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쩍한 나머지 23화를 돌려보며 오오 형님 미인이네 이딴 소리나 하고 있는 S입니다 (자중해 임마)
이걸 번역하고 싶어서 Banishing from Heaven을 개설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END of ME">가 일본어로 읽을 땐 그리 애틋하고 좋더니 좀처럼 한국어로 옮겨지지 않아 - 능력이 없는 거라고도 한다; - 숨 좀 돌려보려고 나카츠카 유노(中塚由乃, 사이트명 utrall) 씨의 <파도소리가 들려오다(潮騒が聞こえる)>를 은근슬쩍 납치해 왔다. 나카츠카 씨는 세이야에서는 캐릭터 모델로 삼을 만큼 이상적인 아이올리아 상(像)을 제공하고 BASARA에서는 내 이상의 사나다테 그 자체인 다테사나를 연성하고 계시는 나의 텍스트 여신님 중 한 분. 실은 내가 더블오를 기웃거리게 된 최초의 계기가 이 분이다 (젠장)
언제나처럼 문제가 되면 슥슥 문질러 지워버릴 예정이다. 질은 믿지 말자;
BGM은 아마노 츠키코(天野月子)의 Howling.
...and less.
파도소리가 들려오다
「――――아」
짤깍. 투명한 음이 퉁겨올랐다. 소리가 난 방향으로 시선을 주니 록온이 손톱을 깎는 소리로, 그쪽도 고개를 들어 세츠나를 확인하자, 그 다음은 멋쩍은 침묵이 이어졌다. 지극히 사적인 순간을 목격한 자와 목격당한 자. 양쪽 모두 뻘쭘한 공기에 내심 쩔쩔매고 있었다. 괜시리 겸연쩍기까지 한 것은 필경, 어지간히 친근하지 않고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사생활의 일부를 통해, 두 사람의 거리가 부자연스럽게 흔들렸기 때문이리라.
나이는 공으로 먹지 않아서, 먼저 어색하게나마 헤실 웃은 쪽은 록온이었다.
「세츠나도 깎을래? 손톱」
펼쳐놓은 티슈 위에는, 희멀건한 조각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하얀 손을 응시했다.
거추장스럽다 싶으면 깎을 뿐, 세츠나는 특별히 손톱 손질을 해 본 일은 한 번도 없었다. 저격수의 의무로서 항상 손을 철저히 관리하는 록온과는 다르다. 거기까지 일사천리로 판단을 내린 머리와는 별개로 입은 「깎겠어」라고 대답했다. 록온은 잠시 눈을 둥글게 떴으나, 실은 세츠나 쪽이 더욱 놀랐다.
「오케이. 그럼」
툭툭 털고 일어나려던 록온은 이번에야말로 경악했다. 맞은편에 앉은 세츠나와, 세츠나가 내민 손등을 번갈아 가며 바라본다. 뒤늦게 세츠나는 헛다리를 짚었음을 겨우 깨달았으나, 그렇다고 여기서 손을 거두면 아까보다 몇 배로 머쓱해지기 십상이었다. 한동안 서로의 얼굴만 쳐다보고 있었다.
「……알았다 알았어」
세츠나가 참다 못해 록온의 이름을 부르려는 찰나, 그가 앞질러서 쓰게 웃었다. 어조는 잔손이 많이 간다고 툴툴대고 있었지만, 그와는 달리 오히려 즐거워 보이기까지 하는 얼굴로 자리에 도로 앉아 손톱깎이를 집어들었다.
티슈를 옆으로 치우고, 하얀 손이, 세츠나의 손가락을 잡았다. 무심결에 손에 힘이 들어가, 록온의 움직임이 멎었다. 내리깔린 눈꺼풀 위에 그림자를 드리운 속눈썹이, 이유도 없이 몹시 신기해 보였다.
「맞다, 나 말야, 남의 손톱 깎긴 처음이거든」
「그래서?」
「잘못 깎을지도 모르니까 미리 사과할게」
「진작에 얘기해」
「진작에 얘기했잖아」
농조로 말하면서, 일정한 리듬으로 세츠나의 손가락을 엄지로 두드린다. 톡, ……톡, ……톡. 세츠나를 배려하고 있음을 금세 알았다.
「……깎는다─」
「아아」
제 선언대로, 흠칫거리면서 록온은 손톱깎이의 날을 세츠나의 손톱에 가져다댔다. 밑을 향한 눈을 좁히고, 짤깍, 울린 소리가 귓전에 남았다. 휴우. 내뱉은 숨이 어느 쪽의 것이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타인과의 접촉은 혐오스럽다.
그래도 록온은 세츠나가 질겁하지 않을 범위 내에서 손을 내밀어준다. 머리를 쓰다듬고 어깨를 두드리고, 하지만 장갑이 사이에 끼여 있을 때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평상시에는 가죽 장갑으로 가려진 손바닥을 보았다. 외부에 노출되는 일이 드문 맨 살은, 그러잖아도 본디부터 하얀 피부가 더해, 핏줄이 투명하게 비쳐 보일 것처럼 창백했다.
직접 느껴지는, 손바닥의 온도.
한 발 늦게 머리가 가슴을 따라잡았다.
자진해서 손을 내민 것은, 이 손을 만져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뚜렷이 드러난 관절의 동작과, 손목에서부터 이어지는 흐릿하게 햇볕에 그을은 자국을 눈으로 더듬었다. 그 사이에도, 길다란 손가락은 신중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짤깍. 짤깍. 상쾌한 소리가 연달아 이어졌다.
본디 말수가 극단적으로 적은 세츠나는 물론, 작업에 온 정신을 기울인 록온도 입을 다물고 있다. 손톱을 깎는 소리를 제외하면, 사방은 조용하기만 했다.
눈길을 떨구자, 손톱을 짧게 정돈한 록온과 마찬가지로, 세츠나의 손톱도 조금씩 둥글어져 가고 있었다. 그 사실에, 어째선지 마음이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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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온의 맨손이 좋습니다.
보통 가려졌던 것이 드러난다고 생각만 해도 두근거려요.
바닥에 앉아서 무릎 사이에 넣고 뒤에서 깎아줬으면 피 토하고 쓰러졌을 텐데.
2년 전부터 꼬꼬마는 형님이 업다시피 키웠다고 감히 주장합니다. 아아 이놈의 징한 의사형제/모자(....)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