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의 쓸데없이 큐-트한 화상은 현재 레드 하트 캠페인 중인 긴히지 온리 이벤트 GH601의 발렌타인 전용 아이콘.
하여간 수리 님,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발렌타인 데이에서 이미 2주일이나 지났지만(....) 약속드린 단편입니다. (야 임마;) 가져가셔서 구워먹든 살라먹든 지져먹든 볶아먹든 뜻대로 굴려주십시오. 자 얼른 파동의 감상문을 내놓으세욥.
무려 패러렐. 기본 설정이 궁금하신 분은 여기로.
재미도 없는 주제에 끽해야 PG등급이기까지 하므로 시간 남아도시는 분만 꾸욱 눌러주세요.
그럼 아래로 내려가세요.
후기.
1. 즉 부장의 폭거는 변태 플레이 이전에 초콜릿과 내심을 같이 들켜 미칠듯이 쪽팔렸기 때문이다. 쯘쯘쯘쯘쯘쯘쯘(무한대)'테'레의 드물게 발현하는 '테'레. 날 건드리지 마세염. (테레 두 번이면 사람 잡겠네;)
2. 본편에서도 문제없을 걸 순전히 '쌍놈의 늑대'와 옹기종기 사파리 파크(...)가 쓰고 싶어 패러렐을 택한 S. 동인녀는 욕망의 생물이다 이예이.
3. '체험 쯘데레의 현장, 리얼 쯘데레쇼, 무한쯘데레' 및 '꽃도 부끄러워할 수줍 청년' 이란 표현은 나의 뮤즈 지벨 님께 빚지고 있다. 언제나 감사합니다. 도, 돌덩이만은 제발...!
4. 늑대 긴상은 폴리모프 상태에서 흥분하면 귀와 꼬리가 같이 튀어나온다.
5. 눈치 채신 분도 있겠지만 스이텐도지(水呑童子)는 슈텐도지(酒呑童子)의 패러디. 사카타노 킨토키(坂田金時) 씨를 위시한 미나모토노 요리미쯔(源頼光) 사천왕에 얽힌 가장 유명한 에피소드다.
6.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엔 바보 커플.
"히지카타 군."
"책상에서 내려와 새꺄."
"오늘은 2월 14일입니다."
"배때지 가르기 전에 내려와라 새꺄."
"그 말은 즉 발렌타인 데이, 영어에 환장한 누구누굴 위해 현지발음으론 St. Valentine Day. 신이 세상에 내린 축복, 삶의 보람, 시대의 기쁨, 달디 단 초콜릿을 공짜로 얻어먹어도 되는 날이다 이거야. 이 얼마나 복된 양키 명절이겠어. 오 해피 발렌타인!"
"...오냐, 니가 오늘 정 뒈지고파 몸살이 나는 모양이구나. 그 나불대는 혓바닥부터 다져줄까 썰어줄까 냉큼 골라 이 새끼야!!"
무시무시한 속도로 칼집에서 튀어나온 진선조 부장의 애도 카네샤다(兼紗駄)가 번개같이 허공을 갈랐다.
날짜는 상기 그대로. 장소는 대에도 소재 경찰국 종합청사 C동 초자연현상대책본부 한구석에 자리잡은 대에도지역 무장경찰조직 진선조의 부장 집무실. 등장인물은 사흘들이 철야 서류 업무와 스트레스 과부하로 갈 데까지 다 간 진선조의 귀신 부장 히지카타 토시로(남자, 이십 삐-세) & 높이 50cm의 담배꽁초 더미와 서류 무더기가 겹겹이 쌓여 벌레 한 마리가 몸 건사할 곳 없는 책상에 백야차 네임 밸류 십분 발휘해 용케 자리 확보하고 동그마니 올라앉은 사카타 긴토키(수컷, 추정 연령 오백 플러스 알파).
이즈미 가 장남 이후로 대대손손 전해지는 뼈저린 교훈을 망각하고 취해 곤죽이 된 늑대 한 마리 멋 모르고 주워갔다 어버버하는 사이 몸은 몸대로 뺏기고 어거지로 패밀리어 계약까지 맺은지 어언 6개월이 흘렀다. 낮이면 낮마다 이젠 일본 열도를 다 뒤엎어도 몇이 나올까 말까 하는 신수(神獣), 더구나 신위(神位)는 3위씩이나 되는국지성 태풍 초대형 애물단지 거물이 벌이는 갖은 깽판 수습하고 밤이면 밤마다 저만 꼴리면 수치도 자제도 없이 우선 들이대고 보는 짐승에게 시달리길 딱 그만큼, 히지카타 토시로의 체중 감량 정도와 혈압 수치는 각각 급전직하와 급상승의 일로를 나날이 갱신하며 칼부림의 횟수만 속절없이 늘고 있었다.
그리고 목하 472번째로 한 치 오차도 없이 긴토키의 상판대길 겨냥하고 작렬한 카네샤다의 시퍼런 날은, 위의 모든 환장할 사태를 <니가 풀풀 흘리고 싸돌아댕기는 에로 페로몬 탓>으로 돌리길 주저치 않는 적반하장도 유분수 주제에 칼침마저 안 맞아주는 빌어먹을 백야차의앞발 양손바닥 사이에 턱하니 붙잡혀 부르르르 떨리는 중이었다.
"정말~! 히~지카타 구~운, 사람 말은 끝까지 들어야지. 무조건 폭력에 호소하면 못 쓴다고 어른들이 안 가르쳐주대?"
