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베르디의 Dies Irae로 23화 매드를 만들어주지 않을까 꽤 진심으로 기대하고 있는 요즘(他力本願かよ), 리린 님의 세 번째 단편이 아닌 밤중에 얼마나 시스스러웠는지 주화입마를 일으키며 호노보노고 뭐고 다 둘둘 말아 내팽개쳤음.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하듯 앵스트 서커는 앵스트를 먹고 살아야 하는 법이지. 예, 알아요, 안다구요...!
그래도 리린 님 당신이 밉습니다. 우와아아아앙.
고로 록형 선곡 리스트 2탄 방출합니다. 좀 아껴두고 꼭꼭 씹으려 했는데 세상이 날 가만두어 주질 않는다.
2nd Chapter of Acts - O The Deep, Deep Love of Jesus
에이브릴 라빈(Avril Lavigne) - When You're Gone
the brilliant green - Hello Another Way
RADWIMPS - 바이 마이 사이(バイ・マイ・サイ)
GLAY - Way of Difference
Every Little Thing - good night
Dreams Come True - 몇 번이고(何度でも)
Zektbach - Blind Justice~Torn Souls, Hurt Faiths~
정말 이것만은 추가 안 하려 했던 오니츠카 치히로(鬼束ちひろ) - 월광(月光)
이하는 언제나 모에와 앵스트를 빚지고 있는 센쥬(センジュ, 사이트명 brute) 님이 <몇 번이고(何度でも)>를 듣다 떠오르는 영감을 따라 쓰셨다는 24화 관련의 SSS <Call My Name(コールマイネーム)>.
질은 기대하면 슬프고(...) 문제가 되면 삭삭 지워버릴 예정인 원칙은 언제나처럼.
세츠나가 엑시아를 내리길 기다리고 있던 록온이 옆구리에 하로를 끼고 숫제 감탄조로 말했다. 하로는 쾌활하게, 안 맞아! 안 맞아! 라고 노래하듯 거들었다. 세츠나는 내심 발끈했다. 미션에서 막 귀환한 참에 대뜸 한다는 말이 남의 흉이라니 대체 어디의 법도인가. 수고했다는 인사 한 마디쯤 한다고 덧날 일도 없지 않은가.
따지고 보면 그런 말을 기대하게 된 것은 순전히 이 남자 때문이었다. 본디는 지극히 사무적인 대화만으로 끝날 일을, 매번 매번 다친 데는 없는지 임무는 잘 끝냈는지, 엑시아를 후방에서 지원하는 저격수의 눈이 이상을 포착하지 못할 리가 없음에도 꼬박꼬박 물어오는 통에 본의 아니게 익숙해져 버렸다.
불만이 꽉 낀 세츠나의 눈길에서 사정을 감잡았으리라. 이 남자는 눈도 좋지만 눈치도 빠르다. 세츠나의 머리를 토닥이며 다친 덴 없어? 그렇게 물었다.
세츠나는 손을 팩 뿌리치고 몇 발짝 떼었다가, 몸을 돌려 말했다.
「내 사격실력이 형편없어서 미션이 실패하기라도 하나?」
「잘하면 성공률이 높아지잖아」
시원스레 대꾸하고 록온은 웃었다.
「하긴, 실패하게 내버려두지도 않겠지만. 내가 있으니까」
「그럼 문제는 없어. 내 일은 엑시아의 성능을 최대한으로 끌어내는 거야」
「미안 미안」
「사실이잖나. 내 이름이라도 부르면서 차나 굴리지 그래」
「실은 가끔」
「……」
「미안하대도」
항복의 몸짓. 완전히 용서하지는 않았지만, 세츠나는 록온에게서 시선을 거두었다. 쓰게 웃으면서 따라온 록온이 세츠나의 어깨를 퐁 두드렸다.
「어깨에서 힘부터 빼. 잡념을 버리고, 마음을 가라앉히고, lock-on하고, 방아쇠를 당겨. 맞지 않았으면 다시 한 번. lock-on하고, 쏴. 쉽지?」
「당신 이름투성이로군」
「……그러게」
록온이 쿡쿡 웃었다.
「그치만 괜찮은 방법일지도」
「뭐가?」
「나는 사고낸 적이 없거든」
진짜로 열불이 치밀어 등짝을 헬멧으로 후려갈겨 주었다.
그랬던 날을 기억해냈다.
머릿속은 맑았다. 몸은 피폐해 있었다. 기체의 성능도 한계에 달했으리라. 그럼에도 명징하게 깨어 있는 부분이 아스라해진 과거를 재생했다.
손을 뻗어 콘솔을 조작했다. 조종간을 잡은 손가락에 힘을 실었다. 회피. 회피. 공격. 지금 필요한 것은 앞으로 나아갈 힘이다. 내리꽂히는 칼. 다리는 허공을 박찼다. 그뿐이다. 소용이 없으면 필요도 없다. 필요가 없으면 버리면 된다. 앞으로. 전진할 힘은 있다. 자신에게는 있었다.
조종간을 쥐었다. 힘을 주었다. 머릿속에는 오직 하나밖에 없었다. 살아남는다. 그 외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다.
생각하지 않았다.
생각을 비운 머리로, 이름을 불렀다.
소리도 없이 이름을 불렀다. 달리 부를 이름이 없었다. 신의 이름은 오래 전에 잃어버렸다. 매달려야 할 것도, 말해야만 하는 것도 없었다.
이름은 콕핏 안의 공기를 떨리게조차 하지 못했다. 진동과 충격만이 콕핏을 뒤흔들었다. 이름을 불러도 어차피 닿지 못한다. 그래도 불렀다. 그걸로 충분하다고 여겼다.
숨을 들이쉬고, 내뱉었다.
「저격한다」
사고도 일어나기 마련이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다시 일어나 네 이름을 부를 거야 목이 쉴 때까지
분하고 괴롭고 노력해도 무엇 하나 해결되지 않을 때도 널 생각할 거야
만 번을 불러 목에 피가 맺혀도
만 한 번째는 무언가가 변할지도 모르니까
제기랄, 안 그래도 지금 연재 중인 원더풀 라이프가 사람 잡는 내용이구먼...! orz
덤. 그러고 보니 이게 777번째 글이었다. 먼 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