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눈보신이 필요해서.

보거나 혹은 죽거나 | 2012/09/19 00:34


매번 유튜브에 들락날락하기가 귀찮았다고도 한다(.........)
애쉬와리야 라이(Aishwarya Rai). 춤추고 노래만 해도 아트가 되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 인도는 진실로 미인의 보고지 말입니다. 당최 물이 어떻길래 저런 미녀들이 퐁퐁 솟아나오나요. 그리고 다리는 봉인해야 하지만 허리는 마음껏 드러내도 된다는 건 대체 무슨 패션인가요 시발 감사. 아울러 가무가 걍 핏속에 박힌 발리우드에 한 번 익숙해지면 그 뒤론 웬만한 뮤지컬이 심심해지는 대단한 부작용이 발생한다. 곤란하지 말입니다.

실은 예서 고해성사를 하자면, 나 대학 시절 첫 힌디어 수업에서 교수님이 지어주신 인도 이름이 애쉬와리야였........orz 너는 인간이 참으로 독특;하니 평범한 이름은 안되겠다 하시며 대뜸 철꺼덕 붙여주시는 게 이거대요. 유명한 여배우라고는 들었지만 설마 이렇게 황송한 물건일 줄 그땐 누가 알았나!!! ;;;;

참고로 영화는 2005년의 번티와 밥리(Bunty Aur Babli), 노래는 Kajra Re(까쥬라 레/검은 눈Koul-lined Eyes)다. 사실 애쉬는 이 영화에서 카메오 수준의 특별 게스트였다지만 이 시퀀스만 보면 존재감이 너무 격심해 주역인 줄 알겠지 말입니다; 솔까말 확인해보기 전까진 나도 그런 줄만 알았어. 전면에서 춤추는 남자 2인조 중 심히 눈이 즐거운 미중년 아저씨가 인도의 국민 배우인 아미타브 밧찬(Amitabh Bachchan), 까부는 젊은 놈이 그 아들인 아비쉑 밧찬(Abhishek Bachchan). (밧찬 가는 아빠 엄마 아들 딸 사위 며느리까지 죄다 배우인 무서운 로열계 패밀리임;) 이놈이 훗날 애쉬의 남편이다. 우, 운 좋은 색히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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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쿠횽 사랑해 내 맘 알지 - 언럭키한 호색한~코타츠편~ by 하이지로

2012/09/13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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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First Man to Jump the Channel.

보거나 혹은 죽거나/Loonies in England | 2012/09/13 14:24

숨 좀 돌릴 여유가 생겼으므로 이미 하루에 하나씩이 아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일일몬의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이예이. 작년 12월에 받아놓고(....) 신의 보살피심과 죽여주는 게으름;;;으로 인해 무턱대고 미뤄놓았던 김일 님의 리퀘를 이제야 달성한다. 아놔 너한테도 양심이 있으면 좀 부끄러운 척을 해봐라. 미안해요 나한테 양심은 털끝 한 터럭만큼만 남아 있어... 아무튼 몬티 파이슨의 비행 서커스 10화 '무제(Untitled)'의 스케치 '해협을 건너뛴 첫 번째 남자(The First Man to Jump the Channel)', 혹은 '론 오비어스(Ron Obvious)'입니다. 즐감해 주시면 아주 좋습니다. 그 누구도 기다리지 않아도 리퀘하신 장본인조차 잊고 계셔도 몬티 파이슨의 (멋대로) 전도사는 아아 오늘도 간다 내일도 간다.
물론 명백한 오역 외의 지적은 불허합니다. 나의 마음은 도에스의 유리심장.


데이비드 엉션(그레이엄 채프먼) : 어, 음, 재미있지 않았나요?
바이킹(테리 존스) : 재미있긴 개뿔이 재밌어, 이 걸커야.
엉션 : 오, 안녕 선원 오빠.
바이킹 : 이거 봐, 댁은 우리 애들한텐 손가락 하나 못 댔을걸. 그 친구들은 죄다 뼛골까지 일반이니까.
엉션 : 어머 내가 듣기론 전혀 아니던데.

