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조혈풍록과 불타라 검의 사이에서.

너희가 막말을 아느냐 | 2008/03/06 10:02

뭐 껀수 좀 없을까 하는 음흉한 마음을 품고 예전엔 교토 신선조에 애정이 전무하다는 핑계로 (실은 지금도 전무하다;) 훌렁훌렁 넘겼던 신선조혈풍록을 재독하고 있다. (야 임마)
다시 읽으니까 왜 이리 쳐웃기나 몰라. 특히 영화 <고핫토(ご法度)>의 원작이기도 한 <앞머리칼의 소자부로(前髪の惣三郎)>에 이르러선 문장 하나하나가 죽도록 쪽팔리고 정신없이 쳐웃겨서 도저히 살 수가 없다. 세상에 시바탱이 간결 앤드 무덤덤한 문장으로 80년대 야오이를 쓰고 있어요 어머니 어떡하죠 지난 여름 계곡에 떨어뜨린 내 제정신은 (푸겔겔겔겔겔데굴데굴데굴데굴)

(전략) 사생활에서는 나카무라 타마오(中村玉)의 팬으로, 몸가짐의 아름다움에 홀딱 반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스포츠에는 흥미가 없었던 듯, 오사카 시의 아파트에 거주할 무렵 당시 난카이 호크스(南海ホークス)의 에이스로 이름을 날린 노무라 카츠야(野村克也)를 이웃으로 두었음에도 불구하고, 노무라의 얼굴도 이름도 전혀 몰랐기 때문에, 한낮에 집을 나서 밤 늦게야 돌아오는 거대한 사내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다만 스모만은 무척 애호하였다. 팬심이 지나쳐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신성한 스모에 사기행각이 존재할 리가 없다" 는 주장마저 펼치기도 했다.

『소문의 진상(噂の眞相)』(1998년 6월호, 본지 특별취재반 「<전후 최대의 역사가> 시바 료타로가 역사에서 말살시킨 사생활의 '과거'」)에 의하면, 전처와 끝내 이혼하게 된 원인은, 시바의 부친 코레사다(是定)가 며느리를 몹시 박대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코레사다는 좀처럼 아이를 갖지 못하는 며느리를 '3년이나 애 하나 못 낳는 여자는 원숭이만도 못하다' 고 비난했으며, 손주를 본 후에도 학대를 그치지 않았다. 출산 후 젖이 나오지 않아 약국에서 파는 우유를 먹이려 하자, 코레사다가 상품에 손을 대지 말라면서 6통들이를 강제로 사게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전처는 과중한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건강을 크게 해쳐 결국에는 이혼하기에 이르렀으나, 코레사다가 친권을 강경하게 주장하고 나서는 통에 마침내는 아들마저 빼앗기고 말았다. 그러나 정작 시바는 줄곧 침묵만을 지켰을 뿐, 전처가 아무리 호소해도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들으려 하지 않았다. 더구나 후일 미도리와의 재혼 여부를 두고 고민하던 시바는 전처에게 "당신이 보고 결정해주지 않겠소" 라고 부탁하여, 데이트 현장을 몰래 관찰시키기까지 했다. 질려버린 전처는 이 일을 계기로 시바와의 관계를 완전히 끊었다.
시바는 장남에게도 살갑게 굴지 않았다. 장남은 결혼할 때까지 조부모 슬하에서 자랐으며, 코레사다의 지시로 생활비를 받으러 가는 것이 부친과의 접촉의 전부였다. 때문에 장남은 <시바의 아들>이란 말을 몹시 싫어했으나, 시바는 이를 알고 "요즘 그 자슥이 내 아들 소리 듣길 싫어하는 모양인디 우예 된 일이고" 라며 매우 놀라워했다 한다. (이상, 『소문의 진상』에서 인용)

집필 활동 외에는 바닥에 길게 누워 TV를 보는 것이 여가의 전부로, 골프나 도박 같은 취미와는 평생 인연이 없었다. 유일한 취미는 밴대너 수집이었다. 외출할 때는 반드시 마음에 드는 밴대너를 차고 집을 나섰다. 컬렉션의 대부분은 지금도 유족이 보관하고 있다.


