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rst Man to Jump the Channel.

보거나 혹은 죽거나/Loonies in England | 2012/09/13 14:24

숨 좀 돌릴 여유가 생겼으므로 이미 하루에 하나씩이 아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일일몬의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이예이. 작년 12월에 받아놓고(....) 신의 보살피심과 죽여주는 게으름;;;으로 인해 무턱대고 미뤄놓았던 김일 님의 리퀘를 이제야 달성한다. 아놔 너한테도 양심이 있으면 좀 부끄러운 척을 해봐라. 미안해요 나한테 양심은 털끝 한 터럭만큼만 남아 있어... 아무튼 몬티 파이슨의 비행 서커스 10화 '무제(Untitled)'의 스케치 '해협을 건너뛴 첫 번째 남자(The First Man to Jump the Channel)', 혹은 '론 오비어스(Ron Obvious)'입니다. 즐감해 주시면 아주 좋습니다. 그 누구도 기다리지 않아도 리퀘하신 장본인조차 잊고 계셔도 몬티 파이슨의 (멋대로) 전도사는 아아 오늘도 간다 내일도 간다.
물론 명백한 오역 외의 지적은 불허합니다. 나의 마음은 도에스의 유리심장.


데이비드 엉션(그레이엄 채프먼) : 어, 음, 재미있지 않았나요?
바이킹(테리 존스) : 재미있긴 개뿔이 재밌어, 이 걸커야.
엉션 : 오, 안녕 선원 오빠.
바이킹 : 이거 봐, 댁은 우리 애들한텐 손가락 하나 못 댔을걸. 그 친구들은 죄다 뼛골까지 일반이니까.
엉션 : 어머 내가 듣기론 전혀 아니던데.

내레이터(에릭 아이들) : 바다의 웅장함은 장구한 세월 동안 무수한 영국 사나이들의 심장을 뒤흔들었습니다. 프란시스 드레이크 경, 웹 선장, 트라팔가의 넬슨과 남극의 스콧──모두가 위대한 바다에 도전하고자 분연히 떨쳐 일어났지요. 그리고 오늘, 또 한 명의 영국인──닙스엔드의 론 오비어스(Ron Obvious)가 역사의 찬란한 한 페이지에 이름을 더하고자 합니다.
이날, 론 오비어스는 영불해협을 뛰어넘은 최초의 남자가 되려 하고 있습니다.

기자(존 클리즈) : 론, 한 가지 분명히 해두고 싶은데──정말로 영불해협을 뛰어넘을 예정입니까?
론 오비어스(테리 존스) : 오, 그래요, 그렇고말고요.
기자 : 거리는 얼마나 되지요?
론 : 오, 여기서 칼레까지는 26마일이에요.
기자 : 칼레 해변까지의 거리인가요?
론 : 아뇨 아뇨, 도약을 잘 하고 프랑스 쪽 해변에 바람만 좀 불어준다면, 칼레 한가운데에 착지하게 될 거예요.

(플래카드 : '해협횡단점프 종착점Fin de Cross-Channel jump')