고개를 갸웃 기울이고 뺨을 부우우우 부풀린 꼬락서니가 어찌 보면 쬐끔은 귀엽지 않지도 않은 것이 리미트브레이크로 치솟는 혈압 수치를 부채질했다.
"니가 사람이냐 개새끼지."
귀엽다 여겨버린 일은 여겨버린 일이라, 스스로에게 너무나도 정직한 나머지(조낸 피곤하게 산다고도 한다) 여기서의 상투구 '재수없어' 내지 '눈 썩는다 새꺄' 는 차마 동원 못하고, 최대한의 스트레스와 분함을 꽁꽁 우겨박아 악문 잇사이로 자근자근 씹다시피 내뱉은 원한 서린 쯧코미를 긴토키는 가뿐히 쌩무시했다.
"두 번 말해 입만 아파도 하여간 오늘은 발렌타인이지 히지카타 군. 오 해피 발렌타인!"
"어쨌다고!!!!"
"그치만 히지카타 군은 쯘쯘쯘쯘쯘쯘쯘데레잖아."
"..............하아, 쯘.....데레? 뭐야 그게?"
"체험 쯘데레의 현장, 리얼 쯘데레쇼, 무한쯘데레의 화신, 안 보이게 솔직하고 꽃도 부끄러워할 수줍 청년이잖겠어."
"뭐, 수, 수줍....!!?"
"그런 부끄럼쟁이 히지카타 군에게 초콜릿을갈취 강탈 받아낼 생각은 뭐, 진작에 버렸어. 긴상은 현실을 아는 어른이거든."
"...........당연하잖아 새꺄! 내가 미쳤다고 니놈한테 초콜릿을 주겠냐 주길!"
"그래서."
".......어, 어이, 이봐, 왜 귀랑 꼬리가....!?"
긴토키가 배시시 웃었다.
"상냥한 긴상은 히지카타 군에게 받기보다 주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감사하세요 요녀석아."
오오, 썩은 동태 눈깔로 줄창 까여대는 그놈의 죽은 눈보다 당사비 백여덟 배로 부패한 썩소의 압박이 황홀하였다.
자의도 본의도 전혀 아니거니와 지난 6개월의 남사스런 시련 끝에 망극한 특정 부문의 경험치가 쌓일대로 쌓인 진선조 부장은 여기서 늑대놈의 긴치못한 수작을 민첩하게 간파했는데 불과 얼마 전에 비하면 실로 대단한 발전이 아닐 수 없다. 즉시 오른손에 쥔 카네샤다를 미련없이 포기하며 동시에 명치를 노린 매서운 무릎찍기를 페이크로 걸고 바로 관자놀이를 찌르는 묵직한 엘보 블로로 이어지는 화려한 연속기는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쏜다>는 수식이 아깝지 않았으나 아뿔싸, 불행히도 하늘과 작가는 부장의 편이 아니었다. 넓지도 않은 책상 위에서 눈부신 스피드로 상반신을 휙 틀어 한 끝 차이로 엘보 블로를 흘려낸 긴토키는 빗겨간 손목을 확 틀어쥐자마자 과감히 온몸을 날려 늑대 체중과 늑대 파워로 히지카타를 카펫 깔린 바닥에다 단박에 찍어눌렀다.
카펫이라 해봤자 대단한 두께도 아니어서 대책없이 리놀륨 바닥에 뒷골을 호되게도 박은 히지카타가 개구리 깔려죽는 소리를 반 섞어 차마 지면에 공개 못할 동서고금의 갖은 욕설을 다 퍼부어대는 사이, 그러거나 말거나 요령좋게 관절을 단단히 결박한 긴토키가 한 손으로 품 안을 주섬주섬 뒤져 ABC 초콜릿이 줄잡아 백여 개는 담긴 거대한 봉지를 끄집어내니 욕설은 파시식 사그러들고 앞으로의 참상을 어렴풋이나마 예견한 히지카타의 얼굴이 단숨에 창백해졌다.
핏발 오른 붉은 눈동자를 번질번질 번득이며 그러나 표정과 목소리만은 상콤발랄하게 사카타 긴토키는 질문했다.
비록 짤막하지만 진정으로 두렵고도 강력한 질문을.
"─자, 어느 입으로 먹을래?"
"...기, 기다... 잠깐 기다려! 아직 일이...! 업무가...! 게다가... 왓, 하지 마 이 얼간아! 사람 말 좀 들... 우왓! 어, 어딜 더듬.......앗, 하아, 으응.........야 이 쌍놈의 늑대야아아아아아아!!!!!!!"
아멘.
위아래 입으로 ABC 초콜릿의 무더기를 죄 클리어하는 위업을 강제적으로 이룩한 히지카타는 숨소리 하나 없이 소파에 널브러져 있었다. 학술용어로는 기절해 뻗었다고도 한다.
한편 사태의 원흉은 소파 옆에 퍼지르고 앉아 배 두들기며 세상을 다 가진 포만감을 만끽 중이었다.
