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남자에게서 두 번째 여자를 보았다(....).

Gate of Ecstasy | 2012/05/14 18:21

18~19화는 글타래도 안 풀리는 와중에 볼 기력이 애초에 나질 않아 입 가진 자들이 한 마디씩 다 하는 코멘트만 주워듣고 있었다. 그러고도 니가 달빠냐고 물으면 문답무용으로 헥토파스칼 킥을 날릴 겁니다. 결코 달빠 따위가 아님은 둘째치고 키리츠구 초딩색히를 횟칼로 사시미 뜨고 싶어 상시 손이 근질근질한 사람이 무슨 의욕으로 그놈만 주구장창 나오는 2화를 보겠냐고요. 헌데 이건 포스팅도 채울 겸 화석이 되기 직전인 손도 풀어줄 겸 뭐라고 짧게라도 씨부리고 넘어가야겠더라. 아 글쎄 절대행운하락권을 고유스킬로 보유한 키리츠구 놈에게 인생을 개같이 말려먹힌 두 번째 여자이자 최초의 여신이자 어머니이자 멘토이자 아무튼 기타 등등했던 나탈리아 카민스키가.... 애니에서 이 꼴이 되었지 말입니다.

......얼라?

(출처: 합성의 달인 야수[野獣] 씨의 트위터)
!?

저기요... 원작에선 단발머리의 곱상하고 예쁜 언니야 아니었나요... 왜 숏컷의 존핸 잘생기고 듬직한 오빠가 되어 있음? 여봐요 저 언니 서큐버스 혈통이거든요? 섹시함은 다 팔아먹고 가슴만 D컵이면 다임? 설마 서큐버스가 아니라 인큐버스 혈통이었음? 엉?
여보세요 거기 유포테이블 양반 나랑 무릎 붙이고 면담 좀 하십시다. 서큐버스 피도 좀 들어간 쭉빵쭉빵한 언니를 왜 달릴 거 다 달린 멀쩡한 사내새끼랑 같은 얼굴로 그리는데요. 아니 뭐 AUO가 페제 내 가장 미모 버프를 받는 놈이 맞긴 하지만요. 내 눈만 삐었다고 믿고 싶었거늘 왜 한미일 공통으로 으아악 AUO 2P 컬러다를 외치며 바닥을 덱데굴 구르는데요. aru모 님 말씀마따나 에덴의 뱀(릴리트)과 서큐버스(릴림)이라 운명적으로 같을 수밖에 없는 겁니까 뭡니까. 유포테이블 이놈들이 더위 먹고 맛이 갔거나 정말로 일단은 더블 주인공;;;인 키리츠구과 키레이의 인생을 바꿔놓은 그뇬(....)의 대비를 의도했거나 걍 아무 생각도 없거나 셋 중 하나인데 18~19화 질러대는 꼬라지를 보면 세 번째가 맞는 듯하다(...................)

이제 ZERO 이후 정줄 반 놓은 키리츠구가 후유키 시 길바닥에서 사복 금삐까와 우연히 마주쳐 나탈리아를 외쳐부르며 엉겨붙어 징징 짜는 가운데 기절초풍한 왕님이 잡종놈아 떨어져라 지랄하는 웃기지도 않는 광경을 망상한다 한들 아무도 나를 비난할 수 없습니다. 아 그래서 10년의 절반 이상을 페도길로 지낸 건가요 수수께끼는 모두 풀렸다! (아냐 임마)
그리고 일본 쪽 계정의 내공 강한 왜녀들은 나탈리아로 착각하고 주절주절 고해성사를 늘어놓은 후 혼자 뱃속 편하게 뒈지는 키리츠구와 그 멍청한 고백을 성모의 미소로 인내심 쩔게 받아주시는 영웅왕님을 쓸 수 있겠다는 둥 허구헌날 이쪽 항의를 개씹고 나탈리아만 연호하는 통에 노이로제 걸리기 직전인 길님 모에하다는 둥 시시덕거리고 있었다. 살짝 땡겼다는 건 비밀입니다. 내린길을 우연히 목격하고 눈물을 펑펑 쏟으며 아 나탈리아와 싸워야 하는 나는 얼마나 불행한 테러리스트인가 자아도취에 빠지는 키리츠구도 매우 유쾌하다. 덜 자란 개초딩보다야 망충한 키리츠구가 백만 배 재미있지 않나 말입니다.
아울러 이로써 페제 if 스토리의 최대 화두 중 하나인 키리츠구-아처 조합의 근본적인 문제점(1. 닥차단은 세이버니까 우직하게 참아주는 거지 금삐까 상대로 그 짓 했다간 세 시간 내로 아인츠베른성은 초토화하고 키리츠구 진영은 자멸함 2. 이 새끼들은 아이리 여신님이 셋이 오셔도 중재하지 못합니다)이 얼떨결에 길가메쉬가 그놈의 어찌 섰는지 알지 못할 머리카락만 내리면 오케오케이노프라블럼문제없뜸으로 싸그리 해결을 봤는데 설마 이 점을 노렸는가 유포테이블. 교활하군!!!

...........................................그럴 리가 있냐 -_-


P.S. 하지만 아니메디아의 이 일러스트를 보노라면 한푼어치 가치도 없는 의구심이 살살 고개를 쳐들지 말입니다. 보통 접점 하나 없는 놈들을 한 화면에 둘만 쑤셔넣지는 않잖음? (굳이 따지자면야 안 그래도 뭣같이 망친 세이버 인생을 졸라 피곤하게 하는 원흉 2인조이긴 하지만 중간에 아르토리아따응을 쑤셔넣어야 좀 말이 되고 화면이 되지;) 모르는 놈이 보면 금삐까가 이리야 애비 서번트인 줄 알겠수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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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You're a loser - 사신이 있는 생활 by karo

불타는 전국의 밤 | 2012/04/30 22:24

모종의 글을 내 이것이 끝나기 전에는 새로이 포스팅을 하지 않으리라 한 달이 넘게 붙들고 있다가 계획없이 나오는 대로 갈겨쓰는 놈의 숙명과도 같은 늘어가는 분량과 딸리는 어휘빨 글빨에 좌절하는 한편 4월은 두 시간도 남지 않았는데 포스팅 숫자가 하나로 끝날 판이라 피눈물을 삼키며 급거 대책을 강구함에 중간중간 글이 안 풀릴 때마다 손장난 하듯 찔끔찔끔 번역했던 픽시브의 힘으로 발견한 전바의 떠오르는 다크호스 존잘 karo씨(사이트명 CaroL)의 <사신이 있는 생활(死神のいる生活)>을 냅다 끌어오는 변칙 플레이를 구사하기에 이르렀다. 둘 다 죽을 만큼 병딱이고 덤으로 교부도 병딱이라 거지같이 망하는 세키가하라 퀄릿을 보는 이쪽이 복장 터져 바닥을 구르도록 섬세하고 치밀하게 재현하는 karo씨의 어딜 찔러도 시한폭탄인 SS 시리즈 중에서 그나마 치유계(....)고 그나마 병맛 러브코메디(....). 니가 지금 과제가 산더미인데 이게 뭐하는 짓인지 묻지 마십쇼 내 뻘짓이 뭐 어제 오늘 일임?
참고로 권현 적 루트 베이스. 적 루트 베이스인데 치유계라니 뭔가 이상하지만 따지지 않는다. 몇 년만의 BASARA 포스팅 2탄이 이 꼴인 부조리함도 따지지 않는다. 아울러 문제가 생기면 싹싹 지우고 마파쿠도 쿄고쿠도의 7년 저주를 날릴 거시다. 번역 질? 설마 아직도 날 믿어요?

