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D of ME">에 이어 (내가 필경 전생에 그 분께 큰 죄 지은 게 틀림없는) 리린 님의 부채질로 줄줄이 엮여 떠오른 숭한 내 망상들에 내가 침몰했으므로 위안을 구하여 울면서 센쥬(センジュ, 사이트명 brute) 님의 훈훈한 전연령 관람가 단편들에 머리를 처박고 있었다. 신기루라도 좋고 팔에서 벗어나면 바로 스러져 버릴 허망한 온기라도 좋아요, 앞으로 6개월간 호노보노만 팔래 어흑흑흑흑흑 ㅠㅠ
"스스로 불가능한 줄 뻔히 아는 주장은 아예 시작부터 말라고 유치원에서 못 배웠습니까?"
"시끄러 이놈아아아아아아.... OTL"
이리하여 또다시 겁도 없이 들고 튄 단편 <약정(約定)> 나갑니다. 필자는 위에서 말했다시피 brute의 센쥬 님. 문제 되면 스윽스윽 지워버릴 예정이고, 질은 언제나 오십보백보다.
...and less.
약정
「무슨 일이야?」
드물게도 세츠나가 먼저 말을 건 것은, 뒤나메스의 발치에 웅크리고 앉은 록온이 오른손을 골똘히 응시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왼손은 맥없이 내팽개쳐져 있어 어디서 어딜 보아도 정비하다 말고 빈둥거리는 폼이 역력했으나, 가볍게 주먹을 쥔 손가락을 굽어보는 눈길만은 무척이나 진지하여 뭔지 모르게 위화감이 느껴졌다.
「세츠나」
눈앞을 가로막고 선 세츠나를 올려보고 록온은 깜짝 놀란 얼굴을 했다. 코앞까지 접근하도록 전혀 깨닫지 못했음은 즉 그만큼 내면에만 온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는 뜻이 된다. 은근히 불쾌해져, 세츠나는 록온을 굽어보며 다시 한 번 물었다.
「──무슨 일이야」
「손톱」
록온은 딱 한 마디를 마치 내뱉듯이 입에 올렸다. 그리고는 또다시 난처함 반, 곤란함 반이 뒤섞인 표정으로 돌아갔으나, 세츠나가 반사적으로 미간을 찌푸린 것을 금세 알아본 모양이었다. 발 빠르게 얼굴을 쓴웃음으로 재조정하고 오른손을 휘휘 내저어보였다.
「손톱이 부러졌어. 아까, 정비 거들다가」
「아아」
그제서야 세츠나는 다소나마 상황이 이해가 되었다. 보기에 록온의 손은 여전히 장갑으로 가려졌고 아무런 이상도 보이지 않았지만, 매우 사소한 결함조차도 백발백중의 정밀사격을 자랑하는 이 남자에게는 불만스러우리라. 쓴웃음에도 힘이 없었다.
「검지가?」
「아니, 새끼손가락」
사소해도 정도가 있다. 나름 걱정 비슷한 말을 이으려던 입가가 마구 경련했고, 록온은 그를 보고 비로소 유쾌하게 웃었다.
「뭐~어, 실은 별 문젯거리도 아니지만요!」
「신경 쓰이지 않나?」
「솔직히 말하면, 조금」
록온은 어깨를 으쓱했다.
「아예 신경이 안 쓰이지야 않지만, 뭐 손톱 좀 부러졌다고 정밀사격 못하지 않아. 제대로 겨냥하면 못 맞출 표적은 없어」
그렇게 말하고 록온은 의기양양하게 손가락을 흔들어 보였으나, 그나마도 곧 불만이 꽉 낀 얼굴로 변했다.
「그래도, 아니아니 물론 맞출 건데 말야」
「아아」
「만에 하나, 아니다, 백만에 하나, 명중 못 시키는 날엔 지 실력은 제쳐놓고 이런 하찮은 핑곌 주워섬기겠지 생각했더니 왠지 맥이 확 풀리대」
「당신도 빗맞출 때가 있는 줄은 알고 있어」
세츠나는 록온의 바로 앞에 무릎을 꿇었다. 다소 놀란 빛을 보이는 록온의 불안 서린 오른손에, 가만히 손을 뻗었다. 새끼손가락 끝을, 손가락으로 살며시 쓰다듬었다. 멍하니 눈을 깜박이던 록온의 얼굴에서, 불안이 단숨에 불만으로 뒤바뀌었다.
「지금 은근히 사람을 바보 만들지 않았냐?」
「그래도 나보다는 명중률이 높잖나」
「──미안, 비교대상이 하필 너여서야 전혀 위로가 안돼」
지독스럽게 진지한 얼굴로 대뜸 그런 말부터 내뱉어, 살짝 울컥했지만 세츠나는 뒤를 이었다.
「세상 누구보다도. 무슨 일이 있어도」
그렇게 고쳐 말하고, 세츠나는 미련 없이 손을 뗐다.
「따라서 빗나가면 내 탓이다. 지금 당신 손을 만졌지. 나는 재수가 없어. 제대로 명중시켜 본 일이 단 한 번도 없으니까」
「우왓, 넘해!」
록온은 야단스럽게 아우성을 치며 팔을 붕붕 내저었다. 목소리에는 장난끼가 실렸으되 엿본 눈빛은 지극 진지했다. 세츠나는 내심 약간 불만스러워 하면서도, 휘휘 내젓고 있는 손을 향해 말했다.
「분하면, 빗맞추지 마」
「──안 해」
얼굴을 성대히 찡그린 록온은, 그러나 세츠나를 향해 곧 웃어보였다.
「무슨 일이 있어도. 너만은 핑계거리로 삼지 않겠어」
아 훈훈해라 따스해라 ㅠㅠ
제군, 나는 꼬꼬마와 큰형님이 정말로 좋다...
여성향 냄새가 슬쩍 풍기긴 하되 그래봤자 좀 투철한 가족애(...)와 살짝 지나친 임프린팅(...)으로 죄 커버되는 초건전, 그럼에도 징하고 징하게 염장 푹푹 지르며 보는 사람 정신 다 발라버리는 저 오묘한 관계가 미치도록 좋아서 속마저 확 뒤집히려 한다. 나란히 서기만 해도 18금(...)이 되는 모 또라이 은흑 커플과는 정반대로 플라토닉의 극한이라니 오오 이 무슨 부조리의 정점
여러 가지로 지껄일 말은 많지만 상관도 없는 후기가 본편보다 더 길어지면 곤란하므로 다음 포스팅으로 뺍니다. (또 얼마나 주절거리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