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quistador Coffee Campaign.

보거나 혹은 죽거나/Loonies in England | 2012/10/31 10:41

갑자기 왜 일케 부지런해졌느냐 하면 피하지 못할 골때리는 일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지. 내 그러잖소 업무 외의 모든 번역이 사랑스럽고 친근하며 의욕이 솟아오르는 시기라고. 에에이 명색이 일일일몬이면 가끔은(...) 하루에 한 번씩 올리는 기특한 날도 있어야 하지 않는가!
그래서 오늘은 몬티 파이슨의 비행 서커스 24화(혹은 2시즌 11화) '보이지 않는 방법(How Not to Be Seen)'의 오프닝 스케치 '콩키스타도르 커피 캠페인(Conquistador Coffee Campaign)' 되겠습니다. 어제도 그제도 오늘도 내일도 절찬 커피성애자이신 친애하는 TaKeN님이 찍어주셨음. 자아 즐감들 하세요. 입이 마르고 닳도록 떠들어댔지만 명백한 오역 외의 지적은 정중히 사절합니다. 시끄러 난 우물 속에서 잘난 척할 거야.


(책 제목 : '광고 부문 종사자를 위한 비즈니스 중국어')

상사(존 클리즈) : 들어와요. 아, 프로그.
프로그(에릭 아이들) : S. 프로그입니다, 부장님.
상사 : 닥쳐. 허심탄회하게 얘기 좀 하세, 프로그.
프로그 : S. 프로그입니다, 부장님.
상사 : 닥쳐. 자네가 담당한 콩키스타도르 커피 광고 캠페인이 문제야. 콩키스타도르의 사장이 오늘 아침 나를 방문했네. 자네의 광고에 심각하게 불만을 표시하더군. 아주 불행해 했어. 너무 불행해서 자기 머릴 총으로 쏴버렸지.
프로그 : 안된 일이네요, 부장님.
상사 : 아니, 멋지게 성공했어. (카드 왈 '개그') 아무튼 사장은 골로 가기 전에 비서에게 메모를 남겼네. (문을 열자 죽은 비서가 나뒹군다;) 자네의 작업물에 크나큰 실망을 보이고, 아울러 무엇보다, 이름을 콩키스타도르 인스턴트 커피에서 콩키스타도르 인스턴트 문둥병으로 바꾼 이유를 매우 궁금해했네. 왜인가, 프로그?
프로그 : S. 프로그입니다, 부장님.
상사 : 닥쳐. 왜 그랬나?
프로그 : 개그였습니다.
상사 : 개그라고라? (카드 왈 '개그')
프로그 : 아뇨 아뇨, 개그가 아니라, 제품광고였죠. (카드 왈 '아뇨, 제품광고였어요')
상사 : 알았네, 프로그.
프로그 : S. 프로그입니다, 부장님.
상사 : 닥쳐. 어디 매출 그래프를 보세나. 자네가 이 일을 처음 맡았을 때, 프로그, 콩키스타도르는 업계의 선두주자였어. 여기서 자네는 첫 광고를 선보였지. '콩키스타도르 커피는 <토사물>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합니다.' 그리고 이쯤에선 커피단지를 새로 구매할 때마다 죽은 개 한 마리를 덤으로 얹어준다고 선전했고, 이어서 두 번째 광고를 내보냈네. '근지럽게 신선한 콩키스타도르의 커피가 새로운 세계를 열어드립니다. 콜레라, 옴, 치질, 수종, 임질, 경척증, 무좀을 만끽하세요.'
프로그 : 소위 말하는 소프트셀링이란 거죠.
상사 : 어째서인가, 프로그?
프로그 : S. 프로그입니다, 부장님.
상사 : 닥쳐! 그래서?
프로그 : 글쎄, 이젠 모두가 이름을 기억할 거예요.
상사 : 아주 잘 기억했지. 하도 잘 기억해서 공장을 싸그리 불태웠네. 공장주는 저기 화장실에 숨어 있는 판이고, (총소리가 울려퍼진다) 공장주는 저기 화장실에 숨어 있었지. (카드 왈 '개그')
프로그 : 절 해고하진 않으시겠지요, 부장님?
상사 : 해고해? 세 명이 죽고 공장은 불타고 고객은 증발하고 우린 완전히 파산했어! 대체……대체……대체……이 책임을 어찌 지겠나!? 입이 있으면 변명을 해보라고!!
프로그 : 죄송해요, 아빠. (카드 왈 '개그')
상사 : 오 그래. 말이 난 김에 말인데, 자네 영화가 상을 탔지.

(약 잘못 먹은 듯 끽끽대는 음악;)

아나운서(존 클리즈) : 오, 실례합니다. 이제부터 완전히 다ㄹ……완전히 다ㄹ…… 완전히 다ㄹ…… 완전히 다ㄹ……완전히 다른 걸 보여드리겠습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여러모로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는 주석.