「미츠나리, 거기 정좌하고 앉아봐」
「뭐」
오늘도 이에야스의 머리맡에 죽치고 앉아 정신적으로 부담을 팍팍 주고자 기합 넣고 찾아온 미츠나리는, 늘 하듯이 천하인의 침실로 쳐들어간 찰나에 멍뎅하게 반문하는 신세가 되었다. 얼결에 발길을 멈추고 문가에 못박힌 미츠나리의 정면에서, 이에야스는 바닥에 깔린 이부자리 위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있었다. 어째선지 가재눈을 뜬 이에야스는, 멀거니 선 미츠나리를 다시 한 번 재촉했다. 지극히 덤덤한 목소리로.
「내 앞에 정좌」
「──무엇 때문에 내가」
「어서」
인정사정없이 몰아붙이는 어조로 닥달하는 통에, 미츠나리는 찝찝한 기분으로 입을 다물었다. 이에야스는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안온한 미소를 지었으되, 등뒤에서는, 그, 뭐랄까, 시커먼 뭔가가 격하게 소용돌이치는 듯 아닌 듯 불온하기 짝이 없었다. 다소나마 기백에서 눌린 미츠나리는, 벌레 씹은 기분으로 마지못해 이에야스의 바로 앞에 무릎을 가지런히 하고 앉았다. 한때의 흉왕은 의외로 떠밀리면 홀라당 넘어가는 타입이었다.
「미츠나리, 확인하고 싶은 문제가 있는데」
팔짱을 끼고, 뭔가를 회상하는 양 눈을 내리감은 이에야스가 무겁게 말문을 텄다.
「대체 뭐기에 이 호들갑이냐」
「오늘 낮에 어디서 뭘 했어?」
3초 가량 공백을 둔 후 미츠나리는 고개를 갸웃했다.
「어디냐니──네놈도 입회한 자리가 아니었나. 새삼스럽다. 네놈 수하의 임종을 지켜보았다만?」
미츠나리가 태연자약하게 대답한 반면, 이에야스는 바로 그거야 그거! 버럭하고 바닥을 후려쳤다. 퍼걱. 섬찟한 소리를 내며 바닥이 우그러졌지만 단연코 무시했다.
「아아, 봤지, 봤고 말고──내 눈이 잘못된 게 아니었어. ……너, 너 말이다 미츠나리, ──대체 무슨 속셈이야 그건!」
「그거라니?」
맥락없이 성질을 못 이겨 버둥대는 이에야스가 좀 거슥했던지 슬그머니 몸을 뒤로 뺀 미츠나리가 재차 의아하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이?」
「………이……ㅂ맞춤. 을, 했잖, 아……! 대관절 이게 웬일이냐고! 동요한 나머지 양암격파로 일대를 함몰시키는 참사를 일으킬 뻔했단 말이다!」
「아하」
「아하!?」
미츠나리가 별다른 동요의 빛도 없이 긍정하는 통에, 이에야스의 머릿속에선 그간 꾹꾹 참아온 여러 가지가 한꺼번에 파열할 위기에 몰렸다.





그날 정오 무렵.
한 남자가 흙으로 돌아갔다.
어린 시절부터 이에야스를 섬기고 지지해 준 고참 가신 중의 하나였다. 혼수 상태에 빠진지 이미 하루가 넘었다는 연락을 받고, 이에야스는 마지막으로 작별인사를 하고자 서둘러 가신의 자택으로 향했다. 딱딱한 격식을 차리지 말아달라고 거의 애원하다시피 부탁한 후, 어디까지나 손님으로서 주인의 사실에 발을 들였다. 친족들에게 둘러싸여 안온하게 잠든 가신을 다소간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며, 사랑하는 가족들 앞에서 임종을 맞게 된 사내가 괴로움 없이 떠날 수 있음을 기뻐했다.
그리고 근신과 더불어 조용히 자리를 비키려고 했을 때, 눈에 익은 모습이 두연히 나타났던 것이다.
은발의 청년.
변함없는 전장복에 칼을 빗겨찬 사내가, 정서라곤 한 톨도 없는 시원스럽기까지 한 걸음걸이로 잠든 남자의 베개맡까지 일직선으로 접근했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답시고 슬픔을 속으로 삭이는 사내의 안사람을 한 톨의 망설임도 없이 당당히 밟고 넘어가는 청년은──과연 미츠나리였다.
문제의 청년을 볼 수 있는 자는, 이에야스뿐이다.
느닷없는 난입에 놀라면서도, 누구 하나 인식하지 못하는 이상 너 뭐하냐고 밀어낼 수도 없는 노릇인지라 이에야스는 그만 멀거니 서서 미츠나리의 거동을 지켜보게 되었다.

미츠나리가 베개맡에 몸을 숙이기가 무섭게 혼도해 있던 남자가 눈을 번쩍 떴다.
이에야스는 얼굴에 드러내지 않고 속으로만 힉겁했지만, 주변의 면면은 누구 하나 놀라는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아아, 이미 이승의 움직임이 아니구나. 냉철히 판단한 이에야스가 지켜보는 가운데, 미츠나리와 사내는 두세 마디 짧은 대화를 나누었다. 무슨 이야기일까. 그보다 미츠나리가 어째서 느닷없이 이 자리에 나타난 거지?
어쩐지 조마조마한 기분이 된 이에야스의 시선 앞에서, 미츠나리는 여전히 당돌하게, 누워 있는 사내의 입술에──

「당최 무슨 사태야 이게!?」
「목청을 낮춰라……귀가 울린다. 거슬려」
미츠나리가 어찌나 무덤덤하게 반응하는지, 이에야스는 애초의 여유를 둘둘 말아 방구석에 휘떡 내팽개친 후 미츠나리의 어깨를 휘어잡고 탈탈탈탈 흔들어댔다.
「제발 내가 알아들을 수 있게 설명을 해봐. 어째서 네가 내 가신과 입술을 맞대는 광경을 구경해야 하냐고!」
얼굴은 웃고 있는데 눈은 동공이 열린 꼬락서니로 힐문하는 이에야스와는 반대로, 미츠나리는 성가신 듯이 한숨을 쉬고 선선히 대답했다.
「죽음의 입맞춤이라는 모양이다」
「…………그 말은, 즉?」
「그럼으로써 영혼을 육체에서 분리해 명부로 안내한다고, 지침서가 설명하더군」
「지, 지침서!?」
「업무의 일환이다. 네놈이 무슨 자격으로 참견하나」
「세상 어디에 입맞춤이 업무인 무인이 있어!」
이에야스는 저도 모르게 목청을 높였고, 미츠나리는 더는 무인도 뭣도 아니라며 냉정하게 잘라 말했다.
「아─, ……어……음, 그래, 그랬었지……」
무인으로서, 나아가 한 인간으로서 미츠나리의 생애를 단절시킨 장본인은 다른 누구도 아닌 이에야스다. 이럭저럭 기세가 한 풀 꺾인 이에야스는 잠시 사이를 두고 눈치를 보다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어찌 됐건 하나 확인하고 싶은데, 미츠나리」
「뭐냐」

