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y Python and the Holy Grail - Killer Rabbit/Holy Grenade of Antioch.

보거나 혹은 죽거나/Loonies in England | 2012/10/12 15:30

휠스냥의 리퀘에 따라 오늘의 일일일몬은 몬티 파이슨과 성배에서 여러모로 가장, 가장, 가────장 유명한 시퀀스, 킬러래빗(Killer Rabbit)과 성스러운 안티오크의 수류탄(The Holy Grenade of Antioch) 되시겠습니다.

실은 판다리아의 안개에 다크문 토끼(Darkmoon Rabbit)라는 졸라 무서운 필드몹이 추가됐다는 귀가 번쩍 뜨이는 소식을 들었으매 일개 몬티 파이슨 팬으로서 엉덩이가 들썩거린 탓이지만. 듣기만 해도 겁나는 다크문 토끼에 대한 엔하위키의 친절한 설명은 다음과 같다. <피통 1억 7천만의 어그로가 존재하지 않는 몹으로 랜덤으로 주변 플레이어의 목을 물어뜯어 순살한다. 물린 플레이어는 치유량 -100% 디버프가 걸리기 때문에 걸리면 그대로 끔살 확정. 레벨이 93이라 만렙이 85인 소판다 시점에선 최소 30명 규모의 공대를 꾸려야 하며, 93렙 정예의 공격력도 공격력이지만 적중 문제와 한 명에게 달라붙어 물어뜯으며 끌고 다니는 패턴 때문에 죽도록 힘들다. 토끼가 동굴 밖으로 나가면 피통이 리셋되기 때문에 동굴 안에서 잡아야 하는데, 이러면 토끼에게 물려 밖으로 끌려나가는 사람에게 힐을 제대로 해줄 수가 없다. 결국 물린 사람은 무조건 죽으니 무덤러쉬밖에 없고, 죽었다 살아나기를 반복하다 보면 부활 쿨타임이... 여기에 상대 진영까지 토끼를 잡으러 온다면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토끼를 잡으면 다크문 토끼라는 이름의 펫을 '하나' 드랍하며, 룩은 일반 흰색 토끼와 같지만 입가와 앞발에 피가 묻어 있다. 그리고 이 토끼를 잡는 업적 이름은 '누구든 작은 토끼를 건드리면....'> 엄마 몹 설정이랑 업적 이름에서 씹덕 냄새 나요!

늘 그렇듯이 치명적인 오역 외의 지적은 결코 받지 않음요. 아서왕-그레이엄 채프먼, 랜슬롯 경/마법사 팀-존 클리즈, 로빈 경/메이나드 수사-에릭 아이들, 갤러해드 경/수사-마이클 페일린, 보어스 경-테리 길리엄이다. 이 돌려먹는 캐스팅 좀 보라죠. 그런데 베디비어는 어디 갔나.




팀 : 보시오, 카바노그의 동굴이오!
아서왕 : 좋아, 나를 원호하게!
갤러해드 : 뭘로요?
아서왕 : 그냥 나를 원호하라고.
팀 : 너무 늦었어!
아서왕 : 뭐요!?
팀 : 저기 있소!

(하얗고 몽실몽실한 토끼가 보인다)

아서왕 : 어디요?
팀 : 저기!
아서왕 : 뭐요, 토끼 뒤에 있소?
팀 : 저 토끼요!

(뻘쭘한 침묵)

아서왕 : 이런 병신을 보겠나! 사람을 놀려도 유분수지!
팀 : 저건 범상한 토끼가 아니오! 저놈은 지상에서 가장 사납고 잔인하며 성질머리 더러운 설치류란 말이오!
로빈 : 미친 놈아! 너무 무서워서 지려버렸잖아!
팀 : 흉폭하기로는 작은 하마 부럽잖은 놈이오! 살인마라고!
갤러해드 : 눈이 삐었나!
팀 : 그러다 큰코 다치는 수가 있소, 젊은이!
갤러해드 : 헤에, 그래?
로빈 : 재섭는 스코틀랜드 바보 새끼!
팀 : 사람 말을 들으시오!
로빈 : 뭘 어쩌는데, 댁의 궁둥짝을 빨기라도 하나?
팀 : 크고 날카로운──저놈이 뛰어오르면──아, 뼈무더기 보면 모르나!
아서왕 : 보어스, 단칼에 목을 쳐버리게!
보어스 : 예입! 멍청한 늙은이. 토끼 스튜 한 그릇 대령합니다!
팀 : 보시오!
보어스 : 으아아아아아악!!!!
(보어스 사망)
아서왕 : 하느님 맙소사!
팀 : 경고했잖소!
로빈 : 또 쌌어!
팀 : 난 경고했소. 헌데 누구 하나 내 말에 귀를 기울이던가? 오, 아니지, 댁들은 너무 똑똑해서 충고가 저언혀 필요 없지! 저건 작고 무해하고 사랑스런 토끼일 뿐이지, 안 그렇소? 항상 그래, 항상 똑같아, 내가 그렇게──
아서왕 : 아, 시끄러워!
팀 : 내 말을 듣는 시늉이나 하던가 말이지.
아서왕 : 가자!
팀 : 오, 안돼…….
기사들 : 돌격!!

