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연작은 홍혹의 뒤를 따르는 법이라 - 바다에 있는 것은 by 뿅

Banishing from Heaven | 2008/11/14 16:50

우리의 위대하신 지도자 게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리린(by T님)께서 에로의 신에게 강림을 받으신지라 망둥이가 뛰면 꼴뚜기도 같이 뛴다고(....) 덩달아 뽐뿌질 받고 있는 쉽고 싼 여자(....)는 열나게 워밍업을 시전 중이다(.....). 그간 한다 한다 벼르기만 했지 줄줄이 미뤄놨던 또다른 다크호스 뿅(ぴょん, 사이트명 Tempest) 씨의 단편 <바다에 있는 것은(海にゐるのは)>을 납치해 왔으니 그 결과물이 바로 밑이라. 문제 될 성 싶으면 싹싹 지워버릴 예정인 거야 언제나 그렇고, 디란디즈의 유독함에 대해선 그저 말을 아끼는 것이 그나마 체력과 정줄을 보존하는 길이라 생각함. 제기랄 세츠록 따위....!!! (벌헉)


바다에 있는 것은




「뭐해, 세츠나?」
프톨레마이오스의 내부. 쉬익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어수선한 창고 안에서 무중력에 몸을 내맡기고 둥둥 떠 있었던 세츠나는, 허공에서 몸을 빙글 반전시켰다. 반중력이 걸린 바닥에 선 록온이 웃으면서 이쪽을 보고 있었다.
「……생각」
「그런 데서?」
「별로」
「별로, 다음은?」
시선을 팩 돌리는 것으로 무시해주고, 세츠나는 벽에 손을 짚어 지탱하면서 몸을 세웠다. 이리저리 흔들리는 몸을 안정시키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세츠나가 운동량을 서서히 줄여나가는 사이, 둥실 떠오른 록온이 가까이 다가와 능숙하게 딱 멈추어섰다.

무엇에서든 요령이 좋은 록온은, 0G의 부유 공간에서도 곤란을 겪지 않았다. 우주로 막 올라왔을 무렵, 삼반규관을 떡 주무르듯 하는 무중력 멀미로 고생하는 세츠나에게 이동하는 방법을 가르쳐준 사람은 이 사내였다.




『헤엄치면 돼』
『……헤엄……』
『좀 더 정확힌, 물에 둥둥 뜨는 느낌. 몸에서 힘을 빼. 너처럼 우격다짐으로 나아가려고만 하면 오히려 방향잡기가 힘들다구』
『……잘 모르겠다. 훈련 외에는 수영을 경험해보지 않았어』
『바다에 가 본 적 없어? 수영장엔?』
『없어』
『그럼, 내가 데려가 줄게. 다음 번에 지상으로 내려갔을 때』
『필요없어』




「아직도 무중력은 질색이야?」
「언제적 이야기를 하고 있나」
「2년 전쯤?」
입을 다물어버린 세츠나에게 웃어보이고, 록온은 익숙하게 뒤쪽으로 몸을 흘려보냈다. 세츠나에게서 조금 떨어진 곳, 커다란 컨테이너에 등이 닿아 멈출 때까지.
「하지만, 많이 나아졌어. 옛날엔 내가 손만 떼면 바로 360도 회전을 하더만」
「……맞고 싶은가 보군」
「아픈 건 사절입니다. ―――이리 와」
세츠나를 향해 스윽 팔을 뻗는다. 장갑에 감싸인 저격수의 손. 그가 목숨처럼 소중하게 아끼는 손은, 중력에서 벗어났을 때 더욱 매끄럽게, 부드럽게 움직였다.
「여기까지 와 봐」
세츠나는 잠자코 바닥을 찼다. 물에 둥둥 뜨는 느낌으로. 그 말 그대로, 저항 없는 물결에 몸을 내맡겼다. 지금이라면, 어렵지 않다.
처음에는 도무지 잘 되지 않았다. 힘을 빼고 전진하는 것이 어떤 감각인지, 세츠나는 좀처럼 이해할 수 없었다.
가르쳐 준 사람은, 록온이다.

안달하지 마. 서두르지 마. 괜찮아, 이리 와.

그렇게 말하면서, 손을 뻗어왔다. 뻗어온 손을 쫓으려 몇 번이고 애쓰면서, 마침내 몸이 요령을 익혔다.
이 남자가, 기다려 주었으니까.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끈질기게, 인내심을 갖고, 손을 내민 채.



1벡터의 운동을 제어하는 대신, 세츠나는 그대로 록온을 들이받았다.
상대의 몸을 쿠션으로 삼아 한순간 정지하고, 이어서 반동. 록온의 팔이 반작용을 무산시켰다.
「합격」
세츠나의 눈을 내려다보면서, 록온은 상냥하게 웃었다.







*****


이하 여담

건담 세계의 여러분이 무중력으로 고생하는 것처럼은 보이지 않지만,
역시 우주물의 기본은 이거다 싶어 갈겨써 봤습니다.
세츠나는 뜬다던가 떠내려간다던가 하는 걸 굉장히 싫어하지 싶어요. 아니 아예 모를라나.
그런 감각을 처음으로 가르쳐 준 상대 = 록온 = 세츠록의 서막. 오오 버닝 파이어! 라는 개인적 망상이었습니다.

타이틀은 나카하라 나카야(中原中也)의 <북쪽 바다(北の海)>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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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B 2008/11/16 06:48
결국 니가 다 나빠 닐 디란디(2)애 문만 열어놓고 먼저 튀니 좋드냐(2)어쩜 태그가 하려던말을 몽창 대변해주고 있을까요...뭐냐, 다음은 무중력플레이입니까![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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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ARA 2008/11/24 21:05
무슨 말씀을, 괜히 우주이겠습니까. 당연히 무중력 플레이 해야지요 (쳐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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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eN 2008/11/16 21:08
몸의 힘을 빼고도 전진하는 방법.. 저 시절의 세츠나에게 정말로 필요한 방법이었을 것 같습니다.
항상저렇게 기다려주고 붙잡아주고 안아줬으면서 결정적인데서 먹튀 해버린 록뭐시기의 흉악함이 더 두드러지지만요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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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ARA 2008/11/24 21:06
닐 디란디가 괜히 다메남이겠습니까. 물에 빠진 놈 건지거든 보따리까지 찾아주라고 선인들이 그렇~~게 외쳐댔거늘 감히 먹튀한 저 자를 매우 쳐야 합니다. 세츠나 인생 물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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