「미츠나리는 내 전용 사신이 아니었어?」

미츠나리는 잠자코 눈을 세 번 정도 깜박였다.
그리고 다음 순간, 더할 나위없이 썩은 표정을 와드득 구겼다.
「무슨 헛소리냐! 분명 나는 네놈이 죽는 그 순간에 배를 잡고 비웃어주려 사신으로 전신(轉身)했다만」
「단언하지 마 내가 상처받잖아」
「그렇다고 네놈 하나에게 종일 들러붙어 시간을 낭비해도 될 만큼 편한 업무는 아니란 말이다」
「……아, 아아, 그러고 보니 넌 옛날부터 과로하는 게 취미였지……」
왠지 눈을 번득이는 오래 전의 동료를 보며 이에야스는 포기에 쩔은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그럼, 미츠나리는 나 말고도 여럿 상대로, 그런 식으로, 그 뭐지, 일을 하는 거냐……」
죽으면 죽었지 알고 싶지 않았노라 이에야스가 침통하게 웅얼거리거나 말거나 미츠나리는 여전히 아무렇지도 않게 대꾸했다.
「여럿이 다 무어냐. 에도 전역이 내 담당구역이다」
「기다려 기다려 내 인식능력의 처리속도가 따라가질 못」
「아울러 시코쿠-츄고쿠 일대는 모리가 담당하고」
「그거 누가 들어도 모토치카를 노리는 게」
「그밖에도 사나다는 오슈」
「아, 됐어, 그만그만. 그쯤에서 그만. 못 들은 걸로 하겠어. 더 이상 상상하고 싶지 않아」
이에야스가 한 손을 들어 제지하자, 미츠나리는 순순히 입을 다물었다.
둘의 사이에 단박에 내려앉은 침묵을 미묘하게 무겁다 느끼는 건 아마도 이에야스뿐, 미츠나리는 애초의 당혹감이야 깔끔히 날려버리고 평소의 방약무인함을 완전히 되찾은지 오래였다.
「……에도 전역이라뇨……종종 내 머리맡에서 원한을 가득 담아 즐겁게 노려보곤 하잖아. 그럴 여가는 있어……?」
「없다」
미츠나리는 1초의 유예도 없이 대답했다.
「허나 필요한 시간이란 주어지기 전에 제 힘으로 만들어내야 하는 법이지」
나중에 영혼 회수에 쫓겨 지쳐빠진 나머지 저도 이대로 현세에 작별을 고하고 싶어질망정 이에야스의 베개맡에서 「어서 신속히 인정사정없이 최대한 꼴사납게 죽어라」고 저주하는 일과만은 결코 빼놓을 수 없다고 힘주어 단언하는 미츠나리에게서, 그만저만 애정을 느끼고 만 이에야스였다.

서군이 죄다 사신이 됐는데 왜 치카짱만 멀쩡히 살아 있는지 일일이 신경쓰면 안됩니다. 아놔 생각해 보십쇼 치카짱까지 같이 죽어버리면 나리사마는 누구한테 들러붙어야 하나요(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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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and HATE.

불타는 전국의 밤 | 2012/04/05 14:34



Frosty Rain 희미하게 바래 손 틈새로 흘러내릴 듯한 블루
Face to you 당신이 보이지 않는 하늘은 탁하게 물들었어요

당신이 잠들 무렵 나는 자명종 소리와 함께 깨어나죠
그래요, 나는 한낮의 당신을 알지 못해요
손끝으로 더듬어 확인할 수조차 없는 머나먼 거리

당신이 비추는 세계의 뒤편에서
나는 당신을 비추는 거울, 자, 나를 앞서가세요

Frosty Rain 희미하게 바래 손 틈새로 흘러내릴 듯한 블루
빛을 잃고 고개를 숙인 어두운 밤의 꽃
I love thee 말라붙은 지표로 조락하는 차디찬 빗줄기
Face to you 당신이 보이지 않는 하늘은 탁하게 물들어갈 뿐

당신이 푸르름에 녹아들어간 고독한 날엔 여기에서 당신을 그려봐요
어떠한 색도 당신을 물들이지 못하죠
둘이 하나가 되지 못하는 우리들의 관계

당신이 지키는 거대한 광야에서
나는 첫 번째로 피어난 긍지 높은 한 떨기 야생장미랍니다

Frosty Rain 당신을 숨기고 마는 무거운 구름 사이를 누비고
내 뺨에 상냥하게 입맞추어 주세요
I love thee 희미하게 바래 손 틈새로 흘러내릴 듯한 블루
Face to you 당신이 보이지 않는 하늘은 탁하게 물들어갈 뿐

공원의 벤치도 영화관의 객석도
광포한 파도소리도 안온하게 물결치는 바다도
우산을 든 당신의 손에 붙잡힌 오른손도
번지고 번져서 아득히 사라졌어요

Frosty Rain 희미하게 바래 손 틈새로 흘러내릴 듯한 블루
빛을 잃고 고개를 숙인 어두운 밤의 꽃
I love thee 말라붙은 지표로 조락하는 차디찬 빗줄기
Face to you 당신이 보이지 않는 하늘은 탁하게 물들어갈 뿐
Frosty Rain 당신을 숨기고 마는 무거운 구름 사이를 누비고
내 뺨에 상냥하게 입맞추어 주세요
I love thee 희미하게 바래 손 틈새로 흘러내릴 듯한 블루
Face to you 당신이 보이지 않는 하늘은 탁하게 물들어갈 뿐

- 아마노 츠키코(天野月子), 청자색(青紫)


이게 당최 몇 년만의 전바 포스팅인지는 내게 묻지 않는 센스. 카테고리가 사라지지 않는 한 나는 부활한다! (...)
Youtube에서 돌리자니 즐겨찾기 목록의 영상이 죄다 재생되는 꼬락서니가 귀찮아 결국 여기까지 끌고 왔다. 대략 수십 번은 본 듯한데 뭐 중독성은 없고요, 편집신공이 가히 눈부시되 니코니코에 재능을 낭비하다 못해 알아서 무덤에 파묻는 족속들이 어디 한둘이던가요. 가사의 번역질 따위는 믿지도 말 것. 아울러 오늘부터 Under the Violet Moon은 전국 BASARA 블로그로 재이행합니다.
거짓말이지만.

만우절은 이미 옛날에 지났거든요? 응?

치이치 때문에 새삼스레 발 담그긴 했지만 솔직히 전바 3이 전면으로 내세운 새로운 대립항 이에야스/미츠나리한테는 진심으로 감탄했어라. 아놔 세상에 시드가 시도하여 수많은 동인녀들의 가슴을 쿵덕이게 하였다가 모로사와의 능력 부족으로 친구 죽여 쌤쌤 따위나 찍으며 개털같이 망한; <한때의 친구, 한때의 동지, 그러나 지금은 같은 하늘을 지고 살 수 없는 불구대천의 원수>의 애증증증증증증증 커플을 설마 전바에서 화끈하고 간결하게 저질러 버릴 줄 누가 짐작이나 했겠는가...! 전국 BAKARA 주제에! 캡콤 주제에!! 許さない私はカ●コン貴様を断じて許さな……케훅케훅.