당분에 걸신들린 긴토키가 웬 꿍심으로 초콜릿을 강탈하는 대신 제 쪽에서 갖다 바쳤는가 하면, 요즘 세상에 화이트 데이의 기본은 <세 배로 갚기>라는 중요한 사실에 기인했다. 더구나 갖은 망측한 짓을 하는 사이 절반은 고스란히 긴토키의 목구멍으로 넘어갔고, 그 와중에 눈보신 몸보신 잘하고 심지어는 한 달 후의 세 배 강화 코스까지 확보했으니 꿩 먹고 알 먹고 둥지 틀어 불도 때는 일석삼조였다. 내가 좋아서 받지도 않았는데 세 배는 뭔 놈의 악덕 고리대금업자냐고 항의하면 말짱 도루묵일 것도 같지만, 어차피 히지카타 토시로는 넌 긴상한테 빚이 있다구 안 갚고 넘어갈 테냐 왜 무서워서 그래? 어쩌고로 대충 도발하면 알아서 석유통 지고 불 속에 제발로 다이빙할 인종인 줄은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내가 알고 당신이 알고 덤으로 긴토키도 아는 일이지 않은가. 한 달 후에 시전해 볼 이런저런요런조런 오만가지 플레이를 머릿속에서 시뮬레이트하는 긴토키의 입가에선 음흉한 히죽 웃음이 떠날 줄을 몰랐다. 우히히히히히히히(꺼먼하트).
그러고 깜장하트를 수도 없이 남발하며 배 두들기다, 폴리모프해도 성능은 변함없는 늑대 코가 문득 방안에 만연한 ABC 초콜릿 냄새 속에서 아까는 대전 격투에 바빠 무심히 넘어갔던 다른 초콜릿의 희미한 냄새를 예민하게 감지했다.
제 1공안과 과장이 3년 전 비서와 놀아난 것까지 족집게로 맞추는 후각을 갖고도 방 구석구석 책상 밑 소파 밑 문 뒤까지 빼애애애애애애애곡히 쌓인 서류를 다 헤집어 보고서야 지층 맨 밑바닥에 매몰된 빨갛고 앙증맞은 리본이 붙은 은빛 상자를 찾아낼 수 있었다. 카드도 안 붙은 김에 불문곡직하고 뜯어본 상자 속의 내용물은 아니나다를까 페레로 로쉐 서른 개가 차곡차곡 담긴 투명한 케이스였다. 그건 좋았지만.
".....헤, 헤에....?"
단 냄새만 풍겨도 여보란 듯 쿨럭거리며 오만 질색팔색을 하는 히지카타의 집무실에 이딴 물건이 있을 합당한 이유로 당장 떠오르는 건 딱 하나뿐이었다.
요즘 들어 하루가 멀다 하고 뻔질나게 드나드는, 오백살이나처먹고도 초콜릿에 미쳐 사냥당할 뻔한 적만 열두어 번인 무무한 은색 털의 늑대용.
"....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 그럴 리가, 히지카타 군이? 말도 안돼죠. 꿈 깨라 긴토키 정신차려라 긴토키."
눈앞에 턱 떨어진 뜨뜻미지근한 가능성을 필설로 못 다할 오소소한 한기를 느끼며 아침 나절에 수탉 세 번 울기 전의 베드로마냥 필사적으로 부인하는 긴토키를 비웃기라도 하듯, 상자에는 제 3자의 냄새를 모조리 압도하고 심지어는 제일 중요한 초콜릿향마저 묻혀버릴 만큼 - 은은한 담배향이 설푸리 느껴지는 - 히지카타의 체취가 흠뻑 배어 있었다.
필경 발렌타인 데이가 성큼성큼 다가오면서 세간은 진작부터 떠들썩하고 가지각색의 초콜릿이 좌르르르륵 깔린 가운데 들러붙은 늑대 한 마리는 당뇨의 적에 대한 집착을 끝내 못 버려 능력은 차고 넘치건만 신위는 3위로 그친 중증의 당분중독환자라 이래저래 심란한 판에 마트인지 편의점에 들렀다 누구누구의 배색을 다이렉트로 연상시키는 은빛 상자와 빨간 리본에 훌렁 넘어가 충동 구매하고 보니 이걸 선뜻 줄 수도 없고(쫀심이 벅벅 긁힌다) 버릴 수도 없고(음식 버리면 벌 받는다), 시간 좀 지나고 다시 생각해 본즉 아 놔 이거 뭐 열 일곱 파릇파릇 소녀도 아니고 제 행동에 제가 뒷목 잡고 넘어갈 지경이라 눈 가리고 아웅이건 뭐건 일단 좀 치우고 보자는 심산에 서류 밑에 처박아 버렸으리라.
도대체 얼마나 처분을 고민고민하며 만지작거렸으면 이렇게까지 체취가 한가득 묻어날까. 안 봐도 블루레이다.
블루레이지만.
설마.
설마.
서어어어어어어얼마.
.....정말로, 날 주려고?
목까지 화끈화끈한데 안면 근육은 하릴없이 헤실헤실 풀리고, 몸을 비비 꼬면서 머리를 쳐안고 모퉁이서 데굴데굴 바닥을 구르고픈가 하면 지나가는 아무나 붙들고 온갖 거창한 미사여구를 처발라가며 나발을 불고 싶기도 한, 기쁜지 죽도록 낯팔리는지 구분 안 가는 망극한 상황에 오백 년 수생(獣生) 통틀어 처음으로 방비도 없이 정면으로 갖다박힌 긴토키는 북슬북슬한 천연 파마 쥐어뜯으며 망연히 중얼거렸다.
"........히지카타 군, 내가 그렇게 좋은 거야......?"
응답은 신속하게 돌아왔다.
"─아아, 좋아 죽겠다."
"!"
말리지 마 다 주거써!! 라 울부짖는 강렬하고도 시커먼 사념의 거대한 회오리가 긴토키의 뒷골을 못박힌 각목으로 강타했다.
