어서 나쁠 거 하나 없답니다, you see?
28. 몸(体)
팔에 어깨에 등에 옆구리에 배에 다리에 자잘히 남은 무수한 상흔이 이 남자의 결코 평탄치 않았던 반생을 짐작케 한다.
29. 감사(感謝)
탁자 위에는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초콜릿 파르페. 싱글거리는 종업원 둘의 말을 빌자면 '가끔씩 있어도 괜찮은 특별 대우의 날'.
억 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30. 이벤트(イベント)
"오오구시 군, 날 사랑하지 않는 거지!!!"
벌건 대낮에 길바닥에서 메가폰으로 고래고래 악쓰고 꽁지빠지게 튄 허연 꾸불텅머리와 두더지잡기를 펼치며 굳게 맹세했다.
내년 2월 14일에는 0시가 되자마자 카카오 99%를 목구멍에 처박아 주겠노라고.
31. 부드러움(やわらかさ)
여봐, 여보세요, 이봐요, 스톱, 스톱하라니까 거기 오오구시 군!
어째서 내 머릴 만지작거리면서 황홀한 표정을 짓고 있는지 30자 이내로 설명 좀 해봐!?
32. 통증(痛み)
"아프면 괜시리 폼만 재지 말고 아프다고 해, 이 미련하기가 곰탱이 같은 자식아."
"그 말 그대로 반사다, 썩을 놈의 천연파마."
33. 좋아해(好き)
나와 그 녀석 사이에 가로놓인 함부로 넘어서는 안 될 일선. 모든 것을 단번에 뒤집어엎을 마법의 세 글자.
34. 예전과 지금(今昔)
적절한 높이와 적절한 거리에 위치한 적절한 탄력과 적절한 크기의 잘 빠진 엉덩이를, 차려준 밥상은 사양 말라는 진리를 따라 주물렀더니 새벽 2시에 정조를 위협당한 처녀애 저리가랄 비명이 진동했다.
시뻘개진 얼굴과 눈물마저 글썽한 눈으로 갖은 후욕패설을 퍼부어도 귀엽기만 했다.
옛날의 상대는 정수리에 칼부터 꽂았으니까.
35. 갈증(渇き)
아직 모자라. 아직도 부족해.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은 필경 너라는 존재 그 자체.
36. 낭만(浪漫)
유니폼은 남자의 로망. 백의의 천사는 남자의 영원한 기쁨.
그치만 뭐, 너라면 그 멋대가리 없는 시커먼 제복 선에서 참아주지 못할 일도 없을까나?
37. 계절(季節)
계절이 한 바퀴를 다 돌 때까지 살아남으면, 나도 그때는 젊었었다며 아련히 이 날을 회상하는 순간도 올지 모른다.
승산이 보이지 않는 전장, 끝도 없이 쌓인 시체의 산 속에서는 그것만이 구원이었다.
38. 이별(別れ)
내 길은 이쪽, 네 길은 저쪽. 등을 돌리고, 한 걸음씩 앞으로.
뒤는, 결코 돌아보지 않기.
39. 욕구(欲)
따가운 햇볕에 녹아 줄줄 흘러내리는 아이스크림을 필사적으로 핥다가 천연파마에게 붙들려 순식간에 뒷골목으로 끌려들어갔다.
난폭하게 벽에 밀어붙이고, 평소의 의욕없는 눈은 간데가 없이 소름끼치도록 진지한 목소리로 한 마디.
"그런 봉사는 아이스크림 말고 긴상한테 하세요."
40. 선물(贈り物)
"어이어이 부장 씨, 이런 날은 목에 빨간 리본을 묶고 달콤한 목소리로 마음가는 대로 다뤄주세요 주인님♥ 이라던가 있는 아양 없는 아양 다 떠는 게 예의고 도리 아니야?"
뻔뻔한 낯짝으로 헛소리를 지껄여대는 백발의 면상 한가운데에 혼신의 힘을 모아 주먹을 꽂아주었다.
태어나주어서, 이 순간까지 살아남아 주어서 고맙다는 말 따위, 입이 찢어져도 할까 보냐.
01. 고백(告白)
이 칼이 닿는 범위는 내 나라다.
그리고 내 것에 손대는 놈은 막부건 천인이건 사정없이 베어버릴 뿐이야.
어, 무슨 상관이냐고?
