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가 있을 리 없는 주저리주저리.

Banishing from Heaven | 2008/04/11 13:17

심드렁한 표정으로 엄청 난처해하는 록형 팔에 꼬옥 들러붙어 말없이 고개만 도리도리 젓는 꼬꼬마가 보고 싶은 요즘입니다. 나한텐 치유계가 필요해! 버럭!

전쟁근절이 사상 최강의 떡밥이었음이 슬슬 대놓고 수면으로 부상하는 가운데 함께 떠오르는 숭악한 여섯 글자. 인류보완계획(....)
세계를 통합시키겠다는 이오리아 슈헨베르그의 일차적인 목적은 이루어졌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그럼 솔직히 다음은 인류보완계획밖에 없잖수.

유사 이래로, 아니 발생 이래로 피터지게 싸우는 게 일상이었던 인류의 패러다임을 러브 앤드 피스로 완전히 갈아치우기. 그러나 인간은 피부색과 성별과 기타 조건에 상관없이 동등하다는 개념 익히는 데만도 수천 년이 족히 걸렸는데 (그나마 온전히 지 걸로 만들지도 않았다;) 이게 하루 아침에 될 리도 없고 방법을 생각하자니 눈앞이 아득하다. 필요한 순간에 적절히 자극과 고통을 가해주며 그쪽으로 살살 유도하는 방법이 제일 그럴싸하지만 시간 너무 걸리고 더블오 진행과 각본에도 차질이 생기니 가급적이면 '눈에 보이는' (정확히는 얼라들한테도 보이는;) 수단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아무리 그래도 에바가 아닌지라 인간을 몽땅 LCL에 처넣고 녹이지는 않을 테고, 좀 덜 판타지스럽고 더 더블오스러운 인류보완계획은 없을까 나름대로 머리를 마구 쥐어짜던 차, 츠나 꼬꼬마의 애독서일지도 모를 로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을 뒤적이다 느닷없이 리본즈 혹은 그와 유사한 존재로 추정되는 O 건담 파일럿의 배후설정이 줄줄이 스쳐지나가며 머리가 허옇게 비었다.

이하는 아스테 님의 블로그에서 인용.

- O 건담의 파일럿은 인간을 본따서 만들어진 인조생명.
- "인간이란 존재는 어찌하여 이다지도 어리석단 말인가"
- 건담과 베다 둘 다를 입수. 나아가 그 두가지로 모순을 없앤 세계를 구축하고 싶어하며, 가능한 능력을 지녔다.
- 본인을 인간보다 높은 차원에 있는 우량종으로 여기고 있다.
(정말로 파티마냐 더블 입실론 휴먼이냐;)

그리고 이노베이터Innovator(혁신자)라는 명칭.
자 여러분, 위와 같은 사고방식을 가진 존재가 모순 없는 세계를 세우기 위해 선택하는 가장 빠르고 손쉬운 수단이 뭘까요.

그렇다. 인류 전체를 애초부터 철저히 Politically Correct하게 사고할 수 있으며 부당한 증오도 분노도 품지 않는 고차원의 생명체로 죄 물갈이를 해 버리는 것이다. 이퀼리브리엄. 감정의 기복이 없는 신세계의 도래. '싫은' 어른이 배제된 새로운 네버랜드의 창조.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적어도 리본즈의 목적은 ↑저기 근접해 있을 것 같단 말이죠.

다만 문맥 상 리본즈는 독자 노선을 밟고 있을 가능성이 높긴 하나 그게 완전히 독립된 노선인지, 이오리아 슈헨베르그와 베다의 최종 목표에 통합 혹은 종속되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베다를 이용하고 있으나 실은 이용당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는 말이라던가 '이오리아는 조직이 안에서부터 무너질 줄 예측하고 있었다' 는 말을 보건대 리본즈의 계획을 발판 삼아 더 먼 곳을 내다보고 있을지 모른다는 짐작은 가지만, 뭐 더블오 2기 나올 때까진 모든 것이 추론의 영역을 벗어나지 못합지요... 쩌비...