기자 : 론, 이건 엄청난 거리입니다. 무언가 특별한 기술을 쓰나요?
론 : 오 아뇨 아뇨, 평범하게 모듬뛰기로요, 음, 허공으로 뛰어올라서, 해협을 횡단할 거예요.
기자 : 알았습니다. 론, 이제까지 가장 멀리 뛴 기록은 얼마입니까?
론 : 음, 어, 6월 22일에 모츠퍼 공원에서 11피트 6인치를 뛰었어요. 하지만 비공식적으로는 거의 12피트랍니다.
기자 : 알았습니다. 어, 론, 론, 론, 육지도 아니고, 론, 바다를 가로질러 26마일을 뛰어야 하는데, 걱정되지 않습니까?
론 : 오, 아뇨 아뇨 아뇨. 실은요, 마른땅보다 바다를 건너뛰기가 훨씬 쉬워요.
기자 : 어째서인가요?
론 : 음, 내 매니저 말로는요, 영불해협 5마일 지점에서, 발 밑에 바다 말곤 아무것도 없으면, 허공에 반드시 머물러야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솟아난대요.
기자 : 알았습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론. 행운을 빕니다.
론 :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기자 : 론의 해협횡단점프 뒤에는 그의 매니저 루이지 베르코티 씨가 있습니다. 베르코티 씨, 저기 실례합니다, 베르코티 씨……베르코티 씨…….
루이지 베르코티(마이클 페일린) : 뭐, 뭐요? 나는 아무것도 몰라요.
기자 : 저기, 베르코티 씨, 저희는 BBC에서 나왔습니다.
베르코티 : 누구요?
기자 : BBC라고요.
베르코티 : 오, 오, 그랬군요. 난 또, 댁이 꼭……음, 나는 경찰을 아주 좋아해요. 그이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하지요.
기자 : 베르코티 씨, 론의 매니저로서 주로 무슨 일을 하십니까?
베르코티 : 어, 내 일은, 해협횡단점프의 스폰서를 찾는 거죠.
기자 : 누가 스폰서인가요?
베르코티 : 치픈햄 벽돌회사죠. 음, 그 친구들이, 음, 비용을 전부 대고, 대신 론은 치픈햄제 벽돌 55파운드를 나르기로 했어요.
기자 : 그렇군요. 오, 드디어 론이 준비를 마친 모양입니다. 손에는 벽돌을 들었습니다. 여권 심사를 받고, 이제는 점프만이 남았습니다. 세계 최초로 영불해협횡단점프를 달성하고자, 론이 달려갑니다.
(풍덩!)
기자 : 론이 곧 해협횡단점프에 재도전할까요?
베르코티 : 아뇨 아뇨, 당분간은 점프를 멀리 하려고요. 음, 다음 주에 달리 예정이 있거든요. 이 업적이야말로 론의 이름을 높여주리라 믿습니다.
기자 : 그게 뭐지요?
베르코티 : 치체스터 대성당을 먹어치울 겁니다.

(치체스터 대성당)

기자 : 저기, 닙스엔드의 론 오비어스가 갑니다. 세계 최초의 성공회 대성당 완식(完食) 기록을 세우고자, 벽을 향해 걸어갑니다.
(끔찍한 비명)

(플래카드 : '자바까지 터널을Tunnelling to Java')

베르코티 : 어, 데이비드, 오늘은 나도 이 친구도 기대가 커요. 론이 여기 고달밍에서 자바까지 땅굴을 뚫을 겁니다.
기자 : 자바란 말이죠.
베르코티 : 예, 음, 틀림없이 역사에 남는 업적이 될 거예요.
기자 : 얼마나 진행했습니까?
베르코티 : 음, 그러니까, 많이 갔어요, 데이브, 많이, 아주 많이요, 음.
기자 : 그래서, 정확히 어디에 있느냐고요?
베르코티 : 예.
기자 : 어디입니까?
베르코티 : 어, 그게, 알다시피, 음, 가늠하기가 매우 어려워요. 그 친군, 음, 그러니까, 저기, 론! 자네 얼마나 뚫었나?
론 : (구멍에서 고개를 내밀며) 2피트 6인치쯤요, 베르코티 씨.
베르코티 : 어, 음, 계속 파 친구, 계속 파라고.
론 : 베르코티 씨, 정말로 삽이 한 자루도 없나요?

(철도 옆)

기자 : 베르코티 씨, 당신이 제 욕심을 채우려 론을 착취한다고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베르코티 : 오, 말도 안돼요. 근거없는 모함입니다, 데이비드. 시칠리아를 떠난 후로 나는 론을 위해 최선을 다해왔어요. 나는 론이 무얼 원하는지 알고, 그 친구의 재능을 믿어요. 론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 줄 뿐이에요.
기자 : 그래서, 오늘은 무엇에 도전합니까?
베르코티 : 코로 객차를 두 쪽낼 겁니다.
(무시무시한 비명)

(플래카드 : '수성 마라톤Running to Mercury')

베르코티 : 대기권을 벗어나기가 제일 어려워요. 어, 하지만 한 번 궤도에 오르기만 하면, 수성까지 일직선으로 달려가는 일만 남죠.
(구슬픈 비명이 울린다……)

(묘비명 : '론 오비어스 1941~1969 재능있었던 이')

베르코티 : 저는 론이 지하에 가장 오래 머무른 사람의 세계기록을 깨리라 마음 깊이 확신합니다. 정말 대단한 친구예요. 진짜로 엄청난 재능을 가졌죠. 진짜, 진짜로 커다란 재능을요.