(생지옥의 현장)

기사들 : 으아아아악! 아아아아아악!!! 후퇴하라! 후퇴하라!!!
팀 :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서왕 : 숨부터 돌리세. 몇을 잃었나?
랜슬롯 : 가웨인이 당했습니다.
갤러해드 : 엑터도요.
아서왕 : 보어스까지, 다섯인가.
갤러해드 : 셋입니다, 전하.
아서왕 : 그래, 셋이지, 셋. 더 이상의 정면공격은 너무 위험해. 저 토끼는 폭탄일세!
로빈 : 저기요, 더 멀리 도망치면 저게 정신을 못 차리지 않을까요?
아서왕 : 오, 닥치고 갑주나 갈아입어!
갤러해드 : 모두 함께 토끼를 모욕하죠! 열이 올라 눈에 뵈는 게 없어지면 필경 실수를 저지를 터입니다!
아서왕 : 뭘 말인가?
갤러해드 : 그, 글쎄요…….
랜슬롯 : 활은 없습니까?
아서왕 : 없네.
랜슬롯 : 우리에겐 성스러운 수류탄이 있지 않습니까!
아서왕 : 그렇지, 그렇고 말고! 안티오크의 성스러운 수류탄! 메이나드 수사가 지참한 성물 중에 들어 있었어! 메이나드 수사, 성스러운 수류탄을 가져오시오!

(수사들이 노래를 부르며 수류탄을 가져온다)

아서왕 : 이거……어, 이거 어떻게 쓰나?
랜슬롯 : 모르겠습니다, 왕이시여.
아서왕 : 병기서(兵器書)를 펴시게!
메이나드 : 형제여, 병기서 2장 9절부터 21절까지.
수사 : "이에 성 아틸라가 수류탄을 허공으로 높이 들어 가로되 오 주여 이 수류탄을 축복하사 자비로써 주님의 더러운 적들을 조각조각으로 아작내소서 여호와가 이를 드러내고 쪼개시매 백성들이 짐승을 잡고 잔치를 벌이니 그 잔치는 양과 나무늘보와 당질과 멸치와 오랑우탄과 아침 시리얼과 과일박쥐와 거대한──"
메이나드 : 건너뛰시게, 형제여.
수사 : "여호와께서 가라사대 너희가 먼저 성스러운 핀을 빼며 셋까지 셀지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셋이니라 너희가 세어야 할 숫자는 셋이며 셋이 세어야 할 숫자니 넷을 세어서는 아니 되며 둘 또한 셋을 세기 위한 과정에서만 용납될지라 다섯은 꿈도 꾸지 말지어다 너희의 셈이 세 번째의 숫자인 셋에 도달했을 때 안티오크의 성스러운 수류탄을 너희의 적이자 나의 눈에 거슬리는 자에게 던지라 너희의 적은 그 냄새를 맡아야 하리라."
메이나드 : 아멘.
일동 : 아멘.
아서왕 : 좋았어! (핀을 뽑는다) 하나……둘……다섯!
갤러해드 : 셋입니다, 전하!
아서왕 : 셋!

(토끼, 장렬하게 폭사)

언제나 그렇지만 여러모로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는 주석.