(하긴 원래 남자와 남자의 아웅다웅은 사내놈들이 더 모에하게 쓰기 마련이다. 제기랄 사내자식들의 DNA에는 HOMO의 유전자가 디폴트로 들어 있음이 틀림없음)

이에야스가 미츠나리에게 미련만땅인 거야 전바 3을 붙잡은 모든 게이머를 여러 의미로 그 자리에서 때려잡을 뻔한 お前は美しくて哀しいんだ 한 마디만으로 이미 게임 셋이고 미츠나리의 이에야스에 대한 광적인 집착이야 애초에 어떤 의미로든 신뢰가 있고 애정이 있었으니 저리 눈 까뒤집고 너 죽고 나 죽자 날뛰는 거 아닙니까. 이런저런 난감한 대사빨로 추측해 보자면 정서적으로는 이거 뭐 일곱짤 어린애만도 못한(....) 흉왕이 가족(상사=부모=신[....]이고 교부도 거의 가족 카테고리더만)을 제외하고 최초로 마음을 연 외부인이 권현이대요. 근데 그놈이 내 눈앞에서 아빠를 죽이고 꽁지 빠지게 날라버렸어요. 폭주 에바 같은 꼬라지로 머리부터 씹어먹으려고 달려들 만도 하지. 한 마디로 권현이 아니었으면 쟤가 저렇게 미치지도 않았습니다. 필두가 단독으로 보스고릴라 레이드에 성공한 설정을 따르는 극장판에서 흉왕이 훨씬 이성적;이고 제정신;인 꼬라지를 보라능.

BASARA의 3대 대립항 창홍과 세토우치, 세키가하라 중에서 따지자면 내 개인적인 선호와는 하등의 상관없이 서로가 느무 좋고 좋고 또 좋아서 거의 오선생 영접한 낯짝으로 칼 맞대고 자빠져 있는(...) 창홍이 제일 생산적이고 바람직한 관계다. 서로를 한계까지 고양시키고 궁극까지 끌어올리며 심장을 달구는 숙명적인 한 쌍. 창홍영겁(蒼紅永劫)은 실로 살 떨리게 적절한 표현이 아닐 수 없다. 이놈들은 지금 싸움이 애정표현이며 전세 현세 후세의 삼세(三世)를 기본으로 예약한 카와나카지마 용호부부의 경지까지 올라갈락 말락하는 중이어라. 역시 선배들의 데몬스트레이션이 훌륭하면 후진도 쑥쑥 잘 자라기 마련이죠.
상대가 짜증이 나서 미치고 팔짝 뛰는 세토우치는 비록 그닥 생산적이진 않지만 아니키와 나리사마는 그래도 평생 투닥투닥 치고 받고 물어뜯고 할퀴면서 그럭저럭 공존할 수 있다. 전국 미니 BASARA 쵸소카베 군과 모리 군처럼요. 일단은 <라이벌>이거든요. 오쿠라의 요정이 '자신을 연민하는' 발치에 허구헌날 걸리는 돌덩이 같은 저늠의 해적시키가 환장하게 꼴보기 싫은 나머지 제 앞길에서 영영 치워버리려 획책하지 않는 한 말이죠. ......어라? 모리 청 루트.....?

하여간 뭘 해도 행복한(...) 창홍과 어떻게든 되는(...) 세토우치에 반해 세키가하라 얘네들은 본질적으로 그 관계가 소위 말하는 '라이벌'과는 성질을 미묘하게 달리 하는지라 참으로 대책이 안 선다. 하하하하 나 이외의 애먼 놈에게 쓰러지지 마라 너와 해후해서 다행이다 죽지 마라 또 만나자 나의 Goal은 오로지 너뿐이야 때로는 이심전심 마음이 통하네요 뭐 이런 상큼상큼 오라를 뿜어도 문제가 안되는 게 '라이벌'이라면 세키가하라는 한 줄로 요약해 <니놈을 쳐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을 판이다 VS 너를 여기서 죽여야만 내가 나아갈 수 있어>. 더도 말도 덜도 말고 군더더기라곤 없이 완벽하게 깔끔한 애증 구도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바사라 주제에....
애초에 서로 가치관이 느무 동떨어져서 뭐 좀 주거니받거니를 할 때마다 서로 아주 복장이 터지며 이에야스는 미츠나리가 안타까워 어쩔 줄 모르고 미츠나리는 이에야스를 도시 이해하질 못하는 판이라 내버려둬도 앞날이 빤한 놈들이긴 했다만, 헌데 걍 드잡이질이나 하고 계속 싸우면 차라리 문제가 없을 것을 상대한테 정은 또 단단히 들어놨어요... 하긴 저넘의 정신세계가 지나치게 순백색인 블러디 엔젤(※오피셜;) 근처에 붙어 살면서 둥기둥기 안 하기도 어렵고 세상을 비추는 태양(※역시 오피셜;) 같은 남정네를 사랑하지 않기도 매우 힘든 노릇이긴 합져. 쩌비. 그럼 권현이 대형사고를 치지 않았음 막판까지 괜찮게 유지가 됐을까 묻자니 약육강식입네 세계진출입네 힘으로 얻은 일본의 긍지가 어쩌고 헛소리 픽픽 하는 보스고릴라를 권현이 안 때려잡으면 또 어떡할 거임(........). (플러스 보스고릴이 오래 버틸 경우 밋층은 따악 변태가면 다케나카의 전철을 고대로 쳐밟아 멸사봉공하다 과로사한다는 데 한 표 던집니다. 일단 장수할 관상이 아님;)
아울러 애초에 고릴라와 가면남이 애를 너무 잘못 키웠음. 힘과 고릴 이퀄 조은 거시다(....) 세뇌교육에만 치중하지 말고 정서교육도 제대로 했어야죠, 안 그래도 인간세상에서 손나 살아남기 힘든 결벽 쩌는 성격에다 사는 요령이라곤 없고 생명선을 손바닥에 긋다 만 양 명줄 짧다고 면상에 떠억 박혀 있는데 개도 아닌 것이 우정 감정 인간적 교류 그게 뭔가염 난 충성심만 있으면 되염 우적우적하고 살다 처음 오픈마인드한 상대에게 배신당한 쇼크로 한 방에 맛이 가 버렸잖아 전후와 좌우를 가리질 못하잖아 -_- 엄마 교부는 교부대로 자기 감정의 벡터도 선데이 페어리에게 푹푹 찔리고 나서야 겨우 깨닫는 마다오(「ま」るで「だ」めな「お」おたに)인지라 밋층의 생존은 몰라도 홀로서기에는 일말의 도움도 안되고 -_-;;
슬슬 귀찮아졌으니 강인하게 줄이자면 한 마디로 이끌린 것도 필연 깨지는 것도 필연 어느 쪽으로 굴러도 쌍으로 망하는 것도 필연. 덤으로, 일월콤비는 각자 적 루트가 오피셜 루트 맞습디다(.....). 너와 해후해서 다행은커녕 '너와 만난 내가 너와 만나지 못한 나의 행운을 씁쓸하게 곱씹는다'고 해야 할 판. from 시신덴의 찰스 다윈. 어떻게 해도 길이 안 보인다!! ;;;

뭐 이건 Good-for-All-Guy 치카짱이 우격다짐으로 개입이라도 해주지 않는 한(모토치카 녹 루트), 필두가 주인공의 언리미티드 빠와를 발휘하여 말토바이 탄 왕자님 노릇이라도 해주시지 않는 한(극장판) 정말이지 꿈도 희망도 없음. 빨리 두 놈을 쌍으로 둘둘 말아서 후세로 냅다 치워버리는 도리밖에 방법이 없음. 그러나 후세로 보낸다고 일이 해결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음(....).