내레이터(에릭 아이들) : 바다의 웅장함은 장구한 세월 동안 무수한 영국 사나이들의 심장을 뒤흔들었습니다. 프란시스 드레이크 경, 웹 선장, 트라팔가의 넬슨과 남극의 스콧──모두가 위대한 바다에 도전하고자 분연히 떨쳐 일어났지요. 그리고 오늘, 또 한 명의 영국인──닙스엔드의 론 오비어스(Ron Obvious)가 역사의 찬란한 한 페이지에 이름을 더하고자 합니다.
이날, 론 오비어스는 영불해협을 뛰어넘은 최초의 남자가 되려 하고 있습니다.

기자(존 클리즈) : 론, 한 가지 분명히 해두고 싶은데──정말로 영불해협을 뛰어넘을 예정입니까?
론 오비어스(테리 존스) : 오, 그래요, 그렇고말고요.
기자 : 거리는 얼마나 되지요?
론 : 오, 여기서 칼레까지는 26마일이에요.
기자 : 칼레 해변까지의 거리인가요?
론 : 아뇨 아뇨, 도약을 잘 하고 프랑스 쪽 해변에 바람만 좀 불어준다면, 칼레 한가운데에 착지하게 될 거예요.

(플래카드 : '해협횡단점프 종착점Fin de Cross-Channel jump')

기자 : 론, 이건 엄청난 거리입니다. 무언가 특별한 기술을 쓰나요?
론 : 오 아뇨 아뇨, 평범하게 모듬뛰기로요, 음, 허공으로 뛰어올라서, 해협을 횡단할 거예요.
기자 : 알았습니다. 론, 이제까지 가장 멀리 뛴 기록은 얼마입니까?
론 : 음, 어, 6월 22일에 모츠퍼 공원에서 11피트 6인치를 뛰었어요. 하지만 비공식적으로는 거의 12피트랍니다.
기자 : 알았습니다. 어, 론, 론, 론, 육지도 아니고, 론, 바다를 가로질러 26마일을 뛰어야 하는데, 걱정되지 않습니까?
론 : 오, 아뇨 아뇨 아뇨. 실은요, 마른땅보다 바다를 건너뛰기가 훨씬 쉬워요.
기자 : 어째서인가요?
론 : 음, 내 매니저 말로는요, 영불해협 5마일 지점에서, 발 밑에 바다 말곤 아무것도 없으면, 허공에 반드시 머물러야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솟아난대요.
기자 : 알았습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론. 행운을 빕니다.
론 :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기자 : 론의 해협횡단점프 뒤에는 그의 매니저 루이지 베르코티 씨가 있습니다. 베르코티 씨, 저기 실례합니다, 베르코티 씨……베르코티 씨…….
루이지 베르코티(마이클 페일린) : 뭐, 뭐요? 나는 아무것도 몰라요.
기자 : 저기, 베르코티 씨, 저희는 BBC에서 나왔습니다.
베르코티 : 누구요?
기자 : BBC라고요.
베르코티 : 오, 오, 그랬군요. 난 또, 댁이 꼭……음, 나는 경찰을 아주 좋아해요. 그이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하지요.
기자 : 베르코티 씨, 론의 매니저로서 주로 무슨 일을 하십니까?
베르코티 : 어, 내 일은, 해협횡단점프의 스폰서를 찾는 거죠.
기자 : 누가 스폰서인가요?
베르코티 : 치픈햄 벽돌회사죠. 음, 그 친구들이, 음, 비용을 전부 대고, 대신 론은 치픈햄제 벽돌 55파운드를 나르기로 했어요.
기자 : 그렇군요. 오, 드디어 론이 준비를 마친 모양입니다. 손에는 벽돌을 들었습니다. 여권 심사를 받고, 이제는 점프만이 남았습니다. 세계 최초로 영불해협횡단점프를 달성하고자, 론이 달려갑니다.
(풍덩!)
기자 : 론이 곧 해협횡단점프에 재도전할까요?
베르코티 : 아뇨 아뇨, 당분간은 점프를 멀리 하려고요. 음, 다음 주에 달리 예정이 있거든요. 이 업적이야말로 론의 이름을 높여주리라 믿습니다.
기자 : 그게 뭐지요?
베르코티 : 치체스터 대성당을 먹어치울 겁니다.