(註 1) 물론 상사의 정확한 직함 따위는 나오지 않지만 예전 구명보트에서도 불평했듯 한국어엔 Sir에 대응하는 번역어 없음+그냥 뭉개고 넘어가자니 어색함의 이중 크리로 걍 적당한 직위를 찍었다. 사장일지도 모르나 따지지 맙시다 내 심장은 연약해요 흑흑.
(註 2) Conquistador Instant Leprosy : 콩키스타도르는 우리 모두 알다시피 스페인어로 정복자를 의미한다. 특히 15~17세기에 아메리카 대륙으로 진출해 선주문명을 아주 박살을 내어놓은; 스페인인을 일컫는 말. 이들이 옮겨간 천연두/독감/티푸스 등등의 질병이 불과 30여 년 사이에 아메리카 원주민 80~90%의 목숨을 앗아갔다는 역사적 사실을 돌이켜보면 인스턴트 문둥병이라니 이거 좀 웃을 수가 없;;;; (테리 존스가 옥스포드에서 원래 영어 전공하다 결국엔 역사의 미로 속에서 길을 잃-_-었다는데 상관이 있을지도 없을지도;) 아울러 레프로시가 뜻만 무시하면 발음이 좀 있어보이는 건 사실이죠. 뭣도 모르고 귀한 딸내미 이름을 루벨라(Rubella, 풍진[....])로 지은 미국의 DQN 부모가 떠오르는 슬픈 아침입니다. 아 그러게 사전 좀 들춰보자고!
(註 3) 안된 일이네요 부장님/아니, 멋지게 성공했어 : 원문은 "Badly, Sir?" "No, extremely well." 즉 나쁜 일인가요/잘못 쐈나요 & 잘된 일이지/성공했어 정도의 이중적 의미를 가진다. 그래서 보스는 으쓱한 얼굴로 개그 카드를 들어보인 거지요. 아 이래서 애매한 언어는 싫지 말입니다!! 신박한 말장난 따위 생각날 리도 없어서 그냥 뭉갰음;
(註 4) 자세히 들어보면 옴(mange)와 수종(dropsy) 사이에 sapportia라는 정체불명의 단어가 들어 있다. 근데 이게 DVD 자막에만 나오고 현존하는 어느 스크립트에서도 존재하지 않는다! (스크립트에서는 전부 옴에서 수종으로 바로 넘어감) 심지어는 네덜란드 자막판까지 살펴봤지만 그예 정체를 알 수 없어 그냥 두 손 들고 비슷비슷하게 식욕 떨어지는 질병으로 대체했다. 본래 치질은 piles 혹은 hemorrhoids.
(註 5) 경척증(hard pad)은 개가 주로 앓는 질병으로, 발바닥(육구) 및 코 피부가 마르고 두터워져 마치 뿔처럼 딱딱해지는 전각화(全角化) 현상을 말한다.
(註 6) 무좀이라 번역했지만 실상 원문은 athlete's head. 무좀은 athlete's foot이다. 이게 각본 쓴 놈의 실수인지 아니면 너는 운동선수의 (텅텅 빈) 대갈통을 갖게 되겠지요(.....)인지 분간이 가질 않는데 따지다가 지쳐서 무좀으로 얼버무렸음. 어쨌든 입맛 떨어지는 건 마찬가지잖아!
(註 7) 소프트셀링(soft-sell)은 좀 더 친근하고 친숙하며 무의식에 호소하는 광고 또는 캠페인을 가리킨다. 한국어로는 '은근한 상술'로 옮길 수 있음. 토사물, 죽은 개, 콜레라, 옴, 수종, 임질, 무좀의 어디가 소프트한진 며느리에게도 묻지 마라. 당사자 프로그도 필경 모른다...
(註 8) 이제부터 완전히 다른 걸 보여드리겠습니다 : And now for something completely different. 노동자 계급 극작가에서도 언급했다시피 비행 서커스 시리즈 전통의 오프닝 멘트.


다음 턴은 습님이 찍어주신 Agatha Christie Sketch (Railway Timetables)입니다. 오오 제목부터 미스터리 팬의 심장이 심하게 덜렁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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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s Grannies.

보거나 혹은 죽거나/Loonies in England | 2012/10/30 11:39

잊을 만하면 돌아온다 일일일몬의 시간.
오늘은 예고한 대로 포도 님이 리퀘하신 몬티 파이슨의 비행 서커스 8화 '완전 노출(Full Frontal Nudity)'의 스케치 '지옥의 할멈들(Hell's Grannies)'이 타겟 되겠슴다. 즐감해 주시면야 나는 좋지염. 그래도 봐주는 분이 있으니까 이 짓을 하지(.....).
늘 그렇듯이 명백한 오역 외의 지적은 불허합니다. 도에스의 유리심장에 그렇게 상처를 내고 싶나염.


아나운서(에릭 아이들) : 어……음, 어……어어. 에……에에……죄송합니다. 다음으로 전면 노출을 보시겠습니다.

(지저분한 레인코트를 입은 남자[테리 존스]가 지나가는 부인네들에게 바바리맨 짓을 한다. 카메라를 향해 돌아서자 목에 건 팻말이 보인다. <까꿍!>[……])
(요구르트를 주워먹고 있는 아나운서를 대령[그레이엄 채프먼]이 마구 찔러댄다)

아나운서: 오, 저런, 죄송합니다. 좀 더 오래 할 줄 알았어요. 음. 노틀롭, 아니, 볼튼을 보시겠습니다.

(화면 전환)

내레이터(에릭 아이들) : 공포가 이곳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두려움의 장막이 집과 거리를 뒤덮고,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폭력이 도시를 위협합니다. 그렇습니다. 일단의 노부인들이 무력하고 건장한 청년들을 습격하고 있는 것입니다.

(껄렁한 청년들[그레이엄 채프먼과 테리 존스]을 노부인 셋[존 클리즈, 에릭 아이들, 마이클 페일린]이 덮쳐 죽도록 패고 도주한다[……])

사내 1(마이클 페일린) : 길을 가면 할머니들이 와서 일부러 부딪히고 밀쳐내고 그래요. 보통 너댓이 뭉쳐다녀요.
사내 2(테리 존스) : 할머니들이 오기 전까진 이 동네도 참 살기 좋았어요. 요즘은 무서워서 가게에도 함부로 못 가요.
사내 3(존 클리즈) : 존슨 부인네 아들 케빈은 밖으로 나오려 하지도 않아요. 레슬링만 끝내고 집에 가면 바로 자기 방에 틀어박혀서 문을 잠가버린다고요.

내레이터 : 이 연로한 불량배들, 레이스를 입은 건달들은 무슨 이유로 이런 짓을 하는 걸까요?
노부인 1 : 우리도 소일거리는 있어야 하지 않겠어?
노부인 2 : 짱 재밌다고.
노부인 3 : 댁도 알다시피, 안 그렇수?
내레이터 : 노부인들은 주로 공중전화 부스를 노립니다.

(담벼락에 쓰인 구호 : 사랑이 아닌 차를[Make Tea Not Love][……])

경관(그레이엄 채프먼): 이봐 이봐, 어서 꺼져. 안 들려? 냉큼 사라지라고! (노부인들이 도망간다) 이들 때문에 골치 아파 죽겠습니다. 연금지급일이 특히 최악입니다. 아주 미쳐 날뛰거든요. 돈을 받기만 하면 즉시 우유, 빵, 홍차, 고양이 먹이로 죄다 날려버리고요.

(극장)

극장지배인(테리 존스) : 두 시만 되면 온동네 노친네들이 주간상영 영화를 보려고 몰려듭니다. 특히 <사운드 오브 뮤직>이라도 거는 날엔 장난 없지요. 좌석을 찢고 보청기를 부수고, 여하간 난리가 납니다.

기자(에릭 아이들) : 이들 비행노부인의 총체적인 문제점은 동시대의 사회적 가치를 전적으로 부정하는 데 있습니다. 이들은 자녀들이 회계사, 주식중개인, 심지어는 사회학자로 자라나는 것을 지켜본 끝에, 마침내는 모든 게 정말로……으악!!!!

