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즈시마 놈이 인터뷰에서 말했다. '히로인은 고생문 훤한 24세(苦労性の24歳)야요'
레온 님 댁에서 본 바에 따르면 charaberry vol. 3에서 또 감독 본인이 그랬댑니다. '록온은 위에 구멍날 것 같은 사람'이라고.
...역시 형님이 히로인 맞잖아.
에? 마리나 이스마일? 그런 여자 있었나효 (야)
농담이고(실은 꽤 진심[후략]), 나라고 항상 머리에 호모(차별용어)만 꽉 차 있는 것도 아니니 저 말이 마리나에게도 적용된다 치면 그 경우 알기 쉽게 비유해 마리나는 티파고 형님은 에어리스다(...). 주인공의 곁에서 끝까지 살아남아 때로 결혼에 골인하기도 하는 히로인과 도중에 비명에 가서는 주인공의 등 떠밀며 앞으로 가라 가라 재촉하는 원동력이 되는 히로인. 그리고 주인공은 몸은 전자의 옆에 있어도 마음 한 조각은 언제나 후자를 갈구하고 그리워하는 법이라(...) 결단코 내가 에어리스 파라서 이런 소리 하는 건 아니고, 원래 대박 낭만적인 남정네들 가슴에서 산 자는 죽은 자한테 못 이기거든.....어라, 자, 자자자자자자잠깐.
생각해 보니 티파는 흑발 스트레이트, 에어리스는 웨이브진 갈색 머리였다....?
....에어리스, 녹색 눈 아니었던가....?
(우리의 친절한 이웃 위키의 정보에 따르면 에어리스도 O형이다 꽤애애애애액)
...........
싯파 형님 당신은 오늘부터 록온=에어리스=스트라토스다. 인증 났다 땅땅땅 orz
그럼 츠나 = 클라우드, 서셰스 = 세피로스, 형님 = 에어리스인가. 오마나 쿠로다 FF7을 너무 했나 왜 이리 딱이냐
(씨바 안돼애애애애애 클라우드가 얼마나 팔자 드러븐 주인공인데 키도 다 못 자란 우리 꼬꼬마 어깨에다 뭘 또 지워주려고오오오)
얘기가 좀 빗나가지만 말 나온 김에 계속 간다. 더블오의 여신 ASTE 님 가라사대 '세츠나에겐 천사와 악마가 하나씩 있으니 마리나와 서셰스죠. 서셰스를 조지고 신이 없는 대신 마리나에게 구원을 받는 수밖에 없어요'
아 정말 22화까지만 해도 그랬다. 헌데 23화에서 더블 광크리 터지고 하가렌에서 딸랑 그거 하나 배워온 등가교환 개념 예서 대박 우려먹고 있는 벼락맞을 감독놈과 원래 시스 같은 색히인 각본가놈에 의해 먼저 간 큰형님 유지 계승 땅땅땅, 큰형님이 해결 못한 과제까지 몽땅 네 몫 땅땅땅, 으로 낙착보면서 우리 꼬꼬마 진짜 큰일났다. 이쯤 되면 사실 서셰스고 나발이고 더 이상 문제가 아닌 거라.
먼저 간 사람 유지 계승이라던가 말만 열라 근사하지 실은 이게 지 발등도 아닌 목 찍는 도끼나 되기 십상이다. 얘는 이제 피 토하고 손톱이 갈라지도록 바닥 긁으면서라도 그저 전진해야 하는 걸로 낙인이 콱 찍힌 팔자다. 그런데 어머니 종착점이 안 보여요(...) 아니 아예 안 보이면 차라리 낫게. 비스무리한 게 보이긴 하는데 정말 맞는지 확신이 안 선다. 씨바 죽은 자는 입이 없으니 어디까지 가야 형님이 만족해줄지 우리 꼬꼬마가 알 턱이 없잖아. 맞다는 물증도 없고 틀린다는 확증도 없건만 마음 한 구석에 애매한 의구심만 또아리 틀고 도사려서 움직일 줄 모르는데 이거 사람 환장하기 딱 좋다. 앞으로 미친듯이 돌진하는 세츠나를 잡아주며 이제 됐어, 정말 잘했어, 그만해도 돼, 라며 말해 줄 수 있고 그럴 자격이 있는 유일한 사람은 더는 세상에 없고 말이지. 어머나 까닥하면 에어리스는 에어리스되 애 죽을 때까지 가라 가라 잔인하게 몰아세우는 마녀 되게 생겼소...?