하면 뼛속까지 곯은 앵스트 서커에게 이 이상 군침이 도는 먹잇감이 달리 있겠는가. 아니 없습지요 (반어법의 용례) 까놓고 말해 후드 뒤집어쓰고 흐느껴 우는 권현은 레알이었다. 내가 실상 이에야스 적 루트 엔딩에 홀라당 넘어가서 이 짓하고 있는 거............ 맞습니다.

고로 Under the Violet Moon은 앞으로도 사나다테와 이에미츠를 열심히 밀겠습니다. 응?


PS 1. 미츠나리 적 루트 엔딩에서의 광소(狂笑)는 정말 제대로 미친 것 같았음. 늘 그렇지만 치이치 굿잡.

PS 2. 아마노의 청자색(青紫)도 나이스하지만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진짜 이에미츠 맞춤곡은 Cocco의 수해의 실(樹海の糸). '나만 없으면 당신의 꿈을 지킬 수 있어요/넘쳐흐르는 증오심을 짜맞추어/나를 연주하세요/상냥하게 살해하듯이(私さえいなければその夢を守れるわ/溢れ出る憎しみを織り上げ/私を奏でればいい/優しく殺めるように).' 흉왕은 이미 본편에서부터 정신상태가 오락가락하는 판이라 Cocco와 상성이 진짜로 좋지 말입니다. 짐승길(けもの道)도 많이 아깝고요. 역광(逆光)은 반칙플임. 무슨 의미로든.
사나다테는 그간 줄곧 Mr.Children의 손바닥(掌)이라 믿었는데 Roar of Dragon이라던가 창홍영겁 루트 엔딩을 봤더니 좀 재고를 해봐야 할 듯한 심각한 위기감에 사로잡혔다. 그거 아냐....? 니들 졸라 행복해 보인다고....

PS 3. 나는 분명히 무인판에서부터의 필두 팬이거늘 왜 일케 질기게 시도 때도 없이 '네놈 누구냐' 드립을 쳐대는 흉왕한테 캬르르르르릉 이시다 이 색히야 기억 좀 해라 방방 뛰는 필두를 보며 살이 떨리고 등골이 오싹한 쾌감을 느끼는 걸까염. 가슴이 두근거려요. 어머 이런 느낌 처음이야 이게 바로 사랑인가효 (아닙니다)

PS 4. 전바 3 주인공 4인조는 어떻게 쌍쌍이 묶어도 모에하다. 창홍일월이야 말해봤자 입만 아프고, 퓨어한 보케 두 마리의 츤츤하고 데레데레하며 퓨어한 우정물인 서군대음량콤비도 오케이, 남좌와 남좌의 뜨겁게 눈부신 키즈나를 쌓아올리는 동군콤비도 오케이, 나름 기억하려고 노력은 하는데 뭔 저주라도 받았는지 매번 '네놈 대체 누구냐!?' 를 되풀이하는 흉왕과 섬세한 마음에 조낸 상처를 입고 'Fuck you! 니놈 뇌는 yogurt냐!!' 개지랄하는 필두의 달님 콤비도 오케이, 생물 무생물 안 가리고 세상 모든 것과 키즈나를 맺는 키즈나 덕후 주제에 유키유키 앞에선 '나 사나다 무서워 ;A;' 하며 달달 떠는 권현과 도쿠가와라면 무조건 재수없소이다 퉷 모드인 유키유키의 젊은 호랑이 콤비도 오케이. 全部どんと来いや!

PS 5. ↑위의 영상 덕에 (「さらばだ三成、かつての友よ」「消滅しろ家康、徳川家康!」) 갑자기 생각났는데 저놈들의 아놔 신발 망했어요 진짜로 망했어요 외에는 달리 할 말도 없는 관계성을 구구절절이 늘어놓을 필요없이 짧고 정확하게 설명해주는 두 문장이 이미 존재하더이다.
I hate you와 I loved you.

............이래서 고전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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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와타레도키(かはたれ時)와 타소가레도키(たそがれ時).

듣거나 혹은 죽거나 | 2012/03/31 07:31

그놈의 게으름이 발목을 잡아 차일피일 미루기를 꼬박 2년인가 3년(.....), 바로 어제 어디에 처박아뒀는지조차 까맣게 잊고 있었던 소논문을 재발견한 참에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퀄리티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미친듯이 휘갈겨내려갔다. 좀 한가하냐 묻는다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건 뭐 블랙 유머죠.
다음은 flying 이후 내가 10년 가까이 열렬히 충성을 바치고 있는 GARNET CROW의 5번째 앨범 THE TWILIGHT VALLEY의 7번 트랙 술래잡기(かくれんぼ)다. 도에스의 노래(ドSソング)라는 둥 나나 님 미쳤다(七様ご乱心)(나나 님=작사가 아즈키 나나)는 둥 팬들의 아우성이 유독 심한 곡인데, 왜 그런지는 가사를 보시면 압니다.



いち、に、さん 目を閉じて数えていた気配が消えるまで
하나, 둘, 셋, 눈을 감고 숫자를 셌죠, 기척이 사라질 때까지
「もういいよ」って声で振り返れば誰もいなくて
「다 됐어」뒤를 돌아보니 아무도 없군요

あぁ さがす振りをして
아아, 찾는 시늉을 하면서
このまま一人で ぶらり歩くのがいい
이대로 혼자서 느긋하게 걸어볼까요
出るに出られない事情は約束のせいでしょう
나오고 싶어도 나올 수 없겠죠, 규칙이 있으니
祈りささげてる
기도하고 있나요?

最後まで見つからずにいれば
마지막까지 들키지 않으면
願い事はきっと叶うはずと
소원이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ふざけただけなのに信じている
농담했을 뿐인데 그걸 믿었나요?
日が暮れるまで誰もいなくなればいい
날이 저물 때까지 다들 없어져버리면 좋겠어요
消えてしまえ
사라져 버리라죠

ひとりふたり……不安げな動きがしても知らぬふりをして
하나, 둘……불안한 낌새가 느껴져도 모른 척 무시하고
境内の鍵など閉じてみたりして帰ろう
경내의 문을 잠그고 돌아가 볼까요

あぁ 真夜中近くに鳴いたフクロウの声に怯えるがいい
아아, 한밤중에 우짖는 올빼미 소리에 겁먹으라죠
そして一晩中 眠れずにいれば夜明けの頃カラスもなくでしょう
하룻밤 뜬눈으로 지새면 새벽녘에는 까마귀도 울 거예요

最後まで見つからずにいれば
마지막까지 들키지 않으면
願い事はきっと叶うはずと
소원이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ふざけただけなのに 息をころし
농담했을 뿐인데 숨을 죽이고
まだ祈るつもりですか? 私は帰るよ
아직도 기도하고 있나요? 난 돌아갑니다
鬼ですから
술래니까요