한 박자 늦게 작동한 위기감지센서가 미친듯이 경보음을 울려대고 사백여 년 전 어쩌다 스이텐도지(水呑童子)와 처절한 개싸움을 벌였을 때조차 느껴보지 못했던 피가 얼어붙을 듯한 전율이 등골을 인정사정없이 후벼파는 가운데 등뒤에선 톤이 곤두박질을 치다 치다 못해 땅바닥을 쳐달리는 나카이 보이스가 단조로운 어조로 뒷말을 이어나갔다.
"듣자하니 현해탄 건너에선 복날마다 개를 자루에다 넣고 죽도록 후드려팬 다음 솥에 푹 고아 먹는다더라. 개가 맛있는 순서는 흑견 백견 적견이랬던가... 잘됐구먼. 허연 놈이 두 번째랜다, 벼락맞을 천연파마야."
"저... 저기.... 히지카타 군....? 언어라는 훌륭하고 위대한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을 부여받은 이답게 말로 하자고요, 말로....;;;"
아아 선생님, 쯘쯘쯘쯘쯘쯘쯘데레의 <데레>를 함부로 자극하지 말라던 그날의 말씀은 이런 뜻이었나효... 못난 제자 깨달음이 늦어 면목이 없습니다...
지하에 계신 선생님께 속으로 죽어라 사죄하면서 안 돌아가는 목을 끼기긱 회전시켜 쭈뼛쭈뼛주춤주춤 뒤를 돌아본 긴토키를 향해, 장절하도록 온화하고 따사로운(!) 미소를 마구마구 흩뿌리며 히지카타 토시로는 가차없이 엄지를 밑으로 꼴아박았다.
"덕에 곤도 씨 몸보신 한 번 잘 시키겠군. 감사해주마, 똥개새끼."
복날 되려면 하안참 더 있어야 하고, 니 손에 든 건 몽둥이가 아니라 날 시퍼런 일본도고, 나는 개가 아니라 늑대고, 뭣보다 하필이면 고릴라 먹잇감이 되긴 죽어도 싫다고 외치기 전에 불벼락이 먼저 튀었다. 얼결에 천금보다 귀한 페레로 로쉐부터 사수하고 본 탓이었다.
가끔은 신이 이런 식으로 정의를 실현하기도 하는 법이다.
후일담.
나름 그럴싸하게 녹지가 조성된 경찰국 종합청사 한가운데의 중정원에 내리쬐는 햇살이 따스한 어느 오후.
수령이 못해도 칠팔십 년은 될 나무 밑둥치에 미니미니 용과 스몰 사이즈 사자와 줄이고 자시고 원래부터 쬐그만(...) 여우가 옹기종기 모여 앉은 꼴은 차라리 가관이었다. 어른 팔뚝만한 제일 굵은 가지에는 진선조 부장질 수 년에 다져진 초당 48회의 경이적 속도를 자랑하는 몽둥이 찜질을 또라지게 체험한 허여멀건한 갠지 늑댄지가 거꾸로 매달려 있었다. 데롱데롱흔들흔들.
요새야 인간 아닌 존재들이 경찰국 내를 활보하고 다니는 일이 별반 드물지도 신기하지도 않지만, 그렇다 해도 이 초소형 사파리 파크(...)가 실상 반멸종 상태인 최고위 신수들, 순서대로 1위, 2위, 1위, 3위 총집합의 현장이라는 안구에 습기차는 현실은 종합청사에 근무하는 수만 명 공무원의 정신적 안녕을 위하여 아는 사람만 아는 비밀로 묻어두자.
"자업자득이다, 긴토키."
"꼴 좋구먼, 크크큭."
"아하하하하하하하, 쥐구녕에도 햇빛 들 날 있다 안 하드나. 기운내그라, 킨토키."
"시끄러어어어어어!! 난 긴토키라고 몇 번을 말해야 되냐 니 머리통에 담긴 건 썩은 요구르트냐 이 시커먼 라면대가리야!! 나야 히지카타 군이 앞으로 일주일 인간 버전으로 상판대기 보이면 계약이고 지랄이고 다 회쳐버리겠다 해서 이런다 치고, 왜 니네들까지 그 모습인데!? 무지 짜증나는데요! 더럽게 열받는데요! 저기, 좀 꺼져주지 않을래!? 정말 꺼져주지 않을래!?"
"무슨 섭섭한 말이냐, 긴토키. 친우의 궁상(窮狀)을 보고도 보지 못한 척 외면하는 자 어이 일본 남아라 할 수 있으리. 이 모습은 폴리모프를 금지당한 네게 맞추었을 뿐이다. 눈높이는 같을수록 좋지 않겠나."
"아름다운 우정 아이가."
"사전부터 가져와. 가져와서 '쓸데없는 참견'이 무슨 뜻인지부터 찾아봐! 그리고 거기 너! 다카스기! 인간 세계를 파멸시키겠다고 키들키들 웃으며 떠난 놈이 어째서 여기 퍼질고 앉아 있어!?"
"거 매정하구먼. 이래봬도 니가 두 번 넘게 잔 유일한 상대인데."
"우와아아악! 치사하게 과거의 치부를 들추다닛!! 니놈이랑 그러고 그런 건 내 평생의 오점이란 말이다아아아아아!!!"
"구멍동서도 될 뻔했던 사인데."
".....너, 언젠가 정말 죽인다."
"뭐, 앞으로도 빈틈만 생기면 사양 않고 날름하겠지만?"
"누구 맘대로."