거 멀리 갈 일도 없이 같은 선라이즈에 불러도 대답 없는 죽은 넘 이념에 기쓰고 올인하다 지 인생 남 인생 고루고루두루두루 말아먹고 들어먹고 조져먹은 희대의 콤비가 있지 아니한가. 카자미 하야토와 나구모 쿄시로라고(...)
뭐 이거 서셰스 작살내도 해결될 일이 한 개도 없을 판이다. 저 유지 적당한 선에서 적당히 납득해 아름답게; 승화시키고 마리나 손 잡는 것이 세츠나가 그나마 피 덜 흘리고 제정신 유지하고 살아남는 길인데 이제 불과 열 여섯 먹은데다 척 보기에도 실은 우직(...)하고 순진(...)한 티 풀풀 나는 애가 그런 곡예 부릴 수 있을 리가...? 하물며 남좌의 첫사랑;에 대한 집착이라던가 정열이라던가 로-_-망은 또 얼마나 진득진득하냐고; 더구나 현해탄 건너는 첫사랑과 소꿉친구와 첫남자 순으로 승률이 떨어지는 소녀심(...)의 동네가 아니던가. 아아 츠나야 너 정말 엄한 남자한테 첫정 줬다 남은 인생 죄 살라먹게 생겼구나아... 아니 우리 꼬꼬마가 무슨 죄를 그리 많이 졌다고 앞날이 구만리처럼 창창한 소년을 이리 조지십니까 역시 전생에 애먼 사람 여럿 때려잡고 신세계의 신 된답시고 천둥벌거숭이로 날뛴 대가인가요... orz
이하는 우울해진 김에 확 끄집어내온, 텍스트 운만은 사상 최강인 내가 잘도 찾아낸 다카미야(高宮, 사이트명 idiom) 씨의 일기용 SSS. 여전히 배 째고 등 딸 각오만은 충만하고, 문제 되면 싹싹 지워버릴 예정이고, 질은 진작에 안 믿는 게 속 편하다. (야)
아 놔 지난 1월 14일에 썼다면서 내용이 왜 이래.... OTZ
...and less.
머리카락이 자랐다.
깨닫고 보니, 머리가 자라 있었다.
목덜미를 스치는 정도였던 머리카락은 어깨에 닿고, 그보다 조금 넘어 있었다.
길게 자란 머리카락을 만져보고, 세츠나는 고개를 살며시 숙였다. 머리카락이 목덜미 언저리를 스쳤다.
간지러웠다.
그도 항상 이런 감촉을 느꼈을까. 단정한 얼굴에 난처한 빛을 띠고 고개를 수그릴 때마다.
잠시, 잠시만이라면, 이대로 머리를 길러도 좋을지 모른다고 여겼던 것은, 그날을 떠올렸기 때문이었을까.
가위를 든 하얀 손을 기억한다. 눈부신 햇살 속에서, 그저, 그저 새하얗기만 했던 손. 외부에 노출되는 일이 드문 손가락은 어딘지 모르게 앳된 윤곽을 띠고 있어, 이상하도록 선이 고왔다. 그 하얀 손이 매끈하게 빛나는 가위를 집어들어, 능숙하게 세츠나의 머리를 잘랐다. 너무 많이 자란 뒷머리칼을. 눈을 찌르는 앞머리칼을. 귓전으로 자꾸 흘러내려 번거롭기 짝이 없는 옆머리칼을.
왼손으로 세츠나의 머리를 가볍게 누르고, 가위를 놀리는 오른손. 귓전에서 울리는 경쾌한 금속음. 악의를 품고 휘두르면 사람 목숨쯤은 거뜬히 끊을 위험한 흉기가, 경추를 스치고 지나가는 것에 아무런 경계심도 품지 않았다. 그의 왼손은, 마치 머리를 토닥토닥 쓰다듬는 것만 같아서, 다소 쑥스럽기까지 했다. 그뿐이었다.