(註 1) 보통 영어문화권에서는 킬러래빗/보팔버니, 국내에서는 보팔래빗으로 알려진 이 거지같은 짐승놈의 정식 명칭은 카바노그의 토끼(Rabbit of Caerbannog)다. Caer bannog는 웨일즈어로 작은 탑이 있는 성(turetted castle)이란 뜻이라던가 어쨌다던가. 하여간 이 토끼가 얼마나 유명한가 하면 우려먹히고 우려먹히고 또 우려먹히다 못해 심지어 버섯양반이 공의 경계에서 료기 시키를 얘한테 비교하기도 했습죠. 고쿠토 이놈아 니 여친이 아무리 예뻐도 토깽이는 결코 아니지 말입니다. 심지어 메가데스의 Chosen One은 가사가 졸라 거창해 뵈지만 실은 킬러래빗과 싸우는 기사들의 얘기다! 어느 사이트에선가는 십자군을 엮어 손나 심오하게 Chosen One을 해석하는 한 친구 밑에서 나머지 놈들이 데굴데굴 구르더라지요. '야 임마 아냐 전혀 아냐! 몬티 파이슨 안 봤냐!!' 그리고 더러운 엘리트 집단;답게 역시 모토네타가 버젓하게 존재합니다. 유명한 우화 여우 르나르 이야기의 초기 판본에 사나운 토끼와 싸우는 무훈담;이 들어 있기도 하지만, 직접적으로는 비겁함과 약함을 '토끼에게서 꽁지 빠지게 도망가는 기사들'로 비유한 노트르담 대성당의 파사드(façade)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토끼한테서 달아나는 기사는 중세 대성당의 단골 테마였다고. 노트르담에는 킬러래빗 메달리온이 적어도 세 개는 존재한다.
(註 2) 나를 원호하게 : 원문은 keep me covered. '나를 (뚜껑으로) 덮어놓게/가리게' 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그래서 갤러해드가 멍뎅하게 '뭘로요?' 라 대꾸한 것이다(.......)
(註 3) 토끼는 설치류가 아니라 토끼목이다(......)
(註 4) 흉폭하기로는 작은 하마 부럽잖은 놈이오 : 원문은 a vicious streak a mile wide. 스컹크 등의 줄무늬에 비유해 사람의 성질을 나타내는 이디엄이다. 씽크빅한 번역을 생각해내기 귀찮아 필수요소로 대충 땜질했음; 왜 하필 작은 하마냐면... 다크문 토끼 레이드의 업적 이름을 참조하시라.
(註 5) 킬러래빗 시퀀스는 애완용 토끼를 빌어다 찍었는데 저넘의 뻘건 물감이 제대로 빠지질 않아 토끼 주인은 기분을 심하게 잡쳤다고 한다... 길리엄의 오디오 코멘터리에 따르면 토끼 주인이 알아채기 전에 물감을 씻어내려 촬영도 중단하고 스태프와 캐스트 전원이 달려들어 미친듯이 빨아댔지만 소용이 없었고, 덕분에 토끼 한 마리 그냥 사는 편이 훨씬 낫다는 귀중한 교훈을 얻었대나;
(註 6) 보어스는 이래봬도 갤러해드/퍼시벌과 더불어 성배를 찾아낸 세 명의 기사 중 하나인데 이런 데서 뻗다뇨. 더구나 가웨인 어쩔... 가웨인이 랜슬롯 참가 이후로 원탁의 전투력측정기 취급을 받는다지만 이건 좀...;; 친구란 이름의 웬수에게 아론다이트에 찔려죽기와 킬러래빗에게 뜯겨 먹히기, 어느 쪽이 그나마 나은지 차마 헤아리지 못하겠다.
(註 7) 토끼(실은 봉제인형)가 화면을 가로질러 붕붕 날아다닐 때 자세히 보면 실이 분명히 보인다(.....)
(註 8) 저 토끼는 폭탄일세 : 원문은 That rabbit's dynamite. '누구든 작은 토끼를 건드리면...'의 오리지널 업적명.
(註 9) 수사들이 성스러운 수류탄을 꺼내면서 부르는 노래는 Via Jesu Domine, Dona eis requiem. '자애로우신 주 예수시여, 그들에게 안식을 주소서' 란 뜻이다. ........장송곡이냐!!!?
(註 10) 킬러래빗 이상으로 서브컬쳐에서 사골 끓이듯 우려먹히는 필수요소가 있다면 안티오크의 성스러운 수류탄이겠슴다. 특히 게임에서 뻔질나게들 갖다 쓴다. 웜즈, 폴아웃, 워해머, 포스탈 기타 등등. 성능은 대체적으로 성스럽게 절륜하다나. 심지어 폴아웃 2의 스페셜 인카운터 중 하나인 '아서왕의 기사들(King Arthur's Knights)'에서는 브라더후드 오브 스틸 소속인 아서왕과 그의 기사들이 안티오크의 성스러운 수류탄을 찾아다니고(...) '토끼와 싸우는 아서왕의 기사들(King Arthur's Knights fighting a rabbit)'에서는 보팔 랫(....토끼래매!?)과 개틀링 레이저 갈겨가며 싸우는 기사들을 볼 수 있다고; 이 보팔 랫도 킬러래빗의 명성에 걸맞게 졸라 짱세서 펄스 라이플 맞아도 노 데미지에 게임에서 두 번째로 강력한 파워아머를 입은 기사들을 일반공격으로 패죽인댄다. 엄마 무서워(....) 아울러 풀 메탈 패닉 외전 신데렐라 패닉에서 사가라 소스케 중사도 사용합니다. 물론 이 수류탄에도 모토네타가 있다. 제 1차 십자군이 1098년의 안티오키아 공방전 중에 교회 바닥에서 발굴한 안티오크의 성스러운 창(Holy Spear of Antioch).


클리어했다! 다음 타자는 포도 님이 리퀘하신 Hell's Grannies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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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lls 2012/10/12 15:43
언제나 찰진 번역 감사하오!!! 모두가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새삼 봐도 재미있군 크윽 'ㅠ'
작은 하마는 훌륭한 선택이다. 주님도 동의하시리라 믿는다.

어쩜 저렇게 깨알같이 하지 말란 짓은 다 하는 걸로도 모자라서 아직 하지 말란 소리를 안 한 하지 말아야 할 것들도 하나 남김없이 클리어하는 걸까. 제길 멋져. 미래예지인가.
그리고 여전히 본문 이상으로 주석이 재미있어 허니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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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ARA 2012/10/21 18:19
후후후 하필 이걸 찍어주었을 땐 써야 할 주석의 길이에 잠시 정신이 아득해졌지만 자네가 기뻐해주어서 다행이오 'ㅠ' 작은 하마는 나쁘지 않은 선택일 거야 그럴 거야.
야 원래 남자애들은 하지 말라는 것만 골라서 해. 알잖아(....)

앞으로 한푼어치도 도움 안되는 주석을 열심히 쓰겠소 달링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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