"긴토키, 신, 사이가 좋은 것은 분명 훌륭한 일이나 정도를 지켜라. 너희들이 뿜어내는 독기로 애꿎은 나무가 시들기 직전이다. 이런, 저만치선 인간 두 명이 가슴을 부여잡고 쓰러지고 말았군."
"사이좋긴 개뿔, 니 눈구녕은 유리눈알이냐 즈라!!"
"신 신 하지 말라고 했잖아 난 언제까지 애냐 즈라!!"
"....쿠헉! 아프지 않나! 그리고 즈라 아니다, 카츠라다!"
"자, 자, 다투지들 말그래이. 니들이 붙으믄 예 있는 인간 다 디지삔다 안 카나. 그보다 킨토키야."
"긴토키라니까아아! 왜?"
"아까부터 억수로 궁금했는디, 도시 멀 우물대는 기고?"
"응? 페레로 로쉐 말고 뭐겠냐."
"......."
"......."
"......."
"....긴토키, 개에게 초콜릿은 해롭다."
"닥쳐, 난 늑대야."
"책상에서 내려와 새꺄."
"오늘은 2월 14일입니다."
"배때지 가르기 전에 내려와라 새꺄."
"그 말은 즉 발렌타인 데이, 영어에 환장한 누구누굴 위해 현지발음으론 St. Valentine Day. 신이 세상에 내린 축복, 삶의 보람, 시대의 기쁨, 달디 단 초콜릿을 공짜로 얻어먹어도 되는 날이다 이거야. 이 얼마나 복된 양키 명절이겠어. 오 해피 발렌타인!"
"...오냐, 니가 오늘 정 뒈지고파 몸살이 나는 모양이구나. 그 나불대는 혓바닥부터 다져줄까 썰어줄까 냉큼 골라 이 새끼야!!"
무시무시한 속도로 칼집에서 튀어나온 진선조 부장의 애도 카네샤다(兼紗駄)가 번개같이 허공을 갈랐다.
날짜는 상기 그대로. 장소는 대에도 소재 경찰국 종합청사 C동 초자연현상대책본부 한구석에 자리잡은 대에도지역 무장경찰조직 진선조의 부장 집무실. 등장인물은 사흘들이 철야 서류 업무와 스트레스 과부하로 갈 데까지 다 간 진선조의 귀신 부장 히지카타 토시로(남자, 이십 삐-세) & 높이 50cm의 담배꽁초 더미와 서류 무더기가 겹겹이 쌓여 벌레 한 마리가 몸 건사할 곳 없는 책상에 백야차 네임 밸류 십분 발휘해 용케 자리 확보하고 동그마니 올라앉은 사카타 긴토키(수컷, 추정 연령 오백 플러스 알파).
이즈미 가 장남 이후로 대대손손 전해지는 뼈저린 교훈을 망각하고 취해 곤죽이 된 늑대 한 마리 멋 모르고 주워갔다 어버버하는 사이 몸은 몸대로 뺏기고 어거지로 패밀리어 계약까지 맺은지 어언 6개월이 흘렀다. 낮이면 낮마다 이젠 일본 열도를 다 뒤엎어도 몇이 나올까 말까 하는 신수(神獣), 더구나 신위(神位)는 3위씩이나 되는
그리고 목하 472번째로 한 치 오차도 없이 긴토키의 상판대길 겨냥하고 작렬한 카네샤다의 시퍼런 날은, 위의 모든 환장할 사태를 <니가 풀풀 흘리고 싸돌아댕기는 에로 페로몬 탓>으로 돌리길 주저치 않는 적반하장도 유분수 주제에 칼침마저 안 맞아주는 빌어먹을 백야차의
"정말~! 히~지카타 구~운, 사람 말은 끝까지 들어야지. 무조건 폭력에 호소하면 못 쓴다고 어른들이 안 가르쳐주대?"
고개를 갸웃 기울이고 뺨을 부우우우 부풀린 꼬락서니가 어찌 보면 쬐끔은 귀엽지 않지도 않은 것이 리미트브레이크로 치솟는 혈압 수치를 부채질했다.
"니가 사람이냐 개새끼지."
귀엽다 여겨버린 일은 여겨버린 일이라, 스스로에게 너무나도 정직한 나머지(조낸 피곤하게 산다고도 한다) 여기서의 상투구 '재수없어' 내지 '눈 썩는다 새꺄' 는 차마 동원 못하고, 최대한의 스트레스와 분함을 꽁꽁 우겨박아 악문 잇사이로 자근자근 씹다시피 내뱉은 원한 서린 쯧코미를 긴토키는 가뿐히 쌩무시했다.
"두 번 말해 입만 아파도 하여간 오늘은 발렌타인이지 히지카타 군. 오 해피 발렌타인!"
"어쨌다고!!!!"
"그치만 히지카타 군은 쯘쯘쯘쯘쯘쯘쯘데레잖아."
"..............하아, 쯘.....데레? 뭐야 그게?"
"체험 쯘데레의 현장, 리얼 쯘데레쇼, 무한쯘데레의 화신, 안 보이게 솔직하고 꽃도 부끄러워할 수줍 청년이잖겠어."
"뭐, 수, 수줍....!!?"
"그런 부끄럼쟁이 히지카타 군에게 초콜릿을
"...........당연하잖아 새꺄! 내가 미쳤다고 니놈한테 초콜릿을 주겠냐 주길!"
"그래서."
".......어, 어이, 이봐, 왜 귀랑 꼬리가....!?"
긴토키가 배시시 웃었다.
"상냥한 긴상은 히지카타 군에게 받기보다 주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감사하세요 요녀석아."