사내 4(그레이엄 채프먼) : 우리 할머니가 저렇게 변해버린 것에 가끔은 책임감을 느껴요. 뭐랄까, 뜨개질을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할머니는 행복했거든요.
기자 : 뜨개질이라고요?
사내 4 : 네. 이젠 코바늘을 한시도 손에서 놓지 않아요. 어떤 땐 하루에도 털실을 스무 뭉치나 써버려요. 털실이 떨어지면 폭력을 휘두르고요. 우리가 뭘 어쩌겠어요?

(재킷에 박힌 문구 : '지옥의 할멈들'[……])

내레이션 : 그러나 이 도시의 문제는 노부인 일당만이 아닙니다. 이곳에는 또다른 무서운 갱들이 도사리고 있습니다──바로 아기 유괴범들입니다.

아내(리타 데이비스) : 남편을 바깥에 잠깐 세워두고 가게에 들어갔다 온 사이에 그이가 사라졌어요. 이제 겨우 마흔 일곱인데!
내레이터 : 노상 역시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잔인한 좌측통행 표지 조직이 도로를 점거하였습니다.

(길을 건너는 교구목사를 일단의 좌측통행 표지판들이 공격한다[……])

대령(그레이엄 채프먼) : 그만, 그만, 그만하시오. 이 스케치도 점점 바보스러워지는군. 젊은치들을 공격하는 노부인들은 그런대로 괜찮더니 뒤로 갈수록 바보스러워. 이 친구는 교구목사 행세를 하기에는 머리가 너무 길잖소. 표지판은 허접하기 짝이 없고. 좋아요, 이제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봅시다.

더러운 레인코트를 입은 사내(테리 존스) : 유니섹스란 게 있다는데 난 아직 못해봤어.

언제나 그렇지만 여러모로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는 주석.

(註 1) 아나운서를 찔러대고 스케치에 시비를 거는 육군 대령은 같은 에피소드의 오프닝 스케치 '육군보호공갈(Army Protection Racket)'에 등장해 농담이 조금만 썰렁해질 기미를 보이면 강제로 스케치를 중단시키고 다음으로 넘겨버리는 역할을 자인해서 맡더니 이 개그를 처음부터 엔딩(즉 '지옥의 할멈들')까지 줄기차게 밀어붙이는 캐릭터임(....). 다른 에피소드에서도 약방의 감초처럼 얼굴을 내밀어 육군의 권위를 조금이라도 손상할라치면 가차없이 브레이크를 걸어버립니다. 뭐 딴 건 모르겠고 채프먼은 수염+제복 조합이 참 근사(퍽!!)
(註 2) 노틀롭, 아니 볼튼 : 지옥의 할멈들 바로바로 앞이 몬티 파이슨의 비행 서커스에서도 베스트 오브 베스트로 꼽히는 '죽은 앵무새(Dead Parrot)' 스케칩니다. 이것도 언젠가 할 날이 오겠지만(....) 하여간 거기서 애완동물 가게 주인(마이클 페일린)이 입스위시Ipswich가 볼튼Bolton의 회문(回文, 거꾸로 읽어도 똑같이 읽히는 어구)이라 되도 않는 개소리를 하자 손님(존 클리즈)이 특유의 어마어마한 억양으로 볼튼의 회문은 노틀롭Notlob이라 반박한다; 입스위시건 노틀롭이건 어떻게 해도 회문은 아니지 말입니다.
(註 3) Make Tea Not Love : 60년대 반체제주의자들의 대표적인 반전 슬로건 Make Love Not War의 패러디. Make Love는 물론 냥냥한다는 뜻이고요. 즉 Make Tea Not Love의 의미는 '그 짓하지 말고 차나 끓여 이것들아'(....) 몬티 파이슨의 Make Tea Not Love가 너무 공전의 히트를 쳐서 요즘은 Make Tea Not War(....)도 종종 쓰이는 모양이다;
(註 4) 여러모로 말이 늘어져서 그냥 뜨개질로 뚱기쳤지만 정확히는 crochet 즉 코바늘뜨기다. 뜨개질의 대모이자 리퀘스터이신 포도 님의 친절한 제보에 따르면 '코바늘이 대바늘보다 실 2배를 잡아먹으니(...) 당연히 금방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그런 비밀이!!!!
(註 5) 지옥의 할멈들(Hell's Grannies) : 1948년 미국의 캘리포니아주 폰타나에서 출범한 이래 현재까지 전세계 27개국에 230개 지부를 두고 있는 세계적인 모터바이크 클럽이자 반체제/반사회적 갱조직으로 악명높은 '지옥의 천사들(Hell's Angels Motorcycle Club)'의 패러디. 클럽의 명칭은 하워드 휴즈의 1930년도 동명의 영화에서 따왔다. 본인들은 바이크를 즐기는 선량한 시민일 뿐이라 우겨대지만 백인남자의 가입만 허용하는 시점에서 이미 알아볼 조... 어험어험.
(註 6) 헌데 2007년에 정말로 지옥의 할멈들(Hell's Grannies)이란 제목의 다큐멘터린지 뭔지가 나왔다(....) 양키놈들 센스하고는(.....)


오늘은 주석이 좀 짧다! 이에스!!!
원래 이런 익숙한 상황의 전복은 몬티 파이슨, 특히 존 클리즈-그레이엄 채프먼 콤비가 즐겨 쓰던 수법이라죠. 다음 타자는 친애하는 테이큰 님이 찍어주신 Conquistador Coffee Campaign입니다. 아니 이런 커피성애자 같은 분을 보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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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y Python and the Holy Grail - Killer Rabbit/Holy Grenade of Antioch.

보거나 혹은 죽거나/Loonies in England | 2012/10/12 15:30

휠스냥의 리퀘에 따라 오늘의 일일일몬은 몬티 파이슨과 성배에서 여러모로 가장, 가장, 가────장 유명한 시퀀스, 킬러래빗(Killer Rabbit)과 성스러운 안티오크의 수류탄(The Holy Grenade of Antioch) 되시겠습니다.