(치체스터 대성당)

기자 : 저기, 닙스엔드의 론 오비어스가 갑니다. 세계 최초의 성공회 대성당 완식(完食) 기록을 세우고자, 벽을 향해 걸어갑니다.
(끔찍한 비명)

(플래카드 : '자바까지 터널을Tunnelling to Java')

베르코티 : 어, 데이비드, 오늘은 나도 이 친구도 기대가 커요. 론이 여기 고달밍에서 자바까지 땅굴을 뚫을 겁니다.
기자 : 자바란 말이죠.
베르코티 : 예, 음, 틀림없이 역사에 남는 업적이 될 거예요.
기자 : 얼마나 진행했습니까?
베르코티 : 음, 그러니까, 많이 갔어요, 데이브, 많이, 아주 많이요, 음.
기자 : 그래서, 정확히 어디에 있느냐고요?
베르코티 : 예.
기자 : 어디입니까?
베르코티 : 어, 그게, 알다시피, 음, 가늠하기가 매우 어려워요. 그 친군, 음, 그러니까, 저기, 론! 자네 얼마나 뚫었나?
론 : (구멍에서 고개를 내밀며) 2피트 6인치쯤요, 베르코티 씨.
베르코티 : 어, 음, 계속 파 친구, 계속 파라고.
론 : 베르코티 씨, 정말로 삽이 한 자루도 없나요?

(철도 옆)

기자 : 베르코티 씨, 당신이 제 욕심을 채우려 론을 착취한다고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베르코티 : 오, 말도 안돼요. 근거없는 모함입니다, 데이비드. 시칠리아를 떠난 후로 나는 론을 위해 최선을 다해왔어요. 나는 론이 무얼 원하는지 알고, 그 친구의 재능을 믿어요. 론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 줄 뿐이에요.
기자 : 그래서, 오늘은 무엇에 도전합니까?
베르코티 : 코로 객차를 두 쪽낼 겁니다.
(무시무시한 비명)

(플래카드 : '수성 마라톤Running to Mercury')

베르코티 : 대기권을 벗어나기가 제일 어려워요. 어, 하지만 한 번 궤도에 오르기만 하면, 수성까지 일직선으로 달려가는 일만 남죠.
(구슬픈 비명이 울린다……)

(묘비명 : '론 오비어스 1941~1969 재능있었던 이')

베르코티 : 저는 론이 지하에 가장 오래 머무른 사람의 세계기록을 깨리라 마음 깊이 확신합니다. 정말 대단한 친구예요. 진짜로 엄청난 재능을 가졌죠. 진짜, 진짜로 커다란 재능을요.

부인 1(존 클리즈) : 오, 조금 슬프지 않니?
부인 2(그레이엄 채프먼) : 쉿, 이건 풍자라고.
부인 1 : 오 아니야. 이건 멍청한 무대포 유머야.
부인 2 : 어머 그래?

언제나 그렇지만 여러모로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는 주석.