오후의 햇살이 따스했다. 벗은 어깨에 두른 시트 사이로 스며드는 온도는 기분이 좋아서, 때로는 깜박깜박 졸기마저 했었다.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목소리. 이어서 친구들의 목소리도. 친구로 여겼던 남자들의 목소리가, 명랑한 색채로 들려왔었다. 대화의 내용은 지극히 평범했다. 사과 다 깎았어요. 버터가 모자라. 고맙다. 지금 갈게. 버터가 없으면 올리브 오일을 써 봐. 냄새 좋은걸. 당연하지.
전부가 기억에 남아 있다. 세츠나의 머리카락을 쓸어주는 손길은 상냥했다. 무척이나, 상냥했다.
살짝 기우뚱해진 세츠나의 어깨를 그 손이 받쳐주었다. 조심스러운 힘이다.
찰칵찰칵 가위가 움직인다. 귓불에 금속이 닿았다.
여전히 공포심도 혐오감도 일지 않았다. 사람을 손쉽게 죽일 수 있는 칼날이, 경동맥에서 불과 몇 cm 떨어진 곳에서 왔다 갔다 하는데도.
하얀 손은 그렇게 세츠나의 머리를 잘랐다. 길게 자란 머리카락을.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그래야 할 적마다.
그때마다 그는, 그들은 햇볕이 내리쬐는 백사장에서, 추운 날은 실내이기도 했지만, 그럴 이유도 없었을 텐데 모두가 얼굴을 맞대고 식사를 했다.
그가 세츠나의 머리를 자를 때는 꼭 그러자고 누가 정해놓기라도 한듯이.
세츠나의 머리를 잘라줄 동안은, 그들을 방해할 만한 일은 무엇 하나 없었다. 총성은 울리지 않는다. 피도 흐르지 않았다. 초연도 호령도 그들을 불러세우지 않았다. 틀림없이 단순한 우연의 일치였겠지만.
실제로 그가 가위를 내려놓고 뛰쳐나가야 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고, 세츠나 역시 자르다 만 어중간한 머리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지 않아도 좋았다.
그래서, 그 이후로, 세츠나의 머리는 자랐다.
자르지 않으면, 머리는 자란다.
한 달, 두 달. 석 달 째에, 길게 자란 앞머리가 눈을 찔러 거추장스러웠다. 넉 달, 다섯 달. 여섯 달 째에, 귀에 걸린 머리칼을 걷어내면서야 비로소, 머리가 자랐음을 마지못해 세츠나는 인정했다. 또다시 석 달이 흘러, 어깻자락에 머리가 닿았을 무렵, 세츠나는 머리 끝을 잡아당기며 미간을 찌푸리고 있다.
머리를 길러도 좋다고 생각했다.
그의 머리칼이 이 정도의 길이였다. 일부러 길러서 그리 된 것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다 보니 자랐을 뿐인지도.
하지만 지금 세츠나의 머리는 그와 비슷한 길이까지 자라 있었고, 그에 세츠나가 감개와도 닮은 강한 무언가를 품은 것도 사실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가능하면 세츠나는, 조금만 이대로, 머리가 더 자랄 때까지는 이대로 내버려두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생각하고 싶었다.
햇살은 온화하고, 백사장을 뒤덮은 자그마한 모래알갱이는 맨발바닥에 닿는 감촉이 좋았다. 파도 소리. 온기. 상냥한 목소리. 내밀어준 양손. 웃고 있었다. 웃고 있었던 목소리밖에, 기억하지 못한다. 세츠나도, 그도, 그들이 친구라 불렀던 남자들도 모두, 웃고 있었다. 사시사철 언짢은 얼굴만을 하던 안경을 낀 남자마저, 그때만은 투덜대는 음색 저변에서 은근한 즐거움이 배어남을 세츠나도 알고 있었다.
