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디 옹의 Dies Irae에 완전히 격침당하고(리린 님 미워염...) 방바닥을 데굴데굴 굴러댕기다 진정 더블오에서 치유를 구하려면 츠나 꼬꼬마가 아니라 로드 그레이엄을 찔러야 한다는 진리를 벼락맞은 듯 깨달았다. 고로 오늘은 만병의 치유약 세상의 즐거움 개그 노선을 추구하겠습니다
안 그래도 더러운 형님 팔자 비상식인에게 침 발려 더 뭣같이 되지만 보는 사람 즐거우면 그걸로 만사 장땡이다. 그리고 그 사람은 좀 당해도 싸다능(....).
들어가기에 앞서 애피타이저로 하나 투척하겠음.
그닥 잘 만든 영상은 아니지만 1분 4초부터 줄곧 그레이엄의 턴(...)
여러 의미로 결말이 진짜 안습이다. 니코니코 아이디가 있는 분은 꼭 한 번 보시길.
이하는 사이트명부터 조낸 엄한 Lockon-JAPAN의 마스터 렌치(レンチ) 씨의 제목 없는 개그 단편.
늘 그렇듯이 질을 너무 기대하시면 슬프고(...) 문제가 되면 싹싹 지워 없앨 예정이다.
...and less.
애새끼들은 골때리고 변태는 줄줄이 들러붙어 예서나 제서나 인생 피곤하기론 정평이 난 형님에게 0.1초간 묵념. (내가 베풀 수 있는 최대한의 자빈 줄 알라 흥 쳇 핏)
여기서 잠시 더블오 노벨라이즈의 268p에서 270p까지를 인용하겠다.
「세간에서는 이 변형기를 <그레이엄 스페셜>이라 부른다!!」
그레이엄은 콕핏 안에서 웃고 있었다.
예의 청백색 건담이 아닌 것은 조금 유감이지만, 건담은 건담이다. 저격 타입의 빔포를 세 번이나 회피했다. 무시무시한 중력이 온 몸을 짓눌렀지만, 커스텀의 이름은 헛것이 아니었다. 프로페서 에이프먼은 실로 대단한 일을 해냈다.
이 기체의 엄청난 운동성이 놀라운가, 건담.
이 기체를 조종하는 내가 누구인지 알고 싶나, 건담.
그렇다면.
「자기 소개를 해야 하겠지───!!」
커스텀 플래그는 건담을 향해 단숨에 쇄도해 그 기세를 실어 왼쪽 다리를 있는 힘껏 부딪혔다.
「그레이엄 에이커다!」
건담의 몸체에 발차기가 작렬했다.
(중략)
「몸가짐이 정숙하군, 건담!」
내가 이토록 작업을 걸어도 돌아오는 대답은 매몰차기 이를 데 없다.
실낱같은 희망도 보이지 않는다는 건 이럴 때 쓰는 말이겠지.
그러나, 나는 집요하고 집념이 강한, 소위 미움받는 타입이다!
오늘에야말로 쓰러뜨리겠다, 건담!
이상, 로드 그레이엄의 무수한 외계어 중 단연 다섯 손가락에 꼽히는 공전절후의 망언이 작렬한 12화에 해당하는 대목이었음.
어~이 여러부~운, 여기 발정난 짐승이 있어요~ (とっとと逃げろ兄貴!!)
문제의 '껴안고 싶구나 베이비' & '잠자는 공주다 오예'(...)의 노벨라이즈도 꽤나 기대되는 가운데, 귀찮;아서 적당히 뭉갰지만 실상 로드 그레이엄은 두 번째 단락 둘째줄에서 무려 けんもほろろ라는 무지막지한 마이너 형용사를 쓴다(...). 아 놕 요즘은 일본인한테도 꽤나 생소할 단어라구우우우! 당신 정녕 양키 감성과 사무라이 근성이 최악의 비율로 싹싹 버무려진 생명체였냐...!! 너무 좋잖아!! <-
같은 건담이 아니면 통신은 쓸 수 없다. 그럼 남은 방법은 하나. 유니온 플래그의 유능한 에이스 파일럿 그레이엄 에이커 상급대위는 주저없이 전 통신회선을 오픈으로 전개하고, 맑게 갠 하늘을 향해 낭랑한 목소리로 벽력같이 외쳤다.