헌데 왜 자꾸 여기서 신사쿠가 생각나는지 모르겠다. '망하려면 싸그리 다 망해버려라. 그 잿더미 위에 새로운 세계를 건설하겠다'.
어허 숭악한 망상 저리 가라;;;

하여간 리본즈의 계획이 저게 맞다고 일단 가정하고, 전면으로 드러났을 때 마이스터즈의 반응은 어떨까.
세츠나는 당연히 0.1초 내로 즐! 을 외치면서 칼을 뽑아들 테고, 록온은 (살아 있다면) 보나마나 웃기지 말라고 버럭하면서 손가락이 바로 방아쇠에 걸릴 테고, 티에리아는, 지상 싫다 인간도 싫다고 뷁뷁대던 옛날이라면 모를까 록형이 아주 제대로 길들여놓은 지금은 격하게 반발할 것이다. 인간보다 고차원의 존재가 인간에 대한 애정을 알아 과거의 동족들에게 등을 돌리고 같은 눈높이로 임하였다- 는 비록 흔해빠지긴 했어도 여전히 세월과 무관하게 버닝스런 소재라. '무정한 처녀' 브륀힐데가 지그문트와 지클린데를 통해 사랑을 배움으로써 불멸의 발퀴레에서 필멸의 인간으로 격하되었듯이. 그렇다면 양쪽 모두 <지구> 혹은 <대지>에서 유래하는 티에리아의 이름은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천상인에서 지상인으로. 구름 위의 존재에서 대지 위의 생명체로. 고고하게 군림하는 신에서 사랑과 구원을 얻은 한 인간으로.
(2기 오프닝에서 지구를 등지고 - 베다가 있는 - 달을 향해 호쾌하게 파동포 날리는 버츄는 그래서 들어갔던가 설마)

실은 마이스터즈 중에서 저 네버랜드에 홀랑 넘어갈 확률이 제일 높은 사람은 오히려 알렐이라는 강력한 심증이 있음(이넘아...).
티반장조차도 そんなことが!(あってたまるか)를 외칠 때 혼자 멸망과 심판을 뇌까리던, 세계에 대한 제 존재의 답을 찾아 헤매고 있는, 그리고 세계의 악의를 듣는 그 아이야말로. 리린 님이 예전 지적하신 바와 같이 眞・대형 사고 치는 일은 알렐루야 합티즘의 몫이라는 묘한 확신이 있으므로 감독이 지껄인 알렐이의 '전환점'이 혹여 여기랑 연결되지는 않을지 모르겠다. 혹여 마이스터끼리 등 돌리고 피터지게 싸우는 일은... 일만은.... 있을지도...;;;
(헉 설마 그 이유로 후반 내내 알렐이 왕따당한 거냐!!)


덤으로 모처의 더블오 정보 사이트에서 뒹굴다 왔다. 뭐 볼 사람은 이미 다 봤을 테고 신경 쓰이는 데 몇 군데만 추려봤음.

- 카미야 왈, "전철 안에서 (23화) 대본을 읽다가 울어버렸어요"
- 요시노 왈, "펑펑 울었어요. 지구를 감싸는가 했더니 저격. 최고였죠"
- 쥐죽은 듯 조용한 스튜디오 안에 후지와라 씨와 미키 씨의 목소리만이 메아리쳤다. 미키 씨의 혼신의 연기에 소름이 끼쳤다.
- 녹음이 끝난 후 펠트 역의 다카가키 씨가 미즈시마 감독에게 록온은 이제 더 나오지 않느냐고 울면서 매달렸다.
여러 가지로 23화가 1기 클라이맥스였던 게 맞는 모양.

- 1기에서 살아남은 캐릭터가 2기에서 활약할 때도 1기에서 무얼 했는지에 기반을 두고 최종적인 결말을 그려나갈 예정입니다. 봐주는 건 없어요.
- 인기가 있어서 살아남은 게 아닙니다.
미즈시마.....!!! 역시 더 뼈와 살 발라가며 뒤지게 굴릴 애들만 살려둔 거냐!!!!

