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본업 재개 - 제목이 없는 SSS by 다카미야

Banishing from Heaven | 2008/10/28 18:04

그간 오피셜의 무게에 짓눌려 허덕이느라 - 떡밥은 떡밥인데 떡밥이 떡밥이 아니지라; - 잠시 본업에 소홀했습니다. KISARA입니다.
여전히 소위 동인녀의 타락에 있어 궁극의 단계 '우리가 암만 애써봤자 오피셜을 따라갈 수 있겠냐 히밤 OTL' 상태이긴 하되 반가운 님이 이쪽으로 오시어 초장부터 빡세게 테러를 시전하신 덕분에 오히려 정신을 가다듬을 기회를 얻었다. 젠장 여기서 질까 보냐! 우리에겐 아직 성역・에로(ERO)가 남아 있다굿!
(......에로가 성역인 시점에서 뭔가 인간으로서 소중한 것을 잃은 듯한 기분이.... 아니 아무것도 아닙니다)

빵구날 것 같은 위장을 추스리며 앞으로의 에로(...)를 대비해 워밍업을 좀 하고자, 이럴 때는 역시 다카미야(高宮, 사이트명 idiom) 씨가 제일이므로 님의 제목없는 짧은 SS를 분연히 납치해왔다.
문제 될 성 싶으면 박박박박 문질러 지워버립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질? 설마 아직도 믿으세요? <-


허리가 아팠다. 허리, 라기보다는 엉덩이, 다. 그것도 안쪽. 까놓고 말해 기분은 최악이었다. 아니야. 기분이 아니었다. 최악인 건 몸 상태지 기분이 아니었다. 지금 상황에서 기분이 최악이 아니라니 제 대갈통에 회의를 느낄 지경이었지만, 하여간 기분은,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정신줄이 지저세계에 가라앉은 낯으로 넋을 놓아버린 것은 오히려 록온의 눈앞에 주저앉은 소년 쪽이었다.
아이의 머리칼에 손을 뻗었다. 이만저만 의기소침해 있지 않은 모양이어서, 머리부터 부드럽게 토닥여준 후에야 비로소 말을 걸었다. 목소리는, 조금, 잠겨 있었다. 목도 아팠다. 그도 그렇다. 당연했다. 몇 시간 내내 비명을 쥐어짜다 보면 누구나 목이 나가버린다.
「왜 그랬어. 안 되잖아. 못 쓰잖아. 반성해 이 녀석아─」
내가 상대였기 망정이지, 여자애한테 이랬다간 바로 범죄거든. 희대의 살육자 상대로 새삼스러운 설교일까나. 하지만, 사람을 죽이는 손으로도 해서는 안될 일은 있을 것 같았다. (살인이 강간보다 죄질이 나쁘다고 누가 그러대?)
아이는 머리카락을 다독이는 록온의 손을 쳐내려고도 하지 않았다. 고개를 수그린 채 신음소리를 내뱉었을 뿐이었다. 왜 니가 그러냐. 상황을 보건대 죽는 소리 좀 해도 벌 받지 않을 쪽은 오히려 나 아냐?
「화났나」
그럼에도, 어깨를 힘없이 늘어뜨린 아이의 물음에, 록온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불평할 말이 없지는 않았지만, 이 아이가 기가 죽고 두려움에 떨어야 할 만큼 대단한 일이 벌어졌다고도 여기지 않았다. 몸속에서 굼실거리는 둔통. 여덟 살이나 어린 아이에게 한심한 꼴을 보였다던가, 하여간 그에 대한 어른으로서의 지극 당연한 자괴감, 수치심. 록온에게 남은 상흔은 고작 그 정도였다. 분노까지 이어질 건덕지도 없었다.
「아니, 별로. ……그치만, 다음부터는 이러지 마라. 미리 얘기해」
미리 얘기하면, 괜찮아. 아, 그치만 묶는다거나, 다짜고짜 덤비긴 없기다. 모든 일에는 나름 순서가 있는 법이라구. 제대로 순서를 밟으면 나도 험한 꼴 안 봐도 되고, 너도 훨씬 기분 좋아질 텐데. 잘 풀어주지도 않고 사내자식의 거기에 쑤셔박아 봤자 아프기만 하잖아. 아니, 물론 나라고 구체적으로 어떤 순서를 어떻게 밟아야 하는지 직접 체험으로 배우진 않았지만 말야.
안 해도 될 헛소리까지 주절주절 늘어놓고 말았다. 이게 다 세츠나가 풀이 팍 죽어 있는 탓이었다. 어이구 어깨 좀 펴라 이 강간마야. 좀 귀엽다고 생각해 버렸다. 아니면 실망했어? 시커먼 사내자식으로 딱지를 떼서? 그야 동정도 좀 간다만, 야, 눈앞에 당사자가 있거든? 좀 실례라고 생각 안 해?
「………」
「저기, 내가 뭐 잘못 말했어?」
세츠나의 머리칼은 워낙에 뻣뻣해 아무리 빗질을 해도 종래에는 사방으로 튀어오른다. 제 주인 닮아 고집스럽기 짝이 없는 이놈의 머리칼과 꼬박 2년을 씨름해온 깜냥으로 재단해보아, 슬슬 잘라주어야 할 때가 된 모양이었다. 머리통은 작고, 만져보면 은근히 따스했다.
「록온」
아이가, 마침내 앳된 얼굴을 들었다. 너무나도 위태로워 보이는 얼굴을.
초췌해진 아이의 표정이 어찌나 가관인지 록온은 얼떨결에 뿜고 말았다. 그러지 마라. 상처 입은 얼굴을 보이지 마. 자격의 문제가 아니야. 그냥 안 그래도 돼.
나, 화 안 났어. 스스로도 놀랠 노자였지만, 분노와 닮은 감정은 손톱만큼도 치밀어오르지 않았다. 제멋대로 폭력이 가해지던 순간에조차, 그만두라고 악은 썼지만, 강제로 비집고 들어온 통증으로 온몸이 경련했지만, 정작 울화는커녕 그 비슷한 것도 생겨나려 하지 않았더랬다. 굳이 따지자면 심지어는 쬐끔 유쾌하다 야.
이렇게 노골적으로 감정을 드러내는 세츠나를 보기란 하늘의 별따기이다. 희귀한 구경의 대가치고는 비싸지 않은 편이었다. 좀 더 욕심을 부리자면, 기뻐하는 얼굴, 웃는 얼굴, 그런 밝은 게 보고 싶었지만.
「왜?」
세츠나의 머리에서 손을 떼지 않은 채 되물었다.
아이의 표정은 지독히도 진지했다. 곧바르고, 힘이 있다. 그 눈이 좋았다. 올곧은 눈이 록온을 똑바로 바라보아 준다면야, 이런 일이 다소간 있다 한들, 전혀, 상관없었다. 될 수 있는 한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붉은 눈동자가 깜박였다. 깜박이고, 이어서 입술이 움직였다.
「키스해도 되겠나?」
문장의 의미를 이해하기까지 아마도 0.5초는 걸렸을 터이다.
문장의 의미를 완전히 이해한 찰나에 덮쳐온 충격을 무슨 수로 설명할까.
단지, 충동적으로 움직였다.
충동적으로 눈앞에 있는 아이의 여린 어깨를 있는 힘껏 끌어당겨, 꼬옥 껴안고, 정수리에 얼굴을 푹 파묻었다. 뺨을 마구 부벼주고 싶었다. 아이가 하고 싶다 요청하지만 않았어도 이쪽이 나서서 키스를 퍼부어주었으리라. 온 얼굴에.
「……풋. 큭, 아, 핫, 아하하하하하하!!! 착해요. 참 잘했습니다. ……응, 좋아.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이젠 난폭하게 안 하기야. 필요하면 언제든 말만 해. 다 줄 테니까. 덤으로 서비스도 해줄 테니까.
필사적으로 버둥거려 사정없는 포옹에서 달아난 아이는, 크게 숨을 내쉬고, 고개를 끄덕였다. 우와아, 귀여워라.
서툴게 다가온 입술은 말라붙었고, 살짝 떨리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허리가 아파? 엉덩이가 아파? 아무렴 어떨까. 무섭게 익숙한 손놀림으로 사람을 강간한 주제에, 키스는 이렇게나 어리고 서툴었다. 돌아버릴 것 같았다.
아이가 미치도록 사랑스러워서, 록온은 비어져나오는 웃음을 꿀꺽 삼키면서 키스에 응하는 고등기술을 선보여야만 했다.


