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나게 늦어버린 주절거림.

Banishing from Heaven | 2009/03/19 17:00

1. 방주. 방주란 말이지. 어허허허 방주란 말이지. '신에게 선택받은 자만이 탈 수 있'고, 탑승 완료되고 나면 지상이 싸그리 쓸려버리는 그 방주 말씀이시죠? 그러고 보니 저놈의 방주는 이름부터가 '천상인'이다. 얼쑤 좋고.

하나님이 노아에게 이르시되 모든 혈육 있는 자의 강포가 땅에 가득하므로 그 끝날이 내 앞에 이르렀으니 내가 그들을 땅과 함께 멸하리라 (창세기 6장 13절)

여호와께서 노아에게 이르시되 너와 네 온 집은 방주로 들어가라 네가 이 세대에 내 앞에서 의로움을 내가 보았음이니라 / 너는 모든 정결한 짐승은 암 수 일곱씩, 부정한 것은 암 수 둘씩을 네게로 취하며 / 공중의 새도 암 수 일곱씩을 취하여 그 씨를 온 지면에 유전케 하라 / 지금부터 칠일이면 내가 사십 주야를 땅에 비를 내려 나의 지은 모든 생물을 지면에서 쓸어 버리리라 (창세기 7장 1~4절)


2. 인베이더 오브 이노베이터즈는 근래 보기 드문 호러였습니다. 효율성의 측면에서 이의를 제기하는 친구들이 가끔 있던데 고등학교 수업부터 다시 듣고 오시지(갈군다). 다분히 상징적인 장면에 현실의 잣대를 들이대면 어쩌시나효 곤란하지 말입니다?
대량양산형 이노베이터에는 감정도 인격도 없다면서요. 모빌 수트 디자인부터 이건 뭐 빼도 박도 못하는 곤충 사회의 은유입니다. 집단을 위해 몇몇 개인은 '자발적으로' 말살되는 곤충의 세계. 독재자에게 있어 가장 이상적인 사회. 틈만 나면 나 상위종입네를 강조하는 리본즈가 원하는 건 그런 거죠. 닥치고 내 말만 잘 들어라 우와아아아앙? (....) 그래요 감정도 인격도 자기 의사조차도 존재하지 않는 이노베이터들만이 세상에 득시글거린다면 사랑도 증오도 전쟁도 분쟁도 생겨나지 않겠지요. Bring Stability. 완전한 안정. 어이 쿠로링 이퀄리브리엄이라도 봤수?
광활한 우주 공간을 새까맣게 메운 신형기는 마치 붉은 메뚜기떼 같더이다. 모든 것을 쓸어버리는 재앙. 이집트를 덮친 공포.

메뚜기가 애굽 온 땅에 이르러 그 사방에 내리매 그 해가 심하니 이런 메뚜기는 전에도 없었고 후에도 없을러라 / 메뚜기가 온 지면에 덮여 날으매 땅이 어둡게 되었고 메뚜기가 우박에 상하지 아니한 밭의 채소와 나무 열매를 다 먹었으므로 애굽 전경에 나무나 밭의 채소나 푸른것은 남지 아니하였더라 (출애굽기 10장 14~15절)

근데 출애굽기를 들먹이자면...이집트를 덮친 마지막 재앙이 뭐였죠 여러분?

모세가 바로에게 이르되 여호와께서 이같이 말씀하시기를 밤중에 내가 애굽 가운데로 들어가리니 / 애굽 가운데 처음 난 것은 위에 앉은 바로의 장자로부터 맷돌 뒤에 있는 여종의 장자까지와 모든 생축의 처음 난 것이 죽을찌라 (출애굽기 11장 4~5절)

내가 그 밤에 애굽 땅에 두루 다니며 사람과 짐승을 무론하고 애굽 나라 가운데 처음 난 것을 다 치고 애굽의 모든 신에게 벌을 내리리라 나는 여호와로라 / 내가 애굽 땅을 칠 때에 그 피가 너희의 거하는 집에 있어서 너희를 위하여 표적이 될찌라 내가 피를 볼 때에 너희를 넘어가리니 재앙이 너희에게 내려 멸하지 아니하리라 (출애굽기 12장 12~13절)

밤중에 여호와께서 애굽 땅에서 모든 처음 난것 곧 위에 앉은 바로의 장자로부터 옥에 갇힌 사람의 장자까지와 생축의 처음 난 것을 다 치시매 / 그 밤에 바로와 그 모든 신하와 모든 애굽 사람이 일어나고 애굽에 큰 호곡이 있었으니 이는 그 나라에 사망치 아니한 집이 하나도 없었음이었더라 (출애굽기 12장 29~30절)


아니... 뭐... 그렇다구요. 무슨 의도가 있는 건 아니고.... (외면)

3. 너무나도 미덥지 못한 김라일이 사씨남과 드디어 맞짱을 뜨게 되어 팬층이 전부 공포에 질린 가운데, 오프닝에선 티에리아VS사셰스, 라일이VS리바이브처럼 조낸 사기를 쳤지만 (그러고 보면 Ash Like Snow에서도 세츠나VS사셰스, 록온VS그레이엄처럼 사기를 쳤었더랬죠;) 사실 생각해 보면 이리 될 수밖에 없어요. 대전표를 정리해 보면 굉장히 근사합니다.