『만나고 싶었소! 나의 잠자는 공주!』
「……!?」
엑시아에서는 세츠나가 눈살을 찌푸렸고, 버츄에서는 티에리아가 체감온도를 영하로 내렸으며, 퀴리오스에서는 알렐루야가 넋이 나갔고, ……뒤나메스에서는 록온의 숨이 꼴딱 넘어갔다.
여담으로 유니온 플래그의 우수한 대원 여러분은 일제히 머리를 싸안고 울부짖었다는 뒷말이 전해진다.
「잠자는 공주?」
건담 간의 장갑진동형 통신 회선이 열리고, 미심쩍어하는 세츠나의 얼굴이 화면에 나타났다. 뒤이어 회선을 연 알렐루야 역시 몹시도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대체 누굴 말하는 걸까. 설마 우리?」
「모빌수트에 <공주>라는 형용은 비상식적이야. 더구나 우리는 누구 하나 자고 있지 않다」
오로지 현실만을 직시하는 티에리아의 얼음장 같은 무표정이 오늘만은 마음든든했다.
비상식이라는 표현도 저 남자의 대갈통에는 아깝다고 록온은 생각했지만, 회선은 열되 굳게 침묵을 지켰다. 여기서 어, 저거 내 얘기예요, 라며 철판 깔고 자백할 용기 따윈 있지도 않았다.
『허나 보기드문 장관이야! 내 마음을 사로잡고 놓아주지 않는 건담이, 한 자리에 무려 넷이나 모여 있다니! 정월과 추수감사절을 한꺼번에 맞은 기분이 이것인가!』
하이텐션이 극에 달해 어느 별의 언어를 지껄이고 있는지도 아리송한 그레이엄 에이커 따라 플래그도 황홀한 시선으로 4기의 건담을 둘러보았다.
정상적인 신경을 가진 자라면 이 국면에서 응당 위기의식을 품고도 남을 터였지만 실력에 자신이 있는지, 플래그 파이터에게 전폭적인 신뢰를 기울이고 있는지, 기쁜 나머지 나사가 죄 빠졌는지, 이도 저도 아니면 단지 변태일 뿐인지, 하여간 그레이엄은 상황과는 하등 관계없이 두릿두릿하던 플래그의 눈을 마침내 한 점에 못박았다.
『그러나 개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이는 역시 그대요!!』
「에에에에에에엣!?」
록온!? 알렐루야가 비명을 지르기에 앞서, 록온 스트라토스 24세는 노구에 채찍질을 가해 뒤나메스의 과거 기록을 깡그리 갱신하는 어마무지한 스피드로 몸을 날려 마침 옆에 선 버츄의 풍만한 기체 뒤에 쪼르르 숨었다. 물론 버츄를 플래그 쪽으로 스윽 밀어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동료를 방패로 삼다니 비위 한 번 좋으십니다」
썰렁히도 꼬나보는 티에리아에게 록온은 안면 경련을 부륵 일으키며 억지로 헤실 웃어보였다.
「아니, 니가 제일 예뻐」
「통신 화면으로도 물체 전송이 가능하다면, 지금 당장 당신의 코뼈를 부러뜨리고 싶군요」
듣기만 해도 등골이 선뜩해질 일이었지만, 사실 춥기로 말하자면 현 상황이 수천 배는 더했다. 화면 너머의 세츠나는 돌아가는 꼴이 파악 안되는지 입을 다문 채였고, 알렐루야는 곤란하게 웃으며 중재에 나섰다.
「싸움은 못 써. 모두 함께 사이좋게 저 플래그를 죽이자」
「……」
이의는 없는데 이놈도 무섭다. 내 편이 있기는 할라나. 록온이 일말의 불안을 품은 그때, 문제의 에이스는 구태여 기체의 팔을 허리에 척 걸치곤 귀청이 떨어져라 와하하하하하핫 웃어젖혔다.
