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은혼 무비가이드 수록 다카마츠 신지 인터뷰.

너희가 막말을 아느냐 | 2010/08/11 20:20

일이 끝나자마자 본격 원고에서 도피 중. (야!!!)
한참 늦었지만 Z님과 Y님께 약조했던 무비가이드 수록 감독넘 인터뷰 나갑니다. 어 뭔가 엘러리 퀸 같아.

- 극장판 이야기가 나온 건 언제였나요?
영화로 만들고 싶다는 말은 예전부터 종종 있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이야기가 나온 건 작년 여름쯤일까요. TV판 종료가 기정사실이 되고 거의 동시에……아니, 정확히는 'TV판 끝난댄다 극장판 하자!' 였네요(웃음) TV판이 끝나면 아무래도 은혼 애니도 여기서 끝나버린다는 인상이 강하니까요. TV판이 끝나도 은혼 애니는 계속 이어진다는 걸 보여주고자 극장판을 만들자는 발상이었죠.

- 베니자쿠라편의 재영상화를 테마로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입니까?
은혼은 <소라치 히데아키>라는 작가의 개성에 크게 의지하는 작품이지요. 때문에 다른 작품처럼 캐릭터만을 빌려 이야기를 만들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드라마는 오히려 뻔하디 뻔한 편이지만, 그 위에 얹힌 뉘앙스야말로 은혼을 은혼답게 해주는 요소니까요. 거기서 나온 해결책이 베니자쿠라편을 <신역>으로 재구성하자는 아이디였습니다. 베니자쿠라편은 길이도 그렇거니와 부풀릴 여지가 많다는 점에서 영화화에 가장 적합한 에피소드였어요. 원작에서도 비교적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긴토키의 과거에 닿아 있으니 말입니다. 물론 TV판 작화를 유용할 수 있다는 예산면의 잇점도 컸지만요(웃음). TV판과 병행해서 극장판을 만들 수 있다는 점도 중요했어요. 보통은 별도로 팀을 구성해 만들기도 하지만, 이번 극장판의 메인 스태프는 TV판과 완전히 똑같습니다. 작화감독도 연출담당도 배경담당도 전부 같은 사람이에요. 은혼 극장판은 우리 손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신념이 있었으니까요.

- <신역 베니자쿠라편>이란 제목에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
'신역'은 말 그대로 '새로운 해석'이라는 의미입니다. 반대로 말하자면 '원점은 그대로'라는 뜻도 되지요. 내용을 <변경>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재해석>이죠. 원작을 기본 뼈대로 삼고, TV판과는 다른 각도에서 조명하는 겁니다. 뭐, 위대한 선인이 창조하신 멋진 말이기도 하고요(웃음).

- 극장판은 전부 신규 컷인가요?
TV판에서 따온 작화도 어떤 방식으로든 손질을 가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선 전부 신규 컷이에요(웃음). 여러가지 경우가 있긴 하지만, 전체 컷의 절반 정도는 원화부터 그린 완전 신작 컷입니다. 나머지 절반은 TV판의 작화를 사용했지만, 셀 이후 작업은 거의 다시 했습니다. 색채라던가 배경이라던가……화면 비율도 TV판은 4:3인데 비해 극장판은 16:9의 와이드스크린이니, 프레이밍 단계에서부터 모든 컷을 새로 작업했어요. 설마 이렇게 손이 많이 갈 줄은 상상도 못했죠(웃음). 극장판에서는, 이를테면 캐릭터의 음영이나 각 씬의 색조같이 TV에서는 그냥 넘어가야 했던 부분에서도 팍팍 공을 들 수 있으니까, 이거 뭐 스태프들의 의욕이 이글지글 끓어서 작업이 몇 배로 늘어나고 있습니다(웃음). 미술 보드도 대부분 새로 그렸어요. TV판에서는 배경이 밤일 경우 한 가지 색깔을 <야간색>으로 지정하고 계속 그 색만을 쓰지만, 극장판에서는 시퀀스마다 밝기가 미묘하게 다르고, 달이 나오면 달빛의 간섭을 받기도 해서, 상당히 세밀하게 표현했습니다. 직접 극장에서 확인해 주세요. 아무래도 극장판이다 보니, 크리에이터로서는 기합이 팍 들어갑니다. 퀄리티를 팍팍 올려야 한다는 의무감에 불타는 거예요. 그 덕분에 허리는 휘어지고요. 물론 한계는 있지만, TV판 작화를 유용해도 하다못해 배경은 바꾸자, 기왕이면 색채도 좀 손보자! 하는 식으로 사명감이 자꾸만 솟아오릅니다. 신규 컷도, 같은 시퀀스를 다시 그릴 바에는 무언가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일부러 이 짓을 두 번 하는데 이쯤은 해야지! 뭐 그런? (웃음)