鳥居くぐる夕暮れ時は 爽快な気分で
땅거미 깔린 토리이를 지나오며 상쾌한 기분에
微笑みもこぼれてしまう
웃음마저 비어져나와요

最後まで見つからずにいれば
마지막까지 들키지 않으면
願い事はきっと叶うはずと
소원이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ふざけただけなのに信じている
농담했을 뿐인데 그걸 믿었나요?
そのまま祈るがいい
그대로 기도나 하시던가요
私は鬼です
나는 술래예요
鬼ですから
술래랍니다

대체 뭘까요 이 원인도 없고 이유도 없이 풀풀 넘쳐흐르는 냉혹한 악의는.
원문의 오싹한 느낌을 하나도 못 살린 감이 척추를 쿡쿡 찔러오지만 단연코 무시합니다. 내가 능력이 모자란 탓이 아니야! 번역은 어려운 거라고! (우겨댄다)

일본의 술래잡기는 따지고 보면 굉장히 으스스한 놀이다. 편의상 '술래'라고 옮기기는 했지만 보시다시피 원래는 오니(鬼)라고요. 오니. 요괴. 어둠 속에 녹아들어 인간을 해치는 자. 살갗에 달라붙는 섬뜩한 공포를 주는 존재. 결코 가까이 해서는 안되는 그 무엇. 원한이 있건 없건 무차별적인 악의를 흩뿌리며 걸리는 대로 보이는 대로 불행을 주는 두려움의 대상.

얘기가 잠시 빗나가는데 보통 오니를 귀신으로 번역하고 까놓고 말해 그거 아니면 뭘로 번역할래 싶긴 하지만 실상 어폐가 심각한 게, 한국의 귀신은 사람이 호통치면 겁도 먹고 비명도 지르고 속아서 달아나기도 하는 허술하고 친근하고 심지어 귀엽기까지 한 존재잖은가. 대부분은 해할 의도 없이 단지 산 자에게 간절한 부탁이 있어서 나타난 걸 제풀에 놀라서 꼴깍 죽은 놈이 병딱일 뿐이다(...). 끈적끈적함과 으시시함을 디폴트로 매단 일본의 오니와는 애초에 급수가 달라요. 마찬가지 이유로 오니를 도깨비로 번역해서도 매우 곤란하지 말입니다. 우리나라 도깨비는 그냥 뚝 떼어가도 될 일을 혹을 받고 성실하게스리 대가로 도깨비방망이를 주는 신사라고요.

하여간 이런 무시무시한 놈에게서 '달아나' 발견하지 못할 곳에 '숨고' 오니는 숨은 인간을 찾아 돌아다니는 놀이가 가쿠렌보(隠れん坊)인 것이다. 아무리 대체적인 룰이 같아봤자 결국 평화롭기 짝이 없는 술래잡기니 Hide-and-Seek하고는 기본적인 뽀오쓰가 비교도 안된다. 도대체 애 하나 가운데다 쑤셔박아놓고 주위에서 이지메처럼 빙빙 도는 카고메 카고메도 그렇고 일본 놀이는 왜 이리 섬찟한지 파고들면 한도 끝도 없겠고 내가 민속학자도 아니니 일단은 넘어간다. 하여간 일본 괴담집을 아무거나 집어들어 펴보면 술래잡기 중에 지나치게 잘 숨어 있다가 아무도 찾아주지 않는 통에 그대로 카미카쿠시(神隠し=마치 귀신이 숨긴 양 사람이 흔적도 없이 실종되는 것)를 당해 영영 사라지거나 술래가 문자 그대로 오니가 되어 머리부터 씹으려 달려드는 얘기가 살짝 과장을 보태 세 개 걸러 하나씩 튀어나오는 판이다.
아울러 안 그래도 뭔가 무서운 놀이이거늘 해질녘에 술래잡기를 해서는 결코 안된다는 암묵의 터부가 분명히 존재했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내 불분명한 지식을 뒷받침해줄 근거를 찾아 광대한 네트워크를 늘 그렇듯이 정처없이 이리저리 헤매고 다니다가 꽤나 흥미로운 글을 발견하는 데 성공했다. 빠질에 관한 한 나의 검색 기능은 세계 제이이이이이일(퍽)
다음은 건축잡지(建築雑誌) 1991년 4월호에 게재된 오사카대학 문학부 조교수 코마츠 카즈히코(小松和彦)의 사설 <카와타레도키, 타소가레도키~카미카쿠시와 술래잡기의 터부(かはたれ時、たそがれ時~神隠しと隠れんぼのタブー)>다. 즐감들 하시길.

일본어는 저물녘을 <타소가레도키(たそがれ時)>라 하고, 한자로는 황혼(黃昏)이라 쓴다. 이는 저물녘의 색채에서 따온 것으로 여겨지는데, 어원적으로는 어둠침침해져 사람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무렵, 즉 <누구지 저건(誰そ、彼)>하며 의심스레 여길 무렵이라는 의미에서 온 말이다. <타소가레도키>는 <카와타레도키(かはたれ時)>라고도 한다. 마찬가지로 <저 자는 누구인가(彼は、誰)>에서 유래하였다.
저물녘은 낮에서 밤으로 바뀌는 시간이며, 바깥에 나와 있던 사람들이 완전히 날이 저물어 암흑이 내려앉기 전에 서둘러 집으로 향하는 시간이고, 아울러 사람과 교대하듯 낮에는 숨을 죽이고 이계에 머무르던 요괴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시간이었다. 다시 말해 저물녘은 인간과 요괴가 교차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땅거미가 깔리는 무렵 집 앞에 서 있으면, 어스름 속에서 누군가가 가까이 다가온다. <저건 누구인가> 의심스레 바라보는 사이, 점점 거리를 좁혀온다. 불안해진 나머지 누구냐고 물어도 대답하지 않는다. 마침내는 코앞까지 성큼 다가왔다. 가까이서 보니 아는 이라면 안심할 수 있다. 그러나 면식이 없는 자라면 불안감은 점점 커져만 간다. 그럴 때, 사람은 누구나가 저물녘의 짙어지는 어둠 속으로 끌려들어가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히지 않을까.
저물녘이란, 과거의 일본에서는 불안감을 안겨주는 위험한 시간대였다. 그 시절의 잔재가 <타소가레도키>와 <카와타레도키>라는 언어로 남아 있는 것이다.

해질녘은 카미카쿠시(神隠し)나 유괴를 당하기 쉬운 시각으로 여겨져왔다. 이 전통은 상당히 오래 묵은 것으로, 13세기 중반에 간행된 설화집인 <고금저문집(古今著聞集)>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전한다.