인류 최초의 순수종 이노베이터 세츠나 VS 이노베이터 실험 대상 제 1호 루이스 (그리고 꼽사리 낀 인간들 사지 & 안드레이)
인간이 되기를 선택한 이노베이터 티에리아 VS 가장 선민 의식에 쩌는 이노베이터 힐링-리바이브
인공적인 하위 이노베이터 알렐루야-소마 VS 대량양산형 집단 이노베이터 브링/디바인 시리즈
그리고 '이미 괴물이 된' 인간 사셰스 VS '유일하게 순수한' 인간 라일

완벽하지 않습니까?
이노베이터란 인외마경들이 판치는 이 전장에서 인간은 사셰스와 라일뿐이죠. (사지와 안드레이는 아무래도 전투면에서는 각각 세츠나와 루이스의 '부록'이자 '변수'죠. 아니고서야 아들곰이 여기까지 따라올 이유가;) 당연히 그 둘이 붙을 수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사셰스는 리본즈가 5화에서 몸소 인증 찍어주셨듯 '어떤 의미에서 인간을 이미 초월한 자', 즉 경계선을 넘은 자예요. 지금의 그는 '오로지 싸움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악의에 가득찬 괴물'일 뿐입니다. 1시즌에서는 사복으로 수트로 군복으로 정신없이 갈아입고 수염 깎은 꼴도 제법 보여주던 사셰스가 2시즌에서는 줄창 파일럿 수트만 입고 있는 건 그런 이유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닐은 복수심에 미쳐 날뛰다 종래엔 사셰스와 같은 영역을 디디고 말았습니다(그 전에 지가 알아서 자살해 버렸지만). 라일은 아직 거기까지 가지 않았고요. 대비가 아주 쩔지요. 어이구 이런 다스 쿠로링.

헌데 그와는 별개로 동인녀의 관점에서만 아르케VS케루딤 씬을 보자면....왜 이렇게 강간씬이랩니까!? ;;;;;
실드비트 다 뗀 케루딤은 뒤나메스보다도 여리여리하네요. 등빨 차이가 거의 어른과 청소년급이다? 우와아아아앙? 게다가 "또 죽여주마" 라니, 이 아저씨가 대체 지난 4년간 닐 목소리는 몇 번을 듣고 머릿속으로 그 빌어먹을 미친 애송이 새끼, 사셰스의 굳건한 자존심에 나서 처음으로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을 새끼를 몇 번 능욕했을까. 히엑 무서워요.
자 이제 형 빚 갚으라고 달려들어 좌삼삼 우삼삼 굴려대는 사셰라일 24금 능욕물을 쓴다 해도 누가 뭐라 못합니다. 그치만 원작이 강간씬인데(...)

4. 이 망할 놈의 쿠로미즈, 유일한 치유계를 얄짤없이 날리기냐 전장에선 불사신이고 지랄이고 없는 거냐 줄초상 준비나 하라는 거냐!!! ㅠㅠ
어이구어이구 사랑하는 여자에게 보내는 마지막 말이 愛してます도 아니고 大好きです라니 이놈을 어째 콜라 이 시키야 ㅠㅠㅠㅠ

콜라는 카티 마네킨의 존재 전부가 너무나도 좋았던 거겠지요. 남녀간의 사랑 이전에 그녀를 존경하고 숭배했어요. 그래서 大好きです였으리라 생각해요. 예, 정말 그놈다워요.
하지만 거기서 날라가기냐 야이 대령님은 어떡하라고오오오오오오오 ㅠㅠㅠㅠㅠ

5. 니트면 니트답게 니트질이나 할 것이지 중노동하다가 총 쳐맞은 리제네....입니다만 자세히 보면 미묘하게 심장 정중앙에서 빗겨나가 있더군요. 티에리아가 세라비를 버리고 기지에 잠입한 이상은 동일 타입의 사고 링크가 무언가의 구실을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악으로 기어와 티에리아에게 베다 액세스권을 넘겨줄지도. 다음 주 꼬라지를 보면 리본즈가 베다에서 배제될 일말의 가능성도 있고요.