- 미키신 충격발언, "록온의 결말(23화)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듣고 있었어요"
오 과연 다스 쿠로디아 d-ㅠ-b 처음부터 비련의 히로인 에어리스 희생제 제 1호로 낙인 찍어 놓고 이야기를 전개했다 이 말씀이렷다? 보나마나 뻔해, G페스에서 형님이 인기투표 1위 했을 때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을 거야. "핫핫핫 이놈들아 너희 전부 23화에서 죽어봐라" 이 조낸 시스같은 색히를 어떻게 척살해야 세상의 정의가 바로 설까요? 엉? 더블오만 끝나봐라 안에 넣고 동상 주조해서 현해탄에 던져버릴 테다.

- 록온과 많이 닮은 인물의 수수께끼는 2기에서 풀립니다. <어느 쪽이 록온>이었는지도 포함해서.
개인적으로는 나무 밑이 닐이고 묘비 앞이 라일이었다 보는데 오피셜 파일에는 반대로 기재되어 있다는 증언을 주워들었다. 아니 그 이전에, 정말 한쪽이 라일 디란디가 맞긴 맞는가?
(즘생같은 여심은 세츠나와 라일의 날서고 증오 서린 한 판이나 봤음 좋겠다는 망상이나 하고 있다... 안돼안돼;)

- 티에리아의 수수께끼는 2기에서 다룰 예정입니다.
- 티에리아의 록온에 대한 마음도 2기에서 밝혀질지...도?
- 마이스터 중에서 유일하게 (록온을) 신뢰하고, 존경하고 있었다.

대체 마음은 무슨 (식은땀)
뉴타입과 아니메쥬와 아니메디아 세 잡지가 일제히 약속이나 한 듯 록형과 티반장의 관계에 석유 붓고 부채질을 하며 모닥불 앞에서 난리 블루스를 춰 대는데 쪽은 쪽대로 팔리고 왜들 이러시나 모르겠음; 아니메쥬에서 슬그머니 언급된 록형의 티반장에 대한 쬐끔 과도한 보호심리도 그렇고 대체 이 사람 뭘 어디까지 알고 있었는지 궁금해 미치겠네.

- (알렐루야) 11화에서 초병기관에 퍼부은 공격은 그가 짊어질 십자가.
- (세츠나) 커다란 변화는 이제부터. 앞길에 기다리는 것이 있다.

알렐이도 알렐이지만 저건 즉 우리 꼬꼬마가 25화에서 내린 결론을 뒤집어서 홈런 날릴 준비가 되어 있다 이 뜻이구먼요. 그래 어디 한 번 잘해봐라 이 시스같은 쿠로다넘아 (빠드드드득)

한편 아니메쥬 5월호 일러스트가 정말 여러 의미로 시스같은 숭악한 물건이라는데, 필경 놈들은 경쟁지인 뉴타입 4월호를 보고 몹시 부끄러워하며 잡지 일러라면 조낸 발랄해야 한다고 믿었던 저희들의 안일한 자세를 반성한 게 틀림없다. 사, 사야 돼...?! 나 애니 잡지 졸업한지 7년에서 8년은 됐는뎁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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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린 2008/04/11 18:02
웃으며 돌아서서 가버리는 형님을 향해 울며 손 뻗는 꼬꼬마와 눈물짓는 티에리아와 슬픔에 잠겨 전송하는(....) 알렐이라니, 말만 들어도 시스의 악의가 느껴지는(....) 아니메쥬 일러스트입니다. ㄷㄷㄷ
근데 아니메쥬는 옛날부터 일러스트 빠방하게 때려준 작품일 경우 묘하게 텍스트로는 푸대접하는 경향이 있어서(.......사무라이 트루퍼즈 때 톡톡히 당해본 1人 <-)