『사람을 앞에 두고 저희들끼리 숙덕숙덕 귓속말은 달갑지 않군! 정정당당히 말해보게!』
아니면. 플래그의 눈이 번쩍 빛났다.
『오픈 회선으로 관등성명을 대고 나선 내게, 한 마디 응수도 없이 공격을 가하는 야만적인 행위에 호소할 셈인가? 그 또한 나름 자극적이긴 하되, 이런이런, 셀레스티얼 비잉의 미덕도 알아볼 조가 아닌가!』
「……록온 스트라토스」
야만적인 행위, 미덕도 알아볼 조. 이런 류의 도발에 솔선수범해 홀랑 넘어가는 미모의 안경소년이, 일단은 리더격이라 해야 할 최연장자에게 눈길을 주었다.
「당신이 응하십시오」
「하아!?」
「저 사내는 유니온 플래그의 좌장. 그렇다면 이쪽도 좌장이 나서는 것이 도리라 판단했습니다」
「……저기, 좌장이라 해봤자 우린 네 명밖에 없는 소규모 조직……」
「어쨌건 좌장은 좌장입니다. 썩어도 좌장」
아니 일단 썩지는 않았는데, 아마도……반론 좀 해보려고 말을 고르는 사이 사시사철 마이페이스인 알렐루야가 선수를 쳤다.
「그러게……저 사람은, 록온을 좋아하는 것 같고……」
「야 임마! 내가 아니라 뒤나메스야! 그, 뭐냐, 틀림없이 녹색을 좋아하는 거라구!」
변명치고는 참 구차했지만 알렐루야는 「전 주황색이 좋지만요」라며 상콤발랄하게 납득해 주었다. 하로가 뭐라뭐라 떠들어대는데 필시 그쪽도 주황색을 애호하는 모양이다.
아무래도 여기선 록온이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는 듯했다……죽도록 싫지만.
「그런 이유로 하로, 너만 콱 믿는다!」
『맡겨줘, 맡겨줘』
하로의 믿음직스런 답변과 함께, 뒤나메스는 플래그와 대면하고자 가뿐한 몸짓으로 상승했다.
『공주……』
「……」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습니다」
장미 피고 하트 날아댕기는 플래그의 시선에 기가 질려 도로 하강하려는 뒤나메스의 발목을 버츄가 덥석 움켜쥐었다. 한 발짝 떨어진 곳에서는 퀴리오스가 잽씨덕 비행형태로 변형해 무슨 일이 터지면 제일 먼저 꼬리 말고 튈 준비를 마친 참이었다.
마음속으로 끝도 없이 빌어먹을을 외치면서 눈길을 돌려보니, 어느 틈엔가 플래그가 코앞에 들러붙어 있었다.
「히엑!」
『공주……그대와 드디어 재회하게 되어 기쁘기 한량없소. 마치 꿈만 같군요……』
「……」
불꽃 튀는 전투를 치러도 모자랄 판에 이따구 흉악한 대사나 읊어대면서 과연 천벌이 두렵지 않은 것인가?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자 같은 속도로 플래그가 스스스슥 다가들었다.
『품안의 감촉이 아직도 생생하다오. 나는 그날 밤, 힘없이 늘어진 그대를 쓰러뜨리고 이 두 팔로 격하게 포옹했었지……!』
「에에에에에에에엣!?」
이번에도 알렐루야가 성대하게 뒤집어졌다. 눈을 부릅뜬 티에리아도, 혼이 빠져나간 세츠나도, 이쪽을 멀거니 주시하고만 있는 플래그 파이터의 여러분도, 마음만은 하나였으리라.
「아, 안겼나요, 록온……」
「안되셨습니다」
「내게 손대지 마」
결속력은 약에 쓰려 해도 없는 마이스터 일동이 꼭 이럴 때만 짜기라도 한 듯이 입을 모은다. 참을성은 진작에 임계점을 뚫고 바닥을 쳐 버린 록온은, 반쯤 울다시피 뒤나메스의 팔을 번쩍 들어올려 플래그를 향해 힘차게 손가락을 내뻗었다.