오오, 썩은 동태 눈깔로 줄창 까여대는 그놈의 죽은 눈보다 당사비 백여덟 배로 부패한 썩소의 압박이 황홀하였다.
자의도 본의도 전혀 아니거니와 지난 6개월의 남사스런 시련 끝에 망극한 특정 부문의 경험치가 쌓일대로 쌓인 진선조 부장은 여기서 늑대놈의 긴치못한 수작을 민첩하게 간파했는데 불과 얼마 전에 비하면 실로 대단한 발전이 아닐 수 없다. 즉시 오른손에 쥔 카네샤다를 미련없이 포기하며 동시에 명치를 노린 매서운 무릎찍기를 페이크로 걸고 바로 관자놀이를 찌르는 묵직한 엘보 블로로 이어지는 화려한 연속기는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쏜다>는 수식이 아깝지 않았으나 아뿔싸, 불행히도 하늘과 작가는 부장의 편이 아니었다. 넓지도 않은 책상 위에서 눈부신 스피드로 상반신을 휙 틀어 한 끝 차이로 엘보 블로를 흘려낸 긴토키는 빗겨간 손목을 확 틀어쥐자마자 과감히 온몸을 날려 늑대 체중과 늑대 파워로 히지카타를 카펫 깔린 바닥에다 단박에 찍어눌렀다.
카펫이라 해봤자 대단한 두께도 아니어서 대책없이 리놀륨 바닥에 뒷골을 호되게도 박은 히지카타가 개구리 깔려죽는 소리를 반 섞어 차마 지면에 공개 못할 동서고금의 갖은 욕설을 다 퍼부어대는 사이, 그러거나 말거나 요령좋게 관절을 단단히 결박한 긴토키가 한 손으로 품 안을 주섬주섬 뒤져 ABC 초콜릿이 줄잡아 백여 개는 담긴 거대한 봉지를 끄집어내니 욕설은 파시식 사그러들고 앞으로의 참상을 어렴풋이나마 예견한 히지카타의 얼굴이 단숨에 창백해졌다.
핏발 오른 붉은 눈동자를 번질번질 번득이며 그러나 표정과 목소리만은 상콤발랄하게 사카타 긴토키는 질문했다.
비록 짤막하지만 진정으로 두렵고도 강력한 질문을.
"─자, 어느 입으로 먹을래?"
"...기, 기다... 잠깐 기다려! 아직 일이...! 업무가...! 게다가... 왓, 하지 마 이 얼간아! 사람 말 좀 들... 우왓! 어, 어딜 더듬.......앗, 하아, 으응.........야 이 쌍놈의 늑대야아아아아아아!!!!!!!"
아멘.
한편 사태의 원흉은 소파 옆에 퍼지르고 앉아 배 두들기며 세상을 다 가진 포만감을 만끽 중이었다.
당분에 걸신들린 긴토키가 웬 꿍심으로 초콜릿을 강탈하는 대신 제 쪽에서 갖다 바쳤는가 하면, 요즘 세상에 화이트 데이의 기본은 <세 배로 갚기>라는 중요한 사실에 기인했다. 더구나 갖은 망측한 짓을 하는 사이 절반은 고스란히 긴토키의 목구멍으로 넘어갔고, 그 와중에 눈보신 몸보신 잘하고 심지어는 한 달 후의 세 배 강화 코스까지 확보했으니 꿩 먹고 알 먹고 둥지 틀어 불도 때는 일석삼조였다. 내가 좋아서 받지도 않았는데 세 배는 뭔 놈의 악덕 고리대금업자냐고 항의하면 말짱 도루묵일 것도 같지만, 어차피 히지카타 토시로는 넌 긴상한테 빚이 있다구 안 갚고 넘어갈 테냐 왜 무서워서 그래? 어쩌고로 대충 도발하면 알아서 석유통 지고 불 속에 제발로 다이빙할 인종인 줄은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내가 알고 당신이 알고 덤으로 긴토키도 아는 일이지 않은가. 한 달 후에 시전해 볼 이런저런요런조런 오만가지 플레이를 머릿속에서 시뮬레이트하는 긴토키의 입가에선 음흉한 히죽 웃음이 떠날 줄을 몰랐다. 우히히히히히히히(꺼먼하트).
그러고 깜장하트를 수도 없이 남발하며 배 두들기다, 폴리모프해도 성능은 변함없는 늑대 코가 문득 방안에 만연한 ABC 초콜릿 냄새 속에서 아까는 대전 격투에 바빠 무심히 넘어갔던 다른 초콜릿의 희미한 냄새를 예민하게 감지했다.
제 1공안과 과장이 3년 전 비서와 놀아난 것까지 족집게로 맞추는 후각을 갖고도 방 구석구석 책상 밑 소파 밑 문 뒤까지 빼애애애애애애애곡히 쌓인 서류를 다 헤집어 보고서야 지층 맨 밑바닥에 매몰된 빨갛고 앙증맞은 리본이 붙은 은빛 상자를 찾아낼 수 있었다. 카드도 안 붙은 김에 불문곡직하고 뜯어본 상자 속의 내용물은 아니나다를까 페레로 로쉐 서른 개가 차곡차곡 담긴 투명한 케이스였다. 그건 좋았지만.
".....헤, 헤에....?"
단 냄새만 풍겨도 여보란 듯 쿨럭거리며 오만 질색팔색을 하는 히지카타의 집무실에 이딴 물건이 있을 합당한 이유로 당장 떠오르는 건 딱 하나뿐이었다.