(註 1) 걸커 : 원문은 fairy. 동성애자 남성을 비하하는 속어다. 이후 이어지는 채프먼의 어조가 영락없는 게이 스테레오 타입 부동의 넘버 원인 씨시;임을 감안해 국내 게이 은어 중에서 '매우 노골적인 게이'를 의미하는 '걸커'(어다니는 밍아웃)를 살짝 유용했슴다. '끼순이'도 생각해 봤는데 박자가 안 맞아서 포기(.....)
(註 2) 안녕 선원 오빠 : 원문은 Hello, sailor. 본디는 오랫동안 바다에서 썩느라 여자 구경을 못해 성에 굶주려 있을 남자 선원들을 창녀들이 유혹할 때 쓰는 상투적인 문구였는데, 이게 어느 순간부터인가 '선원들은 하도 오래 바다에서 썩다 보니 매춘부와 여장남자의 차이도 구분 못한다' 혹은 '남자 선원은 죄다 호모섹슈얼이다' 를 암시하는 말로 전용이 됐지 말입니다. 비행 서커스에서는 이놈의 헬로우 세일러 게이 개그를 한 골백 번은 써먹지 말입니다. 심지어 에릭 아이들은 1975년에 'Hello, Sailor' 란 제목으로 소설도 출판했다. 뭐하냐 이 자들아;;;
(註 3) 뼛골까지 일반 : 원문은 dead-butch. Dead-butch straight heterosexual은 너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무나 이성애적으로 Manly한 나머지 부치를 다이크로 만들고 게이들이 몸을 떨며 눈물짓게 하는, 이성애자 남자로서 도달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스트레이트함을 뜻하는 속어임;
(註 4) 채프먼은 실제로 오픈리 게이다(......)
(註 5) 55파운드 : 원문에서는 half of hundredweight. Hundredwieght는 영국에서는 약 112파운드(long hundredweight), 미국에서는 약 100파운드(short hundredweight)를 가리키는 단위. 고로 half of hundredweight는 약 55파운드≒약 26kg이 된다.
(註 6) 26마일은 약 41.8km, 11피트 6인치는 약 3m 50cm, 12피트는 약 3m 66cm, 2피트 6인치는 약 64cm다.
(註 7) 루이지 베르코티(Luigi Vercotti)는 론 오비어스 외에도 '피라냐 형제'와 '육군보호공갈'(...) 등 은근히 비행 서커스의 스케치 여기저기서 감초처럼 얼굴을 내미는 이스트엔드 갱스터 캐릭터다. '육군보호공갈'에선 동생 디노 베르코티(Dino Vercotti, 테리 존스)와 함께 등장했다.
(註 8) 이탈리아 이름의 경찰을 꺼리는 수상쩍은 남자라는 데서부터 벌써 티가 나지만 시칠리아는 마피아의 온상이죠(...).


꼭 보면 테리 존스는 허구헌날 당하는 역할이더라(......).
다음 타자는 휠스냥의 리퀘에 따른 Killer Rabbit/The Holy Grenade of Antioch, 다음다음 타자는 포도 님의 리퀘에 의한 Hell's Grannies입니다. 무덤파기는 내 종특인 줄은 이미 세상이 다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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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돌아온 발췌번역 - WORLD'S END SUPERNOVA by 사사노 (Part 2)

Gate of Ecstasy | 2012/09/09 20:31

토목공사 삽질근성이 뼛속까지 박혀 약속된 파멸의 길을 일직선으로 돌격하는 멍청한 모 국내 굴지의 대기업 엉덩이를 닦고 베이비파우더를 발라주는(...) 빌어처먹을 일이 어찌저찌 끝났으므로 광속으로 도피한다. 사실은 어제 올리려고 했는데 일정이 꼬였지라 (먼 눈)
존경하고 사모하는 사사노(笹野, 서클명 schatten) 씨의 WORLD'S END SUPERNOVA, 키레길/아처린 전제의 길린길이 여전히 너무나 모에하매 혼자서 삭이지 못하고 바닥을 굴러댕기고 있는 요즘임다. 오죽하면 184페이지고 뭐고 정말 아예 다 번역해 버릴까 머리를 쥐어짜며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안돼 임마 그만둬 니가 벌여놓은 일이 한둘이냐! 그치만 왕님과 린짜응 정말 모에합니다 귀엽습니다 사랑스러워 죽겠습니다. 혹시 내가 제일 좋아하는 페이트 노멀은 금린금이었는가. 하지만 검금검도 좋아합니다!! 페이트 시리즈와 AUO는 사람을 절조없는 엉덩이 가벼운 년으로 만들지! 내가 그래!!
그러나 질을 믿으시면 내가 암담합니다(........).


