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arborough Fair, and Greensleeves.

Banishing from Heaven | 2008/05/06 22:56

섬나라 것들은 역시 법적으로 격리해 버려야 한다는 믿음만 차곡차곡 쌓이고 있는 가운데 영어권 폴크송에 차근차근 발리고 있는 요즘입니다. 유某 님이 마침 언급하신 김에 특별히 좋아하는 두 곡을 희생양으로 삼아보았다. 발로 한 짓인데다 나는 타고나길 산문파라 운문 감각은 한결 더 형편없기까지 하므로(...) 번역은 절대로 믿지 마셈.

이하는 19세기 말에 어레인지된 가사에 기반을 둔 가장 유명한 사이먼 & 가펑클 버전의 Scarborough Fair.
원래 스카보로 페어는 한 쌍의 남녀가 서로에게 불가능한 과제를 요구하며 비록 무모할지라도 그를 시도함으로써 진정한 사랑을 다시금 다지려 하는 러브송에 가까운데 이 님들이 중간중간 엄한 시를 끼워넣는 통에 미칠듯이 발리는 물건이 되어버렸다. (정확히는 어레인지한 작자는 마틴 카시Martin Carthy란 영국넘인 모양이다. 크으 이래서 영국것들은 안돼요 투덜투덜)


스카보로 시장에 가시나요
파슬리, 세이지, 로즈메리와 백리향
그곳에 사는 이에게 안부를 전해주세요
그녀는 한때 나의 진정한 사랑이었지요

그녀에게 캠브릭 셔츠를 지어달라 일러주세요
(짙은 푸르름으로 물든 숲 속의 언덕에서)
파슬리, 세이지, 로즈메리와 백리향
(참새가 눈 위에 남긴 갈색 발자국을 따라)
꿰맨 자리도 없고 바느질도 하지 않은 셔츠를
(산의 아이들은 담요와 홑이불을 두르고)
그러면 그녀는 나의 진정한 사랑이 되겠지요
(클라리온 소리도 듣지 못한 채 곤히 잠들어요)

그녀에게 한뙈기의 땅을 찾으라 일러주세요
(언덕 한 켠에서 나뭇잎이 춤추며 흩어지고)
파슬리, 세이지, 로즈메리와 백리향
(은빛 눈물이 무덤을 씻어내리며)
바닷물과 해변 사이의 땅을
(병사는 총을 닦고 손질합니다)
그러면 그녀는 나의 진정한 사랑이 되겠지요

그녀에게 가죽낫으로 추수하라 일러주세요
(피에 물든 부대가 포효하는 전장에서)
파슬리, 세이지, 로즈메리와 백리향
(장군은 병사들에게 살인을 명령하지요)
그것으로 히스 다발을 만들도록
(오래 전에 잊혀진 이유로 피를 흘리도록 내몰립니다)
그러면 그녀는 나의 진정한 사랑이 되겠지요

스카보로 시장에 가시나요
파슬리, 세이지, 로즈메리와 백리향
그곳에 사는 이에게 안부를 전해주세요
그녀는 한때 나의 진정한 사랑이었지요


일설에 따르면 파슬리는 '내 아이를 낳아주세요'(...), 세이지는 '나는 당신에게 의존합니다', 로즈메리는 '나를 기억해 주세요', 백리향은 '나는 당신의 것이에요' 라는 메시지를 각각 담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어서 Greensleeves. 녹색 소매다 녹.색.소.매. (누가 자꾸 아른거리는 당신은 영혼의 자매님)
이 노래도 물론 버전이 무수하게 많지만 일단은 우리의 친절한 이웃 위키피디아에 수록된 버전을 가져왔음. S의 개인적인 애창곡은 Blackmore's Night 버전.


아, 내 사랑, 어찌 그럴 수 있나요
나를 무정히도 버리고 떠나다니
나는 그대를 오래도록 깊게 사랑했고
그대를 앎으로써 행복했었는데

후렴:
그린슬리브는 나의 기쁨
그린슬리브는 나의 모든 행복
그린슬리브는 나의 마음의 아름다움
아, 나의 레이디 그린슬리브 외에 누가 있을까요

그대는 굳은 맹세와 내 마음도 함께 부수었어요
오, 대체 어쩌자고 나를 그리 사로잡았나요?
이제 나는 세상에 홀로 남겨졌어요
그러나 내 마음은 여전히 그대에게 묶여 있군요

(후렴)