요즘 들어 하루가 멀다 하고 뻔질나게 드나드는, 오백살이나
"....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 그럴 리가, 히지카타 군이? 말도 안돼죠. 꿈 깨라 긴토키 정신차려라 긴토키."
눈앞에 턱 떨어진 뜨뜻미지근한 가능성을 필설로 못 다할 오소소한 한기를 느끼며 아침 나절에 수탉 세 번 울기 전의 베드로마냥 필사적으로 부인하는 긴토키를 비웃기라도 하듯, 상자에는 제 3자의 냄새를 모조리 압도하고 심지어는 제일 중요한 초콜릿향마저 묻혀버릴 만큼 - 은은한 담배향이 설푸리 느껴지는 - 히지카타의 체취가 흠뻑 배어 있었다.
필경 발렌타인 데이가 성큼성큼 다가오면서 세간은 진작부터 떠들썩하고 가지각색의 초콜릿이 좌르르르륵 깔린 가운데 들러붙은 늑대 한 마리는 당뇨의 적에 대한 집착을 끝내 못 버려 능력은 차고 넘치건만 신위는 3위로 그친 중증의 당분중독환자라 이래저래 심란한 판에 마트인지 편의점에 들렀다 누구누구의 배색을 다이렉트로 연상시키는 은빛 상자와 빨간 리본에 훌렁 넘어가 충동 구매하고 보니 이걸 선뜻 줄 수도 없고(쫀심이 벅벅 긁힌다) 버릴 수도 없고(음식 버리면 벌 받는다), 시간 좀 지나고 다시 생각해 본즉 아 놔 이거 뭐 열 일곱 파릇파릇 소녀도 아니고 제 행동에 제가 뒷목 잡고 넘어갈 지경이라 눈 가리고 아웅이건 뭐건 일단 좀 치우고 보자는 심산에 서류 밑에 처박아 버렸으리라.
도대체 얼마나 처분을 고민고민하며 만지작거렸으면 이렇게까지 체취가 한가득 묻어날까. 안 봐도 블루레이다.
블루레이지만.
설마.
설마.
서어어어어어어얼마.
.....정말로, 날 주려고?
목까지 화끈화끈한데 안면 근육은 하릴없이 헤실헤실 풀리고, 몸을 비비 꼬면서 머리를 쳐안고 모퉁이서 데굴데굴 바닥을 구르고픈가 하면 지나가는 아무나 붙들고 온갖 거창한 미사여구를 처발라가며 나발을 불고 싶기도 한, 기쁜지 죽도록 낯팔리는지 구분 안 가는 망극한 상황에 오백 년 수생(獣生) 통틀어 처음으로 방비도 없이 정면으로 갖다박힌 긴토키는 북슬북슬한 천연 파마 쥐어뜯으며 망연히 중얼거렸다.
"........히지카타 군, 내가 그렇게 좋은 거야......?"
응답은 신속하게 돌아왔다.
"─아아, 좋아 죽겠다."
"!"
말리지 마 다 주거써!! 라 울부짖는 강렬하고도 시커먼 사념의 거대한 회오리가 긴토키의 뒷골을 못박힌 각목으로 강타했다.
한 박자 늦게 작동한 위기감지센서가 미친듯이 경보음을 울려대고 사백여 년 전 어쩌다 스이텐도지(水呑童子)와 처절한 개싸움을 벌였을 때조차 느껴보지 못했던 피가 얼어붙을 듯한 전율이 등골을 인정사정없이 후벼파는 가운데 등뒤에선 톤이 곤두박질을 치다 치다 못해 땅바닥을 쳐달리는 나카이 보이스가 단조로운 어조로 뒷말을 이어나갔다.
"듣자하니 현해탄 건너에선 복날마다 개를 자루에다 넣고 죽도록 후드려팬 다음 솥에 푹 고아 먹는다더라. 개가 맛있는 순서는 흑견 백견 적견이랬던가... 잘됐구먼. 허연 놈이 두 번째랜다, 벼락맞을 천연파마야."
"저... 저기.... 히지카타 군....? 언어라는 훌륭하고 위대한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을 부여받은 이답게 말로 하자고요, 말로....;;;"
아아 선생님, 쯘쯘쯘쯘쯘쯘쯘데레의 <데레>를 함부로 자극하지 말라던 그날의 말씀은 이런 뜻이었나효... 못난 제자 깨달음이 늦어 면목이 없습니다...
지하에 계신 선생님께 속으로 죽어라 사죄하면서 안 돌아가는 목을 끼기긱 회전시켜 쭈뼛쭈뼛주춤주춤 뒤를 돌아본 긴토키를 향해, 장절하도록 온화하고 따사로운(!) 미소를 마구마구 흩뿌리며 히지카타 토시로는 가차없이 엄지를 밑으로 꼴아박았다.
"덕에 곤도 씨 몸보신 한 번 잘 시키겠군. 감사해주마, 똥개새끼."
복날 되려면 하안참 더 있어야 하고, 니 손에 든 건 몽둥이가 아니라 날 시퍼런 일본도고, 나는 개가 아니라 늑대고, 뭣보다 하필이면 고릴라 먹잇감이 되긴 죽어도 싫다고 외치기 전에 불벼락이 먼저 튀었다. 얼결에 천금보다 귀한 페레로 로쉐부터 사수하고 본 탓이었다.
가끔은 신이 이런 식으로 정의를 실현하기도 하는 법이다.
후일담.
나름 그럴싸하게 녹지가 조성된 경찰국 종합청사 한가운데의 중정원에 내리쬐는 햇살이 따스한 어느 오후.