WORLD'S END SUPERNOVA 상권, 59~64page

까놓고 말해, 길가메쉬는 이 계약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았다.
「당신이랑 키레이는 애인 사이였어?」
묘하게 갈라진 목소리였다.
한바탕의 도주극 끝에 다다른 싱가포르의 고급 호텔에서 맞은 첫날 아침에 소녀는 물었다. 무언가 큰 결심이라도 한 양, 마치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첫 발을 내디딜 수 없는 양.
필경 패스를 통해 기억을 보았으리라. 어디서부터 오해를 풀어야 하나. 굳이 수고롭게 오해를 해소할 이유는 전혀 없으되, 정정해주는 편이 친절할까. 길가메쉬는 고개를 갸웃하며 잠시간 숙고했다.
린은 새하얀 배스로브를 걸치고, 긴 흑발을 풀어 등에 늘어뜨리고 있었다. 목욕을 막 마친 사람 특유의 습기가 눅진하게 주변을 맴돈다. 요 며칠간은 도망다니기에 바빴고, 어젯밤에는 마스터고 서번트고 연이은 도피생활에 녹초가 되어 목욕이고 뭐고 곧장 침대에 기어들어갔다. 이야기가 끝나면 욕실에 들어가자고 결심했다.
「……그렇게 보이느냐?」
과감하게 질문을 던져놓고 정작 귀까지 시뻘겋게 달아오른 소녀의 등에 말을 걸었다. 그의 목소리도 어쩐지 희한하게 갈라져 있었다. 호텔의 공조설비가 신통찮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안 보이니까 묻는 거잖아!」
영락없는 숫처녀의 파르르한 반응에 미소하고, 린의 맞은편에 앉았다. 호텔이 제공한 아침식사는 냉동보존 수프와 하얗고 둥근 빵, 접시에 담긴 스크램블 에그와 산더미처럼 쌓인 과일류다.
「표정 한 번 걸작이구나……나이도 먹을 만큼 먹어서 숫처녀일 리도 없건만」
「무슨 상관인데!」
「──숫처녀였는가. 현세의 여자는 발육이 부진하군」
「댁이 살던 까마득한 옛날이랑 비교하지 마! 그게 지금 무슨 상관이냐고, 난 당신과 키레이가」
「아니니라」
칼집을 넣은 파인애플을 입안에 던져넣으며 대꾸했다.
「짐이 무엇이 아쉬워 잡종 따위와……하물며 그런 신부와 정인(情人)이 될까」
애초에 동침을 곧 정인으로 연결짓는 사고부터가 단락적이다, 숫처녀 이전의 문제다, 우루크의 신전창부는──뒤를 이으려던 말은 탁자에 요란하게 메다꽂힌 린의 주먹에 가로막혔다. 소녀의 얼굴은 여전히 새빨갛다.
「……어느 기억을 보았나?」
짚이는 데가 너무 많아 짐작도 가지 않았다. 린은 고개를 숙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입에 담기조차 싫은 광경이었던 모양이다.
「됐어, 그냥 입 다물어. 댁이 떠들면 떠들수록 듣고 싶지 않은 사실이 자꾸만 늘어나……!」
「하하하, 설마 실망했느냐?」
「입 다물라고! 대체 뭐야, 애인도 아니었다면서 사이는 되게 좋아보이던데……」
「정인은 아니다」