실은 판다리아의 안개에 다크문 토끼(Darkmoon Rabbit)라는 졸라 무서운 필드몹이 추가됐다는 귀가 번쩍 뜨이는 소식을 들었으매 일개 몬티 파이슨 팬으로서 엉덩이가 들썩거린 탓이지만. 듣기만 해도 겁나는 다크문 토끼에 대한 엔하위키의 친절한 설명은 다음과 같다. <피통 1억 7천만의 어그로가 존재하지 않는 몹으로 랜덤으로 주변 플레이어의 목을 물어뜯어 순살한다. 물린 플레이어는 치유량 -100% 디버프가 걸리기 때문에 걸리면 그대로 끔살 확정. 레벨이 93이라 만렙이 85인 소판다 시점에선 최소 30명 규모의 공대를 꾸려야 하며, 93렙 정예의 공격력도 공격력이지만 적중 문제와 한 명에게 달라붙어 물어뜯으며 끌고 다니는 패턴 때문에 죽도록 힘들다. 토끼가 동굴 밖으로 나가면 피통이 리셋되기 때문에 동굴 안에서 잡아야 하는데, 이러면 토끼에게 물려 밖으로 끌려나가는 사람에게 힐을 제대로 해줄 수가 없다. 결국 물린 사람은 무조건 죽으니 무덤러쉬밖에 없고, 죽었다 살아나기를 반복하다 보면 부활 쿨타임이... 여기에 상대 진영까지 토끼를 잡으러 온다면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토끼를 잡으면 다크문 토끼라는 이름의 펫을 '하나' 드랍하며, 룩은 일반 흰색 토끼와 같지만 입가와 앞발에 피가 묻어 있다. 그리고 이 토끼를 잡는 업적 이름은 '누구든 작은 토끼를 건드리면....'> 엄마 몹 설정이랑 업적 이름에서 씹덕 냄새 나요!

늘 그렇듯이 치명적인 오역 외의 지적은 결코 받지 않음요. 아서왕-그레이엄 채프먼, 랜슬롯 경/마법사 팀-존 클리즈, 로빈 경/메이나드 수사-에릭 아이들, 갤러해드 경/수사-마이클 페일린, 보어스 경-테리 길리엄이다. 이 돌려먹는 캐스팅 좀 보라죠. 그런데 베디비어는 어디 갔나.




팀 : 보시오, 카바노그의 동굴이오!
아서왕 : 좋아, 나를 원호하게!
갤러해드 : 뭘로요?
아서왕 : 그냥 나를 원호하라고.
팀 : 너무 늦었어!
아서왕 : 뭐요!?
팀 : 저기 있소!

(하얗고 몽실몽실한 토끼가 보인다)

아서왕 : 어디요?
팀 : 저기!
아서왕 : 뭐요, 토끼 뒤에 있소?
팀 : 저 토끼요!

(뻘쭘한 침묵)

아서왕 : 이런 병신을 보겠나! 사람을 놀려도 유분수지!
팀 : 저건 범상한 토끼가 아니오! 저놈은 지상에서 가장 사납고 잔인하며 성질머리 더러운 설치류란 말이오!
로빈 : 미친 놈아! 너무 무서워서 지려버렸잖아!
팀 : 흉폭하기로는 작은 하마 부럽잖은 놈이오! 살인마라고!
갤러해드 : 눈이 삐었나!
팀 : 그러다 큰코 다치는 수가 있소, 젊은이!
갤러해드 : 헤에, 그래?
로빈 : 재섭는 스코틀랜드 바보 새끼!
팀 : 사람 말을 들으시오!
로빈 : 뭘 어쩌는데, 댁의 궁둥짝을 빨기라도 하나?
팀 : 크고 날카로운──저놈이 뛰어오르면──아, 뼈무더기 보면 모르나!
아서왕 : 보어스, 단칼에 목을 쳐버리게!
보어스 : 예입! 멍청한 늙은이. 토끼 스튜 한 그릇 대령합니다!
팀 : 보시오!
보어스 : 으아아아아아악!!!!
(보어스 사망)
아서왕 : 하느님 맙소사!
팀 : 경고했잖소!
로빈 : 또 쌌어!
팀 : 난 경고했소. 헌데 누구 하나 내 말에 귀를 기울이던가? 오, 아니지, 댁들은 너무 똑똑해서 충고가 저언혀 필요 없지! 저건 작고 무해하고 사랑스런 토끼일 뿐이지, 안 그렇소? 항상 그래, 항상 똑같아, 내가 그렇게──
아서왕 : 아, 시끄러워!
팀 : 내 말을 듣는 시늉이나 하던가 말이지.
아서왕 : 가자!
팀 : 오, 안돼…….
기사들 : 돌격!!

(생지옥의 현장)

기사들 : 으아아아악! 아아아아아악!!! 후퇴하라! 후퇴하라!!!
팀 :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서왕 : 숨부터 돌리세. 몇을 잃었나?
랜슬롯 : 가웨인이 당했습니다.
갤러해드 : 엑터도요.
아서왕 : 보어스까지, 다섯인가.
갤러해드 : 셋입니다, 전하.
아서왕 : 그래, 셋이지, 셋. 더 이상의 정면공격은 너무 위험해. 저 토끼는 폭탄일세!
로빈 : 저기요, 더 멀리 도망치면 저게 정신을 못 차리지 않을까요?
아서왕 : 오, 닥치고 갑주나 갈아입어!
갤러해드 : 모두 함께 토끼를 모욕하죠! 열이 올라 눈에 뵈는 게 없어지면 필경 실수를 저지를 터입니다!
아서왕 : 뭘 말인가?
갤러해드 : 그, 글쎄요…….
랜슬롯 : 활은 없습니까?
아서왕 : 없네.
랜슬롯 : 우리에겐 성스러운 수류탄이 있지 않습니까!
아서왕 : 그렇지, 그렇고 말고! 안티오크의 성스러운 수류탄! 메이나드 수사가 지참한 성물 중에 들어 있었어! 메이나드 수사, 성스러운 수류탄을 가져오시오!

(수사들이 노래를 부르며 수류탄을 가져온다)

아서왕 : 이거……어, 이거 어떻게 쓰나?
랜슬롯 : 모르겠습니다, 왕이시여.
아서왕 : 병기서(兵器書)를 펴시게!
메이나드 : 형제여, 병기서 2장 9절부터 21절까지.
수사 : "이에 성 아틸라가 수류탄을 허공으로 높이 들어 가로되 오 주여 이 수류탄을 축복하사 자비로써 주님의 더러운 적들을 조각조각으로 아작내소서 여호와가 이를 드러내고 쪼개시매 백성들이 짐승을 잡고 잔치를 벌이니 그 잔치는 양과 나무늘보와 당질과 멸치와 오랑우탄과 아침 시리얼과 과일박쥐와 거대한──"
메이나드 : 건너뛰시게, 형제여.
수사 : "여호와께서 가라사대 너희가 먼저 성스러운 핀을 빼며 셋까지 셀지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셋이니라 너희가 세어야 할 숫자는 셋이며 셋이 세어야 할 숫자니 넷을 세어서는 아니 되며 둘 또한 셋을 세기 위한 과정에서만 용납될지라 다섯은 꿈도 꾸지 말지어다 너희의 셈이 세 번째의 숫자인 셋에 도달했을 때 안티오크의 성스러운 수류탄을 너희의 적이자 나의 눈에 거슬리는 자에게 던지라 너희의 적은 그 냄새를 맡아야 하리라."
메이나드 : 아멘.
일동 : 아멘.
아서왕 : 좋았어! (핀을 뽑는다) 하나……둘……다섯!
갤러해드 : 셋입니다, 전하!
아서왕 : 셋!