기왕이면 얼굴에 모자이크도 씌워줘야 할 괴기망측한 음성이 온 하늘에 쩌렁쩌렁 울려퍼졌다.
『웃기고 자빠졌다! 난 승낙한 적 없다구! 니가 강제로 올라탔잖아!』
『……』
그놈의 숭한 합성음에는 그레이엄마저도 깜짝 놀란 모양이었다.
『심히 개성적인 목소리로군』
『음성변조기닷! 미쳤다고 진짜 목소릴 내겠냐!』
하로에 장비된 파티용 깜짝 기능이 설마 여기서 소용이 닿을 줄이야. 유비무환. 방비가 있으면 우환이 없으리라. 오랜 격언에도 불구하고 어째 우환밖에 없는 인생길을 폭진하고 있는 록온은, 용건은 끝났다고 멋대로 결론짓고 뒤나메스를 물리며 빔 라이플을 잡았다.
「얘기는 끝났어. 전투로 들어간다!」
애들을 고무하려는 시도는 좋았으나 정작 나머지 3인조의 면상은 하나같이 피안 언저리를 배회하고 있었다.
「꿈에 들을까 겁나는 목소리였어요 록온……」
도저히 수습이 불가능했던지 드물게도 알렐루야가 나서서 비난의 포문을 열었다. 티에리아도 이루 말할 수 없는 미묘한 얼굴로 한숨을 쉬었다.
「대화에 응한 시점에서 미덕은 지켜졌지만, 그 이상으로 소중한 뭔가를 잃은 기분입니다」
「내게 손대지 마」
「……」
어이 이놈들아 예서 전의를 상실하지 말란 말이다. 수치를 무릅쓰고 플래그를 상대한 내가 불쌍하지도 않아!
록온이 아우성을 치려는 순간, 간발차로 앞질러 뛰어든 외부 통신이 그의 말을 끊어먹었다.
『증원 접근! 증원 접근! AEU 및 인혁련의 부대가 급속도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
비행형태의 퀴리오스가 총알같이 튀어나간 것을 신호로, 건담 마이스터 일동은 손에 손을 잡고 나란히 귀가를 결의했다.
후일, 그레이엄 에이커의 일련의 행위는 시간을 벌기 위한 연출이 아니었는지를 의심하는 나름 그럴싸한 억측이 부상했지만, 신종의 정신 오염물을 회상하고 싶지도 않았던 마이스터즈는 깊이 따지고 드는 일 없이 과거의 오점으로서 조용히, 아주 조용히 묻어버렸다 한다.
그레이엄 공은 1년 365일 언제나 진심입니다.
『만나고 싶었소! 나의 잠자는 공주!』
「……!?」
엑시아에서는 세츠나가 눈살을 찌푸렸고, 버츄에서는 티에리아가 체감온도를 영하로 내렸으며, 퀴리오스에서는 알렐루야가 넋이 나갔고, ……뒤나메스에서는 록온의 숨이 꼴딱 넘어갔다.
여담으로 유니온 플래그의 우수한 대원 여러분은 일제히 머리를 싸안고 울부짖었다는 뒷말이 전해진다.
「잠자는 공주?」
건담 간의 장갑진동형 통신 회선이 열리고, 미심쩍어하는 세츠나의 얼굴이 화면에 나타났다. 뒤이어 회선을 연 알렐루야 역시 몹시도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대체 누굴 말하는 걸까. 설마 우리?」
「모빌수트에 <공주>라는 형용은 비상식적이야. 더구나 우리는 누구 하나 자고 있지 않다」
오로지 현실만을 직시하는 티에리아의 얼음장 같은 무표정이 오늘만은 마음든든했다.