켄포(建保, 1213~1219) 무렵, 다카쿠라(高倉)라는 여관(女官)이 있어, 7살 먹은 아들 아코호시(あこ法師)를 두었다. 아코호시는 이웃집 아이들과 어울려 코로쿠죠(小六條)까지 나들이를 나갔다. 해가 저물 무렵이 되었다. 아이들이 스모를 즐기고 있을 때, 뒤쪽에 선 토담 위에서 천과 흡사한 것이 내려와, 아코호시를 휘감았다. 그것도 잠시뿐, 아코호시는 감쪽같이 사라지고 말았다. 아이들은 앞다투어 그 자리에서 달아났고, 공포에 질려 말 한 마디 제대로 하지 못했다. 비탄에 잠긴 모친은 사방을 헤매며 아들을 찾았으나 헛수고로 돌아갔다. 사흘째 되는 날, 한밤중에 여관의 집문을 누군가가 두드렸다. 겁먹은 여관이 문을 닫아 잠근 채 누구냐 묻자, <행방불명된 너의 아이를 돌려주마. 문을 열어라>고 대답하였다. 차마 열지 못하고 있노라니, 처마 즈음에서 여럿의 웃음소리가 들려오고, 무언가를 낭하에 집어던졌다. 쭈뼛거리며 불을 당겨보자, 틀림없는 여관의 아들이 그곳에 있었다. 아이는 마치 죽은 자와도 같이, 소리 하나 내지 못하고, 그저 눈만을 끔벅일 따름이었다.

아코호시를 데려간 것이 정말로 덴구(天狗) 혹은 귀신과 같은 카쿠시가미(隠し神)였는지, 아니면 인간(인신매매)였는지는 알 수 없다. 사라진 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당사자가 이야기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느 쪽이건, 해질녘은 이러한 사고가 일어나기 쉬운 시각이었다.
땅거미가 깔리면 카미카쿠시를 당하기 전에 얼른 집에 돌아가도록 아이들을 재촉하는 풍습은 극히 최근까지 다수 남아 있었다. 특히, 해질녘의 술래잡기는 엄격히 금지되었다. 예를 들어, 마츠야마 요시오(松山義男)가 저술한 <산국의 신과 사람(山国の神と人)>에 따르면, 나가노현(長野県) 시모이나군(下伊那郡)의 토오야마 계곡(遠山谷)이 그러하였다.

어린아이가 유괴당하는 것은 주로 저물녘이었습니다. 우에무라(上村) 나카네(中根)에 사는 마흔 다섯(쇼와 33년[1958년] 당시) 먹은 사내는, 어린 시절 이웃집 아이를 돌보는 일을 했습니다. 저녁이 되어 아기를 데려다주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온데 간데 없이 사라졌어요. 구링 님(グリン様=덴구)께서 데려가셨다고 모두가 입을 모았죠. 온 마을사람들이 찾아 나섰더니, 사흘 후에 자기 집에서 자고 있더랍니다. 사흘 동안 산 속을 정처없이 헤맸다고 했어요. 나카네와 우에무라의 시모구리(下栗) 근방에서 저녁에 술래잡기를 엄격히 금한 건, 이러한 재난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13세기 초엽에 교토의 거리에서 일어난 아코호시 실종사건과, 상술한 다이쇼(大正) 무렵 나가노의 산골짝에서 벌어진 소년의 실종사건을 비교해 보면, 대체적인 흐름은 같음을 알 수 있다. 저물녘은 특히 아이들에게 위험한 시간이자 터부로 점철된 순간이었다.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연연히 이어져내려온 전통이라 해도 좋으리라.
야나기다 쿠니오(柳田国男) 또한, <산의 인생(山の人生)>에서 다음과 같이 저술하고 있다.

도쿄와 같은 번화가에서조차 한밤중의 술래잡기는 터부시되어 있다. 밤에 술래잡기를 하면 귀신에게 끌려가던가 카쿠시바바(隠し婆)가 잡아간다고 아이에게 주의를 주는 부모가 아직도 많다. 시골마을을 걷고 있노라면 여름 나절의 해질녘에 아이를 찾는 어머니의 날카로운 외침을 종종 듣게 되는데, 저녁을 먹도록 독촉하는 한편으로 이러한 두려움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시범삼아 초등학교를 찾아 물어보아도 알 수 있듯이, 땅거미가 깔렸을 때 바깥에 있거나 하물며 술래잡기를 해서는 안되는 이유를 아이들은 숙지하고 있다. 후쿠치야마(福知山) 부근에서는 어두워진 후에 술래잡기를 하면 카쿠시바바에게 잡혀간다고 하며, 여타 지방에서는 호리(狐狸)니 카쿠시가미라고도 한다.

사실, 저물녘에 어린아이의 실종사건이 벌어지는 것은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다. 저물녘에는 주변경치의 윤곽이 불분명해지므로, 길을 잃고 헤매기 쉽다. 나아가, 설령 실제로 유괴된 시각은 한낮이라 해도, 아이가 평소 집에 돌아오는 것은 저물녘이므로, 그때가 되어서야 아이가 돌아오지 않는 데 가족들이 의심을 품고 소동을 일으키게 마련이다. 다시 말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해질녘이야말로 어둠을 틈타 나타난 <카쿠시가미>니 <유괴범>이 귀가를 서두르는 아이를 잡아가기에 가장 좋은 시각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면, 어째서 해질녘에 술래잡기를 해서는 안되었던 것일까.
술래잡기란, 모여든 아이들이 가위바위보로 술래(鬼=귀신)을 정한 후, 술래가 눈을 감고 <다 됐어?>하고 물으면 나머지 아이들이 <아직이야>라 대답하면서 술래가 찾아다녀도 바로 발견하지 못할 장소를 찾아 숨는 놀이이다. <다 됐어?>라고 묻는 술래에게 <다 됐어>라고 대답하면, 술래는 눈을 뜨고 숨은 아이들을 하나하나씩 찾아낸다.
시간이 아직 많이 남은 한낮에 술래잡기를 하노라면, 다소 먼 곳에 숨어 있어도 술래가 느긋하게 찾아다녀줄 것이다. 때문에, 좀처럼 발견해주지 않는다 해도 불안한 마음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해질녘에는 사정이 다르다. 아직 날이 밝으니 괜찮으리라 믿고 찾기 힘든 곳에 숨어 있자니,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가는데 술래가 찾으러 와주지 않는다. 으슥한 자리에 숨은 아이는 점점 불안해진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술래잡기가 끝나 모두 집에 가 버린 게 아닐까. 어쩌면 놀이가 아직 끝나지 않았을지도 모르니 여기에 계속 있어야 할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고민하는 사이 날은 완전히 저물고, 아이는 밤의 어둠 속에 덩그러니 남겨진다. 아이를 발견한 <카쿠시가미>니 <유괴범>이 다가와 눈 깜짝할 사이에 아이를 어딘가로 채갈지도 모른다.
이와 같이 저물녘의 술래잡기는, 교묘하게 숨은 아이를 어둠 속에 남겨두어 누군가가 잡아갈 기회를 주고야 마는 위험성을 내포한 놀이인 까닭에, 터부시되었던 것이다.

<카와타레도키>와 <타소가레도키>. 낮과 밤의 경계선이 찾아들었을 때, 그 경계에서 길을 잃고 만 자들, 특히 아이들은, 밤의 세계, 요괴의 세계, 이계로 사라졌다.
누군가는 귀신에게 먹히고, 누군가는 덴구에게 거머잡혀 밤하늘을 날며, 누군가는 호리에게 속아 말똥을 삼키거나 거름으로 목욕한다. 누군가는 인신매매범에게 머나먼 고장으로 팔려가기도 한다.
그러나 사실상, 실종자가 돌아와 체험담을 들려주는 경우를 제외하면, 땅거미의 저편으로 사라져간 사람들의 운명에 대해서는, 남겨진 사람들이 가진 지식을 긁어모아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밖에 없었으리라.