(토끼, 장렬하게 폭사)

언제나 그렇지만 여러모로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는 주석.

(註 1) 보통 영어문화권에서는 킬러래빗/보팔버니, 국내에서는 보팔래빗으로 알려진 이 거지같은 짐승놈의 정식 명칭은 카바노그의 토끼(Rabbit of Caerbannog)다. Caer bannog는 웨일즈어로 작은 탑이 있는 성(turetted castle)이란 뜻이라던가 어쨌다던가. 하여간 이 토끼가 얼마나 유명한가 하면 우려먹히고 우려먹히고 또 우려먹히다 못해 심지어 버섯양반이 공의 경계에서 료기 시키를 얘한테 비교하기도 했습죠. 고쿠토 이놈아 니 여친이 아무리 예뻐도 토깽이는 결코 아니지 말입니다. 심지어 메가데스의 Chosen One은 가사가 졸라 거창해 뵈지만 실은 킬러래빗과 싸우는 기사들의 얘기다! 어느 사이트에선가는 십자군을 엮어 손나 심오하게 Chosen One을 해석하는 한 친구 밑에서 나머지 놈들이 데굴데굴 구르더라지요. '야 임마 아냐 전혀 아냐! 몬티 파이슨 안 봤냐!!' 그리고 더러운 엘리트 집단;답게 역시 모토네타가 버젓하게 존재합니다. 유명한 우화 여우 르나르 이야기의 초기 판본에 사나운 토끼와 싸우는 무훈담;이 들어 있기도 하지만, 직접적으로는 비겁함과 약함을 '토끼에게서 꽁지 빠지게 도망가는 기사들'로 비유한 노트르담 대성당의 파사드(façade)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토끼한테서 달아나는 기사는 중세 대성당의 단골 테마였다고. 노트르담에는 킬러래빗 메달리온이 적어도 세 개는 존재한다.
(註 2) 나를 원호하게 : 원문은 keep me covered. '나를 (뚜껑으로) 덮어놓게/가리게' 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그래서 갤러해드가 멍뎅하게 '뭘로요?' 라 대꾸한 것이다(.......)
(註 3) 토끼는 설치류가 아니라 토끼목이다(......)
(註 4) 흉폭하기로는 작은 하마 부럽잖은 놈이오 : 원문은 a vicious streak a mile wide. 스컹크 등의 줄무늬에 비유해 사람의 성질을 나타내는 이디엄이다. 씽크빅한 번역을 생각해내기 귀찮아 필수요소로 대충 땜질했음; 왜 하필 작은 하마냐면... 다크문 토끼 레이드의 업적 이름을 참조하시라.
(註 5) 킬러래빗 시퀀스는 애완용 토끼를 빌어다 찍었는데 저넘의 뻘건 물감이 제대로 빠지질 않아 토끼 주인은 기분을 심하게 잡쳤다고 한다... 길리엄의 오디오 코멘터리에 따르면 토끼 주인이 알아채기 전에 물감을 씻어내려 촬영도 중단하고 스태프와 캐스트 전원이 달려들어 미친듯이 빨아댔지만 소용이 없었고, 덕분에 토끼 한 마리 그냥 사는 편이 훨씬 낫다는 귀중한 교훈을 얻었대나;
(註 6) 보어스는 이래봬도 갤러해드/퍼시벌과 더불어 성배를 찾아낸 세 명의 기사 중 하나인데 이런 데서 뻗다뇨. 더구나 가웨인 어쩔... 가웨인이 랜슬롯 참가 이후로 원탁의 전투력측정기 취급을 받는다지만 이건 좀...;; 친구란 이름의 웬수에게 아론다이트에 찔려죽기와 킬러래빗에게 뜯겨 먹히기, 어느 쪽이 그나마 나은지 차마 헤아리지 못하겠다.
(註 7) 토끼(실은 봉제인형)가 화면을 가로질러 붕붕 날아다닐 때 자세히 보면 실이 분명히 보인다(.....)
(註 8) 저 토끼는 폭탄일세 : 원문은 That rabbit's dynamite. '누구든 작은 토끼를 건드리면...'의 오리지널 업적명.
(註 9) 수사들이 성스러운 수류탄을 꺼내면서 부르는 노래는 Via Jesu Domine, Dona eis requiem. '자애로우신 주 예수시여, 그들에게 안식을 주소서' 란 뜻이다. ........장송곡이냐!!!?
(註 10) 킬러래빗 이상으로 서브컬쳐에서 사골 끓이듯 우려먹히는 필수요소가 있다면 안티오크의 성스러운 수류탄이겠슴다. 특히 게임에서 뻔질나게들 갖다 쓴다. 웜즈, 폴아웃, 워해머, 포스탈 기타 등등. 성능은 대체적으로 성스럽게 절륜하다나. 심지어 폴아웃 2의 스페셜 인카운터 중 하나인 '아서왕의 기사들(King Arthur's Knights)'에서는 브라더후드 오브 스틸 소속인 아서왕과 그의 기사들이 안티오크의 성스러운 수류탄을 찾아다니고(...) '토끼와 싸우는 아서왕의 기사들(King Arthur's Knights fighting a rabbit)'에서는 보팔 랫(....토끼래매!?)과 개틀링 레이저 갈겨가며 싸우는 기사들을 볼 수 있다고; 이 보팔 랫도 킬러래빗의 명성에 걸맞게 졸라 짱세서 펄스 라이플 맞아도 노 데미지에 게임에서 두 번째로 강력한 파워아머를 입은 기사들을 일반공격으로 패죽인댄다. 엄마 무서워(....) 아울러 풀 메탈 패닉 외전 신데렐라 패닉에서 사가라 소스케 중사도 사용합니다. 물론 이 수류탄에도 모토네타가 있다. 제 1차 십자군이 1098년의 안티오키아 공방전 중에 교회 바닥에서 발굴한 안티오크의 성스러운 창(Holy Spear of Antioch).


클리어했다! 다음 타자는 포도 님이 리퀘하신 Hell's Grannies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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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First Man to Jump the Channel.