되게 미안한데, 저기서 날뛰고 있는 동공 풀린 오빠 말야, 쟨 내 거거든.
02. 거짓말(嘘)
"에- 또, 뭐더라? 진선조 명예 부장 히지카타 토시ㄹ....토시조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한다고요 요녀석들아."
날구라를 치려거든 그 썩은 동태눈깔부터 어떻게 좀 수습한 다음에 해라 이 새끼야!
그리고 그 이름은 또 뭐야, 니놈은 내 형이냐!?
03. 졸업(卒業)
몸 하나만 달랑 들고 전장을 이탈한 날은 울긋불긋한 단풍이 온 산을 물들이고 있었다.
졸업 시기를 한참 놓친 못난 제자는 은사에게 늦은 작별인사를 고했다.
04. 여행(旅)
마사무네 파르페를 찾아 떠나는 혼자 예정의 여행에 꼬맹이 둘에다 개 한 마리까지 붙어 버렸다.
해결사 3인조 플러스 알파, 크고 작은 소동에 일일이 휘말리며 서서히 북상 중.
05. 배우다(学ぶ)
침대 옆에 난삽하게 내팽개쳐진 옷가지를 보자니 한숨만이 나왔다.
빌어처먹을 꼬불머리가 얽히면 안 그래도 없는 학습능력이 바닥을 뚫고 곤두박질치는 자신을 멍석말아 패주고만 싶었다.
06. 전차(電車)
처음엔 분명히 센다이를 향해 출발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어느 틈엔가 전차는커녕 길도 제대로 안 뚫린 깡촌까지 꾸기적꾸기적 와 있었다.
어이어이, 이쪽이 맞긴 맞아?
지금은 수십 년 묵은 비녀의 임자도 단박에 찾아낸 이누가미(犬神)의 경이로운 후각을 믿는 수밖에.
07. 애완동물(ペット)
0.3mm 내외의 일정한 두께로 얇디 얇게 썰린 오이 앞에서 스스로에게 박수갈채.
오늘도 애교라곤 눈씻고 봐도 없는 검은 고양이의 피부 건강을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08. 버릇(癖)
가다 옷깃만 스쳐도 성별과 나이와 미추와 종족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제 오지랖에 쑤셔박고 보는 것. 그 남자의 가장 못된 버릇.
09. 어른(おとな)
뒤끝 없고 집착 없고 미련도 없는 어른의 드라이한 관계도 좋다만, 이젠 그만 다음 단계로 넘어가 보지 않으실랍니까 요녀석아.
10. 식사(食事)
하루에 식어빠진 감자 한 개라도 입에 들어가면 감지덕지하던 게 불과 몇 년 전 일이다.
그에 비하면야 지금은 지상천국이지 뭔가.
"그딴 말은 애들한테 하루 세 끼 꼬박꼬박 챙겨먹인 다음에 지껄여라 그러고도 보호자가 맞냐아아아아아아아아아!!!!!"
11. 책(本)
평생을 두고 간직할 가치를 지닌 책은 오로지 단 하나.
그 한 권이 라면 국물에 푹 절었을 때 그저 막연하게, 무언가가 완전히 끝나고 말았음을 깨달았다.
12. 꿈(夢)
칼 한 자루로 어디까지라도 갈 수 있으리라 믿었던 시절도 있었다.
13. 여자와 여자(女と女)
모가지를 비틀 기세로 어깨에 매달려 부비적대는 핑크빛 머리를 쓰다듬으며 문득 생각했다.
푸르뎅뎅하게 썩고 벌레에 파먹혀 형체도 알아볼 수 없었던 그 애가 살았다면, 지금 이 소녀의 나이.
14. 편지(手紙)
별의 바다를 누비는 아빠가 보낸 편지의 말미에는 언제나 그렇듯이 정해놓고 협박문 한 줄.
<우리 사랑스럽고 귀엽고 깨물어주고픈 딸내미한테 손가락 하나라도 대는 날엔 너희 두 놈을 산 채로 튀겨버리겠다>.
걱정도 팔자십니다 아버님. 마음 탁 놓으시죠.
손 대이고 있는 건 명백히 우리거든요. 랄까 오히려 폭행이지.
15. 신앙(信仰)
"나는 진선조와 함께 살고 진선조와 함께 죽을 뿐이다."