비상식이라는 표현도 저 남자의 대갈통에는 아깝다고 록온은 생각했지만, 회선은 열되 굳게 침묵을 지켰다. 여기서 어, 저거 내 얘기예요, 라며 철판 깔고 자백할 용기 따윈 있지도 않았다.
『허나 보기드문 장관이야! 내 마음을 사로잡고 놓아주지 않는 건담이, 한 자리에 무려 넷이나 모여 있다니! 정월과 추수감사절을 한꺼번에 맞은 기분이 이것인가!』
하이텐션이 극에 달해 어느 별의 언어를 지껄이고 있는지도 아리송한 그레이엄 에이커 따라 플래그도 황홀한 시선으로 4기의 건담을 둘러보았다.
정상적인 신경을 가진 자라면 이 국면에서 응당 위기의식을 품고도 남을 터였지만 실력에 자신이 있는지, 플래그 파이터에게 전폭적인 신뢰를 기울이고 있는지, 기쁜 나머지 나사가 죄 빠졌는지, 이도 저도 아니면 단지 변태일 뿐인지, 하여간 그레이엄은 상황과는 하등 관계없이 두릿두릿하던 플래그의 눈을 마침내 한 점에 못박았다.
『그러나 개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이는 역시 그대요!!』
「에에에에에에엣!?」
록온!? 알렐루야가 비명을 지르기에 앞서, 록온 스트라토스 24세는 노구에 채찍질을 가해 뒤나메스의 과거 기록을 깡그리 갱신하는 어마무지한 스피드로 몸을 날려 마침 옆에 선 버츄의 풍만한 기체 뒤에 쪼르르 숨었다. 물론 버츄를 플래그 쪽으로 스윽 밀어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동료를 방패로 삼다니 비위 한 번 좋으십니다」
썰렁히도 꼬나보는 티에리아에게 록온은 안면 경련을 부륵 일으키며 억지로 헤실 웃어보였다.
「아니, 니가 제일 예뻐」
「통신 화면으로도 물체 전송이 가능하다면, 지금 당장 당신의 코뼈를 부러뜨리고 싶군요」
듣기만 해도 등골이 선뜩해질 일이었지만, 사실 춥기로 말하자면 현 상황이 수천 배는 더했다. 화면 너머의 세츠나는 돌아가는 꼴이 파악 안되는지 입을 다문 채였고, 알렐루야는 곤란하게 웃으며 중재에 나섰다.
「싸움은 못 써. 모두 함께 사이좋게 저 플래그를 죽이자」
「……」
이의는 없는데 이놈도 무섭다. 내 편이 있기는 할라나. 록온이 일말의 불안을 품은 그때, 문제의 에이스는 구태여 기체의 팔을 허리에 척 걸치곤 귀청이 떨어져라 와하하하하하핫 웃어젖혔다.
『사람을 앞에 두고 저희들끼리 숙덕숙덕 귓속말은 달갑지 않군! 정정당당히 말해보게!』
아니면. 플래그의 눈이 번쩍 빛났다.
『오픈 회선으로 관등성명을 대고 나선 내게, 한 마디 응수도 없이 공격을 가하는 야만적인 행위에 호소할 셈인가? 그 또한 나름 자극적이긴 하되, 이런이런, 셀레스티얼 비잉의 미덕도 알아볼 조가 아닌가!』
「……록온 스트라토스」
야만적인 행위, 미덕도 알아볼 조. 이런 류의 도발에 솔선수범해 홀랑 넘어가는 미모의 안경소년이, 일단은 리더격이라 해야 할 최연장자에게 눈길을 주었다.
「당신이 응하십시오」
「하아!?」
「저 사내는 유니온 플래그의 좌장. 그렇다면 이쪽도 좌장이 나서는 것이 도리라 판단했습니다」
「……저기, 좌장이라 해봤자 우린 네 명밖에 없는 소규모 조직……」
「어쨌건 좌장은 좌장입니다. 썩어도 좌장」
아니 일단 썩지는 않았는데, 아마도……반론 좀 해보려고 말을 고르는 사이 사시사철 마이페이스인 알렐루야가 선수를 쳤다.