보거나 혹은 죽거나/Loonies in England | 2012/09/13 14:24

숨 좀 돌릴 여유가 생겼으므로 이미 하루에 하나씩이 아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일일몬의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이예이. 작년 12월에 받아놓고(....) 신의 보살피심과 죽여주는 게으름;;;으로 인해 무턱대고 미뤄놓았던 김일 님의 리퀘를 이제야 달성한다. 아놔 너한테도 양심이 있으면 좀 부끄러운 척을 해봐라. 미안해요 나한테 양심은 털끝 한 터럭만큼만 남아 있어... 아무튼 몬티 파이슨의 비행 서커스 10화 '무제(Untitled)'의 스케치 '해협을 건너뛴 첫 번째 남자(The First Man to Jump the Channel)', 혹은 '론 오비어스(Ron Obvious)'입니다. 즐감해 주시면 아주 좋습니다. 그 누구도 기다리지 않아도 리퀘하신 장본인조차 잊고 계셔도 몬티 파이슨의 (멋대로) 전도사는 아아 오늘도 간다 내일도 간다.
물론 명백한 오역 외의 지적은 불허합니다. 나의 마음은 도에스의 유리심장.


데이비드 엉션(그레이엄 채프먼) : 어, 음, 재미있지 않았나요?
바이킹(테리 존스) : 재미있긴 개뿔이 재밌어, 이 걸커야.
엉션 : 오, 안녕 선원 오빠.
바이킹 : 이거 봐, 댁은 우리 애들한텐 손가락 하나 못 댔을걸. 그 친구들은 죄다 뼛골까지 일반이니까.
엉션 : 어머 내가 듣기론 전혀 아니던데.

내레이터(에릭 아이들) : 바다의 웅장함은 장구한 세월 동안 무수한 영국 사나이들의 심장을 뒤흔들었습니다. 프란시스 드레이크 경, 웹 선장, 트라팔가의 넬슨과 남극의 스콧──모두가 위대한 바다에 도전하고자 분연히 떨쳐 일어났지요. 그리고 오늘, 또 한 명의 영국인──닙스엔드의 론 오비어스(Ron Obvious)가 역사의 찬란한 한 페이지에 이름을 더하고자 합니다.
이날, 론 오비어스는 영불해협을 뛰어넘은 최초의 남자가 되려 하고 있습니다.

기자(존 클리즈) : 론, 한 가지 분명히 해두고 싶은데──정말로 영불해협을 뛰어넘을 예정입니까?
론 오비어스(테리 존스) : 오, 그래요, 그렇고말고요.
기자 : 거리는 얼마나 되지요?
론 : 오, 여기서 칼레까지는 26마일이에요.
기자 : 칼레 해변까지의 거리인가요?
론 : 아뇨 아뇨, 도약을 잘 하고 프랑스 쪽 해변에 바람만 좀 불어준다면, 칼레 한가운데에 착지하게 될 거예요.

(플래카드 : '해협횡단점프 종착점Fin de Cross-Channel jump')

기자 : 론, 이건 엄청난 거리입니다. 무언가 특별한 기술을 쓰나요?
론 : 오 아뇨 아뇨, 평범하게 모듬뛰기로요, 음, 허공으로 뛰어올라서, 해협을 횡단할 거예요.
기자 : 알았습니다. 론, 이제까지 가장 멀리 뛴 기록은 얼마입니까?
론 : 음, 어, 6월 22일에 모츠퍼 공원에서 11피트 6인치를 뛰었어요. 하지만 비공식적으로는 거의 12피트랍니다.
기자 : 알았습니다. 어, 론, 론, 론, 육지도 아니고, 론, 바다를 가로질러 26마일을 뛰어야 하는데, 걱정되지 않습니까?
론 : 오, 아뇨 아뇨 아뇨. 실은요, 마른땅보다 바다를 건너뛰기가 훨씬 쉬워요.
기자 : 어째서인가요?
론 : 음, 내 매니저 말로는요, 영불해협 5마일 지점에서, 발 밑에 바다 말곤 아무것도 없으면, 허공에 반드시 머물러야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솟아난대요.
기자 : 알았습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론. 행운을 빕니다.
론 :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기자 : 론의 해협횡단점프 뒤에는 그의 매니저 루이지 베르코티 씨가 있습니다. 베르코티 씨, 저기 실례합니다, 베르코티 씨……베르코티 씨…….
루이지 베르코티(마이클 페일린) : 뭐, 뭐요? 나는 아무것도 몰라요.
기자 : 저기, 베르코티 씨, 저희는 BBC에서 나왔습니다.
베르코티 : 누구요?
기자 : BBC라고요.
베르코티 : 오, 오, 그랬군요. 난 또, 댁이 꼭……음, 나는 경찰을 아주 좋아해요. 그이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하지요.
기자 : 베르코티 씨, 론의 매니저로서 주로 무슨 일을 하십니까?
베르코티 : 어, 내 일은, 해협횡단점프의 스폰서를 찾는 거죠.
기자 : 누가 스폰서인가요?
베르코티 : 치픈햄 벽돌회사죠. 음, 그 친구들이, 음, 비용을 전부 대고, 대신 론은 치픈햄제 벽돌 55파운드를 나르기로 했어요.
기자 : 그렇군요. 오, 드디어 론이 준비를 마친 모양입니다. 손에는 벽돌을 들었습니다. 여권 심사를 받고, 이제는 점프만이 남았습니다. 세계 최초로 영불해협횡단점프를 달성하고자, 론이 달려갑니다.
(풍덩!)
기자 : 론이 곧 해협횡단점프에 재도전할까요?
베르코티 : 아뇨 아뇨, 당분간은 점프를 멀리 하려고요. 음, 다음 주에 달리 예정이 있거든요. 이 업적이야말로 론의 이름을 높여주리라 믿습니다.
기자 : 그게 뭐지요?
베르코티 : 치체스터 대성당을 먹어치울 겁니다.

(치체스터 대성당)

기자 : 저기, 닙스엔드의 론 오비어스가 갑니다. 세계 최초의 성공회 대성당 완식(完食) 기록을 세우고자, 벽을 향해 걸어갑니다.
(끔찍한 비명)

(플래카드 : '자바까지 터널을Tunnelling to Java')

베르코티 : 어, 데이비드, 오늘은 나도 이 친구도 기대가 커요. 론이 여기 고달밍에서 자바까지 땅굴을 뚫을 겁니다.
기자 : 자바란 말이죠.
베르코티 : 예, 음, 틀림없이 역사에 남는 업적이 될 거예요.
기자 : 얼마나 진행했습니까?
베르코티 : 음, 그러니까, 많이 갔어요, 데이브, 많이, 아주 많이요, 음.
기자 : 그래서, 정확히 어디에 있느냐고요?
베르코티 : 예.
기자 : 어디입니까?
베르코티 : 어, 그게, 알다시피, 음, 가늠하기가 매우 어려워요. 그 친군, 음, 그러니까, 저기, 론! 자네 얼마나 뚫었나?
론 : (구멍에서 고개를 내밀며) 2피트 6인치쯤요, 베르코티 씨.
베르코티 : 어, 음, 계속 파 친구, 계속 파라고.
론 : 베르코티 씨, 정말로 삽이 한 자루도 없나요?