나는 언제나 그대의 옆에서
그대가 열망하는 모든 것을 바쳐왔어요
내 목숨도 내 재산도 기꺼이 내던졌지요
그대의 사랑과 호의를 얻기 위해서라면

(후렴)

그대가 나를 모욕하고 짓밟더라도
더한 매혹이 나를 정복하는군요
아아, 나는 여전히
사랑의 포로랍니다

(후렴)

내 종자들은 모두 녹색으로 차려입고
그대의 부름에 응하고자 줄지어 섰어요
이 얼마나 보기드문 장관인가요
아, 그러나 그대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군요

(후렴)

그대는 세속적인 것을 갈구하지 않았으나,
여전히 그 모두를 손쉽게 소유했지요
그대는 변함없이 노래하고 연주합니다
아, 그러나 그대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군요

(후렴)

하느님께 기도드리겠어요
그대가 나의 진심을 깨달아주기를
내 목숨이 다하기 전에 한 번이라도,
그대가 사랑을 베풀어주기를

(후렴)

아, 그린슬리브여, 이젠 작별의 시간입니다, 안녕히
하느님께서 그대의 앞날을 축복하시기를
나는 지금도 그대의 충실한 연인이랍니다
부디, 다시 한 번 나를 사랑해 주세요


실은 이 아름답기 짝이 없는 노래도 파고 보면 막한 게, 중세 영국에서 녹색은 이퀄 성적인 암시였고 녹색 소매라 하면 창녀의 은유였다 함(...) 좀 더 긴 버전, 중간에 페티코트니 드레스니 거들이니 스타킹이 줄줄이 언급되는 쪽을 보면 빼도 박도 못하고 고급 창녀한테 마구 올인하다 뻥 채인 남자 이야기가 맞지 말입니다 -_-;;;; (영국넘들;;) 헨리 8세가 앤 불린에게 뻥뻥 차이고 쓰린 마음을 달래기 위해 지은 가사라는 야담도 있는데 이쪽은 어디까지나 전설. 가사의 형식도 헨리 8세가 죽고 난 후에야 영국에 들어왔대고.

고로 조낸 무정한 녹색만 기억하자, 녹색만. 아, 나의 레이디 그린슬리브여.

top
Trackback Address :: http://kisara71.cafe24.com/blog/trackback/2315055
수정/삭제 댓글
리린 2008/05/08 14:23
사이먼&가펑클의 스카브로 페어..... 고딩이 때 애청곡이었는데 그땐 그저 가락이 좋았던 겁니다. 이렇게 흉악한 물건일줄은(....) 닐이 종종 고향의 라일 생각하며 허밍으로 불러도 조낸 어울리다못해 쌍심지 켜고 무력개입해 멱살을 짤짤 흔들어 주고싶을만큼 복장이지 말임다? /담배
그린슬리브즈........는 남은 세 꼬꼬마가 바리톤 테너 베이스 각각 나눠서 열창해주면 참으로 그 꼬라지 볼만하다 못해 역시나 무력개입해 한 대씩 쥐어박아주고플만큼 근사할 듯 합니다. 모처럼 좋은 가사 멋지게 소개해주신 포스팅 아래다 전 지금 뭘하고 있나효 orz
수정/삭제
KISARA 2008/05/09 18:08
스카보로 페어가 좀 심각하게 숭악합니다; 진짜로 원래는 비교적 멀쩡한(...한가?) 러브송이란 말이지요 저걸 저따구로 바꿔놓다니 망할 영국넘들... 그리고 콧노래로 스카보로 페어 흥얼대는 록횽 막 보여버리고... orz 그리고 그거 좋네요 꼬꼬마 셋의 메들리. 상상만으로도 내장이 다 튀어나올 것 같사와.... 흑흑흑.

아뇨 인간으로서 당연한 반응을 보이고 있으시다 생각합니다 OTL
수정/삭제 댓글
가온 2008/05/08 18:45
스카보로 페어의 괄호쳐진 가사들이 흉흉하고,(이런 걸 몰랐다고! 정말..) 그린슬리브즈를 보니 그 때려주고 싶은데 웃음이 예뻐서 차마 못 때리고 있는 님이 어른거립니다. / 리린님이 위에 써주신 글에 굉장히 공감이 갑니다.
수정/삭제
KISARA 2008/05/11 12:56
흉흉해요 흉흉해. 영국놈들은 뒤지게 맞아야 할 족속들입니다. 대체 누구를 잡으려고 이러냐고요 (버럭)
Writ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