이상, 생각난 김에 뒤져본 우리의 친절한 이웃 저팬 위키페디아의 <시바 료타로> 항목에서.
이래서 예술하는 여자하곤 살아도 예술하는 남자하곤 못 산다고 했나 보다. 아 놔 저 주리 틀 민폐 영감탱... OTL

전처야 말할 것도 없고 장남도 진심으로 불쌍하다. 연표 보아하니 1952년에 태어났더구먼 그럼 주변 사내놈 중 열에 일고여덟은 '시바 료타로 하아하아' 인 청소년 시절을 보냈을 게 불보듯 뻔하고 남자가 한 번 남자한테 올인하면 내가 알고 그대가 알듯 그 정념의 깊이가 남녀 관계에 비할 바가 아닌지라 시바 선생님께 시집가고 싶어염을 꽤 진.심.으.로. 울부짖는 놈놈들을 라이브로 봐야 했을 테니 아니 그게 웬 웃기는 생지옥이야 orz

(게다가 밴대너 취미? 어허허허허허허허허;;;;)
(찾아봤더니 아니나다를까 센스가 제대로 황이시다. 게다가 그걸 이마도 아니고 팔도 아니고 .에. 두르고 댕겼댄다. 나 당신 같은 인간 모른다)

오늘의 교훈 : 여성 동지 여러분, 예술하는 남자를 조심합시다..... 푸헉.


누가 나 아니랄까 봐 화끈하게 옆으로 샜다. 하려던 얘기는 이게 아니었다.
스토리 자체는 그럭저럭 심각하건만 설정부터 전개까지 하나같이 개폭이 따로 없는 초기 BL물은 일단 저리 좀 밀어놓자. 하여간 신선조혈풍록의 주제는 최대한 요약하면 밑의 두 개다.

1. 시바탱은 부장이랑 오키타가 조아조아조아~♡ (....)
2. 국장인지 뭔지 거기 원숭이 꺼지셈. 우리 오빠 나의 히지카타 우리 잘나고 멋지고 완벽한 부장의 발목을 잡지 말란 말야 새꺄

<불타라 검> 때부터 알고야 있었지만 시바탱은 진짜로 곤도를 죽.어.라.고. 싫어한다는 엄연한 사실을 뱃속에서 치밀어오르는 민망함의 폭풍과 함께 처절히 재확인했다. 노골적으로 행간 행간에서 풀풀풀풀 피어오르는 곤도를 향한 이 선명하고도 영롱한 악의를 대체 어쩌면 좋단 말인가 데굴데굴데굴데굴 아싸 잘한다 더해라 더해
특히 <코테츠(虎鉄)>는 웬일로 저 싫으면 거들떠도 안 보는 이 님하가 국장 얘길 다 쓰셨나 했더니 아예 대놓고 곤도에 대한 악의의 집대성이 되어놨더라. 이쯤 되고 보면 오히려 상쾌하다. 실은 무진장 상쾌하다. 당연하지. 어쩔 수 없이 시바탱의 노예이자 부장님의 포로인 내가 고릴라한테 호의 가질 리가 없잖수. 난 히지카타 토시조든 히지카타 토시로든 부장 인생에서 고릴라를 쫙 뽑아 믹서기 넣고 돌려버리고 싶은 사람이란 말이다!

너는 또 왜 그리 곤도를 미워하냐고 한 소리 들을 것 같은데 이건 도리가 없다. <불타라 검> 읽어본 사람만이 아는 심정이다. 곤도의 지랄뻘짓이 실로 한두 개가 아닌지라 소실(이토) 얻어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조강지처(부장님) 구박할 때도 죽이고 싶었고 생긴 것도 뭣 같은 게 사진 찍는답시고 분 떡칠해가며 가진 주책은 다 떨고 있을 때도 아가릴 찢어놓고 싶었고 코후진무대로 삽질할 땐 저 새낄 저어기 싱가포르에서 쓰는 대나무 곤장이 부러질 때까지 두들겨패지 못하는 것이 한이었으나 그 모든 건 나가레야마에 비하면 차라리 애교고 한 줄기 감로수다. 주절주절 떠들기도 마음 아파서 싫으니 그냥 확 인용하겠다.