「그러게……저 사람은, 록온을 좋아하는 것 같고……」
「야 임마! 내가 아니라 뒤나메스야! 그, 뭐냐, 틀림없이 녹색을 좋아하는 거라구!」
변명치고는 참 구차했지만 알렐루야는 「전 주황색이 좋지만요」라며 상콤발랄하게 납득해 주었다. 하로가 뭐라뭐라 떠들어대는데 필시 그쪽도 주황색을 애호하는 모양이다.
아무래도 여기선 록온이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는 듯했다……죽도록 싫지만.
「그런 이유로 하로, 너만 콱 믿는다!」
『맡겨줘, 맡겨줘』
하로의 믿음직스런 답변과 함께, 뒤나메스는 플래그와 대면하고자 가뿐한 몸짓으로 상승했다.
『공주……』
「……」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습니다」
장미 피고 하트 날아댕기는 플래그의 시선에 기가 질려 도로 하강하려는 뒤나메스의 발목을 버츄가 덥석 움켜쥐었다. 한 발짝 떨어진 곳에서는 퀴리오스가 잽씨덕 비행형태로 변형해 무슨 일이 터지면 제일 먼저 꼬리 말고 튈 준비를 마친 참이었다.
마음속으로 끝도 없이 빌어먹을을 외치면서 눈길을 돌려보니, 어느 틈엔가 플래그가 코앞에 들러붙어 있었다.
「히엑!」
『공주……그대와 드디어 재회하게 되어 기쁘기 한량없소. 마치 꿈만 같군요……』
「……」
불꽃 튀는 전투를 치러도 모자랄 판에 이따구 흉악한 대사나 읊어대면서 과연 천벌이 두렵지 않은 것인가?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자 같은 속도로 플래그가 스스스슥 다가들었다.
『품안의 감촉이 아직도 생생하다오. 나는 그날 밤, 힘없이 늘어진 그대를 쓰러뜨리고 이 두 팔로 격하게 포옹했었지……!』
「에에에에에에에엣!?」
이번에도 알렐루야가 성대하게 뒤집어졌다. 눈을 부릅뜬 티에리아도, 혼이 빠져나간 세츠나도, 이쪽을 멀거니 주시하고만 있는 플래그 파이터의 여러분도, 마음만은 하나였으리라.
「아, 안겼나요, 록온……」
「안되셨습니다」
「내게 손대지 마」
결속력은 약에 쓰려 해도 없는 마이스터 일동이 꼭 이럴 때만 짜기라도 한 듯이 입을 모은다. 참을성은 진작에 임계점을 뚫고 바닥을 쳐 버린 록온은, 반쯤 울다시피 뒤나메스의 팔을 번쩍 들어올려 플래그를 향해 힘차게 손가락을 내뻗었다.
기왕이면 얼굴에 모자이크도 씌워줘야 할 괴기망측한 음성이 온 하늘에 쩌렁쩌렁 울려퍼졌다.
『웃기고 자빠졌다! 난 승낙한 적 없다구! 니가 강제로 올라탔잖아!』
『……』
그놈의 숭한 합성음에는 그레이엄마저도 깜짝 놀란 모양이었다.
『심히 개성적인 목소리로군』
『음성변조기닷! 미쳤다고 진짜 목소릴 내겠냐!』
하로에 장비된 파티용 깜짝 기능이 설마 여기서 소용이 닿을 줄이야. 유비무환. 방비가 있으면 우환이 없으리라. 오랜 격언에도 불구하고 어째 우환밖에 없는 인생길을 폭진하고 있는 록온은, 용건은 끝났다고 멋대로 결론짓고 뒤나메스를 물리며 빔 라이플을 잡았다.
「얘기는 끝났어. 전투로 들어간다!」
애들을 고무하려는 시도는 좋았으나 정작 나머지 3인조의 면상은 하나같이 피안 언저리를 배회하고 있었다.