6. 아놔 아무리 생각해도 찜찜해 죽겠는데 말이죠, 보통 감독까지 나서서 연애질 가능성을 싸그리 부정합니까?
그야 마리나 히메의 캐릭터적 가치는 세츠나와 뭐 연애질이나 하라고 있는 게 아니에요. 아닌데 말이죠, 캐릭터 입으로 우리는 그런 사이 아니다 부정할 순 있어도 노말이 없으면 우울할 사람들을 위해 망상할 여지는 남겨두는 게 보통이잖아요. 안 그래도 공기다 거지다 희대의 굴욕 히로인이다 뒷다마 졸랭 까이고 건담 30주년 기념 히로인 앙케트에서 더블오 대표는 루이스거늘(....) 그나마 일반 시청자 눈에 가장 잘 뜨일 연애요소까지 감독이 나서서 일격에 짓밟아버리면 어떡하냐고요; 지금 뭔가 있습니다 걔네 사이는 특별합니다 기름 붓고 불 앞에서 부채질 댄스를 해줘도 모자랄 판에. 최소한 1시즌에선 운명의 상대라는 립서비스라도 했거늘.
루이스 좋아하지만, 애틋하고 우울하고 이 기집애 가여워 죽겠고 빨리 사지가 건져가길 강력히 희망하며 카미유 루트라도 좋으니 목숨만 건지면 하느님 부처님 알라님 쿠로미즈님께 경배 기꺼이 올리겠지만, 그래도 마리나 히메 좀 존중해달라능... 암만 무시당하고 뺏기기가 컨셉인 캐릭터라지만 해도해도 너무한다능.... 세츠나의 여성 부문 히로인은 여전히 마리나 히메라능... (나머지 부문은... 어... 묻지 않는 센스를 발휘하시길)

하여간.
그렇다고 명색이 건담 주인공을 올곧은 정진정명 솔로의 기수로 만들기엔 양심이 좀 찔렸던지 뜬금없이 세츠펠트 플러그 비스끄리한 걸 꽂았습니다. 이거 정말 뜬금없습니다. 내가 동인녀라서가 아니고, 1시즌 24화에서 아그들이 묘하게 비주얼적으로 어울리는지라 세츠펠트 기대한 사람이 은근히 있었기 때문에 다들 망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아놔 이런 말하기 정말 미안하지만 세츠펠트는 개연성 없네 뭐하네 미친듯이 까이던 세츠마리 이상으로 뻘쭘한 커플링이라구요(....). 1대 1 대화는 1시즌 24화와 2시즌 22화, 그 외엔 대화 자체가 없음. 아이컨택트조차 없음. 피드백도 없음. 이뭥미 어쩌라고. 지금 나랑 장난하자는 거임? 우와아아아앙?
훨씬 자연스런 밀레티에를 보세요. 밀레이나의 발랄한 멘트에 티반장이 미소를 짓기도 해요. 고맙다면서 담요도 가져다 덮어줬어요. 지금 당장 밀레이나가 닐횽 영전에 나아가 스트라토스 씨 아드님을 제게 주세요! 라 외쳐도 전 그러려니 하겠....뭔가 이상하지만 따지지 맙시다.

....시키들아 설마 건담님 관련 노멀 플러그는 아뉴라일만큼의 노력도 안 하고 팬의 콩깍지에 기대 입 싹 씻을 속셈이냐!?

오죽하면 이런 헛생각이 다 뇌리를 둥둥 떠다녔겠습니까 내 잘못 아니에요 나쁜 건 전부 쿠로미즈(...)
'미안해요 감독, 여러모로 애써봤는데 역시 세츠나의 운명의 상대는 디란디 트윈즈더라구요 데헷☆'
'어 그래 할 수 없지 뭐 본능에 맡겨야지 헐헐헐헐'(.....)

뭘하고 싶은 거야? 뭘하고 싶은 거야? 뭘하고 싶은 거야? 정말 의무방어전 다했으니 이젠 눈치 안 보고 호모물 찍을 거야? 니들이 언제는 봤냐? 응? 응? 응?

7. 인간은 서로 이해한다고 싸우지 않는 존재가 아니더이다. 아뉴의 약간 뜬금없는 우리, 서로를 이해했었지? 가 왜 나왔겠느냐능.
예, 세계의 악을 단죄한다고 행복해지지는 않죠. 진짜로 끝까지 가봤더니 루이스에게 남은 건 절망과 공허뿐이었어요. 닐도 그렇구요. 하지만 알면서도 부나방처럼 불길 속에 기어코 몸을 던지고야 마는 게 인간이지라.

8. 노벨라이즈가 드디어 왔습니다. 자 여러분 죽었다고 복창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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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삭제 댓글
리린 2009/03/27 22:41
......이놈들의 설정은 설레발이라 접어놓고 지나가게 만들지도 않아요. 환장하겠심. 모 애니나 모모 애니의 경우처럼 뭐 좀 있어보이는(피식) 명칭이나 좀 따오고 시늉이나 했으면 한 번 웃어주고 애저녁에 무시해버렸을텐데 이건 뭐 보려면 보고 말려면 말라는 직소퍼즐. 누가 덕후들 잔치 아니랄까봐 orz
저말이죠 콜라만은 차원문을 넘어 살아와도 제작진 안 깔거예요(.....)

ps. 노벨라이즈! 노벨라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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