현대에 들어서도 저물녘은 위험한 시간대이다. 아이들에게는 여전히 터부시되는 시간이라 해도 좋다. 그러나 <카쿠시가미>의 모습은 거기서 찾아볼 수 없다. 현대의 저물녘은, 사람과 사물을 구분하기 힘들어 교통사고를 당하기 쉽고, 몸값을 요구하는 유괴가 수이 발생하는 시간대로 변질되었다.
그뿐인가, 밤의 어둠은 전등의 발달로 상당 부분 힘을 잃었다. 밤늦게까지 학원에서 공부한 아이들이 태연히 길거리를 활보하는 광경도 종종 볼 수 있다.
땅거미 저편에서 신비로운 세계를 보는 시대는 이미 과거의 유물이 되었다. <카와타레도키>와 <타소가레도키> 또한, 예전의 의미를 완전히 잃어버린 것이다.

(註 1) 카쿠시가미(隠し神) : 저녁 무렵에 나타나 늦게까지 놀고 있거나 술래잡기를 하는 아이를 잡아간다고 전해지는 요괴. 카쿠시바바(隠し婆さん)도 카쿠시가미의 일종이다. 이런 전승은 일본 전역에서 발견되며, 대체적으로 아이를 유괴해 몸에서 기름을 짜낸다(....)는 점에서 일치한다. 이놈의 섬나라는 뭔놈의 요괴가 이리 많고 구체적이고 기분 나쁜지 착한 어린이 여러분은 부모님께 물어봐서는 안됩니다.
(註 2) 카와타레도키는 본래 어스름이 깔린 시각, 즉 해질녘과 새벽녘을 모두 의미했지만 현재는 카와타레도키는 여명, 타소가레도키는 황혼으로 구별해서 쓰고 있다.


맺음말이 좀 심각하게 로망(....)이 없긴 한데 학술문서에 너무 많은 걸 기대하면 못 쓰고, 길지도 않은 글에 필요한 내용이 쏙쏙 다 들어가 있는 점에서 그저 닥치고 경배나 올려야지요.

그렇기 때문에 노래 '술래잡기(かくれんぼ)'는 소름끼친다.
누구도 찾아주지 않은 아이들은 과연 다음날 아침 까마귀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을까요. 시간은 해질녘. 더구나 장소는 토리이(鳥居)와 경내(境内)를 볼 때 뭐가 있어도 이상하지 않은 신사(神社). 교활하게도 '마지막까지 들키지 않은' 아이의 소원은 이루어진다는 조건을 내걸은 만큼 툭툭 털고 나올 수도 없다. 나오려고 해도 술래가 경내에 걸쇠를 걸어버렸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망설이는 사이 땅거미가 짙게 깔리는 어스름 속으로 소리도 기척도 없이 녹아들듯이 사라져버리지는 않았을까. 鬼ですから는 말 그대로의 의미는 아닐까. 나는 오니랍니다. 달콤한 함정에 걸려든 부주의한 아이들을 파멸로 이끄는 악의에 가득한 존재.

그래서 마지막으로 결론 : 나나 님 더해라(........)
이 노래를 처음 알았을 때 취향 고약한 내가 얼마나 정줄놓고 열광했는지의 설명은 생략하겠다. 구제불능한 막귀를 자랑하는 자에게 노래는 가사가 생명이고 전부죠 암은요.


덤. 어원의 기묘한 섬뜩함과는 별개로 카와타레도키와 타소가레도키라는 말의 울림 자체는 고울 뿐더러 어쩐지 낭만적이기까지 하다. 유래를 생각하면 블랙한 개그지만;
실상 영어의 Twilight도 엄청 좋아하는 단어인데 요즘은 때가 때라서 트와일라잇이라는 말은 이제 세상의 공공연한 공적이 되어버렸죠(.....) 시발 이게 다 그놈의 뱀파이어물을 빙자한 뽕빨한 10대 연애물 때문이다 내 트와일라잇 물어내......!! (쳐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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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공사는 기초부터 한 단 한 단씩 - 칭칭푸이푸이, Part 1 by 히요리

너희가 막말을 아느냐 | 2012/03/30 14:35

오늘도 내일도 기운차게 헬게이트와 동거하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으되 여유가 있건 없건 간에 이대로라면 글 쓰는 법도 잊어먹을 것 같은 위기감에 사로잡혀 그간 미루고 미루고 미루고 미루고 또 미루고 또또또 미뤄왔던(...) 포스팅거리를 하나씩 각잡고 처리하기로 결심을 굳힌 KISARA입니다. Here we go! Let's party Ya-Ha!
근데 대체 어느 세월에...? 니가 벌여놓고 수습 안 한 일이 당최 몇 개더라...? OTL

바닥에 엎어져서 약한 소리나 하고 있을 때냐 나! (응징의 셀프 헥토파스칼 킥)
하여간 그런 의미에서 - 뭔 의미? - 은혼 애니 2기가 일단 막을 내리고 소라치가 본편에서 초대형 폭탄과 지뢰를 동시에 쳐날린 김에 사예 님의 전직 퀘스트 성공을 축하하는 행사의 일환으로서 오늘부터 히요리(日和) 씨의 서클 하나아라레(花霰)가 2008년(!) 오키히지 온리 이벤트에 냈던 소설본 <칭칭푸이푸이(ちちんぷいぷい)>의 번역에 들어간다. 약조한 일자가 언제인지는 묻지 않는 게 자비이자 예의입니다. 그래봤자 프롤로그지만. 손바닥 크기만도 안 되는 프롤로그지만!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다 KISARA!
제목이 왜 저 모냥 저 꼴인지는 본편 들어가면 자연히 알게 되십니다. 문제가 되면 박박 지울 예정이고요. 마음대로 퍼가는 자에게는 我が生涯をかけた呪いを受けよ입니다. 질? 언제는 믿을 만했나요... (담배 후욱)

그럼 즐감하십쇼 사예 님 (꾸벅)


프롤로그



귀를 기울이면 희미하게 소란스런 아우성이 들려온다. 보나마나 연회는 점입가경을 향해 치닫고 있으리라. 때때로 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터진다.
사랑방에서 멀찍이 떨어진 히지카타 씨의 방은 고요했다. 연회의 소음은 멀기만 하다.
가까이서 들리는 것은 옷자락이 스치는 소리. 흐트러진 호흡.
「소, 고……!」
숨이 넘어갈 듯한 히지카타 씨의 외마디.
힘들어보이기도, 아파보이기도 한다. 눈을 질끈 감고 있으니까. 그러나 아프지 않느냐 물어봤자 이 사람은 결코 대답하지 않겠지. 미간에 깊게 새겨진 주름, 이마에 송송 맺힌 식은땀으로 어림잡는 도리밖에 없다. 다만, 방금 전부터 땀과 정액이 뒤엉킨 냄새에 엷게나마 피냄새도 섞이고 있음은 깨달았다. 어딘가 찢어져 피가 났겠지만, 깨달았다고 해서 그만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소고……」
질타하는 목소리에 평소의 위세는 없다. 노호성이라곤 빈말로도 못할 목소리.

이리하여 나와 히지카타 씨의 기념비적인 첫 공동작업은, 히지카타 씨가 죽도록 아파하다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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