이오리아의 인류보완계획은(.....) 우주 진출과도 꽤 관계가 있을 듯 합니다. 뭐 건담시리즈의 전통이란 것도 있고, 스메라기 여사가 미숙한 존재 운운하며 복선 깔아둔 것도 있고요. 쌈질하는 놈은 우주로 나오지도 마!! 라든가(야;;;) 티에리아가 대놓고 여성형 이름이란 것도 꽤 신경쓰이네요.
그리고 알렐이의 십자가 어쩌구랑 기독교 신화, 그리고 원죄론 참조해서 가만히 연동시켜보면 나름 화끈한 결론(....) 얼마든지 나올 수 있지 말임다. 애초에 셀레스티얼 빙이란 이름도 하나의 키워드란 생각이 드네요. 건담들은 천사라기보단 사도에 가깝다 봐야할까 싶고(....그만;;) 그런 의미로 새삼 흉악하게 다가오는 11화.....(두둥)

그나저나 성우들 얘기는 읽다가 죽었.....;;;;; 23화 에피소드들도 에피소드지만 밐신의 자리 비우기 신공에서 두 번 죽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런걸로 확인사살하지맛!!!;ㅁ;
미즈시마가 2기 엔딩이 배드엔딩이 아닌 엔딩으로 가려고 한다 어쩌구 말해준 건 되게 고마운데(......) 그거 곧이곧대로 믿었다간 피 보리란 본능의 외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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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ARA 2008/04/14 22:56
일러스트 보고 죽어버렸습니다. 아니메쥬 5월호는 더블오에 관한 한 일러스트뿐만 아니라 텍스트에서도 아주 작정을 했다 하더구만요 그 숭악하기 짝이 없는 파라미터도 그렇고... OTL
17화에서 느닷없이 튀어나온 목성을 생각하면 우주 진출이 크게 얽혀 있는 건 십에 팔구 의심의 여지가 없겠지만 과연 어떤 식으로 인류를 시험하려 하고 있는지가 궁금해서 몸이 비비 꼬입니다요. 설마 거기서 우주고래;나 스타게이트;를 발견했다 뭐 이런 전개는 아닐 테고(...)
님 지적하신 대로 작명에 무척 신경쓰는 티가 풀풀 나는 더블오고 보면 신에 대한 찬미와 시련을 결합한 알렐이 이름은 새삼 흉악도 두 배고 셀레스티얼 비잉은, 확신범 맞고...;

....그리고 원래 대지는 여성이지 말입니다..... (수군수군)

미키신이 원래 좀 강하잖아요 어흑흑흑 역시 성우든 뭐든 좀 묵어야지 포스빨과 내공이 일취월장하나 봅니다(야)

속으시면 안돼요! 배드엔딩이 아니라 해서 곧 해피엔딩이라는 보장 절대 없고 주인공만 살고 정신 붕괴 안 했으면 그건 배드엔딩 아닌 엔딩으로 분류된단 말입니다아아아아 orz 더구나 전 등장인물 다 몰살시킨 후 주인공 둘만 덜렁 살려놓고 그걸 해피엔딩이라 박박 우기던 몹쓸 년을 한 마리 알고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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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12 16:34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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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ARA 2008/04/15 08:55
덕분에 못난 자식놈 셋 키우느라 허리가 빠지는 애아빠 구경 잘 하고 왔습니다 (꾸벅) 오죽하면 물 건너에선 셀레스티얼 비잉 유치원의 록온 스트라토스 선생님이 이놈 저놈 다 건드려보는 상습네타로 자리잡았겠습니까. 그 사람 별명 내지 애칭 중 하나가 おかん이라까요 おかん (식은땀)

정말이지 더블오에선 살아남은 게 축복이 아닙니다. 미친듯이 후달려가며 죽을 고생 하라고 살려뒀다니까요 OTL 일찍 간 형님 차라리 다행이라 생각해 줘야 하는 건지 이거 원.
훗, 무르시군요. 자고로 마지막에 주인공 명줄이 붙어 있고 정신 붕괴만 되어 있지 않으면 '배드 엔딩 아닌 엔딩'입니다! 전 뚱땡이 새디스트 감독을 믿지 않아효....

은혼 관련글도 즐겁게 봐주셨다니 기쁩니다. 애호하시는 리스트가 매우 비범합니다. 앞으로도 자주 놀러와 주세요 ^^
아니 근데 니조->신짱의 비주얼이 어디가 어때서요! (내심 지금도 버닝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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