파인애플을 다시금 우물거린다. 당시의 일은 어렴풋이는 남아 있으나, 고백하자면 선명하게 기억하지는 못한다. 한 번 집어삼켜졌다 재차 수육(受肉)한 몸이다. 자세한 사정은 여정 중에 린이 확인한 내용과 거의 일치하되 전부가 원래의 상태를 완전히 회복한 것은 아니었다. 영령으로서의 기억은 좌에서 재차 소환할 수 있었으나, 그와는 별개의, 서번트로서의 기억은 군데군데 복구되지 못한 채로 남았다. 세밀한 부분은 지금도 누락되어 당시의 기억을 뿌옇게 가린다.
깡통 파인애플이 먹고 싶다고, 맥락도 없이 생각했다. 들쩍지근한 설탕범벅 시럽에 파인애플 풍미를 살짝 가미했을 뿐인, 천박한 맛. 고대의 영령이 알 턱이 없는 기억은 노이즈로 뒤덮혀 사라졌다. 이 파인애플은 속속들이 무르익은 훌륭한 파인애플이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
그렇지, 정인 운운이었나.
「만에 하나 정을 통한 사이였더라면, 짐은 오래 전에 그 자의 손에 죽었을 게다. 짐 또한 진작에 놈을 버렸겠지」
「……왜?」
다소간의 뜸을 두고 대답이 돌아왔음에도 린은 딱히 의아해하는 빛을 보이는 일 없이 반문했다.
「그 자는 그런 사내다. 짐은, 짐 하나만을 보려고 하는 자에게 흥미는 없느니라」
린은 미간을 모으고 눈앞의 흰빵에 버터를 발라 베어물었다.
「당신들, 비뚤어졌어」
「짐까지 도매금으로 넘기지 말거라」
「댁도 오십보백보야. ……친구였어?」
「설마. 그 자는 짐의 반려였으되 벗은 아니다. 짐의 붕우는 과거에도 미래에도 단 하나뿐이니라」
「그럼, 당신에게 키레이는 뭐야?」
「말하지 않았느냐, 반」
「반려가 뭔데? 애인도 아냐, 친구도 아냐, 보나마나 댁이 마스터를 마스터로 대접할 리도 없어. 그럼, 반려는 대체 뭐야? 당신은 키레이의 뭐냐고?」
「……어지간히 물고 늘어지는구나」
「어렸을 때부터 늘 마음에 걸렸어. 언제나 혼자인데, 키레이는 쓸쓸하지 않을까……당신이 있어서 외롭지 않았을 거라고, 믿고 싶었는데」
린은 무릎을 껴안고 몸을 움츠렸다. 이 소녀와 코토미네 키레이의 인과는 예상 이상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키레이가 키운 십년 동안 다소나마 정이 들었던 것일까. 키레이는 입버릇처럼 린은 자신을 미워한다고 단언했건만.
「그 자는 항상 적울함에 시달렸느니라. ……그것만은 짐도 어찌할 수 없는 문제였다」
「메워주려고 하지도 않았던 주제에」
비난조의 따가운 눈길을 받으며 길가메쉬는 어깨를 으쓱했다.
「메워지지 않느니라. 알고 있어도 어쩌지 못하고──차라리 메우고 싶지 않은 공허라는 것도 있는 법이다. 좀 더 자라면 이해하게 될 게다」
검은 눈썹이 거꾸로 치솟았다. 어린애로 취급당한 것에 기분이 확 상한 모양이었다.
「이해하고 싶지도 않아!」
린은 남은 빵을 모조리 한 입에 털어놓고 홍차를 원샷했다.

..........아 왕님에게 떽떽거리는 숫처녀 린짜응 귀여워 미치겠네 (덱데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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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y Python and the Holy Grail - The Black Knight.