「꿈에 들을까 겁나는 목소리였어요 록온……」
도저히 수습이 불가능했던지 드물게도 알렐루야가 나서서 비난의 포문을 열었다. 티에리아도 이루 말할 수 없는 미묘한 얼굴로 한숨을 쉬었다.
「대화에 응한 시점에서 미덕은 지켜졌지만, 그 이상으로 소중한 뭔가를 잃은 기분입니다」
「내게 손대지 마」
「……」
어이 이놈들아 예서 전의를 상실하지 말란 말이다. 수치를 무릅쓰고 플래그를 상대한 내가 불쌍하지도 않아!
록온이 아우성을 치려는 순간, 간발차로 앞질러 뛰어든 외부 통신이 그의 말을 끊어먹었다.
『증원 접근! 증원 접근! AEU 및 인혁련의 부대가 급속도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
비행형태의 퀴리오스가 총알같이 튀어나간 것을 신호로, 건담 마이스터 일동은 손에 손을 잡고 나란히 귀가를 결의했다.
후일, 그레이엄 에이커의 일련의 행위는 시간을 벌기 위한 연출이 아니었는지를 의심하는 나름 그럴싸한 억측이 부상했지만, 신종의 정신 오염물을 회상하고 싶지도 않았던 마이스터즈는 깊이 따지고 드는 일 없이 과거의 오점으로서 조용히, 아주 조용히 묻어버렸다 한다.
그레이엄 공은 1년 365일 언제나 진심입니다.
애새끼들은 골때리고 변태는 줄줄이 들러붙어 예서나 제서나 인생 피곤하기론 정평이 난 형님에게 0.1초간 묵념. (내가 베풀 수 있는 최대한의 자빈 줄 알라 흥 쳇 핏)
여기서 잠시 더블오 노벨라이즈의 268p에서 270p까지를 인용하겠다.
「세간에서는 이 변형기를 <그레이엄 스페셜>이라 부른다!!」
그레이엄은 콕핏 안에서 웃고 있었다.
예의 청백색 건담이 아닌 것은 조금 유감이지만, 건담은 건담이다. 저격 타입의 빔포를 세 번이나 회피했다. 무시무시한 중력이 온 몸을 짓눌렀지만, 커스텀의 이름은 헛것이 아니었다. 프로페서 에이프먼은 실로 대단한 일을 해냈다.
이 기체의 엄청난 운동성이 놀라운가, 건담.
이 기체를 조종하는 내가 누구인지 알고 싶나, 건담.
그렇다면.
「자기 소개를 해야 하겠지───!!」
커스텀 플래그는 건담을 향해 단숨에 쇄도해 그 기세를 실어 왼쪽 다리를 있는 힘껏 부딪혔다.
「그레이엄 에이커다!」
건담의 몸체에 발차기가 작렬했다.
(중략)
「몸가짐이 정숙하군, 건담!」
내가 이토록 작업을 걸어도 돌아오는 대답은 매몰차기 이를 데 없다.
실낱같은 희망도 보이지 않는다는 건 이럴 때 쓰는 말이겠지.
그러나, 나는 집요하고 집념이 강한, 소위 미움받는 타입이다!
오늘에야말로 쓰러뜨리겠다, 건담!
이상, 로드 그레이엄의 무수한 외계어 중 단연 다섯 손가락에 꼽히는 공전절후의 망언이 작렬한 12화에 해당하는 대목이었음.
어~이 여러부~운, 여기 발정난 짐승이 있어요~ (とっとと逃げろ兄貴!!)
문제의 '껴안고 싶구나 베이비' & '잠자는 공주다 오예'(...)의 노벨라이즈도 꽤나 기대되는 가운데, 귀찮;아서 적당히 뭉갰지만 실상 로드 그레이엄은 두 번째 단락 둘째줄에서 무려 けんもほろろ라는 무지막지한 마이너 형용사를 쓴다(...). 아 놕 요즘은 일본인한테도 꽤나 생소할 단어라구우우우! 당신 정녕 양키 감성과 사무라이 근성이 최악의 비율로 싹싹 버무려진 생명체였냐...!! 너무 좋잖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