- TV판에서는 못해서 아쉬웠던 걸 극장판에서 보강한 게 있으신가요?
작화면에서는……가령 전투씬을 예로 들자면, TV판에서는 충분히 프레임을 쓰지 못했지만, 극장판 액션은 괜찮게 뽑혔다고 생각해요! 뭐, 아직 작업 중이지만(웃음)

- 연출에서 의도적으로 변경하신 점은?
이야기의 시점이 TV판과는 약간 다릅니다. TV판은, 비교적 이야기를 전체적으로 조감하는 군상극이었죠. 니조라는 게스트 캐릭터의 독백도 있었고요. 이건 TV판을 제작하면서 덧붙인 부분입니다. 니조를 서술자에 두고 베니자쿠라편 전체를 진행하는 식이었지만, 극장판에서는 긴토키-카츠라-다카스기의 관계성에 중점을 두고 재해석했어요. 니조의 독백을 삭제하고, 쇼요와 소꿉친구 3인방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돌렸습니다. 극장판의 이점을 살려서, 진선조나 카무이처럼 원작에는 등장하지 않았던 캐릭터들도, 최대한 모순이 생기지 않도록 이야기에 밀어넣었고요. 소라치 선생님께 카무이도 출연시키고 싶다고 말을 꺼냈더니, 소라치 메모를 주시더군요. 대사는 이렇게 이렇게 하는 게 좋겠다고, 구체적인 조언을 받았습니다.

- 카무이를 끌어온 건 역시 인기를 고려해서인가요?
그렇습니다(웃음). 진선조와 카무이의 인기는 어필하기 좋은 요소이기도 하고요.

- 그 밖에 소라치 선생님이 요청하신 사항은 없었습니까?
다카스기를 멋지게 그려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좀 더 거물처럼 보이게 신경을 써달라고요. 다카스기는 직접 전면에 나와서 화려하게 싸우는 타입이 아니라, 일부의 사람을 매료하고 끌어당기는 재능을 지닌 캐릭터잖습니까. 니조도 '횃불에 모여드는 나방'이라 했고요……그야말로 <횃불>이자, 상징입니다. 작중에서도 기량이 충분히 드러날 수 있도록 주의를 기울여 묘사했습니다.

- 극장판 공개와 때를 같이 해서 TV판 재방송을 시작한다고 들었습니다.
예, 제목은 <엄선한 은혼 씨>입니다(웃음). 아즈마 씨(주: 테레비 도쿄의 프로듀서 아즈미 후카시)가 재방송은 어떤 식으로 할 거냐고 물어오길래, <엄선한 사●에 씨> 비슷하게 걸작선을 내보내고 싶다고 대답했죠. 덕분에 제목을 정해야 할 때도 그냥 <엄선한 은혼 씨>로 밀어붙여! 가 되어버렸죠(웃음).

- 명작선이라는 말씀이신가요?
테마를 정해서 선별할 예정입니다. 평판이 좋았던 에피소드라던가요. 4월 5월은 베니자쿠라편 관련 캐릭터들이 나오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골라내려고요. 하루사메와 처음으로 충돌한 에피소드, 카츠라의 첫 등장 에피소드, 그런 식으로. 5월로 넘어가면 다카스기의 첫 등장편과 니조의 첫 등장편을 배치하고. 물론, 생뚱맞은 단발 개그도 중간중간 섞을 예정이고요.

- 오프닝과 엔딩도 새로 만드신다던데…….
4월 5월은 극장판 주제가와 극장판 화면을 편집한 스페셜판입니다. 6월 이후엔 재방송용으로 신규 주제가를 따서 새로 오프닝 엔딩을 만들려고요. ……어디까지나 예정입니다. 중간에 바뀔지도 몰라요(웃음).