(철도 옆)

기자 : 베르코티 씨, 당신이 제 욕심을 채우려 론을 착취한다고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베르코티 : 오, 말도 안돼요. 근거없는 모함입니다, 데이비드. 시칠리아를 떠난 후로 나는 론을 위해 최선을 다해왔어요. 나는 론이 무얼 원하는지 알고, 그 친구의 재능을 믿어요. 론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 줄 뿐이에요.
기자 : 그래서, 오늘은 무엇에 도전합니까?
베르코티 : 코로 객차를 두 쪽낼 겁니다.
(무시무시한 비명)

(플래카드 : '수성 마라톤Running to Mercury')

베르코티 : 대기권을 벗어나기가 제일 어려워요. 어, 하지만 한 번 궤도에 오르기만 하면, 수성까지 일직선으로 달려가는 일만 남죠.
(구슬픈 비명이 울린다……)

(묘비명 : '론 오비어스 1941~1969 재능있었던 이')

베르코티 : 저는 론이 지하에 가장 오래 머무른 사람의 세계기록을 깨리라 마음 깊이 확신합니다. 정말 대단한 친구예요. 진짜로 엄청난 재능을 가졌죠. 진짜, 진짜로 커다란 재능을요.

부인 1(존 클리즈) : 오, 조금 슬프지 않니?
부인 2(그레이엄 채프먼) : 쉿, 이건 풍자라고.
부인 1 : 오 아니야. 이건 멍청한 무대포 유머야.
부인 2 : 어머 그래?

언제나 그렇지만 여러모로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는 주석.

(註 1) 걸커 : 원문은 fairy. 동성애자 남성을 비하하는 속어다. 이후 이어지는 채프먼의 어조가 영락없는 게이 스테레오 타입 부동의 넘버 원인 씨시;임을 감안해 국내 게이 은어 중에서 '매우 노골적인 게이'를 의미하는 '걸커'(어다니는 밍아웃)를 살짝 유용했슴다. '끼순이'도 생각해 봤는데 박자가 안 맞아서 포기(.....)
(註 2) 안녕 선원 오빠 : 원문은 Hello, sailor. 본디는 오랫동안 바다에서 썩느라 여자 구경을 못해 성에 굶주려 있을 남자 선원들을 창녀들이 유혹할 때 쓰는 상투적인 문구였는데, 이게 어느 순간부터인가 '선원들은 하도 오래 바다에서 썩다 보니 매춘부와 여장남자의 차이도 구분 못한다' 혹은 '남자 선원은 죄다 호모섹슈얼이다' 를 암시하는 말로 전용이 됐지 말입니다. 비행 서커스에서는 이놈의 헬로우 세일러 게이 개그를 한 골백 번은 써먹지 말입니다. 심지어 에릭 아이들은 1975년에 'Hello, Sailor' 란 제목으로 소설도 출판했다. 뭐하냐 이 자들아;;;
(註 3) 뼛골까지 일반 : 원문은 dead-butch. Dead-butch straight heterosexual은 너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무나 이성애적으로 Manly한 나머지 부치를 다이크로 만들고 게이들이 몸을 떨며 눈물짓게 하는, 이성애자 남자로서 도달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스트레이트함을 뜻하는 속어임;
(註 4) 채프먼은 실제로 오픈리 게이다(......)
(註 5) 55파운드 : 원문에서는 half of hundredweight. Hundredwieght는 영국에서는 약 112파운드(long hundredweight), 미국에서는 약 100파운드(short hundredweight)를 가리키는 단위. 고로 half of hundredweight는 약 55파운드≒약 26kg이 된다.
(註 6) 26마일은 약 41.8km, 11피트 6인치는 약 3m 50cm, 12피트는 약 3m 66cm, 2피트 6인치는 약 64cm다.
(註 7) 루이지 베르코티(Luigi Vercotti)는 론 오비어스 외에도 '피라냐 형제'와 '육군보호공갈'(...) 등 은근히 비행 서커스의 스케치 여기저기서 감초처럼 얼굴을 내미는 이스트엔드 갱스터 캐릭터다. '육군보호공갈'에선 동생 디노 베르코티(Dino Vercotti, 테리 존스)와 함께 등장했다.
(註 8) 이탈리아 이름의 경찰을 꺼리는 수상쩍은 남자라는 데서부터 벌써 티가 나지만 시칠리아는 마피아의 온상이죠(...).


꼭 보면 테리 존스는 허구헌날 당하는 역할이더라(......).
다음 타자는 휠스냥의 리퀘에 따른 Killer Rabbit/The Holy Grenade of Antioch, 다음다음 타자는 포도 님의 리퀘에 의한 Hell's Grannies입니다. 무덤파기는 내 종특인 줄은 이미 세상이 다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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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y Python and the Holy Grail - The Black Knight.

보거나 혹은 죽거나/Loonies in England | 2012/09/05 18:01

정작 하기로 마음먹은 번역의 진행 속도가 가히 굼벵이인지라 워밍업 앤드 릴랙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는 아무래도 몬티 파이슨과 성배가 맞는 모양이라는 하찮기 짝이 없으며 아울러 너무나 새삼스러운 깨달음을 얻었으므로 (.......이제 와서?)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에게 이놈의 영화를 전파하고 말겠다는 국가적 중흥의 사명을 띠고(....) 오늘은 킬러래빗과 안티오크의 성스러운 수류탄만큼은 아닐지언정 역시 굳세게 우려먹히는 유명한 시퀀스 중의 하나인 '아서왕과 다리 위의 흑기사(Arthur and The Black Knight of the Bridge)'를 소개하겠슴요. 아서왕-그레이엄 채프먼, 흑기사-존 클리즈, 팻시/녹기사-테리 길리엄. 치명적이고 심각한 오역에 대한 지적만 받습니다. 난 우울하다고.