보거나 혹은 죽거나/Loonies in England | 2012/09/05 18:01

정작 하기로 마음먹은 번역의 진행 속도가 가히 굼벵이인지라 워밍업 앤드 릴랙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는 아무래도 몬티 파이슨과 성배가 맞는 모양이라는 하찮기 짝이 없으며 아울러 너무나 새삼스러운 깨달음을 얻었으므로 (.......이제 와서?)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에게 이놈의 영화를 전파하고 말겠다는 국가적 중흥의 사명을 띠고(....) 오늘은 킬러래빗과 안티오크의 성스러운 수류탄만큼은 아닐지언정 역시 굳세게 우려먹히는 유명한 시퀀스 중의 하나인 '아서왕과 다리 위의 흑기사(Arthur and The Black Knight of the Bridge)'를 소개하겠슴요. 아서왕-그레이엄 채프먼, 흑기사-존 클리즈, 팻시/녹기사-테리 길리엄. 치명적이고 심각한 오역에 대한 지적만 받습니다. 난 우울하다고.


(퍽쿵콱깡퍽퍽푹푹퍽쿵콱콱꺄악으악끄아아아아악[……]. 결투 종료)
아서왕 : 그대는 일당백의 무용(武勇)을 지녔구려, 기사여.
(침묵)
아서왕 : 나는 브리튼의 왕 아서요.
(침묵)
아서왕 : 나의 궁전 카멜롯에 영접할 훌륭하고 용감한 나라 최고의 기사들을 찾고 있소.
(침묵)
아서왕 : 그대는 스스로의 가치를 입증하였소. 나와 함께 하지 않겠소?
(침묵)
아서왕 : (뻘쭘) 그대는 나를 몹시 슬프게 했소이다. 어쩔 수 없군. (팻시에게) 가자꾸나, 팻시.
흑기사 : 누구도 지나가지 못한다.
아서왕 : 뭣이?
흑기사 : 누구도 지나가지 못한다.
아서왕 : 나는 그대와 다툴 이유가 없소, 존경스러운 기사여. 허나 이 다리를 건너야만 하오.
흑기사 : 그렇다면 죽음으로 갚으라.
아서왕 : 브리튼의 왕으로서, 그대에게 명하노니, 옆으로 비켜서라!
흑기사 : 나는 누구의 명령도 받지 않아.
아서왕 : (칼을 뽑는다) 하면, 어쩔 수 없지!
(신나게 싸우다가 흑기사의 팔이 썩둑 잘린다)
아서왕 : 자, 이제 비켜서시게, 뛰어난 적수여!
흑기사 : 이건 걍 긁힌 상처라구.
아서왕 : 긁혀!!? 댁의 팔이 떨어졌소!
흑기사 : 아닌데?
아서왕 : (가리킨다) 그럼 저 물체는 뭐요?
흑기사 : (잠시 팔을 골똘히 보다가) 더 심한 꼴도 당해봤어.
아서왕 : 거짓말도 작작하시게!
흑기사 : 와라, 비겁자야! 히야!
(흑기사의 나머지 팔도 썩둑 잘린다)
아서왕 : 승리는 나의 것이오! (무릎을 꿇고) 오 자비로우신 주님, 주님의 은총에───
흑기사 : (기도하는 아서왕의 머리를 냅다 찬다) 하! 덤비라고!
아서왕 : 뭐라!?
흑기사 : 먹어라!
아서왕 : 그대는 실로 용감하오만, 싸움은 이미 끝났소!
흑기사 : 호오, 누구 맘대로?
아서왕 : 봐라 이 상찌질한 멍청이 샛갸, 네놈한텐 남은 팔도 없어!
흑기사 : 아냐 있어.
아서왕 : 눈이 있으면 보라고!
흑기사 : 좀 베인 상천데 뭐! (아서왕을 다시 걷어찬다)
아서왕 : 아, 그만!
흑기사 : 겁쟁이! 겁쟁이!
아서왕 : 다리도 베어버린다! (계속 걷어차자) 오냐!!
(흑기사의 오른쪽 다리가 썩둑 잘린다)
흑기사 : 오, 두 배로 갚아주마!!
아서왕 : 뭐시기!?
흑기사 : 덤벼! 덤비라고!
아서왕 : (지긋지긋) 뭘 어쩌려고, 나한테 피라도 칠할 텐가?
흑기사 : 나는 무적이야!
아서왕 : 넌 미친놈이야.
흑기사 : 흑기사는 언제나 승리한다! 받아라! 맞아라!
(아서왕이 흑기사의 왼쪽 다리까지 썰어버린다)
흑기사 : (잠시 두릿거리다) 좋아. 무승부로 쳐주지.
아서왕 : 오너라, 팻시.
(아서왕과 팻시가 코코넛을 두드리며 다리를 건넌다)
흑기사 : 오, 오, 이제야 알겠군. 꼬리를 말고 내뺄 셈이냐!! 이 노랭이 찌질이들아! 돌아와서 용감하게 맞서! 니 다릴 물어뜯어버릴 거야!!