─이봐.
예까지 와서도 고릴라는 여전히 너의 신앙인 거냐.
16. 놀이(遊び)
오늘의 피와 살이 터지는 혈투의 행방은 육대 사로 백야차가 쪼매 우세하구마. 자 자, 꼬물댈 시간이 어딨노. 어서들 걸그라 걸어!
오가는 눈빛으로 일시 휴전을 약조한 백야차와 마왕은 내기를 선동하고 있는 시커먼 천연파마의 뒤통수에 조준을 맞추었다.
유혈 사태 발생까지 10초. 카운트다운 스타트.
17. 첫체험(初体験)
"어때요 오오구시 군, 신천지를 경험한 소감은?"
"죽어버려어어어어어어엇!!!"
18. 일(仕事)
격무와 수면 부족과 스트레스의 삼중고에 짓눌리다 그예 길 한복판에서 KO당한 진선조 부장을 둘러메면서 해결사는 툴툴거렸다.
아 그래 마음 넓은 내가 주워가 줘야지 어쩌겠누.
19. 화장(化粧)
스킨, 로션, 메이크업 베이스, 파우더 팩트, 아이라인, 마스카라, 아이섀도, 루쥬.
괴물딱지, 엇 실수, 마드무아젤 사이고께 먼지나게 맞아가며 몸으로 익힌 이게 의외로 재미있더라는 사실.
....이봐이봐이봐, 좀 참아주셔, 나 이래봬도 일단은 우정과 노력과 근성의 점프만화 히어로거든....!?
20. 분노(怒り)
네가 간섭을 원하지 않는 줄은 나도 진절머리나게 잘 안다.
그러니 말로 할 때 어지간히 알아쳐먹어라.
난 꼭 너 같은 얼간이들이 죽어나가는 꼬라질 너무 많이 봤단 말이다.
21. 신비(神秘)
이상적인 타입은 케츠노 아나운서. 적당히 수줍고 차분하고 부드러운 분위기의 작고 가녀린 여성.
눈앞의 현실은 마요라에 헤비스모커에 사시사철 동공오픈증에 덩치는 딱 나만하고 눈매는 뭣같이 고약한 사내.
참 세상은 오래 살고 볼 일이다.
22. 소문(噂)
거 사람 입소문은 75일을 간다 하잖아. 끽해야 두 달하고 보름이야. 하물며 요즘 같은 인스턴트 세상에선 두 달 보름이 다 뭐냐, 한 주만 끌어도 길다고 칭찬해야지.
소문이란 고작해야 그 정도의 물건이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후딱 흘려버리는 하찮은 입담이라구.
그러니, 메가폰을 움켜쥐고 동네 사람들 여기 보소를 외치며 달려나간 새디스트별의 왕자님은 잊고 재개하자고요, 응?
23. 그와 그녀(彼と彼女)
저도 데려가달라 하면, 그리 해주시겠나요.
일년 열두달 가식처럼 붙은 미소가 흔적도 없는 얼굴에서 그녀의 진심을 읽었다.
단정히 정좌한 그녀를 앞에 둔 채 그는 말을 잃었다.
24. 슬픔(悲しみ)
소식을 들은 것은 초겨울에도 매서운 강풍이 몰아닥치는 북쪽의 대지에서였다.
식물인간 신세가 되느니 차라리 혀 깨물고 죽겠다 빽빽대던 녀석의 의사마저 무시하고 집중치료실에 처박았어도 결국엔 단 하루도 늦추지 못했던 모양이었다.
오열을 삼키고 있을 또다른 옛 악우를 생각하며 코를 훌쩍였다. 이놈의 젠장맞을 추위.
25. 생(生)
손바닥에 쥐어진 익숙한 무게. 코를 찌르는 피냄새. 옷을 적시는 가을비의 싸늘함. 가라앉지 않은 호흡. 거세게 맥동하는 심장.
아직 살아 있다.
26. 사(死)
모두 가족이 있고 동지가 있고 친구가 있고 연인이 있고 고향이 있고 살아온 나날이 있는 이들이었다.
사신의 가차없는 손길은 그 모든 걸 한순간에 지워버렸다.
27. 연극(芝居)
노련한 늑대에게 엄마 염소의 상냥한 목소릴 흉내내기란 누워서 떡먹기요 어린애 손목 비틀기. 그러니 부디 주의하시길.