수령이 못해도 칠팔십 년은 될 나무 밑둥치에 미니미니 용과 스몰 사이즈 사자와 줄이고 자시고 원래부터 쬐그만(...) 여우가 옹기종기 모여 앉은 꼴은 차라리 가관이었다. 어른 팔뚝만한 제일 굵은 가지에는 진선조 부장질 수 년에 다져진 초당 48회의 경이적 속도를 자랑하는 몽둥이 찜질을 또라지게 체험한 허여멀건한 갠지 늑댄지가 거꾸로 매달려 있었다. 데롱데롱흔들흔들.
요새야 인간 아닌 존재들이 경찰국 내를 활보하고 다니는 일이 별반 드물지도 신기하지도 않지만, 그렇다 해도 이 초소형 사파리 파크(...)가 실상 반멸종 상태인 최고위 신수들, 순서대로 1위, 2위, 1위, 3위 총집합의 현장이라는 안구에 습기차는 현실은 종합청사에 근무하는 수만 명 공무원의 정신적 안녕을 위하여 아는 사람만 아는 비밀로 묻어두자.
"자업자득이다, 긴토키."
"꼴 좋구먼, 크크큭."
"아하하하하하하하, 쥐구녕에도 햇빛 들 날 있다 안 하드나. 기운내그라, 킨토키."
"시끄러어어어어어!! 난 긴토키라고 몇 번을 말해야 되냐 니 머리통에 담긴 건 썩은 요구르트냐 이 시커먼 라면대가리야!! 나야 히지카타 군이 앞으로 일주일 인간 버전으로 상판대기 보이면 계약이고 지랄이고 다 회쳐버리겠다 해서 이런다 치고, 왜 니네들까지 그 모습인데!? 무지 짜증나는데요! 더럽게 열받는데요! 저기, 좀 꺼져주지 않을래!? 정말 꺼져주지 않을래!?"
"무슨 섭섭한 말이냐, 긴토키. 친우의 궁상(窮狀)을 보고도 보지 못한 척 외면하는 자 어이 일본 남아라 할 수 있으리. 이 모습은 폴리모프를 금지당한 네게 맞추었을 뿐이다. 눈높이는 같을수록 좋지 않겠나."
"아름다운 우정 아이가."
"사전부터 가져와. 가져와서 '쓸데없는 참견'이 무슨 뜻인지부터 찾아봐! 그리고 거기 너! 다카스기! 인간 세계를 파멸시키겠다고 키들키들 웃으며 떠난 놈이 어째서 여기 퍼질고 앉아 있어!?"
"거 매정하구먼. 이래봬도 니가 두 번 넘게 잔 유일한 상대인데."
"우와아아악! 치사하게 과거의 치부를 들추다닛!! 니놈이랑 그러고 그런 건 내 평생의 오점이란 말이다아아아아아!!!"
"구멍동서도 될 뻔했던 사인데."
".....너, 언젠가 정말 죽인다."
"뭐, 앞으로도 빈틈만 생기면 사양 않고 날름하겠지만?"
"누구 맘대로."
"긴토키, 신, 사이가 좋은 것은 분명 훌륭한 일이나 정도를 지켜라. 너희들이 뿜어내는 독기로 애꿎은 나무가 시들기 직전이다. 이런, 저만치선 인간 두 명이 가슴을 부여잡고 쓰러지고 말았군."
"사이좋긴 개뿔, 니 눈구녕은 유리눈알이냐 즈라!!"
"신 신 하지 말라고 했잖아 난 언제까지 애냐 즈라!!"
"....쿠헉! 아프지 않나! 그리고 즈라 아니다, 카츠라다!"
"자, 자, 다투지들 말그래이. 니들이 붙으믄 예 있는 인간 다 디지삔다 안 카나. 그보다 킨토키야."
"긴토키라니까아아! 왜?"
"아까부터 억수로 궁금했는디, 도시 멀 우물대는 기고?"
"응? 페레로 로쉐 말고 뭐겠냐."
"......."
"......."
"......."
"....긴토키, 개에게 초콜릿은 해롭다."
"닥쳐, 난 늑대야."
후기.
1. 즉 부장의 폭거는 변태 플레이 이전에 초콜릿과 내심을 같이 들켜 미칠듯이 쪽팔렸기 때문이다. 쯘쯘쯘쯘쯘쯘쯘(무한대)'테'레의 드물게 발현하는 '테'레. 날 건드리지 마세염. (테레 두 번이면 사람 잡겠네;)
2. 본편에서도 문제없을 걸 순전히 '쌍놈의 늑대'와 옹기종기 사파리 파크(...)가 쓰고 싶어 패러렐을 택한 S. 동인녀는 욕망의 생물이다 이예이.
3. '체험 쯘데레의 현장, 리얼 쯘데레쇼, 무한쯘데레' 및 '꽃도 부끄러워할 수줍 청년' 이란 표현은 나의 뮤즈 지벨 님께 빚지고 있다. 언제나 감사합니다. 도, 돌덩이만은 제발...!
4. 늑대 긴상은 폴리모프 상태에서 흥분하면 귀와 꼬리가 같이 튀어나온다.
5. 눈치 채신 분도 있겠지만 스이텐도지(水呑童子)는 슈텐도지(酒呑童子)의 패러디. 사카타노 킨토키(坂田金時) 씨를 위시한 미나모토노 요리미쯔(源頼光) 사천왕에 얽힌 가장 유명한 에피소드다.
6.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엔 바보 커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