(퍽쿵콱깡퍽퍽푹푹퍽쿵콱콱꺄악으악끄아아아아악[……]. 결투 종료)
아서왕 : 그대는 일당백의 무용(武勇)을 지녔구려, 기사여.
(침묵)
아서왕 : 나는 브리튼의 왕 아서요.
(침묵)
아서왕 : 나의 궁전 카멜롯에 영접할 훌륭하고 용감한 나라 최고의 기사들을 찾고 있소.
(침묵)
아서왕 : 그대는 스스로의 가치를 입증하였소. 나와 함께 하지 않겠소?
(침묵)
아서왕 : (뻘쭘) 그대는 나를 몹시 슬프게 했소이다. 어쩔 수 없군. (팻시에게) 가자꾸나, 팻시.
흑기사 : 누구도 지나가지 못한다.
아서왕 : 뭣이?
흑기사 : 누구도 지나가지 못한다.
아서왕 : 나는 그대와 다툴 이유가 없소, 존경스러운 기사여. 허나 이 다리를 건너야만 하오.
흑기사 : 그렇다면 죽음으로 갚으라.
아서왕 : 브리튼의 왕으로서, 그대에게 명하노니, 옆으로 비켜서라!
흑기사 : 나는 누구의 명령도 받지 않아.
아서왕 : (칼을 뽑는다) 하면, 어쩔 수 없지!
(신나게 싸우다가 흑기사의 팔이 썩둑 잘린다)
아서왕 : 자, 이제 비켜서시게, 뛰어난 적수여!
흑기사 : 이건 걍 긁힌 상처라구.
아서왕 : 긁혀!!? 댁의 팔이 떨어졌소!
흑기사 : 아닌데?
아서왕 : (가리킨다) 그럼 저 물체는 뭐요?
흑기사 : (잠시 팔을 골똘히 보다가) 더 심한 꼴도 당해봤어.
아서왕 : 거짓말도 작작하시게!
흑기사 : 와라, 비겁자야! 히야!
(흑기사의 나머지 팔도 썩둑 잘린다)
아서왕 : 승리는 나의 것이오! (무릎을 꿇고) 오 자비로우신 주님, 주님의 은총에───
흑기사 : (기도하는 아서왕의 머리를 냅다 찬다) 하! 덤비라고!
아서왕 : 뭐라!?
흑기사 : 먹어라!
아서왕 : 그대는 실로 용감하오만, 싸움은 이미 끝났소!
흑기사 : 호오, 누구 맘대로?
아서왕 : 봐라 이 상찌질한 멍청이 샛갸, 네놈한텐 남은 팔도 없어!
흑기사 : 아냐 있어.
아서왕 : 눈이 있으면 보라고!
흑기사 : 좀 베인 상천데 뭐! (아서왕을 다시 걷어찬다)
아서왕 : 아, 그만!
흑기사 : 겁쟁이! 겁쟁이!
아서왕 : 다리도 베어버린다! (계속 걷어차자) 오냐!!
(흑기사의 오른쪽 다리가 썩둑 잘린다)
흑기사 : 오, 두 배로 갚아주마!!
아서왕 : 뭐시기!?
흑기사 : 덤벼! 덤비라고!
아서왕 : (지긋지긋) 뭘 어쩌려고, 나한테 피라도 칠할 텐가?
흑기사 : 나는 무적이야!
아서왕 : 넌 미친놈이야.
흑기사 : 흑기사는 언제나 승리한다! 받아라! 맞아라!
(아서왕이 흑기사의 왼쪽 다리까지 썰어버린다)
흑기사 : (잠시 두릿거리다) 좋아. 무승부로 쳐주지.
아서왕 : 오너라, 팻시.
(아서왕과 팻시가 코코넛을 두드리며 다리를 건넌다)
흑기사 : 오, 오, 이제야 알겠군. 꼬리를 말고 내뺄 셈이냐!! 이 노랭이 찌질이들아! 돌아와서 용감하게 맞서! 니 다릴 물어뜯어버릴 거야!!

언제나 그렇지만 여러모로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는 주석.

(註 1) 자세히 보면 흑기사와 녹기사의 결투 배경에 지펴진 불이 꺼졌다 켜졌다 한다(........)
(註 2) 이 근성 쩔어주는 흑기사는 클리즈가 학창 시절 영어수업 때 교사에게 들은 얘기에서 유래한다고. 로마인 레슬러 두 명이 서로를 붙잡고 장시간 용을 썼지만 승부가 나지 않은 채 상대에게 기대서야 가까스로 몸을 지탱할 수 있을 만큼 지쳐빠져 버렸다. 결국 녹초가 된 한쪽이 기권패를 선언했는데, 정작 판을 떠나 보니 다른 쪽은 이미 죽어 있었다는 것이다. 선생은 이 이야기의 교훈을 '포기하지만 않으면 결코 지지 않는다'라 설명했다. 그리고 그 순간 클리즈는 뒤통수를 누가 후려갈기는 듯한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철학적으로 병맛 쩐다'고(....). 아울러 가웨인 경과 대결한 녹색의 기사(Sir Gawain and The Green Knight)에서도 일정 부분 모티브를 빌려왔다. 원탁의 전투력측정기(.....) 가웨인이 녹색 기사의 목을 쳤으나 정작 기사는 잘린 목을 집어들고 유유히 사라졌다는 유명한 이야기.
(註 3) 아서왕이 흑기사의 한쪽 다리를 꺽둑 썰어버린 다음의 몇몇 장면은 클리즈가 도저히 한 다리로 균형을 잡지 못했기 때문에(...) 근처에 사는 외다리 대장장이 리처드 버튼(당연히 그 명망 높은 리처드 버튼 경이 아니다!) 씨를 대역으로 기용했다. DVD 코멘터리에서 길리엄은 덕분에 흑기사가 몸통만 남은 후의 씬을 찍을 때 바닥에 구멍을 하나만 파도 되어서 수고를 덜었다고 너스레를 떠는데, 클리즈 말로는 구멍에 들어가서 서 있었던 건 자기라고. 이 자들은 왤케 말이 안 맞는가; 덤으로 클리즈는 리처드 버튼을 스턴트대역으로 썼다고 자랑하고 다녔단다. 틀린 말은 아니죠 네(.....)
(註 4) 걍 긁힌 상처예염 : 'Tis but a scratch.


불후의 명대사다.


물론 아서왕을 불곰님으로 치환하고픈 견딜 수 없는 유혹에 사로잡혔습니다 이예이(....) 곰님이라면 대화고 나발이고 너 못 지나가염 처음 개기는 순간에 약속된 승리의 곰앞발 스매쉬로 흑기사를 바닥에 묻어버리시겠지만요! 불곰! 불곰! 훌레이! 근데 왜 그 경우엔 저늠의 흑기사가 랜병장일 듯한 불길한 예감이 드는 거지염(...) 페제 내내 시커맸던 랜병장이 나쁩니다 암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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