시바 그러니까 당신 말야....!!! (벌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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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야트레이 2008/10/29 17:00
애초부터 버릴 꺼면 줍지를 말고 정 주지를 말고....../중얼중얼
저기 하늘에 계시는 분 제발 저런 남자 안 만나게 해주세요 굽신굽신
...아니 뭐 만날 확률은 제로에 한없이 가깝겠지만 말입니다/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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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ARA 2008/11/04 12:45
세상에서 제일 연애하면 안 될 남자가 박애주의자입니다. 좋은 교훈을 공짜로 얻고 있으시니 혹여 그런 남자가 근처에서 페로몬을 뿌리거든 뒤로 돌아 꽁지 빠지게 달아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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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린 2008/10/30 22:51
....그러니까, 저 다메남의(뿌득) 정신나간 부빗부빗이 이해된다는 게 제일 나빠요 O<-<
이미 배린 몸이라 ㄱㄱ은 우습다 이겁니콰. 아니 왜 저 인간은 이거조차도 이해되는거죠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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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ARA 2008/11/04 12:47
왜 이해되긴 왜 이해되겠나효... 저 인간이 뼛골까지 다메남이라 그렇죠... (담배 뻑뻑) 그리고 세츠나는 왜 저렇게 이뻐하고 난리냐고요... (담배 더욱 뻑뻑)

어우 몰라요 몰라. 어쩌다 이런 지 몸 아까운 줄 모르는 놈한테 싹싹 발려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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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안 2008/10/31 00:16
그러게 다메남이라지~ 라고 노래부르고 싶네요. 이미 손상된 데가 한 두 군데가 아니라 몸 정도 우습다 이건가요?
.......저거 이해가 되는 점이 제일 무서워요 저도. 저러고도 남을 놈이고 저 아이한테라면 더 한 것도 용인할 수 있는 인간이라는 점도 무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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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ARA 2008/11/04 12:48
다메남치고 지 몸 소중한 줄 아는 놈 있더이까. 그러게~다메남~이라~지~♬ (따라부른다)

예 알아요 알아. 하필이면 하고 많은 사내쉑들 중에서 저딴 다메남을 찍은 우리가 바보고 길 잘못 든 우리가 나쁜 거예요. 그래도 억울해욧...!! 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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