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어느 미스터리 빠순이의 헛짓.

너희가 막말을 아느냐 | 2011/02/21 17:23

2007년에 은혼 빠질을 시작한 이래 나는 한 개 네로 울프 시리즈의 열렬한 빠순이로서 긴상이 아치 굿윈 역에 그야말로 최적이라 늘 확신했었다. 손 빠르고 몸 빠르고 입 빠르고 말빨 좋고 능력 만땅에 본의 아닌 어장관리의 달인에다 잘생기기까지 한(-_-) 총각. 자백하자면 긴상의 주절주절의 벽을 넘어야 할 땐 옆에다 네로 울프 미스터리 하나를 펴놓고 아치의 반 페이지는 그냥 넘어가는 장광설을 곁눈질하면서 눈 굴리기로 썼더랬지요.
이쯤 되면 패러렐 전문-_-인 내가 동할 만도 하거늘 문제가 하나 있었다. 그것도 아주 크나큰 문제가. 아치는 상사와 허구헌날 치고받고 서로 틈만 나면 속을 복복 긁어대며 개싸가지스런 독설을 퍼부어대는 주제에 인생에서 정말로 중요한 건 결국 딱 하나 울프뿐인 (아니 진짜다;) 진성 호모(....)란 말이죠. 심지어 이건 나만의 주장도 아니다. 영국 추리사가 줄리언 시몬스(남자다!)가 실제로 자기 저술에서 주장한 내용입니다. 글쎄 진짜라니까!!!
아무튼 2007~2008년 경 당시의 나는 긴히지 골수분자였고, 허나 아무리 골수분자기로서니 부장 주제에 네로 울프 해먹을 깜냥이 되겠는가효. 기실 부장에게는 10년 넘게 울프와 굿윈에게 어찌나 탈탈탈탈탈 털리고 볶였는지 그놈 둘이 사건 현장 반경 100미터 내에서 어슬렁거리고만 있어도 바로 히스테리 및 노이로제 증상을 보이는 불쌍한 크레이머 경감이 딱이지 말입니다. 울프-굿윈 관계가 저리 굳건하고 모에하며 네로 울프 시리즈의 캐논이거늘 (아치는 심지어 '남자를 다발로 잡아먹은 팜므파탈이지만 내 앞에선 수줍은 한 떨기 소녀 되는 백만장자 캐미녀'라는 미연시 싸다구를 40번 왕복으로 후려칠 설정의 릴리 로원을 따놓고 울프와 부부 싸움이나 하고 있는 놈이다!) 뜽금없이 굿윈X크레이머 경감이란 캐마이너;를 할 수도 없는지라 - 솔까말 불가능한지라 - 즐거운 패러렐을 포기하고 묻어버린지 어언 2년, 은혼에 재연소를 시작한 내 성향은 다소 바뀌어 있었다.

예서 잠시 정리해 보면, 네로 울프는 (7분의 1톤에 달하는 몸집을 잠시 잊는다면) 성질 더럽고 신경질적이고 취향은 기괴복잡하고 까다롭고 드럽게 귀족적이며 사람을 턱짓으로 부려먹는 덴 아주 도가 텄고 필요 이상의 일은 절대 하고 싶어하지 않는 절정의 잉여에 세상이 다 내 발 밑으로 굴러와야 하는 줄 아는 진성 여왕캐입니다.
......예, 이 배역을 소화할 수 있는 놈이 은혼에 딱 하나 있긴 있지요. 누군지 꼭 말로 해야 알겠습니까 왜 이래요 아마추어같이.

그래서, 손도 풀 겸 해봤다. ↓이렇게.
참고로 긴상 특유의 개드립을 추가하고 일부 대사를 약간 천박하게 어레인지한 걸 빼면 대사와 상황은 거의 원작 그대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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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va 2011/02/21 19:08
그 체중을 빼면 울프가 울프가 아니게 된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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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ARA 2011/02/21 23:18
님 체중을 빼면 당연히 울프는 울프가 아니죠. 웬 당연한 말씀을. 그런데 제가 쓴 놈은 이미 네로 울프가 아니잖냐능. 뭔가 문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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