인생 선배의 충고는 꼭꼭 새겨들어서 나쁠 거 하나 없답니다, you see?
28. 몸(体)
팔에 어깨에 등에 옆구리에 배에 다리에 자잘히 남은 무수한 상흔이 이 남자의 결코 평탄치 않았던 반생을 짐작케 한다.
29. 감사(感謝)
탁자 위에는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초콜릿 파르페. 싱글거리는 종업원 둘의 말을 빌자면 '가끔씩 있어도 괜찮은 특별 대우의 날'.
억 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30. 이벤트(イベント)
"오오구시 군, 날 사랑하지 않는 거지!!!"
벌건 대낮에 길바닥에서 메가폰으로 고래고래 악쓰고 꽁지빠지게 튄 허연 꾸불텅머리와 두더지잡기를 펼치며 굳게 맹세했다.
내년 2월 14일에는 0시가 되자마자 카카오 99%를 목구멍에 처박아 주겠노라고.
31. 부드러움(やわらかさ)
여봐, 여보세요, 이봐요, 스톱, 스톱하라니까 거기 오오구시 군!
어째서 내 머릴 만지작거리면서 황홀한 표정을 짓고 있는지 30자 이내로 설명 좀 해봐!?
32. 통증(痛み)
"아프면 괜시리 폼만 재지 말고 아프다고 해, 이 미련하기가 곰탱이 같은 자식아."
"그 말 그대로 반사다, 썩을 놈의 천연파마."
33. 좋아해(好き)
나와 그 녀석 사이에 가로놓인 함부로 넘어서는 안 될 일선. 모든 것을 단번에 뒤집어엎을 마법의 세 글자.
34. 예전과 지금(今昔)
적절한 높이와 적절한 거리에 위치한 적절한 탄력과 적절한 크기의 잘 빠진 엉덩이를, 차려준 밥상은 사양 말라는 진리를 따라 주물렀더니 새벽 2시에 정조를 위협당한 처녀애 저리가랄 비명이 진동했다.
시뻘개진 얼굴과 눈물마저 글썽한 눈으로 갖은 후욕패설을 퍼부어도 귀엽기만 했다.
옛날의 상대는 정수리에 칼부터 꽂았으니까.
35. 갈증(渇き)
아직 모자라. 아직도 부족해.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은 필경 너라는 존재 그 자체.
36. 낭만(浪漫)
유니폼은 남자의 로망. 백의의 천사는 남자의 영원한 기쁨.
그치만 뭐, 너라면 그 멋대가리 없는 시커먼 제복 선에서 참아주지 못할 일도 없을까나?
37. 계절(季節)
계절이 한 바퀴를 다 돌 때까지 살아남으면, 나도 그때는 젊었었다며 아련히 이 날을 회상하는 순간도 올지 모른다.
승산이 보이지 않는 전장, 끝도 없이 쌓인 시체의 산 속에서는 그것만이 구원이었다.
38. 이별(別れ)
내 길은 이쪽, 네 길은 저쪽. 등을 돌리고, 한 걸음씩 앞으로.
뒤는, 결코 돌아보지 않기.
39. 욕구(欲)
따가운 햇볕에 녹아 줄줄 흘러내리는 아이스크림을 필사적으로 핥다가 천연파마에게 붙들려 순식간에 뒷골목으로 끌려들어갔다.
난폭하게 벽에 밀어붙이고, 평소의 의욕없는 눈은 간데가 없이 소름끼치도록 진지한 목소리로 한 마디.
"그런 봉사는 아이스크림 말고 긴상한테 하세요."
40. 선물(贈り物)
"어이어이 부장 씨, 이런 날은 목에 빨간 리본을 묶고 달콤한 목소리로 마음가는 대로 다뤄주세요 주인님♥ 이라던가 있는 아양 없는 아양 다 떠는 게 예의고 도리 아니야?"
뻔뻔한 낯짝으로 헛소리를 지껄여대는 백발의 면상 한가운데에 혼신의 힘을 모아 주먹을 꽂아주었다.
태어나주어서, 이 순간까지 살아남아 주어서 고맙다는 말 따위, 입이 찢어져도 할까 보냐.
Happy Birthday to SAKATA GINTOKI.
생일 축하합니다 긴상!!
생일 축하합니다 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