시바 료타로 作 <불타라 검> 신쵸(新潮)문고판 하권 287page~289page

토시조는, 격하게 항의했다.
마침내는 눈물을 흘렸다. 포기하기엔 이르다, 아직 오슈가 있다고, 토시조는 몇 번이고 외쳤다. 당신은 상승세를 탈 때는 다 좋은데 한 번 내리막길에 들어섰다 하면 모든 걸 다 내팽개치고 만다는 가시돋힌 말까지 서슴치 않으며 공격을 퍼부었다.
「그래」
곤도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명을 남기고 싶지 않아. 나는, 너와 달리 대의명분이 무언지 알고 있어」
「관군이니 반란군이니 말이 많아도 어차피 다 한때야. 하지만 사내된 자로서 항복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란 말인가. 코슈의 백만 석을 탈환할 투지에 불타던 당신은 어디로 갔어」
「시대가, 지났어. 우리를 뛰어넘어 흘려가 버렸다. 곤도 이사미도, 히지카타 토시조도, 낡은 시대의 고아가 된 거야」
「아니야」
토시조는 곤도를 응시했다. 시세가 어찌 변하든 알 바 아니었다. 승패도 문제가 아니었다. 사내라면 스스로의 미학에 목숨을 바쳐야 한다고, 토시조는 주장했다.
그러나 곤도는 차분히 반박했다. 나는 대의명분을 위해 순사하는 것이야말로 아름답다고 여긴다. 토시, 너와는 오랜 세월 함께 했지만 마지막 순간에 의견이 갈라졌구나. 무엇을 진정 아름답다고 보는지를 두고.
「그러니 토시」
곤도는 말했다.
「너는 네 길을 가라. 나는 내 길을 가겠어. 여기서, 헤어지자」
「못 헤어져. 반드시 데려가겠어」
토시조는 곤도의 오른팔을 움켜쥐었다. 소나무의 밑가지처럼 굵고 우람했다.
억지로 뿌리치리라 예상했으나 의외로 곤도는 팔을 움켜쥔 토시조의 손을 어루만졌다.
「신세가 많았다」
「이봐!」
「토시, 날 자유롭게 해다오. 너는 신선조의 조직을 만들었지. 조직의 우두머리로서의 나마저도 만들었어. 쿄에 있었던 곤도 이사미는, 지금 돌이켜보면 내가 아니었던 것 같다. 이제 그만 날 보내줘」
「……」
토시조는, 곤도의 얼굴을 보았다.
망연자실했다.
「가겠다」
곤도는, 정원에 내려섰다. 그 길로 곳간으로 발을 옮겨 병사들에게 해산을 명하고, 이어서 교토 시절부터 함께 했던 대사 수 명을 모았다.
「모두, 마음 닿는 대로 가게. 나도, 자유롭게 떠나겠네. 그간 신세가 많았어」
곤도는 두 번째로 문을 나섰다.
토시조는 쫓지 않았다.
(나는, 끝까지 해보일 테다)
얼굴을 철썩, 후려쳤다. 다리가 거뭇거뭇한 각다귀가 죽어 있었다.

이 꼴을 살아서 목도한 나더러 곤도 성 가진 놈을 사랑하라고요? 무립니다.
오랜만에 읽었더니 해묵은 분노가 다시 끓어오른다. 부글부글. 아 젠장 속 터져.
정말 시바탱으로 신선조 입문하고도 곤도 팬 됐다는, 아니 하다 못해 호의라도 품어봤다는 사람 있음 존안 좀 배례하자. You are the 용자!

덤. 열받는데 혈풍록의 은혼 버전이나 써볼까 하는 생각이 쬐끔은 들고 있다. 제목은 당연히 진선조혈풍장(真選組血風帳).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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