오후의 햇살을 받아 온기를 품은 가위는, 목덜미에 닿아도 조금도 차갑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와 세츠나의 머리카락은 질이 너무나도 달랐다. 그의 머리카락은 어깨 위에 부드럽게 흩어져 있었지만, 보다 뻣뻣한 세츠나의 머리카락으로는 똑같이 되지 않았다.
새까맣고 고집이 센 세츠나의 머리는 제멋대로 뻗쳤을 뿐더러, 만져보아도 까슬까슬해서 탐탁치 못했다. 손끝에서 매끄럽게 미끄러지던 그의 머리카락과는 천양지차였다. 모처럼 어깨에 미친 머리카락도 얌전히 있어주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세츠나는 가위를 꺼내왔다. 그가 손에 들지 않게 된 이후 줄곧 방치되어 있었던 가위. 그의 가위를 꺼내왔다.
햇살은 따뜻했다. 하늘은 푸르고 높고, 백사장을 딛자 발이 하얀 모래에 묻혔다.
그곳에서, 세츠나는 머리를 잘랐다.
스스로.
그가 사라진 백사장에서는 더 이상 식사를 하지 않는다. 때문에 세츠나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집어든 가위는 세츠나의 귓전에서 서툴게 미끄러졌다.
찰칵. 금속이 맞물리는 소리가 나고, 서걱, 서걱, 잘려나간 검은 머리카락이 백사장 위에 아무렇게나 흩뿌려졌다.
가무잡잡한 자신의 손이 시야의 끄트머리를 스치는 것을, 세츠나는 보지 않았다.
파도 소리만이, 들려오고 있었다.
이런 생떼 같은 동생 두고 당신 혼자 어딜 갔나요...
그래 눈이 감아집디까? 엉!? OTL
저거 보자니 La Tourneuse de pages라는 프랑스 영화 생각이 나더이다. (영어 제목은 페이지 터너The Page Turner) 참 괜찮은 영화니 관심 있는 분은 한 번 꼭 보시길 권유하겠고, 대충 요약하자면 진짜 세상에서 제일 야비한 복수는 '이미 가진 것을 뺏'는 게 아니라 희망이라던가 진정한 애정이라던가 든든한 지주라던가 하여간 꿈도 못 꾸어본 걸 눈앞에서 살랑살랑 흔들어 한 몸 불싸질러 버닝하게 한 후 '일단 한 번 안겨줬다 처참하게 박살내는' 것이더라 뭐 이런 스토리다.
스스로의 결핍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은 바깥에서 보면 어이구 어이구 소리가 절로 나올지 몰라도 본인은 차라리 낫다. 자기가 얼마나 불행한지를 아예 모르니까. 그에 대한 개념이 처음부터 존재하질 않으니까. 진짜 불행한 건 '세상엔 더 좋은 것도 있는 줄 알아버린', 그리고 '달콤한 맛을 한 번 봤다가 영영 놓쳐버린' 사람이다. 즉 응당 받아야 할 부모의 사랑은커녕 온기조차 모르고 자라버린 애들한테 할 수 있는 가장 몹쓸 짓은, '짜증내건 말건 애정을 아낌없이 베풀었다 이제 그거 없인 못 살겠다 싶을 만큼 길들여졌을 때 냅다 도로 뺏기'라 이 얘기라.
이봐 알고 있어요 록선생? 바로 당신이 츠나와 티반장과 알렐이한테 한 짓이란 말이오! 저런 날을 한 번 맛본 애들이 옛날로 돌아갈 수 있겠어!? 물에 빠진 강아질 건졌으면 끝까지 책임을 져야지! 이 웬수야!
(안 그래도 요즘 물 건너에서 아가들이 큰형님 등과 팔과 허리에 죽어라 매달린 그림 자주 본다. 속 쓰려 디지겠다)
이러다 2기에서 23화 이후로 머리 잘라줄 사람이 없어 본의 아니게 어깨쯤까지 길어진 츠나가 더블 GN 드라이브 단 건담 몰고 뛰쳐나오면 큰형님의 환영이 두둥 등장해 「行け刹那、お前の望むところまで」뭐 이 따위 숭악한 대사나 칠까 두려워 미치겠다 아아 후덜덜덜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