- TV판이 부활할 가능성은 있습니까?
원작이 계속되는 한 애니도 계속하고 싶습니다. TV에서 종료를 알렸을 때 쇄도한 문의 전화에 테레비 도쿄는 '일단 종료'라고 대답했었죠. 저희 입장도 그렇습니다. 애니 은혼을 반드시 재개하려 해요. 극장판을 계기로 은혼을 띄워서 또 한 번 TV판을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은혼 애니로서는 극장판도 하나의 통과점일 뿐이니까요.

- 팬 여러분을 위해서 극장판의 감상 포인트를 살짝 알려주세요.
우선 TV판과의 해석 차이겠군요. 어떻게 바뀌었는지 주목해 주십시오. 그리고, 극장판인 만큼 작화라던가, 미술, 음향 등등에서 업그레이드된 부분을 즐겨 주시고요. 물론 소위 은혼 애니 특유의 뻘짓도 잊지 않았으니 그 점도 놓치지 말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런 캐릭터>라던가 <이런 캐릭터>도 나올지 모르니 누가 어디서 얼굴을 내밀지 기대해 주세요. 이 정도로 됐을까나(웃음). ……마지막으로, 당연하지만 TV판과 극장판은 해상도가 다릅니다. 단순히 화면비율만 놓고 봐도 해상도가 4배 이상이니까요, 즉…….

- TV판의 4배로 아름다워진 극장판!
우와! 뭔가 파●소닉 선전 같잖아요! (웃음)

(주 1) 위대한 선인이 창조하신 멋진 말 : 토미노의 기동전사 Z 건담 극장판 시리즈. TV판 작화와 신규 작화를 뒤섞은 건 이쪽도 마찬가지긴 한데, 다만 Z 극장판은 샤아와 아무로의 7년만의 재회를 쩌는 21세기 업글 버전으로 볼 수 있었다는 것 말고는 존재 의의가 전혀

한 줄 감상 : 스태프 이 변태 시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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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kardie 2010/08/11 23:42
안녕하세요, 키사라님. arkardie입니다. 저번에 한 번 더블오 버닝할 때 인사 드렸었는데 기억하실른지 모르겠네요. 계속 눈팅만 하다가 오랜만에 수면 위로 부상해 봅니다.

더블오 때는 리린님께 처음 낚였는데, 은혼은 키사라 님 덕분에 보게 됐습니다. 처음 볼 때는 무슨 소년만화에 화장실 개그가 범벅이냐 싶었는데, 보면 볼수록 재밌습니다. 저도 긴히지 파가 되어가고 있어요......! 긴토키나 부장이나 가만히 볼수록 뭔가 골때리는 게 느껴지지 말입니다. 특히 부장은 아무리 봐도 지적 레벨이나 사고가 꼬인 궤적이나 20% 부족한 카츠라나 신스케 레벨인데 어쩌다가 진선조에 얽혀서 인생이 시궁창인 걸까요(자업자득이지만). 이젠 만화나 애니에서 부장이 애들 퍽퍽 두들기는 장면만 보면 엄마가 암 생각 없는 애들 두들겨서라도 사람 만들려 하는 모습처럼 보여서 안구에 습기가 찹니다(...) 그래도 니 업이 그렇지 하면서 보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부장 퀄리티일까요(...)

극장판 보고 싶고 캐릭터북도 보고 싶지만, 일맹이라 친절한 누군가나 학산이 도와주지 않으면 못 보는 신세가 서글픕니다. 앞으로도 가끔씩 출몰할 것 같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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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ARA 2010/09/16 12:14
안녕하세요 arkardie님. 물론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 변방 블로그를 찾아주시고 덧글 달아주신 분들은 거의 다 기억한답니다. 답글이 무지하게 늦어버렸지만(....) 부디 이해해 주십시오 꾸벅꾸벅....

은혼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긴히지의 오묘한 세계를 찾으신 것은 더더욱 환영합니다. 예 그것이 부장의 팔자고 업이지요. 병신이 아닌 히지카타 토시로는 이미 히지카타 토시로를 칭할 자격이 없는 것입니다. 저와 위대하신 파트너 유안 님의 책도 즐겁게 봐주시길 바랍니다. 우후후. 앞으로도 부디 자주 들러주세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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