언제나 그렇지만 여러모로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는 주석.

(註 1) 자세히 보면 흑기사와 녹기사의 결투 배경에 지펴진 불이 꺼졌다 켜졌다 한다(........)
(註 2) 이 근성 쩔어주는 흑기사는 클리즈가 학창 시절 영어수업 때 교사에게 들은 얘기에서 유래한다고. 로마인 레슬러 두 명이 서로를 붙잡고 장시간 용을 썼지만 승부가 나지 않은 채 상대에게 기대서야 가까스로 몸을 지탱할 수 있을 만큼 지쳐빠져 버렸다. 결국 녹초가 된 한쪽이 기권패를 선언했는데, 정작 판을 떠나 보니 다른 쪽은 이미 죽어 있었다는 것이다. 선생은 이 이야기의 교훈을 '포기하지만 않으면 결코 지지 않는다'라 설명했다. 그리고 그 순간 클리즈는 뒤통수를 누가 후려갈기는 듯한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철학적으로 병맛 쩐다'고(....). 아울러 가웨인 경과 대결한 녹색의 기사(Sir Gawain and The Green Knight)에서도 일정 부분 모티브를 빌려왔다. 원탁의 전투력측정기(.....) 가웨인이 녹색 기사의 목을 쳤으나 정작 기사는 잘린 목을 집어들고 유유히 사라졌다는 유명한 이야기.
(註 3) 아서왕이 흑기사의 한쪽 다리를 꺽둑 썰어버린 다음의 몇몇 장면은 클리즈가 도저히 한 다리로 균형을 잡지 못했기 때문에(...) 근처에 사는 외다리 대장장이 리처드 버튼(당연히 그 명망 높은 리처드 버튼 경이 아니다!) 씨를 대역으로 기용했다. DVD 코멘터리에서 길리엄은 덕분에 흑기사가 몸통만 남은 후의 씬을 찍을 때 바닥에 구멍을 하나만 파도 되어서 수고를 덜었다고 너스레를 떠는데, 클리즈 말로는 구멍에 들어가서 서 있었던 건 자기라고. 이 자들은 왤케 말이 안 맞는가; 덤으로 클리즈는 리처드 버튼을 스턴트대역으로 썼다고 자랑하고 다녔단다. 틀린 말은 아니죠 네(.....)
(註 4) 걍 긁힌 상처예염 : 'Tis but a scratch.


불후의 명대사다.


물론 아서왕을 불곰님으로 치환하고픈 견딜 수 없는 유혹에 사로잡혔습니다 이예이(....) 곰님이라면 대화고 나발이고 너 못 지나가염 처음 개기는 순간에 약속된 승리의 곰앞발 스매쉬로 흑기사를 바닥에 묻어버리시겠지만요! 불곰! 불곰! 훌레이! 근데 왜 그 경우엔 저늠의 흑기사가 랜병장일 듯한 불길한 예감이 드는 거지염(...) 페제 내내 시커맸던 랜병장이 나쁩니다 암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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