부인 1(존 클리즈) : 오, 조금 슬프지 않니?
부인 2(그레이엄 채프먼) : 쉿, 이건 풍자라고.
부인 1 : 오 아니야. 이건 멍청한 무대포 유머야.
부인 2 : 어머 그래?

언제나 그렇지만 여러모로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는 주석.

(註 1) 걸커 : 원문은 fairy. 동성애자 남성을 비하하는 속어다. 이후 이어지는 채프먼의 어조가 영락없는 게이 스테레오 타입 부동의 넘버 원인 씨시;임을 감안해 국내 게이 은어 중에서 '매우 노골적인 게이'를 의미하는 '걸커'(어다니는 밍아웃)를 살짝 유용했슴다. '끼순이'도 생각해 봤는데 박자가 안 맞아서 포기(.....)
(註 2) 안녕 선원 오빠 : 원문은 Hello, sailor. 본디는 오랫동안 바다에서 썩느라 여자 구경을 못해 성에 굶주려 있을 남자 선원들을 창녀들이 유혹할 때 쓰는 상투적인 문구였는데, 이게 어느 순간부터인가 '선원들은 하도 오래 바다에서 썩다 보니 매춘부와 여장남자의 차이도 구분 못한다' 혹은 '남자 선원은 죄다 호모섹슈얼이다' 를 암시하는 말로 전용이 됐지 말입니다. 비행 서커스에서는 이놈의 헬로우 세일러 게이 개그를 한 골백 번은 써먹지 말입니다. 심지어 에릭 아이들은 1975년에 'Hello, Sailor' 란 제목으로 소설도 출판했다. 뭐하냐 이 자들아;;;
(註 3) 뼛골까지 일반 : 원문은 dead-butch. Dead-butch straight heterosexual은 너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무나 이성애적으로 Manly한 나머지 부치를 다이크로 만들고 게이들이 몸을 떨며 눈물짓게 하는, 이성애자 남자로서 도달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스트레이트함을 뜻하는 속어임;
(註 4) 채프먼은 실제로 오픈리 게이다(......)
(註 5) 55파운드 : 원문에서는 half of hundredweight. Hundredwieght는 영국에서는 약 112파운드(long hundredweight), 미국에서는 약 100파운드(short hundredweight)를 가리키는 단위. 고로 half of hundredweight는 약 55파운드≒약 26kg이 된다.
(註 6) 26마일은 약 41.8km, 11피트 6인치는 약 3m 50cm, 12피트는 약 3m 66cm, 2피트 6인치는 약 64cm다.
(註 7) 루이지 베르코티(Luigi Vercotti)는 론 오비어스 외에도 '피라냐 형제'와 '육군보호공갈'(...) 등 은근히 비행 서커스의 스케치 여기저기서 감초처럼 얼굴을 내미는 이스트엔드 갱스터 캐릭터다. '육군보호공갈'에선 동생 디노 베르코티(Dino Vercotti, 테리 존스)와 함께 등장했다.
(註 8) 이탈리아 이름의 경찰을 꺼리는 수상쩍은 남자라는 데서부터 벌써 티가 나지만 시칠리아는 마피아의 온상이죠(...).


꼭 보면 테리 존스는 허구헌날 당하는 역할이더라(......).
다음 타자는 휠스냥의 리퀘에 따른 Killer Rabbit/The Holy Grenade of Antioch, 다음다음 타자는 포도 님의 리퀘에 의한 Hell's Grannies입니다. 무덤파기는 내 종특인 줄은 이미 세상이 다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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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삭제 댓글
2012/09/14 22:42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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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ARA 2012/09/15 00:04
안녕하세요! 사진은 바로 확인했습니다. 별 것도 없이 어른의 지저분한 사정;으로 비번을 걸어놨을 뿐인데 수고를 끼쳐드려서 몸둘 바를 모르겠네요;;; 네이버 쪽지로 비번을 보내드렸으니 앞으로도 자주 찾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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